특집1 생명공학과 불교윤리

1. 들어가는 글 

황금쌀'이 개발되었다. 쌀눈에 한정된 비타민에이가 나락 전체에도 퍼지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쌀이다.

비타민에이의 전구물질인 카로티노이드가 포함된 까닭에 당근처럼 황금색을 띈 쌀이다. 금호문화재단은 생명과학 분야의 노벨상을 목표로 '금호국제생명과학상'을 제정, 제1회 수상자로 황금쌀을 개발한 스위스연방공학대학 잉고 포트리쿠스 교수를 선정했다. 쌀 한 가지에 의존하는 세계 4억 명의 가난한 나라 어린이들에게 황금쌀이 영양분을 보충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견한 잉고 포트리쿠스 교수는 수상식에 앞서 철분을 강화한 쌀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왜 비타민에이는 나락엔 없고 쌀눈에 한정되었을까. 쌀눈이 떨어져나가도록 도정한 백미만 먹으면 사람은 비타민에이 부족으로 괴혈병에 걸릴 수 있는데. 하지만 사람 눈높이에서 쌀을 바라보면 안 된다. 벼는 괴혈병에 걸리지 않는다. 벼의 씨앗인 쌀은 사람의 영양 균형을 위해 세상에 나타난 식물이 아니다. 벼는 쌀눈에 포함된 비타민에이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쌀에 철분이 없는 것도 물론 벼는 철분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철분이 필요한 사람은 채소를 통해 구해야 했다. 비타민에이도 쌀의 나락에서 찾지 않았다

비타민에이든 철분이든, 이론대로라면 유전자조작 쌀은 먹는 사람에게 비타민에이나 철분을 어느 정도 보충할 수 있게 도와줄지 모른다. 하지만 엉뚱한 성분까지 생산해야하는 유전자조작 벼는 그렇지 않은 벼에 비해 생존에 불리할 가능성이 높다. 돌연변이 유전자는 기존 환경에 불리한 까닭이다. 유전자조작 씨앗은 그에 맞는 환경을 조성해 엄격히 관리하는 것이 나을성싶다. 따라서 별도 시설이나 환경관리를 위한 비용이 추가되는 만큼 생산된 쌀은 비싸게 팔려야 한다. 투자비를 건지지 못한다면 어떤 농부도 유전자조작 벼를 심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종자회사도 적지 않은 특허료를 지불한 만큼 유전자를 조작한 고부가가치 벼 씨앗은 비싸게 판매하려할 것이다.

철분을 함유하도록 조작된 유전자를 가진 벼도 때 되면 꽃가루를 날릴 텐데, 이웃 농가는 그 꽃가루가 자신의 논에 들어오는 것을 환영하거나 거부할 수 있겠다. 비싼 종자를 구입하지 않아도 고부가가치 쌀을 생산할 수 있다하므로 은근히 반길 수 있다. 이때 종자회사는 이웃 농부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지 모른다. 종자회사가 보낸 손해배상청구서에 발끈하는 이웃의 유기농산물 생산 농부는 유전자조작 벼 생산농가에 손해배상을 청구할지 모른다. 소비자들은 유전자조작 쌀을 유기농산물로 인정하지 않으므로. 따라서 유전자조작 쌀을 생산하려는 농가는 그 씨앗을 판매하는 종자회사 이상으로 그 꽃가루가 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자칫 고소고발이 빗발칠 수 있다.

유전자조작 쌀이 그렇지 않은 쌀에 비해 잘 팔리지 않는다면 그 종자는 시장에서 사라진다. 미국계 다국적기업인 몬산토는 가난한 지역의 비타민공급을 위해 황금쌀을 무료로 공급하겠다는 광고를 거룩한 표정을 관리하며 발표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황금쌀의 존재를 그리 달가워하지 않을 것 같다.

나락에 포함된 비타민에이의 양이 광고처럼 매력적이지 않다는 지적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백미를 즐겨먹는 부자들은 채소를 겉들일 것이고 가난한 사람들은 현미를 주로 먹을 것이므로.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유전자조작을 좋아하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자연스럽지 않기 때문은 아닐까.

꽃가루에 포함된 조작된 유전자는 계통이 유사한 식물의 유전자부터 오염시킬 수 있다. 몬산토에서 개발한 유전자조작 유채 씨앗은 몬산토에서 독점 생산하는 '라운드업'(한국 상품명은 '근사미')이라는 제초제에 내성을 가진다. 식물은 물론, 사람까지 죽이는 그 제초제를 뿌려도 끄떡없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유채 씨앗을 파종하자, 몇 해 지나지 않아 잡초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유채의 조작된 유전자가 잡초에 옮겨간 까닭이었다. 기업에 의해 유전자가 조작당하는 생물은 쌀이나 유채와 같은 농작물만이 아니다. 콩, 감자, 밀들과 같이 우리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주곡에서 과일과 가축으로 확산되더니, 각양각색의 꽃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유전자 배열이 사람과 비슷한 가축도 예외가 아닌데 성형수술과 과외공부에 돈 아끼지 않는 사람은 앞으로 아니 그러리라 확신할 수 있을까.

자연스럽지 못한 농산물을 먹으면 사람에게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농약에 오염된 농산물과 방사선을 조사한 식품의 사례에서 볼 때 정부 당국자의 장담과 달리 안심하기 어렵다. 유전자조작의 경우 아직 확신할 수 없다. 시장에 출하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거의 드러난 사례가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문제가 드러나면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조작 여부와 관계없이 유전자는 스스로 재생산하는 까닭에 일단 문제가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조작된 유전자는 생태계에 이미 만연된 뒤일 것이다.

