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탈종교화 시대, 불교의 위상과 역할

1. 서언

1966년 4월 8일 자 뉴스잡지 〈타임(Time)〉의 커버 스토리 제목은 “신은 죽었는가?(Is God Dead?”였다. 당시 이 잡지에서는 신학 분야에서 신(神, God)을 제외하는 경향이 등장하면서 종교의 세속적 측면이 부각되는 연구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을 분석하였다. 특히 현대과학계에서 자연계를 설명하기 위해 종교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경향들이 나타나고, 현대 철학이 종교학 분야에서 응용되는 현상들을 주목하였다. 

이러한 내용이 알려지자 서양 종교계에서는 〈타임〉 기사에 대하여 크게 반발하여 논쟁을 벌였으나 오히려 이때부터 탈종교화 현상을 일반인들이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40여 년이 지난 2009년 시사주간지 〈뉴스위크(Newsweek)〉는 “기독교 국가 미국의 쇠락(The decline and Fall of Christian America)”이라는 표지 기사(2009년 4월 13일 자)와 함께 “미국 기독교의 정치 및 사회적 영향력이 감소되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그 근거로 “스스로 크리스천이라고 믿는 사람의 비중이 1990년 86%에서 2009년 76%까지 10%포인트 줄었을 뿐만 아니라, 종교가 없다고 응답한 사람들 역시 같은 기간 8%에서 15%로 크게 늘었다”라고 분석하였다.

이때부터 언론계에서는 탈종교 시대가 도래했다는 표현들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그렇지만 탈종교(脫宗敎)라는 용어는 학문적 용어로 자리 잡았다고 말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왜냐하면 탈종교 현상에 대한 분석적 관점이 다양할 뿐만 아니라 개념을 일의적으로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탈종교라는 용어 대신에 ‘종교의 위기’라고 표현하는 학자들도 있다.

우에다 노리유키(上田紀行, 1995)는 《종교의 위기》라는 저술에서 ‘초종교, 메타종교적 발상’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그는 “종교의 위기는 종교가 일으키는 위기이며, 동시에 종교 자신의 위기”라고 진단하면서 기존 제도종교의 혁신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우드노우(Robert Wuthnow, 1997)는 《교회 내의 위기(The Crisis in the Church)》에서 세 가지 위기 양태를 설명하였다. 미국 교회들이 직면하고 있는 세 가지 위기는 ‘재정의 위기, 종교성의 위기, 신뢰성의 위기’ 등이다. 이러한 분석은 종교 조직들이 재정적으로 곤란을 겪고 있는데 이는 종교 내부적으로는 종교성이 쇠퇴하는 데 기인하며, 사회적으로는 성직자들이 신뢰를 상실했기 때문에 종교에 대한 비판이 증가하고, 사회적 지지기반이 약화되었다고 진단했다. 

해리스(Sam Harris, 2004)는 《종교의 종말(The End of Faith)》에서 9 · 11테러를 비롯하여 각국에서 벌어지는 종교라는 이름으로 자행되고 있는 종교전쟁이 반목과 비이성으로 치달아가고 있는데,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종교의 종말이라는 파괴적 대안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참선, 명상과 같은 동양의 영성 훈련, 신비주의적 수행이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와 같이 많은 종교학자들이 종교의 위기, 종교의 종말을 주장하였는데 최근 들어서는 이를 대체하는 ‘탈종교’라는 용어가 등장하였다. 우리나라에서 탈종교라는 개념의 저술이 등장한 것은 1982년 원광대학교에서 출판한 류병덕(柳炳德, 1930~2007)의 《탈종교 시대의 종교》가 최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탈종교 현상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된 것은 2018년도부터 각종 세미나의 주제 혹은 부제로 사용되면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연구의 일천함으로 인해서 탈종교라는 표현이 인구에 회자되고는 있으나 학문적, 이론적 체계를 갖춘 용어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글에서는 이와 같은 사회적 배경을 바탕으로 탈종교의 의미를 몇 가지로 유형화해보고, 불교적 관점에서 탈종교 현상이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간략하게 살펴보고자 하였다.

 

2. 탈종교화의 개념과 유형

탈종교화는 아직까지 종교 사전이나 일반 사전에 등재된 용어는 아니다. 또한 이 용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에 따라 의미가 조금씩 차이가 있다. 탈종교화를 주장하고 있는 사람들의 의견을 종합하여 유형화해본 결과 탈종교화 현상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특징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1) 무종교인의 증가로 나타나는 탈종교화

무종교인이 증가하는 종교적 현상을 탈종교화(脫宗敎化)라고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세계 각국에서 종교인구 분포를 분석해 보면 무종교인의 비율이 점차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학자들이나 언론에서 탈종교화 현상으로 개념화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탈종교화라고 할 수 있다. 

