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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의 세계화 방안 / 미산
미산 중앙승가대 포교사회학과 교수
[22호] 2005년 03월 10일 (목) 미산 misankim@empal.com

1. 머리말

“숭산 스님의 입적으로 그 동안 몇몇 스님들에 의존하던 한국불교의 세계포교는 사실상 막을 내렸습니다.

종단은 이에 따라 국제포교를 담당할 인재양성을 강화하고 외국인 상대 사찰체험을 늘리는 등 제도적인 지원을 통한 조직적인 해외포교에 역량을 쏟기로 했습니다. ……아직도 외국인들 사이에 중국이나 일본불교의 아류쯤으로 인식되는 한국 선불교를 세계에 제대로 알리는 것이 불교계의 큰 숙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숭산 큰스님의 열반 소식을 전하는 2004년 12월 3일 KBS 9시 뉴스의 한 부분이다. ‘한국불교의 세계포교는 사실상 막을 내렸다는 말’이 아주 인상 깊게 들린다. 스님 한 분의 입적으로 한국불교의 세계화에 빨간 불이 켜졌단 말인가?

그렇다. 사실상 현대 한국불교의 외국인 포교는 숭산 큰스님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였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큰스님은 이 시대 해외포교의 마지막 보류였다. 종단차원에서 조직적인 해외포교에 대한 정책과 제도를 마련해 시행해 온 적도 없고 역량 있는 인재들을 양성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숭산 스님 입적, 불교 해외포교 기로에’라는 공영방송의 말에 더욱 공감이 간다.

한국불교를 세계화하여야 한다는 말은 수년 전부터 계속 거론해 왔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세계화해야 할지는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다. ‘한국불교, 어떻게 세계화할 것인가?’라는 이 논문 한 편으로 한국불교의 세계화 방안을 자세히 다룰 수는 없다. 그러나 앞으로 각 분야마다 깊이 있는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큰 틀과 방향은 제시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다음 세 가지 관점에서 한국불교의 세계화 방안을 논하려고 한다.

첫째, 한국불교의 사상과 교학을 해외에 어떻게 전할 것인가? 둘째, 전통적인 간화선 수행과 더불어 신앙적인 측면이 강한 제반 수행을 세계화하는 방안이 무엇인가? 셋째, 한국불교의 문화를 어떻게 세계에 알릴 것인가? 이와 같이 한국불교의 교학ㆍ수행ㆍ문화를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하고 정보화 시대의 가장 효율적인 매체인 인터넷을 통한 한국불교 세계화 방안도 함께 논의하고자 한다.

2. 한국불교 교학의 세계화 방안

영국유학 시절에 필자는 부탄 출신의 티벳불교 전공자와 원전강독 시간에 어떤 교리해석의 문제로 논쟁을 벌인 적이 있다. 장시간의 격론은 그 어떤 특수한 교리해석이라도 불교의 보편적 핵심사상인 연기-공-중도의 범위를 벗어나 있지 않음에 동의하며, 비로소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불교교학 이해의 보편성과 특수성에 대한 논의는 서로 다른 불교교학 전통과 문화를 가진 불교학자들이 만나면 늘 대두되는 문제이다. 불교학자라면 누구나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는 불교의 핵심사상에 대한 보편적인 이해를 토대로, 각 불교전통의 특수한 해석과 창조적 적용이 전제되었을 때, 생산적인 만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한국불교 교학의 세계화 방안을 논함에 있어서도 불교 이해의 보편적 토대 위에서 어떻게 한국불교의 특수한 성격을 부각시킬 것인지를 생각해야 함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불교사상의 공통적 정체성에 대한 한국불교의 교학적 체계가 세계적 수준에 도달해 있는지를 정확히 가름해 볼 수는 없다. 그러나 한역 경전 중심의 학문풍토 속에서 팔리어ㆍ범어 장경과 티벳어 장경에 대한 연구가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실정이다. 이런 경전의 해석과 경전을 바탕으로 한 교리의 연구성과에 대해 한국불교학자들은 과연 몇 권이나 세계 공용어인 영어로 출판하였을까?

굳이 양을 문제삼지 않는다고 한다면, 불교 핵심사상인 연기-공-중도 등에 대해 명쾌한 설명과 세계불교학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을 만큼 독창적인 해석을 담은 한국불교학자의 영어 논문이 있을까? 한국불교학계의 불교 핵심사상에 대한 국제적 연구성과와 수준은 아직 취약한 실정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불교이해의 보편적 토대인 불교 핵심사상에 대한 연구가 세계적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불교 교학의 특수성을 부각시킨 체계적인 연구도 아직 초보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다.

앞서 발표한 보광 스님은 한국불교의 교학적 특성을 논하면서 신라시대 원효 대사의 일심(一心)과 여래장연기설(如來藏緣起說),1) 고려시대 보조 선사의 진심(眞心), 조선시대 서산 대사의 유심(唯心)을 각각 시대적 국난 극복을 위한 근간 사상으로서 주목하고 있다. 근세에 이르러서는 용성 스님의 대각(大覺)사상과 한용운의 ‘님’ 사상도,2) 원효 대사의 여래장연기설과 그 맥을 같이하고 있으며 조국통일의 염원을 담은 일념(一念)사상이야말로 여래장사상의 새로운 표현으로 21세기 한국불교가 세계에 선양해야 할 주도적 사상이라 정리하고 있다.