현재의 과학기술 수준으로 유전자조작의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앞으로도 내내 안전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 농정당국과 식품의약품안전청의 담당관들은 그런 주장을 늘어놓고 싶겠지만, 실제로 늘어놓고 있지만, 아니다. 우리보다 연구 예산과 인원과 실적이 월등한 미국의 식품의약품안전청(FDA)에서 안전을 확인한 의약품이나 화학제품 중 10년 넘게 판매가 보장하는 제품은 오히려 드물다. 더욱 세련될 내일의 과학기술은 새로 밝혀낸 문제를 마냥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유전자조작 식품,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을 유전자재조합 식품이라고 학술용어로 강변하는 우리의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식품과 약품의 안전성 확보를 주요 업무로 하는 국가기관이다. 그런데 이상스럽게, 유전자조작 식품의 안전성을 주장하는 모습이 유전자 농산물을 개발 보급하는 미국계 다국적 기업인 몬산토와 판박이다. 유전자조작 식품의 표시규정을 논의하는 'GMO표시연구회'의 간사로 활동하던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한 사무관은 시민단체의 역공이 거셀 때마다 "저도 사실 기독교 신자인 데요…"를 겸연쩍게 연발했다. 기독교의 창세기 성경 말씀에 "하느님 보시기에 참 좋았다."는 대목이 나온다는데, '기독교 신도이지만 유전자조작 식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말단 사무관의 처지를 토로했던 것일까.

불임클리닉에 냉동보관중인 잔여배아로 줄기세포를 유도하는 연구를 우리나라에서 가장 앞장서 주도하는 마리아불임연구소 박세필 소장은 "나는 가톨릭 신자입니다만…" 하며 자신의 반종교적 연구를 애써 변호한다.

한국 최초로 척추동물 복제에 성공한 서울대학교 수의대학 황우석 교수는 자신이 불교신자임을 천명하면서 동물복제와 배아복제가 불가에서 회자되는 윤회를 실현하는 연구인 것처럼 주장한다. 그를 반영하였을까. 황우석 교수를 출연시킨 불교방송은 그의 연구를 적극 홍보하고 나섰고, 2004년 석가탄신일에는 조계종이 종단 차원의 큰상을 하사하기까지 했다.

유전자조작과 생명복제로 대변되는 생명공학은 자연의 질서를 크게 교란하는데 과연 종교교리에 부합할까. 종교에 대한 기초지식도 연마하지 못한 처지에 감히 논리적인 주장을 펼칠 형편이 못되지만, 자연을 절대자의 섭리로 보거나 살생을 금지하는 상식 차원의 종교관으로 미루어볼 때, 종교적으로 생명공학을 수긍할 수 있을까. 이미 여러 차례 실증된 유전자조작의 문제는 물론, 생명복제 역시 많은 시민단체와 대부분의 생명윤리 학자들은 윤리와 안전에서 심각한 문제를 제기한다.

부자와 빈자, 남성과 여성, 사람과 생태계, 현 세대와 다음 세대 사이의 혼란과 불평등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는데 의견을 같이한다. 연기론을 설파하는 불교관은 생명공학을 양해할 수 있을까.

2. 과학기술은 가치중립인가

야구방망이나 회칼이 끔찍한 흉기로 돌변할 수 있듯이 과학기술자가 연구개발한 이론과 기술은 이용하는 사람에 따라 문명의 이기가 될 수 있고 재앙의 수단이 될 수 있는 것일까. 그러한 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지금은 과학이 학자의 호기심 영역이고 기술이 장인들의 손재주에 그쳤던 소박한 시절이 아니다. 서로 이질적이었던 과학과 기술이 과학기술로 손잡자 과학기술은 돈이 없으면 연구와 개발이 불가능할 정도로 거대화된 현실이다. 외형이 거대한 만큼 거액의 연구개발비가 들어가는 과학기술은 연구개발비를 제공하는 특정 세력 또는 자본의 이해에 종속된다.

잘 나가는 과학기술자마다 거액이 책정된, 하지만 목적이 정해진 연구용역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요즘, 과학기술자 스스로 과학기술은 가치중립이라고 주장하기 민망하다.

돈이 있어야 연구개발이 가능한 과학기술은 부가가치, 즉 돈을 약속한다. 얼마 전 우리나라의 한 대학 연구소는 3센티미터 크기의 사람 유방암을 갖고 태어나는 생쥐를 개발했다. 많은 생명공학자들마다 개발하고 싶어하는 이른바 '질병 모델 동물' 중의 하나로, 그 생쥐를 이용하여 유방암을 치료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언론은 과학기술의 업적을 한껏 추켜세웠다. '유방암 생쥐'만이 아니다. 심장병이나 백내장들과 같은 사람의 질병을 안고 태어나는 생쥐를 무려 20종류 이상 무더기로 개발한 연구자도 있다.

유방암 생쥐의 출현으로 가장 가슴 벅차할 곳은 어디일까. 당장 치료해야 할 유방암 환자일까. 유방암 생쥐를 재료로 하는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되지도 않은 현재, 당장은 좀 이르다. 그런데 부가가치를 들먹이는 신문은 유방암 생쥐 한 마리가 수백만 원을 호가할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신약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희생되어야 할 생쥐의 수를 상정해보자. 가슴이 가장 벅차 할 곳은 유방암 생쥐로 부가가치를 독점할 특정 자본일 것이다. 유방암을 갖고 태어나는 생쥐를 '황금 암을 낳는 생쥐'라고 별명을 붙인다면 유방암 치료를 대대적으로 광고할 생명공학 자본은 발끈할까.

