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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사이버 사회 대응 양상
―종교학계의 이론적 논의 종합
[23호] 2005년 06월 10일 (금) 김응철 sam1528@hanmail.net

1. 사이버사회의 도래와 종교적 대응단계

사이버(cyber)라는 용어가 등장하여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반부터라고 할 수 있다. 사이버라는 말은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의 줄임 말로, 1948년 미국의 수학자 노버트 위너가 창안한 새로운 학문의 이름에서 시작되었다.1) 미국 수학자 N. 위너가 《사이버네틱스-동물과 기계에서의 제어와 통신(1948)》에서 제기한 이론이다. 위너는 통치자 또는 조종자를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이 용어를 도입하였다. 사이버네틱스는 생물개체의 행동과 통신기계 동작의 평행성, 동형성에서 출발하여, 기계적, 생체계, 조직사회에서의 제어와 통신 또는 정보전달의 구조는 기본적으로 같은 방법이라는 견해에서 연구를 시작하였다.

사이버네틱스는 조타수(操舵手)를 뜻하는 그리스어 kybernetes에서 유래하였다. 이후 사이버라는 말은 여러 가지 용어들과 결합하면서 다양한 의미를 함축하기 시작하였다.

사이버는 '가상의,' '컴퓨터상의,' '인터넷상의' 등의 의미들이 함축된 접두어로 사용되고 있다. 사이버사회(cyber society)는 사이버스페이스(cyber space)가 사회학적 용어로 확장된 것이다. 사이버스페이스(cyber space)는 컴퓨터 통신망 안에 존재하는 가상공간을 의미한다. 따라서 사이버사회는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컴퓨터 통신망 속에 형성된 가상의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사이버사회는 세계의 인터넷 이용자들이 사용하는 컴퓨터가 서로 연결되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형성되었다. 사이버사회는 기존의 공간적 개념의 사회와는 다른 가상공간의 사회이다.

지금까지의 현실 사회(real society)가 물리적 시설과 대면적 접촉으로 이루어지는 오프라인(off-line) 사회라고 한다면, 인터넷상의 사이버사회는 인터넷 통신으로 통해서 접촉이 확장되는 온라인(on-line)사회이다. 인터넷 통신이 보편화되면서 현실사회는 같은 규모의 보이지 않는 가상사회(cyber society)로 확장되었다. 가상사회가 형성되었다고 해서 현실사회가 붕괴된 것이 아니라 현실사회의 또 다른 현실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가상사회가 현실사회를 완전히 대체한 것도 아니고, 현실사회가 가상사회를 완전히 포용하고 있는 것도 아닌 공통점과 차이점을 그대로 내포하고 있으면서 동시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이버사회가 현실화되면서 종교적 관점에서도 이 문제를 다루기 시작하였다. 사이버사회에 대한 종교적 관심은 몇 가지 단계로 발전하여 왔다.

첫째 단계는 사이버사회의 정보기술들을 학습하고 활용하려는 관점이다. 사찰이나 교회, 성당 등지에서 컴퓨터를 구입하고 관리 업무에 활용하는 단계가 여기에 속한다. 컴퓨터는 소수의 인력으로 많은 신도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데 매우 능률적인 도구이다. 각 종교단체에서는 적극적으로 사이버사회의 정보기술과 도구들을 활용하기 시작하였다. 그 결과 다수의 신도를 관리할 수 있는 정보관리체계가 구축될 수 있었다.

둘째 단계로는 인터넷이라는 의사전달 통로를 통해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종교조직의 활동을 홍보하고, 포교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관점이 형성되었다. 이것이 현실로 나타난 사례는 각종 종교단체의 홈페이지 구축에서 찾아볼 수 있다. 현재 이름이 알려져 있는 대부분의 종교조직체들은 자체 홈페이지를 만들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로 인하여 종교조직 내부의 일들이 점차 밖으로 알려지고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인터넷은 종교조직 내 구성원들의 의사소통의 도구로써, 그리고 대사회적 정보전달의 통로로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다.

