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한국 불교학의 현재와 미래

1. 들어가며

한국불교학이란 근대 이후 한국에서 근대적인 학문 방법론을 갖고 불교를 대상으로 하여 이루어진 연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근대 불교학의 시작과 동기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으나 일제강점기 일본 불교학의 도래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대부분 동의할 것으로 생각된다.

일제강점기에는 1910년 원종 종무원에서 발행한 《원종(圓宗)》을 필두로 《조선불교월보(朝鮮佛敎月報)》(조선불교월보사, 1912~ 1913, 통권 19호) 《해동불보(海東佛報)》(해동불보사, 1913~1914, 통권 8호) 《불교진흥회월보(佛敎振興會月報)》(불교진흥회, 1915, 통권 9호) 《조선불교계(朝鮮佛敎界)》(불교진흥회본부, 1916, 통권 3호) 《조선불교총보(朝鮮佛敎叢報)》(삼십본산연합사무소, 1917~1921, 통권 22호) 등의 잡지가 불교의 기관지 성격으로 발간되었다. 1918년에는 개인이 간행한 최초의 잡지인 한용운의 《유심(惟心)》(유심사)이 마음 수양을 통한 정신문명 건설을 강조하는 일련의 논설과 문예작품 등을 중심으로 편집이 이루어졌다.

1920년대에는 1924년 조선불교 중앙교무원의 기관지로 발행된 《불교》를 비롯하여 《취산보림(鷲山寶林)》(통도사 불교청년회, 1920)과 《조음(潮音)》(상동) 《불일(佛日)》(조선불교회 불일사, 1924) 《조선불교》(조선불교단, 1924~1936) 《평범(平凡)》(부산 평범사, 1926) 《불교세계》(김천 불이교당, 1927) 《일광(一光)》(중앙불교전문학교 교우회, 1928~1940) 《회광(回光)》(조선불교학인연맹, 1929~1932) 《무아(無我)》(발행처 미상, 1928) 등의 잡지가 발간 주체의 외연을 확장하며 간행되었다. 또한 해외 유학생들을 중심으로 《황야》(북경 불교유학생회, 1924)와 《금강저(金剛杵)》(조선불교동경유학생회, 1924~1943) 같은 잡지가 발간되기도 했다.

1930년대에도 《관서불교》(관서불교사, 1931) 《불청운동(佛靑運動)》(조선불교청년총동맹, 1931~1933) 《선원(禪苑)》(선학원, 1931~1935) 《불교시보(佛敎時報)》(불교시보사, 1935~1944) 《금강산》(표훈사, 1935~1936) 《경북불교》(경북불교협회, 1936~1941) 《신불교》(경남삼본산협회, 조선불교조계종 총본산 태고사, 1937~ 1944) 《룸비니》(중앙불전 학생회, 1937~1940) 《홍법우(弘法友)》(봉선사 홍법강우회, 1938) 《탁마》(묘향산 보현사 불교전문강원, 1938) 《불심》(1939) 등 11종의 불교 잡지가 발간되었는데, 특히 《신불교》는 1924년 7월부터 1933년 8월까지 통권 108호를 발행하고 중단되었던 《불교》를 속간한 것이었다.

이처럼 적지 않은 수의 불교 잡지가 일제강점기에 발행되었지만, 이들을 학술지로 간주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언급한 바와 같이 1910년대의 잡지는 불교 기관지로서 성격이 강했고, 1920년대 이후의 잡지들도 학술적인 목적으로 지식인 계층에게 전유되기 위하여 간행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잡지들은 많은 경우 홍법과 포교를 위한 것이었으므로 그 안에는 교계의 소식을 포함해서 불교의 교리와 역사에 대한 짧은 글들이 실렸다. 경우에 따라서는 소설과 희곡 등 개인의 창작물이 실리기도 했다. 또 시대를 반영하여 시론적(時論的) 성격의 글이 다수 게재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1년 현재 한국교육학술정보원에서 운영하는 학술연구정보서비스(이하 RISS로 표기)에는 위에서 소개한 잡지 중 다수가 학술지 논문으로 분류되어 있으며, 그 수록 기사들은 거의 대부분 학술논문 카테고리에 탑재되어 있다. 하지만 이것은 표지나 권두언 등 형식적인 페이지까지 개별 기사로 간주하여 포함한 것일 뿐 아니라,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주제 기사들 또한 시론 등 다양한 성격의 글로 구성되었기 때문에 탑재된 편수 모두가 학술논문의 성격을 지니는 것은 아님을 감안해야 한다.

이 시기 불교 잡지의 논고들에서 비중 있게 다루어진 주제는 사회진화론과 불교개혁 등이었으며, 그 밖에 불교의 교리와 역사, 불교계의 유물 · 유적, 고승대덕의 행장 등이 소개되었다. 1920년대 이후로는 유학파 출신의 불교 지식인이 필진으로 참여하면서 종교의 본질에 대한 탐구, 불교의 정체성 정립에 대한 인식, 역경(譯經)의 중요성 강조 등이 중점적으로 다루어지기도 하였다.

 

2. 1950~1970년대: 근대 한국 불교학의 본격적인 시작과 체계화

해방 이후에는 《신생(新生)》(불교교단집행부, 1946, 통권 4호) 《불교신보》(1946) 《대중불교》(조선불교혁신총동맹, 1947) 《불교공보》(조선불교 중앙총무원, 1949) 등 4종의 불교잡지가 발간되었다. 이후 한국전쟁의 발발로 잠시 주춤하다가 1956년부터 다시 《법륜》(1956) 《녹원(鹿苑)》(녹원사, 1957~1958) 《불교세계》(불교세계사, 1957) 《정토문화》(정토문화사, 1958) 《현대불교》(1959) 등이 발간되었다. 이 중 《녹원》 1~4호의 글 81편이 RISS에−정확히는 학술 데이터베이스 검색 사이트 KISS에− 탑재되어 있는데 문예평론, 시, 수필, 창작소설, 전설과 설화 소개 등이 적지 않은 지면을 차지하는 가운데 학술논문의 성격을 띤 글이 포함되어 있어 주목된다.