돈이 많으면 환경이 좋아질까. 몇 해 전 우리나라를 방문한 프랑스의 학자 기 소르망은 가난한 나라에 비해 부자 나라의 환경이 깨끗한 경험적인 예를 들어 경제발전의 당위성을 환경적 측면에서 강조했다는데, 돈이 많으면 환경이 좋아질까. 그럴지 모른다. 정리정돈이 잘 된 서구유럽이나 일본, 호주, 뉴질랜드의 거리들은 마소의 오물이 뒤엉킨 가난한 나라에 비해 훨씬 깨끗하다. 잡초나 담배꽁초 하나 보이지 않는 고급 아파트단지는 지붕이 새고 담벼락마다 낙서로 가득한 달동네보다 깨끗하다. 가난했던 시절, 아무렇게나 버린 쓰레기로 하천마다 악취를 풍겼지만, 예산이 확보되자 지방정부는 하천을 복개해 도로로 활용했고, 여유가 생긴 요즘은 물고기가 사는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하려 하지 않는가. 부자가 되면 깨끗해지는 것은 분명하다. 일주일에 한번은 꼭 목욕하라는 선생님의 당부도 지키지 못했던 한 세대 전에 비해 요즘 아이들의 용모는 얼마나 단정한가.

이상스럽게 정부와 자본은 획일적으로 깨끗한 질서를 환경으로 착각하려는 경향이 있다. 깨끗한 게 좋은 환경을 의미할까. 1990년대 초, 강원도 속초에서 세계 잼버리 대회가 열렸다. 1만 명 규모의 야영장이 덕유산국립공원 내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필 미시령으로 이어지는 설악산 기슭 신평리에 1만5천 명 규모의 야영장을 다시 축조한 당국은 "잡목 숲을 잔디밭으로 바꾸니 환경이 좋아졌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수많은 들꽃들과 곤충, 그곳에 긷든 온갖 버섯과 동식물을 수천만 년 이상 어우러졌던 덤불을 한순간 벗겨내고 그 자리에 단일 품종의 잔디를 심어놓으면 환경이 좋아지는 것일까. 스스로 그러했던 자연의 다양성을 사람들의 가치기준까지 획일적 개편하려 든다. 과학기술이 그 첨병이다.

우리가 겪는 환경문제는 자연재해와 다르다. 거대하고 획일적인 가부장적 개발로 인한 생태계와 지역문화 붕괴, 에너지 과소비와 폐기물로 인한 수질과 대기 그리고 생명체의 오염, 이와 같은 총체적 환경문제는 한결같이 사람들에 의한다. 지구온난화, 오존층파괴, 사막화에 이은 기상이변은 대부분 개발의 여파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그로 인한 피해는 자연보다 인공에 치명적이다. 어떤 뜻일까. 천재가 아닌 인재로 평가하는 지역적인 호우의 예를 들어보자. 산사태가 발생해 길이 끊기고 가옥이 침수되는 현상은 사람이 축조한 인위적 환경에 문제를 일으킬지언정 다양성과 순환을 지향하는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생명공학은 인간에게 어떤 내일을 안내할까.

3. 허구를 근거로 하는 생명공학

생명공학자들은 생명공학만이 인구증가에 따르는 식량부족 현상을 획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불치병과 난치병을 근원적으로 치료하여 인류의 꿈인 수명연장을 꾀하고 환경과 에너지 문제에 대안을 마련해 줄 것처럼 광고한다. 연구비를 제공하는 국가나 자본에게 천문학적인 부가가치를 약속한다. 물론 이론적인 희망사항이고 뒷받침할만한 증거는 분명치 않다. 가정법을 근거로 제기하는 희망사항은 현재 상황에서 대단히 고혹적이지만 반대의 상상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잘못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환경은 과학적으로 언제까지나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환경 속에 적응해 살 수밖에 없는데 환경을 교란하는 생명공학이 생명공학자와 그들에게 연구비를 투여하는 세력들의 애드벌룬처럼 희망사항일 수 있을지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1) GMO는 식량증산과 무관하다

식량이 남아도는 국가에서 주도한 녹색혁명이 실패로 마감되는 즈음, 부가가치를 신봉하는 생명공학이 식량증산의 대안이라도 되는 양 수선을 떤다. 화학비료와 살충제와 제초제로 토양 생태계를 돌이키기 어렵게 파괴하며 끝나가는 녹색혁명은 농산물의 단작을 초래하였을 뿐 배고픈 인구에 기여한바 적은데, 배부른 다국적기업에서 주도하는 GMO는 제국주의에 의해 자급자족 기반이 무너진 가난한 지역을 얼마나 배려하고 있을까.

대부분의 GMO는 다국적기업의 이익에 충성한다. 제초제저항성 농작물만이 아니다. 해충이나 바이러스저항성 농작물 역시 종자의 독점 공급을 목표로 한다. 종자 다양성이 사라지면 농업은 환경변화에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다. 동일 품종의 GMO를 광범위하게 파종한 후 기상이변이 발생하면 지역은 물론 세계적인 식량 품귀현상이 발생될 수 있다. 작금은 몇 안 되는 곡물메이저가 세계인의 식량공급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이 아닌가. 불길한 상상력을 과학적으로 발휘해보자.