셋째 단계로는 인터넷을 이용한 종교 공동체의 형성 욕구가 확산되기 시작하였다. 종교조직의 주체가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정보만을 소비하던 종교인들이 자체적으로 공동체를 만들고, 그 속에서 새로운 형태의 신앙이나 신행 활동을 추구하게 된 것이다. 사이버 상의 사찰이나 교회를 만들고 인터넷으로 접속하여 유사한 종교 활동을 시도하는 경향들이 나타난 것이다. 초기단계이지만 사이버 신도, 사이버 신앙의 형태가 형성되고, 상당한 구심점과 지도력을 갖는 사이버 신행 조직인 종교동호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사이버상의 종교 활동이 사회적 보편성을 갖지는 못하고 있다.

넷째 단계로는 일방적으로 사이버 사회의 매체와 기술들을 수용하려 했던 기존의 태도에서 벗어나, 각 종교적 관점에서 사이버 사회를 분석하고 이끌어 가려는 노력이 진행 중이다. 앞의 세 단계가 사이버 사회의 여러 현상들을 종교가 수용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것이라면, 네 번째 단계는 종교가 사이버 사회의 변화를 주도하려는 의도가 결합된 것이다. 급격하게 진행된 정보화 과정에서 많은 역기능을 초래하게 되자, 이에 대한 종교적 대응의 자세가 표출된 것이다. 일종의 사회 변화에 대한 종교적 반작용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시점에서 종교학계는 새롭게 도래된 고도정보사회에서 종교가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어떤 방향으로 변화에 대응해야 하는가에 대한 자기성찰의 기회를 갖기 시작하였다. 지금까지는 방향과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변화했기 때문에 그 변화를 수용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그 과정에서 사이버 사회에 대한 종교적 이론이나 사상적 기초가 정립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여러 가지 거대이론이나 담론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사이버 사회라는 변화를 예측하고 그 속에서 종교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 것인가에 대한 추론의 수준이었다. 그렇지만 정보화의 과정은 예측대로의 변화를 초래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지체 현상과 함께 정보화의 불균형으로 그 양상을 달리했다.

선진 공업국이라고 하는 미국이나 일본, 그리고 유럽 각국에서는 오히려 일반 국민들의 정보기술 활용도가 일부 국가에 비하여 뒤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반면에 우리나라와 대만을 비롯하여 북구 유럽 등 규모가 작고 초고속정보통신망이 쉽게 보급될 수 있는 국가에서 인터넷 활용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역전현상이 나타났다. 이와 정반대로 사회간접자원에 대한 투자가 미흡하고 정보인프라 구축이 잘 되지 않은 나라에서는 아직도 농경사회와 산업사회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는 사례도 많은 실정이다.

즉, 사이버사회라고 해도 각 국가와 그것을 구성하고 있는 사회단위들이 처하고 있는 정보인프라 및 정보기술 이용정도에 따라서 다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종교계도 예외가 아니며, 불교계 또한 같은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따라서 사이버사회의 종교는 일의적 구조가 아니라 다층적이고 다양한 양태로 전개되고 있으며, 때문에 일반화된 이론이 제시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사이버사회와 불교를 분석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관점에서 분석틀을 만들었다. 이 분석틀은 사이버사회에서 종교의 모습과 종교적 관계, 그리고 종교적 행위를 분석하기 위한 시론적 성격을 띠고 있을 뿐이다. 본고에서는 첫째, 존재론적 관점에서 사이버상의 종교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는지, 사이버상의 종교조직, 사찰, 스님, 신도의 모습을 분석하였다. 둘째, 관계론적 관점에서 어떤 종교적 관계가 사이버 상에서 형성되고 있는지, 종교적 요소들이 어떻게 관계를 맺고 결합하고 있는지를 분석하였다. 셋째, 행위론적 관점에서 어떤 종교적 행위가 사이버 상에서 이루어지고 있는지, 그리고 종교인들은 어떤 신행활동을 하고 있는지를 분석하였다.

