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교 배경과 현황 체계화한 역작

신종교(新宗敎)란 새로 일어난 종교라는 뜻으로 유사종교 · 사교(邪敎)라는 표현에 반하여 비교적 건전한 종교라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 신종교는 신흥종교라고도 한다. 이때 ‘새롭다’라는 것은 상대적 개념이므로 고정된 기준을 설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기성종교보다 역사가 짧기 때문에 교리의 정교화, 종교의례의 제도화, 교단조직의 체계화 측면에서 초보적 수준을 나타내는 경우가 흔하다. 이런 연유로 부정적 평가를 받아 이른바 ‘결핍된 종교’로 비치기도 한다. 또한 기존의 종교와 다른 측면을 내세운다거나 강조하기 때문에, 제도종교로부터 이단 · 유사종교 · 사이비종교 · 사교 등으로 배척받기도 하지만 사실 그 근거는 자의적 · 결과론적이다. 자의적이란 의미는 종교와 유사종교를 가르는 기준이 애매모호하다는 것이며, 결과론적이란 의미는 사회의 윤리규범에 결과적으로 어긋났을 경우 사이비종교 또는 사교의 표지가 붙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존의 제도종교가 신종교에 대해 가하는 부정적 평가는 기득권 침해에 대한 예민한 반응으로 볼 수도 있다. 물론 신종교 가운데 기존의 제도종교를 극복하고 나와야 할 만큼의 새로운 전망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오히려 기존 사회의 타락한 흐름에 빠지는 경우도 없지 않다. 

 

한국 신종교의 발생 요인과 역사적 배경

신종교의 발생 원인에 대해선 첫째, 사회구조적 결함 둘째, 기존 종교의 결함 관점에서 설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회구조적 결함의 관점은 사회의 급격한 해체 및 변동, 전통적 공동체의 권위상실, 그로 인한 아노미(anomie) 현상, 상대적 박탈감 등으로 생겨난 불안해소의 구조로 신종교를 설명한다. 기존 종교 문제점의 관점은 기존 종교의 물질 성장 위주의 정책, 중산층 중심 경향, 권위주의적 · 경쟁주의적 성향을 지적하면서 하층민의 소외를 신종교 등장의 원인으로 설명한다. 이러한 설명은 부분적으로는 타당하지만, 신종교가 지니는 창조성, 탄력적 반응의 능력들을 무시하거나, 신종교를 병리적 현상으로 규정짓게 될 위험성이 있다. 종교와 도덕규범이 비록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동일한 것은 아니기에, 신종교를 기존 윤리의 척도로 잴 수만은 없다. 왜냐하면, 기존 도덕규범의 정체성(停滯性) · 경직성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윤리를 신종교에서 제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 신종교가 출현하는 19세기 중엽의 세계 사조(思潮)는 역사 이래 인류의 중심가치를 차지하던 정신세계의 기반이 완전히 무너지고 물질 중심으로 전환했다. 사상적으로도 실증주의가 모든 철학, 형이상학 및 본질의 세계를 배척하고 사실의 과학을 새 세기의 학문으로 받아들였고 마르크스주의를 비롯한 유물론이 새로운 세계관으로 등장했다. 유물론 및 물질주의 사상이 그렇게 강렬한 시대는 인류 역사상 일찍이 없었다. 서양에서 시작된 이 같은 조류는 동양에까지 파고들어 강대국들은 조선을 비롯한 아시아 제국(諸國)을 자신들의 이권을 노리는 일대 각축장으로 만들었다.

조선왕조 후기인 당시 우리나라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여러 방면에서 내부적 붕괴 현상이 현저하게 나타난 때였다. 대원군의 쇄국정책, 1876년 일본과의 강화도조약(병자수호조약)으로 시작된 갑작스러운 개방정책, 삼정문란(三政紊亂)으로 불리는 정치 기강의 해이, 공정성을 상실한 과거제도와 탐관오리들의 백성에 대한 착취, 1861년 진주민란을 시작으로 연이어 발생한 70여 건에 달하는 크고 작은 민란들, 1894년 전봉준을 필두로 발발한 동학혁명, 연이어 일어난 청·일전쟁, 러·일전쟁, 을사늑약, 한일합방에 이르는 우리 근대사는 시련과 고난의 연속이었다.

