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대 동국대 교수

낙산사는 하루아침에 불탄 잿더미로 변해 있었다. 강풍과 화마가 휩쓸고 지나간 2, 3일 후의 낙산사 정경은 참담하기 짝이 없었고, 주지스님은 물론 이곳을 찾은 선남선녀 누구나 모두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유서 깊고 아름답던 보물, 낙산사 동종은 몇몇 파편만 남긴 채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 버렸고, 그 많던 전각들은 거추장스럽기 짝이 없는 쓰레기 더미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태풍과 폭우도 무섭지만 나무로 지어진 우리나라의 사찰들은 불이 가장 무서운 천적일 수밖에 없다. 태풍과 폭우에는 동종이나 석불상 등은 그대로 형체라도 남아 있을 수 있지만 화마에는 목조는 말할 필요도 없고 금속이건 석조(石造)이건 깡그리 태워 버리므로 남아 날 불교문화재는 결코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화마 외에도 불교문화재는 언제 어떻게 망가지고 훼손되고 파괴될는지 아무도 모른다. 모든 불교문화재는 갖가지 위험에 완전 노출되어 있다고 보면 틀리지 않다는 것이다. 이들 위험의 종류와 이 위험으로부터 불교문화재를 보존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하겠다.

이들 불교문화재는 크게 두 가지에 의해서 훼손되고 있다. 첫째 인간에 의한 훼손과 둘째, 자연에 의한 재해이다.
먼저 인간에 의한 훼손에는 도난, 화재, 전쟁 등에 의한 파괴 등 여러 가지에 의해서 훼손되고 있다. 첫째, 도난이다. 가장 많이 일어나고 있고 또한 가장 심각한 문제가 도난에 의한 문화재들의 수난이다. 뛰어나고 훌륭한 불교문화재들은 인적 드문 산사(山寺)에 산재해 있기 때문에 절도나 강도에 의하여 약탈당하기 십상이었다.

그래서 불상과 불화들이 허다하게 사라졌는데, 신고 되어 잘 알려진 사찰문화재만 하더라도 수천 점에 가깝게 될 것이다. 송광사 국사전의 벽을 뚫고 절도해간 국사영정 도난사건 이후 본사급 사찰에 박물관을 건립하도록 권장하여 불교문화재들을 수납 전시하는 초유의 사태는 국보급 문화재의 도난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라 하겠다. 가장 많이 도난당하는 대상은 불화이다. 불화는 각 사찰마다 상당수 봉안되어 있을뿐더러 칼로 도려내 말면 운반하기에도 편리하기 때문에 도난당하기 적당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또 종을 위시한 불교공예품이나 16또는 500나한상, 1000불 또는 3000불 등 수가 많이 남아 있는 작품이 제일 선호되는 도난 대상이 되는 것이다.

도난에 무방비로 노출된 불교문화재에 대해서 도난을 방지할 수 있는 묘안이 하루빨리 수립되어져야 할 것이다. 도난을 방지하려면 여러 가지 방안이 있고 실제로 시행되는 경우도 있지만 열 도둑을 막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먼저 순찰을 강화해서 도둑의 접근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그러나 인위적인 순찰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도난 경보장치를 설치하고 노출을 최대한 억제해서 도난을 방지해야 할 것이다. 말하자면 과학 장비를 동원해서 도난을 방지해보자는 것이다. 이와 아울러 각 불전(佛殿)에 도저히 유지할 수 없을 경우에는 하루빨리 박물관으로 재빨리 이전해 두어야 할 것이다.

둘째, 화재이다. 화재는 불가항력적으로 일어날 수도 있지만, 일부러 불을 지를 수도 있고, 무심히 버린 담배꽁초나 실수로 불을 내는 경우도 있으며, 나무와 나무가 마찰될 때 등 자연적으로 불이 날 경우도 있는 것이다. 이번 낙산사 화재의 경우 강풍과 폭우가 동시에 닥쳐 주 건물 외에는 깡그리 불태워 버리는 대단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특단의 대책이 아니면 고스란히 불타버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때문에 사찰 건물군 주위 방경 1000m내지 500m 정도에 걸쳐 수분이 많고 불에 잘 타지 않는 내화성 수종(樹種) 이른바 느티나무 같은 것을 심는 것도 산불과 같은 화재 시에는 훌륭한 예방책이 될 것이다. 또 건물 내외에 걸쳐 스프링클러 장치 등으로 재무장하여 화재에 근본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안들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전쟁 등으로 전 산천에 걸쳐 사찰들이 마구 파괴되는 모습은 경악스러운 점이다. 전쟁 등으로 졸지에 파괴되는 사찰문화재들은 이동 가능한 것은 재빨리 이전 소개하는 방법이 최상이다. 전쟁 자체는 회피할 수 없기 때문에 문화재 파괴는 상당부분 불가피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이 역시 상호간 군(軍) 관계자(지휘관 내지 작전관)의 양식에 크게 좌우되므로 평소 이들의 문화재 교육에 각별히 노력해야 될 것이다. 평상시의 제대로 된 문화재 교육을 통해서 심어진 문화재 보호 의식이라야 전쟁 중이라 해도 문화재 파괴를 예방할 수 있는 방책이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6.25전쟁 때 오대산 상원사가 불타지 않게 된 유명한 일화는 이를 잘 알려준다.