이러한 틀을 가지고 사이버사회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자료의 미비와 일부 종교조직에서만 찾아 볼 수 있는 현실 때문에 일반화시킬 수 없는 한계에 직면하기도 하였다. 그것은 사이버 사회가 완성된 단계가 아니라, 지금 현재 진행 중인 변화과정에 있기 때문이며, 따라서 일반화시키지 못하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2. 사이버상의 종교현상에 대한 이론적 논의

1) 존재론적 관점

사이버사회에서 현실 종교가 어떤 모습으로 존재할 것인가에 대한 구구한 예측들이 많았었다. 종교는 교주, 교리, 교인, 성소 등 여러 가지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다. 사이버사회에서 활동하는 종교라 할지라도 교주와 교리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나타나기는 어렵다. 다만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이 현실사회에서와 다소 차이가 나타날 수 있을 뿐이다. 예를 들면 현대사회에서 불상은 나무, 흙, 돌, 종이 등 다양한 소재를 사용하여 조성된 모습으로 모셔진다.

그러나 사이버 상에서는 영상자료로 조성되며, 궁극적으로는 컴퓨터가 해독할 수 있는 코드로 조성되어 있을 뿐이다. 또한 현실사회에서는 불상이 실제 사용이 가능한 전각에 모셔지지만, 사이버사회에서는 컴퓨터 속에 모셔지고 인터넷 검색으로 친견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변화가 과연 일반인들에게 어떤 종교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사이버사회에서 불교는 가상의 법당에 모셔진 부처님의 영상을 보면서, 염불소리를 듣고 각자의 신행활동을 전개하는 양태를 보여준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러한 신행활동의 모델이 완전하게 형성되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가까운 시일 내에 보편화될 가능성도 많지 않다. 일부 스님이나 불자들이 사이버 법당을 개원하고 오프라인과 유사하게 운영하는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 경우에도 완전한 사이버 법당만으로 운영되는 사찰이라기보다는 현실사회에 존재하는 사찰의 기능을 일부 소개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사이버사회에서 스님은 어떤 모습인가? 아직 사이버 캐릭터로 활동하는 스님의 모델은 거의 없다. 일반 스님들이 사이버 상에서 법문을 하거나 상담을 받아주는 역할을 하는 정도이다. 사이버사회에서 스님의 유형은 완전한 사이버 캐릭터, 사이버 공간을 활용하는 캐릭터, 사이버 공간을 무시하고 오프라인만 고집하는 캐릭터들로 구분할 수 있다. 현재 대부분의 스님들은 세 번째 유형에 속한다. 즉, 사이버공간을 통한 종교활동보다는 대면적 접촉을 중심으로 하는 종교활동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렇지만 앞으로는 점차 사이버 공간을 활용하는 스님이 많아지고, 사이버 공간만을 고집하여 신행활동을 지도하려는 스님들도 나타날 것이다.

사이버 네트워크 속에서 신도는 어떤 모습인가? 사이버 상의 신도는 회원제로 운영되며, 불특정 다수의 네티즌들이 사이버스페이스를 자유롭게 드나들면서 종교적 접촉을 시도할 수 있다. 사이버 상에서의 종교공간에서는 때로는 비판과 비난만을 일삼는 일부 누리꾼들의 공격이 난무하기도 한다. 향후에는 멤버십을 가진 충성도, 종교성, 헌신성을 가진 사이버 신도의 출현도 기대해 볼 만하다.

2) 관계론적 관점

사이버상의 종교적 관계 형성은 비교적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종교적 관계는 성직자와 신도의 관계, 사찰과 신도의 관계, 신도와 신도 사이의 관계 등 다양하다. 이와 같은 관계 형성은 종교적 만남으로부터 시작된다.
사이버 상에서 볼 수 있는 종교적 관계는 일방적 PR 관계, 상호커뮤니케이션 관계, 긴밀한 멤버십관계 등으로 유형화할 수 있다. 일방적 PR 관계는 종교활동을 주도하는 기관이나 단체가 특정한 활동이나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불특정 다수의 네티즌들의 접근을 유도하는 관계이다. 이러한 관계는 초기 사이버스페이스가 형성될 때 시작되어 이미 고전적 유형이 되다시피 하였다.

