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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의 인터넷 활용 실태와 한계
박문수 가톨릭대 연구교수
[23호] 2005년 06월 10일 (금) 박문수 9783722@hanafos.com

1. 인터넷에 호의적인 가톨릭교회

그리스도교(기독교)를 말의 종교라고 한다. 그리스어로 말을 로고스(Logos)라 하는데, 신약성서의 요한복음은 예수를 다음의 구절과 같이 로고스와 동일시하였다. "한 처음, 천지가 창조되기 전부터 말씀이 계셨다. 말씀은 하느님과 함께 계셨고 하느님과 똑 같은 분이셨다.…모든 것은 말씀을 통하여 생겨났고, 이 말씀 없이 생겨난 것은 하나도 없다."(요한 1,1-2). 이처럼 기독교는 말로 인해 태어났고, 말로 확장하였으며, 말로 살고 있다. 그리스도교와 말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 것이다. 이러한 말과의 친화성 탓에 그리스도교는 미디어에 대하여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높은 관심을 보여 왔다.

가톨릭교회도 그리스도교의 일파이다 보니 미디어에 대하여 긍정적이고 호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가톨릭 최초의 공식입장은 1957년 교황 비오 12세가 반포한 <사목훈령 (Miranda Prosus)>에 나타난다.

이 문헌의 이름도 '경이로울 정도로 놀랄만한'이라는 뜻으로 큰 의미가 없다. 일부 문헌들은 그 문헌 전체가 말하는 정신을 기초로 다른 이름을 부여받기도 하는데 그래도 표기는 문헌 맨 앞의 두 단어만 사용한다. 교황청에서 발표하는 문헌들이 갖는 권위는 등급에 따라 다른데, 등급이 높을수록 교리나 교회법에 가까워 신자들에 대한 규정력이 매우 큰 반면, 등급이 낮은 문헌들은 낮을수록 신자들에 대한 권고사항 정도의 의미만을 갖는다. 현재의 문헌은 등급 상 중간 정도의 권위를 갖는 문헌이다.

이 훈령에서 비오 12세는 "교회는 이러한(대중) 매체들을 '하느님의 선물'로 본다. 매체는 하느님의 계획대로 사람들을 형제애로 일치시키고, 하느님의 구원 계획에 협력하도록 도와 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피력하였다.

이 입장은 요한 바오로 2세의 1971년 사회 커뮤니케이션 매체에 관한 사목 훈령 <일치와 발전(Communio et Progressio)>에서 거듭 반복된다.

그리고 이 입장의 연장에서 2002년 2월 22일 발표된 교황청 사회홍보평의회의 <교회와 인터넷(La Chiesa e Internet)>은 인터넷을 역사적 과학적 과정의 결과이자, '놀라운 기술의 발명'으로, 앞으로도 인간을 위해 더욱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피력한다.

이처럼 가톨릭교회는 공식적으로 매스미디어나 인터넷에 대하여 긍정적인 입장과 가능하다면 적극 활용하자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2. 가톨릭의 인터넷 활용실태

매스미디어와 인터넷을 신의 선물로 이해하고 있을 정도로 긍정적이고 우호적이긴 하지만, 교회의 여건에 따라 활용하는 정도는 제 각각이다. 종교들 대부분이 그러하듯이 가톨릭도 매스미디어를 선호하는 동기는 분명하다. 매스미디어는 말 그대로 널리 알리는 수단(弘報) 인 까닭이다. 적은 인원이 다수의 인구에게 자신의 종교의 가르침을 널리 알릴 수 있는 측면 이른바 선교 혹은 포교의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는 점을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다. 물론 이 뿐 아니다. 가톨릭의 입장은 "인터넷이 통상, 교육, 정치, 언론, 국제관계, 문화 관계에서 사람들의 의사소통 방식만이 아니라 삶을 이해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오는데 도움을 주고" 있기 때문에 주목한다.

