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의 시대, 출가자 교육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

들어가는 말

2016년 발표된 인구주택 총조사의 종교인구 집계결과 발표 이후 불교계는 큰 충격에 빠졌다. 통계적 지표를 통해 불교 인구가 300만 명 가까이 감소한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불교는 정부수립 이후 종교인구 조사에서 1위 종교의 위치를 지켜왔다. 하지만, 그것은 통계로 보는 불교일 뿐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면 불교가 과연 1위 종교의 위치를 지켜왔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사회적 영향력에서 불교가 1위 종교의 자리를 내준 지는 오래다. 종교인구의 감소는 1위 종교의 자리를 내준 사실을 확인시켜주었을 뿐이다. 불교를 이끌어가야 할 출가자 수 감소도 매우 심각하다. 출가자 수가 감소하기 시작한 것 역시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출가자에 대한 통계가 처음 나온 것은 1991년이었다. 조계종이 통합 행자교육원을 운영하면서부터다. 1990년대 출가자 수는 등락은 있었지만, 400~500명대를 유지했다. 분위기가 바뀐 것은 2000년대 들어서부터다. 1999년 532명이던 사미(니)계 수지자는 2002년 406명으로 감소한다. 이후 2006년 334명, 2008년 286명, 2013년 236명으로 감소했다. 2017년에는 151명으로 감소 폭이 커졌다.

불교계가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중반이다. 2011년 출가종책세미나에서는 출가자 감소 문제가 심각하게 다뤄졌다. 논의의 초점은 청소년 출가제도 도입과 50세 이상의 고령 출가자 제도의 허용 문제였다. 이후 출가제도 개편 문제는 종단의 뜨거운 감자였다. 출가 연령을 제한하는 것이 부처님 정신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교단이 권력화되고 제도화된 결과 출가연령을 제한하는 일이 벌어졌다는 주장이었다. 논란의 와중에도 출가자는 계속 감소했다. 종단은 결국 2017년 3월 말 ‘은퇴출가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했다.

하지만 법 제정만으로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출가 자체를 막는 것은 사라졌지만, 변화하는 시대를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출산율의 급격한 감소, 고령 인구의 급격한 증가라는 겪어보지 못한 변화를 맞고 있다. 그리고 비종교인의 증가, 제도종교의 쇠락, 종교성보다는 영성을 중시하는 흐름이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출가를 바라보는 시각이나 출가수행자의 역할, 행자 교육의 의미와 내용이 과연 시대변화를 담아내는지 의문이다. 

이 글에서는 변화하는 종교문화의 흐름을 살펴본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가 출가제도에 어떤 문제점을 제기하는지 알아볼 것이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종교현상을 통해 우리 출가교육 시스템이 과연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점검해볼 생각이다. 그리고 고령화 사회 속에서 은퇴출가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지도 함께 살펴보자.

출가자 수 감소현황과 의미

출가자 수의 감소는 통계에서 드러난다. 1982년 통계에서 조계종 출가자 수는 388명(사미 204명, 사미니 184명)이었다. 1993년 510명(사미 282명, 사미니 228명), 1999년 532명(사미 306명, 사미니 226명)을 거쳐 2003년 373명(사미 216명, 사미니 157명), 2008년 286명(사미 168명, 사미니 118명), 2016년 157명(사미 104명, 사미니 53명)으로 감소했다. 1990년대 500명대에서 2000년대 초반 300명대로, 2016년에 150명대로 감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눈여겨볼 것은 여성 출가자의 급감이다. 여성 출가자는 1993년 228명, 2002년 169명, 2008년 118명, 2017년 57명으로 크게 감소했다. 남녀 모두 출가자가 감소하고 있지만, 여성 출가자의 감소 폭이 더 큰 것이다. 2019년 통계에서도 20대 남성 출가자(비구, 사미)가 286명인 데 반해, 여성 출가자(비구니, 사미)는 86명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이는 50대 스님들이 비구 스님 2,360명, 비구니 스님 2,026명으로 비슷한 것과 비교해보면 매우 큰 차이라고 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살펴볼 대목은 출가 연령대의 고령화 현상이다. 1990년대에는 20대 출가자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30대 출가자의 비중이 가장 컸고, 2010년대에는 40대 출가자의 비중이 가장 크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사회의 고령화 현상이 출가자 통계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 셈이다. 출가자의 고령화 현상은 청년세대의 출가 감소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반증이다. 출가자만 고령화되는 것은 아니다. 

기존 스님들의 고령화도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2015년도 조계종의 연령별 승려 통계에 따르면 전체 스님 13,078명 중 65세 이상 스님이 2,140명으로 전체의 16%를 넘어섰다. 고령사회의 기준 14%를 넘어선 것이다. 45세 이상 스님은 10,361명에 달한다. 전체 스님의 80% 이상이 45세 이상인 셈이다. 현재 스님들의 연령 분포가 지속될 경우 2025년에는 고령화 비율이 36.1%를 넘게 된다. 