무종교인의 증가는 세계적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북구 유럽에 속하는 네덜란드의 무종교인구 비율은 1909년 5.1%, 1971년 23.6%, 1981년 27.3%, 1988년 32%, 2018년 42.7%로 지난 100년 동안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잉글랜드와 웨일스 지역의 무종교인의 비율은 2011년 조사에서 25%였는데, 2014년에는 48.5%로 증가하였다. 반면에 성공회 및 가톨릭 등 기독교 신자 비율은 43.8%로 반수 이하로 급락하였다. 

미국의 경우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 조사에 따르면 무종교인구 비율은 1980년대는 5~8% 정도로 조사되었는데 2008년도에는 16%, 2015년도에는 22%로 증가하였다. 2008년도 미국의 종교인구 비율은 개신교 51%, 가톨릭 25%, 무종교 16%, 기타 8%(이슬람, 유대교, 불교, 힌두교 등 포함) 등으로 나타났다. 종교 관련 여론조사 기관인 공공종교연구원(PRRI)은 미국의 백인 기독교인 비율이 2017년 43%로 낮아졌다고 발표하였다. 이 조사에 따르면 미국 사회에서 전체 개신교 및 천주교를 포함한 모든 기독교인의 비율은 2017년 70% 정도로 조사되었으나 특히 백인 중에 기독교 인구 비율은 급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무종교인이 증가하는 현상을 필 주커먼(2018)은 ‘종교 없는 삶’으로 규정하였다. 종교 없는 삶이란 결국 무종교인으로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주커먼은 종교 없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원인을 다음과 같은 네 가지로 제시하였다. 

첫째, 종교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저술을 통해 종교를 조롱하고 논쟁으로 끌어들인 것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한다. 주커먼의 주장에 따르면 ‘우주에는 신이 없다’라고 주장한 데이비드 밀스, 이기적인 유전자를 저술한 리처드 도킨스, 크리스토퍼 히친스, 샘 해리스, 존 스튜어트, 스티븐 콜버트, 빌 마허 등과 같은 저술가들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들 몇 사람의 저술가들의 주장이 종교적 신념이 투철한 다수의 사람이 자신의 종교를 버리게 만들었다고 주장하기에는 다소 근거야 약하다.

둘째, 기독교 복음주의로 대표되는 종교단체의 보수적인 정치색이 무종교인의 증가 요인이라는 주장이다. 즉, 동성애 및 낙태 반대, 줄기세포 연구 반대, 총기규제 반대, 테러에 대한 보복전쟁 옹호 등의 문제들에 대해서 상충되는 종교적 주장들이 난무하면서, 이와 관련된 이해당사자와 설득되지 못한 사람들이 기존의 종교를 버리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는 것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다르면 개별 종교인들은 심각한 갈등에 휩싸이게 되고 마음이 불안해질 수 있다. 이때 자신이 믿던 종교에 대한 경위심이 사라지면서 냉담자가 되거나, 종교단체에서 벗어나려는 욕구가 커질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종교단체의 정치색이 무종교화되기보다는 자신들의 종교적 신념을 지켜내기 위해 오히려 종교적 가치관을 반영한 정치단체를 만들기도 하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무종교인 증가의 결정적 요인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셋째, 종교인과 종교단체의 타락이 탈종교화 현상을 촉발시켰다는 주장이다. 종교인의 타락은 이를 막지 못한 종교단체에 대한 사회적 비판을 불러일으키고 종교활동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종교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의 약화는 종교의 사회적 지지기반을 훼손함으로써 탈종교화를 가속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경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그 반대의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즉, 위기에 직면한 종교단체를 구하기 위해 신도들이 더욱 결속하여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종교인의 타락이나 특정 종교단체가 위축되는 것에는 다른 요인들도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넷째, 필 주커먼은 여성의 사회활동 증가도 탈종교화의 주된 원인이라고 주장하였다. 사회활동으로 바쁜 여성들은 종교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이로 인해 남편이나 아이들도 탈종교화 경향에 동조하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주장이다. 물론 사회활동을 하는 여성들이 종교활동 참여에는 제약을 받을 수 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신앙심까지 쇠잔해지는 것은 아니다. 사회활동이 활발한 여성들이 오히려 종교활동 참여에 적극적인 사례들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2) 기존 종교의 권위에 도전하는 탈종교화

기존의 제도종교의 권위에 대하여 비판적이거나 부정적 태도를 보이거나 냉담자가 되는 사람이 많아질 경우 탈종교화 현상이라고 규정하기도 한다. 이런 종교인들의 경우 기존 제도종교권에서 이탈하지는 않지만 신행활동의 참여 방법을 전환하는 양태를 보여준다. 