가톨릭은 인간본성의 전문가이자 이 세상의 '어머니요 스승(Mater et Magistra)'6)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바, 인터넷이 일으키는 환경변화와 인간 의식을 비롯한 삶의 조건의 변화에 무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각주6) 교황 요한 23세가 1961년 노동헌장 반포 70주년 기념으로 반포한 사회 회칙(回勅)의 이름이기도 하다. 교회가 이 세상을 어머니다운 마음으로 품어 안고, 스승으로서 가르치는 위치에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 늘 어머니와 스승으로서 이 세상과 인류를 위하여 노심초사한다는 의미인 것이다.

인터넷이 숱한 문제들을 안고 있음에도 가능성에 주목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선교를 위한 수단으로 유용하기 때문이다.

1) 한국 가톨릭교회의 인터넷 활용 약사

가톨릭의 인터넷 활용역사는 한국사회의 인터넷 활용사와 궤를 같이 한다. 현재와 같이 교구 인트라넷 체제로 가기 전에는 단순히 일부 단체나 개인이 활용하는 정도에 그쳤다. 그러다가 인터넷이 갖는 위력에 주목하게 되면서 전국 각 교구를 하나로 연결하는 대규모 인터넷 연결 사업 '모세 프로젝트'를 1994년에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발주하면서 교회의 공식적인 대응방안이 모색되기 시작하였다.

전국 교구와 본당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던 이 방대한 프로젝트는 재정과 용역업체의 문제로 성사되진 않았지만, 이후 인터넷 활용의 양적 확대를 가져오는 계기가 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두 가지 큰 목표를 지향하고 있었는데, 하나는 선교를 위한 통일적인 전국 가톨릭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행정의 효율화를 도모하는 것이었다. 전자는 선교를, 후자는 사목(司牧)을 목표로 하는 것이었다. 양자 모두 기대와는 달리 충분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하였다. 특히 전자는 거의 진척되지 않았다. 행정 효율화도 교구간의 재정격차, 지역 간 정보화 수준이 달라서 통일적인 체계를 구축하지 못하였다. 가톨릭의 교구중심주의가 이러한 통합적인 운영체계 구축을 어렵게 만들었던 까닭이다. 게다가 교회가 이 과정을 관리할 능력도 부족하였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를 계기로 인력과 재정에 여유가 있는 교구부터 인트라넷을 구축하게 되었다. 모세 프로젝트를 구상한지 만 10년이 지난 지금 거의 모든 교구들이 공식적인 인트라넷을 구축하기에 이르렀다. 가장 먼저(1996년) 포털 사이트를 지향하며 교구 인트라넷을 구축한 곳은 서울 대교구였다. 이를 시작으로 2000년을 전후하여 대부분의 교구들이 인트라넷을 구축하게 되었다. 대체로 교세와 재정이 넉넉한 교구들이 컨텐츠와 하드웨어 모두 훌륭한 수준이고, 그렇지 못한 교구들은 질과 정보의 양에서 커다란 격차를 보이고 있다.

수도회들도 1996년 이후로 미디어 전문수도회인 성 바오로 수도회(http://www.paolo.net)의 웹 호스팅 서비스를 이용하여 참여가 활발해져 이제는 거의 대부분의 수도회들이 인터넷을 활용하고 있다. 각 교구의 인트라넷 구축, 미디어 전문 수도회의 인터넷 사업기반이 구축되면서 교회기관과 신자들은 이들과 연결하면서 활발하게 활동을 펼쳐 나갔다. 특히 가톨릭의 인터넷 참여와 활용이 두드러진 시기는 지난 10년간이고, 그 가운데서도 한국의 인터넷 기반이 대중적으로 확산된 지난 몇 년간이다. 이처럼 교회의 기대와 우려 속에 활발하게 확장일로를 걷던 인터넷은 내부적인 한계와 교회 외적인 영역의 급속 팽창과 이를 따라잡지 못하는 교회의 대응 간에 지체가 일어나면서 정체 상태에 이르게 된다.

