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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쓰이는 불탑 용어 두 가지 / 이희봉
[81호] 2020년 03월 01일 (일) 이희봉 중앙대 건축학부 명예교수

종교의 내용은 언제나 사물과 더불어 형성되고 전파된다. 불탑은 불교의 중심 상징물로서 형상 불상보다도 훨씬 먼저 탄생했다. 석가모니 입멸 후 화장하고 남은 유골 즉 사리를 수습하여 봉분을 만든 것이 인도 탑 ‘스투파’의 시작이다. 점차 진신사리 유무와 관계없이 부처님의 몸 자체를 상징하는 신성물이 되었다. 스투파를 한자 음역하여 졸도파(卒堵波)→탑파(塔婆)를 거쳐 탑(塔)으로 정착되었다.

인도 발생의 불교가 중국으로 전파, 한자로 번역되면서 근본 오류가 발생하고, 근대 학문을 선점한 일본인 학자들이 오류를 고착화시키고 오늘날까지 식민잔재로서 불교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

 

1) 복발(覆鉢)    

   

그림 1〉 인도 스투파, 산치. 반구형 둥근 부분이 anda로 그 뜻은 알(卵).

인도 스투파의 형태 대부분을 차지하는 둥근 몸체는 범어 ‘안다(anda)’로서 그 뜻은 ‘알(egg, 卵)’이다.(〈그림 1〉) 불교가 중국으로 전파될 때 불경과 불상과 함께 온, 뭔지 잘 모르는 스투파는 목조건물 불당 지붕 꼭대기에 축소하여 올려놓았다.(〈그림 2〉) 우리 탑 꼭대기에도 어김없이 올라앉아 있다.(〈그림 3〉) 둥근 형태를 엎어놓은 발우라는 뜻의 ‘복발(覆鉢)’이라고 한자로 번역하였다.

씨앗으로서 진신사리는 알이고 담은 사리병도, 스투파의 공 모양도 전부 알이다. 씨앗을 속에 묻은 탑은 부처님의 진리가 알에서 점차 ‘깨어나’ 퍼져나가는 상징이다. 절에 가장 많은 단청문양 머리초는 바로 알이 깨어나 만방에 무지개 파동으로 퍼져나가는 모습을 그렸다. 태초의 우주가 알에서 깨어났다는 힌두 신화도 같다. 범어 붓다(Buddha)의 뜻은 바로 ‘깬 사람’이다.

   

〈그림 2〉 중국에서 지붕 위에 축소해 올린 스투파. 돈황석굴 벽화. 

발우(鉢盂)의 범어인 patra는 알과 전혀 관계없다. 알을 복발로 부르는 것은 수치스럽게도 전 세계에서 한자문화권인 한 · 중 · 일뿐이다. 복발이라는 한자로 오역된 연유는 현장법사가 스투파의 둥근 모양을 갖고 있던 발우로 비유한 데서 기인한다. 그 후 한역 경전에서 복발로 오역되고, 특히 한자문화권 학문을 선점한 일본인 학자들이 학술용어로 굳혔다. 우리 문화재 안내판을 비롯하여 학자들의 논문이나 저술에는 어김없이 오역된 복발로 되어 있다.

세속에서도 복발이 의미하는 ‘밥그릇 뒤엎는다’는 말은 불경스러운 말인데, 출세간에서도 징벌-즉 《마하승기율》에 의하면 재가 신자에 대한 징벌을 복발갈마(覆鉢羯磨)라 하고, 또 항의의 표시로 쓰인다.(미얀마 군부 통치에 대한 데모 시) 무엇보다 신성한 부처님의 몸체인 탑 꼭대기에 밥통을 그것도 뒤엎어 올려놓아 알이 깨어나 퍼져나가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단지 한자 번역 오류로 인하여.