이러한 와중에 한국 신종교는 동학농민운동, 3·1독립운동, 실력양성운동, 일제(日帝)에 대한 무장항쟁, 6·25 전쟁 이후 동포의 생활터전 마련 등 한국 근대사를 주도한 숨은 주역이었을 뿐만 아니라 근대 민중의 삶과 이상(理想)을 소박하게 담아냈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신종교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근현대 한국의 민중사상과 문화를 소박하게 담고 있다. 특히, 근대 신종교는 개화기와 일제 식민치하에서 민족적 과제를 해결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그러나 해방 이후 민족분단으로 말미암아 그 의미가 퇴색됐다. 이어 냉전체제에선 반공보다 민족문화를 앞세운다는 이유로 남북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했다. 이후 산업화, 도시화 시기에는 이른바 합리적 종교가 아니고 조국 근대화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기피의 대상이 되었다. 

세계화 및 정보화 시기에는 영성운동이나 기(氣) 수련과 같은 새로운 신종교들이 등장함에 따라 이전의 근대 신종교들은 전체적으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몇몇 종단을 제외하고 지배문화는커녕 저항문화로도 정착하지 못하고 주변 하위문화로 전락한 상황이다. 이렇게 된 연유는 근대 신종교가 민중과 민족의 삶을 담은 종교이기는 하지만 자기개혁을 소홀히 한 탓도 있고 기성 종교들의 기득권 방어로 인한 희생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또 한국의 토속적, 전통적 삶의 방식(종교도 포함)은 보존돼야 할 것이 아니라 무조건 청산돼야 한다는 우리 사회의 서구화 경향도 쇠락의 한 요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더 큰 요인은 남북분단의 냉전체제에서 문화공동체인 민족보다는 세속 이데올로기인 반공을 우선시한 사회체제가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 신종교의 계통분류 및 현황 

한국의 신종교를 거론할 때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반에 걸친 시기와 1950~70년대에 걸친 시기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첫 번째 시기에 나타난 신종교는 동학, 증산교, 대종교, 원불교 등이 대표적이며, 두 번째 시기에는 통일교, 대순진리회, 천부교, 영생교 등이 유명하다. 신종교는 대체로 수운계(水雲系), 일부계(一夫系), 증산계, 단군계, 불교계, 유교계, 선도계(仙道系), 기독교계, 봉남계(奉南系), 각세도계(覺世道系), 무속계, 외래계, 계통불명 등으로 분류된다.

수운계는 1860년 최제우에 의해 창립된 동학 · 천도교와 여기에서 분파된 이용구의 시천교(1906), 김연국의 천진교(天眞敎: 上帝敎, 1913), 김주희의 동학교본부(1915), 이상용의 수운교(1923) 등이다. 일부계는 1881년부터 김항의 가르침(正易)에 의해 시작된 종교와 그 교파들로 하상역의 대종교(大宗敎: 詠歌舞蹈敎, 1909), 이필례의 천일교(天一敎, 1944), 송철화의 영가무도교(詠歌舞蹈敎, 1960) 등이 있다. 증산계는 1901년 강일순의 가르침으로부터 시작되는 종교와 그 교파들로 고판례의 선도교(仙道: 太乙敎, 1911), 차경석의 보천교(普天敎, 1911), 김형렬(金亨烈)의 미륵불교(1918), 조철제의 태극도(太極道: 無極道, 1918), 장기준의 순천도(順天道, 1920), 허욱의 삼덕교(三德敎, 1920), 이상호의 증산교본부(大法社, 1928), 김환옥의 보화교(普化敎, 1930), 서백일의 용화교(大韓佛敎龍華宗, 1931), 강순임의 증산법종교(甑山法宗敎, 1937), 김계주의 무을교(戊乙敎: 대한불교미륵종, 1942), 박한경의 대순진리회(大巡眞理會, 1969), 배용덕의 증산진법회(甑山眞法會, 1973), 안세찬의 증산도(1974) 등이다. 

