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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공학의 현재와 미래 / 최원상
특집 - 생명공학과 불교
[4호] 2000년 09월 10일 (일) 최원상 동국대 생화학과 교수

1. 들어가는 말

1996년 7월 5일 인류의 달착륙에 비길 만한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스코틀랜드에서 ‘돌리’라는 복제동물이 태어난 것이다.

이 뉴스는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희망적인 전망과 함께 인간복제의 가능성 등도 예상되면서 생명공학의 끝이 어디인지 우려하는 목소리 또한 각지에서 들려오고 있다.

또한 금년에는 인간 유전자 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가 거의 완성되었다는 발표와 함께 무병장수에 대한 낙관적 전망들이 신문지상을 많이 장식하고 있다. 생명공학이 한 생명체의 유전자를 이용하여 다른 생명체에서 유전자제공체 고유의 단백질을 만들도록 할 수 있고 장기이식을 위해 동물에서도 사람의 장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한다면 개, 소와 사람의 경계는 어디까지이며, 복제인간은 정말로 가능한 일인지 또 복제인간이 만들어질 경우 복제인간들 간의 정신세계는 어떨지 등의 문제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분야의 진전이 워낙 급속히 이루어지고 있어 어디까지가 실제로 가능한 일이고 어떤 일은 아직 불가능한 일인지 등 의 문제에 여러 가지 억측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용어에 있어서도 많은 혼란을 야기하고 있어 ‘생명공학’ ‘유전공학’ 등의 용어는 우리 주변에서 많이 접할 수 있는 용어이지만 그 정의를 잘 몰라 엉뚱하게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생명공학이 유전자를 조작하든 않든 간에 생명현상을 토대로 이를 이용하여 인류가 필요로 하는 생물체를 만들어 궁극적으로 우리가 필요로 하는 물질을 만들고자 한다면, 유전공학은 생물체의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조작하여 우리가 필요로 하는 물질 또는 생명체를 만들어 우리의 목적을 충족시켜준다.

따라서 유전공학은 생명공학보다 작은 개념이 되며, 본고에서 논할 생명공학은 유전공학을 포함하는 보다 광범한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본고에서는 유전공학도 생명공학의 일부라는 관점에서 현재까지 밝혀진 것을 토대로 유전공학을 포함한 생명공학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이는 유전자와 생명체라는 기본개념부터 출발하여 생명공학 기술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으며 장차 어떤 것까지 가능할 것인지 등을 포함한다. 본 주제에 관해 여러 가지 방향에서 전망할 수 있겠으나 종교적, 윤리적 문제에 대해서는 따로 다룰 것이므로 본고에서는 기술적인 면을 위주로 다루기로 한다.

2. 유전자와 생명체

왜 자식은 부모를 닮을까? 이 문제는 유전자(gene)를 떼어 놓고는 설명할 수가 없으며 이런 유전 현상을 결정지어주는 물질이 바로 ‘DNA’1)이다.

멘델에 의해 유전의 법칙이 발견된 것은 1865년이고 이 법칙이 다른 사람들에 의해 재발견된 것이 1901년이지만, DNA는 발견된 지 아직 100년도 되지 않는다.

DNA가 유전물질임을 발견한 것이 1944년이고 구조가 알려진 것도 50년이 채 못된다. DNA는 어디까지나 물질이며 살아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DNA가 생명체에 귀중한 역할을 하지만 그것이 그 생명체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면 그 DNA는 어디에 존재하는 것일까?

DNA는 세포 속의 핵(nucleus)이라 부르는 소기관(organelle)에 대부분 있고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라고 하는 소기관에도 일부 있다. 생명체가 탄생하려면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이 되어야 한다. 이때 정자핵 속의 DNA는 난자 속으로 들어가 합쳐진다. 그러나 수정란(受精卵)의 경우 미토콘드리아는 난자에서 온 것이므로 미토콘드리아의 DNA는 어머니로부터만 물려받는다.

즉 정자의 미토콘드리아 DNA는 다음 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따라서 자식이 양친으로부터 유전적으로 정확히 반반 닮는다는 일반 상식은 틀린 설명이며 모성쪽을 미토콘드리아 DNA만큼 유전적으로 더 닮는다고 볼 수 있다. 정자와 난자가 합쳐진 수정란은 어머니 뱃속에서 분열을 시작하여 한 번 분열할 때마다 2배씩의 세포로 세포수가 늘어간다. 그리하여 어떤 세포는 피부조직이 되고 어떤 세포는 폐조직이 되고 어떤 세포는 뇌로 분화(分化)된다.

이는 피부·폐·뇌가 완전히 다른 모양, 다른 기능을 하고 있지만 이들을 구성하는 세포들은 최초의 수정란과 똑같은 DNA를 가지고 있다는 설명이 된다. 그럼에도 이들 세포의 모양과 기능이 다른 것은 그 세포가 가진 DNA의 기능 중 일부만을 활용하기 때문으로 그 조절방법은 일부 알려져 있으나 거의 모른다고 볼 수 있다.