종교의 권위에 대한 도전은 성직자의 권위에 대해 도전하거나 종교단체의 권능을 부정하는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성직자와 종교단체에 대한 불신, 불만, 불쾌 등이 작용하는 경향이 크다. 

미국에서 성직자의 도덕성과 윤리성에 대한 신뢰도에 대한 갤럽의 조사결과를 보면 1977년 조사가 시작된 이래 신뢰도가 계속 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갤럽의 조사결과들을 종합해 보면 ‘매우 신뢰한다 혹은 신뢰한다’ 등의 긍정적 응답은 1985년도 67%, 2009년 50%, 2013년도에 47%, 2017년도 42%, 2019년도 36% 등으로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도 미국에서 신뢰도가 높은 직업군을 보면 간호사 82%, 군인 71%, 교사 66%, 의사 65%, 약사 62%, 경찰관 56% 등이다. 2019년도 조사는 군대 73%, 소규모 사업장 68%, 경찰 53%, 대통령직, 연방대법원 38%, 종교 36% 등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통계자료를 보면 성직자가 다른 직업군에 비하여 신뢰도가 현저하게 낮아진 것을 알 수 있다.

성직자에 대한 신뢰도의 추락은 평신도들이 기존의 제도화된 종교계의 행태에 실망하여 등을 돌리는 현상을 촉진시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을 비롯하여 서구나 동양의 종교계를 막론하고 신뢰의 위기에 직면한 것은 윤리성과 도덕성 타락, 만연하는 성추문, 헌신보다는 군림하는 이미지와 특권계층화, 종교재산의 사유화, 사회적으로 순기능적 역할 약화 등의 요인들에서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탈종교화 현상이 기존 종교인들의 적극적인 종교활동을 위축시키는 양태가 현실화되고 있다. 매주 혹은 매월 정기적으로 행하던 신행활동을 중단하거나 혹은 자신들만의 종교활동으로 독립적 신앙행태를 보여주기도 한다. 종교계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현상은 기존 종교단체의 소멸과 새로운 종교단체 형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3) 종교 혼합주의로 나타나는 탈종교화

탈종교화 현상은 세계종교, 제도종교에서 활동하던 종교인들이 유사 신종교에 관심을 갖거나 이중종교성, 복합종교성, 혹은 종교혼합주의적 성향을 띠는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유사 신종교는 같은 계열의 종교단체이지만 기존의 종교활동과는 전혀 다른 형태를 의미한다. 불교계의 예를 들면 전통불교 신도가 원불교나 창가학회 등으로 이동하는 형태를 말한다. 원불교는 1916년 소태산 대종사의 깨달음으로 시작된 신흥종교이다. 1930년 개교한 창가학회는 일본의 일련정종 분파이지만 1952년 종교법인으로 출발하면서 우리나라에도 진출한 불교 관련 신흥종교단체이다. 이 외에도 다양한 불교단체들이 출범하면서 제도화된 불교 종단에서 신행활동을 하던 신도들이 이들 종교로 유입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기존의 제도종교에 대한 반발과 권위의 부정이 유사한 신흥종교로 전환하는 특성을 보여준 것이다.

기독교계에서는 성공회 신부였던 존 웨슬리(1703~1791)의 감리교 교단 창시 사례를 통해서 유사 신종교가 어떻게 변화해 가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웨슬리는 성공회 신부로 일생을 살았지만 인디언들에게 복음을 전하려는 사명으로 북아메리카로 건너갔다. 인디언 설교는 실패했지만, 영국으로 돌아와 민중들을 설득하여 영국 성공회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신흥종교를 설립하게 되었다. 1784년 독자적인 성직자 임명을 강행함으로써 영국 국교회인 성공회의 통제를 받지 않는 감리교단의 사역활동이 시작되었다. 

이와 같은 사례들은 제도화된 종교들이 민중들의 종교적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권위주의적 경향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구성원들은 새로운 종교활동을 모색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신흥종교 단체들 중에서는 더 나아가 다른 종교의 이념이나 교리를 수용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인도의 시크교도는 힌두교인이 이슬람교 성지인 메카를 순례하고 나서 이슬람 신앙과 힌두교를 혼합하여 만들었다. 15세기 말 펀자브 지방에서 나나크가 창설한 혼합종교의 하나인 시크교는 인도에서 이슬람 국왕이 통치하던 무굴제국 시대에 형성되었다.