특히 《녹원》 2호부터 학술논문의 편수와 주제의식이 심화되는 가운데 〈불교문화의 정화(精華)〉(김동화) 〈대승불교지향삼문(大乘佛敎指向三門)〉(임석진, 이상 《녹원》 2, 1957) 〈무아사상(無我思想)에 관하여〉(김태하) 〈불교의 의의〉(권계한) 〈선(禪)의 현대적 가치〉(김용암, 이상 《녹원》 4, 1958)와 같은 글에서 불교사상의 핵심적 가치를 전면적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학문적 시도가 엿보인다. 뿐만 아니라 〈불교에선 전쟁을 어떻게 보나〉(조일훈) 〈국가의 권력과 도의문제(道義問題)〉(김두헌, 이상 《녹원》 2, 1957)와 같은 글은 국가 또는 사회라는 거시적 구조 속에서 불교의 이상과 가치를 조화시키고자 함으로써 근대화의 세속주의 물결 속에서 근대종교로서 불교가 자리하는 바에 대한 본격적인 학문적 성찰이 시작되는 사례로 평가할 만하다.

해방 이후 한국 불교학계에서 명실상부 학술지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첫 번째 잡지는 1958년 동국대학교 불교학회 · 철학회에서 발행한 《동국사상(東國思想)》이라 할 수 있다. 《동국사상》 창간호에는 〈대승불교사상〉(임석진) 〈현대철학이 불교철학에서 배워야 할 점〉(김용배) 〈고려전기의 대중관계(對中關係)〉(안계현) 〈Husserl의 철학방법〉(박지연) 〈화랑도 창설에 대한 소고(小考)〉(김광영) 〈재래(在來) 인도사상과 불타의 출세(出世)에 대하여〉(이헌종) 〈대장경 각판과 그 전설〉(이종원) 〈신화(神話)라는 사족(蛇足)〉(김지견) 〈원각사 탑파의 사상적 연구〉(우정상) 등 총 9편의 학술논문이 게재되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들은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다분히 전문적인 학술 주제를 다루는 것이었고, 분야 또한 불교사상과 철학, 역사, 종교와 신화 이론 등을 아울렀다.

그러나 《동국사상》 2권의 발간은 창간호로부터 5년 뒤인 1963년에 이루어졌고 3권과 4권도 각각 1965년과 1968년에 간행되었는데, 이는 창간호 수록 논문들에서 감지되는 성숙한 주제의식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학문 내외적 역량과 전문 인력 풀의 한계 때문이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2~4권에서는 매호 2~5편의 논문이 수록되었으며, 그 내용은 불교의 철학과 문학을 개관적으로 다룬 글을 필두로 불교학의 구체적인 주제로서 깨달음[悟], 아뢰야식, 바라밀, 연기론 등을 다루었으며, 칸트, 딜타이, 실링 등 근현대 서구 철학가들에 대한 관심도 지속적으로 견지함으로써 불교와 서양철학과의 비교론적 이해를 시도하였다.

1970년대 들어 《동국사상》은 연 1회 발간이 어느 정도 상례화 되어(1972, 1973년은 결간, 1977년 또한 결간되었으나 1978년에 10/11호 합본으로 발간) 발간 여건이 향상되었음을 보여준다. 이 시기에는 1960년대와 마찬가지로 불교철학 및 문학과 관련한 개관적 연구, 불교의 교리적 주제 연구 및 서구 철학과의 비교 연구의 경향이 유지되는 가운데, 불교신앙, 동아시아 불교사, 사찰 및 불교문화재 연구와 한국불교 사상가에 대한 관심이 이 시기 연구의 새로운 주류로 떠오르게 되었다. 또한 문헌학과 언어학이나 선무(禪武) 또는 인도철학 등으로 주제의 외연 확장이 시도되기도 했다.

이 잡지에 기고한 필자는 대체로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출신 학자들이 주를 이루었는데 한상련, 김잉석, 박성배, 오형근, 권기종, 고익진, 김용정, 송재운, 신동욱, 정태혁, 김운학, 서윤길, 김진환, 김항배, 정승석, 정종, 이기영, 목정배, 정병조, 김인덕, 윤범모, 문년순, 김영태, 정경태, 이지수, 김철, 권오민 등이었다.

한편 1960년대에는 동국대학교 불교문화연구원에서 《불교학보(佛敎學報)》가 창간되어 《동국사상》과 함께 이 시기 한국불교학의 연구성과를 담아내는 양대 축이 되었다. 《불교학보》는 1963년 창간호를 시작으로 1965년과 1968년 결간된 것을 제외하고는 1960년대 내내 매년 한 권씩 발간되었다.

《불교학보》 창간호에 게재된 12편의 논문은 〈승랑(僧朗)을 상승한 중국 삼론(三論)의 진리성〉(김잉석) 〈한국 고대 신앙의 일련(一臠): 미리(龍) 신앙과 미륵(彌勒) 신앙에 대하여〉(권상로) 〈신라가요에 나타난 불교의 서원사상(誓願思想)〉(김기동) 〈경흥(憬興)의 미타정토왕생사상〉(안계현) 〈남북한산성 의승방번전(義僧防番錢)에 대하여〉(우정상) 〈정법(正法) 은몰설(隱沒說)에 관한 종합적 비판〉(이기영) 〈사뇌가안설(詞腦歌按說): 보현십원가-돈부질(頓部叱)-외 삼어형(三語形)〉(이동림) 〈여대반승고(麗代飯僧攷)〉(이재창) 〈조계종의 성립과 발전에 대한 고찰〉(장원규) 〈신라의 불교와 문화〉(한상연) 〈성문승(聲聞乘) 수기작불(授記作佛)의 의의〉(홍정식) 〈고려 청동은입사 향완(香垸)의 연구〉(황수영) 들로서, 교학적 주제 외에도 한국불교사의 신앙과 사상, 역사와 제도를 두루 다루며, 언어학과 불교문화재에 대한 연구도 포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불교학보》는 창간호 이후 1960년대에 발간된 2~6호에도 이와 같은 기조가 유지되어 《동국사상》과 함께 이 시기의 연구 동향을 견인하는 가운데, 불교문학과 예술, 한국불교사, 불교사적 등에 대한 연구를 비중 있게 게재하였다. 특히 1966년의 3호부터 1969년의 6호까지 게재된 논문들은 영어 요약문도 함께 실음으로써 한국불교학계의 성과를 해외에 알리고자 노력하였다.