세포는 모든 생명체의 기본 단위이다. 세포는 DNA·단백질·탄수화물·지방 등 다양한 분자로 구성되어 있지만 이들 분자 자체가 생명을 가지고 있다고는 할 수 없다. 따라서 생명체의 기본 단위는 어디까지나 세포이며 세포가 없는 것은 생명체가 아니라고 볼 수 있다.2)

DNA가 일하는 곳은 세포이며 세포 내에서도 핵이라는 소기관이다. 세포가 없으면 이 DNA는 하나의 물질일 뿐이다. 시험관 속에 정자와 난자의 DNA를 섞어 주어도 새로운 생명체가 만들어지지 않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 DNA가 자기가 가진 정보를 살려 일할 수 있는 장소는 세포 속의 핵이므로 세포의 핵 속에 DNA라는 정보가 함께 할 때라야 비로소 생명체라고 할 수 있다.

사람 세포 한 개 속에 들어 있는 DNA를 펼치면 길이가 약 2m 정도 된다. 이 DNA는 평소 실타래처럼 감겨 있으나 복제를 하거나 필요한 단백질을 만들 때에는 풀린다. 모든 생명체의 DNA는 기본적으로 이를 구성하는 분자가 사실상 같다. 즉 아데닌(Adenine, 보통 A로 표시), 구아닌(Guanine, 보통 G로 표시), 시토신(Cytosine, 보통 C로 표시), 티민(Thymine, 보통 T로 표시)이라는 4가지 염기와 한 가지 종류의 당, 그리고 인산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4가지 염기는 어떤 조합을 이루느냐에 따라 어떤 아미노산을 만들지를 결정해준다. 예로 ATG의 순서가 되면 메티오닌(methionine)이란 아미노산을 지정해주고 TTT 라는 순서가 되면 페닐알라닌(phenylalanine)이란 아미노산을 지정하게 된다. 아미노산이 연결되면 단백질이 되는데 20가지 아미노산의 연결 순서에 따라 단백질의 종류가 정해진다. 따라서 DNA 염기서열의 차이는 단백질의 차이로 나타난다.

부연하면 각 생물체는 DNA의 염기배열 순서가 다르고, 염기배열 순서의 차이는 아미노산 배열순서의 차이로 나타나며, 이는 궁극적으로 단백질의 차이로 나타나므로 각 생물체의 특성이 모두 다르게 되고 이것이 지구상에 다양한 생명체가 살고 있는 이유가 된다. 사람의 유전자는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정보를 가지고 있고, 소나 말의 유전자는 소나 말로서 필요한 모든 정보를 제공한다.

각 사람의 DNA 간에도 비록 사람으로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각 개인 간에는 피부색·키·체중 등이 모두 조금씩 다르다. 이는 각 개인의 DNA는 사람으로서의 기본적인 배열은 같지만 사람들 간에 약간의 다른 염기배열(sequence)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염기배열의 차이는 전체 염기에 비하면 지극히 미미하다. 그럼에도 각 개개인을 구성하는 세포는 동일한 수정란에서 분열된 것이므로 모두 동일한 DNA를 가지고 있다.3)

하나의 세포에 들어있는 전체 DNA를 게놈(genome, 영어식 발음은 지놈)이라 명명한다. 그러면 같은 DNA 게놈을 가진 사람들 간의 사고능력은 어떨까? 사람의 사고와 기억능력 등은 신경세포들의 작용에 의한 것으로 뇌세포는 교육 또는 학습에 의해 신경망이 서로 연결된다. 따라서 같은 DNA를 가진 뇌세포라 해도 교육 및 학습내용이 다르면 신경망의 연결상태가 다르므로 사고의 능력과 행태가 달라진다.

이는 우리가 교육을 받은 후에 교육에 의해 DNA가 달라진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습득한 내용에 따라 우리의 사고와 행동이 달라지는 것이나, 일란성 쌍생아의 경우 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만 한국서 자라면 한국말을 미국서 자라면 미국말을 하고 같은 사고와 행동을 하지는 않음으로부터 알 수 있다.

3. 생명공학의 과거와 현재

1) 유전공학기술

현재와 같은 고도의 유전공학기술이 개발되기까지는 우선 유전자의 구조와 기능을 이해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했다.

1944년에 그리피스에 의해 DNA가 유전정보를 가진 물질임이 밝혀졌고 1953년에 왓슨과 클릭에 의해 DNA구조가 밝혀졌지만 DNA가 가진 유전정보를 제대로 해석하기에는 많은 장애가 있었다. 유전정보의 해석을 위해서는 DNA의 염기서열을 규명할 수 있는 기술의 개발이 무엇보다도 필요했다.

그러나 최초의 핵산서열 규명은 DNA가 아니라 전달 RNA(transfer-RNA)4)였다. 이를 위해 1964년 코넬 대학의 할리와 그의 동료들은 전달 RNA를 조그만 조각으로 부수고 단계적으로 파괴하는 방법으로 염기서열을 밝힐 수 있었고 이 기술로 1975년경에는 파지(phage) MS2의 염기서열을 밝힐 수 있었다.