제초제저항성 유전자가 GMO 작물에서 인근 잡초에 옮겨갈 수 있다. 해충저항성 작물에 곤충들이 내성을 가질 수 있다. 바이러스 역시 쉽게 바뀐 농업환경에 적응한다. 이와 같은 상황에 단일 품종의 GMO 작물을 세계적으로 파종한 후 잡초와 해충과 바이러스가 확장되면 세계 식량창고는 걷잡을 수 없이 황폐하게 될 것이다.

체격이 30배 이상 성장하는 미꾸라지나 15배 이상 자라는 연어는 자연에 방생할 수 없다. 그들이 생존할만한 생태계가 존재하지 않기도 하지만 생존할 수 있다면 황소개구리 이상의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먹이사슬 교란도 심각하겠지만 조작된 유전자가 유사종의 유전자를 오염시킬 경우 상상할 수 없는 문제를 촉발할 수 있다. 거대해진 미꾸라지나 연어는 엄격히 통제된 사육조건에서 그만한 사료를 먹었기에 가능하다. 배설물이 포함된 오폐수도 함부로 방류하면 안 된다. 배설물 속의 조작된 유전자가 생태계를 교란하지 못하도록 충분히 처리한 후 방출해야 한다.

이익을 최우선 가치로 신봉하는 기업은 돈이 되지 않는 식량증산에 연구비를 투자할 이유가 없다. 사료로 전용해도 식량이 남아돌기 때문이다. 잘 사는 지역으로 수출하는 기호식품이나 향신료 플랜트에 자급자족 기반을 빼앗긴 가난한 지역은 돈이 없어 식량을 수입하지 못하고 그래서 굶주린다. 최근 다국적기업은 2세대라 하여 맛이나 향이나 색체를 바꿔 부가가치를 높이거나 의약품을 대체하는 GMO를 연구한다. 과일에 백신이 포함되거나 딸기 향내는 우유를 배출하는 젖소는 파란색 장미와 더불어 식량증산과 전혀 무관하다. 복창하던 인류복지와 상관없다. 가져다붙일 미사여구와 관계없이 개발자나 자본에 충성할 따름이다.

2) 허구에 가까운 생명연장 애드벌룬

돼지나 소 췌장에서 인슐린을 추출하는 시대는 지났다. 관련 과학자들이 유전자재조합 기술이라고 주장하는 유전자조작으로 사람의 인슐린을 미생물이 대량생산하는 까닭에 부작용 없고 값도 저렴하다. 어디 인슐린뿐인가. 말기 백혈병 환자에 특효라는 글리벡, 여성과 남성호르몬, 사람과 소의 성장호르몬도 같은 기술로 개발해 시장에 출시했으며 앞으로 수많은 의약품이 유전자조작 기술을 통해 개발될 것으로 예상한다.

값싸고 안전한 인슐린이 대량 보급되면서 당뇨병 환자는 줄어들었을까. 아니다. 당뇨병을 우습게 생각하는 환자들이 늘어났다. 식이요법과 적당한 운동으로 당뇨병 발생을 억제하지 않는데 환자가 줄어들 리 없다. 고가의 글리벡도 전자파나 환경오염과 같은 원인을 제거하지 않는 한 백혈병의 발병률을 결코 낮출 수 없을 것이다. 호르몬 처방으로 갱년기 장애가 순식간 극복되는듯하지만 전문가들은 암 발생과 같은 뜻하지 않는 부작용을 우려한다. 신체의 자연스런 노화과정을 강제로 역행하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우리 언론들은 체세포이식 방식으로 복제한 배아와 불임클리닉에 냉동 보관된 잔여배아가 사람의 불치병과 난치병을 치료해줄 것처럼 크게 보도하고 있다. 수정한 지 14일이 못된 배아는 자궁에 착상시키면 사람으로 태어날 생명이지만, 배아를 희생시켜 얻은 내부세포괴(inner cell mass)를 이용해 200여 가지 세포조직을 분화, 배양하면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관련 연구자들은 섣불리 예견한다. 당뇨병 환자의 몸에 인슐린을 주사하는 것이 아니라 인슐린을 분비하는 세포조직을 직접 넣어준다면 당뇨병이 근원적으로 치유되고, 치매 환자의 뇌에 건강한 신경세포를 보충하거나 교통사고로 끊어진 척추를 분화시킨 신경세포로 이어준다면 완치가 가능할 것으로 상상을 발휘한다.

자연스런 발생단계를 거쳐 온몸의 세포와 장기가 될 운명을 지닌 내부세포괴를 빼내면 배아는 죽지만 내부세포괴를 체외에서 잘 배양하면 200여 가지 세포조직으로 분화 가능한 줄기세포를 유도할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유도한 줄기세포는 분화 능력이 지나치게 높아 현재까지 개발한 기술로 방향과 정도를 정확히 조절하지 못한다. 줄기세포로 신경세포를 분화시킬 경우 신경세포 이외의 세포조직으로 분화되는 예가 오히려 많으며, 일단 신경세포로 분화되었다 해도 주위 환경에 따라 암세포와 같은 엉뚱한 세포조직으로 럭비공처럼 재분화한다. 따라서 줄기세포의 임상적용은 절대 불가능하므로 현재는 줄기세포의 안정된 분화를 위한 연구를 선행해야지 완치를 광고할 시점이 아니다.