이러한 관계에서는 네티즌들 사이에 특별한 종교적 관계가 형성되기 어렵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등장한 것이 종교적 성향을 가진 네티즌들 사이에 공감대를 갖고, 일정한 동류의식을 형성할 수 있는 상호커뮤니케이션 관계이다. 이와 같은 관계는 인터넷상의 각종 사이트 등을 통해서 종교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주고받으며 신심을 형성하고 발전시킨다. 이보다 더 진보된 관계가 인터넷상의 상담과 의견 교류를 통해서 만들어지는 긴밀한 멤버십 관계이다. 인터넷상의 문자, 소리, 화상을 이용한 채팅이 유행하면서 종교 상담과 각종 활동에도 이를 응용하게 된 것이다.

사이버 공간에서 형성되는 종교적 관계는 정보매체의 활용도와 친밀도 등을 기준으로 정보제공형, 카페형, 동호회 활동형 등의 관계로 유형화할 수 있다.

정보제공형 관계는 사찰이나 단체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한 쪽에서는 일방적으로 제공하고, 다른 한 쪽에서는 일방적으로 이용하는 형태를 말한다. 대부분의 사찰 홈페이지는 정보제공형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보제공의 내용은 주로 스님의 법문, 교육자료, 신행방법, 각종 행사 등에 국한된다. 엄밀한 의미에서 종교적 관계라기보다는 정보제공자와 이용자의 관계로 제한된다. 이것은 오프라인 상에서 형성되는 관계를 사이버상에 그대로 옮겨놓은 것에 불과하다.

카페형 관계는 대규모 네티즌들이 이용하는 포털 사이트의 카페에서 종교활동을 하며 형성된 관계로 정의 할 수 있다. 카페형의 경우 주인, 운영자, 정회원, 손님 등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대부분 회원으로 등업된 이후 이용하도록 부분적인 제한이 가해진다. 카페형은 가입탈퇴가 자유롭기 때문에 회원 상호간에 긴밀한 친분관계라기보다는, 사이버상의 친분관계일 뿐이다. 사이버상의 친분관계는 서로 대면적 접촉이나 개인의 신상에 대한 공유 없이 익명성을 유지하면서 회원으로서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정도이다. 여기에서 관계가 더욱 긴밀해지면 오프라인 상에서 서로 만나는 동호회 활동으로 발전한다.

동호회 활동형 관계는 비교적 소수의 회원들이 오프라인 상에서 만나 종교 활동을 함께하며 상호 친밀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형태의 관계는 이미 오프라인에서 종교적 관계가 형성된 뒤에 온라인상에서 종교활동을 심화시키는 과정으로 활용된다. 일부는 생면부지의 네티즌들이 홈페이지나 카페 등의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멤버십을 형성하고 동호회 활동을 전개하는 경우도 있다. 동호회 활동형 관계는 다소 폐쇄적이고, 제한적으로 회원을 받아들이는 특성을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사이버상의 관계를 맺는 방식들은 사찰이라는 종교조직과 스님, 그리고 신도들 상호간에 새로운 유형의 관계를 형성한다. 전통적 종교관계가 성직자와 신도사이의 수직적이고 상하적인 관계라고 한다면, 사이버상의 관계는 수평적이고 대등한 관계가 된다. 사이버상의 익명성 때문에 서로의 신분을 확인하기 어렵고, 확인한다고 해도 그다지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경향 때문이다. 다만 서로 역할을 달리하는 관계로 접촉이 이루어진다.

사이버사회에서의 종교관계는 앞으로 기존의 종교적 질서를 해체하고 전혀 새로운 형태의 관계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다. 사이버 상에서는 기존의 종교적 권위가 쉽게 수용되기 어려우며, 그 권위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도 많지 않다. 기존의 제도화된 종교 활동 영역이 완전히 소멸되는 것은 아니지만, 수행과 체험을 공유하면서 개별적 신행활동이 중시되는 네트워크화된 종교관계가 형성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사이버 상의 새로운 관계 유형이 오프라인의 종교활동을 완전 대체할 수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앞으로 상당한 기간 동안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공존하다가 새로운 네티즌 세대들이 사회 중추로 성장할 경우 그 양태가 변모할 것으로 보인다.

