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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의 시대, 불교가 할 일 / 이종우
특집 | 포스트코로나 시대와 불교
[84호] 2020년 12월 01일 (화) 이종우 jwleers@sangji.ac.kr

1. 시작하는 글
    -고립의 시대를 만든 천덕꾸러기, 종교

종교가 세속을 걱정하는 시대가 있었다. 각 종교가 생겼을 때 종교가 가장 강조했던 것은 사랑, 자비 등이었다. 이런 강조점을 바탕으로 종교는 세속에서 전쟁, 환경파괴, 빈곤 등으로 인해 소외되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야 함을 강조했고, 그것을 실천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세속이 종교를 걱정하는 시대가 열렸다.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각 종교의 종교인들은 유사 이래 각종 부패와 비리, 폭력, 성추문, 직위의 세습, 테러 등 다양한 문제를 일으켰다. 종교에 대한 세속 사람들의 부정적 인식이 고정관념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이제 세속 사람들은 자신의 신념을 바탕으로 특정 종교의 종교인들을 비난하는 것을 넘어서, 세속 사람들보다 훨씬 더 타락했다는 생각으로 종교인들을 향해 비아냥거리기 시작했고, 종교에 대하여 큰 기대를 하지 않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창궐했고, 종교는 고립의 시대를 만든 원흉이 되어버렸다.


2. 종교가 개입된 세 번의 재확산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사람들의 건강과 생명만 위협한 것이 아니었다. 종교의 존폐도 위협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적어도 한국에서는 일부 종교인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의 원흉이 되었고, 이로 인해 종교를 위험에 빠뜨렸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은 어느 정도 진정되는 듯하면 재확산되었는데, 재확산은 크게 세 차례 정도 있었다. 그리고 이 세 차례의 재확산에 종교는 항상 일정한 지분을 차지했다.

1) 첫 번째 재확산: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

첫 번째 재확산의 중심에는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이하 ‘신천지’로 약칭함)이 있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발생이 최초로 보고된 것은 2019년 12월 중국의 우한(武汉)에서였다. 이후, 한국에서는 2020년 1월 20일 첫 번째 확진자가 발생하고, 2월 16일까지 30명의 확진자가 발생하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은 쉽게 진정될 것이라고 예상되었다. 당시까지 확진자 증가 추세가 하루에 한두 명 수준이고 확진자의 동선 정보 공개도 바로바로 이루어졌다. 게다가 당시 소수의 확진자는 수도권 위주로 발생하고 있었고, 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는 표면상으론 1명의 확진자도 발생하지 않은 지역이었다. 그러나 2월 18일 31번째 확진자가 보고되면서 상황은 급격히 악화하였다.

신천지 신도로 밝혀진 31번 환자는 영남권 최초의 감염자였는데, 증상이 있으면서도 의료진의 검사 요청을 거부하고, 교회 예배도 갔음이 확인되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20명의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대구 · 경북 지역의 신천지 교인을 중심으로 대량 확진자가 발생하기 시작하였다. 이로 인해 30명에서 소강상태였던 확진자 수가 수백 배로 치솟았으며,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유럽, 아메리카의 확진자가 폭발하기 시작한 3월 10일 이전까지는 한국의 확진자 수 순위가 중국에 이은 세계 2위, 인구수 대비로는 세계 1위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이후 이스라엘 등 일부 국가에서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고, 한국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확산시킨 주범이자 전 세계의 민폐 국가로 인식되었다. 그리고 한국 유학생이나 재외교포에 대한 인종 차별 사례까지 보고되었다.

2월 20일, 31번 확진자가 신도가 다니던 교회에서 최소 23명의 감염자가 추가로 발생했다. 이로 인해 대구 · 경북의 확진자 수가 나머지 전국 전체보다 훨씬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지역사회 감염 확산 단계에 들어선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늘었다. 이후 2월 24일 15시 기준으로 확진자 수의 59.8%가 신천지와 관련이 있었다.

첫 번째 재확산이 발생했던 주요한 이유는 신천지 특유의 문화 때문이었다. 신천지는 기본적으로 폐쇄적이다. 신천지 신자들의 상당수는 사회에서 신천지 신자임을 밝히기를 꺼렸다. 이런 이유로 31번 확진자의 동선 파악이 어려워 추가 감염 의심자를 추적하기가 쉽지 않았다. 또한 요양원, 병원, 콜센터 등 신천지 신자들이 근무하거나 봉사하는 곳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
신천지 특유의 집단생활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에 기폭제 역할을 했다. 칠곡의 중증 장애인 시설, 이스라엘 성지순례단, 대구 달서구 한마음아파트 등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는데, 이들 모두 신천지와 관련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가운데 한마음아파트 단지의 주민 142명 중 66%에 해당하는 94명이 신천지 신도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더 큰 문제는 신천지 측에서 한마음아파트와 같은 집단 거주 시설을 모를 리가 없을 텐데, 제1차 확산 초반에 신천지 측이 방역당국에 리스트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신천지 특유의 포교 방법도 코로나19 확산의 주요한 원인이 되었다. 예를 들어 제1차 확산 당시 부산의 온천교회에서 집단 감염이 있었다. 신천지 측은 온천교회와 신천지의 연관성을 부인해왔으나, 온천교회를 신천지 야고보 지파가 관리하고 있었음이 드러났다. 온천교회 내에 ‘추수꾼’이라고 일컬어지는 신천지 신도가 있었던 것이다. 신천지가 중국에 진출한 것이 아니냐는 예상도 등장했다. 2019년에 신천지가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 지부를 설립하면서 우한 지역과 교류하게 된 것이 원인이라는 것이다.