이처럼 하나로 통합된 한국불교의 교학적 특징을 일관성 있고 통일성 있게 부각시켜 세계불교학계에 전하는 방법은 시대적 문제의식을 선도해 가는 장점으로 볼 수도 있지만, 스스로 한국불교의 교학적 특징의 범위를 너무 좁히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즉, 여래장사상이 한국불교 교학의 특징이라고 단정했을 때 오히려 각 시대별 한국불교 교학의 다양한 특성을 간과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위에서 언급한 시대별 불교사상가들의 기본적 자료들에 대한 번역과 연구를 선행하여 영문화하는 것이 한국불교 교학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길이며 세계불교학자들에게 더 다양한 연구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1) 한국불교 관련 영문 서적의 발간이 시급

세계화 시대를 맞이하여 그 동안 한국불교학의 세계화에 대한 논의는 많았지만 막상 이를 위한 한국불교 관련 영문 서적의 발간은 큰 진전이 없는 상태이다. 위에서 언급한 시대별 대표적 고승들에 대한 주요 저서조차도 일부 고승들의 저서를 제외하고는 영문으로 번역되어 있지 않다.

《보조전서 영역본》은 이미 로버트 버스웰 교수에 의해서 영문으로 번역 발간되었고, 《원효전서 영역본》이 하와이대학 출판부에서 곧 출간될 예정이라고 한다. 서산 대사, 용성 스님 등의 전적들도 우선적으로 영문화해야 한다. 나아가 한국불교 1600년 동안 한국불교도들에 의해 찬술된 불교 전적을 집대성한 《한국불교전서》의 영역본 출간을 위한 장기적인 계획도 추진해 나아가야 한다.

이 전서는 한국불교학의 정수로서 국내는 물론 세계불교학계에서 귀중한 문헌으로 평가받고 있으므로 한국불교 연구의 기본 영역본 텍스트가 될 것이다. 이런 고전의 번역과 아울러 현대 한국불교의 교학적 수준을 대표하는 전적들을 선별하여 영역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이런 학문적 작업을 수행할 만한 인적인 토대가 갖추어지지 않은 실정이므로, 지금부터라도 체계적인 인재양성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2) 해외대학 한국학과 석ㆍ박사과정 지원―한국불교학 전공학자 양성

유럽과 미국에서의 남방불교, 일본, 중국, 티베트 불교에 대한 활발한 연구와 비교해 볼 때, 한국불교에 대한 관심과 연구는 거의 도외시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불교를 연구하는 외국학자는 세계적으로 불과 몇 명밖에 없다. 2004년 천태종 금강대학교에서 개최한 ‘한국불교 국제학술회의’에 초청되어 온 외국학자들을 보면 단골 한국불교 전공교수들임을 금방 알 수 있다. 그로 인하여 논의의 다양성, 새로운 주제의 발굴, 논의의 심화에도 한계가 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또 한편으로는 세계 명문대에서 한국불교학 전공교수를 채용하려고 해도 자격을 갖춘 전공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금년 봄에 옥스퍼드 대학교의 리챠드 곰브리쥐 교수가 한국을 방문하여 조계종 총무원장 스님과 오찬을 함께하는 자리에서 있었던 다음의 말이 이런 실정을 잘 대변해 주고 있다. “설사 한국에서 지원을 받아 한국불교학 강좌를 옥스퍼드 대학교에 개설하고자 해도 한국불교를 가르칠 만한 교수를 초빙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단기간 내에 한국불교 전공자를 만들어 낼 수는 없다. 그러므로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전공자를 양성하는 길밖엔 다른 방법이 없다.

한국불교 교학의 세계화를 위해서 무엇보다도 국제적 수준의 연구인력 확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SBS는 해외문화사업 지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해외대학 한국학과에 대한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예를 들면, 폴란드 바르샤바 대학교와 몽골국립 대학교의 한국학과 지원사업과 미국 하버드 대학교 한국학 관련 교수직을 신설하는 등 세계화시대에 한국의 정체성과 위상을 높이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종단에서도 이미 해외대학에 설립되어 있는 한국학의 석ㆍ박사과정 학생들이 한국불교학 관련 논문을 쓸 수 있도록 장학금을 지급하여 우수한 한국불교학의 교수 인력을 충원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것이다. 물론 한국학과가 있는 대학이라 할지라도 한국불교학 전공교수가 없는 곳이 대부분일 것이므로, 한국의 대학 내에 한국불교학을 전공한 교수들의 인테넷 동영상 강의를 듣고, 방학 동안에 직접 해당 한국대학 교수를 방문하여 오프라인 상에서 논문지도를 받는다면 가능한 일일 것이다.