이와는 다른 흐름으로 최근 들어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는 것이 문화사목이다. 인터넷의 문화창조 기능에 유념하면서 인터넷 문화를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가능하다면 인터넷 문화 창조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당연히 가톨릭의 정신이 인터넷에 침투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산하 매스컴위원회의 한 분과로 2003년부터 활동 중이며 현재 이를 확산시키기 위해 2004년부터 정식으로 문화사목분과를 신설하고 전문인력 모집과 정기적인 학술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2) 활용유형

주요 포털 사이트의 검색엔진을 사용하여 천주교, 가톨릭을 검색하면 포털마다 다르긴 하지만 수백 개의 홈페이지가 등장한다. 이 홈페이지는 크게 네 부류로 나뉜다. 이를 가톨릭의 위계적 특성에 따라 분류하면 ① 교회의 공식 홈페이지(한국 천주교 중앙협의회, 각 교구 홈페이지) ② 수도회 홈페이지 ③ 교회기관이나 신자 단체의 홈페이지(개별 성당의 홈페이지도 이 범주에 넣고자 한다) ④ 신자 혹은 사제, 수도자 개인의 홈페이지 등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이 범주에 들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평신도(재가신도)들이 만든 단체 가운데 교회의 인가를 받지 않거나 종교적 명칭을 사용하지 않고 비(非)교회 포털에다 혹은 개인적으로 홈페이지를 만든 것이 여기에 속한다.

이를 개설목적에 따라 분류해보면 ① 교회나 교구의 행정상의 편의를 위하여 활용하는 경우(교회의 공식 홈페이지), ② 가입된 신자들 간의 내부 커뮤니케이션 활성화(대부분이 그렇다), ③ 책, 성물류를 판매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상업용 사이트(대부분이 서점이다) 등으로 나뉜다.

① 교회의 공식 홈페이지는 교황청 사이트를 비롯해서, 교구의 기본정보, 교회와 교리의 상식과 같은 신자들이 궁금해 하거나 배우고자 하는 내용, 각종 교구 행정 정보, 교구민들의 의견을 듣는 난, 교구의 공식기관과의 하이퍼 링크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가장 활발하게 이용되는 것들로는 의견란, 교회상식란 등이 있다.

② 유형에 해당되는 가장 대표적인 본당 사이트들은 본당소개, 단체소개, 각종 행사 안내, 링크 사이트들로 단순하게 구성되어 있다. 신자가 되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을 예비자라고 하는데 이들을 위한 전용란들도 대부분 구성되어 있다. 가장 많은 숫자를 기록하고 있으면서도 관리가 가장 안 되는 것이기도 하다. 대부분 구축만 해 놓았을 뿐 관리는 허술하게 이뤄지고 있다. 대부분 비용을 들이지 않고 자원봉사자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설사 잘 활용된다 하더라도 신자들 간의 소통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③ 유형은 개신교와 같은 상업용 포털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인터넷 서점 정도로 운영되고 있다. 교회내의 주요 출판사와 잡지사들이 주로 운영하고 있다. 아무래도 목적이 그러하기 때문에 상품 판매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세 유형 모두를 선교용도로 간주하기도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내부 커뮤니케이션 활성화를 도모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개신교와 같은 상업적인 목적의 포털은 크게 발달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3) 인터넷 활용의 성격

가톨릭도 인터넷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선택하였을 때는 당연히 선교(포교)를 목적으로 하였다.13) 각주13) 가톨릭에서 선교는 최근 개념의 변화를 겪고 있다. 과거 식민지 개척 시대에 갖게 된 정복적 이미지 때문에 선교(mission)는 점차 복음화(evangelization)로 대체되고 있는 것이다. 복음화는 대체로 세 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 기존의 선교개념처럼 비신자를 신자로 만드는 새복음화, 이미 신자가 된 이들을 재교육하여 신앙을 강화시키는 재복음화, 사회구조의 변혁을 도모하는 사회복음화 등이 그것이다. 선교와 복음화는 현재 혼용되고 있지만 용어를 바꾸려는 의도와 달리 선교는 여전히 비그리스도인을 그리스도인으로 개종시키는 시도로 이해되고 있다.
인터넷 이전에도 가톨릭은 신문(가톨릭신문, 평화신문), 텔레비전(평화방송)과 같은 매스 미디어를 활용하여 선교를 시도한 바 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매스미디어는 선교 수단으로써 보다는 신자들만을 위한 이른바 내부 커뮤니케이션용으로 활용되었다. 이처럼 미디어 활용은 애초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였다. 이런 경험이 있었음에도 교회는 인터넷이 갖는 놀라운 위력을 활용하기 위해 다시 인터넷에 투자를 시작하였다. 하지만 이 역시 몇 년이 지나지 않아 매스 미디어와 같은 문제에 봉착하게 되었다. 사실상 인터넷이 선교효과를 거의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까닭이다. 그러면 가톨릭의 인터넷 활용은 어떤 성격을 띠고 있는지를 분석해보고자 한다.