단군계는 고래로부터 있어 왔으나 1909년 홍암 나철의 대종교(大倧敎)로부터 종단활동이 시작되고 이어 창립된 신정일의 한얼교(1965), 정요순의 광명도(1947) 등을 들 수 있다. 대종교는 민족주의적 성향이 매우 강해 경술국치(한일합방) 이후 독립운동을 전개했고, 항일무장투쟁 중 유명한 청산리대첩은 대종교 신자들이 주축이 됐다고 한다. 그러나 일제의 혹독한 탄압으로 교세가 많이 위축되었고 8 · 15해방 후에도 신장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불교계는 1947년에 창립된 손규상의 대한불교진각종(大韓佛敎眞覺宗, 心印佛敎)과 같은 불교사상에 근간을 두고 창립된 종교인데, 대한불교조계종과 한국불교태고종을 제외한 불교 대부분의 교파가 1960년대 이후에 창립되었으며, 모두 신종교로 볼 수도 있다. 그중 대표적으로 원불교는 소태산(少太山) 박중빈에 의해 1916년 창시된 종교로 저축운동과 간척사업을 통해 기반을 닦으면서 독자적인 불교계 교단을 형성했다. 8 · 15해방 후 전라북도 익산의 원광대학교를 중심으로 교리체계화작업과 교단정비작업을 펴서 현재 건실한 교단운영을 하고 있다.

유교계는 유교 사상에 근거를 둔 종교로 1929년에 창립된 강대성의 갱정유도(更定儒道: 一心敎)를 대표로 들 수 있다. 선도계는 고래부터 내려오는 선(仙)사상에 근간을 두고 창립된 종교로 1984년에 설립된 모행용의 천존회(天尊會)와 같은 교단이다.

기독교계는 기독교 사상에 근거를 둔 종교로 박태선의 천부교(天父敎: 예수교전도관부흥협회, 1954), 문선명의 통일교(세계기독교통일신령협회, 1954)와 1960년 이후에 1백여 개의 기독교 교파가 생기는데 이들 교파 역시 신종교의 범위에 넣어도 될 것 같다. 그 밖에 이만희 신천지(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 1984), 세월호 사건으로 널리 알려진 구원파계통 권신찬 기독교복음침례회(1962) 등이 있고, 1964년 안상홍이 세운 안상홍증인회(하나님의 교회) 등이 있다. 미국계로는 여호와의 증인, 모르몬교, 안식교, 하나님의 자녀 등이 그것이다. 

찬물을 마시게 하여 질병을 고치게 하므로 찬물교라고도 불리는 물법계(水法界) 또는 봉남교계의 봉남계는 1948년 김천근의 도각(道覺) 이후 그의 가르침에 따르는 종교와 그 교파들이다. 배무생의 삼법수도교화원(1952), 부경순의 천지대안도(天地大安道, 1952) 등이 있다. 각세도계는 이선평에 의해 1915년부터 시작됐으며 이선평을 교조로 하고 각세도본원(1969), 각세도관(覺世道觀, 1956), 각세도천지원리교(1975) 등의 교파로 갈렸다.

무속계는 무교(巫敎) 사상에 기반을 두고 형성된 종교로 최남억의 천우교(天宇敎, 1988) 등이 있다. 

외래계는 외국에서 들어온 종교로 중국에서 온 일관도(一貫道) 계통의 국제도덕협회, 일본에서 들어온 천리교 계통의 대한천리교와 불교계의 SGI한국불교회(創價學會), 입정교성회(立正佼成會)와 계통 불명의 세계구세교(世界救世敎) 등이 있다. 계통 불명의 종교로는 이상필의 금강대도(金剛大道, 1910), 임춘생의 영주교(靈主敎, 1937) 등이 있다. 