해외대학에 설립되어 있는 한국학 석ㆍ박사과정의 장학제도와 함께 외국대학의 한국학 전공교수들에게 한국불교학 연구 지원제도를 마련하여 한국불교에 대한 연구 동기를 유발시키는 것도 또 다른 방안일 수도 있다. 이미 이들은 한국어를 습득하고 있으며 한국학 자료에 대해 친숙하기 때문에 자신의 연구분야와 연관시켜 한국불교학과 관련된 연구를 하게 된다면 한국불교학의 외연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3) 한국 불교학자들의 어학능력과 국제학술지 강화

한국불교에 대한 국제적 토론을 주도할 수 있는 한국학자의 숫자가 극히 제한되어 있음도 한국불교 교학의 세계화에 있어 극복해야 될 문제이다. 한국불교학을 연구하는 학생들을 해외의 한국학 개설 대학에 교환학생으로 보내어 영어로 한국불교학을 공부하도록 하면, 한국학생들의 취약점인 언어 장벽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유학했던 대학의 한국학이나 한국불교학 강좌를 온라인상에서 수강하여 학점을 인정받게 된다면, 어학능력을 갖춘 학생들에게 강한 동기유발을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의 연수뿐만 아니라 박사학위를 취득한 사람들의 해외 불교학자들과의 지속적인 교류와 연구발표도 정례화하여야 한다. 이와 함께 세계적인 위상을 인정받는 한국불교 국제학술지를 만들어야 한다. 현재 동국대의 BK21 불교문화사상사 교육연구단 사업의 일환으로 발간되기 시작한 《International Journal of Buddhist Thought & Culture》는 한국 불교계에서 발행되는 최초의 영문 학술지란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질 높은 연구물들이 게재되고, 지금처럼 불교학계의 명망 있는 학자들이 참여한다면 머지않아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는 한국불교 학술지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외에도 1, 2개의 국제전문학술지가 더 발간된다면 더욱 한국불교 연구가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

3. 한국불교 수행법의 세계화 방안

전세계적으로 수행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대한불교 조계종은 몇 해 전부터 종단 일각에서 한국불교의 중심 수행체계인 간화선이 흔들리고 있다는 문제제기에 따라 수행방법을 재정립하는 작업에 본격 나섰다. 특히 지난해부터 총무원, 교육원, 포교원을 중심으로 수행지침서 발간 준비에 나섰으며, 새해에는 공청회나 학술세미나 등을 통한 의견수렴을 거쳐 간화선뿐 아니라 위빠사나 등 현재 행해지고 있는 각 수행법에 대한 현황을 조사, 분석해 간화선을 바로 세우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종단적 차원의 대책수립과 함께 이번 동화사 담선법회와 같이 선원의 중진 수행자들과 선학 전공자들이 공개담론을 함으로써 불교수행에 대한 관심과 열의를 진작시키고 있다. 여러 가지 유사 수행법들이 난립하는 상황에서 한국불교 수행의 정체성을 바로 세워 세계화 방안을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대한불교 조계종은 선종을 표방하고, 그 구체적인 수행방법으로 간화선을 채택하고 있다. 한국불교 수행의 세계화 방안을 논함에 있어 크게 두 가지의 입장이 있다. 첫째는 간화선만이 최상승 수행법이고 한국불교는 이 수행법을 제대로 전승해 왔으므로 이를 세계화할 책무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두 번째는 간화선 수행방법을 중심으로 하되, 다른 수행법들도 수용하여 각자의 근기에 따라 수행하도록 장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위의 두 가지 입장에 대하여 논의해 보자. 조계종단의 종지종통이나 역사적 당위성을 거론치 않더라도 한국불교는 선종의 가풍을 전승해 온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종주국인 중국에서는 그 전통이 이미 사라져 한국에서 간화선 전통을 다시 받아들이는 상태이고 일본불교에는 임제종에서 겨우 명맥만 이어가고 있을 뿐이다. 이런 시점에서 한국불교는 간화선 수행전통을 더 선명하게 드러낼 필요가 있다.

하지만 간화선만이 최상승 수행법이라는 태도는 지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수행법이 최상승이라고 주장한다고 해서 최상승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수행법을 통해서 수행자의 삶에 질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깊은 안목이 생길 때 굳이 최상승이라고 하지 않더라도 최고로서의 역할을 하고 훌륭한 수행법으로 인정을 받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 최고라고 주장하기 전에 이 극도로 변화된 지구촌 환경 속에서 인류를 근원적으로 구원할 수 있는 사상과 실천법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것이 간화선이라면 현대인들이 쉽게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구촌 시민들이 공감대를 갖도록 해야 한다.

특히 한중일 삼국은 문화적으로 비슷한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비슷한 정서적 삶의 양식과 가치를 공유하고 있으므로 이것을 잘 이용하면 간화선 전통을 중국에 복원해 낼 수도 있을 것이다.3) 한국불교 단독으로 간화선을 세계화하는 것보다 선수행의 종주국인 중국에 그것을 이식시켜 중국에서 간화선법이 새롭게 태어나도록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한다.4)

한국과 중국불교 사이에 간화선 수행체험 교류행사가 올해로 7년째 진행되고 있다. 처음에는 간화선을 중점적으로 전승한다는 취지로 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미 선맥이 단절된 상태에서 순수한 간화선 전통을 다시 복원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이 행사를 주관했던 실무자들에 의하면 한국 측 스님들이 중국을 방문할 경우, 성지순례의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중국 측 스님들이 한국의 사찰에 오더라도 간화선만을 중점적으로 가르치기에는 여러 가지 한계가 있다고 한다. 이제는 이런 형식적인 교류가 아니라 좀더 실제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할 시기가 되었다.

