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구 / 부산외대 태국어과 교수

1. 동남아의 종교

동남아 지역의 종교 분포를 대별하면, 태국·미얀마·라오스·캄보디아·베트남을 포함하는 대륙부 동남아의 불교권, 말레이시아·브루나이·인도네시아·필리핀 남부 지역을 포함하는 도서부 동남아의 이슬람권과 필리핀의 중부와 북부 지역의 기독교권으로 나눌 수 있다.

또 다른 한편으로 한 국가 내에서 다수민족이 믿는 종교와 소수민족이 믿는 종교(도교, 유교, 기독교, 이슬람교, 힌두교, 정령숭배)가 서로 구분되어 공존하기도 한다.

동남아 지역에 가장 일찍 그리고 가장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친 것은 인도 문화였다. 기원 전후부터 시작하여 적어도 13세기까지 인도 문화는 지속적으로 대륙부 동남아뿐 아니라 말레이반도, 수마트라, 자바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에 영향을 미쳤다. 그래서 고대 동남아에 형성된 왕국들의 대부분은 힌두―불교 국가의 성격을 띠었다.

13세기에서 17세기에 이르는 기간은 동서교역이 활성화됨에 따라 동남아와 인도, 아랍, 유럽과의 해상교역이 크게 발전하는 시기이며, 동남아 지역 내에 종교적인 분화가 본격화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대륙부 동남아에서는 새로 도입된 상좌부불교(Theravada Buddhism)의 영향 아래 불교화가 활발히 진행되었다. 그러나 베트남만은 대승불교가 성행했다. 또 도서부 동남아에서는 이슬람과 기독교가 서로 경합하는 가운데 그 영향력을 확대하였다.

위의 지식을 독자들과 공유하면서 국내에서 그동안 이루어진 동남아 불교연구 현황을 살펴보도록 한다.

2. 자료의 검색

이 글에서 필자는 동남아 불교의 종교적·철학적 측면의 연구를 제외하고 지역학적인 차원의 연구 현황만을 정리해 보았다.

필자는 다음과 같은 국내 동남아 관련 대표적인 학회, 연구소 및 기타단체에서 발행하는 저널지와 단행본 등을 검색해 보았다; 한국태국학회(www.k-thaistudies.or.kr) 〈한국태국학회논총〉, 한국동남아학회(www.kaseas.org) 〈동남아시아연구〉, 한국외국어대학교 동남아연구소 〈동남아연구〉, 국제지역학회(iaas.web.riss4u.net)〈국제지역연구〉, 한국베트남학회(kavs.web.riss4u.net) 〈베트남 연구〉, 한국동남아연구소(http://www.kiseas.org), 한국외국어대학교 외국학종합연구센터(segero.hufs.ac.kr)〈국제지역연구〉, 서강대 동아연구소(www.eastasia.re.kr)〈동아연구〉, 성균관대 동아시아지역연구소 〈동아시아 브리프〉(dajy.skku.edu.), 한국외국어대학교(www.hufs.ac.kr)와 부산외국어대학교(www.pufs.ac.kr) 출판사 출판목록 등을 검색했다.