일부 생명공학자는 줄기세포로 장기를 생산해 장기이식에 활용할 가능성을 점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지나친 상상력이이거나 속임수다. 각종 신경과 혈관과 근육조직이 종특이적인 크기와 형태와 기능들을 두루 갖추어야 하는 장기를 단순한 세포덩어리인 줄기세포로 분화시키고 성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이론적으로 장기에 포함되는 단일 세포조직으로 분화시킬 수 있지만, 이 역시 현존하는 럭비공 현상을 제어한 이후에나 임상적용이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3) 위험천만한 이종 간 생체이식

체세포 핵이식 방법으로 인간의 배아를 복제할 경우 실패 확률이 대단히 높기 때문에 충분한 난자가 건강한 상태로 기증되어야 한다. 하지만 난자 제공자를 찾아내기 수월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자신의 몸이 착취되는 것을 무릅쓰고 과배란 유도 약제를 주기적으로 투입하며 난자를 무상 제공할 여성은 그리 흔하지 않을 것이다. 이에 동물의 난자를 이용한 체세포 핵이식을 대안으로 주장하는 생명공학자가 있다. 핵을 미리 제거한 소나 돼지의 난자에 사람의 체세포 핵을 치환해 넣어 배아를 복제해 줄기세포를 유도하겠다는 엽기적 발상은 은밀히 거래되는 인간의 난자를 구입하지 못할 가난한 환자들을 위한 눈물겨운 배려인양 부풀려 호도한다.

부작용 없는 장기를 제때 이식하지 못해 사망하는 환자가 미국에서 해마다 4천명에 달한다고 한다. 인간의 장기를 구할 때까지 임시로 동물의 장기를 이식하는 방식을 구상하는 일부 생명공학자는 사람의 장기와 크기가 비슷하고 쉽게 구할 수 있는 동물로 미니돼지를 선정하고, 장기이식용 돼지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도록 엄격한 무균사육을 유난히 강조한다. 형제자매끼리도 생체를 주고받을 수 없게 하는 거부반응을 없애기 위해 '형질전환', 즉 전문가들이 넉아웃(knockout)이라 하는 유전자조작을 감행하기도 한다.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의 가능을 제거하는 것인데, 문제는 유전자조작에 관계하는 기술이 직접 체내로 들어가는 현상이다. 유전자조작은 바이러스와 비슷한 기능을 하는 작은 유전자 집합체를 매개체(vector)로 활용한다. 그런데 이와 같이 유전자조작을 매개하는 유전자는 종과 종 사이의 유전자를 무시로 넘나들며 그때마다 숙주의 유전자를 교란한다. 유전자가 조작된 생체를 먹는 것도 아니고 이식시킬 경우, 유전자조작으로 딸려 들어온 이질 유전자는 인체 내에서 내내 얌전할 수 있을까.

절대 무시할 수 없이 큰 문제는 장기이식용 동물의 염색체 내에 존재하는 '내인성 바이러스(endogenous retrovirus)'다. 모든 생물의 염색체 내에 대개 0.5퍼센트 내외로 존재하는 내인성 바이러스는 외부 환경에서 감염되어 생긴 경우와 달리 진화 과정에서 염색체 내에 공생하게 된 바이러스를 말하는데, 내인성 바이러스는 무균사육과 유전자조작으로 제거할 수 없다.

숙주 동물의 염색체인양 평생 아무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유전에 동참하는 내인성 바이러스는 다른 동물에 전이될 때 무서운 질병으로 돌변할 수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홍역이나 페스트, 에이즈나 에볼라바이러스가 그 대표적인 예로, 가축화나 생태계 교란으로 동물과 사람의 환경이 뒤섞이면서 나타났고 발생 초기 인류는 치명적인 피해를 입었다. 에이즈 백신을 개발하지 못하고 있는 인간의 과학기술은 미니돼지의 염색체에 존재하는 내인성 바이러스들의 실체를 전혀 모른다. 전문가들은 동물의 장기를 이식할 경우, 몸을 빠져나온 내인성 바이라스가 창궐하지 못하도록 이종의 장기를 이식한 환자는 평생 격리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종 간 핵이식은 안전할 수 있을까. 그와 같은 엽기적인 연구는 생명윤리 의식이 뒷받침되는 지역에서 거의 실시하지 않았거나 실시했다 해도 초기단계이므로 치명적으로 드러난 문제는 아직까지 발표된 바 없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안심하기 어렵다. 배아복제에 활용하겠다는 이종의 난자도 마찬가지다. 기원이 다른 미토콘드리아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4) 생태계를 어지럽힌다

공장 특성에 맞는 폐수처리 미생물을 유전자조작 방식으로 개발하여 적용하면 수질오염을 저감할 수 있다는 주장이 들린다. 그런데, 유전자조작 미생물이 폐수처리장을 빠져나가면 어떤 대책을 세울 수 있을까. 폐수처리장이 제약회사에서 배양하는 유전자조작 미생물처럼 철두철미하게 관리할 수 없을 것이다. 화약을 분해하는 미생물에 해파리의 발광유전자를 조작해 넣고, 전쟁이 끝난 후 지뢰나 불발탄을 제거하겠다는 그럴싸한 목적은 실제 적용하기 어렵다.

생태계에 퍼져나가 걷잡을 수 없이 재생산하거나 뜻하지 않은 돌연변이를 유발시킬 우려를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금속을 잘 흡수하도록 올챙이의 유전자를 조작해 넣은 현사시나무를 가로수로 심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핵폐기물을 잘 분해하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잔디를 핵폐기물처분장이나 핵발전소 뜰에 심을 수 없다.

