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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불교계, '황우석 미망'에서 깨어나라"
[0호] 2006년 04월 20일 (목) 불교평론 편집부

[프레시안 강양구/기자]

 "왜 불교가 다른 이웃 종교에 대해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지 스스로 화가 날 지경이다. (…) 교단의 지도적 위치에 있는 분들이 나서 의혹에 휩싸인 황우석 박사의 연구 내용과 연구 과정에 대해 애정 어린 걱정과 불자로서 한 점 부끄럼 없는 학문적 자세를 주문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 일부 스님들과 불교 단체들이 황 박사에게 보이고 있는 태도들은 그 순서가 뒤바뀐 것이 아닐까."

황우석 사태 내내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던 불교계의 행태를 따끔하게 비판하는 목소리가 불교계 내부에서 제기돼 주목된다. 진리탐구를 생명으로 하는 과학자의 일탈 또는 범죄 행위에 대해 불교계가 '종교적 음모론'을 들고 나와 사태의 본질을 오도하고 있다는 것이 이 비판론의 핵심이다.

"사태의 본질은 '논문 조작'…왜 곁가지에 매달리나"

허남결 동국대 교수(윤리문화학과)는 최근 발행된 〈불교평론〉 2006년 봄호(제8권 제1호)에 실린 '황우석 사태로 본 불교윤리의 대사회적 대응전략 재고'라는 글에서 "황우석 박사의 '논문 조작 사건'의 본질은 과학적 진실성과 연구용 난자의 공급을 둘러싼 도덕성 문제이지 결코 개인의 성품이나 말솜씨, 그리고 그가 신심 깊은 불자라는 사실에 있는 것이 아니다"며 "불교계 일각의 황우석 지지자들이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거나 애써 알려 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조만간 발표될 검찰 수사 결과는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발표 내용을 사실관계 면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밝혀줄 수 있을지언정 2004년도와 2005년도 논문의 과학적 의미, 즉 데이터 조작 혐의를 근본적으로 뒤집을 수는 없다"며 "다시 말해서 황우석 박사가 주장하는 이른바 '환자 맞춤형 체세포 복제배아'와 이를 뒷받침하는 '원천 기술'이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바뀌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허 교수는 "여기서 누가 조작을 지식하고 이를 누가 주도적으로 수행했으며 또한 연구비를 어떻게 집행했는지는 그야말로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라며 "이를 인식하지 못한 불교계 일각의 황우석 지지자들은 정확한 사실판단보다는 성급한 가치판단의 포로가 돼 버린 것 같다"고 꼬집었다.

"황우석 맹목적 지지…불교계 균형감각 잃어"

허남결 교수는 이어 "불교윤리의 전통에서 본다면 생명공학을 비롯한 인간의 모든 행위는 탐욕과 성내는 마음과 어리석음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있지 않으면 안 된다"며 불교윤리의 본질을 전제한 뒤 황우석 씨의 행위가 과연 불교윤리에 부합했는지를 조목조목 따졌다.

허 교수는 "(황우석 박사를 비롯한) 해당 연구자들은 한사코 부인하지만 이미 그 연구에는 자본주의적 상업성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연구 후원자와 연구자 사이의 관계는 서로 이익을 염두에 둔 거래를 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황우석 박사의 연구는) 인류에게 이렇다 할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지 못한 반면에 난자 제공자인 여성의 인권 침해부터 우생학 프로그램의 부활 가능성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불안을 낳고 있다"며 "더구나 미국, 유럽에서 생명윤리 문제를 염두에 두고 복제배아 줄기세포보다 잔여배아를 이용한 줄기세포 연구나 성체 줄기세포 연구에 연구 역량을 집중하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장차 인류의 복지에 기여할 수많은 과학기술 가운데 유독 황우석 박사가 주도하고 있는 복제배아 줄기세포 연구에만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듯한 불교계 일부의 분위기는 어딘가 균형감각을 잃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덧붙였다.

"1600여 년이 넘는 불교가 '가톨릭 음모론' 언급해서야"

허남결 교수는 불교계 일부의 '가톨릭 음모론'도 일축했다. 허 교수는 "가톨릭 교회가 성체 줄기세포를 주도하고 있는 만큼 불교계는 다른 분야를 찬성해야 한다고 강변하는 데는 할 말을 잃고 만다"며 "성체 줄기세포 연구가 난치병 치료를 목적으로 개발돼 온 기술인 반면 후자가 동물의 품종 개량, 즉 우생학적 수요에 의해 발전돼 온 기술이라는 과학적 사실에는 왜 눈을 감느냐"고 개탄했다.

허 교수는 "이번 사태의 핵심은 종교적 입장의 차이가 아니라 진리탐구를 생명으로 하는 과학자가 그 절차를 의도적으로 조작하고 결과를 왜곡했다는 범죄 행위에 있다"며 다시 한번 황우석 사태의 본질을 강조한 뒤 "(이 땅에서) 1600년이 넘는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 불교가 종교적 음모론을 들먹인다면 이는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옹색하고 성급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더 나아가 허 교수는 '황우석 박사가 불자가 아니라 가톨릭 신자였다면 하루아침에 사기꾼으로 매도당했겠는가'라며 황 씨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일부 불교계 움직임에 대해 "천주교 평신도협의회 측에서 황우석 박수는 본래 '안드레이아스'라는 세레명을 가진 천주교 신자임을 상기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불교계의 모양새가 여러 모로 우습게 됐다"고 꼬집었다.

"불교윤리의 핵심은 생명존중에 있다"

허남결 교수는 결론적으로 불교윤리에 대한 불교계의 일대 각성을 촉구했다. 불교윤리의 핵심이 생명존중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는 것.

허 교수는 "현재 불교계의 전반적 분위기는 생명의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기(불살생계)보다는 다른 사람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이타행의 관점(요익중생계)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흐름은 불교윤리의 기본 정신을 망각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허 교수는 "불교적 상식으로 볼 때도 불살생계야말로 불교윤리의 기본 정신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다"며 "이 불살생의 전통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정신이야말로 역설적으로 다른 사람들의 생명을 보호하고 배려할 수 있는 다른 의학적인 대안 모색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남결 교수는 마지막으로 "종교나 윤리는 모든 측면에서 과학보다 포괄적일 필요가 있다"며 "불교는 지금부터라도 전체가 아니라 단지 그 일부에 불과한 생명공학의 발달에 일희일비하며 섣부른 반응을 보이기보다는 불교야말로 다른 어떤 종교보다도 생명을 중시하는 부처님의 가르침이라는 더 우주적인 차원에서의 종교적 이미지를 각인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강양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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