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헌법 제20조 제2항은 “국교는 인정되지 않으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종교시설투표소 설치’ ‘학내종교자유 문제’ ‘알고가 사찰 정보 누락’ 등 종교 편향 사건이 잇따르면서 종교계, 학계, 시민사회단체 등을 중심으로 종교와 정치권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시국법회추진위가 지난 15일 서울 조계사에서 108참회 기도회를 열고 정부의 ‘종교편향’을 꾸짖었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종자연)은 지난 8일 만해 NGO센터에서 ‘종교자유와 정교분리의 현주소’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고, 계간 ‘불교평론’은 여름호에서 ‘종교와 정치권력’이란 제목의 특집을 마련했다. 바른교회아카데미는 7일부터 9일까지 경기도 용문 벨라지오 호텔에서 ‘교회의 공적 책임’이란 주제의 세미나를 열었다. 또한 불교계는 이명박 정부의 종교 편향을 규탄하면서 공무원의 종교 편향 금지 법제화를 요구하는 집회를 잇따라 열고 있다.

◇ 종교자유와 정교분리(종자연 심포지엄) = 서강대 박광서 교수는 개회사에서 “종교 편향 사건이 잇따라 터져 나오는 것은 공무원들의 ‘종교적 줄서기’와 함께 공공기관과 공직자들이 종교 중립에 대한 의식이 매우 미흡하거나 무지한 탓”이라고 지적했다. 허진민 변호사는 “각종 선거에서 지속적으로 교회가 투표 장소로 사용되면서 정교분리의 원칙이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기현 변호사는 “대광고가 ‘예배’라는 이름으로 수업을 하는 것은 초·중등교육법 위반”이라며 강의석씨가 2심에서 패소한 소송 결과를 비판했다.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이효원 연구원은 논평에서 “공직자의 중립과 정교분리를 위해서는 급변하고 있는 종교계와 사회의 변화에 맞춰 종교관련법이 제ㆍ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종교와 정치권력(불교평론 특집) = 중앙승가대 유승무 교수는 ‘불교평론’ 특집의 ‘종교권력 현상의 문제점’이란 논문에서 “최근 한국 사회에서는 새로운 종교권력 현상(‘정치권력-매개-종교권력’)이 발생했고 또 발생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호남신학대 이진구 교수는 “이른바 ‘장로대통령론’이 일부 교회 지도자들의 입과 몸짓을 통해 교회 안에 급격히 확산되었다”며 “교회와 국가는 자신의 고유한 활동영역을 유지하면서도 서로에 대한 건전한 감시의 시선과 비판적 충고를 하는 긴장관계를 맺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 교회의 공적책임(바른교회아카데미 세미나) = 장신대 이형기 교수, 서울신학대 최형근 교수, 실천신학대학원대학 조성돈 교수 등이 교회 공적 책임의 신학적 당위성, 한국교회 갱신을 위한 공적 신학 확립과 공적 복음의 회복, 시민사회 속의 기독교회에 대한 주제발표를 하고 토론했다. 조성돈 교수는 “하나님의 나라는 장로가 대통령이 되거나 많은 교회가 세워지는 것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정의, 그리고 평화라는 성경의 중요한 가치들이 이 땅의 운영 원리가 될 때 가까워진다”고 말했다.

◇ 불교계, 종교 편향 금지 법제화 요구 = 종교 편향을 막기 위한 상설조직으로 개편한 시국법회추진위원회는 16일 조계사에서 ‘108참회 시국기도회’를 열고 “이명박 대통령 임기 중 종교 편향 개연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지속적인 감시활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 등 불교 단체들이 참여하는 ‘종교편향 종식 불교 연석회의’는 15일 공무원의 종교 편향 금지를 법제화하고 편향 시비를 일으킨 공무원의 문책 등을 요구하는 내용의 건의문을 국무총리실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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