신천지 우한 지부 교회에서 활동하던 교인이 귀국하면서 병을 퍼뜨렸을 것이란 추측이 큰 힘을 얻었고, 홍콩의 언론을 통해 우한시에 신천지의 성도가 있으며, 거기에 더해 지부까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MBC 뉴스데스크의 2월 22일 자 보도에 따르면 신천지가 중국의 엄격한 단속을 피해 온라인상에서 위장 단체로 사람들을 끌어들인 뒤 신천지 신자로 만드는 수법을 썼다고 한다. 코로나19가 발병한 이후에는 불안한 중국인들에게 ‘무료 상담을 해주겠다.’고 속여서 신천지에 끌어들이려 해 중국 종교 매체에서 이를 다룬 사실이 있음도 확인되었다. 2월 26일 종말론사무소 윤재덕 소장은 2월 9일에 열린 신천지 부산교회의 설교에서 지파장이 “우한 지역에 지교회가 있음에도 교인들이 우한 폐렴에 걸리지 않았다.”고 자랑하는 녹취록을 공개했다. 신천지 측에서는 우한 지교회가 폐쇄되었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제1차 확산으로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이 직접 언론에 모습을 공개하고, 절을 하며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이만희 총회장은 2020년 3월 2일 ‘국민 앞에 엎드려 사죄한다’며 큰절을 한 뒤 ‘교단에서는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환자가 많이 발생해 송구하다. 힘닿는 데까지 인적·물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신자들의 협조, 120억 기부 등을 약속했고, 현재 완치된 신천지 신자들이 혈액 샘플을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이만희 총회장은 구속 상태이며, 병보석을 요구하고 있다.

2) 두 번째 재확산: 이태원 클럽과 동성애

두 번째 재확산은 2020년 4월 30일에서 5월 5일까지 있었던 황금연휴 기간에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동에 소재한 다수의 클럽에서 시작되었다. 첫 번째 확산이 진정 국면에 접어들어서 당시 확진자 수가 1명 수준까지 떨어졌고, 방역 전쟁이 끝나가는 듯 보였으나 이 재확산을 기점으로 확진자 수가 다시 늘었다. 그 결과 2개월이 지난 7월 말까지도 확진자 수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두 번째 재확산이 시작된 것이다.

클럽으로부터의 재확산이 종교와 무슨 상관이 있냐는 질문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이 시기는 연휴 기간이었고, 특히 2020년 4월 30일은 부처님오신날이었다. 그러나 불교계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방지에 동참하기 위해 부처님오신날 행사를 전격 연기했다. 불교계가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불교계의 최대 행사를 연기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는데, 연휴 기간 클럽에 놀러 갔던 사람들에 의해서 그러한 노력이 무위로 돌아간 것이다.