필자는 학술논문을 통해 복발 대신 불교의 원래 개념을 회복한 용어 ‘불란(佛卵)’을 제안하였다. 더 좋은 용어가 있다면 좋지만, 부처님을 모독하는 식민잔재인 오역 용어 ‘복발’은 어쨌든 폐기하여야 한다.

 

2) 상륜(相輪)

   

〈그림 3〉 탑 꼭대기 상륜부의 소위 복발. 실상사 탑.

탑의 몸체 위를 상륜이라 부른다. 바퀴 모양이란 뜻이다. 층층의 둥근 원반을 지칭한다. 학술논문이나 교과서는 물론 전국 문화재 안내판에 죄다 그리 쓰여 있다. 탑 꼭대기에 있는 것은 바퀴가 아니라 인도에서 고귀한 분에 씌워주는 ‘양산(차트라, chattra)’이어야 한다.(〈그림4, 5〉) 음역하여 찰다라(刹多羅), 줄여서 사찰의 찰(刹)이다.

과거 실물을 못 본 스님 누군가가 형태가 비슷하여 바퀴 ‘륜(輪, chakra)’이라고 한자로 오역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졌다. 바퀴는 힌두 신의 탈것인 마차 바퀴, 비슈누 신의 원반 무기이다. 또 불교에서 진리의 법륜(dharma-chakra)으로 숭배 상징물이 되나 탑 꼭대기에 올라갈 수는 없다. 법륜에는 고귀함을 나타내기 위하여 위에 별도 양산을 씌우기도 한다.(〈그림 6〉) 단지 오역 때문에 부처님의 머리 위를 바퀴로 짓누르고 있다. 더구나 바퀴는 세워야 하는데 상륜처럼 눕혀놓으면 이미 고장 난 바퀴에 불과하다.

사태를 악화시킨 것은 일본인 학자들이 영문도 모르고 학술용어로 상륜이라고 명명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탑 몸체 윗부분을 통째로 ‘상륜부(相輪部)’라 일컫는다. 탑 꼭대기에는 사각상자 노반, 공 모양의 복발, 꽃 모양의 앙화, 상륜, 그 위에 불꽃 모양 수연, 구슬 모양 보주의 다양한 형태로 구성됨에도 불구하고, 형태 인식 능력이 부족한 일본인들이 바퀴 모양 부분이라 불렀다.(〈그림 3〉) 완전히 틀린 용어인 상륜은 원래 의미에 맞게 고귀함을 상징하는 햇빛 가리개인 ‘양산(陽傘)’으로 교체되어야 한다.

 

3) 불교계에서 나서야 한다.

   

〈그림 4〉 석가모니에 씌워주는 양산. 산치 부조.

한 문화권의 종교가 다른 문화권으로 전파되는 과정에서 당연히 언어 오역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불교의 근본 정신을 뒤엎는 잘못된 용어라면, 몰랐으면 모를까 안 다음에는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필자는 1,800년에 걸친 불교 번역 역사의 중요 오류를 최초로 발견하여 10여 년 전부터 학계에 학술논문으로 발표해왔다. 해당 건축사학자와 미술사학자들의 반응은 오래도록 써온 관행인데 아무렇게나 부르면 어떠냐는 것이다. 학자들은 탑을 불교의 내용보다는 그저 사물 대상으로만 보기 때문이다.

언어 기호는 바른 이름 즉 정명(正名)을 가져야 한다. 내용과 언어가 일치해야만 한다. 특히 석가모니 불교의 본뜻을 훼손하는 용어가 단지 관행이라 해서 일제 식민잔재 용어를 그대로 쓰여서는 안 될 것이다.

문화재 안내판에서부터 교과서를 비롯한 책과 논문에서 용어를 제대로 고치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소위 전문가라는 학자들의 그저 나태한 불통의 아집을 불교계에서 나서서 고치도록 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2archbong@hanmail.net

   

〈그림 6〉 법륜 꼭대기에 씌운 별도의 양산. 산치 부조.

   

〈그림 5〉 스투파 알과 그 위 층층 양산. 칸헤리 석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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