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경 동국대 컴퓨터멀티미디어학부 교수

불가의 보살들 가운데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보살은 관세음보살로서 대자대비의 마음으로 중생을 구제하고 제도하는 보살이다. 우리나라와 중국에서 널리 숭앙되는 보살로는 지혜의 보살인 문수보살, 저승에 있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지장보살과 보살행의 실천과 의지를 대변하는 보현보살 등이 있다.

또한 티베트에서는 관세음보살과 문수보살, 그리고 금강저를 들고 불법 수호하는 집금강보살이 가장 널리 숭앙받는 보살이다. 그리고 다음 세상의 부처이자 현세의 보살로 묘사되는 미륵보살은 대승불교와 상좌부 불교 모두에서 숭앙받는 유일한 보살이다.

대승불교가 확립되고 나서 보살의 의미는 확대되어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듯이 누구나 보살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넓은 의미로 보살이 될 수 있는 자는 재가신도를 포함하여 무한히 많은 개체까지 포함하기도 한다. 대승불교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보살이 행하는 길인 보살행은 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지혜인 육바라밀이라고 한다. 그중에서 제일 으뜸이 보시이다. 보시란 널리 베푼다는 뜻의 말로서 자비의 마음으로 다른 이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베풀어 주는 것을 뜻한다. 이런 보시 행위는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에서 서로 간에 기쁨과 환희를 가지게 하는 속성이 있다.

그러면 과연 무엇이 보시인가라는 화두를 던지게 되면, 누구나 막연하게 생각되고 답이 나오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어려운 말 자체에 꽉 눌리게 되고 움직이지 못하여 생각마저 나지 않게 되며 결국 행동으로도 옮겨지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보살행을 수행하는 자는 이웃의 아픔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여 그 고통을 조금이라도 나누어 가지게 된다. 이것은 무한한 봉사와 희생을 통해서 이웃이 행복하게 되면 나도 행복해지게 된다는 것이다. 보살은 불경 속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현실과 생활 속에 있다. 내가 부자이고 권력이 있어서 남을 도우는 것은 자기과시적인 행동이지 진정한 보살행의 보시는 아닐 것이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강의를 하는 나는 학생들에게 항상 남에게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라고 강조한다. 대학이라는 집단에서 대학사회를 구성하는 대학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우선적으로 지식일 것이다. 그러나 지식습득만이 대학의 본 기능은 아니다. 대학이라는 공간적 형태에서 타인과의 인연을 맺어 가는 가운데서 인과관계가 생기며 그것으로 인하여 실사회에 진출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런 대학사회의 장에서 학생들이 가져야 할 덕목은 무엇보다도 남에 대한 배려일 것이다. 이 배려하는 마음이야말로 육바라밀의 첫째인 보시를 행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서 있는 사람은 나부터라는 생각보다 자신에게 허물이 있는가를 먼저 살피게 되고, 남의 생각이나 행동에 대하여 비판하기 전에 나의 잘못됨은 없었나를 생각하게 된다. 또한 내가 먼저 음식을 배불리 먹기 전에 다른 사람의 배고픔을 생각하게 되고, 다른 사람의 아픔을 나의 아픔으로 생각한다. 그러므로 남을 먼저 배려하는 마음이야말로 실제 생활에서 자신의 탐심과 성냄을 줄일 수 있으며 한결같이 다른 학우들과 학덕을 쌓아 갈 수 있다. 이처럼 남을 배려하는 하는 보시야말로 참다운 가치가 있는 보살행의 시발일 것이다.

인터넷상에서 교사가 쓴 에세이를 읽은 적이 있는데 거기에서 “나는 과연 어떠한가……. 진정 내 제자를 위해 단 한번 의 진정한 기도라도 하였는가.”라는 내용을 읽고 참으로 가슴이 뭉클해진 적이 있다. 그렇듯이 과연 우리는 남이 잘 되도록 기원을 한 번이라도 하였는지 자문자답을 해 볼 필요가 있다. 아마 그 글을 쓰며 반성했던 교사는 학생들에게 이미 많은 보시를 하며 가르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진정으로 교사라는 직업을 생계를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했다면 이런 반성과 아울러 학생을 위한 보시의 기원이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난해에 모 그룹의 회장이 리더십에 대하여 강연회를 하는 것을 들었다. 리더가 리더십을 위해 갖추어야 할 요건 들을 설명하는 가운데 조직의 비전과 조직원과의 의사소통을 우선으로 삼았다. 회장이 조직을 거느리고 작은 회사를 그룹으로 키우기까지 느낀 점이 많았기에 이와 같은 말을 하였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조직원들과 의사소통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것도 일에 대한 열정이 있기 때문으로 본다. 그러나 무조건 열정과 추진력만 갖고 일을 하면 여러 가지 난관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일을 추진할 때는 항상 그 일에 해당하는 상대가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가 의사소통을 강조한 것은 사원을 배려하고 고객을 배려하는 마음인 보시라는 마음을 실천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런 말이 나왔을 것이다. 만약에 자신이 회장이라고 하는 고정관념으로 조직원들에게 권력이나 행사하듯이 하였더라면 이러한 생각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얼마 전 우리는 새로운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뽑았다. 새롭게 선출된 정치 리더들은 국가를 발전시키고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하여 새로운 여러 정책을 발표하고 또한 그동안 시행해 왔던 여러 정책을 수정하고 진행할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정치 리더들 모두 다 국가와 지방을 발전시키려고 하고 있으며 국민을 잘살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리더들은 국가와 국민을 위하여 얼마나 많은 보살행을 할 것이며 또한 하고 있는가를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정부와 회사 그리고 학교도 마찬가지로 조직을 거느리고 일을 하는 리더는 항상 먼저 마음을 열고 상대자와 대화를 하여야 한다. 정부는 국민과 회사는 사원과 학교는 교직원과 단체는 조직원과 대화를 할 때, 의사소통이 이루어질 때 일에 대한 열정을 일으키게 되고, 추진력을 갖게 하는 원천이 되는 것이다. 상호 간의 대화는 권력을 장악하기 위함도 아니고 권세를 누리기 위함도 아니다. 대화는 상대를 배려하는 보시를 행하게 되는 지름길이며 어려운 문제도 간단히 풀어 갈 수 있는 방법이 된다.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가는 리더들이여! 보살행을 얼마나 잘 실천하고 있는가를 답하여 보라. 이 보살행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리더는 먼저 마음의 문을 열고 상대방에게 따뜻함과 편안함으로 배려해 주고 웃음 한 번 더 주면 그것이 바로 보살행을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리더 자신은 실생활에서 탐심과 성냄이 없이 보살행을 실천하는 불자가 되면 사회는 더 따뜻해지고 반목과 질시가 사라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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