또한, 이태원 클럽으로부터의 재확산이 종교와 만나는 지점은 ‘동성애’와 관련된 것이다.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성소수자나 성소수자의 인권을 옹호하는 사람들에 대한 인식은 좋지 않았다. 그런데 이태원 클럽 가운데 성소수자가 많이 가는 클럽이 있었음이 밝혀짐으로써, 언론과 여론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았다. 여기에 동성애를 죄악으로 규정하는 개신교 원리주의자들과 개신교계 언론이 성소수자에 대하여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가장 먼저 〈국민일보〉가 나섰다. 〈국민일보〉는 대한기독교 하나님의성회에서 발간하는 신문인데, “[단독] 이태원 게이클럽에 코로나 확진자 다녀갔다”라는 제목의 기사로 이 사태를 보도했다. ‘단독’ ‘게이클럽’이라는 용어를 최초로 사용한 보도였다. 그리고 이후 보도에서 ‘게이클럽’이라는 용어를 그대로 받아적은 기사들이 쏟아졌고, “남자들, 줄 서 있었다.”는 식의 보도가 줄을 이었다. 해당 클럽이 동성애자들이 많이 갈 뿐, 남성 동성애자들만을 위한 클럽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보도를 쓴 기자는 ‘게이클럽’이라는 말을 제목에 넣었고, ‘단독’이라는 말을 붙여서 단독 기사임을 강조했다. 이 두 가지 문제점으로 인해 이 기사는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이 기사로, 그렇지 않아도 인식이 좋지 않은 한국 내의 성소수자들은 더욱 궁지에 몰렸다. 특히 해당 클럽에 출입한 성소수자들 가운데 아웃팅(outing), 즉 강제로 성정체성을 밝혀야 하는 상황이 두려운 사람들이 검사를 꺼리는 사태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코로나19 바이러스 방역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성소수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코로나19 바이러스 방역에 협조하기 위해 이미 동성애자임을 밝혔거나 성전환 수술을 한 유명인이 클럽 출입자들에게 검사를 받을 것을 권유하는 글을 SNS에 올렸다. 그러나 이들 역시 수구 개신교와 언론 그리고 여론으로부터 ‘신천지 때는 비난하더니 클럽발 확산에는 왜 침묵하느냐?’는 식의 비난을 받았다. 그리고 〈국민일보〉에서도 게이클럽이라는 것은 사실이며, 다수 국민의 생각과 정서와 한참 동떨어진 ‘동성애 옹호’가 과연 진정한 ‘인권’인지 의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연휴 기간이라는 시기적 문제, 그리고 전국 각지에서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유동인구가 많은 이태원에 왔고, 대부분 상대적으로 건강한 20~30대라 무증상 확진자가 많아서 누구에게 감염시킬지 모른다는 점에서 두 번째 재확산은 큰 문제를 낳았다. 일반 기업체, 콜센터, 국가 기관, 심지어 군인들까지 확진되었다. 특히 인천의 한 학원 강사가 이태원 클럽에 다녀왔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동선을 제대로 밝히지 않아서 방역을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무엇보다도 앞에서 언급한 대로, 두 번째 재확산 직전은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진자 수가 1명 수준으로 떨어짐에 따라, 사람들은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었던 때였다. 그런 상황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흥업소인 클럽에서 연휴 동안 확산하였으니, 사람들이 느꼈던 좌절감은 말로 다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반면, 약 2개월가량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켜온 후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이 어느 정도 진정세에 있을 때 맞이한 연휴였기 때문에, 그동안의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고 싶어 할 수 있었다는 의견도 존재했다. 어느 쪽이건 간에 두 번째 재확산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공감대는 형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3) 세 번째 재확산: 사랑제일교회, 8 · 15 집회발(發)

세 번째 재확산은 사랑제일교회와 그 교회 담임목사인 전광훈이 주도했다고 알려진 2020년 8월 15일에 있었던 수구세력 집회에서 비롯되었다. 사랑제일교회는 서울특별시 성북구에 있는 개신교 교회다. 또한,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인 전광훈은 이전에 한국기독교총연합회(약칭 한기총) 회장을 역임했던 사람이다. 그래서 세 번째 확산은 “전광훈 사태”라고 일컬어질지도 모른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사랑제일교회와 8 · 15 집회로 시작된 세 번째 확산은 이전에 있었던 두 번의 대규모 확산과 비교하면 상당히 심각하다. 이전의 대구·경북지역에서 신천지에 의해 발생했던 재확산은 지역적으로 비교적 대구 · 경북 지역에 치우쳐 있었고, 신도 수도 개신교에 비해 많지 않았기 때문에 확산 속도가 세 번째 확산에 비하면 빠를 수가 없었다. 또한, 이태원발 두 번째 재확산은 클럽 출입자들이 비교적 젊어서 사망률이 높지 않고, 클럽에 드나든 사람의 숫자 역시 사랑제일교회 등록 교인이나 8 · 15 집회 참가자 수에 비해 적었다. 무엇보다도 이전 두 번의 재확산은 관련된 사람들이나 해당 장소에 갔다 왔던 사람들이 뒤늦게라도 방역당국에 협조해서 어느 정도 진정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사랑제일교회의 신자의 수는 대구 · 경북 지역 신천지 신자의 수나 클럽에 출입한 사람의 수보다 많았다. 특히, 사랑제일교회 신자는 인근에 사는 사람보다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8 · 15 집회의 경우 집회 참가자 경찰 추산 2만~3만 명(순간 최대 인원), 주최 측 추산 100만 명(연인원)에 달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전국에서 이 인원이 한곳에 모였다가 다시 전국으로 흩어졌기 때문에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순식간에 전국으로 확산했다. 무엇보다도 이들은 그들의 정치성향으로 인해 방역에도 비협조적이다.

현재도 진행 중인 세 번째 재확산은 종교의 자유, 진보-수구 사이의 정치적 대립과 집회결사의 자유 등 여러 가지 사안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문제다. 먼저 종교와 집회의 자유와 얽힌 문제를 살펴보자. 방역당국은 사랑제일교회로부터의 재확산과 8 · 15 집회 이전까지 종교의 정기적인 의례와 소규모의 모임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확산시킬 수 있는 위험한 행위라고 간주하고 종교계에 비대면 예배를 권장하고, 소규모 모임의 자제를 요청했다. 이에 따라 대형교회에서는 비대면 예배를 시행했고, 2차 확산 이후 코로나바이러스는 진정 국면에 접어든 듯했다. 그러나 사랑제일교회는 2월 24일 전광훈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이후 3월 1일에 사랑제일교회에서 집회를 강행하며 매일 밤 전광훈 석방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심지어 사랑제일교회에서 매일 밤 대면 예배를 강행하고, 음식물을 나눠 먹는 등 방역지침에 전혀 협조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장위동 뉴타운 개발에 따른 사랑제일교회 철거와 보상 문제도 불거지면서, 사랑제일교회의 개신교 신자들은 방역지침을 무시하고 집회와 예배를 계속했다. 그 결과 8월 12일에 교인들 사이에서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소식이 알려진다.