3) 행위론적 관점

그렇다면 사이버사회에서 종교행위는 어떤 양태로 이루어지고 있는가? 불교의 신행활동은 계행(戒行), 정행(定行), 혜행(慧行) 등 크게 세 가지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 계행(戒行)은 오계, 십선계, 보살계 등 불교적 가치관을 유지하면서, 삶 속에서의 실천적 원리로서의 자발적 서원으로 이루어진다. 계행은 수계의식이라는 통과의례가 있다. 삼귀의계는 삼보에 세 번 절함으로써 실천될 수 있지만 오계, 십선계, 보살계 등은 일정한 공간에서의 의식과 계사스님과의 관계 속에서 행위가 이루어진다. 또한 오계 수계식 이후 법명을 받고, 불자로서의 정체성과 실천력을 갖게 된다.

이와 같은 계행은 사이버 상에서 거의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계행과 관련된 의식과 생활 속에서의 실천, 그리고 자기의 점검으로 이루어지는 일련의 과정은 온라인상에서는 이루어지는데 한계가 있다. 그러나 계행의 목적이 단순한 의례와 의식이 아니라, 스스로의 서원과 실천을 통해서 악업을 방지하고, 선근을 증장하기 위한 과정이기 때문에 사이버 상에서의 수계의식도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수계를 받기 이전에 오계실천을 통한 자기 점검과 지도법사의 지도와 조언, 그리고 일정한 수준에 도달하였을 때의 수계의식 봉행 등이 이루어진다면 더욱 효과적인 계행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계행의 실천을 점검하는 방법은 오히려 인터넷상에서 더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오계와 관련된 자기점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본인이 프로그램의 항목들에 응답함으로써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고, 다른 사람들과 행위의 결과를 비교해볼 수도 있다. 또한 지도법사는 인터넷상의 개인별 자료들을 읽고 조언과 법문을 해줄 수도 있다. 따라서 계행과 연관된 사이버상의 행위는 앞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발전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다만 현재의 시점에서 이러한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사례들은 많지 않은 실정이다.

둘째, 정행(定行)은 탐·진·치 삼독심을 여의고 번뇌 망상에서 빠져나와 선정의 상태로 들어가기 위한 수행과정이다. 현재 인터넷상에서 운영되고 있는 많은 홈페이지, 카페, 동호회 활동들 중에는 수행과 관련된 것들이 상당수 차지하고 있다. 너무 많아 범람할 정도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정도에서 벗어나거나 해당 단체의 수행법에 집착하여 호도하는 병폐가 나타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행과 관련된 활동이 인터넷상에서 활발하게 나타나는 것은 이에 대한 사회적 욕구가 분출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행은 팔정도에서 정정진, 정념, 정정의 세 가지 방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 세 가지 수행방법은 정견을 성취하기 위한 단계적 실천과정이다. 이러한 실천수행이 인터넷상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점검되고 실행될 수 있는가는 의문의 여지가 남아있다. 정정진(正精進)은 선근을 증장시키기 위한 노력이고, 정념(正念)은 바르게 관찰하는 것이고, 정정(正定)은 바른 선정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러한 수행법을 인터넷상에서 정확하게 지도하고 점검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하지 않다. 왜냐하면 수행을 지도할 수 있는 선지식들이 네티즌으로 활동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러한 문화도 아직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행이 개별적으로 이루어지며, 필요에 따라 선지식과 수행자가 자유롭게 만나 공부 수준을 점검하는 특성 때문에, 사이버상의 수행지도가 일반화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

셋째, 혜행(慧行)은 정견과 정사유를 확립하기 위한 지혜행이다. 정견(正見)은 팔정도의 다른 일곱 가지 수행을 통해 얻어지는 중도적 견해이다. 정사유(正思惟)는 탐·진·치 삼독심을 여읜 상태에서 바른 사유를 하는 것이다. 정견과 정사유는 계행과 정행을 통해서 얻어지는 수행의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인터넷상에서 혜행은 지혜로운 네티즌이 되기 위한 노력이다.