톰 크루즈가 믿는 종교로 유명해진 신흥종교단체 사이언톨로지(Scientology)는 미국의 공상과학소설가 로널드 하버드가 1954년 창시하였다. 사이언톨로지는 진리탐구와 깨달음을 의미하는 라틴어를 차용한 명칭이다. 이 종교단체는 신과 같은 초월적 존재를 부정하고 과학기술이 인간의 정신을 확장시키며 인류의 제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신념을 전파하고 있다. 독일과 벨기에 등 일부 국가에서는 불법 종교단체로 규정할 정도로 선호가 갈리는 신흥종교집단이다. 이러한 종교단체가 전 세계 800만 명의 신도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은 기존의 제도종교에 큰 경각심과 자성을 요구한다고 볼 수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유명 엔지니어인 레반도브스키(A. Lewando-wsky)는 2017년 ‘인공지능(AI)’을 ‘신(神)’으로 섬기는 교회를 설립했다. 이 교회의 이름은 ‘Way of the Future(미래로의 길)’로 알려져 있는데 “컴퓨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해 개발한 AI를 신으로 인식하고 받아들여 예배하는 것이 목표”라고 하였다. 이 종교단체에서는 “인간보다 수십억 배 현명한 존재가 될 수 있는 인공지능은 실질적인 신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종교계에서는 이러한 AI 교회 현상에 대해 “눈에 보이는 실질적인 것들이 종교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종교혼합주의, 혹은 이중종교적 현상은 자신의 종교를 버리지 않으면서도 다른 종교의 가치관을 수용하는 행태를 말한다. 유대인들 중에서 유대교 신앙생활을 하면서 불교의 명상이나 요가를 수행하는 사람들이 등장하면서 이중종교라는 개념이 등장하게 되었다. 대표적인 인물로 유발 하라리는 자신의 저서 《사피엔스》에서 명상의 생활화를 특별히 강조하고 있다. 하라리는 유대인의 신념을 버리지 않으면서 불교의 명상을 추구하는 이중종교성을 보여주고 있다. 다양한 종교의 장점들만 골라서 섭렵하는 경우에는 다중종교성을 갖고 있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기존의 종교에서 만족하지 못하는 종교인들이 다른 종교에서 종교적 욕구를 충족하려는 의도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3. 한국불교의 탈종교적 신행행태와 과제 

1) 한국불교의 탈종교화 현상

(1) 불교인구의 급속한 감소

불교계에서 직면한 탈종교화 현상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불교인구의 감소 및 신행활동 인구의 감소이다.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 자료를 연도별로 분석해 보면 전체인구 중에서 불교인구 비율은 1995년 23.2%에서 2005년 22.8%, 그리고 2015년 15.5%로 감소하였다. 이러한 결과치는 다른 종교에 비하여 특히 불교인구가 감소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탈종교화 현상으로 인해 가장 수축되고 있는 종교는 불교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무종교인구 비율은 1995년 49.6%에서 2005년 47.1%로 다소 감소하였으나 2015년도에는 56.1%로 급증하였다. 통계청 조사결과를 보면 무종교인구는 불교인구 중에서 이탈한 사람들이 주로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2015년도 조사에서 불교인구 감소의 원인은 조사 방법이 기존의 방문 전수조사에서 인터넷 조사와 방문조사를 병행한 방식 때문에 나타난 현상으로 진단하기도 한다. 그러나 약간의 정도 차이는 있다 할지라도 불교인구 감소라는 대세를 부정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통계청의 조사결과를 분석해 보면 기독교계에서 개신교는 수치상으로 큰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천주교가 다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이는 천주교 교단에서 발표하는 자료와 큰 차이가 없다. 군소 종단들의 변화도 약간 있으나 눈에 띄는 변화를 찾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보면 불자들 중에서 탈종교화 현상으로 주목할 만한 인구변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불교인구의 감소 현상이 뚜렷해진 것은 불교계 내에서 종교 환경 및 종교성의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어린이 · 청소년층에 대한 포교방법의 부재와 30~40대의 젊은 층에 대한 효과적인 접근방법을 개발하지 못한 것이 시간이 지날수록 불교인구 감소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또한 불교의 신행방법에 만족하지 못하거나 전통불교 종단들의 신행활동, 사찰 및 종단 운영 등에 반감을 갖는 사람들이 종단을 이탈하거나 새로운 종교단체를 설립하는 현상들도 나타나고 있다. 

