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경제문제를 극복하는 대안, 불교경제학

1. 불교경제학의 등장

불교에서 생사(生死)의 문제는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급선무다. 그러나 불교 경전에는 생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탈과 열반에 관련된 내용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경전에는 사회 및 경제생활에 대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는데, 해탈과 열반에 관한 내용 중에 세간에 대한 이야기가 더불어 설해지곤 한다. 그리고 드물지만 장아함 《선생경》이나 중아함 《선생경》, 그리고 장아함 《선생경》의 빨리어 버전인 《싱갈로와다 숫단따(Singālovāda-suttanta)》 등과 같이 재가자가 사회 및 경제생활을 어떻게 하고, 인간관계를 어떻게 맺어야 하는지가 주제인 경전도 있다. 이렇게 여러 경전에서 설해지는 불교의 사회와 경제에 대한 이야기들을 모아보면 불교의 사회관과 경제관의 윤곽을 그려볼 수 있다.

불교 경전에는 세간의 생활에 대한 관점과 불교적 지혜가 포함되어 있는데, 불교의 지혜는 첨단 과학기술과 학문을 활용하는 현대의 복잡다단한 세상사를 해결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없다고 짐작하기 쉽다. 그렇지만 불교의 경제에 대한 관점과 지혜가 현대인의 관심을 새롭게 모으고 있는데, 그 원인은 현대의 심각한 경제문제에 경제학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왔기 때문이다. 즉 슈마허(E. F. Schumacher, 1911~1977)는 1973년에 출간된 그의 저서 《작은 것이 아름답다(Small is Beautiful)》에서 현대 경제학을 비판하면서, 불교경제학(Buddhist Economics)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슈마허는 현대 경제학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개념으로서 불교경제학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던 것이다. 물론 불교의 가르침을 현실의 경제문제에 적용한 것이 슈마허에서 처음 비롯되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슈마허는 불교경제학이라는 용어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는 데에 큰 기여를 하였는데, 그것은 그가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지적하면서 그 대안으로서 불교경제학이라는 개념을 제시하였기 때문이다.

 

2. 슈마허와 파유토 스님

슈마허는 불교경제학이라는 용어가 널리 확산되는 과정에 큰 기여를 하였지만, 아쉽게도 그의 저서인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는 불교에 대한 깊이 있는 식견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그가 1955년에 버마(현재의 미얀마)에 유엔 경제 자문가의 자격으로 방문하여 거기서 보고 느낀 점을 기반으로 불교경제학이라는 개념을 구성하였기 때문으로 짐작된다. 말하자면 슈마허는 불교경제학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지만 불교의 경제관에 대해서 정통하지는 못하였는데, 그가 불교의 경제관에 정통하지 못하였음은 바로 ‘작은 것’ 또는 ‘소박함(simplicity)’이 불교경제학의 핵심이라고 보았던 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슈마허는 불교가 물질적인 복지에 대하여 적대적이지 않으며, 물질 자체보다는 물질에 대한 집착과 탐하는 마음을 불교에서 경계하고 있음은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슈마허는 ‘소박함’과 ‘최소한의 소비’와 같은 덕목이 불교경제학의 핵심적인 내용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작은 것이 아름답다》 문예출판사, 2002, p.76 참조)

불교의 경제관에 대해서는 다양한 주장이 있겠지만, 불교는 재화의 규모가 크고 작은 것보다는 재화를 모으고 사용하는 방식과 윤리에 더욱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는 대부분의 불교경제학자가 동의할 것이다. 즉 ‘작은 것’도 중요하지만 ‘옳은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 바로 불교의 경제관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불교가 규모보다는 윤리에 더욱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음은 초기불교 교단의 부유한 자산가에 대한 열린 자세에서 잘 나타난다. 즉 급고독 장자는 붓다와 비구 1,250인이 머물 수 있는 정사를 짓기 위해 기원정사 터에 금화를 깔 수 있을 정도로 막대한 부를 소유하고 있었지만, 그의 부유함에 대한 비난은 경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부유함은 선업(善業)을 위한 유리한 조건으로도 여겨지고 있다. 즉 불교는 재산의 많고 적음, 또는 소비하는 물질의 많고 적음보다는 그 재산의 축적과 사용 과정에서의 옳고 그름을 더욱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슈마허의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불교경제학이라는 용어를 현대에 널리 알린 역할을 하였음에도, 슈마허가 바라보는 불교의 경제관에 대해서는 비판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파유토 스님*의 저술인 《붓다의 경제 코칭(영어명, Buddhist Economics: A Middle Way for the Market Place)》이 최근 한국에서 번역 출간된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여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이 책은 1988년에 태국에서 처음 출간되었는데, 불교경제학 강의 교재로 현재 한국에서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적절한 불교경제학 교재를 찾기가 쉽지 않은 현실에서, 이 책은 초기 경전에 정통한 파유토 스님이 불교의 올바른 경제생활에 대한 관점, 즉 중도(中道)와 정명(正命)이 무엇인지를 자세하게 서술하고 있어 교재로서 유용하다.