주요 필자들은 김영수, 김기동, 장한기, 한만영, 이용범, 이재창, 김영태 고유섭, 이은창, 황수영 등이었다.

1970년대에도 《불교학보》에는 다양한 주제의 연구논문이 활발히 게재되는 가운데, 특정 회차에서는 일련의 기획 논문들이 일반 주제 논문들과 함께 실리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가령 1971년의 8호에서는 사명대사의 생애와 사상에 대한 4편의 글이 게재되었고, 1973년의 10호에서는 〈불교의 국가관〉(김동화) 〈불교의 정치사상〉(홍정식) 〈불교의 사회 · 경제관〉(이재창) 〈불교적 치국의 사적 실제〉(김영태) 등 정치, 경제, 사회의 측면에서 바라본 불교 사상 연구가 기획되었으며, 1974년의 11호에서는 《금강경》과 관련된 논문이 무려 14편이나 게재되기도 하였다. 또 1977년의 14호는 고려불교 특집으로 꾸며졌으며, 1978년의 15호에서는 화(쟁)를 주제로 원효, 승랑, 원측, 의천, 보조, 서산, 한용운 등 7인의 한국불교 사상가들의 화쟁/화(和)/회통/평화 사상이 다루어졌다.

1968년에는 동국대학교 동문 승려들의 모임인 석림회에서 연간물로 《석림(釋林)》을 간행하기 시작했다. 창간호에는 〈극락과 천국과의 내세론(來世觀)적 비교(1)-종교적 인식과 종교〉(원의범) 〈비폭력(Ahimsa)에 대한 소고-비폭력의 성명(誡命)의 기원〉(김길상) 〈승려교육에 관하여〉(김명성) 〈한국불교의 당면과제-한국불교가 가야 할 길은?〉(박혜명) 〈승려의 사회참여 시비(是非)〉(김공철) 〈불교문학론고(佛敎文學論考)-불교사상 현실화의 모색〉(김성인) 〈불교포교와 연극-성극(聖劇) 〈이차돈(異次頓)의 사(死)〉를 끝내고 나서〉(이월송) 〈고(Duhkha)와 이고(離苦)〉(이법해) 〈불교와 우상숭배〉(이관수) 등 9편의 글이 실렸다. 글의 분량이나 주제로 볼 때 전문 학술지라기보다는 학승 또는 불교 지식인을 대상으로 한 불교잡지로 볼 여지도 없지 않지만, 일반 학술지에 비해 주제와 주장이 보다 과감하고 학술적인 천착이 깊은 글도 보인다.

《석림》은 1968년부터 1970년대에 이르기까지 거의 매년 1회 발행되며(1968년에는 연 2회 발간, 1972년 결간), 크게 길지 않은 지면 속에 대중적인 주제와 진취적인 문제의식을 담아내며 널리 독자를 확보하였다.

뒤이어 1970년대에는 《불교미술(佛敎美術)》과 《한국불교학(韓國佛敎學)》 2종의 불교학술지가 창간되었다.

먼저 《불교미술》은 1973년 동국대학교 박물관에서 불교문화 · 조각 · 건축 등의 연구논문을 모아 간행한 학술지이다. 불교 유물과 사찰에 대한 조사연구 관련 논문들이 수록되며, 1~3년을 주기로 부정기적으로 발간되어오다 2007년부터 현재까지는 매년 발간되고 있다.

《한국불교학》은 한국불교학회를 발간기관으로 한다. 한국불교학회는 1973년 “불교와 관련된 종교적 요소와 철학적 요소를 십분 살려 학술분야의 연구 · 조사 · 발표 및 보급을 기하고, 불교사상의 이해와 교류의 증진을 지원하여 불교의 발전과 보편화 및 세계의 평화를 실현하는 데 기여함”을 목적으로 창립된 학회로서, 1975년 《한국불교학》을 창간하였다.

창간호에는 〈중국 선학사상 신라 무상대사의 지위-남악 · 마조의 법통고〉(이종익) 〈신라시대의 선사상(Ⅰ)-신라선(新羅禪)의 북산과 남악〉(한기두) 〈한국불교의 밀교경전 전래고〉(박태화) 〈도선과 그의 비보사상(裨補思想)〉(서윤길) 〈고려대장경 보유판소수(補遺板所收) ‘증도가사실(證道歌事實)’의 저자에 대하여〉(고익진) 〈부설전의 원본과 그 작자에 대하여〉(김영태) 〈A. N. Whitehead 사상의 불교적 비판〉(원의범) 〈제칠말나식(第七末那識) 성립에 대한 고찰〉(오형근) 〈대승불교사상에 대한 교육철학적 논구-인간의 현실 · 이상관과 본성관을 중심으로〉(박선영) 〈영산회상곡〉(이동명) 〈불교토착신앙고-특히 화엄신장(華嚴神將)을 중심으로〉(한정섭) 〈이본(異本) 전등록(傳燈錄) 검토〉(석종범) 등 총 12편의 논문이 게재되었다.

제목의 면면에서 알 수 있듯이 불교의 기본 교리와 사상을 비롯하여 불교 전적에 대한 고찰, 불교사상과 서양철학과의 비교 연구, 한국의 불교 사상과 사상가 연구 등을 대상으로 함으로서 본 학회지가 불교와 관련하여 한국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분야의 연구를 망라할 것임을 예고하였다.

한편 한국불교학회는 학술대회 개최 등 공식적인 학술 활동을 활발히 전개하며 불교학 연구자들의 역량을 결집하고 연구 내용을 《한국불교학》에 게재하여 발표하였다. 그 결과 1977년의 3집에서는 천태사상과 법화신앙 및 효(孝)와 관련된 논문이 다수 게재되었다. 이 밖에도 1970년대에 발간된 《한국불교학》 2~4집에서는 불교의 교리와 사상, 역사와 제도, 신앙과 예술 등과 관련된 학술논문이 지속적으로 발표되었으며, 특히 경전과 논소 등 불교전적에 대한 연구가 적지 않게 등장하여 이목을 끈다.

