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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경제공동체 복원을 위한 구상* / 윤성식
[79호] 2019년 09월 01일 (일) 윤성식 profyoon@korea.ac.kr

 * 이 글은 2019년 7월 4일, 고려대학교 불자교우회가 주최하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되었던 제1차 불교경제경영포럼의 발제문 초록이다..

   
 

부처님은 돈을 열심히 벌라고 하셨으며 상업, 금융업, 부동산업을 장려하고 부자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계셨다.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오랜 기간 이자를 인정하지 않았던 것에 비해 불교는 이자를 적극적으로 허용하였는데, 역사를 통해 보면, 사찰은 무진장, 장생고, 보 등의 이름으로 금융기관의 역할을 수행하였다.

또한 인도, 중국, 한국, 일본은 모두 불교경제공동체의 역사가 있는데, 토지를 소유하고 농민과 노비 등의 노동력을 소유하면서 농업과 수공업은 물론이고 금융기관의 역할도 하였다. 그런 연유로 사찰의 경제력이 과도하여 중국과 한국에서는 왕권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러 불교 탄압을 초래하기도 하였다. 일본의 경우를 보면, 오사카를 중심으로 탄생한 상업자본은 진종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였는데, 일본 진종은 단순히 종교단체를 뛰어넘어 경제공동체를 형성하였던 바도 있다. 

나아가 불교는 생존이 힘든 사람에게 복지를 제공하기도 하였는데, “집도 없고 절도 없다.”는 속담은 불교 사찰이 복지시설로 활용되었음을 보여준다. 현대에도 대만불교의 경우는 불교 복지활동의 성공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눈을 현실로 돌려, 불교경제공동체의 사례를 보면, 조계종 총무원 사업인 감로수 사업 등과, 남원 실상사의 인드라망 생명공동체 활동을 볼 수 있다. 개신교의 사례는 성남 주민교회의 경우 조합원 2만5천 명에 자산은 1,270억 원 규모의 주민 신협이 결성되어 서민금융의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약 50억 원을 이용하는 9천여 가구로 구성된 주민생협이 있어서 소비자 생협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지상 12층 건물에는 주택 12가구, 원룸 66가구가 태평동락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다. 또한 기독교의 수도권 특수지역선교위원회는 빈민지역에 선교활동을 하기도 하였다. 천주교는 수천억 원 규모의 수익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같이 불교보다 타 종교의 경제공동체 활동이 활성화되어 있으며, 불교는 최근 경제공동체 활동이 미약한 데다가 사찰재정도 악화되고 있다. 나아가 불교 신도가 감소하여 보시금이 감소하고 있고, 비어 있는 사찰이 늘어나고 있는데, 사찰 재정의 상당 부분을 정부 지원에 의존하는 형편이라고 한다. 신도의 감소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불교인의 비불교적 사고와 행동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제는 부처님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하는 시점에 있다고 하겠다.

 

부처님에게 돌아가는 것은 곧 불교교리의 현대화를 의미한다. 불교교리의 현대화란 부처님의 근본 사상으로 돌아가 불교 본연의 모습을 되찾는 것이다. 우선 경제와 경영부터 부처님의 뜻으로 돌아가는 것을 제안하고자 하는데, 현대는 불교, 기독교, 이슬람교보다 ‘돈교’가 더 위력을 발휘하는 세상이며, 돈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종교는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장식품이나 사교클럽에 불과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불교교리를 현대화하지 않으면 불교 인구는 급속도로 감소할 것으로 판단되며, 이제 불교는 중생구제를 외면하면 안 될 것이다. 불교교리의 현대화는 경제, 경영 문제를 비켜 갈 수 없는데, 불교적으로 벌고 불교적으로 써야 하며, 돈 문제의 불교적 해결을 통해서 불교교리를 배우는 학습의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불교경제와 불교경영에 대한 관점을 정립하여야 할 것이다. 따라서 불교경제공동체는 경제, 경영을 연기적 관점에서 해결하는 방안으로서 사찰에도, 신도에게도, 국가에도 이익인데, 대승불교의 자리이타 사상에 부합한다고 하겠다.