그러나 이 기술은 대단히 까다로운 기술이었으며 긴 DNA를 가진 생물의 염기배열을 알아내기에는 사용하기 힘든 기술이었다. 1970년 최초로 분리된 제한효소(restriction enzyme)는 우리가 DNA를 특정 부위에서 정확히 자를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였고, 잘라진 각 DNA를 전기영동에 의해 쉽게 크기별로 분리할 수 있었으므로 이 제한효소는 DNA의 염기서열을 밝히는 데 사용될 수 있었다.

이후 1975년에는 생어에 의해 1977년에는 맥삼과 길버터에 의해 DNA 염기서열을 직접 밝히는 획기적인 방법이 개발됨으로써, 수천 개의 염기로 된 DNA의 염기서열도 단기간 내에 읽을 수 있게 되었고, 이 분야는 큰 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다. 당연히 1975년 이전까지는 생명체의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바꾸는 것이 상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자연에 존재하는 특정 돌연변이체(mutant)를 찾아내어 이로부터 유용물질을 분리하는 것이 생명공학 기술의 일반적인 전략이었고 미생물학자들은 새로운 물질을 찾기 위해 토양·하수·바닷물·남극·온천 등에서 방대한 미생물을 수집하곤 했다. 또는 돌연변이를 인위적으로 유도하기 위해 미생물에 방사선을 조사하기도 하고 화학약품을 처리하기도 했다.

우리가 원하는 DNA를 플라스미드5)에 정확히 끼워넣는 것을 가능하게 해준 것이 앞에서 언급한 제한효소와 DNA 리가제(ligase)라는 두 가지 효소이다. 제한효소는 일종의 ‘가위’에 해당하는데 이 효소는 DNA 중의 특정 염기서열을 인식하여 이 염기서열 내의 특정염기를 자른다.

예로 Eco RI이라는 제한효소는 GAATTC라는 6개의 특정 염기서열만을 인식하여 이 자리만을 자르고 Hind III라는 제한효소는 AAGCTT라는 특정 염기서열만을 인식하여 자른다. 이들 제한효소의 유용성은 ‘특이성’에 있고 현재는 약 200종이 알려져 있다. DNA 리가제는 ‘풀’에 해당하는 효소로 생체 내에서는 DNA의 복제와 수정(repair)에 필수적인 효소이다.

이 두 가지 효소는 처음에는 생물체에서 직접 분리 정제해서 사용해야 했으므로 소량밖에 얻을 수 없어 사용이 제한적이었으나 현재는 유전자 재조합 DNA 방법으로 미생물에서 대량생산이 가능해 유전자 조작이 용이해졌다. 1975년 이전까지는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를 이용한 일부 세균으로의 전달 외에는 유전자의 전달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러나 유전자 재조합 기술의 개발로 마침내 생명공학자들은 원하는 DNA를 이 플라스미드에 끼워넣은 후 이를 세균 내로 전달할 수 있게 되었고 현재는 세균뿐 아니라 효모·동물·식물을 가리지 않고 유전자 전달이 가능해졌다.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이용하여 우리는 사람을 포함한 진핵세포들의 구조와 기능에 대해 많이 알 수 있게 됨으로써 생명체 또는 생명체의 성분을 이용한 생명공학기술에도 일대 혁신을 가져왔다. 즉 과거의 생명공학이 식품, 항생제 등의 생산을 위해 자연에 존재하는 미생물을 최대한 발굴하여 이를 이용하는 것이었다면 현재의 생명공학은 원하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이용할 미생물·동물·식물 등에 유전자 조작을 행한 후 이를 과거의 생명공학 기술과 접목한 것이다. 궁극적으로 유전자 재조합이라는 기술의 개발은 세균이나 효모 나아가 곤충·쥐·원숭이·사람 등의 동물세포와 동물체 및 식물체들을 유용한 단백질 생산을 위한 공장으로 바꾸어 놓았다.

이같은 DNA기술은 생명과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에게 분자 수준으로 연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다. 즉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진핵세포(眞核細胞)유전자의 구조와 기능을 이해할 수 있게 하였고 여러 가지 유전병, 암 등에 대해서도 분자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다.

그리고 우리가 원하는 대로 실험실에서 DNA를 조작할 수도 있고 그 유전자를 세균 내로 전달하여 쉽게 다량으로 얻을 수도 있다. 또 기왕에 분리된 DNA를 탐침(probe)으로 하여 다른 생물체에서도 같거나 유사한 유전자를 쉽게 찾아낼 수 있게 되었다. 이와 함께 1983년 미국의 뮬리스에 의해 개발된 PCR(polymerase chain reaction)이란 기술은 생체가 아닌 실험실의 벤치에서 소량의 DNA를 100만 배 이상 증폭할 수 있는 기술로 극미량의 DNA 만 있어도 그 DNA의 양을 증폭시키고 조작하여 여러 가지 유용물질을 대량생산 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다.