한 가지 방안으로 양국의 선원 간에 직접적인 교류를 고려해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육조혜능 대사가 주석했던 사찰에 선원을 개설하도록 도와주고 한국의 선원과 자매결연을 맺도록 하는 것이다. 결제 때마다 모범적으로 수행하는 한국 수좌 스님들을 선발하여 중국의 선원에서 안거를 하며 간화선을 지도하도록 지원하고, 반대로 중국에서는 간화선을 배우고자 하는 스님들을 종립선원인 봉암사, 혹은 통도사, 해인사, 송광사 등의 선원에 받아들여 결제 동안에 집중적인 간화선 수행을 하도록 하면 어떨까.

이런 실질적인 교류 프로그램이 몇 년간 지속적으로 진행되면 한국의 선원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중국에 가서 간화선을 지도하기 위해서는 자기 스스로 실력을 갖추어야 함으로 더욱 열심히 정진할 것이며, 중국의 수좌들이 한국의 선원에서 함께 생활함으로써 선원의 분위기를 쇄신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중국불교도 이와 같이 내용 있는 교류를 통해 자신들의 간화선 전통을 계승 발전시킬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5)

이처럼 간화선의 중주국인 중국을 한국불교의 수행을 세계화하는 교두보로 삼아 간화선을 세계 여러 나라에 전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세계화 방안이라 생각한다.

한국불교 수행의 세계화에 대한 다른 의견은 간화선 수행법을 중심으로 하는 것을 인정하지만 간화선만이 훌륭한 수행법이라는 편견을 버리고, 다른 수행법들도 적극 수용하여 각자의 근기에 따라 수행하도록 장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포교원에서 간화선뿐 아니라 위빠사나 등 현재 행해지고 있는 각 수행법에 대한 현황을 조사, 분석해 자료집을 발간했고, 내년 초에는 교육원에서 간화선 지침서와 함께 한국에서 행지고 있는 위빠사나, 염불, 주력, 간경, 사경, 참회 수행 등 다양한 수행법들의 연구물을 간행할 예정이다.

이 계획의 목표는 간화선을 바로 세우고 불교수행법과 아바타나 마음수련 등 유사수행법과의 차이점을 분명히 하여 종단차원에서 수행체계를 확립하는 것이다. 종단에서는 간화선을 주창하고 있지만 실제 스님들과 불자들은 여러 가지 수행법을 복합적으로 행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일본 등의 종파불교에서는 허용될 수 없는 한국불교 수행법의 통불교적 성격이다. 만약 종단의 지침에 어긋난다고 해서 강력히 규제하여 간화선 이외의 모든 수행법을 금지하고 불허한다면 큰 혼란을 야기할 것이며, 이것은 한국불교 수행문화의 흐름에 역행하는 행위일 것이다.

이런 부정적인 방법보다는 현실의 수행문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이런 수평적 문화구조 속에서 간화선의 경쟁력을 키워 가는 것이 더 현실적인 방안이다. 간화선의 지침서 발간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간화선의 이론과 실제 행법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를 진행해야 하며, 종립 간화선 국제선센터와 연구소를 설립하여 종단적 차원의 지원을 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간화선은 한국 수행문화의 주류로서 확실한 자리매김이 될 것이고, 다른 다양한 수행법들도 나름대로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발전하도록 자연스럽게 수용하면 좀더 풍부한 한국불교의 수행문화가 형성될 것이다. 이러한 열린 자세로 다양성을 인정하면서 장점은 받아들이고 단점은 보안하여 상호 발전적인 대화를 모색해야 한다. 바로 이런 상생의 수행문화 속에서 지구촌 시대에 맞는 창조적 현대불교 수행법의 개발도 가능할 것이다.

다음은 한국불교 문화의 세계화 방안에 대해서 알아보자.

4. 한국불교 문화의 세계화 방안

서양에서 한중일의 문화를 이야기할 때, 자료와 홍보 부족으로 인해 전문가와 동북아시아 문화에 관심을 가진 사람 몇을 제외하고는 한국 문화는 중국 또는 일본문화와 비슷한 비독창적·비독자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것이 엄연한 현실임을 부인할 수 없으며, 이는 우리가 한국문화를 제대로 알리지 못한 결과이다.

한국문화 전체가 이런 현실에 처해 있으니 한국 전통문화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불교문화의 세계적 인지도는 얼마나 되겠는지를 가히 짐작할 만하다. 이런 열악한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더 적극적인 자세로 세계화할 만한 불교문화 콘텐츠를 개발하고 육성해야 한다. 특히 세계인들이 주목하고 있는 탬플 스테이와 같은 수행공동체 문화와 국제연등축제처럼 전통과 현대를 잘 조화시킨 불교축제문화를 특화해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1) 한국불교 수행공동체 문화의 세계화

2002년 월드컵 때 붉은 악마의 역동적인 응원공동체와 탬플 스테이의 정적인 수행공동체가 세계인들로부터 각광을 받았다. 개인주의가 팽배한 서양의 선진국 사람들은 동(動)과 정(靜)이 조화된 공동체 문화를 보면서 강한 매력과 향수를 느꼈다고 한다.