주요 필자들은 오형근, 김진환, 김용정, 한종만, 전명성, 정태혁, 신현숙, 김용조, 이종익, 이영무, 목정배, 김영태, 황성기, 한정섭, 고익진, 권기종, 이영자 등이었다. 이처럼 《한국불교학》은 《동국사상》 《불교학보》와 함께 불교학의 종합학술지로서 이 시기의 불교학 연구를 이끌었다.

이처럼 1950~1970년대에는 대략 10년을 단위로 《동국사상》과 《불교학보》 그리고 《한국불교학》이라는 종합학술지가 창간되어 한국불교학의 연구성과를 주도적으로 담아냈다. 하지만, 불교학 외의 인접 학문분야에서도 이미 1950년대 초반부터 불교를 대상으로 하는 연구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었다.

역사학계에서는 일찍이 1934년부터 간행되어 온 진단학회의 《진단학보》를 비롯하여 1950년대와 1960년대에 각각 《역사학보》(역사학회, 1952)와 《사림》(수선사학회, 1965)이 창간되어 드물게나마 불교에 대한 역사학적 접근의 연구가 이루어졌다.

이 시기 역사학계의 불교 논문은 〈삼국시대의 불교전래와 그 사회적 성격〉(이기백 《역사학보》 6, 1954) 〈세종조(世宗朝)에 있어서의 대불교시책(對佛敎施策)〉(한우근 《진단학보》 25~27, 1964) 〈고려시대 불교계의 지위와 그 경제〉(민병하 《사림》 1, 1965) 〈신라 초기 불교와 귀족세력〉(이기백 《진단학보》 40, 1975) 등 정치 및 사회 · 경제의 차원에서 불교의 위상과 역할을 다루는 것이 주가 되었다. 그러나 〈신라 행자염불(行者念佛) 및 설화(說話)〉(김동욱 《진단학보》 23, 1962) 〈신라 신인종(神印宗)의 연구〉(문명대 《진단학보》 41, 1976) 〈신라하대 불교조각의 연구(Ⅰ)-방어산 및 실상사 약사여래거상을 중심으로〉(문명대 《역사학보》 73, 1977) 〈신라의 화랑과 미륵신앙의 관계에 대한 연구-반가사유상을 중심으로〉(김혜완 《사림》 3, 1978)와 같이 보다 직접적으로 불교 자체의 신행, 종파, 미술을 다루는 글도 발표되었으며, 불교학계 연구자들이 필진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또한 〈향가문학의 종교적 성격: 하나의 서론적 시도〉(김종우 《국어국문학》 15, 국어국문학회, 1956) 〈고전문학의 바탕이 될 불교세력〉(박두포 《어문학》 3, 한국어문학회, 1958)과 같은 글은 어문학계에서 불교를 주제로 접근한 사례이다. 철학계에서도 〈불교의 인간상〉(채수한 《철학연구》 6, 대한철학회, 1968) 〈원시불교사상〉(정종구 《철학연구》 8, 대한철학회, 1969) 등 초보적인 차원에서나마 불교에 대한 이해가 시도되었다. 1960년 한국미술사학회에서 창간한 《미술사학연구》와 1965년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창간한 학술지 《문화재》에서도 사찰건축, 탱화, 불교용품, 범패 등 다양한 형태의 불교문화재가 연구 대상이 되었다. 그 밖에도 여러 대학의 학과 또는 연구소 단위로 간행된 각종 논문집에서도 불교와 관련된 주제가 적지 않게 다루어졌다.

1970년대에는 불교 자체를 보다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다룰 만한 학술지들도 발간되었다. 원광대학교 종교문제연구소에서 1971년에 창간한 《한국종교》와 한국종교학회에서 1972년에 창간한 《종교연구》는 불교를 종교학 내지 종교 연구의 차원에서 접근한 논문들의 창구로 활용되었다. 이들 학술지에서 다루어지는 불교는 신앙과 의례뿐 아니라 역사와 사상에 초점이 맞추어져 연구되기도 하였다. 원광대학교 원불교사상연구원에서 1975년부터 펴낸 《원불교사상과 종교문화》는 원불교의 창종자인 소태산 박중빈과 그 문도들의 생애와 사상 그리고 원불교의 교리와 활동 등을 다룬 글들이 주로 발표되었으나, 원불교와 불교를 비교 연구하는 과정에서 불교의 사상과 교리를 다룬 학술논문이 게재되기도 하여 주목할 만하다.

 

3. 1980~1990년대: 불교학 연구주제의 전문화와 양적 확대

1980년대와 1990년대에는 각각 5종과 14종의 불교학술지가 창간되었다. 1980년대에 창간된 학술지 중 가장 앞선 것은 1985년 한국불교연구원의 《불교연구(佛敎硏究)》이다. 한국불교연구원은 일찍이 1974년 이기영 교수의 발의로 창립된 기관으로서, 이기영이 직접 쓴 《불교연구》 창간호 〈창간의 말씀〉에는 “동국대학교 불교문화연구원에 매년 1회 발행하는 불교학보가 제일 무게 있는 불교학술지이고 한국불교학회가 역시 연 1회 학술발표회를 계기로 작은 논문들을 싣는 학술지가 있으며 그 밖에 원광대학교에서 원불교를 중심으로 불교 관계 연구논문이 실리는 잡지들과 국 · 공 · 사립 각 대학교의 학술연구 논문집 등에 산발적으로 불교 관계 연구논문이 실리고 있지만, 국내에 학문적으로 불교를 연구하는 전문 학술지가 많지 않을 뿐 아니라, 기존의 논문들이 사학이나 문헌학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고 전문가가 아닌 일반 독자의 접근이 어려우므로, 전문 포교사나 일반 불자를 위하여 새로운 불교연구지를 창간하게 되었다.”는 요지의 창간 취지가 밝혀져 있다.