요약하면 지난 30년간의 획기적인 발전 덕분으로 우리는 유전자를 시험관에서 조작하고 이렇게 만든 유전자 재조합 DNA를 살아 있는 세포 내로 전달하는 것이 가능해졌으며, 이렇게 전달된 DNA는 세포 내에서 복제할 수 있고 우리가 필요로 하는 유용 단백질을 발현할 수 있으며, 이를 이용하여 사람을 포함한 진핵세포들의 구조와 기능들에 대해 분자적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대장균은 우선 키우기가 쉽고 특성이 이미 많이 연구되어 있었기 때문에 유전공학의 초기에는 이를 많이 이용하였다. 1980년대 초반에 성공한 예인 당료병 치료제 인슐린, 사람 성장 호르몬 등은 모두 대장균을 이용한 것들이었다. 그러나 생체 내에서 중요한 기능을 하는 단백질들은 많은 경우 단백질에 당이 붙은 당단백질(glycoprotein)이고 단백질에 당이 결핍될 경우 비록 아미노산이 같은 순서로 연결되어 있다 하더라도 제 기능을 못한다.

이는 대장균 세포 내에 소포체(Endoplasmic reticulum), 골지체(Golgi apparatus) 같은 소기관이 없어 단백질 발현시 이 단백질들에 당이 붙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장균을 이용하여 사람의 단백질을 발현하면 대부분의 경우 비록 단백질이 만들어지더라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대장균을 이용한 사람의 단백질 발현은 제한될 수 밖에 없다.

이 문제는 효모나 곤충 세포, 사람 세포, 원숭이 세포 등 진핵세포에서 유용 단백질을 발현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유전공학기술을 사용해서 유전적으로는 아무 관련이 없는 종의 유전자를 이식하여 새로운 형질을 갖도록 만든 생물을 유전자 도입 동물(transgenic animal) 또는 유전자 도입 식물(transgenic plant)이라 하는데 폐기종 치료용 단백질을 분비하는 양 트레이시(1990년 영국)와 젖과 함께 항암제를 분비하는 염소 그레이스(1996년) 등이 그 예이다.

이와 같이 유전공학기술은 세상에 이미 존재하는 우수한 단백질 또는 약간 변형된 단백질을 보다 효율적으로 값싸게 생산하여 제공할 수 있게 하였다. 유전공학 기술을 이용하여 만든 의약품의 또 다른 예로는 항바이러스 단백질인 인터페론, 혈전 용해제(plasminogen activator), 혈우병 치료제(blood-clotting factor VIII), 악성빈혈 치료를 위한 조혈호르몬, 보다 안전한 간염백신 및 각종 진단시약 등 모두 열거하기가 힘들 정도로 많이 있다. 또한 유전공학 기술은 농업 및 식품산업에도 획기적 변화를 가져와 많은 유전자변형 농작물이 개발되었고 각종 식품첨가제 등도 개발되었다.

2) 인간 유전자 프로젝트와 관련된 생명공학 기술

인간 유전자 프로젝트는 1988년경에 왓슨의 주장으로 시작된 이후 십수년이 지난 2000년 6월 26일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미국·영국·프랑스·독일·중국 5개국과 민간기업인 셀레라 지노믹스 사는 마침내 인간 게놈 DNA의 염기서열을 거의 해독했다고 발표하였다.6)

각종 뉴스 미디어들은 “인류의 질병 정복이 가능해졌다.” “무병장수의 꿈을 이룰 수 있게 되었다.”는 등의 기사를 싣고 있다. 사람 세포의 핵 속에 있는 염색체는 23쌍 즉 46개인데, 이 중 23개는 아버지로부터 나머지 23개는 어머니로부터 수정될 때 온 것이다. 이를 길이가 긴 것부터 번호를 매겨 1번부터 22번까지 번호를 붙이고 성을 결정하는 염색체는 X 와 Y라고 명명한다.

따라서 이번의 발표는 1번부터 22번까지의 염색체와 성염색체 X, Y 즉 24개의 약 30억 개에 해당하는 염기서열을 거의 규명하였다는 것이다. 이번에 규명된 결과가 표준 염기서열이 되겠는데 앞으로 분석될 염기서열에 대한 비교대상이 될 것이다. 국가기관들의 연구는 12명의 혼합된 유전자로부터, 민간기업 셀레라 지노믹스의 것은 6명으로부터의 DNA이며 흑, 백, 황인종이 모두 포함되어 있고 여성은 혈액의 DNA를, 남성은 정자의 DNA를 시료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십수 년의 짧은 기간에 약 30억 개에 달하는 염기서열을 규명할 수 있었던 것은 앞서 언급한 생어에 의한 염기서열판독법(sequencing)을 자동화할 수 있었고 슈퍼 컴퓨터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 인간 유전자 프로젝트의 연구 결과로 밝혀진 것은 단지 유전자의 서열뿐으로 이는 ……ATGCAATGCAAACA…… 같은 일종의 암호에 불과하다. 따라서 앞으로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어떤 단백질을 만들고 유전자의 형질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밝혀 내야 한다. 즉 어느 유전자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를 모르면 DNA 염기서열만으로는 아무 소용이 없다.