이범수 동국대 교수(불교대학원 생사문화산업학과)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35년에는 출가자 수가 16,840명으로 지금보다 3,762명 늘어나는데, 이 중 65세 이상의 고령화 비율은 54%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출가자 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전체 스님 수는 늘어나고 65세 이상의 고령 출가자가 절반을 넘기리라는 분석이다. 출가자의 초고령화를 목전에 두고 있는 것이다.

출가자 수가 감소함에 따라 사찰이 운영하는 승가대학의 학인 수가 감소하고 있다. 14개 지방승가대학에는 2017년 기준 총 393명이 재학하고 있다. 이중 학년별 학인 정원 기준(10명)을 넘기고 있는 곳은 단 2곳(운문사, 통도사)에 불과하다. 봉녕사와 해인사가 3학년과 4학년만 기준을 넘기고 있고, 나머지는 학년 정원을 채우고 있지 못하다. 행자 수 역시 마찬가지다. 행자 수가 10명이 넘는 교구본사가 4곳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큰 절은 10명 미만이다. 행자가 1명밖에 없는 교구본사도 5곳이나 된다.

이런 현상은 선원 역시 마찬가지다. 20여 년 전만 해도 선방의 입승은 법랍 15년 차 이상의 30대 스님이 맡았지만 지금은 아니다. 20년 전 입승이 이제 50, 60대가 되었지만 아직도 입승을 하는 곳이 많다. 과거 50대 스님들이 한주(閑住) 역할을 맡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세속화, 탈세속화, 탈종교화 

그렇다면 이웃종교계의 성직자 수도 이처럼 감소하고 있을까? 

김성건 교수(서원대 사회교육과)는 월간 《기독교 사상》(2016년 9월호)에 기고한 글에서 2004년에는 개신교 주요 6개 교단의 전체 목회자 수 38,486명이었으나 2013년에는 58,578명으로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2018년도 예장통합교단의 통계도 목회자 수가 2017년 19,832명에서 2018년 20,506명으로 674명 증가했다. 

가톨릭의 경우 1960년대 이후 2007년까지 연평균 4.8%의 꾸준한 증가추세를 이어왔다. 그러다가 2009년 149명, 2012년 131명, 2014년 107명, 2016년 109명, 2018년 100명으로 감소추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전체 성직자 수는 2009년 4,404명, 2012년 4,788명, 2014년 4,984명, 2016년 5,201명, 2018년 5,430명으로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개신교계의 경우 성직자 수가 늘어나고 있고, 가톨릭의 경우 약간 감소세인 것으로 보인다. 

불교계의 출가자가 감소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세속화 경향과 불교 인구 감소, 그리고 젊은 세대에 대한 몰이해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조계종 교육부장 진광 스님은 “1980년대 중 · 후반부터 시작된 출생자 감소, 고령화, 1인 자녀 등 사회인구학적 측면, 종교대체물 양산 등 종교문화적 측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그러나 무엇보다 불교가 현시대에 매력적인 종교로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출가자 감소의 주된 원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진광 스님은 이어 “입산하여 교육원에 ‘행자 등록’ 이전까지의 단계에서 하산자의 비율이 약 30%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행자 등록’ 후 ‘수계 교육’ 입교까지의 단계에서 약 퇴사자 비율이 약 25%로 나타나고 있다”고 밝히고 “이는 입산자가 사찰에 조기에 정착하고, 출가수행자로서 자긍심을 갖도록 종단, 사찰 및 스님의 종합적인 지원시스템이 부실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세대별 사회문화적 특성이 큰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시스템을 고집하고 있다는 자성이다. 과거 공동체 문화에 익숙한 세대에서 개인주의 문화가 압도하는 세대로 변화하고 있음에도 획일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승가문화로 인해 출가자의 하산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한 가지 원인은 세속화의 확산이다. 

세속화 이론(The Secularization Thesis)은 19세기와 20세기에 걸쳐 유럽과 북미 사회에서 일어난 종교적 변화를 해석하는 이론이다. 근대화(modernization)가 진행되면서 종교의 사회적 중요성이 감소한다는 주장이다. 뒤르켐(E. Durkeim)과 베버(M. Weber)는 종교의 사회적 역할이 어떻게 축소되는지를 설명한다. 이들은 ‘근대화가 진전되면 될수록 세속화도 증대된다(more modernization, more secularization)’는 가정에 기초한다. ‘탈주술화’ ‘합리화’로 표현되는 사회적 변화로 인해 기성 종교의 기능은 점점 축소될 것이란 예측이었다. 

