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0주년 기념특집 | 불교, 이상사회를 꿈꾸다

1. 머리말

현대세계에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다. 그 많은 문제 중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무엇일까? 보는 관점에 따라서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경제적 양극화와 지구온난화를 가장 심각한 현대세계의 문제로 꼽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경제적 양극화와 지구온난화란 문제는 경제활동과 깊은 관련이 있다. 경제적 양극화가 경제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지구온난화가 경제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은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대기오염물질이 개인과 기업 등의 경제활동 결과로 발생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짐작할 수 있다.

한편 불교에서 경제생활은 열반을 증득하기 위한 수행에서 중요하게 취급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초기불교의 가장 포괄적인 진리로 인정받는 사성제는 올바른 경제생활을 수행에 필수적인 내용으로 포함하고 있다. 즉 사성제는 고통을 여의고 열반을 증득하기 위한 가르침으로서 사성제 중의 마지막 도성제는 팔정도인데, 팔정도 중에는 정명(正命), 즉 올바르게 생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항목이 있다. 그런데 올바르게 생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은 재가자 입장에서 본다면, 올바르게 재화를 벌고 올바르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정명은 재가자의 입장에서는 올바른 경제생활을 의미한다. 그리고 올바른 경제생활을 하는 것이 열반에 이르는 수행에 반드시 필요하며, 경제생활을 올바르게 영위하지 못하면 불교 수행의 가장 궁극적인 목적인 열반을 이룰 수 없다는 뜻이 된다.

이 글에서는 먼저 현대세계의 가장 심각한 문제로 인정되곤 하는 경제적 양극화와 지구온난화, 두 가지 문제의 현황과 그 원인을 살펴보려 한다. 그리고 불교에서 가장 이상적으로 여기는 올바른 경제생활은 어떤 것인지 검토하고자 한다. 즉 경제적 양극화와 지구온난화 모두 불교의 정명, 즉 올바른 경제생활을 실천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는 것과 함께, 불교 이상사회 구축을 위한 올바른 경제생활 실천의 길은 무엇인지를 제시하려는 것이다.

 

2. 현대세계의 2대 문제

1) 경제적 양극화

빈곤을 절대적 빈곤과 상대적 빈곤으로 나눌 경우, 유엔의 발표에 따르면 최근 절대적 빈곤에 시달리는 인구는 세계적으로 많이 감소하였다고 한다. 즉 세계적으로 절대적 빈곤 인구가 감소하였다는 것은 2000년에서 2015년까지 유엔의 밀레니엄 개발 목표(MDGs, Millennium Development Goals)에 대한 보고서에 나타나고 있는데, 개발도상국에서 하루 1.25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빈곤층이 1990년 기준 인구의 47%에서 2015년에는 14%까지 감소하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이 세계적으로 절대빈곤 인구가 대폭 감소한 것은 중국, 인도와 같이 인구가 많은 국가에서 산업화가 진행된 것에 기인한다. 중국의 경우를 보면 1990년 기준 절대빈곤 인구가 6억 8,300만 명에서 2005년 2억 800만 명으로 약 4억 7,500만 명 정도 줄었는데, 이 기간 동안 중국의 전체 인구는 1990년 11억 3,500만 명에서 2005년 13억 400만 명으로 약 1억 7천만 명이 증가하였음에도 절대빈곤 인구는 대폭 감소한 것이다.