정적인 한국 공동체 문화를 대표하는 것은 매년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하안거와 동안거이다. 안거 기간이 되면, 전국 90여 개의 선원에서 2,300여 명의 수선납자들이 모여 3개월 간의 치열한 자기개발 수행에 몰입한다. 이런 안거 문화가 남방불교 국가에도 있지만 그곳에는 하안거만 있고 모든 수행센터가 이 안거 기간에 맞추어 수행프로그램을 진행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보광 스님의 지적대로 모든 본사에서 안거일을 철저히 지키는 것은 한국불교의 독특한 안거수행 문화임에 틀림없다.

1970년대 조계총림 송광사 구산 큰스님은 서양인 제자를 선원에 입방시켜 그들을 지도하였고, 2주 전에 입적한 숭산 큰스님도 한국과 세계 각처에 국제선원을 설립하여 외국인 제자 육성에 온몸을 바치었다. 이런 큰스님들의 법력으로 그나마 몇 명의 외국인 제자와 출가자들이 한국에서 혹은 각자의 나라에서 한국불교를 알리고 있다. 미국 UCLA에서 한국불교학을 강의하고 있는 로버트 버스웰 교수, 영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마틴-스티븐 베철러 부부 등은 구산 큰스님의 지도로 승려생활을 했던 사람들이다.

맹목적으로 서양문화를 추종하는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21세기 정보화 시대에 적합한 사상과 문화가 불교 안에 있다는 것을 일깨워 준 《만행,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의 저자 현각 스님을 비롯한 대봉 스님, 무상 스님 등 걸출한 외국인 제자들이 숭산 큰스님의 유업을 이어갈 스님들이다. 각계 각층에서 활약하고 있는 외국인 스님들은 한국의 수행 공동체에 대한 신선한 추억을 가지고 있으며, 출가 수행자의 길을 접고 다시 일반 사회인이 되어서도 한국 선원에서의 수행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러나 요즈음은 선방의 분위기가 많이 바뀌어 외국인들이 한국의 선원에 방부 들이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한다. 각 주요 선원에 외국인 스님의 자리를 만들어 한 철에 몇 명은 의무적으로 방부를 받도록 하는 것을 종단 차원에서 검토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종립 국제선원을 몇 개 설립하여 외국인 스님들이 와서 마음껏 정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육원은 2년 전부터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스님들을 대상으로 ‘교과 안거(安居)’ 프로그램을 실시해 오고 있다.

한국인 승려들의 경우에는 사미계를 받고 강원이나 대학에 가지 않고 바로 선원에 가길 원할 때에는 해제철을 이용하여 참선의 이론을 이해하기 위해 《서장》 《선요》 등과 같은 선어록을 공부하게 한다. 외국인 스님들에게도 이런 제도를 적용하여 교과 안거에서 끝날 것이 아니라 하안거와 동안거 기간에는 기본선원에서 선수행을 집중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또한 이것이 수계로 이어질 수 있게끔 체계화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이번에 월정사에서 성황리에 실시된 단기출가 프로그램을 외국인들의 실정에 맞게 잘 정리하여 시도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필자가 외국에서 유학할 때 같이 공부했던 친구들 중에는 한국의 수행공동체 생활을 동경하여 출가를 원했던 사람이 더러 있었다. 그러나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지금도 출가할 의사가 있느냐고 연락해 보았더니 단기체험은 몰라도 평생 출가자의 삶을 사는 것은 솔직히 자신이 없다고들 하였다.

한 달 정도라면 마음을 내어 출가자의 삶을 경험해 보고 싶은 외국인들은 상당히 많을 것이다. 외국인 단기출가 프로그램을 국제선원 스님들의 해제 기간 동안에 실시한다면 가능한 일이다. 이들의 지도는 한국어를 잘하는 외국인 스님들과 한국인 습의사 스님들이 하면 좋을 것이다.

한국의 강원교육도 철저한 수행공동체 생활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출가 사미승들은 강원에서 수행자의 생활규범을 익히고 교학을 연찬한다. 그러나 외국인 승려들은 언어의 장벽 때문에 뜻은 있어도 강원에 들어갈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외국인 승려 유학생들을 적극 유치하여 먼저 한국어 교육을 시키고 어학 능력이 되는 사람들을 강원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이들이 한국에 머물고 있는 동안 한국불교의 특성과 역사 그리고 간화선 수행법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탬플 스테이는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으로 금년에 이미 지정 사찰을 정했고 본격적인 실행에 들어 갔다. 승려생활을 하며 수행을 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외국인들에게 좋은 반응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지속적인 연구와 프로그램 개선 등의 노력이 없이는 좋은 성과를 얻기 힘들다. 무엇보다도 먼저 불교에 대한 소양과 어학 능력이 겸비되어 있는 인적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 아무리 사찰 환경이 아름답더라도 내용이 부실하면 그 실효성이 반감될 것이므로, 내용을 알차게 채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므로 내용을 채울 사람을 체계적으로 교육시키는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포교원에서 국제포교사를 양성하고 있지만 국제포교사의 활용도가 그다지 높지 않다고 한다. 아마도 대부분 국제포교사 업무가 봉사 수준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어서 전문성이 떨어지고, 꼭 필요한 시기에 실력 있는 국제포교사를 투입할 수 없으며, 교육의 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승려 국제포교사들을 많이 양성해야 한다. 중앙승가대학교 포교사회학과에서 포교영어를 4강좌 이수한 학인 스님들에게 국제포교사 시험에 응시할 자격을 주어 올해 처음으로 4명이 합격하였다. 이런 제도를 동국대 선학과나 강원에도 확대시켜야 한다. 특히 어학에 소질이 있는 학인 스님들을 발탁해 특별교육을 이수하여 자격시험을 보아 국제포교사로 활동하도록 해야 한다.