①인터넷의 내부화

교회의 양적 확장과 내부 구성원의 질적 심화를 의도하는 선교수단인 인터넷은 애초의 의도와 달리 내부 구성원간의 커뮤니케이션 활성화 의도로 사용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주 이용자층이 신자들이고, 신자들에 의한, 신자들을 위한 커뮤니케이션이 주종을 이루는 까닭이다. 상호작용이 활발한 자유게시판의 경우에도 비신자 또는 이웃 종교 신자들의 방문이 이루어지고 있기는 하나, 신자들이 압도적 다수를 이루고 있다.

이것은 교회가 활용하는 인터넷이 선교의 두 번째 차원인 재복음화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이버스페이스의 한계 요인 가운데 하나가 면대면 접촉과 같은 인간적 풍미를 느낄 수 있는 인간 커뮤니케이션의 부족이라고 하는 바, 이와 같은 상호작용성(inter-activity)의 부족은 직접적인 선교 수단으로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제공되는 일부 정보의 경우 가입을 전제로 하고 있어 폐쇄적인 성격을 띠고 있기도 하다. 네티켓이 부족한 사람들과 정보의 부당한 사용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종교 사이트에서 폐쇄적인 성격을 갖는 컨텐츠들이 많은 것은 가톨릭 관심자들에 대한 접근을 막고 있다.

선교효과가 아니라면 내부 커뮤니케이션 활성화라도 되어야 하는데 이것이 얼마나 이루어졌는가? 그리고 신자들은 온라인에서 제공하는 정보와 관계를 통해 어떤 실질적인 도움을 받고 있는가?

양적 질적 데이터 모두가 부족하여 판단하기는 어려우나, 현재의 활용행태를 볼 때 그 정도는 매우 낮을 것이라 추정하게 된다. 내부 커뮤니케이션은 사이버 본당을 통해서도 가능하지만 인터넷의 특성상 오프라인보다는 공간적 경계를 넘어서기가 용이하기 때문에 해당 교구나 본당에서 제기할 수 없는 문제들도 과감하게 영역을 넓혀 공개하고, 자신의 욕구도 다양한 경로를 통하여 충족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기에 재복음화의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측면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인터넷이 개방 공간이다 보니 교회가 오프라인에서 억압하였던 문제들이 손쉽게 대중적으로 전파되는 경향이 있다. 진실 여하를 막론하고 교회내의 모든 정보는 용이하게 확산되어, 이전 시대와 다른 어려움을 초래하는 경우가 흔하였다. 현재는 어느 정도 진정되었지만 초기에는 익명성을 무기로 폭로와 비방이 주를 이루었다. 특정 신부의 비행이나, 교회의 비리, 사목현장에서 일어나는 갈등사례 등 그 동안 가려져 왔고, 오프라인에서 차단되었던 정보들이 비교적 자유롭게 소통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런 요소들을 차단함으로써 유지해왔던 교회의 권위들이 인터넷에서는 유지가 불가능해진 것이다. 이런 측면은 내부 커뮤니케이션의 활성화의 양면으로 평가된다.

②교회 정보생산 주체의 다양화

오프라인에서는 성직자와 수도자들이 종교적 생산을 거의 독점하는데 반해, 온라인상에서는 평신도들이 더 많은 참여를 하고 있다. 실제로 개설된 사이트 수에서 절반 이상을 평신도 그룹과 개인이 차지하고 있다. 이는 한편으로 현실공간에서 표출되기 어려운 종교적 욕구의 발산이라는 것과 다른 한편으로 미래 사이버 공간 내에서 종교의 주도 세력이 이들 평신도 그룹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이들이 제공하는 컨텐츠는 현실공간의 종교 생산계층의 것을 단순 재생 내지는 낮은 수준의 가공단계에 불과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열의는 넘치나 전문성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순수 종교 정보의 경우엔 성직자들의 영향력이 여전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신학 외 전문분야의 경우 평신도들의 전문성과 권위가 성직자를 능가한다. 종교내의 권위 행사 패러다임의 변화를 촉진할 흐름으로 평가되는 현상이다.