3. 동남아 불교 관련 연구자료

    • 김성원, 2005, 〈미얀마 국가권력과 승가〉, 《동남아시아연구》 15권 2호, 한국동남아학회.
    • 김애경, 2000, 〈태국불교개혁운동에 관한 연구〉, 부산외대 아주지역학과 석사논문.
    • 김영애, 2001, 〈쑤파씻 프라루엉을 통해 본 태국인의 불교적 가치관〉, 김영수 외, 《동남아의 종교와 사회》, 서울: 도서출판 오름.
    • 김홍구, 1996. 〈태국불교와 정치적 정통성〉, 《동남아시아연구》 4호,한국동남아학회.
    • 김홍구, 1998a, 〈입헌군주제하에서의 태국 국왕의 카리스마와 정치적 역할: 푸미폰(Bhumibol Adulyadej) 국왕을 중심으로〉, 《국제지역연구》 7권 1호, 서울대 지역종합연구소.
    • 김홍구, 1998b, 〈라오스의 승가와 국가권력〉, 《동남아시아연구》 6호, 한국동남아학회.
    • 김홍구, 1999, 《태국학입문》, 부산외대 출판부.
    • 김홍구, 2001, 〈상좌부 불교의 정치적 영향력〉, 《21세기정치학회보》 11권 2호, 21세기 정치학회.
    • 김홍구, 2005, 《태국불교의 이해》, 부산외대 출판부.
    • 김홍구, 2006, 《한 권으로 이해하는 Thailand》, 부산외대 출판부.
    • 다야라트네 에드리씽헤, 1980, 〈스리랑카의 불교교육, 한국불교, 무엇을 할 것인가〉, 《불광》 65, 佛光會.
    • 박장식, 2001, 〈현대 미얀마의 종교적 갈등: 그 원인과 배경〉, 김영수 외, 《동남아의 종교와 사회》, 서울: 도서출판 오름.
    • 소병국·조흥국, 2004, 《불교군주와 술탄》, 서울: 전통과 현대.
    • 송정남, 2000, 〈베트남의 불교〉, 한국베트남학회 편, 《경제개혁으로 21세기를 여는 민족주의의 나라 베트남》, 한국외국어대학교 출판부.
    • 송위지, 1993, 〈스리랑카에서의 카스트의 변동: Pali佛典을 중심으로〉, 《동남아연구》 2호, 한국외국어대학교 동남아연구소.
    • 송위지, 1995, 〈스리랑카에서의 불교 부흥 운동〉, 《다보》 14, 대한불교진흥원.
    • 송위지, 1997, 〈상좌부 불교국가에서의 종족 갈등에 관한 연구 : 스리랑카를 중심으로〉, 《국제지역연구》 1·3(’97.10), 한국외국어대학교 외국학종합연구센터.
    • 송위지, 2001, 〈상좌부 불교의 의식에 관한 소고 I 스리랑카의 불교를 중심으로〉, 《신종교 연구》 제4집, 한국신종교학회.
    • 안양규, 2001, 〈인도 및 동남아 불교의 이상인간〉, 서울대학교 종교문제연구소, 《종교와 문화》 7권, 단일호.
    • 유인선, 2005, 〈베트남 여조(黎朝)의 성립과 유교이념의 확립: 불교이념으로부터 유교이념으로〉, 《동아연구》 48집, 서강대학교 동아연구소.
    • 이수창, 1991, 〈스리랑카에서의 佛敎硏究 現況〉, 《불교》 4(’91.11), 공동체 동국대학교불교학과.
    • 이은구, 1996, 《버마 불교의 이해》, 서울: 세창출판사.
    • 이은구, 1999, 〈미얀마의 불교〉, 양승윤 외, 《신비한 불교문화와 가능성의 나라 미얀마》, 한국외국어대학교 출판부.
    • 조흥국, 2001, 〈불교적 이상과 정치적 욕망: 18세기 말 태국 국왕들의 불교관 비교연구〉, 김영수 외, 《동남아의 종교와 사회》, 서울: 도서출판 오름.
    • 조흥국, 2007, 《태국: 불교와 국왕의 나라》, 서울: 소나무
    • 최재현, 2003, 〈미얀마 버마족의 생활 리듬과 불교〉, 《국제지역연구》 7권 2호, 국제지역학회.
    • 최창성, 1975, 〈타이정치에 미친 불교의 영향〉, 한국외국어대학교 아주지역연구학과 석사논문.
    • 편무영, 2000, 〈스리랑카의 불교와 웨삭〉, 《민속학연구》 7(2000.8), 국립민속박물관.
    • Nandaratana, Inamaluwe Thero, 2002, 〈상좌부 불교의 현황 :스리랑카를 중심으로〉, 《불교평론》 제4권 제4호, 통권 제13호(2002. 겨울), 불교평론사.