2) 세계 불교축제문화의 활성화

21세기 정보화 시대의 가장 큰 화두는 어떻게 문화 경쟁력을 갖추느냐이다. 매년 부처님 오신 날을 즈음해서 진행되는 국제연등축제는 이제 명실공히 한국을 대표하는 종교문화축제로 자리 매김하였다. 이와 함께 세계인들이 즐겨 찾는 불교유적지가 산재되어 있는 경주에 세계불교문화 페스티발을 개최할 것을 제안한다. 현대불교미술, 불교도예, 불교음악, 범패, 선무용, 그리고 선무도 등 다양한 한국 불교문화를 보여 주고 다른 나라의 불교문화 예술인들이 참여하도록 하여 문화적 교류를 확대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또한 외국 관광객들의 필수 관람 코스로 여겨지는 연극 ‘난타’ ‘야단법석’ 등과 같은 불교 연관 극단을 적극 지원 육성해야 한다. 또 이번에 러시아에서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을 받은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과 같은 양질의 불교영화를 많이 제작할 수 있도록 적극 장려해야 한다.

채식문화가 전세계에 점점 확산되고 있으므로 웰빙 명상음식 페스티발을 기획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특히 인도나 유럽 등지의 유명한 명상센터에 가 보면 정신과 육체를 조화롭게 해 주는 독특한 맛과 향을 지닌 웰빙 음식을 준비해 준다. 이 음식은 공통적으로 마음을 고요하게 하고 몸에 신선한 에너지를 공급해 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신선하고 깔끔한 한국 사찰음식의 맛도 세계의 명상인들이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세계 명상음식 축제와 함께 음식물 쓰레기 없애기 환경보호 캠페인의 일환으로 발우공양의 시범을 보이는 것도 지구 살리기 환경 운동의 큰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종교적 의식이 담긴 육법공양과 다도 의식 등을 선보임으로써 문화교류를 통한 한국불교의 세계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미래의 세계를 이끌어 갈 세계불교청소년들을 위한 문화축제도 활성화해야 한다. 아름다운 경관과 레저시설을 갖춘 백담사 만해마을을 잘 활용하여 만해 세계불교청소년 캠프를 기획해 보면 어떨까? 포교원 산하 불교청소년 단체인 파라미타가 결성되어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므로, 이런 국제적인 행사를 통해, 파라미타 단체의 위상도 높이고 나아가 청소년들에게 불교가 제시할 수 있는 미래세계에 대한 꿈과 희망을 심어 줄 수 있을 것이다.

3) 각종 국제불교대회 유치와 불교단체의 실질적인 교류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다양한 국제불교대회를 유치하여 한국불교를 세계에 알려 오고 있다. 2002년 참여불교 세계대회를 시작으로 금년에는 세계불교 청년포럼과 세계여성불자대회를 성공리에 개최하여 한국불교도의 저력과 특수성을 세계불교도들에게 각인시켰다. 한편으로 대규모 국제행사들은 성격상 실질적인 교류를 하기에 부적합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또 다른 한편으로, 우리를 세계에 알리고 다른 불교도의 발전 동향과 최신 정보를 교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 동안 종단은 이런 국제불교대회를 주도적으로 이끌지 못하였다. 그 결과 일부 세계인들에게는 원불교가 한국의 현대불교를 대표하는 것처럼 인식되고 있는 실정이다. 필자가 총무원 사회부장으로 있을 당시 세계종교평화회의 사무총장을 만나 대화한 적이 있었다. 필자를 놀라게 한 것은 원불교(圓佛敎)는 ‘오리지날 불교(原佛敎)’이고 한국불교는 변형된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점이었다. 이는 원불교가 오래 전부터 해외포교의 전략을 세워 국제불교대회에 적극 참여하면서 세계불교인들과 긴밀한 유대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었기 때문이며, 어떤 부분에서는 대한불교 조계종의 인지도보다 원불교의 인지도가 더 높은 실정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최근 옥스포스 대학 출판사에서 발행된 불교개론서, 《Buddhism: Introducing the Buddhist Experience》(Donald W. Mitchell 지음, 2002)란 책은 지금까지 영어로 출판된 불교개론서 중에서 가장 상세히 한국불교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의 현대불교에 대한 글을 보면, 원불교를 한국불교의 한 종파로 인식하고, 원불교가 한국불교의 현대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6) 이는 한국에서 원불교는 독립된 신흥종교로, 불교의 한 종파는 아니라는 사실을 잘못 설명한 것이다. 물론 해외에서는 그것이 한국불교의 한 종파로서 행세를 하기에 이런 세계적인 출판사의 책에서도 각주 하나 없이 사실처럼 언급한 것이다. 따라서 세계불교도우의회나 아시아불교평화회의 등의 국제대회에 종단차원의 참여와 지원이 시급한 실정임을 알 수 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런 대규모의 집회성 국제대회는 외형적인 교류이며 일시적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좀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교류를 위한다면, 외국의 불교단체와의 유대를 강화하는 것이 한국불교를 세계화하는 데 더 효율적인 방안이 될 것이다. 예를 들면 세계적인 조직을 가지고 있는 대만의 불광산사는 한국의 통도사, 해인사 등의 사찰과 자매결연을 맺고 문화공연, 전시회 등 직접적인 교류를 활성화시켜 가고 있다. 또한 불광산사에서는 로스엔젤레스에 설립한 웨스트 대학교의 초청으로 동국대학교의 학인 스님들과 일반학생들이 영어어학연수를 떠난다고 한다. 이처럼 유사한 불교단체 간의 실질적인 유대관계를 강화해 가면 그 자체가 자연스럽게 한국불교를 세계에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5. 한국불교 인터넷을 통한 세계화 방안