그러나 절대적 빈곤의 개념에는 임의성이 많이 개입되어 있다. 유엔의 밀레니엄 개발 목표에서는 절대적 빈곤을 하루 1.25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빈곤층이라고 보고 있는데, 하루 1.25달러는 인간이 목숨을 유지하기 위한 영양학적 기준의 비용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영양을 공급하는 식료품만이 아니라 의복과 주거와 의약품도 필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빈곤 감소를 위해 설립된 국제적 독립기관인 옥스팜 인터내셔널(Oxfam International)의 2019년 보고서에 의하면, 하루 5.5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빈곤층은 전 세계인구 중 약 34억 명에 달한다고 한다. 5.5달러는 세계은행에서 중상위 국가에서의 절대적 빈곤을 측정하기 위해 새롭게 제안한 수준인데, 유엔의 밀레니엄 개발 목표보다는 절대적 빈곤의 범위를 넓혀서 본 것이다. 이렇게 절대적 빈곤의 범위를 조금 넓혀 보면, 현재 지구 인구의 약 44%에 달하는 인구가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한편 상대적 빈곤의 개념은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보통 중위소득 또는 평균소득의 일정 비율 이하의 소득을 올린 계층을 의미한다. 경제성장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이후에는 절대적 빈곤보다는 상대적 빈곤이 빈곤문제의 핵심이 되는데, 유럽이나 북미지역 국가들, 또는 OECD 등 국제기구들은 중위소득의 50~60% 이하에 속하는 계층을 상대적 빈곤층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20~40년 동안 세계적으로 대부분 지역에서 상대적 빈곤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경우를 보면, 부의 양극화가 1978년 이후에 심화되어 최근에는 1920년대 대공황 시절의 양극화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도 상대적 빈곤이 심화되고 있는데, 중간 정도 소득의 50% 미만 소득을 올리는 경우를 기준으로 하여 통계청 자료로 계산해 보면, 상대적 빈곤 비율은 1990년 7.6%에서 2007년에는 14.4%로 거의 두 배로 증가되었다. 2010년 이후에도 상대적 빈곤 비율은 높은 수준에서 횡보하는 모습이다. 나아가 세계의 다른 국가들도 대부분 상대적 빈곤이 악화되어 왔다. 그 결과로 옥스팜 인터내셔널의 연간 불평등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부터 상위 1% 부자들의 재산이 지구상의 나머지 전인구의 재산보다 많아졌다. 한편, 크레디트 스위스(Credit Suisse)가 2019년 10월 21일 발간한 〈2019 글로벌 웰스 보고서〉에 의하면 전 세계의 상위 0.9%가 전체 부의 44%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상위 1%가 보유한 자산 비중은 2000년 47%에서 올해 2019년은 중산층 증가 등으로 45%로 하락하여 부의 불평등이 다소 줄어들었다고 한다. 반면, 옥스팜 인터내셔널의 2019년도 보고서에 의하면 26명의 최상위 부자가 전 세계 인구의 절반에 육박하는 38억 명과 동일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작년의 43명에서 올해 26명으로 줄어든 결과라고 한다. 따라서 소득 불평등과 상대적 빈곤이 최근에 다소 완화되었는지는 검증이 필요하나, 현재의 소득 불평등과 상대적 빈곤의 문제가 세계적으로 심각한 수준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빈곤의 원인은 개인의 무능력에서 원인을 찾을 수도 있고, 사회 · 국가적으로 경제개발과 산업화가 되지 않은 데에서 찾을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세계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경제적 양극화와 상대적 빈곤은 신자유주의적 경제에 기반을 둔 세계화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자본과 시장의 세계화이며, 또한 신자유주의적 경제는 자유로운 시장경쟁의 원리를 내세우면서 노동시장 유연화, 구조조정, 사회복지의 축소를 강조한다.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경제 흐름에 적응하지 못한 국가들은 더욱 빈곤한 국가로 전락하였으며, 같은 국가 내에서도 특별한 기술이 없는 비숙련 노동자들은 직업을 잃거나 일용직 노동자로 전락하여 더욱 빈곤해진 것이다. 따라서 신자유주의적 경제는 중산층이 빈곤층으로 전락하여 상대적 빈곤계층이 되는 최근의 빈곤문제를 발생시키는 주요한 배경이 되고 있다. 또한 세계적으로 상대적 빈곤이 심화되기 시작한 시기는 나라마다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사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시기는 신자유주의적 경제 질서가 각 나라에 도입된 시기와 거의 일치한다.

2) 지구온난화

지구온난화 문제는 산업혁명 이후 석탄과 석유를 주요 에너지원으로 이용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산업혁명 이전 1만 년 동안 대기 온도는 1℃밖에 오르지 않았으나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 간 패널(IPCC)’ 보고서에 따르면, 1880~2012년의 133년간 대기 온도는 0.85℃(범위는 0.65℃~1.06℃)가 올랐으며, 세계기상기구(WMO)에 의하면 1850~2018년의 168년간 1.5℃가 올랐다고 하는데, 최근 통계에서는 지구온난화가 더욱 심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이렇게 지구온난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2018년 가을, 지구온난화 문제의 위험성을 호소하고자 매주 금요일에 시위를 시작한 스웨덴의 평범한 16세 소녀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는 1년 만에 세계적인 명사가 되었다. 소녀는 원하지 않았지만, 세계인은 그녀를 세계적인 인물로 만들었다. 그 결과 툰베리는 2019년 노벨 평화상 후보가 되었고 ‘대안 노벨상’으로 불리는 ‘바른생활상(Right Livelihood Awards)’을 수상하였으며, 2019년 9월에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연설하였다. 그만큼 세계인은 현재 지구온난화 문제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정하고 있고,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에 인류가 마음을 모아야 한다는 툰베리의 주장에 공감하고 있다.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연구결과는 많다. 네덜란드 연구팀에 따르면, 인류가 강력한 온난화 방지 노력을 시작할 수 있는 데드라인은 2035년이 한계점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그리고 현재와 같이 대기오염을 유발시키는 대량생산체제를 유지한다면, 2020년대가 지구환경을 지키기 위해 인류에게 남은 마지막 시간이 된다고 주장했다. 즉 앞으로 10~16년 이내에 온난화를 방지하기 위한 인류의 결정적인 의지와 노력이 구체화되어 온난화 추세 완화가 시작되지 않는다면, 지구의 미래는 암울하다는 것이다.