사랑제일교회로부터의 재확산과 8 · 15 집회 이후 방역당국과 지방자치단체는 더욱 강력하게 종교의 정기 의례를 금지했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2.5단계로 격상시켰고,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교회 등 종교시설에 집합제한 명령을 내렸다. 8월 17일에는 위 명령을 위반하여 하계 수련회를 강행하고, 교회 내에서 식사를 제공한 신자 6,000명 규모의 모 교회에 2주간 집합 전면금지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러한 방역당국의 지침에 대하여 일부 개신교 단체는 예배 금지 조치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사랑제일교회의 경우 방역당국이 공권력을 동원해서 사랑제일교회의 출입을 통제하고 소독을 시도할 때 일부 신자들이 이것을 방해하고, 방역에 참가했던 공무원을 폭행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결국, 종교와 신앙의 자유가 중요하다는 명분 아래, 지역 개발에 반발하여 교회를 지키려는 노력, 주일예배와 같은 종교의 정기 의례를 설행(設行)하겠다는 의지, 담임목사인 전광훈을 석방시키겠다는 맹목적 믿음이 팬데믹 상황이라는 문제와 연결된 것이다.

진보-수구 세력의 정치적 대립과 집회결사의 자유 문제도 사랑제일교회라는 종교단체와 관련되어 불거졌다. 전광훈은 이명박 정권 때부터 수구 세력의 정치적 발언을 대변한 사람으로 알려졌다. 또한, 수차례 기독교 정당을 창당해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고, 선거법에 저촉되는 발언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수차례 경고를 받은 인물이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전광훈은 수구 개신교 세력과 정치계를 대표하는 사람으로 성장했다.

수구 단체는 2020년 8월 15일에 광화문광장 일대를 비롯한 서울 도심에서 현 정부를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겠다는 집회 신청서를 제출했다. 서울특별시는 사랑제일교회에 집단 감염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여, 집회 신청을 한 8개 단체에 집회 취소 요청을 하였고, 이후 집합 금지 행정명령을 내렸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을 예방하는 차원이었다. 그러나 법원은 민경욱 전 의원의 부정선거국민투쟁본부와 수구 단체인 ‘일파만파’의 2건에 대해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고, 이것은 나머지 단체들이 집회에 참여할 수 있는 여지가 되었다. 이 2건의 집행정지 신청에서 신청한 측이 밝힌 집회 참여 인원은 100명, 1,000명 정도였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대로, 실제 집회에는 훨씬 더 많은 사람이 참석했다. 집회에서 있었던 발언들은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루었다. 8월 15일 날씨는 비가 오고 더웠기 때문에 마스크를 벗고 집회에 참석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또한, 집회 참가자들이 음식을 나눠 먹는 모습도 보였다. 특히 서울 이외의 지역에서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단체 버스를 이용했고, 이 과정에서 방역지침을 잘 준수했는지 여부도 알 수 없다.

현 정부에 대한 반대와 방역지침의 거부는 절묘하게 연결되어 있다. 집회 참가자의 상당수는 현 정부가 친북 좌파 세력이며, 수구 세력을 탄압하기 위해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확진자 수를 조절하고, 심지어 정부가 일부러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집회에 참가하는 것이 애국이고, 방역당국의 방역지침을 거부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특히, 전광훈은 신자들에게 성령이 치유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설교하고, 야외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는 등 신앙에 기초하거나 비과학적인 주장을 전달했다. 정부에 대한 부정적 시각과 전광훈의 설교는 사람들로 하여금 방역지침을 지키지 않게, 그리고 8 · 15 집회에 참가하게 했다.

예를 들어서 대한민국장로연합회 소속 장로들이 보냈다고 알려진 문자에는 “이 나라 정치가 자유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있다.” “사유재산 제도와 시장경제 질서를 무너뜨리고 표현의 자유까지 막으려 하고 있다.” “비성경적인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통해 기독교를 약화시키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또한 방역당국의 검진이나 치료를 거부하는 사태도 잇따랐다.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던 확진자가 병원에서 도주해 종로 일대를 돌아다니고, 원불교 교당 근처까지 몰래 잠입하거나, 확진자가 경찰을 피해서 도망치다가 체포 직전에 기독교 경전을 들고 저항하고, 남편의 팔을 깨무는 사건까지 생겼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집회를 통제하기 위해 투입되었던 경찰들 가운데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했다. 집회 이후 하루 확진자 수는 한동안 100명을 넘어섰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 집회를 주도했거나 집회 참여를 적극적으로 종용했다고 알려진 주옥순 대한민국엄마부대 대표, 수구 유튜브 ‘신의한수’ 진행자 신혜식, 전 미래통합당 소속 차명진 전 의원, 그리고 전광훈까지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후 전광훈은 보석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재수감되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옥중 서신을 보내고, 다시 보석을 신청했다. 명절이자 민족의 대이동이 발생하는 추석을 앞두고 국민은 고향을 방문하지 못하게 되었다. 성묘가 통제돼서, 국립묘지와 전국의 현충원 출입이 통제되었다. “불효자는 옵니다.”라는 문구가 적인 플래카드가 곳곳에 걸리기까지 했다.