정견의 경우 자기중심적 이기주의에서 나타나는 유신견(有身見), 상견과 단견 같은 양극단적 사고를 말하는 변견(邊見), 올바른 인과관계를 부정하는 사견(邪見), 특정한 이데올로기나 사상에 집착하는 견취견(見取見), 특정한 금계를 정해 놓고 그것에 집착하는 계금취견(戒禁取見) 등에서 벗어날 때 얻어지는 올바른 견해이다. 사이버사회에서 정견을 성취하고자 할 경우에도 무상과 고, 무아의 삼법인이 예외 없이 적용될 수 있다.

사이버 상에서의 변화는 현실사회에서보다 더 빠르고 급격하게 나타난다. 한번 형성된 정보는 순식간에 인터넷을 타고 전 세계로 확산되고, 그렇게 형성된 정보는 변화를 유발하기도 하고, 반작용으로 정보 자체가 변화하기도 한다. 사이버 상에서 항상 하는 것은 없으며, 단지 그것을 인식하는 순간이 있을 뿐이다. 그 찰나적 인식마저도 매 순간 바뀌고 새로운 여론을 형성하고, 반작용을 유발시키는 과정이 반복된다. 이와 같은 급속한 정보전달과 빠른 변화는 새로운 사회문제와 고통을 유발시키고 있다. 이러한 사이버 상의 무상과 무아, 그리고 고의 이치를 제대로 파악하고, 극단적인 이분법적 사고와 양변에 떨어진 집착을 벗어난다면 사이버사회를 살아갈 수 있는 정견을 얻을 수 있다.

현재 사이버 상에서의 종교 행위는 포교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정보, 지식, 가치관의 전달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일부 소수이기는 하지만, 인터넷을 종교의사전달의 통로로 활용하여 신행활동을 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변화의 과정에 있기 때문에 하나의 형태로 굳어지기보다는 앞으로 다양한 방법이 실험되면서 여러 가지 모델이 제시될 것이다.

3. 사이버사회에서의 종교활동 변화 양태

사이버사회에서 종교 활동의 변화는 사회구성원들의 종교적 욕구의 변화, 정보기술의 변화와 종교계의 활용정도, 종교조직 주체의 의지와 적응 능력 등의 요소들이 결합되어 나타날 것이다.

먼저 사회구성원들의 종교적 욕구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는, 사회적 변화추이를 분석해보면 예측할 수 있다. 종교적 욕구는 사회적 혼란이나 안정과 상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회가 안정되고, 평화로우면 종교적 욕구는 다소 축소되고, 사회가 급변하고 불확실해질 경우 종교적 욕구는 확대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이버 사회로의 전환과정에 있는 현 시점에서는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으며, 문화지체 및 정보지체 현상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이것은 최근 한국갤럽의 종교인구 조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종교인구는 20년 전에 50% 미만이었으나, 현재는 57% 정도로 높아졌다. 이것은 산업화와 정보화 과정에서 형성된 사회적 불안감이 종교로 귀의하는 경향을 보인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렇게 형성된 종교적 욕구가 어떤 종교로 향하고 혹은 어떤 종교 활동으로 나타날 것인가는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 다만 현대인이 종교를 선택하는 기준으로 접근성, 익명성, 불구속성, 체험성, 복합성 등의 특징과 부합하는 종교, 신행활동을 지향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성향은 사이버사회의 도래와 함께 더욱 복잡성을 띠면서 정보매체를 활용한 종교 활동에 더 큰 관심을 보일 것이다.