창간호에는 〈쇼펜하우어 미학사상: 미적 무욕성과 열반〉(김문환) 〈무엇을 믿고 어떻게 수행할까?-초월(超越)의 길 내재(內在)의 길〉(로버어트 터얼만) 〈회향(廻向), 공덕(功德)의 전이(轉移)와 전화(轉化)-공(空)과 관련하여-〉(가지야마 유우이찌), “The Indian Concept Dharma Has its Two Aspects: Old Degenate Dharma and New Creative Dharma”(Noritoshi Aramaki) 〈법에 관한 연구 I: Hiranyagarbha와 Tathagatagarbha를 중심으로〉(이기영) 〈화엄경에 있어서의 불타관〉(다마끼 고오시로오) 〈자 · 비 · 희 · 사에 관하여〉(에드워드 콘제) 등 국내외 연구자들이 다양한 주제와 각도로 접근한 7편의 글이 실려 있다. 이러한 다양성과 보편 지향적 주제의식은 이후로도 《불교연구》의 주요한 흐름이 되었다.

이듬해 발간된 2호부터는 국내 연구자들이 집필진으로 대거 유입되었지만, 연구주제 확대의 경향성은 견지되었고 〈법화경과 Bhagavadgita〉(서경수, 2호) 〈Asanga와 대승 요가행 학파〉(쟈니스 윌리스, 2호) 〈베다안타와 불교〉(정병조 · 정호영, 2호) 등의 게재 논문은 1970년대부터 불교학계에 비등해온 인도철학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불교연구》는 이후 거의 매년(1989, 1991, 1994, 1996, 2001년 결간) 연간 1~5회 발간으로 연구성과를 왕성하게 배출하며 오늘날까지 발간이 지속되고 있다.

1980년대 후반 몇 년 사이에 4종의 학술지가 쏟아져 나왔다. 1987년 보조사상연구원의 《보조사상》 1988년 한국불교미술사학회의 《강좌미술사》 1989년 인도철학회의 《인도철학》 1989년 한국교수불자연합회의 《한국교수불자연합학회지》가 그것이다. 이들은 학술지 명칭에서 명확히 드러나듯 각 연구 분야의 전문성을 높이 표방하는 것이 큰 특징을 이룬다.

1987년 송광사의 문도들이 주축이 되어 설립된 보조사상연구원은 보조국사 지눌의 사상과 정신을 새롭게 밝히고 세계적인 관심으로 확대하고자 하는 취지를 표방하였다. 이에 따라 《보조사상》에 게재된 초기의 논문들은 지눌의 생애와 사상, 돈오수행, 간화선, 수선결사 등 시종일관 지눌을 주제로 하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1997년 이후로는 도시불교, 의천, 종밀 등으로 주제의 외연을 확장하기 시작하여 현재는 불교 전반을 다루는 종합학술지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인도철학회는 주로 동국대학교 인도철학과에서 수학한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1989년에 발족한 학회로서, 이곳에서 발간하는 《인도철학》 또한 인도철학이라는 분명한 학문적 지평 내에서 기존 한문문헌 중심의 연구 풍토를 벗어나 산스끄리뜨어 · 빨리어 · 티베트어 문헌을 기반으로 한 연구와 인도의 힌두교 사상을 다룬 논문들을 발표해오고 있다. 또 같은 해 설립된 한국교수불자연합회는 “불교의 연구와 보살도의 실천을 통해 이 시대에 맞는 불교사상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여 인격 완성과 이상적 사회건설을 함께 실현하는 불교로 중흥시키고자 하는” 창립취지에 따라 기관 학술지인 《한국교수불자연합학회지》를 응용불교학 논문의 발표장으로 자리매김하였다.

1970년대 이전에 창간된 기존의 학술지들이 주로 순수교학과 역사학, 문헌학 등을 중심으로 불교 전반을 다루는 종합지로서 성격을 지녔다면, 이처럼 이들 4종 학술지는 각각 특정 인물의 사상과 행적, 불교미술, 인도철학, 응용불교학을 내세우며 분야별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상 분야별로 전문화된 학문적 접근 방법은 이미 1973년 창간된 《불교미술》에서 모색된 것이었다. 1980년대 후반 솟구친 불교학 전문 학술지 창간의 움직임은 이러한 학계의 모색이 15년가량의 시간을 두고 성숙한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1980년대에 창간된 학술지들의 발간 취지와 수록 논문이 불교학 주제의 전문화를 특징으로 한다면, 1990년대는 그러한 특화된 전문성의 기조를 유지하며 새로 창간되는 학술지의 종류 또한 양적으로 대폭 확대되는 것이 중요한 특징을 이룬다. 이 시기에 불교학계에서는 《선무학술논집》(국제선무학회, 1990~2007) 《가산학보》(가산불교문화연구원, 1991~2004) 《백련불교논집》(백련불교문화재단, 1991~2006) 《불교문화연구》(남도불교문화연구회, 1991~ ) 《사찰조경연구》(동국대 사찰조경연구소, 1992~2005) 《회당학보》(회당학회, 1992~ ) 《불교어문논집》(한국불교어문학회, 1996~2004) 《원효학연구》(원효학연구원, 1996~2004) 《구산논집》(구산장학회, 1998~2006) 《대각사상》(대각사상연구원, 1998~ ) 《정토학연구》(한국정토학회, 1998~ ) 《천태학연구》(천태불교문화연구원, 1998~ ) 《밀교학보》(위덕대 밀교문화연구원, 1999~ ) 《전자불전》(전자불전연구소, 1999~ ) 등 14종의 학술지가 창간되었다.

이 중 《백련불교논집》의 백련불교문화재단, 《원효학연구》의 원효학연구원, 《대각사상》의 대각사상연구원은 차례대로 성철, 원효, 용성 등 한국불교사에서 추앙받는 승려들의 선양을 천명하며 발족한 기관들로서, 각각의 논문집 역시 해당 승려의 사상과 행적이 중심 주제가 되는 논문들을 수록하였다. 《백련불교논집》과 《원효학연구》는 2000년대 중반 폐간됨에 따라 초기의 취지로부터 주제가 더 이상 확장되지 못하고 말았으나, 《대각사상》은 현재까지 지속되며(2009년까지 연간 1회, 2010년부터 연간 2회 발행) 용성과 무관한 주제를 다루는 논문까지 게재하고 있다. 다만 대각사상연구원의 설립취지가 “(백용성) 조사의 사상을 연구함과 동시에 불교 전반에 관해서도 소홀히 하지 않고자 한다. 특히 조사가 중흥시킨 근세 한국불교사의 연구와 포교의 대중화 및 현대사회의 제반문제에 관해서도 관심을 갖고자 한다.”는 데에 있는 만큼 《대각사상》에 실리는 용성 이외의 주제 논문은 주로 근현대기 불교와 불교계의 독립운동을 다룬 것들이 다수를 이루는 편이다.