3. 팬데믹 상황에서 불교계의 동향

세 차례에 걸친 코로나19 바이러스 재확산 중 두 차례는 개신교계 신종교인 신천지, 개신교 교회인 사랑제일교회를 비롯한 수구 개신교 단체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 그 외에도 교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소모임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온상으로 여겨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불교는 청정구역이었을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사찰에서도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진자가 발생한 적이 있었다. 2020년 6월 20일 광주광역시의 한 사찰에서 개최된 예수재(預修齋)에 참석한 신도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다. 이들은 예수재에 참석했다가, 주지 스님과 차를 마시면서 담소를 나누었다. 또한, 사찰의 주지 스님은 불교대학에서 강사로 활동하고 있었고, 예수재에 참석했거나 사찰에 방문했던 신도나 일반인들도 귀가 후 일상생활을 영위했다. 이 과정에서 사찰에서 시작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컸으나, 다행히도 그 이후 큰 확산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일부 사례를 제외하고 불교계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방역에 잘 협조했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이하 종단협)와 연등회보존위원회는 코로나19의 감염과 확산방지를 위해 5월 23일과 24일 예정했던 연등법회를 비롯해 연등행렬, 전통문화마당 행사를 취소했다. 일부 사찰은 산문(山門)을 폐쇄하는 전대미문의 조치를 취했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상당 기간 법회를 취소했고, 템플스테이도 상당 기간 중단시켰다. 불교의 연중행사 중 최대 행사인 부처님오신날 법회도 연기되었으며, 행사 당일에도 최소한의 인원만 법회에 참석했고, 모두 발열 검사와 소독, 거리 두기를 충실히 수행했다. 아울러 개신교의 비대면 예배나 천주교의 비대면 미사와 비슷하게, 유튜브를 이용한 법회도 개최되었다. 그 외에도 제28회 단일계단 식차마나니계 수계산림도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연기되었고, 이후 시행되었을 때 발열 검사와 마스크 착용 권고도 공지했다. 한국불교태고종 총무원도 홈페이지에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을 방지하기 위하여 방역수칙을 준수할 것을 당부하는 공지글을 두 차례 올렸고, 대한불교천태종도 홈페이지를 통해 대부분의 행사를 연기한다는, 그리고 방역수칙을 준수할 것을 당부하는 내용의 글을 공지했다.

여담이지만 부처님오신날 법회가 연기된 날짜가 흥미로웠다. 부처님오신날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음력 4월 8일이다. 그런데 올해는 공교롭게도 4년에 한 번 오는 윤달이 있는 해이다. 그렇기 때문에 음력 4월 8일이 두 번 있었고, 대한불교조계종은 기존의 음력 4월 8일에 해당하는 양력 4월 30일에서, 음력 윤4월 8일인 5월 30일로 부처님오신날 법회를 연기했다. 이러한 모습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유행이 가져온 뉴노멀(New-Normal)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어쩌면 올해가 윤달이 낀 해라는 것은 불교계에는 불행 중 다행일 수도 있었다. ‘사월초파일’이라는 부처님오신날의 날짜를 윤달에라도 지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윤달의 개념에 대하여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윤달이라는 것이 있음을 알려주는 계기도 되었을 수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신앙이 있는지, 종교가 무엇인지 여부와 상관없이 평등하게 위협적이고, 모두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피해를 당하는 것은 불교도 마찬가지였다는 뜻이다. 아울러 종교는 신 등 특정한 존재를 받들고 교리를 지키는 것, 정기적인 의례를 봉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이것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은 종교에는 큰 피해다. 정기 법회, 특정일마다 있는 법회, 특히 부처님오신날 법회를 제때 하지 못했기 때문에 불교 역시 입은 피해가 컸다. 

불교의 재정이나 포교 측면의 피해도 컸을 것이다. 법회나 천도재, 각종 기도회는 사찰의 경제를 지탱하는 주요 행사 중 하나다. 특히 템플스테이는 사찰의 수입원 중 하나인 동시에 한국불교의 모습을 세상에 알리고, 사람들로 하여금 마음의 안식과 깨달음을 줄 수 있는 중요한 행사다. 이러한 행사를 모두 연기하거나 한동안 개최하지 못함으로 인해 불교가 입은 타격은 컸을 것이다. 아울러 승려를 대상으로 하는 승가고시와 같은 불교계의 주요 행정 업무 일정도 연기되었고, 이것은 승려 개인이나 불교계의 행정적 피해로 연결되었다.