③현실공간과 유리된 텍스트만의 교류

기술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종교 컨텐츠는 텍스트 중심이라, 현실공간의 문제점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실제 삶을 배제하고, 미화한 텍스트로만 제공되는 형태이다 보니 오프라인과 연결되었을 때 부적응이 심화되는 문제를 낳는다. 점차 텍스트 중심에서 오디오 비쥬얼을 포괄하는 텍스트로 옮아가기 때문에 현실성을 띠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맥락이 결여되어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객관적인 데이터의 부족으로 이용자 연령분포를 알 수 없지만 게시판을 통해 나타나는 상호작용을 보면 20대 이하의 참여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 것 같다. 오프라인에서도 이들 연령대를 찾아보기 힘든데 온라인에서는 이보다 더 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오프라인 교회에서 가장 소수인 젊은 층이 온라인에서는 다수이자 중심계층이 되고 있는데, 가톨릭은 이들에게 접근하는데 실패하고 있는 것이다.

■텍스트의 문제

컨텐츠는 디지털 문법과 해석학적 신학이 결여된 전통의 충실한 전달과 교리의 정통적 해석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이런 내용은 신자들에게는 의미가 있으나 비신자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이미 오프라인에서도 교회의 이런 텍스트들은 거부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프라인에서 천주교의 선교는 문자 텍스트가 아니라 교회가 한국 사회에서 실천해온 삶과 관련이 더 깊다. 예언직의 실천, 사회복지 혜택부여, 재정의 투명성, 양적 규모, 전통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형성된 사회적 위신이 중요하였다. 이는 자발적 입교가 가장 많은 종교라는 평가에서도 잘 드러난다.

따라서 오프라인에서 새 복음화는 기존에 교회에 대해 가지고 있던 긍정적인 인식이 직접적인 선교수단(거리전도, 직접방문, 직접권유 등)으로 인해 입교로 연결되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 온라인에서도 오프라인의 긍정적인 인식이 방문의 계기가 될 수는 있으나, 다시 오프라인으로 연결되어야 하는 과정이 전제되기 때문에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노력이 없으면 성과로 연결되기 어렵다. 그리고 이러한 이들은 대부분 앞서도 언급한 바이지만 연령이 높은 사람들이다. 문자 텍스트에 익숙하지 않은 20대 미만의 청소년들이 종교라는 테두리 안에 갇혀 있는 정보를 찾아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설사 이 과정을 거친다 하더라도 얻게 된 정보는 신자들도 간신히 이해할 수 있는 단어와 맥락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수용이 곤란하다. 결국 해석학적 신학이 전제되지 않은 텍스트를 첨단의 수단으로 전한다 해서 긍정적인 효과를 보기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전달방식의 일방성

가톨릭의 인터넷 텍스트들은 한결같이 '와서 보라(Come and See)'는 방식이다. 방문자가 직접 온라인상의 교회 안에 찾아와서 문을 여는 방식이다. 검색엔진에서 가톨릭이나 천주교를 타이프하고, 검색한 사이트를 다시 찾아가야 하는 식이다. 아울러 교회의 텍스트는 교회 사이트 안에만 있다. 일반 비종교 포털에서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온라인상에서도 공간적인 경계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는 교회가 인간 삶의 모든 영역으로 흩어져 육화되는(kenosis) '가서 전하라(Go and Preach)'는 방식과 거리가 먼 것이다. 오프라인에서 제 발로 찾아오는 신자들을 맞이하듯이, 온라인에서도 제 발로 찾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어서다.