멸종위기나 희귀동물을 복제하여 풀어주겠다는 생명공학자도 있지만 그렇다고 생태계가 풍요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복제한 백두산호랑이는 도로와 광산과 골프장과 스키장들로 수십 토막난 백두대간에 풀어주지 못한다. 백두산호랑이도 산간 주민들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동물원에 가두어 보호하며 사육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지속적으로 복제하면 유전자원 보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오해할지 모르지만 매우 낮은 복제 성공률을 미루어볼 때 기대하기 어렵다.

6살 암양의 체세포로 세계 최초로 복제한 '돌리'가 젊은 나이인 6살에 늙어죽은 사례를 비추어, 늙어가는 동물원의 백두산호랑이를 아무리 복제해도 유전자원 보전은 소용없을 것이다. 늙은 체세포를 이식해 복제한 백두산호랑이들은 모두 세포가 늙어버린 어린 개체로 태어나 돌리처럼 어린 나이에 늙어 죽을 테니까.

기계화와 관개와 화학비료와 농약에 적응된 씨앗을 대량 파종하는 녹색혁명은 지역적 단작을 몰고왔다. 주지하다시피 유전자조작 농작물은 이미 세계적 단작을 초래하고 있다. 수많은 농산물 자원을 잃어버리게 된 이유가 거기에 있다. 단작은 종자에 맞는 환경이 보전되어야 소기의 성과를 올릴 수 있다. 그런데 환경은 변한다. 나날이 심각해지는 기상이변은 최첨단 예보장치를 비웃는다. 30년 전, 지금의 환경을 예측한 사람이 없는데, 환경변화는 더욱 빨라지는데, 30년 후, 즉 다음 세대의 환경을 지금 짐작할 수 있을까. 이러한 와중에도 세계가 모두 단일 품종의 유전자조작 농산물을 파종한다면 다음 세대에 어떤 위기가 초래될까. 생각할수록 암담하다.

5) 에너지 위기를 심화한다

40년도 채 남지 않은 석유위기 시대를 극복해줄 대안으로 생명공학을 거론하기도 한다. 고순도 사탕무를 개발해 대체하자는 주장인데, 그와 같은 농산물을 재배하는데 들어가는 에너지가 농작물을 가공해 얻는 에너지보다 많다면 에너지 대안으로 전혀 의미가 없을 것이다. 녹색혁명으로 개발한 농작물 종자보다 더욱 밀도가 높은 에너지를 요구하는 유전자조작 농산물은 이미 에너지 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배아복제도 마찬가지다. 난자를 추출하고, 줄기세포를 유도해 배양하고, 임상에 적용할 정도로 충분히 안정된 세포조직으로 분화하는데 들어가는 비용과 에너지는 웬만한 환자들은 도무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과다할 것이다. 각고의 노력과 에너지로 임상에 적용할 단계에 접어들었다 치자. 이후 걷잡을 수 없는 위화감을 피하려면 거대한 에너지와 비용이 들어가는 사회보장제도를 정비해야 할 텐데, 과연 가능할지 궁금하다.

6) 감시 도구

어떤 생명공학자는 자신만의 디엔에이 칩을 저마다 체내에 삽입하는 시대가 오면 생활은 하염없이 편리해질 것으로 예단한다. 고속도로나 지하철 통행료도 자동 인출되고 현관열쇠가 불필요해지며 병원을 지나가기만 해도 그때그때 몸 상태에 맞는 처방전이 발행되는 그림을 그린다. 관공서에서 서류를 뗄 필요가 없을 정도로 신분이 보장될 것으로 예견하는데, 이는 대단히 낙관적인 견해다. 심각한 경쟁사회에서 빅브라더의 감시가 이중삼중으로 엮어질 것 같다. 의뢰자의 건강을 미리 검토한 보험회사는 가입을 거절하고, 자신도 모르게 직장에서 불이익을 당할지 모른다. 결혼도 사회활동도 제약받을 것이다.

이미 생명공학 자본은 사람의 염색체를 다 조사해냈다. 유전자의 염기서열과 순서를 거의 밝혀낸 과학기술과 자본은 어떤 부가가치를 구상할까. 여성잡지에 어린이의 이른바 '롱다리 유전자'를 찾아준다고 생명공학 벤처기업들이 경쟁적으로 광고하는 시대다. 결혼을 앞둔 사람들에게 '유전자궁합'을 유혹하는 벤처기업 중 '유방암유전자'를 찾아낸다고 주장하는 곳도 있다. 유방암유전자의 수는 물론, 그 유전자와 환경과 어떤 상관관계를 갖는지 전혀 알려진 바 없다. 따라서 확실하지 않은 몇 가지 유전자가 발견되었다는 사실을 근거로 함부로 유방암 발병을 진단할 수 없건만 부모의 심정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언론을 장식하는 머리 좋게, 키 크게, 비만이 없게, 치매 걸리지 않게, 동성애 관심 갖지 않게 해줄 유전자들은 우생학을 예고한다.

최근 세계적인 테러 공포가 유포되는 와중에 '바이오폭탄'이라는 해괴한 용어가 미국을 중심으로 들려온다. 풍토병을 일으키는 곤충을 개발하거나 특정 음식과 관계해 독성물질을 배출하는 유전자를 개발한다면 적대적인 민족을 대량 제거하는 일도 생명공학이라면 불가능하지 않게 연구해낼지 모른다.

