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속의 시

다가서지 마라

눈과 코는 벌써 돌아가고

마지막 흔적만 남은 석불 한 분

지금 막 완성을 꾀하고 있다

부처를 버리고

다시 돌이 되고 있다

어느 인연의 시간이 

눈과 코를 새긴 후

여기는 천년 인각사 뜨락

부처의 감옥은 깊고 성스러웠다

다시 한 송이 돌로 돌아가는 

자연 앞에

시간은 아무 데도 없다

부질없이 두 손 모으지 마라

완성이란 말도

다만 저 멀리 비켜버려라 

 — 시집 《양귀비꽃 머리에 꽂고》(민음사, 2004)

 

문정희
1969년 《월간문학》 등단. 시집 《혼자 무너지는 종소리》 《오라, 거짓사랑아》 《남자를 위하여》 등. 현대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 등 수상. 동국대 석좌교수, 한국시인협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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