합리성을 추구하는 사회변화가 주술과 초자연적 신앙을 추구하던 종교 생활을 대치할 것이란 이론이다. 실제로 급속한 산업화와 근대화의 과정에서 사람들은 사회가 파편화되어가고 계층이 분화되면서 자신들에게 맞는 세계관과 생활양식을 찾으며 종교와 멀어졌다. 예컨대 중산층 계급에 불어닥친 스포츠 열풍과 같은 것이 그렇다. 골프, 테니스, 축구, 야구 등 종교에 흥미를 잃어가던 경제적 여유 계층에 새로운 정서적 탈출구를 마련해줬다.

한편에서는 또 다른 이유에서 종교로부터 멀어져갔다. 교회가 가르쳐온 신의 섭리가 자신들의 비참한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실망한 것이다. 일부는 사회주의로 또 일부는 무신론으로 돌아섰다. 삶의 중요한 축이었던 종교가 사회적 삶의 주변부로 밀려나고 선호의 문제, 혹은 여가 선용의 문제로 변화한 것이다. 

세속화가 진행되면서 벌어진 또 한 가지 현상은 과학과 기술의 발전을 통해 삶의 방식이 합리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불확실한 세계에 대해 가졌던 두려움은 과학을 통해 상당 부분 해소되기에 이른다. 세계를 초자연적이고 도덕적으로 설명했던 종교적 세계관은 과학적 세계관으로 변화하고 있다. 합리화를 통한 세속화는 유럽과 북유럽의 기독교 내부에서 광범위하게 진행된다. 과학적/합리적 세계관을 받아들인 기독교인들, 즉 자유주의자와 온건주의자들은 미국 기독교의 새로운 주류를 형성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종교가 다시 부흥하는 현상이 목격되면서 ‘반세속화’ 나아가 ‘탈세속화 이론’도 나오고 있다. 남미와 아프리카에서는 종교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기독교 신자의 비율은 감소하지만, 이슬람교 신자의 수는 증가한다. 미국 종교들이 보이는 지속적인 활력도 세속화 이론의 반대 근거가 된다. 보수주의자들은 ‘(신)복음주의’라는 새로운 이름 속에 결집하고 있다. 미국에서 교회 출석률이 지난 세기에 걸쳐 감소하기는커녕 점점 증가해왔다는 것도 이 같은 주장의 근거가 되는 배경이다. 미국의 각종 통계자료를 분석한 연구에 의하면 독립전쟁 직전, 교회에 출석하는 사람의 수는 전체 인구의 17%에 불과했다. 그러나 종교인 비율은 점점 증가하여 남북전쟁 시기에는 37%, 1906년에는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교회에 출석한다. 그 이후에도 교회에 나가는 사람 비율은 점점 증가해 1980년이 되면 62%가 된다. 현대화된 사회가 과거의 토대를 허물어버리면서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이를 현대인들이 이겨내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어내면서 세속화 이론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세속화 이론은 근대화되면서 종교가 급속히 위축될 것이라고 보는 일반적인 경향이었다. 하지만 세속화론에 반대되는 종교의 여러 부흥 현상들이 목격되면서, 세속화론의 정당성을 강하게 주장했던 피터 버거조차도 자신의 견해가 틀렸음을 인정하는 ‘탈세속화론’을 주장하게 됐다. 형식의 변화 즉 제도화된 종교의 쇠퇴는 있지만, 사사화(私事化, privatization)된 종교는 여전할 것이란 주장이다. 즉 현재의 탈종교화 현상은 탈제도종교화 현상의 의미로 이해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것이다.

세속화 이론과 탈세속화 이론의 공방 속에서 하버마스(J. Haber-mas)는 탈세속화 현상과 세속화 현상이 공존하는 ‘포스트-세속시대(post-secular age)’라는 개념을 주장했다. 그리고 ‘세속적 이성과 종교적 이성 사이에 서로의 견해를 충분히 나눌 수 있는 공론장의 건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통계적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종교인구 중 무종교인의 비율은 56.1%로 종교인의 비율(43.1%)을 넘어서고 있다. 전체 인구 중 2,750만 명은 종교가 없다고 밝힌 것이다. 무종교인의 비율은 2005년 조사 때 나온 46%보다 10%가량 늘어났다. 

한국갤럽이 조사한 결과도 비슷했다. 2014년 조사에서 무종교 인구는 2004년 47%에서 2014년 50%로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무종교인의 비율은 나이가 어릴수록 컸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19세~29세 연령대의 무종교인 비율은 69%로 조사 연령대 중 최고였다. 평균보다 19%포인트 높은 수치다. 젊은 세대의 종교에 대한 무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결과다.

