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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고영섭 지음 《한국불교사 궁구》
한국사상사 형성 마중물로서 불교사 탐구
[79호] 2019년 09월 01일 (일) 김용태 yotai@dongguk.edu
   

《한국불교사 궁구》 1, 2
씨아이알, 2019년 3월 출간,
1편 758쪽 2편 820쪽

동국대 불교학과 고영섭 교수의 신작 《한국불교사 궁구》 1, 2는 두 권을 합쳐 1,57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으로 읽는 이를 우선 압도한다. 목차를 보아도 고대부터 고려, 조선을 거쳐 근현대기까지 한국불교사의 전 시기를 다루고 있어 읽기에 녹록지 않은 책이라는 인상을 준다. 무엇보다 제목에 있는 궁구(窮究)라는 단어부터 무척이나 생소하게 느껴진다. 저자는 서문에서 궁구의 의미를 ‘속속들이 깊이 연구하다’로 풀었다. 1,700년의 한국불교사를 끝까지 파고들지 않으면 그 깊이를 다 알 수 없기에 현재와 미래의 자신 연구를 다잡기 위해 붙인 이름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불교사(사상)는 한국사(사상)의 마중물이 되었고 한국사(사상)는 한국불교사(사상)와 한 우물이 되었다”는 문장이 이 책을 관통하는 논지일 것이다. 마중물은 펌프의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붓는 물이며 한 우물은 물이 하나로 모여든 큰 우물이다. 따라서 불교가 한국사와 사상의 전개를 이끄는 원동력이 되었고 한국의 고유성을 형성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보는 것이 저자의 기본 입장이다. 한국사에서 불교가 유교와 함께 전통의 주축을 이루어온 사실은 누구도 토를 달지 않을 것이다. 

이 책에는 고대, 고려, 조선, 근현대의 4부로 나누어 모두 32편의 글이 실려 있다. 1권은 ‘고대불교, 전래와 수용 및 공인과 유통 시대’ ‘고려불교, 심화와 확장 및 내화와 외화 시대’ 2권은 ‘조선불교, 자립과 자생 및 선지와 교문 시대’ ‘대한불교, 국난과 법난 및 재구와 부흥 시대’로 구성되었다. 먼저 1부 고대불교에서는 불교가 한국에 수용되는 과정을 살펴보고 중국과 일본에서 활동한 고승들의 생애와 사상, 원효의 오도처와 신라의 북종선 전래 및 구산선문 형성 문제를 다루었다. 처음 글인 〈한국 고대불교의 형성과 지형〉에서는 인도와 중국으로의 구법승과 전법승을 소개하고, 실크로드를 매개로 한 불교 교류사에서 한국불교가 종착지이자 전진기지였음을 강조하였다. 〈가야 명칭의 어원과 가야불교의 시원〉에서는 가야라는 나라 이름이 붓다가 성불한 부다가야에서 비롯되었다고 보고 김수로왕과 왕비 허황옥의 사례 등을 통해 가야불교의 원형을 추적하였다. 북방만이 아니라 남방의 해상루트를 통해서도 불교가 전래되었을 가능성을 상정한 것이다. 비록 자료와 해석상의 한계는 있지만 이러한 시도 자체는 중요한 문제 제기로 보인다.

〈고구려 혜관이 일본 삼론학에 미친 영향〉에서는 수나라에 유학하여 고구려 출신 승랑과 삼론종의 개조 길장의 사상적 영향을 받은 혜관이 왜로 건너가 일본 삼론종의 2조가 되어 교학 이해의 심화에 견인차 구실을 했음을 기술하였다. 〈신라 원측이 중국불교에 미친 영향〉에서는 중국에서 활동한 원측이 스승 현장이 전래한 신유식과 구유식을 포괄하여 융통적 사고를 펼쳐냈고, 번역자와 철학자로서 동아시아 유식학의 발전에 이바지한 사실을 고찰하였다. 〈원효의 오도처와 화성 당항성〉에서는 원효의 전기자료를 통해 중국 유학과 관련된 기술을 재검토하고 의상과 함께 떠난 제2차 유학 시도 때 무덤에서 깨달음을 얻은 장소가 남양만 당은포를 향해 가는 길목의 당항성 인근 지역일 것으로 추정하였다. 