한국불교태고종 역시 혜초 전 종정의 열반이라는 종단 내의 큰 사건이 있었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해 다비식조차 제대로 치를 수 없었다. 혜초 전 종정의 정식 법명과 직위는 혜초당(慧草堂) 덕영 대종사(德永 大宗師)로 제17, 18, 19세 종정을 지낸 한국불교태고종의 어른이다. 태고종 총무원의 발표에 따르면 혜초 전 종정은 2020년 8월 26일 0시에 입적했다. 공교롭게도 이 시기는 이전 8월 15일 광복절 수구세력 집회와 사랑제일교회로부터의 코로나19 바이러스 집단감염과 확산이 증가하던 시기였다. 이로 인해 일반 신도는 혜초 전 종정의 빈소에 입장할 수 없게 되었다. 8월 30일 영결식과 다비식을 엄수한 이후 혜초 전 종정의 분향소가 49재 기간인 9월 1일부터 10월 13일까지 태고총림 선암사 만세루에 설치되었고, 다비식 당시 수습된 사리도 공개되었다. 그리고 태고종 총무원 측은 분향 기간 참배를 못한 종도나 일반 불자들에게 이 기간에 선암사 만세루 분향소에 찾아가 참배할 것을 권고했다. 3대나 종정을 지낸 승려의 입적과 이에 따른 다비식, 그리고 이에 따른 행사는 종단에는 매우 큰 사건이며 행사인데,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차질을 빚은 것이다.

이렇게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해 입은 피해가 크지만, 불교계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노력을 전개했다. 우선 불교계는 종교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종교적 기원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의 종식을 응원했다. 대한불교조계종은 불기 2564년(2020) 3월 3일부터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상황이 종료될 때까지 사부대중의 기도정진을 수행한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인 방법은 기존에 홈페이지를 통해 배포했던 ‘마음거울 108’ 앱, ‘붓다로 살자’ 앱 등을 이용해서, 매일 2회(조석예불) 이상 이웃과 공동체를 위한 기도정진을 시행하고, 개인적 원력을 세워 종단과 사찰, 사회에서 진행하는 코로나 극복 기부 등에 자유롭게 동참하는 보살행을 실천하며, 불기 2564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재적사찰과 인연 있는 사찰에 가족과 이웃을 위한 서원(誓願)의 등 달기에 동참하는 것 등이었다. 

아울러 대한불교조계종에서는 《약사여래경》 《숫타니파타》의 《보배경》 등을 기도정진의 소의(所依) 경전으로 소개했는데, 《약사여래경》은 병고를 극복하기 위해 대승불교권에서 널리 독송하였던 경전이고, 《보배경》은 웨살리에 전염병이 퍼졌을 때 부처님께서 독송하도록 권하셨던 경전이라고 설명했다.

3월 4일에는 대한불교조계종에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발원문”을 발표했다. 이 발원문을 보면 인간의 생명이 함께 사는 생명의 청정함에서 비롯되었다는 인식이 드러난다. 또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인간의 이기심과 개인의 탐욕으로 다른 생명을 위협하고, 이웃을 멀리하였으며, 공동체를 파괴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리고 모두 함께 이 어려움의 극복하고, 의료진과 공덕자가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기원하며, 함께 보살행을 실천할 것을 다짐했다.

대한불교천태종에서도 종교의 힘을 빌려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극복하기 위한 종교적 노력을 경주했다. 대한불교천태종 측은 거제 장흥사에 육방예경탑을 조성하고, 육방예경 의식을 시연하여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는 불자로서의 마음가짐을 되새길 것을 권했다. 또한, 삼척 삼산사에서는 국태민안을 발원하며 불기 2564년 봉축 장엄등 점등법회를 봉행했다. 이 행사에는 삼산사 주지 인산 스님 등 사부대중이 동참해 장엄등을 밝히고 코로나19의 완전한 소멸을 발원했다.

실질적인 노력도 있었다. 한국 내의 모든 불교 교단은 정부의 방역지침을 준수하고, 각종 행사를 연기했다. 중생구제를 위한 노력도 있었다. 대한불교조계종 불교문화사업단(단장 원경 스님)에서는 코로나19 대응에 힘쓰는 보건의료기관 관계자에게 사찰음식 도시락을 3월 한 달간 전달했다. 도시락은 한국사찰음식 문화체험관에서 직접 준비했고, 3월 10일부터 28일까지 매주 화요일~토요일 하루 도시락 100개씩 15일간 총 1,500개를 만들어서 국립중앙의료원, 서울의료원, 서울지역 일부 보건소와 동국대학교 일산병원 등에 전달했다.

의료진 외에 일반인에 대한 지원도 있었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찾아가는 짜장공양 사업’을 시행했다. ‘찾아가는 짜장공양 사업’은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해 짜장을 무료로 나누어주는 사업으로 코로나19로 고통받고 있는 이웃들을 위해 짜장(도시락)을 지원하는 사업이었다. 대한불교조계종이 법회와 행사를 중지한 것처럼 대한불교천태종에서도 정부의 코로나19 확산 방지 정책에 호응하기 위해 종단 산하 전국 사찰의 행사와 법회를 일시 중단하고, 모바일 기기를 통한 영상법회로 불자들의 신행활동 돕기에 나섰다. 그리고 사단법인 나누며하나되기(이사장 도웅 스님, 천태종 사회부장)는 2020년 4월 8일 코로나19 확산방지에 힘을 보태기 위해, 독거 어르신 등 복지 사각지대의 취약계층을 비롯한 강북노인종합복지관, 우면종합사회복지관, 숲속 어린이집 등에 구호물품을 전달했다. 또 인천 황룡사 등 수도권 사찰 20여 곳에 코로나 예방 물품을 지원했다. 나누며하나되기는 지난 2월 9일부터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약계층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총 7회에 걸쳐 약 9천만 원 상당의 예방 물품을 지원했다. 이 외에도 단양군에 성금을 전달하고, 산하 사찰이 소재지에 성금을 기부하는 등의 활동을 했다.