한편 시베리아 영구 동토층이 녹는 현상의 영향을 조사하던 과학자들은 바다가 들끓는 것 같은 모습을 발견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그것은 바로 기후변화 영향으로 해저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 양이 급격하게 늘고 있기 때문이었다. 연구팀은 전 세계 평균 기온이 단 1°C만 올라도 메탄 방출량은 20% 증가하며, 대기 중의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23% 더 많은 열을 가두므로 기후변화를 가속한다고 하였다. 또한 해저에는 많은 메탄가스가 응축되어 있으며, 이렇게 응축된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20배 이상 위험한데, 온난화로 해저에 응축되었던 메탄가스가 방출되면 온난화가 더욱 가속된다고 한다. 이런 요인을 감안해보면 실제로 인류가 지구온난화로 인한 대재앙을 막을 수 있는 시간은 10~16년이 채 안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연구와 주장들이 혹자에게는 과장된 것이거나 속임수로 여겨질 수도 있다. 즉 현재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인간 경제활동에서 발생한 대기오염물질이 아니라고 보는 견해도 있는데, 태양이나 화산활동, 또는 지구의 주기적 변화에 의하여 지구 온도가 올라간다는 주장이다. 나아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인간 활동 결과로 지구가 더워진다는 주장을 허구이자 속임수라고 비난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일부에서는 지구온난화 원인에 대하여 논쟁이 있으나, 지구온난화 원인을 연구하는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현재의 지구온난화는 인간 활동 결과로 발생한 대기오염물질에 기인한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

지구온난화가 인간 활동 결과로 발생하는 현상임을 잘 보여주고 있는 사례는 최근의 브라질 밀림 화재이다. 올해 들어 아마존밀림 화재가 전년 대비 75% 증가하였는데, 이는 브라질 정부가 중국에 수출할 소고기와 콩을 생산하려고 아마존밀림 개발을 막기 위해 도입된 각종 규제를 풀었기 때문이다. 즉 최근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으로 미국산 소고기와 콩이 중국으로 수출되는 양이 감소한 반면, 브라질산 소고기와 콩은 중국으로 수출되는 양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즉 브라질은 중국에 수출할 소고기와 콩을 생산하기 위하여 아마존밀림이 불에 타서 없어지는 것을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존밀림은 산소를 공급하면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지구의 허파 역할을 하고 있으나, 브라질 경제에는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 있지 못하다. 브라질 정부는 지구환경을 위해서는 꼭 필요하지만 자국의 경제적 이득에는 별 도움이 안 되는 아마존밀림이 사라지는 현실을 그대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지구환경을 훼손시키고 온난화를 가속시키는 것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6월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하겠다고 선언하였고, 최근에는 공식적으로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를 준비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파리기후협약이 미국의 에너지 기업들을 제약하고 외국보다 미국을 가혹하게 차별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기업들의 이익을 위해서, 그리고 다른 나라보다 더 많은 부담을 지지 않으려고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자국의 경제적 이익과 기후협약을 연계시키는 것은 브라질과 미국만이 아니다. 중국, 인도와 같이 현재 산업화와 경제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국가들도 기후협약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의지가 없는데, 그 이유는 현재 온난화 문제는 선진국들이 지난 200년간 지구를 오염시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현재 온난화 문제의 원인을 선진국들이 제공하였기 때문에 선진국들이 책임을 지고 온난화 문제를 해결하여야 하며, 이제 겨우 산업화와 경제개발을 시작한 국가의 경제활동을 제약하는 것에는 불만을 가지는 것이다.