《회당학보》는 대한불교진각종 산하의 회당학회에서 창종자인 회당 손규상의 정신 계승과 사상 규명 및 불교와 밀교의 교리, 수행체계 연구·조사 등을 목표로 하여 1992년 창간하였다. 《밀교학보》 또한 대한불교진각종의 종립대학인 위덕대학교에서 1999년부터 발간하는 학술지이다. 전자는 회당과 진각종, 밀교 등을 주제로 하는 논문들이 주를 이루어 기관지적인 성격이 강하나, 후자는 밀교의 교리와 역사, 의례 등에 대한 전문 연구자들의 학술논문을 주로 게재하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천태학연구》는 대한불교천태종 산하 천태불교문화연구원에서 1998년부터 발간하는 학술지로서 천태법화사상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역사상 존재하였던 천태종의 주요 사상 등에 대해 다루며 전문학술지로서 시작하였으나, 최근에는 대한불교천태종의 활동과 현황을 알리는 글이 주를 이루어 다소 기관지적인 성격으로 변모된 감이 있다,

상기 6종의 잡지가 1970~1980년대에 창간된 《보조사상》 또는 《원불교사상과 종교문화》와 유사한 취지로 특정 인물 또는 특정 종단을 선양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발족하였다면, 《선무학술논집》 《불교문화연구》 《사찰조경연구》 《불교어문논집》 《정토학연구》 《전자불전》 등은 이전 시기의 《강좌미술사》 《인도철학》 《한국교수불자연합학회지》와 같이 주제와 분야 면에서 전문성을 제고한 학술지라고 할 수 있다.

《선무학술논집》은 선무(禪武, Zen-martial art)를 표방한 잡지답게 발간 초기 불교적 무도 수행을 다루는 논문이 다수 실렸으나, 점차 태권도와 검도 등의 무도 수련과 스포츠학 영역으로까지 대상 주제를 넓히다가 2007년을 끝으로 종간되었다. 《불교문화연구》는 남도불교문화연구회에서 발행하는 잡지답게 전라도 등 남도 지역의 사찰과 유적 등을 주된 연구주제로 삼고 있다. 《불교어문논집》은 2004년 종간될 때까지 불교 문학작품과 언해본 등을 대상으로 문학, 어학 관련 주제를 다루거나 그것들을 통해 불교의 사상과 전통을 밝히며, 때로는 여성학 등 인접 분야의 주제까지 다루는 폭넓은 시도의 글들이 소개되었다.

《정토학연구》는 염불과 결사 등 정토행자들의 신행과 주요 불교사상가들의 정토관 등 정토학 학술논문들의 창구가 되어 오늘날까지 관련 주제의 논문들을 왕성히 게재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승과나 사찰계 등 제도사와 경제사 분야의 논문들도 발표되고 있어, 종합학술지로서의 전환 기로에 선 듯한 경향도 보인다. 동국대학교 전자불전문화콘텐츠연구소는 1997년 한국불교 전적의 전산화, 불교 사이버 박물관 구축, 불교 디지털도서관 구축 등의 연구 및 사업 추진을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이에 따라 이곳에서 1999년부터 간행하는 《전자불전》은 불교 전적의 역사와 현황, 문헌 자료의 발굴 실태 등 주제에서부터 텍스트의 전산화라는 기술적인 문제에 이르기까지 사업을 추진하는 데에 요구되는 연구들이 중점적으로 발표되어 왔다. 최근에는 근현대기 주요 승려의 행적과 사상, 각 종단의 창종 과정과 본산 사찰 등에 대한 연구 등 사업 추진을 위한 과정에서 연구 대상을 확장하는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

 

4. 2000년대 이후: 불교학 연구 전문성의 심화와 다변화

1998년 12월 한국학술진흥재단(현 한국연구재단)이 학술지 평가 사업을 도입하였다. 학술연구업적 평가에 객관적 자료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이 사업의 핵심은 학술연구지에 대한 등재(후보) 여부 결정이었다. 등재 결과에 따라 학술연구비가 지원되는 구조였으므로 대부분의 학술지는 이 평가 기준에 방향을 맞추었고, 이에 따라 적지 않은 신생 또는 군소 학술지들이 퇴출되었다. 1990년대에 창간된 14종의 학술지 중 무려 절반에 해당하는 7종이 2005년을 전후로 종간된 것은 이러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그렇지만 이는 또한 주제와 분야의 전문화를 꾀하며 창간되었던 1990년대 신생 불교학술지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이기도 했다. 종간된 7종 중 《선무학술논집》 《백련불교논집》 《사찰조경연구》 《불교어문논집》 《원효학연구》 등은 애초 해당 학술지가 표방하는 취지에 따를 경우 투고가 가능한−또는 학회에서 기획 주도한− 연구주제들이 국지적으로 함몰되어 더 이상의 관련 논문들이 배출되기 어려운 구조였기 때문이다. 이보다 한 시기 앞서 시작된 《보조사상》이 현재까지 명맥을 유지하는 것은 1990년대에 창간된 학술지들에 비해 시간적으로 5~10년가량 앞서 있던 성장 역량 덕분이기도 하지만, 점차 지눌 연구 이외에 일반적인 불교 연구의 주제로까지 투고의 문을 넓혔기 때문이기도 하다.

1990년대 창간되어 오늘날까지 지속되고 있는 다른 7종은 특정 종단의 기관지로서 경제적 기반이 분명한 경우이거나, 《보조사상》처럼 주제를 확장하여 종합학술지의 모습으로 탈바꿈한 경우이다. 특히 등재지로 결정되어 성공적으로 안착한 《대각사상》과 《정토학연구》가 후자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불교문화연구》는 여전히 남도라는 특정 지역의 불교문화유산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대단히 부정기적으로 발행되어(1997~1999, 2004~2008, 2010~2013, 2015~2019 발행 중지), 논문 취합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듯하다.

