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 만해사상 실천선양회 Home
불교평론 소개 l 지난호 보기
 
 인기키워드 : 사색과 성찰, 청규, ,
> 뉴스 > 칼럼 > 사색과 성찰
     
마음이 방황하니 돌도 방황하고 / 문윤정
사색과 성찰
[83호] 2020년 09월 01일 (화) 문윤정 수필가

눈을 떴다.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몸을 일으키니 어지럽다. 좀 더 누워 있으려고 베개에 머리를 대는 순간 방안이 빙빙 돌아간다. 지구 반 바퀴를 돌아 제자리에 온 느낌이다. 

태어나 처음 겪어보는 몸의 반응. 고개를 돌릴 때마다 비디오카메라를 360도로 마음껏 돌리는 것 같다. ‘나에게 뭔가 큰일이 일어났구나.’ 불안감이 밀려온다. 어쩌면 죽을병에 걸렸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죽음에 초연한 척하더니……”

나에게 말을 걸었더니, 대답은 찰떡같이 한다.

“죽음에 초연하긴 하지만 아픈 것은 싫어!” 

그리스인들은 ‘죽음의 처소인 타르타로스보다 질병과 불명예스러운 삶을 더 두려워해야 한다’라고 생각했다. 지금 내 몸에서 일어나고 있는 반응에 대한 나의 심정이 그리스인들과 비슷하다.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갔다. 의사는 검사하더니 이석증이라고 한다. 귀에 돌이 들어 있는데, 이것이 떨어져 나와서 마음대로 귓속을 돌아다니고 있단다. 그래서 어지럽단다. 내 안의 돌이 반항하고 방황을 일삼고 있다니, 괘씸하다는 생각이 든다. 

귓속에 있으니 아주 작은 크기이겠지. 하지만 내가 느끼는 돌의 크기는 거대한 바위처럼 느껴진다. 나의 육신을 휘청거리게 할 정도의 거대한 힘을 가진 돌의 정체가 궁금하다. 

눈에 커다란 안경을 끼고 누웠다. 방황하는 돌을 제자리에 넣기 위해서 의사는 내 머리를 잡고 좌우로 위아래로 흔들었다. 나도 힘들지만, 의사도 힘들어했다. ‘이 정도로 힘들다고 해서는 안 된다. 수술을 한 것도 아니고’ 이렇게 나를 위로한다. 30분 이상 의사는 돌과 씨름하다가 내일 또다시 하자고 했다. 

지금까지 나를 지탱한 것이 고작 귓속의 돌이었단 말인가? 이석(耳石), 척추동물의 위치감각을 담당하는 돌이다. 달팽이관이 몸의 균형을 잡아준다면, 귀 안의 돌은 위치감각을 담당하고 있다. 이석은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서 나를 조정하고 있다. 아니 지구에서 바로 설 수 있도록 그리고 직립보행을 도와주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 삶의 방향을 잡아주는 정신 혹은 마음만 잘 다스리면 되는 줄 알았다. 육신은 불성을 담고 있는 그릇이라고 조금은 하찮게 생각했는데, 몸과 정신이 함께하는 것임을 알았다. 안(眼) 이(耳) 비(鼻) 설(舌) 신(身) 의(意)를 번잡하지 않게 고요히 다스려야 한다. 잘 단속하려는 마음이 강건해야 한다.

다음 날 또다시 병원에 갔다. 간호사는 나의 안색을 보더니 “이젠 좀 살아났네요.”라고 말을 건넨다. 어제와 같은 치료를 받았다. 의사는 돌이 제자리를 찾아갔다고 한다. 방황을 끝내고 자리를 찾아간 돌이 고맙다.

몸속의 돌이 방황하면 몸이 이렇게 아픈데, 마음이 방황하면 몸은 또 얼마나 아플까? 이석증도 화병이 생기면 일어날 수 있다고 한다. 결국 마음을 잘 다스리지 못해 일어난 것이다. 마음이 방황하니 귀 안의 돌까지 방황한 것으로 생각하니 풋 하고 웃음이 나온다.

햇볕이 좋아 천천히 걸어서 집으로 왔다. 화려한 분홍철쭉이 눈에 들어온다. 별일 아닌데 호들갑을 떤 것 같아 좀 머쓱하다. 이틀 동안 마음에서 온갖 생각이 일어나고 스러졌다. 평소에 마음대로 날뛰는 고놈을 붙잡아 잡도리를 좀 해야 했는데, 그대로 내버려 뒀더니 몸이 정신 좀 차리라고 경고장을 보냈다. 앞으로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

《신심명》을 쓴 승찬 대사는 마음의 병이 어떻게 생기는지 가르쳐 주었다.

어긋남과 따라감이 서로 다투는 것, 이것이 마음의 병이 된다.(違順相爭 是爲心病) 

마음에서 끊임없이 ‘높고 낮음, 맞고 틀림, 귀하고 천함, 좋다 싫다’를 나누고 있다. 어떤 물건을 보고 좋은 생각이 들면 ‘좋구나’ 하는 생각에서 그치면 되는데 꼭 가져야겠다고 집착한다. 나는 논쟁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상대와 의견이 다르면 마음 상할 때가 있다. ‘다르구나’ 하고 생각하면 그만인데 서운한 마음이 앞서기도 한다. 분별심이 나쁜 것이 아니라, 분별심이 일어나면 그것에 집착하는 그 마음이 좋지 않게 작용하여 마음의 병을 가져온다. 마음의 병과 몸의 병이 마음에서 일어남을 여실히 알게 되었다. 

승찬 대사는 마음은 둥글기가 큰 허공과 같아서 모자람도 없고 남음도 없는데 분별하는 마음 때문에 공부를 그르친다고 했다. 이석증도 마음에서 생길 수 있음을 알고 난 후 나의 공부를 돌아보게 되었다. 승찬 대사는 생각만 고요히 한다고 해서 마음공부가 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좌선하는 시간 외의 시간에도 그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을 때 마음공부가 되는 것이다. 

항상성을 잃고 방황하던 돌은 제자리를 찾아갔다. 귓속의 작은 돌이 거대한 내 몸을 움직이듯이, 마음이 내 삶 전체를 다스린다는 것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blueyun64@naver.com

ⓒ 불교평론(http://www.budreview.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댓글달기는 로그인 후 가능합니다.
전체댓글수(0)  
전체기사의견(0)
불교평론 소개독자투고불편신고구독신청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135-887]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12-9번지 MG타워빌딩 3층 | Tel 02-739-5781 | Fax 02-739-5782 | 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 홍사성
Copyright 2007 불교평론. All rights reserved. mail to budreview@hanmail.net
불교평론을 통해 제공되는 모든 콘텐츠(기사 및 사진)는 무단 사용, 복사, 배포시 저작권법에 저해되며,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