한편 아직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매년 영양실조로 약 400만, 에이즈로 약 300만, 실내외 공기오염으로 약 250만, 미량 영양소 결핍으로 약 200만, 물 부족으로 약 200만 명이 목숨을 잃고 있는 제3세계의 입장에서는, 빈곤을 극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환경오염 문제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질 수 없는 형편이다.

따라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제적인 공조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경제 선진국의 개발도상국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절대적 빈곤이 부분적으로 감소하였지만 아직도 지속되고 있고, 세계적으로 상대적 빈곤이 심화되는 현상을 보면, 선진국이 개발도상국들을 경제적으로 지원하면서 온실가스 배출에 적극적 관심을 가지고 국제적인 공조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이런 이유로 국가 간 · 계층 간 빈부격차가 환경문제의 근본 원인이며 환경 개선 노력을 저해하는 근본적인 원인이란 주장이 등장하고 있다. 즉 지속가능한 발전의 원칙을 제창한 1992년의 ‘국제연합 환경개발회의’는 국가 간 · 계층 간 빈부격차 완화를 지속가능한 발전의 선결 조건으로 삼았으며, 지속가능한 발전의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행동강령인 ‘21세기 지구환경 보존 강령’은 국가 간 · 계층 간 빈부격차 완화 방안을 첫머리로 다루었다. 그 내용을 보면, 범지구적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잘사는 나라가 못사는 나라를 도와주어야 하며, 한 나라 안에서도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빈부격차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온난화 문제도 경제 문제와 깊게 관련되어 있어서 국제적인 공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3. 불교의 경제관과 정명(正命)

1) 재가자의 올바른 경제생활‐여법(如法)한 재화의 축적

불교는 출세간(出世間)과 세간(世間)을 나누어 출세간은 물질에 대한 탐욕을 버리고 수행에 전념할 것을 설하지만 세간, 즉 재가자는 돈을 버는 데 관심을 가지고 올바른 방법으로 돈을 벌고 또한 축적한 재화는 올바르게 사용하여야 한다고 설한다. 즉 앙굿따라 니까야에는 재가자가 적극적인 경제생활로 재화를 축적하는 것을 인정하고 있으며, 오히려 재화를 얻거나 늘릴 줄 알고, 올바른 방법으로 여법(如法)하게 재화를 얻거나 늘릴 줄 아는 사람을 가장 바람직하게 보는 내용이 있다.

 

비구들이여, 세상에는 세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 무엇이 셋인가? 눈먼 사람, 한 눈 가진 사람, 두 눈 가진 사람이다.

비구들이여, 눈먼 사람이란 어떤 종류의 사람인가? 여기에 어떤 사람은 재산을 얻거나 늘리는 눈을 갖고 있지 않다. 또한 악하고 선한 방법, 비난받고 칭찬받는 방법, 천하고 고상한 방법, 떳떳하고 어두운 방법을 잘 아는 눈을 갖고 있지도 않다. 비구들이여, 이러한 사람들을 눈먼 사람이라 부른다.

비구들이여, 어떤 종류의 사람들이 한쪽 눈만 가진 사람인가? 이 사람은 재산을 얻거나 늘리는 눈을 갖고 있다. 그러나 (재산을 얻거나 늘리는 데 있어서) 선하고 악한 방법, (중략) 잘 아는 눈은 갖고 있지 않다. 비구들이여, 이러한 사람들을 한 눈 가진 이라고 부른다.

비구들이여, 두 눈 가진 이는 어떤 종류의 사람들인가? 그는 재산을 얻거나 늘리는 눈을 갖고 있다. 그는 또한 선한 방법과 악한 방법, (중략) 잘 아는 눈도 갖고 있다. 비구들이여, 이러한 사람을 두 눈 가진 이라고 부른다.

이 경에는 일정한 윤리적 규범에 따라서 재산을 획득하고 증식하는 경우를 가장 건강하고 바람직한 것으로 보고 있음이 나타난다.

한편, 여법하게 재화를 모은다는 것에는 오계의 정신에 위배되는 직업을 피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즉 앙굿따라 니까야에는 바르지 못한 직업으로 어부, 엽사(獵師)와 도살자 등의 살생과 관련된 직업과 무기의 판매, 생물의 매매, 육류의 매매, 주류의 매매 그리고 독의 매매 등 사회에 해악을 끼칠 수 있는 거래 행위를 열거하고 있다.

