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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잭 콘필드 지음, 이재석 옮김 《마음이 아플 땐 불교심리학》 / 추선희
‘명상’과 ‘빨랫감’ 사이에서
[83호] 2020년 09월 01일 (화) 추선희 경일대 교수
   
 

제목이 평범하되 매력적이다. 누구나 마음이 아픈 시간이 있을 테고, 불교라는 종교와 심리학이라는 학문이 힘을 합쳐 그것을 도와주려 한다는 느낌을 직관적으로 준다. 불교는 물론이고 심리학을 그리 오래 공부하지 않았기에 제목에 끌린 독자의 시선으로 공부하듯 읽어보았다. 

돌아보면, 필자는 임상심리학 박사이자 통찰명상 수행원 등 미국 내 최대 불교 수행 그룹의 설립자인 저자, 잭 콘필드*와의 인연이 각별하다. 서론에서 잭 콘필드가 언급한 그의 전달 방식대로, 생생하고 개인적이면서 실제적으로 이야기해본다. 인연의 시작은 오래전 《깨달음 이후 빨랫감》이라는 그의 책을 읽으면서이다. 한 대학원 동료가 개강일 점심을 같이 먹자고 말을 건네준 게 고마웠다며 책을 선물했다. 난 그저 만학도인 그녀의 처지가 나와 비슷한 데다 대학원 분위기에 몹시 낯설어하는 듯 보였고 어차피 점심은 먹어야 했기 때문인데 말이다. 

그래도 마음 아래 조금 내려가 보면 당시 명상 수련을 하고 있던 덕인지, 그즈음 나는 조금씩 이완되는 중이었던 것 같다. 원래 처음 보는 사람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밥을 먹자고 말하는 성격은 아니었다. 《깨달음 이후 빨랫감》에서 잭 콘필드가 강조한 대로, 수행이 생활로, 명상의 이완이 일상의 이완으로, 자신에 대한 이완이 타인에 대한 이완으로 번지는 중이었을까. 그 몇 년 뒤 《처음 만나는 명상 레슨》이라는 그의 책을 번역하게 되었고 이렇게 서평을 쓰기에 다다랐다. 

 

아인슈타인은 미래에 가장 잘 적응할 종교는 불교라고 했다. 잭 콘필드 또한 서문에서 달라이 라마의 말, ‘불교의 가르침은 종교가 아니다. 그것은 마음의 과학이다.’를 언급한다. 그의 스승인 아잔 차도 심리적 문제, 질병, 물질, 공동체의 갈등 등을 불교라는 약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간주했다. 잭 콘필드는 불교의 원리가 치유와 심리치료에 관한 이해를 확장할 수 있다고 하면서 이 책으로 불교의 핵심 교리와 심리학의 주요 통찰을 더불어 소개하겠다고 한다. 그리하여 불교와 명상을 모르는 사람들은 명상이 아주 자연스러운 과정임을 알게 되고, 이미 불교 수행을 해본 이들은 새로운 방식으로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한다.

책은 5부, 2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불교 관점에서의 정신건강과 의식을 소개하고, 2부는 마음챙김 수행을 통한 치유와 깨어남의 작업, 3부는 건강하지 못한 감정을 변화시키는 법, 4부는 집중과 시각화가 가진 힘, 정교한 인지훈련, 인간관계 수련 등 불교의 여러 심리 도구들을 살펴보고, 5부는 인간발달의 가장 높은 가능성, 지극한 정신적 행복감과 해방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각 장마다 불교심리학의 원리를 하나 정도씩, 도합 스물여섯 가지를 내걸고 불교와 심리학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살펴본다. 원리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어머니에게 폭력을 가한 자신의 아버지 이야기를 비롯한 아픈 예시들도 서슴없이 거론하고, 자신이 지도한 사람들의 실제적 이야기들을 풍부하게 인용한다. 그리고 매 장 끝에는 언급한 원리와 연관하여 수련할 수 있도록 실습지가 달려 있다. 몇 가지 원리만 훑어보자.

첫 번째 원리는, ‘모든 인간이 가진 내면의 고귀함과 아름다움을 보도록 하라.’이다. 모든 수행은 자신을 존중하는 데서 시작하는데 그래야 타인이 지닌 선함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어떤 수행이든 자신 안의 선함에 머물지 못하면 타인의 선함을 볼 수 없기에 자기 존중이 얼마나 중요한지 거듭 강조한다. 그러면서 한 가지 방법으로 시간의 프레임을 바꿔서 타인이 아이였을 때나 마지막에 이르렀을 때, 혹은 현재의 동행자로 여겨 보라고 조언한다. 청년들의 우울과 불안, 무기력함의 정도가 날로 심각해짐을 가까이서 보고 있기에 이 원리가 절실하게 와닿았다. 

두 번째 원리는 ‘연민은 우리의 가장 깊은 본성이다. 모든 존재와 연결되었음을 알아볼 때 연민의 마음이 일어난다.’이다. 이 부분에서는 마흔이 되어 심리학 공부를 시작했을 때의 건강심리학 교재 《명상과 자기치유》가 생각났다. 마음챙김 명상을 체계적으로 프로그램화한 존 카밧진의 저서로, 거기서 명상의 핵심은 전체성과 연결성이라 하였다. 이 관점은 이후 삶의 여러 가지 문제에 두루 걸쳐 내게 통찰을 제공하는 기반이 되었다. 잭 콘필드는 불교심리학에서는 연민을 인간의 타고난 마음으로 본다며 인간의 마음에 관해 비관적 견해를 가졌던 프로이트와 구별 짓는다. 연민은 연결성에서 비롯되며 연민이 있음으로써 우리는 세상의 불공평과 부당함 등에 용감해진다고 말한다.