이와 같이 불교계는 일부 사찰이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의 통로가 된 경우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당국의 방역지침을 준수했고, 많은 행사를 중지하거나 연기했다. 아울러 의료진과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4. 고립의 시대, 불교가 할 일

1) 종교는 천덕꾸러기인 채 소멸할까?

종교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의 주범이 되었고, 이로 인해 민폐를 끼쳤다. 그에 따라 사람들이 종교에 대하여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시각은 더욱 늘어났다. 이러한 모습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종교 전반과 개별 종교에 대한 국민의 인식에 대한 조사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조사는 개신교계에서 운영하는 목회데이터연구소(대표 지용근)는 리서치업체 엠브레인트렌드모니터(Embrain Trend Monitor)가 ‘한국인의 종교에 대한 인식 조사결과’를 분석한 내용으로, 8월 29일 발표되었다. 여기에서 ‘한국의 종교단체가 제 역할을 잘하고 있나’는 질문에 단 6%의 국민만이 긍정 반응을 보였다. 또한, 국민 중 72%는 ‘코로나 사태라는 중차대한 시국에 솔직히 종교가 한 역할은 없는 느낌’이라는 의견에 동의를 표했다. 향후 종교 전망에 대해서도 조사 참여자 중 55%가 ‘코로나19 사태로 한국 종교 위상이 낮아질 것’이라는 의견에 동의했다. 

이 조사를 봤을 때 팬데믹 이후 종교 전반에 대한 국민의 시각은 부정적으로 변했다. 그러나 종교는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지구상의 생명체 가운데 ‘종교’를 믿는 것은 인간뿐이기 때문이다. 즉 인간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가 종교이고, 인간이 생존하는 한 종교는 존재한다는 의미다. 오죽하면 호모 사피엔스와 비슷한 용어로 ‘호모 렐리기오수스’라는 말이 있을까? 

또한, 종교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하는 시국에서 부정적인 모습만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부활절을 맞이해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있는 대형 예수상에 전 세계에서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에게 감사함을 표현하기 위해 각국 의료진의 모습과 국기가 조명으로 비추는 조명 쇼가 열렸다. 여기에는 각국 의료진의 모습이나 국기 외에도 ‘희망’ ‘기대’를 뜻하는 각국의 언어도 보여주어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이 종식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을 담았다. 이 조명 쇼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백신 역할을 한다고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감동과 희망, 그리고 용기를 얻었을 것이다. 이러한 모습이 종교의 긍정적인 역할일 수 있다.

2) 불교에 대한 긍정적 인식과 불교의 가치

앞에서 언급한 설문조사에서, 불교에 대한 국민의 인식은 천주교와 함께 그나마 긍정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불교를 바라보는 국민의 이미지는 온화한(40.9%), 절제하는(32%), 따뜻한(27.6%) 등의 긍정 이미지가 많았다.

실제로 불교는 중생이 질병을 비롯한 각종 고통을 극복할 수 있다는 교리를 가지고 있다. 대승불교에서 중생을 고통에서 구제하는 것은 대승불교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것이자, 불교 신자가 평생 서원으로 세워야 할 일이다. 팬데믹 상황에서 불교계가 중생구제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의무의 근거가 된다는 의미이다. 중생구제라는 대승불교의 교리는 현재 불교계가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한 시행하는 각종 활동의 중요한 근거가 되고 있다. 아울러, 한국불교의 정체성인 선(禪)이나 수련의 전통은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한 사람들의 고통과 두려움을 덜어주는 치유의 효과를 줄 수 있고, 나아가서 고립의 시대에 잘 맞는 불교 전통일 수도 있다.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불교 교리인 ‘인드라망’이라는 개념 역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중요한 가치가 될 수 있다. 인드라망이란 불교의 연기(緣起)와 같이, 지구의 모든 존재는 서로 그물처럼 연결되었고, 단일한 생명체와 같다는 사상이다. 인드라망 사상은 지금까지 기후 위기 대처 등 환경보호를 위한 중요한 이론적 배경이 되었다. 그리고 코로나19 바이러스 역시 인간의 이기심이 불러일으킨 또 하나의 전 지구적 재앙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국면에서, 인드라망이라는 개념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실제로 팬데믹 상황에서 사람들에게 생필품을 나누어주면서 이타행(利他行)을 시행한 열린선원의 법현 스님은 “서울시에 산다면 서울시민이고, 대한민국에 산다면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불교인의 한 사람으로서, 인드라망처럼 연결되어 있는 연기의 과정에 함께 있는 시민으로서, 전문가 또는 국가 행정기관이 제시하는 방법론들을 잘 따르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을 했다. 인드라망이라는 개념이 실제 불교의 중생을 구제하려는 노력의 중요한 배경이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새로운 시대에 불교는 적응의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산문 폐쇄 중인 합천 해인사는 최근 유튜브에 ‘해인사 TV’ 계정을 열고 예불과 법회를 실시간으로 전하고 있다. 해인사 주지 현응 스님은 “해인사 역사 1,200년의 첫 시도”라며 불자들에게 “이를 통해 또 다른 신심과 감동을 만들어보자.”고 당부했다.