이와 같이 여법하게 재화를 모은다면, 그 결과로 누리게 된 부유함에 대한 비난은 경전에서 찾기 어렵다. 초기 경전에서 불교교단에 많은 경제적 지원을 한 인물로 등장하는 급고독 장자는 기원정사를 짓는 부지를 구입하기 위하여 금화(金貨)를 기원정사 터에 깔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부를 축적한 인물이지만, 그의 막대한 부에 대한 비난은 경전에서 찾기 어렵다. 경전에서는 부유한 사람이 재물에 대한 탐욕에 빠질 위험이 있음을 설하는 한편, 오히려 많은 부를 축적한 경우, 보시를 통하여 중생을 제도할 수 있는 선업을 지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말하자면 경전에서는 막대한 부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는 찾기 어려우며 오히려 활용하기에 따라서는 긍정적인 요소가 많은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경전에는 또한 부를 축적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부지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덥거나 춥거나 이른 시간이거나 늦은 시간이거나 자신이 부유하거나 빈궁하거나를 가리지 말고 언제나 부지런하게 일할 것을 권장하는 것이다. 나아가 재화는 열정적인 노력으로 땀 흘려서 일하여야 축적할 수 있다는 내용도 있는데, 앙굿따라 니까야에는 “장자여, 이러한 성스러운 제자는 열정적인 노력으로 얻었고 팔의 힘으로 모았고 땀으로 획득했으며 법답고 법에 따라서 얻은 재물”이라는 내용이 있어서 재물이란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인정하고 있다.

그리고 단지 열심히 일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기술을 배워야 재물을 얻을 수 있다고 보았다. 나아가 앙굿따라 니까야에는 상인이 재산을 모으고 성공하기 위한 3가지 조건으로 지혜로운 판단력, 뛰어나게 유능함, 후원자를 얻음의 세 가지를 들고 있다. 첫 번째 조건인 지혜로운 판단력은 상품을 선택하는 경우, 판매 가능성과 필요한 자본과 예상 수익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능력이며, 두 번째 조건인 뛰어나게 유능함은 판매행위를 특별히 유능하게 실행하는 능력이고, 세 번째 조건인 후원자를 얻는 것은 자산가들의 투자를 얻을 수 있는 신용과 능력을 의미한다. 이와 같이 경전에는 재가자들이 재물을 얻거나 늘리기 위한 다양하고 구체적인 조건들까지도 나타나고 있지만, 재물의 축적이 여법하게 이루어진다면, 그에 대한 비난은 찾아보기 힘들다.

2) 재가자의 올바른 경제생활‐보시

이렇게 경전에서는 재가자가 여법하게 재화를 축적하는 경제활동을 긍정하고 있는데, 이렇게 축적한 재화는 올바른 방법으로 사용되어야 한다고 하여 재화의 축적만이 아니라 그 사용까지도 여법할 것을 설하고 있다. 앙굿따라 니까야에는 재산은 얻기 어렵지만, 노력하여 얻은 재물은 자신만이 아니라 부모, 아내, 자식, 하인과 일꾼, 친구와 친척들을 위하여 사용하여야 하며, 또한 물과 불과 도둑과 같은 여러 가지 재난으로부터 지켜야 하며 친지, 손님, 조상신, 왕(세금), 신에게 헌공하여야 하며, 사문과 바라문에게 정성을 다한 보시를 해야 한다고 하였다. 그리고 이렇게 재물을 사용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알맞게 사용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만일 관대한 마음으로 보시를 실천하지 않고 인색하게 생활한다면 지옥에 가는 악업(惡業)을 짓는 것이 된다고 하였다. 즉 불교에서는 부를 축적한 사람이 그 부를 올바른 방법으로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악업에 해당하며, 불교의 가르침을 따르고 수행을 하려는 사람은 반드시 보시를 실천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수행자에게는 보시는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것이 아니고 반드시 실천해야 하는 수행법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렇게 부유한 계층은 스스로 자발적으로 관대한 보시를 실천할 것이 권장되고 있으나, 국가적 차원에서도 빈궁한 계층에 대한 구제는 필요하다는 내용이 경전에 등장하고 있다. 장아함 《전륜성왕수행경》에는 전륜성왕의 정법(正法)에 의한 조화로운 통치가 타락하게 되는 과정이 나타나는데, 먼저 왕이 정법을 알지 못하고 실천하지 못하여, 외롭고 늙은이를 구제하지 못하고 낮고 궁한 사람들에게는 그 베풂이 미치지 못함에서 온 나라의 타락과 백성의 고통이 시작되고 점점 살기 어려운 세상이 된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장아함 《구라단두경》에는 왕이 제사를 지내어 자신의 복을 구하는 것보다 백성들이 안온하게 살 수 있도록 경제적 지원을 하는 것이 급선무임이 설해져 있다. 즉 왕은 왕을 가까이하는 자에게는 마땅히 그 필요한 물건을 주고 모든 생업을 다스리는 자에게는 마땅히 그 재물을 주고 모든 농사를 짓는 자에게는 마땅히 그 소와 송아지와 종자를 주어 그들로 하여금 각각 스스로 경영하게 하여야 한다. 이렇게 왕이 백성을 핍박하지 않고 그들에게 경제적으로 지원하면 인민은 안온하여 자손을 기르면서 서로 즐겁게 지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경전에서는 국가적 차원에서도 마땅히 외롭고 빈궁한 사람을 구제하여야 하며, 만일 이를 실천하지 않는다면 사회가 타락하여 살기 어려운 세상이 되며 백성들도 불행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경전에서는 빈궁한 계층을 구제하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차원만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도 구제활동에 나서야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된다고 보고 있다.