2부, 마음챙김에 관한 장에서 일곱 번째 원리는 ‘자신의 경험에 마음챙김으로 깨어 있는 주의를 기울일 때 괴로움과 무지에서 벗어난다.’이다. 붓다의 말 ‘마음챙김은 어디에든 도움이 된다.’를 인용하면서 일주일에 한 번 심리치료를 받는 것도 필요하지만, 건강한 존재감을 위해서는 매일의 지속적 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1980년 이래 천여 편의 논문이 마음챙김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책에서는 마음챙김의 네 가지 원리로서 RAIN(Recognition-Acceptance-Investigation-Non identification)을 말하는데, 이는 타라 브랙의 최신작 《끌어안음》에 나오는 RAIN(Recognize-Allow-Investigate-Nurture)과 핵심은 같지만 마무리가 조금 다르다. 타라 브랙의 보살피다(nurture)는 연결성을 보다 분명하게 강조하는 듯하다. 비교하면서 읽어보면 시야가 확장될 것이다.

흥미롭게 읽은 부분은 12장에 나오는 원리, ‘자기 성격의 건강하지 않은 패턴을 인식한 뒤 그것을 타고난 기질이 건강하게 표현되는 방식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이다. 서양 심리학에 여러 기준의 성격 이론이 있듯 불교에서도 성격 체계가 설명되어 있다고 하면서, 성격을 집착 기질, 혐오 기질, 어리석은 기질 등 세 유형으로 분류했다. 하지만 기질은 에너지의 패턴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시사할 뿐이며 좋은 방향으로 변할 수 있다고 한다. 집착형은 아름다움과 풍요로, 혐오형은 지혜와 자애로, 어리석음의 기질은 널찍함과 평정심으로 변화한다. 그야말로 희소식이다.

이처럼 《마음이 아플 땐 불교심리학》은 주된 논조를 이어가면서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동양과 서양, 불교심리학과 서양 심리학의 차이점을 짚어간다. 예를 들어, 서양에서는 의식과 의식의 내용이 뇌의 산물이라고 보지만, 불교심리학에서는 몸은 의식과 상호작용을 하나, 의식이 일어나는 원천이 아니라고 간주한다. 따라서 정신건강의 관점도 달라, 서양 심리학에서는 의식에 남아 있는 내용에 초점을 두고 치료법을 만드나, 불교심리학에서는 내용이 아니라 정신적 상태 자체가 일어나는 과정을 깨어 있는 마음으로 살피는 것이 치료이다. 그리하여 탐, 진, 치라는 건강하지 못한 마음의 뿌리를 사랑, 관대함, 마음챙김이라는 건강한 뿌리로 전환하는 것이 목적이다. 

불교의 수련은 부정확한 사고 패턴에 대한 합리적인 대안 이상, 즉 자신과 타인에 대한 연민을 향한다. 이미 많은 심리상담가가 마음챙김 명상에 기반한 여러 치료법, 예를 들어 마음챙김에 기반한 인지치료, 마음챙김에 기반한 예술치료, 수용 전념 치료 등을 병행하고 있는 이유도 의식의 내용만을 치료하는 것은 일시적이고 재발에 취약하기 때문일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 마음을 훈련해서 변화를 일으켜야 함이고 이를 불교심리학은 잘 알고 있다.

 

이 책은 그리 쉽지도 어렵지도 않다. 불교를 잘 몰라 소외감을 느끼려고 하면 이를 알아차리는 듯 잭 콘필드는 구체적 사례들을 들면서 이해시킨다. 또한 이미 지혜에 도달한 사람이라면 자신의 지금 상태를 확인하고 마음을 다지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또 하나의 장점은 순서대로 읽어도 되지만 순서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스물여섯 가지 불교 원리 중 자신에게 가장 와닿는 원리부터 읽어도 무방하다. 슬픔으로 고통스러운 사람은 감정에 관한 9장을 읽으면 되고, 누군가를 용서하고 싶다면 22장을 읽은 다음 용서가 도덕적 계명이 아니라 삶에 존엄과 조화를 불러오는 길임을 이해하면 좋을 것이다. 아니면, 자신이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원리 부분을 정독해 보는 것도 유익할 것이다. 잭 콘필드의 말대로 이 책에 나오는 원리 한 가지씩을 매일 읽는 것 자체가 명상적인 묵상의 시작이 될 수 있다.

그중 책을 가장 제대로 읽은 사람은 살아 있는 뭇 존재에게는 반드시 고통이 따른다는 실상에 대면하고, 열일곱 번째 원리인 ‘의도를 알아차려라. 의도는 미래를 만들어가는 씨앗이다’를 명심하고, 매일 규칙적으로 명상하고, 그것을 핵으로 삼아 일상의 빨랫감을 마음 챙겨 다루는 사람일 것이다. ■

 

추선희 / 경일대학교 상담심리학과 초빙교수. 경북대학교 영어교육과 졸업. 영남대학교 심리학과 박사과정 수료. 저서로 수필집 《시시 미미》 《명함》 등과 번역서 《끌어안음》 《쉬는 마음》 《처음 만나는 명상레슨》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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