지금까지 한국불교의 교학, 수행, 문화를 어떻게 세계화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했다. 지금부터는 위에서 논의한 콘텐츠를 어떻게 인터넷을 통해 세계화할 것인지에 대해서 알아보겠다. 물론 인터넷 국제포교의 구체적인 방안과 기술적인 면은 좀더 전문성 있는 논문에서 다루어져야 할 것이므로, 여기에서는 인터넷 포교의 중요성과 대략적인 방향에 대해서만 언급하려고 한다.

우리는 21세기 풍부한 정보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정보화 시대의 가장 효율적인 통신매체가 바로 인터넷이다. 그러나 오늘날 인터넷은 단순한 통신매체로서의 기능뿐만 아니라, 인터넷 신문, 인터넷 방송, 인터넷 영화 등의 각종 서비스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또한 다양한 전자상거래와 민원서비스, 여론조사까지 사회시스템의 전 영역으로 발전하고 있다. 인터넷의 발달과 더불어 휴대전화, PDA, MP3, ebook 등 나날이 새로운 미디어가 개발, 보급되면서 일상생활에 크고 작은 변화들이 생겨나고 있다.

종교의 영역에도 이미 이런 매체들이 깊이 침투되어 종교계 전반에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사이버 법당, 사이버 선원 등이 개원되어, 온라인상에서 매일 아침 예불을 올리고 참선을 하는 그룹도 생겨났다. 이는 한국어로는 한국불자 네티즌의 신행활동으로 국한되는 것이지만, 언어만 바꾸면 세계의 불교인들이 동참할 수 있는 사이버 법당, 사이버 선원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인터넷은 시·공간을 초월한 동시적 활동을 경험할 수 있게 해 준다. 필요할 때 접속하여 저장된 정보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적 제약을 받지 않으며, 지리적 제약도 받지 않는다. 그러므로 인터넷을 잘 이용하면 매우 효율적인 국제포교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연두 기자간담회에서 총무원장 법장 스님은, “한국불교의 세계화를 위해선 인터넷을 통한 국제포교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를 종단의 핵심사업 중의 하나로 채택하여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금년 후반기에 약간의 예산을 확보해 인터넷 국제포교를 위한 기초 작업에 들어갔다는 최근의 소식을 관계자로부터 들었다. 아직 시작단계에 있는 한국불교 인터넷 국제포교의 방향설정을 위해 몇 가지 제언을 하려고 한다.

첫째, 한국불교를 연구할 수 있는 기본 텍스트의 번역이 시급하다.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경향은 알찬 내용이 있는 정보와 유용한 정보가 있을 때 ‘즐겨찾기’ 목록에 표시하여 다시 그 사이트를 방문하는 것이다. 즉, 필요한 정보들이 풍부하게 올라와 있을 때 관심 있는 네티즌들이 모여드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불교를 연구할 수 있는 기본 텍스트를 영어, 일어, 중국어로 번역하여 홈페이지에 올려 놓아야 한다. 우선 영어 텍스트를 번역해야 하는데 이미 번역된 《보조전서 영역본》이나 곧 출간될 ‘원효전서 영역본’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또 ‘한국불교전서 영역본’과 같이 아직 출간되지 않은 출판물에 대해서는 종단에서 예산지원을 함으로써 그것을 공유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위와 같은 전적들은 한국불교 교학의 전공자들을 위한 자료이지만 일반 외국인들을 포교하기 위한 책을 영어로 번역하는 일도 곧 착수해야 한다. 특히 포교원에서 교양대학의 신도 교재로 새로 출간한 《불교사의 이해(Understanding Buddhist History)》와 《불교의 이해와 신행(Understanding and Practice of Buddhism)》 등과 같은 책들을 영어로 번역하여 홈페이지에 올려 놓아야 한다. 또한 한국불교사와 한국불교학 개론서 등을 전자책(ebook) 형태로 재작하여 인터넷에서 보급하면 좋을 것이다. 필자는 최근 인테넷에서 구입한 프레비쉬(Prebish)와 기욘(Keown) 교수가 공동으로 집필한 《불교 전자책(Buddhism the ebook)》을 열람해 보았다. 주요한 단어나 개념에 사전이 링크되어 있고 풍부한 보조 자료들을 제공하고 있어 온라인 학습교재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자책의 출판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기 때문에 지금 바로 착수하면 한국불교 인터넷 포교를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셋째, 한국불교 수행법을 세계에 보급하기 위해 사이버 국제선원을 개설하여야 한다. 우선 몇 가지 정진 코스를 마련하여 형편에 따라 등록하도록 한다. 아침정진, 저녁정진, 혹은 주말정진 등을 구분하여 동영상을 보며 수행하도록 하고 정진 시간마다 간단한 소참법문을 해준다. 또한 인터뷰 시간을 마련하여 수행지도를 한다. 정기적으로 오프라인 국제정진법회를 열어 회원들 간의 유대를 돈독히 하고 한국의 국제선원의 분위기를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한다.