 

4. 맺음말

경제적 양극화와 지구온난화라는 현대의 큰 문제가 모두 경제와 깊은 관련이 있음을 살펴보았고, 불교의 경제관과 올바른 경제생활은 어떤 것인지를 설명하였다. 불교는 재가자의 적극적인 경제생활과 재화의 축적을 부정하지 않으며, 여법하게 올바른 방법으로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긍정하고 있다. 그리고 올바르게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오계에 어긋나지 않아야 하는데, 오계의 궁극적 취지는 다른 중생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자신의 맑은 정신을 유지하는 데에 있다. 그러나 경제적 양극화와 지구온난화를 심화시키는 경제활동은 오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데, 중생의 고통을 발생시키고 온 생태계를 파괴하는 경제활동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오계의 정신을 지키고 또한 올바른 방법으로 재화를 축적하는 경제활동은 불교의 정명(正命)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한편 불교 경전은 축적된 재화라도 자신만을 위하여 사용하기보다는 빈궁한 자를 포함한 사회 전체와 종교인 · 수행자에게 보시하는 관대한 마음을 가질 것을 설하고 있다. 즉 불교는 사유재산을 부정하지 않으며, 개인의 자유로운 경제활동과 재산의 축적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자유로운 경제활동의 결과로 발생하는 심각한 빈부격차 문제에 대해서는 국가를 포함한 사회 전체가 나서야 한다는 것이 장아함 《전륜성왕수행경》을 비롯한 여러 경전의 의미라고 할 수 있다. 말하자면 빈곤 문제를 개인 책임으로 규정하여 개인이 감내하여야 하는 문제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인데, 현대세계의 빈곤 문제는 개인의 무능함에만 그 원인이 있지 않으며, 오히려 국가의 경제정책이나 국제적 경제 흐름에도 큰 원인이 있음을 감안한다면, 사회와 국가적 차원의 대책이 수반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0.1% 최고 부자들이 자발적으로 세금을 더 내겠다는 의사를 대통령 후보들에게 전달하였다고46) 한다. 즉 사회문제가 되는 경제적 양극화 문제의 해결에 스스로 나서겠다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의 정신을 보여주었다. 한국에도 ‘백 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도록 하겠다’는 가훈을 대대로 지켜온 경주 최부잣집처럼 부자들이 빈민구제에 나서는 아름다운 전통이 있다.

또한 현대사회의 심각한 문제인 경제적 양극화와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개인적 차원에서는 보시와 같은 관대한 마음을 실천하고 국가적 차원에서는 제도적으로 빈곤한 계층을 구제하여야 한다는 것이 경전의 가르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기업을 비롯한 개인들은 다양한 차원에서 경제적 나눔을 실천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국가적 차원에서는 기본소득을 비롯한 각종 복지제도와 빈곤층 구제를 위한 제도를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나아가 현재의 시대는 지구 차원으로 시야를 넓혀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현대세계의 심각한 문제인 경제적 양극화와 지구온난화가 모두 지구 차원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 차원의 넓은 시야를 가지고 불교의 자비심과 관대한 마음을 실천하는 것이 불교가 꿈꾸는 이상사회를 현실에 구현하는 길이 될 것이다. ■

 

장성우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강사.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원 졸업(석사, 박사). 주요 논문으로 〈초기불교의 경영사상 연구〉(박사학위 논문) 〈원측 유식의 불성론과 그 정체성〉 〈4차 산업혁명과 불교의 경제윤리〉 등이 있다. 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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