특히 인터넷을 생활의 도구로 활용하는 현재의 청소년과 청년층이 사회의 중추가 되는 20년 정도 이후에는 사이버 종교 활동의 빈도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종교적 체험을 중시하는 경향은 여전하게 나타날 것이다. 종교적 체험은 온라인상으로 충족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불특정 다수가 한 공간에서 일정기간 수련하는 형태의 수련원 중심의 종교 활동도 활성화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공동 수련을 한 사람들이 하나의 종교조직에 얽매이거나 구속받기보다는 종교자유주의적 태도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불교계의 입장에서 본다면 불교문화 체험 및 수행 욕구가 증가하여 템플스테이 및 출가체험, 그리고 선수행 체험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문화포교 및 수행포교를 매우 중요시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다음으로 사이버사회를 경정하는 정보기술의 변화와 종교계의 활용능력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서 종교 활동이 달라질 수 있다. 인터넷을 축으로 하는 정보기술은 세계를 동시적 인식이 가능할 정도로 거리를 좁혔으며, 대부분의 종교 활동이 공개되고 공유되는 현상을 초래하였다.

앞으로도 이러한 경향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또한 정보기술을 활용하는 종교계의 대응능력도 더 커질 것이며, 적극성을 띠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정보기술을 활용하지 못하는 종교는 포교 역량이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종교계에서 정보매체를 어떤 방향으로 활용하는가는 그 종교의 신행체계와 적응능력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종교계에서는 끊임없이 사이버상의 종교공동체 형성과 운영원리들을 연구해야 할 것이다. 다양한 종교적 욕구와 성향을 가진 네티즌들을 유형화된 종교공동체 속에서 활동하도록 동참시키는 방법은 새로운 종교조직의 운영기법에 해당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던 개신교가 위축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은, 정보화 사회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종교적 욕구의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였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개신교는 산업사회의 운영원리를 활용한 종교조직의 구축, 선교방법의 개발, 신앙체계의 강조 등으로 한국사회에서 급격한 성장세를 보여주었다. 그런데 산업사회가 정보사회로 바뀌면서 유연한 조직 구조, 다변화된 선교방법, 합리적인 신앙체계 형성 등 전반적인 변화가 요구되었지만 이를 무시하였다.

이것은 마치 농경사회의 유습을 고집하던 불교가 70년대와 80년대 한국사회에서 크게 위축되었던 것과 같은 현상이다. 불교계도 사이버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는 못하였다. 그러나 독자적인 컨텐츠와 세계종교와의 차별성을 갖는 수행체계로 고유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이를 세계화 시키려는 노력이 지속되었다. 그리고 세계 각국의 불교 바람이 한국사회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새로운 종교성장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의 불교계는 사이버사회에서의 대응능력을 갖추었기 때문이 아니라 사이버 상에서 통용될 수 있는 불교적 요소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종교적 성장의 동력을 갖게 된 것에 불과하다. 불교계는 사이버사회를 선도할 수 있는 전문가가 부족하다. 포교분야에서도 불교적 장점을 사이버공간에서 활용할 수 있는 사이버 포교사를 양성하지 못하고 있다. 사찰의 홈페이지도 쌍방향 의사소통 기능이 거의 없으며, 새로운 불교정보의 생산도 부진하다. 불교계는 정법(正法)에 근거한 불교정보의 생산, 효율적인 의사소통체계 구축, 그리고 적극적으로 이를 활용하는 신도들이 조화를 이룰 때 사이버사회에서 선도적 위치를 확고히 할 수 있게 된다.

종교조직 주체의 의지와 능력은 사이버사회에서 종교발전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불교조직은 교단, 종단, 교구, 단위사찰, 신행조직 등이 다층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여기에 승가와 재가불자가 계율로 구분되면서 동시에 하나의 불교조직으로 수렴되고 있다. 이러한 각각의 조직 주체 내에서 사이버 불교를 담당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확보하지 못한 경우들이 많은 실정이다. 또한 전문성을 가진 인력이 있다고 해도 조직적 지원이 아닌 개별적 원력으로 활동하는 실정이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사이버사회의 특성을 고려하여 부처님의 가르침을 재해석하고 이를 현실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원리를 알기 쉽게 설법해주는 법사스님의 부재이다. 네티즌들이 사이버 상에서 정견을 갖고 활동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사이버 보살'의 배출이 시급히 요청된다.