탈제도종교화, 영성(靈性)의 바람

중요한 경향 중 한 가지는 기성 종교 내부에서 나타나는 영성(靈性, Spirituality)의 바람이다. 지난해 미국의 공공종교연구소(PRRI, Public Religion Research Institute)는 ‘미국의 영적 사회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과거 영성과 종교성이 서로 연관이 깊은 개념으로 인식되어 왔으나 이제는 구분되어 사용되는 추세라고 밝히고 있다. PRRI는 보고서에서 미국인 31%가 자신을 ‘영적이지도 종교적이지도 않다’고 답했다. 18%는 ‘영적이지만 종교적이지 않다(SBNR, Spiritual But Not Religious)’고 말했다. 절반에 가까운(49%) 사람이 종교보다는 영성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영성에 방점을 찍은 응답자의 비율은 어릴수록 많았다. 18~29세에서는 50%가 종교적이지 않다고 응답했고, 30~49세는 68%가 종교적이지 않다고 응답했다. 또 보수적일수록 종교와 가깝고, 진보일수록 종교와 멀어졌다. 자신이 보수적이라고 말한 응답자의 44%가 영적이면서 종교적이라고 답한 반면, 진보 성향의 응답자는 18%에 그쳤다.

영성(靈性)의 개념은 단순하지 않다. 유일신 종교에서는 영성의 개념을 신으로부터 부여된 정신적 실재이며 신과의 합일될 수 있는 영적 성질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무신론적 입장에서는 인간 내면의 자아를 찾아가려는 마음이나 태도를 의미하기도 한다. 영성을 찾아가는 방법으로 명상과 기도, 묵상 등 영적 수행을 하지만, 그것이 꼭 종교적 수행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영적이지만 종교적이지 않다’는 주장에는 제도종교 즉 표준화된 교리와 의식을 제공하는 ‘프랜차이즈 종교’에 대한 거부감 표현이 담겨 있다. ‘영적이지만 종교이지 않은’ 그룹은 제도화된 불교에는 암운을, 불교적 무아관에 입각한 불성을 찾아가는 불교에는 희망을 드리울 것이다. 이는 출가자 감소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본다. 영성을 좇는 젊은 세대는 굳이 읽을 수 없는 한문과 낯선 의식이 가득한 불교에 친근감을 느낄 수 없다. 자신의 내면 가치를 찾고, 마음의 평화와 명상을 하더라도 그것은 제도불교 바깥의 일이다. 그들은 자신을 불교라고 이야기하기보다, 좀 더 세련된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를 원한다. 

출가 이후의 문제

세속화의 흐름이나 탈종교화의 흐름과 같은 외부적인 요인 말고도 출가자들의 발목을 잡는 것이 또 있다. 출가 이후의 교육과정이다. 출가를 하면 6개월간의 행자교육과 사미(니)계를 받기 위한 수계교육원 입소교육, 그리고 4년간의 기본교육을 받아야 한다. 기본교육은 중앙승가대, 지방승가대, 동국대 불교학과에서 이수해야 한다. 

어렵게 발심을 하고 출가를 하면 보수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도제 방식의 행자 생활이 기다린다. 2016년 행자교육원에서 수계교육을 받은 행자 중 84%는 중도 포기를 고민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민의 가장 큰 이유는 강압적 분위기와 체계적 교육의 부재를 꼽았다. 여성 출가자들의 경우 무려 95%가 불합리한 명령이나 강압적 분위기에 하산을 고민했다고 밝혔다. 과거보다는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이런 분위기가 감지된다. 2018년 수계교육 수료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66.7%의 수계자는 거주 사찰이나 교구본사 출가지도법사와 상담 한번 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상담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도 ‘1회 이내’(44.1%)라고 답했다. 세심한 관리가 이뤄져도 모자라지만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스님과의 상담을 통해 그만두고 싶은 마음을 이겨냈다는 응답은 14.7%에 불과했다. ‘스스로 인내했다’고 밝힌 사람이 60.3%였다.

현장에서는 출가를 결심하고 사찰을 찾는 사람 가운데 정식 행자로 등록하기 전 30% 정도가 하산하고, 수계교육원 입교 이전에 20% 정도가 퇴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입산 후 6개월 동안 절반 넘는 인원이 세속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또 행자교육 기간에 이뤄지는 교육에 의문을 표하는 스님들도 있다. 미얀마 등 상좌부불교 명상센터에서 수행한 경험이 있는 한 스님은 “행자교육과 기본교육 기간의 핵심은 계율을 받아 익히고 이를 평생 수행의 기반으로 쌓아가는 경험”이라며 “하지만 우리 행자교육은 의식과 염불, 사중의 운력 등에 집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발심을 뒷받침할 계율의 수지와 수행의 경험을 쌓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중물’ 들이는 것에만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행자교육을 마치고 기본교육으로 넘어가면 그때부터는 사실상 거의 자유방임 상태가 되어버린다는 지적이다. 

