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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조기룡 지음 《사찰경영, 부처님 법대로 하면 잘된다》 / 이필원
한국불교가 나갈 길은 정체성 회복
[82호] 2020년 06월 01일 (월) 이필원 nikaya@naver.com
   

조기룡 지음
《사찰경영, 부처님 법대로 하면 잘된다》

‘절은 절로 돌아간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사찰이 다른 조직이나 단체처럼 시스템을 갖추어 이른바 규모경제를 살아가지 못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한국사회는 지난 수십 년간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급격한 사회변화를 겪고 있다. 그만큼 우리 불교계 또한 예전과는 사뭇 다른 변화를 겪고 있다. 더 많이 변해야 할 부분도 있고,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경우도 있다. 특히 인재를 키우고, 포교를 하고, 사회문제에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등 사회에 기여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들을 불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해보았을 것 같다.

필자는 불교학을 하다 보니, 이런 문제들을 다른 불자들보다는 더 자주 이야기하는 것 같다. 그중에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의 조기룡 교수와는 여러 인연으로 불교계의 현안에 대해 대화할 기회가 많았다. 조기룡 교수(이하 저자)*는 행정학과에서 보기 드문 전공을 했다. ‘사찰경영과 종무행정’이다. 종립학교이고 또 종무원으로 봉직한 경험 등이 있어 나름의 혜안으로 전공을 만들었다고 필자는 생각했다. 다양한 경험과 불교에 대한 애정 어린 저자의 식견을 이런저런 기회를 통해 들을 수 있었던 것도 필자에게는 좋은 배움의 기회였다. 그러한 식견을 신문에 칼럼으로 밝혀왔다. 그 글들을 모아 한국불교의 발전 방향을 진지하게 모색한 결과가 이번에 출간된 《사찰경영, 부처님 법대로 하면 잘된다》(올리브그린)이다. 

이 책을 보는 순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부처님 법대로 하면 잘된다”였다. 이는 너무도 당연한 말인데, 이 말처럼 무거운 말도 또 없을 것 같다. 불교는 말 그대로 부처님의 가르침이 아닌가. 회귀본능 혹은 귀소본능이란 말이 있다. 이는 생명체가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는 본능을 말한다. 인간 역시 이러한 본능을 갖고 있다. 고향이나 고국을 그리워하는 향수병이 대표적이다. 이 말을 하는 이유는 불교가 오늘날 사회 구성원들에게 안심의 귀의처가 되기 위해서는 불교의 원점, 즉 부처님 가르침으로의 회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점에서 수행자인 스님이나 재가자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이 책은 제목에도 나와 있듯 ‘사찰경영’에 관한 책이다. 사찰을 경영한다고 하면, 이는 종교의 본령에서 벗어나 너무 세속적인 것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저자는 이를 인식하듯이 “‘사찰경영’은 무소유의 수행처인 ‘사찰’과 이윤을 추구하는 ‘경영’의 합성어로 그 의미상 조화를 이루기 힘든 측면이 있다.”고 언급하면서 이 책을 시작한다. 그러면서 “스님들이 직접 이윤창출을 위한 수익 활동을 해야 하는 것이 한국불교의 현실”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이 책은 사실 이러한 한국불교의 현실을 어떻게 ‘부처님 법’으로 해결해 가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재화의 법-정재(淨財), 2장은 인사의 법-인재양성, 3장은 포교의 법-중생교화, 4장은 스님의 법-수행, 5장은 사찰의 법-여법(如法), 6장은 종단의 법-공동체이다. 저자는 “생존과 지계의 사이에서 우리 불교가 나아갈 올바른 방향인 정향(正向)을 탐구”하는 것이 목적임을 밝히고 있다. 그 정향은 다름 아닌 ‘부처님 법’이다. 

1장은 재정을 이야기하는 정재(淨財)이다. 예부터 사찰의 재원을 삼보정재(三寶淨財)라고 표현해 오고 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이 부분이 상당히 희박해진 것 또한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사찰 소유의 땅이나 건물을 개인적으로 매도하여 이익을 편취하거나, 도박 등으로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적이 적지 않다. 필자는 1장의 첫 번째 주제인 ‘삼보정재를 대하는 자세’를 읽으면서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이 이것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 핵심을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

 

① 사찰 재정의 투명화

② 재정 운용에 재가 신도의 참여

③ 승가의 여법한 가치관 정립

 

①과 ②는 제도를 정비하면 해결되는 문제이다. 하지만 제도로만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승가의 의식이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 그래서 옛 어른 스님들의 가르침과 에피소드를 많이 소개하면서, “공양이나 시주물을 독약이나 독화살처럼 생각하여 자신을 살피고 그 과보를 알아 함부로 받아쓰지 말 것을 권하는 옛 스님들의 말씀을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여기고 실천해야 하는 것”(p.19)을 새삼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투철한 의식이 없으면 아무리 제도를 정비한다고 해도 무용지물일 것이다. 