(2) 신흥 불교단체의 등장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간한 《2018년 한국의 종교현황》에 따르면 불교계의 종교단체 수는 총 482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146개는 해당 단체의 협조를 얻어 확인된 단체이고 미확인 단체가 336개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문광부에서 확인한 불교종단들 중에서 사찰의 수가 1개인 단체가 58개(39.7%), 2~5개 사찰 27개(18.5%), 6~10개 사찰 8개(5.5%), 11~50개 사찰 22개(15.1%), 51~100개 사찰 6개(4.1%) 101~200개 사찰 12개(8.2%), 201~1,000개 사찰 9개(6.2%), 1,000개 이상 사찰 4개(2.7%) 등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분포를 보면 전체 불교종단 중에서 약 63.7%인 93개 종단이 보유 사찰의 수가 10개 미만인 초미니 종단 규모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들 종단은 비교적 최근에 설립되었다. 이들을 포함하여 100개 미만의 사찰을 보유한 소규모 종단은 확인된 종단 146개 중에서 82.9%인 121개로 나타났다. 보유 사찰의 수가 가장 많은 종단 순으로 살펴보면 한국불교태고종 3,526개, 대한불교조계종 3,185개, 대한불교대각종 1,629개, 대한불교미타종 1,586개 등으로 조사되었다. 

현재 한국불교종단협의회에 가입된 종단의 수는 총 29개로 협의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중 전통적인 4대 종단으로 분류하는 대한불교천태종은 160개, 대한불교진각종은 116개소로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사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점을 보면 사찰의 수가 많다고 해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종단은 아님을 알 수 있다. 또한 전체 종단들 중에서 조계종이라는 명칭이 포함된 단체는 약 10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들 중 다수는 조계종단에 승적이 있었음을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분석해 보면 다수의 신흥종단이나 불교단체들이 조계종을 비롯해서 규모화된 거대 종단에서 벗어나서 활동하거나 개인적인 원력으로 종단과 사찰을 만드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전체 146개 종단의 사찰 중에서 승려 수가 1명인 사찰이 52개소로 35.6%에 달하였다. 이는 전체 종단의 3분의 1 이상이 1사찰 1인 거주 종단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승려 수가 2~10명 미만인 종단은 34개 사찰 23.3%, 10~100명 미만인 종단은 22.6%, 100~1000명 미만인 종단은 21개 144.4%, 1000명 이상인 종단은 6개 4.1%로 나타났다. 이를 보면 전체 146개 종단 중에서 승려 수가 10명 미만인 종단이 58.9%로 과반수에 달하였다. 이것은 불교계의 종단 중 과반수의 단체가 종단을 표방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개인 사찰이나 단체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와 같은 불교계의 종단 난맥상이 나타난 가장 주된 이유는 법인이나 단체설립이 자유롭고, 출가를 규제하거나 점검할 법이 없기 때문에 빚어진 현상으로 분석된다. 이들 중 다수는 대한불교조계종단을 비롯한 규모화된 종단에 소속되었던 스님들이 독립했거나 정상적인 출가 및 수계 절차 없이 개인의 원력으로 삭발염의한 사례로 보인다. 현재 대한불교조계종단의 종도를 제외한 출가자들이 불교를 공부할 수 있는 대학은 동국대, 위덕대, 원광대뿐이고 서울불교대학원대학, 동방불교대학원대학, 능인불교대학원대학 등이 전부이다. 여기서 공부한 사람들의 수를 분석해 보면 승려임을 표방하는 다수가 정규적인 불교 공부나 수행과정 없이 삭발염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외에도 재가불자들이 종교단체를 설립하여 운영하는 사례들도 있다. 이들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는 ‘대승불교양우회’를 꼽을 수 있다. 이 단체는 2003년 발족하여 2006년 재단법인 설립등기를 통해 독립종단을 표방하였다. 생활 속의 대자유를 추구하는 양우회는 재가불자 중심으로 운영되는 종단으로 전라북도 완주에 위치한 삼방사 본원을 비롯하여 전국에 8개 사찰과 지부가 운영 중이다. 

재가불교단체로 주목할 만한 단체는 한국불교연구원이다. 동국대학교 교수로 재직했던 불연 이기영 교수의 원력으로 설립된 이 단체는 1974년 설립되어 서울, 대구, 부산, 대전 등지에 지역 구도회를 설립하고, 1988년 교육기관 유마학당 설립, 2001년 수련원 유마정사 건립, 2013년 유마정사 법당 낙성 등의 발전과정을 거쳤다. 의료봉사단체인 무량감로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국제학술세미나 등을 유치하면서 불교학 발전과 재가불교 인재 양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재가불교 단체들이 전국적으로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현상은 종단의 설립과는 또 다른 특징을 내포하고 있다. 이들 단체의 대다수는 전통 종단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게 독립적으로 신행활동을 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이러한 풍토는 전통 종단이 재가불자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대만불교계에도 한때는 동수회(同樹會)라는 형식의 재가단체들이 많았으나, 현재는 그들 중 다수가 신흥 사대종문이라고 할 수 있는 종단에 편입되는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각 종단이 재가불자들의 종교적 욕구를 충분히 충족시켜줄 경우 재가 신행단체들은 주요 종단으로 흡수되는 경향이 나타날 수도 있다. 