*위 관련 자료 중 스리랑카에 관한 연구현황을 조사한 것은 동남아 불교의 원향이 스리랑카라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위 자료를 중심으로 지금까지 연구의 몇 가지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본격적인 동남아 불교 연구는 동남아 지역 연구가 활성화되는 1990년대 이후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지만 동남아 사회에서 불교가 차지하는 중요성에 비해서 이에 대한 연구는 매우 빈약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현재까지 연구 결과는 동남아의 불교라는 거대한 주제에 대해 빙산의 일각을 건드린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연구 인력이 극히 제한적이며 비전공자에 의한 개관적 연구가 많았고 심층적인 연구가 부족하다. 동남아 불교에 관한 전공학자가 극히 부족한 실정에서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는 지역 연구자들이 전공분야를 벗어나 외도하는 경우가 다수다. 예컨대 정치학, 언어학 또는 문학을 전공한 자가 불교를 연구하는 식이다.

셋째, 주제영역이 대단히 편향적이다. 또 한두 사람의 연구자에 의해서만 단편적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공통의 주제에 대한 연구자들 간의 생산적 토론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넷째, 연구 지역이 극히 한정되어 있다. 태국과 미얀마 불교에 관한 연구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도서부 동남아 국가의 불교 연구는 전무한 실정이다. 캄보디아와 라오스에 대한 연구가 미미한 것은 이 지역을 연구하는 지역 학자들이 극소수거나 부재한 현실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이다. 베트남을 연구하는 국내 지역연구 학자들은 수적으로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불교에 관심을 갖고 있는 학자들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도서부 동남아의 경우 13세기 후 이슬람교가 전파되기 시작해 불교가 발전되지 못했다. 이 지역을 연구하는 국내 학자들 대부분은 이슬람 연구에만 치중하고 있다.

이상과 같은 동남아 불교 연구의 문제점을 개선하여 연구를 활성화 시킬 수 있는 방법 중 한 가지를 제시하면 지역 전문가와 분과학문으로서 불교를 전공한 학자들 간의 학문적 교류와 소통을 통한 학제 간 연구를 촉진시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연구인력, 주제영역, 연구지역을 확대시키고 연구의 질을 제고시킬 수 있을 것이다.

4. 연구 경향

살펴 본 바 같이 동남아 불교 연구는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고 몇 사람에 의한 단편적인 연구가 진행되었기 때문에 의미 있는 일정한 연구경향을 측정한다는 것은 무리일 수 있겠다. 이 글에서는 동남아 불교와 관련한 개설서와 비교 가능한 몇 편의 글을 통해 연구 경향의 한 흐름을 알아보는 데 만족하기로 한다.

① 단행본

본격적인 개설서로서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서는 부분적으로 보완되어야 할 부분도 있지만 동남아 불교에 대한 지적인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두 권의 책이 출간되어 있다.

이은구의 《버마 불교의 이해》(1996)는 모두 6장으로 구성된다. 1장은 불교교단의 형성, 불교의 전파와 불교의 분류 등을 다루었다. 2장은 더가웅 건국설화, 터예킷터야의 부다 순례 전설, 셰다곤 파고다 건립 전설, 거윙파티 장로와 부다 순례 전설, 투우나부미 개교 전설, 부다고타 전설 등 버마 불교 전래의 전설을 소개하고 있다.

 3, 4, 5장에서는 각각 버강시대 이전, 버강시대, 버강시대 이후 시기(핑야·사가잉 왕조시대, 잉와 왕조시대, 바고 왕조시대, 타웅구·냐웅아 왕조시대, 아라웅파야 왕조시대, 영국 식민지 시대의 불교, 독립 후 불교 부흥운동)의 불교사를 다루고 있다. 마지막으로 6장은 버마 불교의 특징을 개괄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김홍구의 《태국 불교의 이해》(2005)는 태국 불교 입문서로 다양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이 책은 모두 13장으로 구성된다. 1장은 불교의 성립, 교리해설, 발전과정을 다루고 있다. 2장은 불교 해외포교의 원조격인 인도의 아쇼카 대왕 이래 오늘날 태국을 포함하는 쑤완나품 지역으로의 불교 전파과정을 다루고 있다.