인간 유전자 프로젝트에 참여한 나라들이 특히 미국이 이 정보를 무상으로 제공한다고 하는 것은 어떤 의미의 자신감에서 비롯한 것일 수도 있다. 사람에게는 약 10만 개 정도의 유전자가 있고7) 이 중 4,000~5,000가지가 유전병에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유전병은 병을 일으킬 수 있는 유전자를 소유한 사람이 그의 DNA를 다음 대에 전달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병을 일으키는 유전자와 정상적인 유전자는 어떻게 다른가?

이는 단지 염기서열의 차이로 일부 DNA에 염기서열이 바뀜으로 인해 이 유전자가 만들어내는 단백질이 만들어지지 않거나, 만들어지더라도 제 기능을 못하거나 이 유전자가 제대로 조절되지 않기 때문에 질병이 발생한다. 따라서 유전병 유전자를 가진 사람의 유전자를 정상적인 유전자로 바꿀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유전병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즉 질병 발생 유전자가 규명될 경우 우리가 이를 인위적으로 바로잡음으로써 질병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이를 유전자 치료(gene therapy)라고 부르는데 이는 인간 유전자 프로젝트가 완성된다 하더라도 유전자를 원하는 부위에 정확히 옮겨줄 수 있는 방법을 필요로 함을 의미한다. 현재는 바이러스를 개조하여 질병을 일으키지 않으면서도 DNA를 세포 내로 안전하게 전달할 수 있는 각종 바이러스 벡터(vector)를 개발하였거나 개발중에 있다.

암도 자신의 세포 속의 DNA가 복제중에 돌연변이가 일어나 DNA 염기서열이 바뀜으로써 나타나는 증상이다. 물론 어느 유전자에나 해당되는 것은 아니며 주로 세포분열, DNA 복제, 세포 내 신호전달 등에 관한 유전자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경우 어느 유전자가 바뀌면 어떤 암에 걸리는지를 미리 예측할 수 있다면 앞서 언급한 유전자 치료를 이용하여 정상적인 유전자로 바꿔줌으로써 암의 치료도 가능하게 된다.

이 방법으로 면역결핍증에 걸린 어린이와 암에 걸린 한 노인을 이미 성공적으로 치료한 바 있어 인간 유전자의 각 부위별 기능이 밝혀질 경우 많은 질병을 유전자 치료법에 의해 고칠 수 있게 될 것이다. 한 가지 언급해 두고 싶은 것은 현재 유전자 치료가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은 체세포이고 체세포의 유전자는 바뀐다 하더라도 다음 대로의 유전자 이동은 없다. 왜냐하면 다음대로 유전자를 전달하는 것은 생식세포이기 때문이다.

현재 지구에는 약 60억이 넘는 인구가 있는데 이들의 유전자 서열이 모두 다르며8) 인종간에도 약간의 차이가 있다. 이를 이용하면 범인을 체포하거나 혈족의 확인 등이 가능해지는데 이를 DNA지문감식이라 하고 1986년 영국에서 범인을 체포할 때 처음으로 채택된 이후 많은 사건들과 친자확인 등에 이용된 바 있다.

DNA칩이라 불리는 기술을 이용하면 소량의 DNA로도 많은 유전병과, 사람형질의 차이로 어떤 질병에 대한 면역능력이 있는지 등을 한꺼번에 알아 낼 수 있고 출산 전 진단에도 이용할 수 있다. DNA칩은 DNA를 구성하는 각 염기들이 특이성을 갖고 상보적으로 수소결합하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즉 아데닌은 티민과 구아닌은 시토신과 결합하므로, 예를 들어 이들 염기 중 아데닌이 있을 자리에 돌연변이가 일어나 다른 염기로 바뀌면 수소결합이 되지 않는다. 이미 기계장치적인 측면에서는 개발이 완료되어 있으므로 인간 유전자의 부위별 기능만 밝혀지면 즉각 다양한 DNA칩들의 개발이 가능하다. 1996년 첫선을 보인 이래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여러 종류의 DNA칩을 이미 선보인 바 있고 우리 나라의 몇몇 생명공학회사들도 일부 유전자에 대한 DNA칩을 개발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3) 생명체의 복제기술

대장균과 같은 단세포는 세포분열로 증식을 하므로 무성생식(無性生殖)이라 부르는데 자기 자신의 유전적 특성을 모두 자식에게 전달하므로 일종의 복제이다. 그러나 인간을 포함한 동식물들은 두 개의 성이 합쳐져서 다음 세대가 태어나므로 유성생식(有性生殖)이라 부른다.

