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탱 가능한 발전으로의 전환

그동안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용어는 많은 사람에게 허망한 착시를 갖게 했습니다. 자연환경만 잘 고려하면 기후 위기는 해결할 수 있고 그러면 지금의 성장과 발전은 지속적으로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착시입니다. 이 용어가 대중적으로 사용될 당시인 1992년 초기 “Sustainable Development”을 우리말로 옮기는 데, 위기성을 강조하려고 “지탱 가능한 발전”이라고 번역하자는 제안이 있었지만 무시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우아한(?) 용어로 결정되어 버렸습니다. 이 용어 선택은 이후 엄청난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위기성을 둔화시켜 위기 같지 않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현재까지의 성장 방식을 단절하고 강력한 전환을 강조한 본래의 의미가 오히려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싶은’ 열망을 강조하는 용어로 오도되어 버린 것입니다. 그래서 1992년부터 일찌감치 긴장감을 느끼고 단절과 전환의 각오로 대응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결국 30년의 시간을 낭비하고 기후변화 티핑포인트(Tipping Point) 1.5℃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위급한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환경은 환경문제가 아니다 

이 책의 일관된 주장은 바로 “환경은 환경문제가 아니다”입니다. 연관된 세상에서 하나의 증상은 복합적인 수많은 요소가 모여 가장 취약한 부분에서 증상으로 표출된 현상이며, 그것이 바로 기후 위기이며 환경오염이고 생물종다양성의 위기입니다. 그동안 자연과 생명은 인간의 오만한 침탈과 정복 야욕을 모두 수용해 주고 정화해 주고 기다려 주었습니다. 마치 어머니가 자식의 어리석은 행동을 어여삐 지켜봐 주듯이 수용해 주고 기다려 준 것이지요. 그러나 수용의 수준을 넘어서면 야단을 치고 주의를 주는 것이 사랑을 베푸는 부모의 태도이듯이, 지금 자연은 인간에게 다양한 형태로 인간에게 야단을 치고 주의를 주고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환경위기이며, 세부적으로는 홍수로, 태풍으로, 산불로, 코로나 등으로 다양한 시그널을 보내고 있건만 철없는 우리는 여전히 제대로 깨우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정치나 경제, 문화 모두 당장의 이익이나 4, 5년의 정치적 임기, 1년 단위의 순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단기주의’ 사회입니다. 그러나 생태·생명 문제는 100~200년을 생각하는 ‘장기주의’의 안목을 갖지 않으면 안 되는 과제입니다. 

 

생명에 대한 우주적 깨달음

인간이든 비인간이든, 유정물이든 무정물이든 모두가 변화하는 자연계의 동일한 행위자입니다. 연결된 존재라는 이치로 보면 하나의 개체 생명만을 생명으로 보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지요. 연결된 존재 모두가 생명입니다. 단지 각자 존재하는 방식이 동물의 형태, 식물의 형태, 바위나 물의 형태로 존재할 뿐 모두가 동등한 존재입니다. 내 앞에 놓인 책상과 의자, TV와 청소기, 심지어 옷과 신발까지 모두 우주적 존재들이며 그 하나하나는 전 우주의 모두가 참여하여 만들어진 창조물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이것이 우주적 깨달음입니다. 생명에 대한 우주적 각성입니다. 그러니 존재 하나하나가 위대하고 거룩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들 우주 생명을 ‘공경’하고 ‘모심’이 죽임의 문명을 살리는 문명으로 전환하는 길임을 깨닫습니다. 

동시에 “무엇이 행복이라고 생각하며 살 것인가”라는 큰 질문을 생태 위기가 던지고 있습니다. 남보다 빨리 가려는 속도 사회, 편리함만 따지는 효율 사회에서 주위 자연과 생명과 이웃을 살피며 천천히 사는 여유로움, 편익과 편리보다는 거룩한 불편, 자발적인 맑은 가난의 삶이 필요합니다. 결국 ‘어떻게 살 것인가’입니다. 생명·생태 위기는 삶의 태도와 철학적인 가치, 우주적인 각성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깨달음의 관점에서 보면 생태 위기는 과거에는 소수의 부처님만 깨닫던 것을 이제 80억 지구상의 모든 사람이 한꺼번에 깨닫게 해주는 고마운 것 아닌가 생각되기도 합니다. 

 

생태사회와 녹색불교에 이어 

이 책은 약 10년 전에 나온 《생태사회와 녹색불교》에 이어진 후속편입니다. 그때 말하지 못했던 것을 서술했고, 이후 새롭게 깨달은 것을 엮었습니다. 그동안 써온 각종 논문도 있지만 그것은 나중에 별도로 묶기로 했고 이 책은 《월간 불광》 〈현대불교〉 〈법보신문〉 등에 실은 대중적인 글들만 모았고, 새로운 주제는 별도로 집필했습니다. 논리적 전개를 위해 자주 반복되고 겹치는 내용이 있습니다. 저의 언어 습관이기도 하지만 독자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내용이라고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아무쪼록 많은 분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특히 녹색 사찰, 녹색불교 운동에 이 책이 잘 활용되길 기대합니다. 이 책을 만드는 동안 한국사회는 비상계엄과 탄핵 그리고 대선과 개헌 등, 격동의 시기를 관통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러한 격랑의 시간은 문명 차원의 전환을 도모할 수 있는 중대한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이 글들이 그러한 생태적 전환 사회를 위해 작은 기여를 할 수 있길 바랍니다. 

 

이 책을 위해 몸을 내준 나무에 감사드리며 

지금 이 책을 준비하면서 병고로 고생하시는 어머니를 돌보고 있습니다. 생태사회는 ‘돌봄사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내가 천지자연의 돌봄을 받고 있으니, 나도 수많은 사람과 존재들을 돌봐야 합니다. 돌봄은 자신보다 항상 상대에 집중하여, 상대의 요구를 먼저 앞질러 배려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어머니의 돌봄을 통해 생명과 자연의 은혜를 느끼며 돌보는 일을 연습하고 있습니다. 

책을 낼 때마다 항상 살핍니다. 이 책이 과연 나무의 희생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생명적 가치를 갖고 있을까 하는 점입니다. 그래서 이 책을 만드는 데 자신의 몸을 내준 나무들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아무쪼록 이 책을 통해 생명살림의 한길로 많은 분이 더욱 발심하도록 기여한다면 나무들의 희생에 보답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유정길
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 녹색불교연구소 소장. 주요 저서로 《생태사회와 녹색불교》 등과 공저로 《유기농을 누가 망치는가》 《녹색당과 녹색정치》 《생태생명의 위기와 대안적 성찰》 등이 있다. 현재 정토회 에코붓다 이사, 조계종 환경위원회 위원, 국제슬로푸드 한국협회 이사, 환경과미래포럼 공동대표, 지혜공유협동조합 이사장 등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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