그러므로 불교경제공동체는 불교교리의 현대화를 위한 좋은 방편이 된다. 불교경제공동체 구축과 불교교리의 현대화를 동시에 추진하는 것은 일거양득이 될 수 있다. 불교경제공동체는 단순히 돈 문제만 해결하는 곳이 아니라, 깨달음의 길을 가는 수행자의 온 · 오프라인 수행공간이 될 것이다.

 

불교경제공동체는 사람들이 공동으로 모여 사는 물리적 공간에 국한될 필요가 없다. 생각과 행동이 연결되는 곳이면 어느 곳이든 불교경제공동체가 될 수 있다. 불교경제공동체는 불교적으로 돈을 벌고 쓰기 위해 불자끼리 서로 돕는 네트워크이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사찰에서, 사회에서 불교경제관과 불교경영관에 의하여 생각하고 행동하면, 그 장소가 바로 불교경제공동체이다. 시공간을 뛰어넘어 사이버 공간에서도 불교경제공동체를 복원할 수 있다. 사이버 공간에만 국한되지 않고 오프라인과 결합한 ‘온 · 오프 불교경제공동체’를 구축할 수 있다. 또한 오프라인은 배제하고 온라인만으로도 불교경제공동체 구성이 가능하다. 불교경제공동체는 소규모 네트워크가 중첩되어 연계된 거대한 네트워크인데, 사찰의 네트워크, 불교기업인 네트워크, 불교학자 네트워크 등을 생각할 수 있다. 

더 나아가 공동으로 연구하고 교육하며 실천하는 인드라망 불교경제공동체를 제안하는데, 대승불교의 자리이타는 연기적 사고와 연기적 활동을 필요로 하며, 경제활동과 경영활동은 어차피 공동체적 활동이다. 사부대중을 넘어 중생의 공동 이익을 추구하여 타 종교인, 무종교인도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불교경제공동체는 새롭고 다양한 대안 제시가 가능한데, 소유보다는 임대, 공동 소유를 강조하는 공유경제, 협력적 소비(collabo-rative consumption), 대안경제, 지역화폐 등의 불교교리에 부합하는 새로운 조류를 실천하는 불교경제공동체가 가능하다. 새로운 경조사 문화의 시범적인 실시도 가능하며, 사찰과 민간기업이 공동으로 생산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불교은행 설립 혹은 기존 은행과 제휴, 사찰과 불자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생산자 협동조합, 소비자 협동조합을 결성할 수 있을 것이다.

 

불교경제와 불교경영에 대한 체계적 연구를 통해서 불교교리의 현대화를 추구하며, 불교자본주의 즉 연기자본주의를 경제와 경영에 접목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는 불교경영인증제를 실시하여 불교교리에 따라 경영하는 기업과 사찰을 인증할 수 있다. 불교경제관과 불교경영관을 사부대중에게 교육할 필요성이 있는데, 오늘날의 청소년들에게도 경제교육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다.

모든 불교 신도가 참여하는 불교 포탈을 구축하여 사이버 불교경제공동체를 형성할 것을 제안한다.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을 구축하는 공간으로서 불자의 신뢰와 국민의 신뢰를 받는 공간을 형성하는 것을 지향하는데, 신뢰할 수 있는 정보는 무한한 가치를 창조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경제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 된다면 비불자도 신뢰하는 곳이 될 수 있는데, 신뢰를 제공할 수 없는 불교라면 종교로서 가치가 없다고 할 수 있다.

불교경제공동체는, 참여자가 이익을 얻고 수행자로 변화되는 모범을 제시하며, 비불자에게 새로운 경제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 기업경영에 관한 불교적 지혜를 제공하는 컨설팅도 가능하며, 한국의 스티브 잡스 만들기 운동을 생각해볼 수 있는데, 미국의 ABC방송은 스티브 잡스의 경영은 선불교적인 경영이라고 하였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똑똑한 소비자 운동으로서 잘못된 기업을 소외시키는 활동도 가능하다. 