(3) 출가자의 급격한 감소

조계종 통계자료에 따르면 승려 기초교육을 마친 출가자의 수는 1999년 532명에서 2009년 266명으로 절반이 줄었다. 이는 해마다 출가 지원자 자체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남성 출가 지원자의 경우 감소율이 두드러진다. 2007년 기초 승려교육에 지원한 남(男)행자는 271명에서 2008년 198명으로 26.9% 줄었다. 여(女)행자의 수도 2005년 143명, 2007년 109명, 2008년 118명으로 이때부터 이미 출가자는 전반적인 감소 추세로 돌아섰음을 보여준다.

2005년 제25회 조계종단 구족계 수계산림에서는 467명(비구 254명, 비구니 213명) 등이 구족계를 수지하였다. 2010년 제30기 구족계 수지자는 비구 155명, 비구니 121명 등 총 276명의 예비승들이 구족계를 수지하였다. 이후 구족계 수지자는 2011년 274명, 2012년 293명, 2013년 257명, 2015년 212명, 2016년 203명으로 줄어들었다. 2018년 구족계 수지자는 189명(비구 124명, 비구니 65명), 2019년도는 169명(비구 96명, 비구니 73명)이었다. 2007년까지 구족계 수지자는 300명이 넘었었다. 그러나 2008년부터 2016년까지 200명대로 감소하더니 2017년도부터 100명대로 줄어들었다. 

출가자 감소는 사찰운영 및 포교활동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게 된다. 사찰의 삼보정재를 관리할 수 있는 주지 스님을 구할 수 없게 되면 폐사찰이 증가하게 되고, 포교 일선에서 지도력을 발휘할 스님이 없으면 포교의 구심점이 없어짐으로써 포교활동에 큰 타격을 주게 된다. 출가자 수의 급격한 감소는 불교계가 탈종교화 현상의 가장 중심에 들어서 있음을 보여주는 통계자료이다. 

(4) 불자들의 신행활동 위축

불자들의 신행활동 변화는 주로 초하루 법외나 일요법회, 불교대학 등의 프로그램 참여자의 변화로 파악할 수 있다. 불교계에서 사찰 법회 동참자의 수를 구체적으로 통계화한 자료는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찰에서 전통적인 법회 동참자의 수가 감소하고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러한 징후는 불교계의 언론기관에서 이미 다양하게 보도하고 있기 때문에 잘 알려진 사실이다. 다만 사찰에 따라서 불교대학 교육 등 교육법회의 경우 동참자가 증가하는 사례를 일부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증가는 해당 사찰에서 적극적으로 포교활동을 한 결과로 전국적으로 보면 극소수에 불과하다.

농어촌에 있는 사찰의 다수는 인구 고령화와 젊은 층의 이탈로 인해 법회 운영이 어려워지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지역사회 인구 중에서 사찰의 법회에 정기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연령층이 크게 감소한 탓도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요인은 사찰의 법회의 내용과 방법이 현대인의 삶을 더 행복하고 유의미하게 변화시키는 데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법회의 형식, 방법, 설법 등에서 변화가 나타나지 않으면 불자들이 되돌아오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또한 불자들도 일상생활이 여의치 않고,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고, 사회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사찰을 찾고, 법회에 동참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것도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5) 불교 명상의 보편화 현상

전제 국민 중에서 불교인구 비율의 감소, 사찰의 법회와 불교교육 동참자의 감소 등과 같은 현상과는 반대로 불교문화와 수행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현대인들이 정신적, 육체적 건강에 큰 관심을 갖고 있으며, 그 기대를 불교문화와 수행방법의 체험을 통해 해소하려는 욕구가 커지기 때문에 나타났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공중파 및 케이블 방송을 비롯한 여러 방송 매체들이 사찰의 템플스테이, 사찰음식, 명상 등을 주제로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사찰음식으로 유명한 스님이나 관련 사찰들이 방송에서 자주 소개되는 것은 현대인의 육체적 건강을 증진시키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서 사찰음식은 종교와 관계없이 관심을 갖는 방송 아이템이 되었다. 

