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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문화재는 성보문화재가 아니다 / 문무왕
문무왕 한국불교연구원 전임연구원
[22호] 2005년 12월 10일 (토) 문무왕 한국불교연구원 전임연구원

요즘은 불교문화재를 ‘성보문화재’라고 한다. 성보(聖寶)라는 말은, 듣기에는 그럴 듯해 보이지만, 그 말이 가슴에 절실하게 와 닿지 않는 것은 왜일까? 현재 전체 지정문화재의 60%를 차지하는 불교 관련 문화재들은 우리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우리의 문화재들이 보는 이들의 가슴에 아무 감흥을 주지 못한다면 무엇이 문제인 것일까?

사찰을 찾는 이들이 왜 아무런 느낌도 받지 못하고, 한술 더 떠서 절에 다녀온 청소년들의 기억 속에 무섭다는 느낌까지 드는 것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본다. 문화사를 하는 본인의 입장에서는 그들에게 성보문화재의 아름다움과 그 속에 내재된 한국인의 정서, 불교적 사고를 전하고 싶은데 그것이 쉽지 않다.

북경의 자금성을 가니, 가이드의 친절한 설명에 사람들이 연신 고개를 끄덕인다. 경복궁 근정전이 자금성의 변소라는 흰소리에조차도 말이다. 화가 나다가도 가이드가 설명하는 모습을 보면 새삼 가슴에 느껴지는 것이 있다.

우리나라 사찰은 어디에도 그런 친절한 안내가 부족하다. 절 한쪽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문화재 안내표지판. 법당 안에 들어가면 입구에서 기도접수니 불사접수니 하면서 눈치를 주는 보살들. 붙잡고 물어보아도 제대로 된 대답도 해 주지 않는 스님들. 그 어디에서도 사찰을 찾는 이들은 오갈 데도 없고, 물어볼 것도 없다. 그저 무안하게 남의 집 엿보는 심정으로 조금 둘러보다가 절을 떠나고 만다. 보시도 좋고, 불공도 다 좋은데, 입장료는 잘 챙기면서도 찾는 이들에게 무관심한 사찰을 가 보면 화가 치밀어 오른다.

요즘은 그래도 성보 박물관을 만들고 학예사도 갖춘 사찰이 몇 군데 있지만, 이것도 일반인들의 입장에서는 알기가 쉽지 않다. 만들어 놓고 활용은 하지 않으니 이 또한 답답한 노릇이다.

지난 학기에 학생들과 불교건축을 공부했었는데, 조사를 다녀온 학생들 중 절에서 제대로 된 안내를 받은 팀은 단 한 팀도 없었다. 오히려 사진 찍는다고 눈치를 주고, 법당을 계속 기웃거린다고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았다고 한다. 학생들의 말을 듣고 있자니 가슴 한 켠이 아려 왔다. 공부하는 학생들조차 반기지 않는데 일반인들은 오죽할까.……

요즘은 문화재에 대한 일반인의 기대 수준이 상당히 높아졌다. 수많은 책들이 문화재의 아름다움을 설명하고, 인터넷에는 전문가의 글을 능가하는 기행문들이 널려 있다. 하지만 이러한 책자나 인터넷을 보고 절을 찾았다가 낭패를 보는 이들도 그만큼 늘어나고 있다. 절 입구의 입장료, 절문 앞의 음식점, 절 안의 소란스러움, 아무 것도 볼 것 없는 방문에 그들은 짜증을 내고 만다.

집집마다 차 있는 집도 늘어나고, 주말이면 아이들을 데리고 가족 여행도 즐기는데, 이들이 불교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를 우리가 빼앗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에게 절이 익숙한 곳이 되지 않는다면 불교의 발전은 없다. 불교가 가지고 있는 수많은 문화재는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뜻을 이야기해 준다면, 문화재를 보는 시각만이 아니라 불교를 우리네들의 가슴 속에 뿌리내리게 할 수 있을 터인데도, 무엇이 절을 찾는 이들을 감싸 안지 못하는 것인가? 안내를 할 수 없다면 안내책자나 인터넷과 같은 매체라도 활용해 볼 수 있지 않겠는가!

몇 해 전 절친한 기독교인 친구가 “절에서 입장료는 꼬박꼬박 받으면서, 볼 만한 것은 하나도 없다.” 하던 말이 자꾸만 머리에서 맴맴 거린다. 문화재 관람료 문제에는 민감해 하고 찾는 이들에게 덜 민감해 하는 우리의 모습을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

법당은 부처님 집이고, 그것을 찾는 이들이 경건함으로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 그 경건함과 따스함으로 찾는 이들의 가슴을 안아줄 때, 우리는 문화재를 통해 진정한 ‘성보’를 볼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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