3, 4, 5장에서는 각각 쑤코타이 왕국, 아유타야 왕국, 톤부리 왕국과 랏따나꼬씬 왕국의 불교사를 다루고 있다. 6장 태국의 승가법Ⅰ에서는 태국 최초로 승가법을 제정한(1902년) 이래 두 차례의 승가법(1941, 1962년) 제정과 개정운동 전개과정 및 승가 내부의 갈등을 다룬다. 7장 태국의 승가법Ⅱ에서는 1962년 승가법(1992년 마지막으로 개정) 전문을 번역해놓았다.

8장은 경제개발정책과 승가의 참여를 다루었다. 9장 불교개혁운동의 다양화는 현재 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원 중심의 불교운동을 다루고 있다. 10장에서는 태국 불교의 특징과 일반적인 상식을 설명하였고 11장은 널리 사용되고 있는 테라바다불교 웹사이트를 소개했다. 12장과 13장은 각각 태국과 라오스에서의 불교와 정치 사이의 관계를 다룬 논문이 수록되었다.

이 외에 단행본의 일부에 동남아 불교 관련한 개괄적 소개를 담고 있는 것은 김홍구의 《태국학입문》(1999), 《한 권으로 이해하는 Thailand》(2006), 양승윤 외 《신비한 불교문화와 가능성의 나라 미얀마》(1999), 한국베트남학회 편 《경제개혁으로 21세기를 여는 민족주의의 나라 베트남》(2000), 조흥국의 《태국: 불교와 국왕의 나라》(2007) 등이 있다.
  
② 논문

개설서적인 수준의 논문이나 저서와는 달리, 보다 이론적인 관심에서 출발해 특정 주제에 대해 심층적인 분석을 시도한 몇 편의 글들을 비교해 본다.  

김홍구는 〈태국 불교와 정치적 정통성〉(1996)에서 역사적 맥락에서 불교와 정치권력의 정통성 사이의 상관관계를 고찰하고 있다.

13C 중엽 쑤코타이 왕국 이래 도입된 태국 불교의 교리는 태국 전통사회의 사회질서와 정치체제를 이론적으로 정당화하는 데 사용되었다. 불교의 정치적 정당화의 기능이 수세기 동안 발전되어 오면서 독립된 정치적 실체로서 불교의 승가(sangha)의 존재와 번영은 국가 안보와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불교의 교리는 정치권력을 장악하고 행사하는 데 사용되었다.

태국 사회의 계서구조는 불교교리에서 언급한 우주구조를 반영하는 것이었고 사회 계서구조 속에서의 인간의 지위는 업(業, kamma)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서 불교는 태국인에게 사회·정치적 질서에 대한 집단적 충성심(collective allegiance)을 유도하는 공통의 지적·문화적 정체성을 제공하게 되었으며 불교, 승가, 왕권 및 정치체제가 상호 밀접하게 영향을 미치는 불교 정치체제(Buddhist Polity)라는 독특한 정치체제가 형성되었다.

뿐만 아니라 전통 태국 사회가 구조적으로 변화하는 과정 속에서도 태국의 불교는 여전히 사회·정치적 질서의 정당성 부여 기능을 계속하고 있으며 정치권력 행사의 주요한 이론적, 의식적 기반으로서의 역사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불교의 교리는 전통적인 절대군주제의 정치체제는 물론이고 1932년 입헌혁명으로 민주주의가 도입된 이후에도 정치 권위와 정치권력 행사를 정당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김홍구는 〈라오스의 승가와 국가권력〉(1998)에서 라오스에서 승가와 정치엘리트와의 관계가 역사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전통왕조, 프랑스 식민정부, 사회주의 정권 시기로 구분하여 고찰하고 있다.