이런 가운데 2000년대에도 불교학술지 창간의 분위기는 계속되어 10년간 《불교문화연구》(동국대 경주캠퍼스 불교사회문화연구원, 2000~ ) 《불교학연구》(불교학연구회, 2000~ ) 《한국선학》(한국선학회, 2000~ ) 《동악미술사학》(동악미술사학회, 2000~ ) 《불교원전연구》(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 2001~2016), International Journal of Buddhist Thought and Culture(동국대 불교학술원, 2002~ ) 《불교미술사학》(불교미술사학회, 2003~ ) 《동아시아불교문화》(동아시아불교문화학회, 2006~ ) 《불교학리뷰》(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 2006~ ) 《선문화연구》(한국불교선리연구원, 2006~ ) 《일본불교문화연구》(한국일본불교문화학회, 2009~2018) 《불교상담학연구》(한국불교상담학회, 2009~ ) 등 12종이 새롭게 선보였다.

2010년 이후에도 《전법학연구》(불광연구원, 2012~2018) 《한국불교사연구》(한국불교사학회 한국불교사연구, 2012~ ) 《불교문예연구》(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불교문예연구소, 2013~ ) 《불교철학》(동국대 세계불교학연구소, 2017~ ) 《한마음연구》(대행선연구원, 2018~ ) 《종학연구》(동국대 종학연구소, 2019~ ) 등의 신생 학술지가 추가되었다.

이 시기 창간된 학술지들의 동향은 불교 전반에 관한 종합적인 연구가 지속적으로 추구되는 동시에 학술지의 주제별 전문성이 심화되며 그 분야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2000년에 창간된 《불교문화연구》와 《불교학연구》, 2006년에 창간된 《동아시아불교문화》, 2013년에 창간된 《불교문예연구》는 모두 불교 연구 일반을 다루는 종합학술지이다. 전통적 의미의 불교 연구뿐 아니라 타 종교사상과의 비교 연구나 불교의 현대적 응용, 나아가 불교와 유관한 모든 인접 학문 · 예술 · 종교 분야의 관점에서 불교를 주제로 다룬 연구들이 자유롭게 투고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주제의 다변화는 근대 한국 불교학의 초창기부터 굳건히 자리를 지켜온 《불교학보》나 《한국불교학》 같은 종합학술지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경향이다.

《한국선학》은 선불교의 사상과 역사 및 불교 수행 일반을 연구한 논문이 주를 이룬다는 점에서 전 시기 창간된 《정토학연구》에서 정토학 연구의 특화를 도모했던 것과 궤를 같이한다. 《선문화연구》는 발간 기관인 한국불교선리연구원이 선학원 소속인 것을 반영하듯 주로 근대기 불교와 당대 고승들의 생애와 사상에 대한 연구가 주를 이룬다.

《불교원전연구》와 《불교학리뷰》는 초기불교부터 대승불교까지 그리고 산스끄리뜨어와 빨리어 및 티베트어와 한문까지 시대와 언어를 막론하고 불교의 원전을 중심 텍스트로 한 연구들이 발표되어, 2000년대 들어 한층 익숙해진 초기불교와 부파불교 연구의 중요한 견인차 역할을 했다. International Journal of Buddhist Thought and Culture는 국내외 불교학 관련 연구자들의 글을 전문 영어로만 실어 해외 불교학의 성과를 국내에 소개하는 한편, 한국의 불교학을 해외에 알리는 데 주력하였다.

《불교상담학연구》는 2000년대 들어 명상과 치유의 문화현상이 대중적으로나 학문적으로 두루 주목받기 시작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등장한 전문학술지로서, 상담 및 치유의 전거가 되는 불교 경전과 사상 및 신행, 종교 상담 기법, 상담 프로그램 개발과 관련된 연구논문이 게재되어오고 있다. 《전법학연구》는 서울 송파구 불광사를 기반으로 한 불광연구소에서 펴낸 학술지로서 전법 즉 불교 포교의 활성화를 목적으로 개발 연구된 논문들이 투고되었다.

《한국불교사연구》와 《불교철학》은 전통적인 불교 연구주제 중에서도 각각 역사와 철학을 분리하여 특화를 시도한 학술지이다. 《한국불교사연구》는 한국불교사의 사상과 인물에 대한 심화 연구와 함께 불교사 기술의 방법론에 관심을 가져왔으며 《불교철학》은 인도와 동아시아 불교의 주요 사상과 철학을 천착하고 있다.

《한마음연구》는 경기도 안양시 소재 한마음선원을 창립한 대행선사의 사상과 수행, 문화와 기타 인간의 삶에 관한 것을 연구하고자 하는 취지로 설립된 대행선연구원에서 2018년부터 간행하는 부정기간의 학술지이다. 발간 기관의 창립취지에 걸맞게 아직까지는 대행의 사상에 대한 연구를 위주로 게재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최근호에서는 간혹 일반적인 불교학 주제를 다룬 논문이 등장하기도 하였다.

한편 동국대학교 종학연구소는 “대한불교조계종의 전통과 역사, 수행 가풍과 정체성 정립 및 지속 가능한 불교의 발전과 한국불교 정신문화의 비전 제시”를 목적으로 2011년 설립된 기관으로, “불교의 역사와 문화, 사상, 수행법, 그리고 조계종의 종지, 종통과 종책 등을 주된 연구 과제로” 삼을 것을 표방하였다.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총 4집이 발간된 《종학연구》에는 간화선 등 명상수행(1~2집)과 코로나 시대 불교의 역할(3~4집)을 주제로 한 연구논문들이 기획 게재되어 있다.