또 한 가지는 행자교육과 기본교육과정의 대중 생활을 통해 계율보다는 위계를, 수행보다는 평판을 따라가는 관습을 익히는 것도 문제다. 좋은 게 좋은 거고, 무난히 대중 속에서 흠 잡히지 않는 생활이 현명한 생활이라는 식의 평판을 따라가다 보면, 수행은 빠지고 결국 행정적이고 정치적 마인드만 남을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기본교육과정의 문제도 심각하다. 현재 조계종에는 14개 승가대학과 중앙승가대, 동국대 등의 기본교육기관이 있다. 이 중 중앙승가대와 지방승가대학은 정원을 채우지 못한 채 운영 중이다. 소규모로 운영되다 보니, 종단은 규모의 경제를 만들기 위해 기본교육기관 수와 정원의 재조정을 추진 중이다.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교육과 수행에 대한 커리큘럼도 문제다. 

지방승가대학은 일상수행으로 불교의식(예불, 법회, 염불)과 수행실수, 대중습의를 가르친다. 그리고 1학년에서 치문, 초기불전, 불교사, 계율, 염불, 2학년(사집과)에서 《서장》 《절요》 아비달마, 3학년(사교과)에서 《금강경》 《능엄경》 《원각경》 《대승기신론》 선어록, 4학년(대교과)에서 《화엄경》과 대승불교, 응용불교 등을 가르친다. 과거 전통강원의 교육과정에 새로 도입된 교육과정이 절충된 방식이다. 하지만, 여전히 한문을 해석하고 이해하는 능력을 기르는 서당식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한문을 습득하는 교육이 문제가 아니라, 그것이 전부가 되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사찰 밖의 세상은 4차산업혁명을 둘러싼 교육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기술, 생명공학, 정보통신의 융합이 주도하는 미래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교육에 대한 고민이 계속되고 있다. 불교와 관련해서는 신경과학과 심리학, 뇌과학이 서로의 분야를 넘나들며 연구와 교육의 질을 높혀간다. 불교의 마음공부와 중생제도의 영역은 심리학과 신경과학의 영역에서 점점 그 거리를 좁혀가고 있다. 

티베트불교의 최대 종파인 겔룩빠는 전체 강원 교육과정을 수학하는 데 20년 정도가 걸린다. 닝마빠나 까규빠도 9~10년 정도의 교육 기간을 갖는다. 겔룩빠는 19학년까지의 교육과정 중 인명학(因明學), 반야학(般若學), 중관학(中觀學), 율(律), 구사론(俱舍論) 등 5대 과목을 체계적으로 배운다. 밀교적 수행에 앞서 근본불교와 현교에 대한 이해와 확신을 깊게 하는 것이다. 교학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이가 수행하는 것은 ‘마치 손가락이 잘린 사람이 바위산을 기어오르려는 것과 같다’고까지 이야기한다. 겔룩빠의 경우 해마다 노벨상을 수상한 신경과학, 천체물리학, 생명공학, 인지심리학 전문가들을 초청해 특강을 개최한다. 과학계의 흐름과 불교의 소통을 위한 창구를 수십 년에 걸쳐 열고 있는 것이다. 

출가자 수 감소와 은퇴출가

출가자 수 감소는 자연스럽게 사찰의 변화를 불러왔다. 행자가 줄어들다 보니, 행자들을 통해 노동력을 구하는 것은 옛말이 됐다. 행자가 하던 대중운력은 임금노동자들이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 공양간, 경비, 수리, 법당관리 등은 재가자나 임금을 주고 일을 맡긴다. 즉 출가자 수의 감소에 비롯되는 여러 가지 문제 중 노동력으로 해결되는 부분이 많아지고 있다.

또, 사찰에서 행해지는 각종 재(齋)와 기도를 하는 부전 스님은 종단이 다른 스님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다. 조계종 사찰인데, 주지 스님만 조계종 스님이고 나머지는 다른 종단 스님들이 소임을 맡아 사는 식이다. 조계종 스님들은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부전을 살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출가자 수가 줄어도 사찰운영에는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이야기마저 나온다. 하지만, 이런 모습은 천도재, 사십구재, 예수재 등 각종 재와 기도를 통해 사찰운영이 이뤄지고 있을 때의 이야기다. 