이 유성생식의 경우는 재료는 비록 부모들로부터 왔지만 자손은 부모로부터 각각 절반의 유전자를 물려받으므로 자기들만의 특성을 갖게 된다. 따라서 이는 복제가 아니다. 비록 옛날 소설이긴 하지만 우리 나라에도 복제인간에 대해 소설화 한 것이 있는데, 소설 《옹고집전》이 그것으로, 동냥 간 스님을 괴롭히는 옹고집을 혼내기 위해 학대사가 짚으로 만든 인형에 주문을 외어 또 하나의 옹고집을 만드는 스토리가 나온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물의 복제가 최근에서야 가능해졌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사실은 동물의 경우 이미 100년 전에도 가능했다. 그러나 복제양 돌리와 같이 이미 성장한 동물의 복제는 불가능했고 동물의 태아를 이용한 복제만이 가능했다. 동물복제 실험의 첫번째 경우는 1896년 스위스에서 스페만이 행한 실험으로 도롱뇽의 수정난이 두 개의 세포로 나눠질 때까지 기다린 후 갓난아기의 머리카락을 이용하여 갈라진 세포를 갈라놓았더니 각각이 다른 도롱뇽으로 자랐으며 이 두 도롱뇽은 복제된 것처럼 유전적으로는 똑같은 도롱뇽이 되었다.

스페만은 이미 자란 동물도 복제가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성숙한 동물의 세포를 난자 내에 집어넣기 위해 난자의 핵을 제거하고 성장한 동물의 세포를 난자에 넣어 보았으나 완전한 개체로 성장하는 데는 실패했다. 이후 약 50년이 흘러 1952년에 미국의 브릭스는 개구리 난자에서 핵을 제거하고 개구리 태아로부터 세포를 얻어 이 세포를 난자에 넣었더니 이 난자가 자라 올챙이가 되었다.

이로부터 과학자들은 태아를 이용한 복제는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이미 기능이 분화된 세포의 복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이미 분화된 세포의 경우 신체 특정부분에서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유전자는 활동중이지만 DNA의 나머지 부분은 이미 기능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간과 폐가 비록 같은 수정난으로부터 출발했지만 완전히 다른 조직 나아가 기관을 형성하여 다른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때부터 사람들은 인간의 복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마침내 1978년 미국에서 작가인 로비크는 복제된 인간을 목격했다고 주장하며 이 사건을 《복제인간》이란 소설로 출간했는데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여전히 복제인간이 사실일 리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중에 1984년 윌랫슨이 양의 배(embryo) 에서 빼낸 핵을 다른 양의 난자에 넣어 줌으로써 두 마리의 양이 태어나게 했다.

그러나 다 자란 동물의 복제는 복제양 돌리가 태어날 때까지 성공한 예가 없었다. 즉 양의 배에 있던 세포는 아직 DNA 분화가 되지 않아 모든 DNA가 활성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으나 다 자란 세포가 가진 모든 DNA를 활성 상태로 유지시켜주는 방법을 아직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코틀랜드 로슬린 연구소의 과학자들은 이 방법을 찾아냄으로써 1996년 7월 복제양 돌리의 탄생이 가능하게 했다.

그들은 휴식기의 세포9)들은 모든 DNA가 활성 상태임을 알게 되었고 이를 복제에 이용했다. 난자를 제공해주는 양에는 호르몬을 투여하여 수정 가능한 난자 수를 늘리고 채취한 난자의 핵을 제거한 후 복제하려는 체세포(돌리의 경우는 젖샘의 세포를 이용했음)의 핵을 핵이 제거된 난자 속에 넣어 주어 수정란을 만들고 이를 암양(대리모)의 난관에 넣어 주어 이 수정란이 난관을 타고 자궁 속으로 들어가 착상되게 했다.

그러나 이 과정은 여러 단계를 거쳐 이루어지므로 인공으로 만든 세포가 손상을 입기 쉽다. 게다가 착상이 매우 어려워 돌리의 경우 277개의 세포 중 겨우 13개만이 배로 자랐고 이들을 대리모에 넣어 주었지만 오직 하나 돌리만이 태아로 자랐다. 한 가지 언급하고 싶은 것은 복제인간이 태어났을 경우 원래의 원형이 되었던 사람과 복제인간 간의 사고와 행동이 같을까 하는 의문이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뇌의 능력은 교육과 학습에 의해 신경망이 연결되므로 가능하다. 같은 DNA를 가진 사람도 어떤 교육을 받았냐에 따라 신경망의 연결 상태가 다르므로 사고의 방식이 달라진다. 이는 각 개개인이 살아오면서 같은 문제라도 경험의 유무에 따라 다른 판단을 한다는 사실―같은 사건에 대해서도 동일인이 세월이 흐르면서 판단이 달라질 수 있음을 생각해 보라.―로부터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따라서 복제인간은 원래의 사람과 같은 생각과 행동을 하는 사람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키·체중·눈색깔·운동 능력 등 여러 가지 생물적인 특성들은 같다고 볼 수 있다.

4. 생명공학의 미래

앞에서 언급한 대로 인간 유전자 프로젝터의 연구결과는 암호와도 같은 유전자 염기서열이다.

따라서 향후 수십 년간 생명공학분야에서 가장 직면한 문제는 아마도 인간 게놈 프로젝트에서 밝혀진 염기서열들이 어떤 유전자인지 즉 유전자의 각 부위가 어떤 단백질을 만들고 어떤 부위가 어떤 형태의 조절기능을 담당하는지를 규명하는 작업이 될 것이다.