앞으로 상당기간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종교 활동이 중첩되고, 오프라인 종교기관들이 온라인 종교 활동을 주도해 나갈 것이다. 그러나 오프라인 종교기관이 온라인을 이용하는 네티즌의 종교적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에 변형된 종교조직과 활동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온라인상에서 종교 활동은 대부분 공개되고, 서로 비교될 수 있으며, 정서적 인간관계보다는 익명성을 바탕으로 하는 공감적 인식관계가 주축을 이룬다. 따라서 냉철한 비판이 가능하며 맹목적 신앙보다는 이성적 판단이 앞설 수 있다. 그 결과 서로 다른 종교의 장점만을 모아서 변형시키는 복합적인 종교 행태가 나타나기 쉽다. 사이버 상에서는 이중적 혹은 복합적 종교행태를 갖는다고 해도 비난받을 소지가 없으며, 이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도 많지 않다.

과거 역사를 돌이켜 본다면 이집트 시대의 종교가 유대교와의 접점을 만나면서 유럽의 기독교 시대를 열었다. 산업혁명의 와중에서 구교와 신교가 분리되고 각국의 사회는 이에 영향을 받은 종교적 변화를 경험하였다. 동양에서도 힌두교의 성장과 불교의 등장, 중국의 도교와 유교의 변화, 그리고 불교의 세계전파와 각국에서의 변화 등의 현상들은 대부분 생활의 변화, 생산양식의 변화, 상업자본과 과학기술의 변화 등 사회적 변화와 상관관계가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현대사회의 변화는 종교의 변화를 수반하게 된다. 종교의 변화는 곧 종교적 욕구, 구성원, 종교의례, 신행방법 등 전반적인 변화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4. 맺음말

어떤 사회적 변화가 초래된다고 해도 불교의 궁극적인 목적이 자각각타(自覺覺他)라는 사실에는 변화가 없다. 불교를 신행하는 목적은 스스로 깨달음을 구하고 더불어 다른 사람도 깨달음의 세계에 이르도록 이끌어 주는데 있다. 무엇을 깨달을 것인가? 그것은 자기중심적 편견에서 벗어나 중도정견을 확립하고, 요익중생(饒益衆生)을 실천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연기적 존재임을 자각하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해야 한다. 이러한 불교적 원리들은 사이버 사회라고 할지라도 그대로 적용되고 실천될 수 있다. 다만 그 사회 구성원의 근기와 욕구가 다소 변형된 양태의 신행활동으로 나타날 수 있도록 촉진시킬 것이다.

지금까지 사이버사회의 불교가 정보매체와 기술을 활용하는데 주로 관심을 보였다면, 앞으로는 불교적 관점에서 사이버 사회를 분석하고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보살필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복잡하게 전개되는 사이버 사회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괴로움에 직면할 것이고, 그것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방황할 것이다. 사이버 사회의 부작용은 생각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정보전달의 신속성과 세계적 차원의 정보공유는 산업사회에서 예기치 못한 많은 문제와 병폐들을 양산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정보사회 이전의 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사회는 현재의 문제를 극복하고 적응하면서 진보할 수밖에 없다.

적응하거나 주도하지 않으면 소멸한다. 이것은 종교 조직이라고 해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불교가 사이버 사회에서 어떤 모습을 띠면서 변해갈 것인가는, 전적으로 불교계를 구성하고 있는 여러 구성원들의 의지와 노력에 달려 있을 뿐이다. 단순히 변화에 적응만 할 것인가, 아니면 변화를 주도하면서 이상적인 불국토를 만들어 갈 것인가는 정견을 가진 불자들의 몫으로 남는다.

무학의 지견을 성취한 선지식들이 사이버 사회의 중생들에 대한 자비심을 보여줄 때 중생들의 괴로움은 소멸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사이버 불국정토가 만들어질 것이다. 정보의 바다에서 방황하는 중생들에게 정견의 지혜를 깨닫게 해줄 수 있는 눈 밝은 선지식의 사자후를 기다린다.

김응철 경기대학교 행정학박사, 중앙승가대학교 포교사회학과 교수,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신도회 정책위원장, 대한불교조계종 복지재단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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