넷째, 해외에 있는 한국동포들은 부처님 오신 날을 즈음해서 펼쳐지는국제연등축제를 관람할 수 없어 못내 아쉬워한다. 다음해부터는 인터넷 생중계를 함으로써 직접 참여하지 못하는 세계불교도들이 온라인상에서 동참하도록 하면 큰 홍보효과가 있을 것이다. 현재 정부의 예산으로 정보화 사업단이 진행하고 있는 사찰문화재 전산화 작업은 사이버 사찰문화기행을 할 수 있도록 기본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 그 밖에 불교음악, 범패, 선무용, 그리고 선무도 등 다양한 한국불교 문화자료를 동영상으로 볼 수 있도록 구비해 놓으면 좋을 것이다. 지금까지 상영했던 한국불교 관계 영화들인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화엄경’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등을 자료화해서 언제라도 볼 수 있도록 해 준다. 또한 인터넷 사찰음식 요리강좌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개발하여 세계인들이 인터넷상에서 한국불교문화를 간접 체험하도록 하고 꼭 한국의 사찰을 직접 방문하고 싶도록 홈페이지 운영을 잘 해야 한다.

6. 맺는 말

지금까지 한국불교의 교학ㆍ수행ㆍ문화를 중심으로 한국불교의 세계화 방안을 논의해 보았다.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세계인들이 흘러가는 많은 정보들 속에 한국불교에 관한 정보를 보고 강한 호기심과 관심을 보일 수 있도록 잘 가공해야 한다. 필요하면 자기네들이 찾아와 한국불교를 배워 가겠지 하는 안이한 태도로는 한국불교를 세계화할 수 없다. 한국불교의 세계화를 위한 좀더 적극적인 전략과 전술을 구가해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방안들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장단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우선 총무원, 교육원, 그리고 포교원 간의 국제관계 업무에 대한 원활한 역할 분담이 이루어져야 한다. 먼저 주무 부서를 정하고 각 원에서 관련 실무자를 차출하여 한국불교 세계화 추진팀을 구성해야 한다. 몇 명의 전담 간사를 두어 교학ㆍ수행ㆍ문화 분야의 콘텐츠를 수집하고 개발하는 작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또 인터넷 전문 관리자를 두어 항상 신선하고 살아 있는 한국불교 세계화 홈페이지가 되도록 관리해야 한다.

이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계획이 있다 할지라도 이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인재가 없으면 그림에 떡과 같다. 우선 외국인 스님들을 많이 양성하여 그들이 각자의 나라에 돌아가서 포교에 임할 수 있도록 지원과 격려를 해주어야 한다. 한국불교에서 10, 15년 이상 체류하며 수행과 학업에 열중한 사람, 즉 3급 이상의 자격을 갖춘 승려는 본국으로 돌아가 해외거점 사찰을 설립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인재가 있더라도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자금이 없으면 어떤 일도 실현하기 힘들다.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본사로부터 거두어들인 분담금으로는 한계가 있다. 금년에 통합한 대한불교 조계종 문화사업단이 자리를 잡으면 여러 가지 수익사업들을 구상하여 그 수익금으로 한국불교 세계화를 추진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한국불교를 세계에 알릴 수 있는 문은 활짝 열려 있다. 지구촌 시대의 이 열린 문을 통해서 다양한 불교문화가 유입되고 또 이 문을 통해서 한국불교의 문화가 세계로 전해진다. 밖으로 나가는 한국불교가 안으로 들어오는 불교와 차별화가 되지 않을 정도로 보편적이거나 반대로 국수주의적으로 보일 정도로 편협하고 특수하다면 한국불교 세계화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불교적 보편성의 바탕 위에 한국불교만의 독특함을 현대적으로 잘 조화시킨 ‘창조적 한국불교’만이 지구촌 시대의 불교문화를 선도할 수 있을 것이다. ■

미산

1972년 백양사로 출가. 동국대, 인도 푸나대 및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졸업. 철학박사. 현재 중앙승가대학교 포교사회학과 교수. 논문으로 〈근본불교수행의 요체와 지성의 발현〉 〈남방상좌불교의 심식설과 수행계위〉 〈대념처경 주석서에 대한 이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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