4. 생명공학의 비윤리성

유전자조작은 식물에 동물의 유전자를 삽입하기도 한다. 엄격한 채식주의자들은 동물의 유전자가 들어간 채소나 곡물을 기피하려할 텐데, 정확한 정보는 소비자에게 공개되지 않는다. 그런데 생명공학의 비윤리성은 유전자조작보다 배아나 생명복제에서 두드러진다. 어떤 이는 똑같은 소 한 마리, 돼지 한 마리, 심지어 동일한 사람이 시차를 두고 다시 태어난다고 윤리에 무슨 변고가 생기는가 묻기도 하지만 복제 대상의 의사를 묻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과정에서 수많은 생명들의 희생을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배아나 개체복제는 필연적으로 비윤리적이다.

동물 배아복제도 마찬가지지만, 돈이 되지 않는 동물배아는 논외로 하고, 인간배아복제는 생명의 존엄성을 침해한다. 최근 서울대학교 황우석 교수가 발표한 인간배아복제에 이은 줄기세포는 242개의 난자를 16명 여성의 몸에서 채취했다. 체세포 핵이식 방법으로 배아를 복제하는 단계까지 이어진 난자는 30여 개였고, 30여 개의 복제배아에서 단지 1개의 줄기세포를 배양하는데 성공했다.

수정에 이르지 않은 난자는 아직 생명체는 아니다. 하지만 16명의 여성은 자연스럽지 못한 방식으로 과다한 난자를 배출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몸에 이상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는 처치를 받아야 했다. 연구를 위해 자원했다고 연구자는 주장하지만 일인당 15개 이상의 난자가 적출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세계 윤리학자들은 경악한다. 착취를 의심한다. 더구나 연구자는 난자 기증자에게 어떤 정보를 어떻게 제공했는지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다. 연구 과정의 윤리성을 의심받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라 하겠다.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유도하려면 배아를 절개해 내부세포괴를 떼어내어야 한다. 그때 배아는 죽는다. 생명공학자는 수정 후 14일 이전의 배아는 생명이 아닌 세포덩어리로 규정하지만 터무니없다. 자궁에 착상하면 생명으로 태어날 수정 또는 복제된 배아는 분명한 생명이다. 황우석 교수는 1개의 줄기세포를 얻기 위해 30명의 초기 생명을 희생시킨 것이다.

아직 세포분화가 일어나지 않은 배아를 완전한 생명이 아닌 '잠재적인 생명'으로 보고, 온전한 생명을 치료할 수 있다면 잠재적인 생명을 희생시킬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다시 말해, 완전한 사람 생명이 배아 생명보다 존엄성이 크므로 사람 치료를 위해 배아를 희생시켜도 좋다는 공리주의 시각이다. 그런데 생명을 공리주의로 다루어도 되는 재료에 불과할까. 공리주의 시각이 선동적인 부가가치 논리에 휘둘릴 경우 자칫 대상 생명의 존엄성을 소홀이 취급할 수 있는데.

여성잡지 광고 면에서 성형외과 의사들은 자신들이 '아름다움'을 창조한다고 거리낌 없이 주장한다. 인체의 아름다움을 독점하는 성형외과 의사들은 평소 아름다움에 대한 공부를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했을까. 마찬가지로, 수정 후 14일을 기준으로 생명론 내세우는 생명공학자들은 생명에 대해 얼마나 고민했을까. 확실하지도 않은 가능성을 광고하며 14일 이전의 배아를 단순한 세포덩어리라고 함부로 규정해도 되는 것일까.

배아복제를 연구하는 생명공학자들은 '인류복지'를 되뇐다. 그들이 인류복지로 규정하기만 하면 모두 인류복지로 정의되어야 하는가. 1개 줄기세포를 유도하기 위해 착취된 16명의 여성, 버림받은 240여 개의 난자. 희생된 30여 개의 배아는 인류복지를 위한 한낱 쓰레기인가. 그렇게 해서 불치병과 난치병이 확실하게 치료되는가. 미안하게도 아직 모르는 게 너무 많다. 현재는 초기 연구단계에 불과하며 하나하나 확인해가는 연구과정에서 더욱 많은 생명들이 희생될 것이 분명하다. 배아복제는 도대체 어떤 인류의 복지를 추구하기에 저토록 성화인가. 혹시 연구자의 복지는 아닐까.

배아복제로 치료하겠다고 장담하는 질병들은 대개 퇴행성질환이다. 나이 들어 자연스레 발생하는 퇴행성질환을 기술로 치료할 수 있을까. 노후 세포나 장기를 그때그때 교환하면 완치 가능할까. 인체가 기계부품도 아닌데 교환이 손쉬울까. 오만이거나 무지거나 속임수다. 젊거나 어린 나이에 발생하는 퇴행성질환은 치료해야 옳다. 하지만 그 경우, 치료보다 예방이 우선되어야 한다. 백혈병을 포함한 각종 암, 당뇨병과 같은 젊은이의 퇴행성질환은 오염된 환경이나 심한 스트레스에 그 원인이 있다. 우리는 현재 퇴행성질환의 원인을 제거하거나 줄이는데 얼마나 많은 연구와 비용을 투자하고 있는지 반성해야 한다. 배아복제 연구에 들어가는 비용의 일부라도 투자하고 있을까.