앞서 지적한 것처럼 세대가 바뀌고 제도와 프랜차이즈를 기반으로 한 기복 종교에서 영성을 중심으로 한 종교로 변화가 일어나는 과정에서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출가자는 부전 살고, 사찰의 노동력을 제공하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다. 사찰관리와 운영을 책임지는 주지 소임이 전부가 아니다. 출가 문제를 단순히 출가자 수를 늘리는 데 두어선 안 되는 이유다. 지금까지는 출가자 수가 문중의 힘이고, 사찰의 위세를 보여주는 지표였다면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은퇴출가 역시 마찬가지다. 은퇴출가의 허용은 부처님 당시를 비추어 보았을 때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는 지적은 처음에는 큰 반발을 불렀다. 고령의 출가자를 허용할 경우 생길 불편함에 대한 우려였다. 오랜 사회생활 속에서 배어 있는 구습을 늦깎이 출가 생활을 하면서 버릴 수 있겠느냐는 걱정이다. 또 자신보다 나이가 적다고 선배 스님을 우습게 알 수 있다는 걱정도 한다. 도제식으로 연결된 은사 스님과의 문제, 문중 내의 위계 문제, 자신보다 나이 많은 후배 출가자를 꺼리는 문화도 이 속에 담겨 있다. 

하지만, 그러한 걱정에는 출가란 과연 무엇이냐는 본질적 질문이 빠져 있다. 원론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부처님께서 최후의 제자로 받아들인 수발다라의 이야기는 유명하다. 잡아함 《수발다라경》에는 나이가 120세에 다른 종교관을 가지고 있던 외도 수발다라의 이야기가 나온다. 열반을 앞두고 위중한 병세를 보이던 부처님께 설법을 듣고자 수발다라는 친견을 간청한다. 부처님은 제자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그에게 법을 설한다. 수발다라는 외도였지만, 설법을 듣고 출가했고, 해탈을 얻었다.

경전에는 이 밖에도 부처님보다 나이가 많았던 이들의 출가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그 유명한 사리불과 목건련도 부처님보다 나이가 많았다. 최초의 제자였던 교진여(憍陳如)도 그랬다. 가섭과 부루나는 부처님과 동갑이었다. 부처님은 이들을 제자로 받아들이는 데에 있어 나이를 구실 삼아 출가를 막지 않았다. 

역사적으로 보면 늦은 나이에 출가를 결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중국의 순치제가 그랬다. 청나라의 3대 황제였던 순치제는 청나라를 반석 위에 올린 강희제(康熙帝)의 아버지다. 그는 자신이 매우 사랑하던 동귀비가 죽자 인생의 무상함을 느껴 나이 어린 강희제를 옹립하고 입산 출가를 결행했다.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 중 하나인 교세라 그룹의 창업주 이나모리 가즈오(稻盛和夫) 명예회장의 출가도 그의 나이 예순다섯에 이뤄졌다. 그는 1997년 교토 엔부쿠지(圓福寺)에서 삭발염의하고 불문(佛門)에 귀의했다. 

미얀마의 테인 세인 전 대통령의 불교 귀의도 은퇴출가 사례 중 하나다. 그는 2016년 핀 우르윈 수도원에서 불교에 귀의하는 의식을 치르고 71세의 나이에 출가했다. 테인 세인 전 대통령은 정치범을 석방하고 야당에 대한 탄압도 완화했다. 이 때문에 미얀마가 반세기 군부 통치를 마감하고 문민 통치로 넘어가는 가교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내에서는 2003년에 출가한 박현태 전 KBS 사장의 경우가 있다. 박현태 사장은 한국일보 편집국장과 국회의원, 수원대 학장, 동명정보대 총장 등을 역임했다. 

최근에는 동국대 학술부총장을 역임한 박정극 교수가 출가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박정극 교수는 교수 재직 시절부터 교수직을 퇴임한 이후에는 출가할 것임을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삶의 무상함을 느끼고 세속의 집착에서 벗어나고자 발심하는 것을 출리심(出離心)이라고 한다. 출리심은 윤회의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이고, 자유로운 해탈을 위하여 이생뿐만 아니라 내생에도 수행의 원을 세우겠다는 위대한 결심이다. 출리심은 나이와 상관없다. 

해외의 은퇴출가

우리보다 은퇴출가를 앞서서 시행하고 있는 곳은 일본이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고령화 위기를 먼저 겪고 있다. 인구 고령화가 닥치면서 일본불교계는 출가자 감소, 신도 수 감소, 사찰 폐사 증가라는 삼중고에 노출돼 있다.

일본의 임제종 묘신지파는 2012년부터 은퇴자들에 대한 출가 문호를 개방했다. ‘인생 2막 프로젝트’라고 명명된 은퇴출가는 스님이 없어 주지를 임명할 수 없게 되면서부터다. 임제종 묘신지파 소속 사찰 수는 모두 3,300여 곳인데 이 중 30%에 가까운 사찰이 상주하는 주지 스님이 없다. 임제종은 과감하게 출가 조건을 완화해 안거수행을 3회 이상 참여할 경우 수행경력으로 인정해 출가를 인정해줬다. 이 프로그램에 따라 출가한 사람만 53명(2018년 기준)이다.