전통왕조시대에 통치이념으로 채택되었던 불교는 식민정부의 반(反)불교정책으로 인해 정치적 영향력을 크게 상실하였으며, 독립 이후에는 라오스 국왕정부와 공산주의계인 파테트라오 간의 대립과정에서 정치적 자원으로 활용되었다. 사회주의 국가 설립 이후에는 불교를 사회주의 이념과 체제 안에 종속시키는 불교의 사회주의화가 진행되었으나, 최근 사회주의 체제가 위기를 맞이하자 불교에 대한 국가의 통제가 약화되고 불교의 전통의례가 부분적으로 부활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김홍구는 2001년 위 두 편의 글을 발전시킨 〈상좌부 불교의 정치적 영향력〉에서 태국과 라오스 승가와 국가권력 간의 전통적인 관계가 근대 이후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가를 역사적인 맥락에서 비교 분석하고 있다. 이 글은 동남아 국가의 승가와 국가권력 사이의 전통적 관계가 특정한 정치적 환경 속에서 어떻게 변화되어 가는가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사례연구라고 볼 수 있다. 

조흥국은 〈불교적 이상과 정치적 욕망: 18세기 말 태국 국왕들의 불교관 비교연구〉(2001)에서 태국의 왕권과 불교의 정치적 이념, 승가와의 관계에서 보이는 몇 가지 유형을 역사적 사례를 통해 제시하고 있다.
그는 승가에 대한 후원과 통제의 관계에서 불교를 개혁하기 위해 노력한 전형적인 태국 왕으로서 18세기 말에 활동했던 딱신과 라마 1세의 불교적 행위들과 그 행위들과 연관된 그들의 불교관을 재해석하며, 출가하여 불문에 귀의한 전형적인 왕으로서 역시 18세기 후반기에 살았던 우툼폰(Uthumphon)왕의 불교적 행적을 역사적으로 고찰하고 그의 출가의 불교적 의미를 분석하며 그 종교적 동기를 분석한다. 이 연구는 불교군주의 출가행위를 분석함으로써 태국의 왕권과 불교 간의 관계에 대한 연구에서 그동안 간과되어왔던 중요한 한 측면을 학문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김성원은 〈미얀마 국가권력과 승가〉(2005)에서 전통시대 이래 불교와 정치적 정당성 사이의 관계를 규명하고 양자간의 관계가 오늘날의 군사 권위주의 정권의 정당성을 규정짓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미얀마 역사에 있어서 최초의 통일국가인 버강이 형성된 11세기 이래 통치자인 왕과 승려집단인 승가는 국가를 이끄는 쌍두마차였다. 승가는 불교의 업 사상과 전륜성왕(轉輪聖王)적 지배의 당연성을 국민들에게 역설했으며 왕은 불교를 진흥하고 승가를 보호했다. 불교에서 왕은 전생의 공덕(功德)에 의해 현세의 왕으로 결정된 것이므로 국민들은 그 지배권을 무조건 인정해야 한다고 가르쳤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왕은 절대적 권력을 지닌 이상적 지배자인 전륜성왕이 되어야 한다고 가르쳤다.

이렇게 왕과 승가를 떠받치는 국민들은 외형적으로는 왕에 복종하고 정신적으로는 승가에 의지하다 보니 자신들의 인권이나 자유 신장을 외치기가 쉽지 않았으며, 오히려 자신들이 절대시하는 불교를 보호하는 지배자를 자신들의 보호자로 여기는 경향이 생겨났다. 이후 이러한 경향이 고착화되면서 권위적인 지배권을 허용하는 정치문화가 나타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나타난 지배자와 승가의 동반자적 관계는 19세기 말 영국이 미얀마의 지배를 대신하면서 휴지기를 가져왔다. 그러나 이 시기에도 국민들은 여전히 승가에 의지하고 있었고 해방 후 우 누의 문민정권이 들어서면서 이 관계는 다시 복원되었다. 현재의 군부정권에서도 이 관계는 그대로 유지되는 속성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도 국민들의 종교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켜줌으로써 정권 유지의 정당성을 확보 받으려 하고 있는 점에서 이러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상의 연구들이 주로 종교와 국가 간의 관계를 다루고 있는 데 반해 박장식은 〈현대 미얀마의 종교적 갈등: 그 원인과 배경〉(2001)에서 종교와 종족 간의 관계를 다루고 있다. 그는 미얀마의 소수민족인 까렌족과 로힝자족의 분리운동에 대한 사례분석을 통해 종족분쟁이 최근 종교분쟁의 성격을 띠게 되었음에 주목하고 있다.