현재의 예상으로는 약 10만 개에 이르는 유전자가 있을 것으로 보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추정이다. 따라서 이들이 어떤 기능을 가진 단백질을 만들고 어떤 조절 기능을 하는지 밝혀내는 작업이 무엇보다도 우선이다. 이는 약 20년에서 길게는 약 50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기술의 진보를 고려하면 이보다 당겨질 수도 있다.

사실 인간 유전자 프로젝트의 경우를 보면 기술의 발전에 의해 몇 년 앞당겨졌다. 그러나 20~50년 이라는 기간은 게놈이 가진 모든 유전자를 완전히 다 밝혀지는데 걸릴 것으로 예상하는 시간이고, 이들 정보가 밝혀지는 대로 속속 데이터 베이스가 확보되고 앞서 언급한 다양한 DNA칩이 개발되어, 각종 암, 유전병의 발생 가능성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암, 유전병의 근원적 예방·치료·관리가 가능해지고 유전자 치료법과 각종 질병의 치료제 등이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보다 효율적인 유전자 치료를 위해 현재 개발된 바이러스 벡터보다 나은 바이러스 벡터가 개발되어 이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약에 대한 소양·치매·수명·장기이식시의 거부반응·비만 등도 유전형질의 차이 때문일 것이라 예상되므로, 사람들 간에 차이를 보이는 약 0.3%에 해당하는 300만 군데의 차이를 규명하면 이들의 정복도 가능한 일이다. 또한 인간게놈에 대한 해석이 완료될 즈음에는 노화에 관련된 유전자들을 찾을 수 있므로 노화를 억제할 수 있는 물질이 개발될 것이고 유전자 전달을 통한 건강장수가 가능해질 것이다.

아울러 생명복제의 기술과 함께 일상생활에도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공상 영화 ‘가타카’에서 예견하듯이 열등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이 당하게 될 보험가입, 취업 및 결혼시의 불이익 등은 새로운 사회적인 문제를 유발할 것이다. DNA지문감식법은 현재는 데이터 베이스가 불충분해서 이용에 한계가 있지만 인종별 데이터와 각 개인별 데이터가 축적된 경우 이에 대한 활용범위가 넓어져 범인을 체포한다거나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이 현장에 없었음을 증명하고, 친자확인이 100% 가능하는 등 여러 가지 사안에 강력한 증거로 사용될 것이다.

인간 유전자 프로젝트가 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안겨 준 것이 사실이지만 턱없이 과장된 기사도 눈에 띈다. 예로 2000년 6월 29일자 어느 신문에 “당신 아기는 출산 후 정확히 2년 6개월 15일째 되는 날 심장판막증에 걸릴 것이며, 30세때 간염, 65세때 간암에 걸릴 것입니다.

하지만 유전자 치료로 완쾌될 것이니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라고 산부인과 의사가 아기를 받아들고 얘기해 줄 날이 멀지 않았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왜냐하면 DNA 정보가 장차 어느 날 어떤 형질이 발현될지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영양상태 등 주위의 환경에 따라 빨라질 수도 있고 늦게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에 점쟁이식의 예측은 불가능하다.

사실 현재의 기술로도 인간뿐 아니라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의 복제는 가능하다. 다만 인간복제는 법으로 최대한 막겠지만 부자의 경우 사설 실험실을 차려서라도 비밀리에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실제로 이 실험에 소요되는 비용은 그리 많지 않고 무병장수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무한할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복제는 못하더라도 인간 배아를 이용해서 간세포 (stem cell)를 추출, 이를 심장, 간 등의 장기복구에 이용한다든가 동물을 통해 생산한 장기들이 사람한테 조직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았을 때의 장기이식 등은 곧 가능할 것으로 보이나 법적·윤리적·종교적인 문제가 뒤따른다. 현재도 낙태된 태아로부터 파킨슨씨 병의 치료제 등을 개발하고 있으나, 여러 나라에서 배아를 이용한 연구가 금지되어 있다. 맞춤아기가 가능할까?

그러려면 생식세포에 유용한 유전자는 집어넣고 필요없는 유전자는 제거해야 한다. 이것은 먼 미래에는 가능할지 모르나 현재의 기술적 측면에서 볼 때는 불가능하다. 돌리에 관해 언급시 실제로 온전한 생명체가 태어날 확률이 매우 낮다고 언급한 바 있다. 우수한 형질보다는 원인 모르게 오히려 기형이 태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일부 신문에 곧 가능할 듯이 기사화되어 있으나 기형으로 자란 생명을 쓰레기처럼 버릴 수 있다면 모를까 확률상 상당히 어려울 문제로 보인다.

그러나 복제인간도 몇 년 전까지는 불가능한 일로 여겨졌음을 상기하면 획기적인 기술의 개발이 이를 가능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유전공학에 의한 유용단백질의 생산은 더욱 효과적으로 싸게 그리고 더욱 정제된 형태로 이루어질 전망이므로 양질의 의약품과 식품첨가물 등을 싼 값에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우리가 원하는 단백질에 대한 유전정보를 가진 유전자를 찾아 분리하여 이를 미생물 또는 다른 진핵세포에 도입해야 하므로 지구상 많은 생명체들에 대한 유전정보를 수집하는 연구가 행해질 것이다.