그 다음 자연 재해 면이다. 자연재해로 불교문화재가 훼손되는 데는 첫째 풍화작용, 둘째 병충해, 셋째 태풍이나 폭우 같은 천재지변 등이 원인이 되고 있다.

첫째, 풍화작용은 목재나 금속재, 석재 문화재들이 외부에 노출되어 있을 때 특히 많이 발생한다. 석탑이나 석불상들이 풍화로 부식되거나 목조나 금속제 불교공예품들이 부식되는 경우는 허다하게 발생한다. 석굴암이나 감은사석탑 등의 심각하고 급격한 부식현상은 풍화작용의 폐해를 잘 알려주고 있다. 이러한 풍화작용에는 비바람과 햇빛 등을 완벽하게 차단하는 보호 장치가 필요하고 아울러 과학적 보존처리를 적절하게 실시할 필요가 있게 된다. 특히 과학적 보존처리는 앞으로 가장 애써야 할 분야이므로 불교박물관의 보존실, 불교문화재연구소 등을 설립하여 전 불교문화재에 지속적으로 과학적 보존처리를 실시해야 할 것이다.

둘째, 병충해에 의한 피해이다. 병충해는 목조건물 등 목조 문화재나 종이나 비단 등 천으로 된 불경이나 불화 등은 풍화작용 보다 병충해의 피해가 더 심각한 문제이다. 비바람에 노출되었거나 온습도가 부적절할 때 병충해는 심각하게 피해를 주고 있게 된다. 우리나라 사찰 대부분 심각하게 피해를 주고 있게 된다. 우리나라 사찰은 대부분 목조건물이므로 비바람에 썩고 벌레들이 갉아먹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그래서 매년 국보, 보물의 불전들이 보수공사를 계속하고 있는데, 정부의 보조 없이는 보수 유지하는 일이 심각한 상태에 이를 것이다. 따라서 평소 비바람과 온습도와 청결을 적절하게 유지시켜 주어 벌레들이 서식할 수 없도록 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므로 사찰에서는 이 점을 항상 유념해서 대처해야 할 것이다. 해인사 장경각의 과학적 시설이 팔만대장경의 부식을 방지하는데 결정적인 사례로 널리 인식되고 있는 것은 불교문화재의 보존 유지에 시사하는 점이 많을 것이다. 이와 함께 이미 병충해가 진행되고 있는 문화재들은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적당한 과학적 보존처리를 재빨리 실시해야 할 것이다. 보존처리는 단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오랫동안의 정성이 필요하며 특히 과학적 보존처리를 할 수 있는 대책 이른바 연구소나 연구실의 설립이 종단차원에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태풍이나 폭풍우 등 급격한 자연재해도 불교문화재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다. 태풍이나 폭풍우로 인해 산사태나 폭우 그리고 강풍으로 매몰되고 떠내려가고 무너지는 불교 문화재들이 매년 상당수 반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평소 철저한 관리가 가장 시급한 일이다. 예방이야 말로 최고의 방지라는 인식을 갖고 조그만 허점도 점검하고 보수해야 심각한 피해를 줄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논의한 불교문화재의 보존실태와 보존대책으로 일관성 있는 정책과 철저한 예방 그리고 적절한 처리가 요청되고 있다. 이러한 정책과 예방 그리고 처리가 적절하게 이루어지려면 과학 보존실 또는 연구기관이 종단에 설립되어 불교문화재 보존 정책을 수립하고 적절한 예방책과 보존처리에 대한 연구와 실행을 동시에 할 수 있어야 될 것이다. 이 기관은 현재 조계종 발굴단이나 새로 설립되는 불교중앙박물관에 보존실을 두거나 독립 연구소를 설치하는 일이 적절할 것으로 생각한다. 현실적으로는 발굴단이나 중앙박물관에 보존실을 확충하고, 각 사찰 불교박물관에 보존인원을 확보하여 중장기적으로 보존책을 강구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문명대
1940년 경북 경산 태생으로, 동국대학교박물관장, 한국미술사학회장 등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동국대학교 미술학과 및 대학원 미술사학과 교수, 한국미술사연구소장, 문화재전문위원. 주요 저서로 《한국조각사》《고려불화》《한국미술사 방법론》《한국의 조각 불상》《한국불교미술사》 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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