또한 기본 의사소통 패러다임이 탄환 모델처럼(Sender Message Channel Receiver) 일방적이다. 수용자의 능동적인 피드백이 고려되지 않은 패러다임을 따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그동안 교회가 복음을 전해온 방식이기도 하였다. 전달자의 삶과 관련 없이 구원의 소식만 전하면 복음의 수용여부는 하느님이 결정하는 방식이라는 인식이 그대로 투영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대외적인 커뮤니케이션에서도 나타나고 있지만, 교회 내의 커뮤니케이션(intra communication)에서도 드러난다. 한 가지 목소리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자유주의자와 보수주의자간의 대화도 일방적이다. 한국교회의 경우 보수· 사이비 정통주의의 위력이 대단하여, 온라인 오프라인 모두에서 횡포에 가까운 일방통행이 지배한다. 일례로 온라인상에서 제기되는 교회에 대한 비판, 사제들의 비행에 대한 폭로는 네티켓의 기본 수준에 미달하는 언사로 폭력을 당한다. 삭제 압력은 물론이고, 공개장(公開場)의 기본 원칙은 아랑곳없다. 오프라인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교회의 일치는 한 목소리로 상징되는 분위기가 지배한다. 사이비 신심은 제어하지 못하면서도, 반대의 목소리는 봉쇄하는 것이 교회의 취약한 내면을 반영한다. 도전과 비판이 없었던 권위가 공개장에서 자유로운 의사소통과 비판에 의하여 도전을 받게 되자, 오프라인과 마찬가지로 일방적인 대응을 앞세우는 것이다. 온라인은 오프라인에 비하여 의도하기에 따라 반대자를 제거하기가 더 쉬운 이점이 있다.

■ 행정편의 위주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교회의 인터넷 활용은 사실상 선교와는 거리가 멀었다. 사실상 교회가 막대한 재정을 퍼부은 인터넷은 선교보다는 행정효율화에 더 기여하였고, 애초의 목적이 이것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더 큰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인트라넷이 구축된 교구는 신자들의 전입 전출시 교적의 자동 송부, 소속 사제와 본당에 대한 각종 공문수발, 재정보고 등에 활용하고 있다. 신자들에 대한 교회정보의 제공도 이뤄지고 있지만 교구민의 일부만이 참여하고 있는 것이어서 사실상 인터넷을 이용한 전산화는 행정효율화가 목표이자 결과가 되었다. 이처럼 가톨릭의 인터넷 활용은 애초의 목적에 충실하지 못한 것이라는 평가가 가능하다.

3. 가톨릭 인터넷 활용의 미래

가톨릭은 적극적인 인터넷 활용론의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하였다. 사실이다. 가톨릭은 인터넷을 신이 내린 수단이라고 주장할 만큼 선교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인터넷은 애초의 기대와는 달리 선교의 유용한 수단이 되지 못하고 있다.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체로 새로운 미디어들이 교회의 적응속도 보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 이 양자 간에 지체가 일어나는데서 비롯되는 것 같다. 그리고 온라인은 종교에 관심이 적은 30대 이하의 젊은이들이 주 수용자층이어서 메시지나 전달방식 모두에서 교회가 한계를 갖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점차 상업화되고 그에 따라 관리 비용이 증가하는 인터넷을 감당하기 어려운 것도 원인으로 지적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런 한계와 궁극적으로 내부 커뮤니케이션 활성화에 국한된 수단이라는 인식에도 불구하고 가톨릭은 인터넷을 이용하고자 한다. 궁극에는 이 수단이 모든 인간의 구원을 중재하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이 공간을 떠돌며 정신적 구원을 갈망하는 영혼들에게 한 줄기 빛이라도 되어줄 수 있으리라는 희망에서 그렇게 하고자 한다.

앞으로 인터넷 이후의 매체가 등장한다 하더라도 여전히 가톨릭은 이들을 적극 활용하자고 주장할 것이다. 그리스도교는 로고스의 종교인 까닭이다. 그리고 어느 종교이든 하나의 제도로 살아남아 있는 한 확장욕구를 갖는 것이 당연하기에, 가톨릭도 새로운 수단을 이용하여 계속 복음을 전하려 할 것이다.

박문수

가톨릭대학교 인간학교육원 연구교수,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한국사목연구소 연구실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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