미얀마의 종족분쟁은 영국 식민지배기의 ‘분리와 지배’ 정책에 의해 다수민족인 버마족과 소수민족집단을 분리 통치한 데에서 기원하는데, 까렌족을 포함한 소수민족을 대상으로 한 기독교 선교활동의 결과 불교도인 버마족과 기독교화한 소수민족 간에 종교적 분화가 발생하였다. 한편 로힝자족은 영국 식민지배기에 지금의 방글라데시에서 이주해온 무슬림이다.

미얀마의 독립 직후 우 누 정권이 불교를 국교로 삼는 정책을 취한 반면, 1962년 쿠데타로 집권한 네윈 군사정권은 버마식 사회주의를 내세우며 불교를 정치에서 배제하는 정책을 실시하였다. 1988년의 전국적인 민주화 운동 이후 친위 군부쿠데타로 집권한 ‘국가법질서회복평의회’(SLORC)는 그들의 취약한 정치적 정통성을 극복하기 위하여 불교에 접근하였다.

로힝자족과 까렌족의 분리운동에 대한 ‘국가법질서회복평의회’의 대응전략은 이들을 각각 무슬림과 불교도 간의 대립, 기독교도와 불교도 간의 대립이라는 종교분쟁의 양상으로 유도함으로써 이들 소수민족에 대한 탄압을 통해 정권의 종교적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다.

또 다른 연구경향을 보여 주고 있는 김영애와 최재현은 불교에서 유래한 국민적 가치관과 불교와 생활문화와의 관계를 분석하고 있다.

김영애는 〈쑤파씻 프라루엉을 통해 본 태국인의 불교적 가치관〉(2001)에서 쑤코타이 왕조 때 만들어진 ‘쑤파씻 프라루엉’이라는 속담집이 태국국민들에게 불교적 가치관을 전통시대 이래 오늘날까지 주입시켰음을 지적한다. 쑤파씻 프라루엉은 불교적 윤리를 기초로 하여 태국인의 고유한 문화와 가치관을 형성하고 국가적 통합을 이룩하고자 하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으며 과거뿐 아니라 현재까지도 태국인의 가치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재현은 〈미얀마 버마족의 생활 리듬과 불교〉(2003)에서 미얀마의 불교와 생활문화의 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미얀마인들은 출가자에게 공양을 일상화하거나 직접 출가자가 됨으로써 공덕행위를 한다. 미얀마인들의 일생을 규정짓는 가장 중요한 불교의식은 득도식인 싱뷰의식이다. 이 의식은 보통 12세 때 행해진다. 이 의식은 중요한 공덕행위가 될 뿐 아니라 불교사회에서의 성인이 됨을 인정하는 의식이 되기도 하다. 이 같은 공덕행위와 의식 등을 통해서 불교는 미얀마인들의 생활문화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 ■

 

김홍구 / 부산외국어대학교 태국어과 교수.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관계연구학과 정치학 박사. 불교 관련 주요저서와 논문으로는 《태국 불교와 정치적 정통성》(1996), 《라오스의 승가와 국가권력》(1998), 《상좌부 불교의 정치적 영향력》(2001), Some Buddhist Lessons in The Asian Debate(2002), 〈태국 불교의 이해〉 (2005)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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