 

불국정토 사상에는 3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첫째, 죽은 후에 가는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정토 사상이 있으며, 둘째, 정토는 마음의 산물이므로 개인의 변화로 이 땅을 정토로 받아들이자는 사상도 있는데, 이는 개인의 변화를 지향한다. 그리고 세 번째는 세상을 바꾸어 이 땅을 불국정토로 만들자는 개혁적인 사상도 있는데, 이는 사회의 변화를 지향한다. 

그리고 불교경제공동체는 불국정토를 위한 나와 사회의 변화를 지향하는데, 우선 불교경제공동체는 나의 변화를 위한 수행자의 공간이어야 한다. 사회의 일부분인 불교경제공동체부터 불교의 지혜로 바뀌어야 한다. 불교가 모범을 제시하고 영향을 미침으로써 세상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시장자본주의를 외면하고 이 땅에 불국정토의 건설은 불가능하다. 부처님도 가난으로 인한 고통이 죽음으로 인한 고통보다 크다고 말씀하셨으며, 불국정토를 건설하려면 현대인의 가장 큰 고통인 돈 문제를 불교적 지혜로 해결하여야 한다. 불교경제공동체는 돈 버는 곳이 아니라 돈 문제를 불교적 지혜로 해결하기 위한 불교인의 인드라망이 되어야 한다. 

 

알 수 없는 세상, 불확실성이 가득 찬 세상에서는 최적의 방법을 미리 알기 어려운데, 각 사찰과 구성원의 성격, 주변 환경, 경제 상황, 국제 질서 등이 주요 변수이다. 불교경제공동체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진화해가야 하며, 오류와 실패와 수정은 필수적이다. 끊임없이 조직도 활동도 변하는 포럼이 되고 진화하는 포럼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무궁무진한 대안이 가능한데, 불교은행 같은 금융기관, 생산자 협동조합, 소비자 협동조합, 사찰과 민간기업의 전략적 제휴 등도 가능하다.

사찰을 중심으로 혹은 재가자 단체를 중심으로 개별 공동체인 소(小)불교경제공동체가 가능하다. 소불교경제공동체는 연결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메타불교경제공동체의 생태계를 구성할 수 있다. 모범적인 불교경제공동체는 살아남고, 나머지는 도태될 것이다. 즉 경쟁과 벤치마킹이 펼쳐질 것이다. 불교교리를 외면하고 이익만 추구하는 활동을 스스로 정화하는 기능도 필요하다.

개별 불교경제공동체의 자율과 책임이 성공의 열쇠이며, 메타불교경제공동체가 자발적으로 구축되지 못할 경우에만 종단의 역할이 필요하다. 종단의 제한적 역할은 지원하되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킬 필요가 있다. 즉 종단은 모범적인 개별 불교경제공동체를 지원하며, 메타불교경제공동체를 위한 플랫폼만 구축하고 메타불교경제공동체가 진화하도록 환경만 조성하여야 한다.

불교는 깨달음을 추구하는 종교지만 깨달음조차 추구하지 말아야 하는 종교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불교경제공동체는 사찰, 종단, 신도에게 모두 이익이 되지만 이익을 추구하면 안 된다. 오직 불교적 지혜에 따라서 경제활동을 할 때 이익은 부수적으로 생기는 것이다. 어떻게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내 가족과 친구에게 최소의 비용으로 제공할까를 고민하여야 한다. 

초기 경전인 《숫타니파타》에는 “살아 있는 모든 것은 행복하여라.”라는 말씀이 있다. 불교적으로 벌고 불교적으로 써야 행복한 경제생활이 가능하다. 불교적으로 경영해야 구성원도 행복하고 고객도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

 

윤성식 / 고려대 명예교수. 고려대 행정학과, 미국 오하이오대 경제학과 졸업. 일리노이대 회계학 석사를 거쳐 UC버클리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동국대 대학원에서 불교학 석사 · 박사 학위를 받았다. 텍사스대학(오스틴) 경영대학원 교수,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등 역임. 주요 저술로 《불교자본주의》 《예산론》 《공공재무관리》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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