또한 2002년부터 시작된 템플스테이와 명상 프로그램들은 국내외의 많은 사람이 선호하는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불교명상을 응용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개발되면서 세인들의 관심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평창 올림픽에 출전하여 좋은 성적을 거둔 외국인 선수들 중 상당수가 명상이 실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함으로써 사회적으로 명상 붐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상좌부불교의 위빠사나 수행법을 지도하는 일부 수행센터에는 사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동참이 어려운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반면에 간화선을 중심으로 하는 한국불교의 전통 수행법은 다소 위축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간화선 중심의 포교는 안국선원에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으나 전통적인 재가선방은 기대만큼 많은 사람이 찾지는 않고 있다. 

불교명상은 요가와 함께 세인의 관심을 끌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요가가 10여 년 전에 전국적으로 큰 붐을 불러일으켰지만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진 것을 불교 수행센터들은 고려해야 한다. 언론을 통해서 조명받음으로써 사회적 관심이 증폭된 것은 언론의 관심이 소멸되면 역시 빠르게 위축되는 현상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2) 탈종교화 현상에 대한 불교계의 과제

탈종교화 현상으로 인해 불교계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여러 가지가 노정되고 있으나 이 글에서는 지면 관계상 다음의 세 가지로 요약하고자 한다. 그 세 가지란 첫째 출가자 확보및 전문 포교사 육성, 둘째 새로운 포교방법과 내용 개발, 셋째 사찰의 사회적 기능 강화와 평신도의 역할 확대 등이다.

(1) 출가자 확보 및 전문 포교사 육성

현대 종교계에서는 성직자와 평신도를 구분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의 일부 종파에는 별도의 성직자 제도를 두지 않고 누구나 성직을 수행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엄격한 출가주의를 선택하고 있는 불교계는 불리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탈종교화 현상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불교계는 그 여파로 출가자의 급감이라는 현실까지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우리나라 불교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종교에 관계없이 세계적인 추세인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조계종단을 비롯한 주요 종단의 출가자는 급감하고 있는 반면에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종단의 수와 성직자연하는 사람들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즉 독신 출가자의 수는 감소하지만 재가 법사를 비롯하여 포교승의 수는 증가하는 모순적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기존의 종교단체를 떠나서 새롭게 종교적 욕구를 충족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출가자 확보는 종단별로 해결해야 할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저출산 고령화 현상 및 출가에 대한 인식 변화 등으로 인해 근본적인 해결방법을 모색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은 재가 전문포교사 및 신도 임원들을 적극적으로 육성하여 이들에게 포교 및 사찰운영에 필요한 소임을 맡기는 것이다.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재가불자의 수가 증가하면 출가자의 수도 점차 회복될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2) 새로운 포교방법 개발

전통적인 포교방법인 재의식 및 법회 봉행 방식만으로는 불교계를 떠난 일반인들이나 신도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 법회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의식 및 의례를 축소하는 대신에 설법 내용과 방법 및 대사회적인 설득 메시지 개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또한 어린이와 청소년, 청장년 등 연령별, 직능별로 주목을 끌 수 있는 포교 프로그램 개발이 요구된다. 

현대적인 포교방법으로는 교육포교, 조직포교, 복지포교, 문화포교, 수행포교 등의 다양한 패러다임이 제시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새롭게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부분은 문화 및 수행포교 방법이다. 문화포교는 유형문화재 중심의 포교방법에서 무형문화재 중심으로 관점의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다. 무형문화재로는 수륙재, 영산재 등이 국가문화재로 등재되었고, 지방문화재로도 등재되고 있다.

이 외에도 사찰음식, 템플스테이, 불교음악 등을 연계시켜 현대인의 건강 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또한 일반인들이 쉽게 경험할 수 있는 명상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3) 사찰의 사회적 기능 강화와 평신도의 역할 확대

종교는 사회와 고립되어서는 존립할 수 없다. 반대로 종교가 지나치게 개방되고 세속화될 경우 사회 속에서 생존할 수도 없다. 역사적으로 보면 많은 종교들 중에는 수메르와 바빌론의 신앙이었던 미트라교, 조로아스터교, 네스토리우스교 등이 포함된다. 또한 동양의 유교와 도교도 종교적 기능이 소멸되어 가는 종교에 속한다. 조로아스터교는 지나치게 폐쇄적인 고립주의를 선택하였다가 소멸하였고, 유교와 도교는 별도의 성직자가 없이 문화 속에 확산되었다가 종교적 기능을 상실한 사례로 분류할 수 있다. 