생산자, 즉 자본에 종속돼 있는 과학기술은 소비자, 즉 시민들에 의해 통제되어야 한다. 과학기술사회학이 누누이 지적하고 있듯이 과학기술로 인한 이익은 자본이 챙기지만 그로 인한 최종 피해는 소비자들에게 돌아간다면 과학기술의 정책결정에 시민들의 의사를 민주적으로 물어야 한다. 거액의 세금으로 조성된 연구비로 운용되는 생명공학은 시민들의 의사결정에 따라야하는 것은 당연하다. 전문가들이 기술 관료와 밀실에서 정책을 결정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자신들의 논리와 규정과 희망사항에 따라 거액의 연구비를 책정해 소진하는 생명공학은 차라리 '연구산업'이다. 생명공학이 연구산업이라는 지적에서 자유로우려면 식량증산을 외치기 전에 자급자족 터전을 보전하려는 노력부터 경주해야 한다. 질병의 원인인 환경오염을 그대로 두고 환경을 더욱 교란하는 생명공학으로 질병을 말초적으로 치료할 수는 없다.

불치병 난치병 치료 운운하기에 앞서 환경문제를 먼저 해결하는 노력을 가시적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대부분의 환경오염은 지나친 욕심에서 온다. 경쟁과 속도를 앞세우는 지속 불가능한 개발에서 벗어나 배려와 느림의 미덕으로 자급자족하는 '지속가능한 삶'으로 전환해야 인간사의 많은 불치병과 난치병은 비로소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신은 과학기술을 창조하지 않았다. 그러한 마당에 과학기술이 신을 부를 수 있나. 생명공학은 종교의 근본정신을 교란한다. 스스로 그러한 생명의 자연스런 흐름을 저해하는 유전자조작과 배아복제는 종교의 논리와 배치한다. 수정 직후부터 생명으로 인정하는 기독교는 물론이고 살생을 금하는 불교관에 비추어 배아복제를 포함한 생명복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일부 유명 생명공학자의 천박한 발상을 근거로 '윤회'라고 감히 규정할 수 없다. 철학적 깊이가 남다른 종교가 불교라고 할 때, 생명복제를 윤회라고 주장한 불교신도 생명공학자가 석가탄신일에 표창장을 받은 일은 아무리 고쳐 생각해도 부끄러운 역사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5. 나가는 글

2003년 12월 30일 16대 국회를 통과하고 2005년 1월 1일 발효를 기다리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은 여성계를 포함한 시민단체, 생명윤리학을 포함한 학계, 그리고 불교를 포함한 종교계에서 강력하게 제기해온 문제를 그대로 안고 있다.

당시 시민단체는 바람직한 생명윤리관련법의 제정을 촉구하기 위한 시민운동을 전개하며 목표도 당차게 1000만인 서명운동을 천명했지만 목표에 크게 미달하며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주장하는 신도를 다 합하면 전체 인구수를 초과한다는 종교계에서 무관심했기 때문이다. 한 차례의 설교 재료로 활용하고 잊어버리는 목사, 신부, 승려들은 신도들에게 서명을 권하기는커녕 제공된 전단도 배포하길 꺼렸던 것이다.

청와대 앞뜰에는 천성산 내원사의 지율스님이 2004년 8월 8일 현재 40일이 넘는 단식농성 수행중이다. 경부고속전철이 10킬로미터가 훨씬 넘는 터널을 뚫고 달리면 지하수맥이 내려앉아 천성산의 무수한 생명가치가 위태로워질 것을 직감한 스님은 뭇 생명들을 대신해 자신의 생명을 내놓으려 한다.

살려달라는 천성산 작은 생명체의 애달픈 소리를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으로 그는 일부 언론과 정부에서 오도하고 있듯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터널 백지화를 막무가내로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20만 명이 넘는 '도롱뇽의 친구'들이 천성산에 가녀린 생명을 이어가는 꼬리치레도롱뇽을 대리하여 법원에 제출한 이른바 '도롱뇽 소송'의 심리가 진행되는 중이므로 그 기간만큼이라도 터널공사를 중단하라는 요구, 법으로 보장된 바대로 10년이 넘은 공사의 환경영향평가를 재실시하라는 요구를 단식농성으로 감내하고 있는 것이다. 거짓으로 점철된 토목 전문가들의 법정진술을 민주적으로 투명하게 전복해야 했기 때문이다.

생명을 중시할 뿐 아니라 연기론에 충실한 종교답게 불교는 생명공학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하필 청와대 앞뜰을 선택한 한 비구니 스님은 천성산의 가녀린 생명가치들을 자신의 목숨과 하나로 인식한다. 삼라만상이 하나의 그물망이라는 불교철학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자연의 기본 그물코인 유전자를 마구 조작하고 배아라는 초기생명을 연구와 부가가치를 탐해 함부로 파괴하는 생명공학을 불교는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연기론에 충실한 불교는 생명공학에 깊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자연스런 생명의 흐름을 저해하는 천박한 환원주의 생명공학에 근본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후손의 생태계에도 건강한 생명들이 진정한 윤회를 유지할 수 있도록 더 늦기 전에 배려해야 할 불가의 책임 있는 도리가 거기에 있지 않을까.

박병상
현재 인천 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 대표. 저서로 《굴뚝새 한 마리가 GNP에 미치는 영향》,《파우스트의 선택 - 생명공학의 위험성과 비윤리성》,《내일을 거세하는 생명공학》,《생태학자 박병상의 우리 동물 이야기》,《참여로 여는 생태공동체- 어느 근본주의자의 환경 넋두리》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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