〈정중무상의 무념관〉에서는 한국 선의 원류를 추적하고 여래선과 염불선을 구분한 뒤 신라 출신 정중무상의 무념관을 분석하였다. 무상은 당에서 두타행으로 깨친 후 무심관을 주창하고 정중종의 가풍을 일으켜 중국 선종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인물이다. 〈구화지장이 중국불교에 미친 영향〉에서는 신라 왕자로 알려진 김지장이 중국 구화산에서 수행과 교화에 힘쓰다가 입적 후 등신불로 유명해졌고 중국에서 지장보살의 화신으로 추앙되었음을 살펴보았다. 저자는 그의 구제사상과 효선사상 실천에 특히 주목하였다. 〈신라 중대의 선법 전래와 나말여초의 구산선문 형성〉에서는 신라 중대에 전래된 북종선과 남종선의 전래와 수용에 대해 서술했다. 나말여초에 성립된 구산선문의 독자적 가풍을 특기하면서 한국선의 구심점이자 동아시아 선사상의 한국적 집대성이라고 의미를 부여하였다.  

2부에서는 고려시대의 학승과 선승, 《삼국유사》와 《석가여래행적송》, 승군 전통에 대해 고찰하였다. 먼저 〈보운의통의 구법과 전법〉에서는 고려 출신 의통이 오월과 송에서 남종선을 수학한 후 중국 천태종의 조사가 되는 과정과 그의 사상을 검토하였다. 의통은 산가파의 계보를 이으며 산외파와 논쟁하고, 지의와 담연의 천태교학을 계승하여 지례에게 전수하였다. 그는 천태학의 교리입문서인 《천태사교의》를 쓴 제관과 함께 고려 출신으로 중국 및 동아시아 천태학의 발전에 크게 공헌한 인물이다. 〈원통균여의 현수법장 사상 수용과 응용〉에서는 10세기의 화엄학승 균여가 지엄과 법장, 의상의 교학을 수용하면서도 교판론과 법계관에서 별교를 강조하고 주측법계관을 제시하는 등 독창적 변용을 가하였음을 논구하였다. 〈보조지눌이 사상 형성에 영향을 미친 고승〉은 직접적인 스승이 없었던 지눌이 사상 형성과정에서 선과 교의 많은 선학으로부터 직간접적 교감을 얻으며 계발을 받았음을 추적한 글이다. 

〈《삼국유사》 〈흥법〉과 〈탑상〉의 성격과 특징〉에서는 일연의 《삼국유사》에서 불교사와 신앙, 문화의 정수를 온축한 흥법과 탑상편의 주요 내용을 분석하였다. 이어 〈《삼국유사》 〈흥법〉편 ‘아도기라’조의 고찰〉에서는 순도에 이어 고구려에 불교를 전래한 아도와 신라에 불교를 처음 전한 아도는 별개의 인물이며, 후자는 아굴마와 고도령의 아들임을 추론하였다. 〈《삼국유사》의 고승과 성사 이해〉에서는 《삼국유사》에 나오는 고승들 가운데 성사들의 삶과 사유를 살피면서 승려의 층위를 구분한 일연의 역사 인식에 주목하였다. 〈동아시아 불교 서사의 인문적 성격〉에서는 고려 후기 운묵무기의 《석가여래행적송》을 중심으로 불교 서사에 형상화된 인문적 지형을 조감하였다. 〈한국 승군의 역사와 성격〉에서는 승군이 인도나 동아시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한국적 고유성을 갖는다고 보고 그 전통이 고구려에서 발원하여 고려의 승군과 수원승도를 거쳐 조선의 의승군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하였다.

3부에서는 조선시대 불교를 자립과 자생의 관점에서 바라보면서 선과 교의 문제를 중점적으로 검토하였다. 〈허응보우의 불교 중흥〉에서는 문정왕후의 선교양종 재건 때 선종판사를 맡았던 허응보우를 국가주의적 불교의 지향과 선교 및 유불 일체론, 인적 계승의 측면에서 다루면서 불교 중흥의 정초자로 평가하였다. 〈청허휴정의 선교 이해〉에서는 청허휴정이 선과 교의 대립을 넘어 선 중심의 선교겸수와 통합을 주창했음을 강조하고 그를 서산종의 시조로 자리매김하였다. 〈부휴선수계의 선사상과 법통 인식〉에서는 부휴선수의 부휴계를 서산종의 방계로 보고 부휴계의 보조선 계승과 화엄 교학, 임제태고 법통 수용 문제 등을 고찰하였다.