종교가 존속되려면 사회와 소통하고 교류하면서 그 속에서 종교인을 유입시키고, 교육과 훈련을 통해 인적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 사회에 등을 돌리거나 사회 구성원들이 등을 돌린 종교는 존속될 수 없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려면 순수한 종교적 기능 외에 종교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이 필요하다. 불교계가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려면 사찰이 가지고 있는 공공재 혹은 공유재의 특성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사찰의 소유 토지 중에는 국립공원에 속해 있으면서 자연경관이 좋은 곳이 많고, 국가 문화재 중 상당수는 불교문화재이다. 각 사찰이 지니고 있는 이런 특성은 공공재로서 성격이 클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재화로 활용할 수 있다. 비배타성과 비배제성을 특징으로 하는 공공재를 보유했다는 것은 오히려 사찰의 사회적 기능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불교계의 각 사찰이 대사회적 활동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신행활동을 하는 불자들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수행자로 출가한 스님들은 사회적 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이 평신도인 재가불자들이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도록 역할을 부여하고 촉진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은 급감하고 있는 출가자 감소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불교는 성직자와 평신도로 구분하지 않고 출가수행자와 재가불자로 구분하는 경향이 있다. 출가수행자의 수적 감소와 역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재가불자들이 불교계를 대표하여 교육, 복지, 문화, 명상 등의 영역에서 활동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4. 결어

현재까지는 탈종교화라는 말이 종교학적으로 완전한 이론체계 속에서 설명되는 개념은 아니다. 다만 기존의 제도화된 세계종교들이 신뢰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고, 종교문화의 접변 현상들 때문에 새로운 종교적 관심이 확대되면서 기존에 믿고 있던 종교계에서 이탈하는 경향을 설명하는 술어로는 적절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그렇지만 탈종교화가 신앙을 바탕으로 하는 종교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현대인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맹목적인 신앙심은 퇴조하고 개인적 체험을 통한 신행활동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여준다. 이러한 경향은 기존 종교단체의 활동을 위축시키고 신도들이 이탈하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이 종교인구의 변화로 나타날 만큼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키면서 탈종교라는 말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표하기 시작하였다. 탈종교화는 기존의 제도화된 종교에서 이탈하는 현상을 포함하여 종교성의 약화, 종교활동의 소극성, 다른 종교에 대한 관심의 확대 등 여러 가지 양태를 포함하고 있다. 

탈종교화 같은 변화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수준에 진입한 선진국에서 볼 수 있는 보편적인 현상이다. 우리나라도 2017년도부터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진입하면서 급격히 탈종교화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불교계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탈종교화 현상은 큰 위기 요인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발전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 기회는 불교문화와 명상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현대인들의 관심사가 건강에 집중되면서 음식과 명상에 대한 관심도 더불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양 과잉상태나 불균형으로 인한 육체적 건강은 사찰음식을 통해 되찾을 수 있고, 정신적 건강은 불교명상을 통해 회복될 수 있다. 이러한 장점들은 탈종교 시대에 불교계가 새로운 돌파구로 활용할 수 있다. 탈종교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현시점이 불교의 혁신적 변화를 도모할 수 있는 기회이다. 

탈종교화는 초고도 정보사회 속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종교에 대한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평가될 수 있는 배경 속에서 나타난다는 점을 특별히 고려해야 한다. 5G 시대로 표현되는 현대 정보사회는 초고속, 초연결, 초지연의 세 가지 특징을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고속으로 연결되는 사회적 네트워크는 모든 정보가 공개되고 축적되고 분석될 수 있으며 이를 토대로 새로운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 

불교계가 이러한 사회적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생존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공유할 수 있는 다양한 자료들을 개발하고 공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초기불교 경전인 니까야를 비롯하여 대승 경전들의 원문과 이를 해석하고 응용한 방대한 자료들을 공유한다면 사회적으로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탈종교화 시대에 불교의 미래는 신앙 중심의 다른 종교에 비해서는 매우 밝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전통종교의 신행행태에 머물러서는 새로운 발전의 기회를 만들어 내지 못하게 된다. 전통적인 출가제도를 유지하면서도 미래사회에 부합하는 사찰운영과 포교방법을 개발해야만 밝은 불교의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다. 불교계의 각 종단이 이와 같은 변화기를 잘 활용하여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기를 바란다. ■

 

김응철
중앙승가대학교 교수. 경기대학교 행정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행정학 박사). 주요 저술로 《재가불자가 되는 길》 《둥근 깨달음 천수경》 등과 《부처님 직제자들의 수행과 포교 이야기》 외 논문 다수. 현재 불교신문 논설위원, 문화치유명상단체 동명 이사장. 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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