주지 스님이 없는 사찰에 관리자로 파견된 사람도 9명이 나왔다. 정식 주지로 발령받은 사람도 3명이 나왔다. 이 프로젝트의 아이디어를 낸 묘신지파 ‘종문활성화추진국(宗門活性化推進局)’의 시바타 분케이 스님은 〈교토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은퇴자들을 대상으로 한 ‘인생 2막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인생 경험이 풍부하고 가족 단위로 사찰에 소속된 신도들을 대상으로 상담을 하기 쉽다”며 “이 프로젝트를 통해 출가한 스님이 증가하면 불교에 대한 시각도 변할 것”이라고 은퇴출가자들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일본의 경우 몇 해 전부터 《사원소멸》 《사찰의 붕괴》 《스님이 말하는 당신의 도시에서 사찰이 사라지는 이유》 등의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인구 고령화에 따른 단가제도의 붕괴가 불러오는 일본불교의 위기상황을 분석하는 책들이다. 이미 위기의 징조가 오래전부터 진행되어 오고 있다는 의미다. 은퇴출가의 허용과 은퇴출가자들에게 거는 기대가 남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조금 경우가 다르긴 하지만, 스위스에서는 가톨릭 여성 평신도가 교구장 대리에 임명되기도 했다. 교황청 홍보 매체인 〈바티칸 뉴스(Vatican News)〉는 교회법상 교구장 대리로 임명되기 위해서는 30세 이상의 사제여야 한다는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프라이부르크 주 독일어권 대리구에 여성 평신도 마리안느 폴 엔젠(Marianne Pohl-Henzen, 60세)을 교구장 대리로 임명했다고 보도했다. 스위스 로잔 로잔 · 제네바 · 프라이부르크 교구 샤를 모레로 주교가 사제를 교구장 대리에 임명해야 하는 관행을 깨고 여성 평신도를 임명한 것이다. 폴 엔젠은 쾰른 대교구 가톨릭 매체 〈돔라디오드(Domradio.de)〉와의 인터뷰에서 “사제의 고유한 권한인 성사나 전례를 제외한 인사, 사목, 행정 분야의 업무를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폴 엔젠은, 교구장 대리로서 어떤 목표를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 사제 고령화 문제를 지적하며 “이곳에 성직 소명을 가진 이들이 많지 않아 사제들이 다른 나라에서 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이들이 지역에 적응하도록 돕고, 가능한 한 평신도가 교구 업무에 참여하도록 독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출가제도의 변화는 어디서부터?

중국의 영향을 받은 우리나라와 남방불교의 출가제도는 차이가 크다. 미얀마의 경우 출가와 환속이 매우 자유롭게 이뤄진다. 

미얀마에서의 출가는 외국인들에게도 어렵지 않게 허용된다. 세 벌의 가사와 발우를 준비하고 여덟 가지 필수품을 준비해 가면 계사 스님께 삼배를 올리고 경문을 따라 복창하며 삼계윤회의 고통에서 벗어날 것을 서원하고 사미계를 받는다. 사미가 지켜야 할 기본적인 10계는 기본 5계에 오후불식, 가무와 치장 금지, 높은 의자 사용금지, 감촉이 좋거나 화려한 침상 사용금지, 그리고 금은 등 귀중품 소유금지 등이다. 

그리고 장소를 바꾸어 삼사칠증(三師七證)의 스님들 앞에서 계문을 합송하면서 구족계를 받을 수 있다. 한센병이나 간질, 심한 피부병을 앓고 있지 않은지 확인하고 부모의 허락을 받았는지, 빚을 지고 도피하는 것은 아닌지, 만 20세가 넘었는지를 확인한다. 단기출가에서 사미계 수지, 그리고 구족계 수지로 이어지는 출가는 매우 자연스럽고 자유롭다. 과정은 단순하지만, 계율을 지키는 데는 엄격한 실천이 뒤따른다. 계를 받는다는 의미에 충실한 것이다.

태국과 미얀마는 일생에 한 번 이상 출가하는 것을 매우 자랑스러워하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다. 태국에는 ‘부엇낙(Buat Nhak)’이라고 하는 단기출가 제도가 있다. 태국 남자는 만 20세가 되면 길게는 3년에서 짧게는 일주일까지 부엇낙을 경험한다. 쑤코타이 왕국의 리타이왕이 출가한 것에서 유래된 제도다. 부엇낙은 대개 우기 3개월 동안의 안거 기간에 이루어지는데 이 기간에 계를 수지하고 빨리어로 된 삼장(三藏)을 배운다. 