〈조선 후기 불학의 실학적 성격〉에서는 실학을 실제성의 학문으로 규정하고 불교의 공성과 중도성, 실증성과 실용성을 대비시켜 조선 후기 불학이 갖는 실학적 특성을 도출하려 하였다. 〈조선 후기 불자들의 정토인식과 불교 의례의 재편〉에서는 선과 교, 염불을 아우르는 삼문 체계의 수립 후 염불문에 입각해 선과 교를 통섭하려는 주체적 자각과 노력이 있었으며 이는 의례에도 반영되었다고 보았다. 〈조선 후기 불학과 선학의 변화〉에서는 심성론, 사기 저술, 선교 및 선지 논변을 통해 유불의 소통, 불학과 선학의 융합적 지향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를 탐색하였다. 〈조선 후기 불교계의 지성인 형성 기반〉에서는 18~19세기 불교계의 ‘집단 지성’을 범주화하여 불교계 지식인들의 역사의식과 시대인식을 도출하고 그것이 개화와 근대화의 모색으로 전개되었다고 평가하였다. 〈경허성우의 목룡가풍과 심검선지〉는 조선 말기 선의 수행기풍을 새롭게 진작시킨 경허성우의 교화와 행리를 검토한 글로 교화와 행리의 경계를 인정하면서도 양자를 함께 추구했다는 ‘병진’의 관점에서 해석하였다.

4부에서는 대한제국 이후 현재까지 국난과 법난을 이겨내면서 교단을 지켜내고 불교를 일으켜 세우려 한 노력들을 부각시켰다. 〈경허성우의 불사와 결사〉에서는 근대기 선의 중흥조라 불리는 경허의 행적과 수행 및 가풍을 검토하고 간경 불사와 수선 결사를 통해 그가 꿈꾸었던 불교 부흥의 청사진을 그려보았다. 〈대한시대 일본 유학생들의 불교연구 동향〉은 일제강점기에 일본에서 공부한 불교계 유학생들의 출신과 연구 활동, 귀국 후 동향 등을 고찰한 글이다. 〈조계종의 계정혜 삼학 수행 전통〉에서는 용성, 영호, 한암, 자운을 중심으로 조계종의 계정혜 삼학 수행 전통을 복원하려는 움직임과 대처식육에 대한 비판론을 소개하였다.

〈무호백준의 학문과 사상〉에서는 백성욱의 교육자, 수행자로서 풍모와 그의 학문에 나타난 아비달마, 《금강경》 《화엄경》의 중시 경향 및 선교일치관을 다루었다. 〈경호 허영호의 불교 이해와 원효 인식〉에서는 근대기 허영호의 불교관과 원효에 대한 이해, 근대불교학적 지향과 현실에서의 굴절 문제를 검토하였다. 〈불교 정화의 이념과 방법〉에서는 정화의 당위와 현실, 이념과 성격 등을 고찰한 후 청담의 타율적 정화론, 성철의 자율적 정화론의 지향점과 그것이 갖는 한계를 언급하였다. 〈태허흥선의 현실 인식과 불입종 창종〉은 불교 혁신을 위해 불입종을 세운 태허흥선의 신앙불교와 생활불교, 그의 역사인식 등을 살펴본 글이다. 〈만화희찬과 오대산 총림화〉에서는 한암, 탄허의 계승자인 만화희찬이 전쟁의 상흔과 함께 정화 이후 비구와 대처의 갈등이 남아 있던 오대산 월정사에서 복원 불사를 벌이고 사세를 확장시켜 갔음을 높이 평가하였다.

《한국불교사 궁구》는 2책에 걸쳐 총 32편의 글이 실려 있는 거작으로, 한정된 서평의 지면을 감안하여 글들의 개요를 간단히 소개하는 데 그칠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은 일반적 의미의 체계적인 한국불교통사로 보기는 어렵지만 전 시기에 걸쳐 저자의 관심 주제들을 다루고 있어 저자가 생각하는 학문적 궁구의 도정과 불교사관을 엿볼 수는 있다. 한국불교사에 대한 ‘궁구’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저자의 다짐처럼, 씨줄과 날줄을 엮어 저자 나름의 관점에서 한국불교의 전체상을 그려보고 해석하는 작업이 계속될 것이기에 훗날의 평가를 기약하면서 요약 수준의 서평을 마친다. ■

 

김용태
동국대 불교학술원 HK교수. 서울대 국사학과 박사(한국불교사 전공). 주요 저서로 《한국불교사》(東京 春秋社 刊), Glocal History of Korean Buddhism 《조선 후기 불교사 연구: 임제법통과 교학전통》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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