이 책의 내용 구성을 보면, 1장에서는 경제에서 윤리가 왜 중요한지를 다루고 있고, 2장에서는 인간의 욕구에는 억제해야 할 갈애(ṭanhā)가 있지만, 반대로 더욱 북돋워야 할 의욕(chanda)도 있어서 이기적이고 감각적인 갈애를 넘어서 우리 모두의 진정한 행복을 추구하는 의욕을 개발해야 함을 서술하고 있다. 그리고 현대 경제학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개념들인 가치, 소비, 만족, 일, 생산, 경쟁, 협동 등을 불교경제학에서는 불교의 관점에서 새롭게 정의할 수 있음을 3장에서 설명한다. 4장에서는 출가자와 재가자를 구분하여, 출가자는 최소한의 소비와 소욕지족을 통하여 수행에 전념하여야 하지만, 재가자는 올바른 방법으로 부를 획득하고 사용한다면, 현세에서 행복을 누릴 수 있고, 열반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자질을 배양하고, 환경을 조성할 수 있음을 설명한다. 그리고 5장에서는 불교 문헌을 통해서 불교가 재물에 대한 욕구를 중도적으로 승화시키면서 궁극적으로는 수행을 통한 해탈과 열반을 지향하고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불교가 해탈과 열반을 지향하는 종교지만, 경제생활도 해탈과 열반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특히 재가자는 올바른 경제생활을 통하여, 현세에서 참된 행복을 누리되, 해탈 · 열반을 향한 수행도 향상시킬 수 있음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한다. 그리고 이렇게 경제생활을 하는 것이 바로 중도(中道)를 실천하고 정명(正命)을 실천하는 길임을 강조하고 있다.

다시 말해 《붓다의 경제코칭》은 슈마허가 현대인에게 널리 알린 불교경제학이라는 용어의 진정한 의미를 불교 문헌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식견으로 쉽고도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3. 현대의 문제와 불교경제학

요즘, 지구온난화가 세계인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데, 지구온난화는 인류가 대기오염물질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인류는 현재의 생산과 소비 형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지 않고서는 더 이상 지구에서 생존을 지속하기 힘들다고 많은 학자가 지적하고 있다. 또한 지구온난화와 함께 경제적 양극화도 세계인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근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영화에 관련된 세계 각국의 상을 휩쓸고 있는데, 이 영화는 경제적 양극화를 소재로 하였고, 그런 이유로 세계인들의 공감을 쉽게 얻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구온난화와 경제적 양극화라는 세계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존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경제생활을 인류가 받아들이고 실천해야 한다. 불교경제학은 이러한 새로운 방식의 경제를 구상할 수 있는 사상적인 토대를 제공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불교는 인간의 욕구는 끝이 없으므로 반드시 제어가 필요하다고 본다. 불교의 이러한 인간 욕구에 대한 관점은 현대의 심각한 경제문제를 풀 수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붓다의 경제 코칭》은 불교 문헌에 나타난 인간 욕구에 대한 지혜를 소개하면서 어떻게 경제생활을 해야 진정한 행복을 얻을 수 있는지를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어서, 현대인들이 자신의 경제생활을 반성하고 새로운 방식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좋은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

또한 번역자들인 김광수와 추인호는 정확하고 쉬운 번역과 함께 독자들이 불교경제학의 핵심에 다가갈 수 있도록 주요한 내용을 도표화하여 불교경제관의 요체를 한눈에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 ■

 

장성우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강사.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원 졸업(석사, 박사). 주요 논문으로 〈초기불교의 경영사상 연구〉(박사학위 논문) 〈원측 유식의 불성론과 그 정체성〉 〈4차 산업혁명과 불교의 경제윤리〉 등이 있다. 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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