3) 불교계가 잘하고 있지만은 않다.
그런데 앞에 언급한 조사에서 또 한 가지 눈여겨볼 수치가 있다. 한국 종교계의 문제점에 대하여 응답자(복수응답)의 65%가 종교계의 부정부패를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했고, ▲집단이기주의 ▲종교인들의 바람직하지 못한 생활 ▲정치적 개입 ▲종교인 범죄 증가 ▲이웃종교에 대한 배타성 ▲인물의 부재(不在) 등이 뒤를 이은 것이다. 불교계는 이러한 국민의 인식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단편적인 예로 한국불교태고종은 종단의 내부 갈등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유행과 연계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한국불교태고종이 다른 불교 종단과 비교하면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노력을 덜 하는 것으로 보이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한국불교태고종에서는 전임 총무원장인 편백운 스님이 불신임을 당하고, 편백운 스님이 이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사태가 발생했다. 태고종으로서는 매우 큰 사태였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종단 행정이 차질을 빚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리고 이로 인해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모종의 언급이나 캠페인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을 가능성도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불거진 ‘나눔의 집’ 후원금 관련 논란은 대한불교조계종 측에 매우 뼈아플 수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측은 〈PD 수첩〉에 강력한 법적 대응을 시사했지만, 재물을 탐하지 않고 고통받는 중생을 돕는 것이 중요한 대한불교조계종과 불교계에는 큰 오점으로 남을 수 있는 사건이다. 대한불교조계종을 비롯한 한국불교 각 종파에서는 지금까지 폭력, 성추문, 요직을 둘러싼 각종 대립 등 세속 사회에서나 볼 수 있는 각종 문제가 발생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문제들이 어쩌다 한 번 일어나는 돌발사태가 아니라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지속적인 사태라는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불자의 수가 갈수록 줄어드는 중요한 원인일지도 모른다. 


5. 맺는 글
    -종교가 세속을 넘을 수 없는 시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일부 종교는 교리에 대한 맹신과 종교와 집회의 자유를 빙자한 각종 활동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의 온상 역할을 했다. 이에 대하여 정부는 강력한 대처를 할 것으로 예상한다. 대한민국 건국 이후 군사독재 시절의 일부 사례를 제외하고, 세속 권력은 종교 내부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종교의 자유를 이유로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았다. 특히, 종교 내부의 갈등에 관한 문제는 더욱 개입하지 않았다. 그러나 세속의 권력은 사람들의 건강과 생명이 달려 있는 팬데믹이라는 상황이 발생하고 종교가 그 원인이 되자, 종교에 대해서도 공권력의 준엄함을 보여주겠다고 선언했다. 이것은 가장 극단적인 상황에서 종교의 자유가 통제된 것으로, 궁극적으로는 한국사회에서 종교의 권력이 세속의 권력을 절대 넘어설 수 없음을 보여준 모습이다. 종교의 자유도 집회의 자유도 세속이 규정하고 보장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팬데믹 상황의 빌미를 제공한 일부 종교는 그것을 잠시 잊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상황에서 불교는 그래도 방역지침을 준수하고 있다. 또한, 불교는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교리와 수행 체계를 가지고 있고, 이것을 실천하고 있다. 그 결과 사람들은 불교에 대하여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한국불교의 전통인 청정과욕(淸淨寡欲)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면, 고립의 시대에 가장 먼저 고립될 수도 있다.

원시시대 특정 집단에서 종교의 권력과 세속의 권력은 한 사람이 가지고 있었다. 이후 종교의 권력과 세속의 권력은 분리되었고, 종교의 권력이 세속의 권력을 압도하는 시대도 있었다. 유럽의 중세가 그랬고, 성리학을 사상적 배경으로 했던 조선의 지배층이 그랬다. 근대 이후 종교의 권력은 쇠퇴했고, 세속의 권력이 종교의 권력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대사회에서는 일부 이슬람 국가를 제외하고 세속의 권력을 넘는 종교 권력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세속의 보호 아래 종교는 종교의 자유를 누리고 있다. 이것을 한국사회와 불교에 적용한다면, 결국 불교는 불교다울 때 세속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

 

이종우
상지대학교 교수.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종교학과,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종교학과 졸업(철학박사). 한신대 연구원, 서울대 철학사상연구소 선임연구원 역임. 주요 논문으로 〈종교전쟁으로서의 임진왜란 재고〉 〈선조 대의 종교지형 변동 연구-불교를 중심으로〉 〈조선 전기 불교정책 연구〉 등과 저서로 《당신이 믿는 것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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