일단 유전자가 도입된 세포가 만들어지면 이를 상업적인 규모로 즉 수천 리터 규모로 키우는 방법과 이를 정제하는 방법, 또 효능을 검사하는 방법 등이 갖춰져야 하는데, 이런 기술들은 현재의 생명공학기술로도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식량문제는 인류가 반드시 겪게 될 위기의 하나이다. 현재의 유전공학기술로도 제초제에 견디는 농작물, 쉽게 무르지 않는 토마토, 해충에 강한 농작물, 체중이 보통 소보다 몇 배 나가는 슈퍼 소 등 유전자변형 생물을 만들었고 또 새로운 것들의 개발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맛과 영양소를 우리가 원하는 수준으로 조절한 농작물도 만들어질 것이다. 사실 이를 위한 기술적 장벽은 높지 않다. 농작물이나 다른 가축의 유전자 정보가 구축될수록 이같은 작업은 더욱 쉬워질 것이다. 그러나 현재는 식품으로서의 안전성과 환경에 대한 안전문제, 소비자들의 본능적인 거부감 등에 의해 반대에 부딪혀 있다. 그러나 수십 년 후에 식량부족이 현실화되면 유전자조작 식품은 유일한 대안이 될 것이다.

따라서 유전자조작 식품들이 자연스레 우리의 식탁에 오르게 될 것이고 생명공학기술은 더욱 다양한 유전자변형 농작물과 가축을 만들어 낼 것이다. 국가간의 특허전쟁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미국 등 인간 유전자 프로젝트를 주도했던 나라들이 이 정보를 무상으로 제공하겠다는 것은 이 정보가 인류 공동의 자산이라는 숭고한 뜻도 있겠지만 자신감에서 비롯한 것이기도 하다. 이미 미국 등 선진국의 생명공학회사들은 수만 건에 이르는 생명공학 특허를 출원한 상태이며 이 특허 행렬은 계속될 것이다.

따라서 선진국과 후진국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다. 《쥬라기공원》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소설이고 영화니까 가능한 일이다. 현재 멸종된 생물의 경우 온전한 상태의 DNA와 난자를 구하지 못하므로 영화에서처럼 호박에 갇힌 모기 피 속의 공룡 DNA를 이용한 공룡의 복제는 현재의 기술로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남극이나 북극 등에서 온전한 세포를 유지한 사체를 발견한다면 가능할 수 있는 일이다.

생명공학의 발전은 기성문화와의 충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재산의 차이는 유전자 우열의 차이로 나타나 유전자 우열에 의한 새로운 계층사회가 형성되고 유전적으로 문제가 있는 태아에 대한 유산이 급증할 것이며 노인 인구가 급증하여 노령화 사회로 갈 것이다.

5. 맺는말

생명공학이란 생명현상을 이용하여 인류가 필요로 하는 물질 또는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현재의 생명공학 수준에 도달하기까지에는 많은 과학적 발견이 그 바탕이 되었지만 특히 DNA가 유전물질이고 DNA가 단백질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음을 이해해야 했다.

DNA 염기서열의 차이가 지구상 모든 생명체의 다양한 차이로 나타남을 알게 되고 이를 인위적으로 조작할 수 있는 기술인 유전자 재조합 기술이 탄생했다. 유전자 재조합 기술은 유전공학이란 분야를 탄생시켰고 이는 자연에 존재하는 생물체에 크게 의존하거나 무작위식의 돌연변이 유발에 의존하던 생명공학 전반에 걸쳐 기술적 혁명을 가져왔다.

이 기술은 DNA라는 물질의 조작을 통해 생명체의 특성들을 실험실에서 변형시키고 이로부터 유용물질을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다. 생명체 복제기술은 태아세포의 복제만이 가능한 줄 알았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체세포도 복제가 가능하게 됨으로써 인간복제까지도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 기술들은 인간 유전자 전체를 이해하려는 인간 유전자 프로젝트와 함께 21세기의 인류에게 각종 의약품의 생산, 질병의 진단·예방·치료, 식량 문제의 해결, 인간 수명의 연장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혜택을 줄 것으로 예상되며 21세기를 생명공학의 시대로 만들 것이다.

그러나 종교적·윤리적·사회적·철학적 측면에서는 많은 부정적인 면을 노출함으로써 인류 전체의 존립을 위협할 수도 있는 양날을 가진 칼과 같은 위험한 기술이 될 것이므로 이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역할이 인류 역사상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게 될 것이다. <끝>

최원상
서울대학교 식품공학과 졸업. KAIST 생물공학과 석사. 미국 알라바마 대학 의대 미생물과에서 분자세포생물학으로 박사학위 취득. KAIST 생물공학부 연구원 및 미국 하버드 대학 미생물 및 분자유전학과 연구원 역임. 현재 동국대학교 생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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