 

신종교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최초로 표준화, 체계화하다

한국의 신종교들은 대부분 민중을 배경으로 하여, 민중들의 한(恨)과 원(寃)을 대변해주는 입장에서 출발했다. 동학은 강한 현실비판과 부조리 척결로 출발하고 있으며 그 뒤 동학혁명, 3 · 1독립운동, 그리고 1920년대의 신문화운동으로 이어지는 현실참여로 일관되고 있음은 상기한 바 있다. 한국 신종교의 창시자들은 한결같이 그들이 처해 있던 시대상황에 정통하고 그 시대가 안고 있던 문제들을 과감하게 개혁, 혁신하려는 사회개혁운동에 앞장섰던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부정적인 면도 발견된다. 종교일 수 없는 집단들이 종교로 행세하면서 빚어낸 사회적 물의, 비리, 비행 등도 있었다. 따라서 한국사회에서 이들 소수집단의 행위 때문에 신종교 전체가 크게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숫자는 적었고, 이 정도의 비리는 기성 종교들 속에서도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다만 현재 한국사회에 존재하는 수백 개의 신종교 중에는 여러 가지 면에서 자연 도태될 수밖에 없는 교리나 조직을 가진 종교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 신종교에 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정보가 제공될 수가 없었다. 신종교들은 나름의 교리를 강조하기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고 그로 인해 더욱 ‘이단’ ‘사이비’란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신종교사전》은 큰 의미가 있다. 다양한 종교와 문화들이 공존하는 다종교 · 다문화사회에서 타 종교 또는 소수자 종교에 대한 편견은 종교차별, 소수자 멸시 등의 심각한 사회문제로 발전된다는 점에서 반드시 극복돼야 할 부분이다. 우리 사회에서 소수자 종교로서 편견의 대상이 되어온 많은 신종교에 대한 객관적 이해의 확산과 올바른 교육이 우리 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이 책은 편찬되었다.

《한국신종교사전》은 지난 2015년 ‘한국신종교학회’(회장 윤승용)와 ‘원광대 원불교사상연구소’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학계 전문가 100여 명이 참여해 발간한 것이다. 한국신종교사전편찬위원회(공동편찬위원장 김도공, 윤승용) 윤승용 위원장은 발간 소감에서 “종교 관련 학계나 연구소에서조차 한국 신종교에 대한 공개된 자료나 정보를 접하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신종교에 관한 학계의 객관적 정보가 필요하고, 또 그것을 참고로 해야 할 때가 많았을 것으로 생각되어 한국 신종교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표준화, 체계화하여 사전을 발간하기로 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또 《한국신종교사전》이 지난 2013년부터 준비 과정을 거쳐 2014년 1차로 사전 편찬을 위한 기초자료를 수집했고, 2014년에 지식 범주 분류와 표제어 추출 작업과 작업의 편의를 위한 DB를 구축한 과정도 소개했다. 

2015년부터 관련 학계 전문가 100여 명이 참여하여 한국 신종교를 중심으로 한 종교와 문화, 그리고 그 학술적인 담론에 대한 원고를 집필했고 완성된 책은 총 1,205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다. 이 사전은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지원을 받아 발간했기 때문에 판매용이 아니라서 일반서점에서는 구입하기가 어렵지만 그 취지를 높이 사는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어 그 파장력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사전은 근현대 한국 신종교의 일반이론, 전체 역사, 교리 사상, 인물, 조직, 의례, 상징, 유적성지 및 문화예술 등을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편찬되었다. ■

 

이옥용 / 매일종교신문 발행인. 범종교의 진정성을 두루 살펴보고 이해함으로써 각 종교와 사회의 화평과 상생, 조화를 이루게 하는 데 도움이 되겠다는 취지로 〈범종교신문〉을 창간했다. 저서로 《좋은 세상을 위하여》 《벼랑 끝에 선 종교》 《미망》 등이 있다. 현재 뉴스클립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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