미얀마에서는 5세~15세의 어린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신쀼(shinpyu)’라는 단기출가 의식이 있다. 신쀼는 며칠 또는 몇 주간 수도원에서 10계를 받고 수행자 생활을 체험하는 것이다. 신쀼 의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계율을 지키는 삶을 생활화하는 것이다. 또한 출가의 의미를 새기고 불자로서 삶의 태도를 지켜가는 중요한 계기를 만들어준다.

우리나라도 월정사나 미황사 등에서의 단기출가 프로그램이 출가로 이어지는 중요한 계기를 만들어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출가과정과 제도를 엄격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형식보다 내용이 얼마나 지켜지는지가 더 중요하다. 행자에서 사미계를 수지하는 과정은 엄격하고 까다롭다 해도, 그 과정이 정말 계율을 중심으로 수행자의 삶으로 이어지게 하는지 여부는 사실 별개의 문제다. 

글을 마무리하며

출가자 감소의 문제의 근본 원인은 출가라는 행위가 큰 매력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에서 기인한다. 왜 출가는 매력적이지 않은가? 경제적 풍요나 세속화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 사람들은 제도화된 종교, 의식화되고 경직된 종교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하지만 스스로의 내면을 바라보며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고, 물질적 행복보다 더 근원적인 행복을 찾고 싶어 한다. 이른바 영성 찾기 바람이다. 제도 종교가 주는 체계적 교리와 정돈된 의식 속에서 자아를 찾기보다 자유분방하지만, 내밀한 자기성찰을 추구하는 것이다. 종교성에서는 멀어지지만, 영성에는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출가의 근본정신 속에는 세속의 집착에서 벗어나 윤회의 고통을 끊어내려는 출리심(出離心)이 있다. 자기 안의 불성을 깨달아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으며 조건에 따라 만나고 흩어진다는 가르침을 통해 열반으로 향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출가의 근본의미다. 하지만 우리의 출가제도 현실이 얼마나 그런 본래 의미에 가깝게 운영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많은 스님들은 우리 출가제도가 본래 의미로 돌아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 중심에는 차별 없는 제도, 붓다의 근본 가르침에 충실한 제도, 계율을 중심으로 평생 수행자로 살아갈 수 있는 태도를 가르쳐 주는 시스템과 같은 것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은퇴출가자들에게도 이런저런 조건으로 구별하고 차별하는 것은 온당치 않은 방법이다. 계를 받아 출가했으면 그로써 평등한 수행자가 되는 것이 부처님 법에 맞는다. 형식이 내용을 지배하고,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상황은 우리 불교가 근본에서 멀어지고 있음을 뜻한다.

은퇴출가라고 해서 출가의 기본에서 달라야 할 것은 없다. 율장 정신에 따르면 된다. 교단이 구실을 다는 것이 오히려 세속적이다. 출가는 율장 정신에 따라 이뤄지고 모든 것은 계율에 근거하면 된다. 

불교에서 말하는 출가의 원형은 싯다르타 태자의 출가에서 찾아진다. 하지만, 출가라는 행위는 일찍이 인도 전통종교인 바라문교에서부터 있었다. 바라문교는 인생을 4단계로 나누어 설명했다. 이른바 아쉬라마(Ashrama)이다. 바라문교의 아쉬라마는 범행기(梵行期, Brahmacarin), 가주기(家住期, Grhatha), 임서기(林棲期, Vanaprastha), 유행기(遊行期, Parivrajaka)로 나누어 설명한다. 즉 스승께 배우고(범행기), 가정에서 부양가족을 돌보며 자식을 나아 기르고(가주기), 은퇴하여 숲으로 들어가 수행하며 살다가(임서기), 숲에서 나와 사람들에게 인생의 지혜를 가르쳐주는 것(유행기)이 인생이라는 것이다.

출가는 이 중 숲으로 들어가 수행하는 임서기에 해당한다. 고대 인도사회의 이러한 전통은 불교의 출가를 통한 슈라마나(沙門) 전통으로 이어졌다. 지금은 인간의 수명이 길어져 인생 100세 시대라고들 한다. 과거 20대 초반이면 일가를 이루고 가주기에 들어설 나이였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대학원 공부와 군 복무가 끝나는 30대가 되어서야 비로 범행기를 마친다. 50대는 되어야 아이를 기르고 한숨 돌리게 된다. 정년퇴임과 은퇴로 이어지는 나이인 60대는 숲으로 들어갈 시기다. 

선입견과 편견으로 사람의 삶을 재단하기보다는 인류문명이 변화하는 흐름에 대한 폭넓은 성찰과 혜량이 있기를 바란다. 은퇴출가는 또 다른 불교문화의 시대적 변용이다. ■   

 

유권준 / 동국대 지리교육과 졸업. 신문기자와 방송 PD로 일했다. 현재 BBS 불교방송 콘텐츠제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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