1장의 여러 주제 가운데 특히 명상 관련 내용도 주목할 만하다. 재정 이야기를 하다가 명상이 나오는 것이 다소 의아할 수도 있지만, 그 내용을 보면 수긍이 간다. 오늘날 명상은 대부분 힐링 차원에서 이루어지며, 그것도 서구권에서 상품화된 것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이에 저자는 “불교 명상은 상품화를 위하여 변형된 유사한 명상과는 구분해 생각하여야 한다. 대부분의 상품화된 명상들은 힐링과 레저에 따른 반대급부 즉 비용의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들 명상은 수익을 위하여 불교 명상을 변용하거나 심하게는 왜곡하기 때문이다.”(p.46)라고 비판하면서 불교 명상의 종교적 정체성을 담보(p.47)해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이는 현재 다양한 명상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는 사찰이나 불교인들이 반드시 유념해야 할 내용이기도 하다.

2장 인재양성의 첫 주제는 ‘고른 인재 등용’이다. 여기서는 종단의 문중과 계파 문제를 다루고 있다. 문중은 장점을 잘 살리면 좋은 면도 있지만, 현시점에서는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면이 많고, 더욱이 지금은 문중을 넘어 계파로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그 외에 종무행정 인재양성과 재가 종무원 처우 개선 등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새 신도 관리’라는 주제에서는 새로운 신도의 정착을 돕는 프로그램의 부재를 지적하고 있다. 길거리 포교는 하지 못할망정 오는 신도들의 발길도 돌리게 하는 현 불교계의 소극적인 자세를 비판하고 있다.

3장 포교에서 저자는 “한국불교가 쇠락의 길을 걷지 않기 위해서는 어떠해야 하는가? 그 대답은 부처님의 포교에서 찾아야 한다.”(p.109)라는 말로 포교에 소극적인 상황을 비판한다. 그러면서 통계 자료에 기반한 포교전략, 지역 친화적 포교정책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4장 스님의 법 수행에서는 스님들이 존경받는 위상을 회복하여야 불교의 미래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예를 들면 “범부의 삶의 방식과 별반 다를 바 없는 한국불교의 영리를 위한 수익사업은 한국 승가의 리더십 원천을 근본적으로 저해”(p.136)할 수 있음을 경고하면서, 진정한 수행자로서 리더십의 회복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그리고 수익사업을 한다면 부처님이 정하신 바와 같이 정인(淨人)제도를 활용하는 것을 제안하고 있다.

5장 사찰의 법에서는 사찰의 본질과 기능이 무엇인지를 말하고 있다. 그중에서 ‘법회는 불사의 꽃, 법문은 법회의 꽃’이라고 지적하면서 이것들이 이루어지는 공간이 바로 사찰임을 말하고 있다. 법회와 법문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사찰이란 공간은 기복 공간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저자는 법문의 요소로 ‘현장성, 감동, 부처님 가르침에 근거’해야 하는 3요소를 제시하고 있다.

6장에서는 종단의 법 공동체를 다루면서 종헌, 종법의 문제와 시대에 맞는 교구의 재편 등을 다루고 있다. 이 중에서 핵심은 종헌, 종법에 율장의 정신이 반영되어야 함을 지적하는 부분이다. 저자는 “한국 승가의 다양한 문제를 접하면서, 그 문제의 근원이 세속화에 있음을 인지하게 되었고, ……율장의 부재로 인한 아쉬움을 절실히 느껴왔”(p.220)음을 밝히고 있다.

필자는 이 책을 읽으면서 불교의 현대화를 말하기 이전에 역설적이게도 불교의 불교화가 무엇보다 절실히 요구됨을 확인하게 되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란 말이 있듯이, 불교의 정체성을 온전히 회복하는 것만이 한국불교의 살길이란 점을 저자는 말하고 있다. 

칼럼을 기본으로 했기에 경우에 따라서는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한 듯한 느낌을 주는 글도 있긴 하지만, 오늘날 한국불교 구성원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한 책이다. ‘부처님 법대로 하자’는 저자의 외침은 지금 한국불교에 너무나도 절절한 구호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런 만큼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고 사유의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

 

이필원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파라미타칼리지 조교수. 청주대학교 철학과, 동국대학교 대학원 인도철학과 졸업. 일본 북쿄대학에서 박사학위 취득. 주요 논문으로 〈阿羅漢の研究〉(박사논문) 〈사무량심의 ‘해탈도’적 성격 고찰〉 〈초기불교의 연기이해: 수행론적 관점에서의 새로운 접근〉 등이 있으며, 저서로 《인생이 묻고 붓다가 답하다》 《불교 경전은 어떻게 전해졌을까》(공저)와 번역서 《사성제 팔정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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