2000년대 이후 학술지 논문의 연구 경향은 뚜렷하게 나타나는 전문성의 심화와 연구 분야의 다변화이다. 《불교학보》 《한국불교학》 《불교연구》 《불교학연구》 《동아시아불교문화》 《불교문예연구》 등 매 시기 차례로 등장하여 한국 불교학 연구의 전통을 일구어온 종합학술지들이 사상, 역사, 인물, 신행 등 불교학의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다. 이와 동시에 《보조사상》 《강좌미술사》 《인도철학》 《한국교수불자연합학회지》 《대각사상》 《정토학연구》 《선학》 《불교학리뷰》 《한국불교사연구》 《불교철학》 등 비교적 후발주자로서 한국학술진흥재단의 학술지 연구 평가에서 살아남은 학술지들은 인물과 사상, 시대(초기불교와 근현대사)와 지역(인도, 동남아시아, 티베트 등지), 역사와 철학, 예술과 응용불교 등 세부적인 분과 차원으로 스스로를 특화하며 전문성의 심화와 연구 분야의 다변화를 견인하였다. 역사학과 어문학, 미술사 등 인접 분야에서의 지속적인 불교 관련 연구도 이 같은 연구 분야의 다변화에 일조하고 있다.

전문 학술지들이 이룬 연구 분야의 다변화는 종합학술지에도 반영되어 한국불교학의 지평을 양적 질적으로 더욱 확장하는 중이다. 다만 전문 학술지 중 일부는 해당 주제 연구의 지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듯 보이며, 경우에 따라 종합학술지로 변모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하여 이에 대한 향후의 추이가 주목된다.

한편 2000년대 이후 새롭게 감지되는 연구의 흐름은 의례를 중심으로 한 불교 신행의 연구와 명상과 상담을 중심으로 하는 응용불교학의 확산이다. 이는 이 시기 들어 여러 일선 사찰에서 수륙재와 예수재, 연등회 등 의례의 설행에 눈을 뜨기 시작한 것과 전 사회적으로 힐링 즉 치유가 중요한 문화인자로 부상하게 된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최근 들어서는 응용불교학의 영역에서 불교복지와 AI 등 4차 산업혁명을 다루는 연구들도 적지 않게 보고되고 있다. 다만 의례 연구의 경우 지나치게 실용적인 측면만을 부각하거나 응용불교학의 경우 ‘불교’보다 ‘응용’에 치중한 나머지 연구의 질적 하향이 우려된다는 학계 일각의 지적이 있는 점을 유념할 일이다.

 

5. 마치며

1958년 《동국사상》의 발간을 기점으로 본문에서 불교학술지로 분류한 42종의 잡지 중 2020년 12월 현재 발간을 유지 중인 것은 《불교학보》 《불교미술》 《한국불교학》 《불교연구》 《보조사상》 《강좌미술사》 《인도철학》 《한국교수불자연합학회지》 《불교문화연구》(남도불교문화연구회) 《회당학보》 《대각사상》 《정토학연구》 《천태학연구》 《밀교학보》 《전자불전》 《불교문화연구》(동국대 경주캠퍼스 불교사회문화연구원) 《불교학연구》 《한국선학》 《동악미술사학》 International Journal of Buddhist Thought and Culture 《불교미술사학》 《동아시아불교문화》 《불교학리뷰》 《선문화연구》 《불교상담학연구》 《한국불교사연구》 《불교문예연구》 《불교철학》 《한마음연구》 《종학연구》 등 30종이다.

이 중 《불교학보》 《한국불교학》 《불교연구》 《보조사상》 《강좌미술사》 《인도철학》 《한국교수불자연합학회지》 《대각사상》 《정토학연구》 《불교학연구》 《한국선학》 《동악미술사학》 International Journal of Buddhist Thought and Culture 《동아시아불교문화》 《불교학리뷰》 《선문화연구》 《불교문예연구》 등 17종이 한국연구재단에 등재지로 등록되어 있고(《불교학연구》는 2015년 우수등재지로 선정), 《한국불교사연구》와 《불교철학》 2종은 등재후보지로 선정되어 있다. 등재 및 등재후보로 선정된 학술지는 연간 1~4회 발간되며 회당 10편 전후의 논문이 게재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의 학술지 평가 사업은 불교학술지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연구자들의 업적 평가와 연동되어 매년 일정 수의 학술논문이 평균 이상의 수준을 견지하며 학계에 발표되는 것을 독려하는 순기능을 지니기도 한다. 다만 연구의 주제 선정과 내용 주장에서 전반적인 평준화 양상이 발생하여 보다 도발적이고 혁신적인 연구가 등장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앞 장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2000년대 이후 응용불교학 논문의 양적 증가가 두드러지는 가운데 그 학문적 긴장성의 유지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1950년대 이후 한국의 불교학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대단히 큰 성취를 이루었다. 이제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는 그 수준의 엄정한 유지와 함께, 불교의 가르침이 학계에만 갇힌 채 관련 연구자들 사이에서나 통용되는 담론으로 머물지 않고, 사회적으로 소통되고 수용되어 한국문화 나아가 인류문화의 선도적 가치가 되도록 하는 일일 것이다. 또한 그를 위하여 한국과 한국어라는 지리적 언어적 한계를 벗어나 해외의 불교학계와 더욱 자유롭고 대담하게 학문적 성과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남겨진 과제이다.

이상 이 글에서 점검한 학술지들은 일차적으로 RISS를 토대로 살펴본 것이며, 그 밖에 김성연의 선행 연구21)와 〈법보신문〉의 2020년 11월 20일 기사 “역대 불교학술지 총 40종 … 11종은 뒤안길로”22)에도 크게 의존하였다. 그러나 미처 필자의 견문이 미치지 못한 곳에 더 많은 연구 활동과 그 결과물들이 있을 수도 있다. 한국 근대 불교학의 지난 한 세기를 헤아리는 것은 한 연구자의 역량으로 감당하기 쉽지 않은 일이었다. 독자 여러분의 너그러운 혜량을 구한다. ■

 

민순의 nirvana1010@hanmail.net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 동 대학원 종교학과 석 · 박사 졸업. 〈조선 전기 도첩제도 연구〉로 박사학위 취득. 주요 논문으로 〈불교에서 점복이 다루어지는 방식에 대한 일고찰-《점찰경》에 나타나는 방편의 위계 문제를 중심으로〉 〈한국 법화계 불교종단의 역사와 성격〉 〈여말선초의 승군 개념-국가권력의 승단 관리와 승도의 개념 및 범주의 관점에서〉 등 다수. 현재 한국종교문화연구소에서 연구하며, 조계종 백년대계본부 불교사회연구소 연구원.

저작권자 © 불교평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