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속의 시
대웅전도 명부전도 없는 성주사지(聖住寺址) 터
온몸 망가진 석불 하나 덩그마니 서 있다.
반쯤 떨어져 나간 부처님 귓불,
붉게 물들이며
저녁 해 뉘엿뉘엿 또 다른 세상 밖으로 기울고 있다.
참으로 아픈 곳도 많고 많으신 부처님
사지육신 어디 하나 성한 곳 없는데
아들 낳으려는 중생들의 욕심이
긁어먹어버린, 그래서 문드러진
부처님의 들창코
세상의 온갖 더러운 향내 벌름거리고 있다
— 시선집 《전철 안 홍해》(시선사, 2019)
윤석산
1967년 〈중앙일보〉 197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 시집 《바다 속의 램프》 《온달의 꿈》 《처용의 노래》 《용담가는 길》 등. 한국시문학상, 한국펜문학상 등 수상. 한국시인협회장 역임. 한양대 명예교수.
윤석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