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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와 선거
금강스님 미황사 주지
[25호] 2005년 12월 10일 (토) 금강스님 미황사 주지

청정선거실현은 꿈인가

2005년 9월 조게종 총무원장 법장스님의 갑작스런 입적으로 종도들은 슬픔과 함께 당황스러워 하고 있었다. 또한 종단의 지도자가 바뀔 때 마다 불미스러운 일로 인하여 종단의 위상이 실추되는 경험을 해 왔던 터라 불안한 목소리는 종단의 안과 밖에서부터 들려오고 있었다.

이에 여러 젊은 스님들을 중심으로 이 어려운 시기에 종단의 일원으로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라는 주제로 몇 차례 모임을 가지면서 금번 청정선거실현을 위한 승가운동본부가 발족하게 되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이러한 활동이 아무런 종단의 구속력도 없는 상태에서 과연 먹힐지 고민도 많이 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승가의 일원이며 수행자로서 오직 수행자의 양심에 호소하고 종단의 청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한마음일 것이라는 믿음 하나로 뛸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의지로 인해 많은 젊은 스님들이 자신들의 난처한 처지를 감수하고 과감하게 참여하여 주었고 또 어른 스님과 본사 주지스님 선거인단스님들의 호응과 참여가 있어서 무사히 활동을 마칠 수 있었다. 특히 각 교구 본사마다 찾아가서 서약서를 받기위해 애쓴 회원스님들과 이를 받아들여주고 서약해 준 24개 교구본사 주지스님들 그리고 15명의 종회의원 스님들과 193명의 선거인단 스님들을 보면서 우리 종단의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

금번 일을 하면서 종단의 대표자를 선출하는 과정이 너무나 준비되지 못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 번의 홍역을 치를 때 마다 철저한 반성과 함께 제도적 보완을 연구하고 준비 했어야 한다. 그러나 매번 당선되고 나면 그만이고 선거에서 이기는 방법에만 익숙한 이들에 의해 주도되는 선거 분위기에서는 청정선거와 대중의 뜻이 반영되는 선거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는 우리 종단의 구성원을 불신하기에 앞서 제도의 문제를 깊이 준비하지 못했던 점에서도 큰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그 제도의 핵심열쇠는 사실 중앙종회에 있다고 본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라도 그 주체인 종회의원들이 결연한 의지를 가지고 금번선거를 검토하고 보완할 점들을 논의하여야 한다. 얼마 후면 또 종회의원 선거가 있다. 이는 총무원장 선거에 비해서 큰 무리가 없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부터 부지런히 준비하여 제도를 잘 정비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서 청정선거 실현의 토대를 먼저 마련하고 대중에게 교육하여야 한다. 이에 이번 경험을 토대로 몇 가지 문제점에 대한 부분과 대안에 대해서 고민한 것을 정리 하고자 한다.

과연 종교에 선거가 바람직한가.

그에 앞서 과연 종교가 선거에 바람직한지에 대한 논란이 있어왔다. 일반적 개념의 종교는 교주의 절대적인 권위와 가르침에 의지함으로서 선거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 선거로 교주를 뽑을 순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 종교는 지도자도 교주의 뜻에 따른다. 혹 교주가 부재할 경우에는 신의 계시를 받는 모양을 취하고 있다. 곧 인간의 판단력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불교에서는 교주에 의해서 정해지지 않는다. 부처님께서도 끝까지 후계자를 지목하지 않으셨다. 바로 현재 사는 대중이 질서를 위해서 그들의 판단에 의해 장좌를 선택하도록 해 왔던 것이다. 이 총무원장 선거는 수행대중의 지도자를 뽑는 것이다.

대중이 모이면 질서가 필요하고 질서를 세우기 위해서는 대표자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는 대중에게 물어서 해왔던 것이다. 이는 지금도 선원을 비롯하여 안거 때마다 거는 용상방에 이런 방식으로 이름을 올려오고 있다. 대중의 대표를 대중의 뜻을 묻지 않고 뽑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선거를 피하고 숨기고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차라리 공정하고 투명하게 제대로 치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대중이 선거와 후보자를 통해 종단의 미래와 희망을 발견하는 장이 되어야 한다. 대표는 이러한 대중의 뜻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이에 대한 책무를 지녀야 한다. 그래야 만이 현재 가장 문제가 되는 문중정치 계파정치가 힘을 잃는다. 대중의 정치가 되어야 한다. 소수의 정치는 종단의 혼란과 혼탁을 만드는 주범이다.

대중이 이들을 감시하고 심판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종단의 혼란우려 라는 명목으로 박탈하려고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선거가 이들에 대한 평가와 종단정화의 기회가 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서 대중의 신뢰를 받는 이들이 대중의 대표가 될 수 있어야 하고 이들의 순수함과 도덕성 그리고 양심이 대중에 의해서 소수 권력자들의 횡포로부터 보호 받아야 한다. 다소의 혼란은 늘 있어왔다.

이를 두려워서 자기들끼리 하겠다면 이는 고양이 앞에 생선을 맏기는 격이다. 이것이 도저히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오히려 총무원과 중앙종회가 모든 권한을 스스로 포기해야만 한다. 권한은 가지고 참여는 막는다면 대중의 불편을 누가 들어주고 누가 책임질 것인가. 총무원장은 교주가 아니다. 대중의 뜻을 받들어서 불편함이 없게 하고 종단의 미래를 고민하며 지향해 나가야할 행정책임자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는 적극적인 실력의 평가를 통해 냉정하게 선택되어야만 한다.

문제점과 대안

1) 철저한 선거에 대한 준비와 선관위 활동의 상시화가 이루어 져야 한다.

아무런 준비 없는 선거는 온갖 부정한 시도들이 남발할 수 있다. 철저한 준비 후에 선거를 치러야 한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많은 문제들에 대해서 적극적인 제도적 검토와 보완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중앙종회의 책임과 역할이 크지 않을 수 없다. 꾸준한 선거법 개선과 홍보를 통해서 대중이 선거에 임하는 자세를 교육시켜 나가야 한다.

특히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심판의 역할이다. 아무리 공정한 규칙이 있어도 심판이 사심이 있거나 공정하지 못하도록 적용을 한다면 이는 규칙이 오히려 심판에게 무소불위의 힘을 실어줌으로서 큰 폐해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심판은 사전에 철저히 검증되어야 하며 충분히 규칙을 숙지하여야 하고 공정성과 도덕성에 있어서 대중에게 신뢰받아야만 한다. 전체 선거는 이 선관위의 지도아래 진행되어야 하며 선관위는 이러한 규칙을 충분히 사전에 홍보하고 후보자들이 숙지토록 하고 판결에 있어서는 신속하여야 한다.

이러한 역할을 위해서는 선관위의 상시적인 활동이 있어야한다. 이를 위해 인력과 예산을 지원해야 하며 꾸준한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서 혹 당선되더라도 추후에 부정선거가 발각되는 경우에는 후보를 사퇴시켜야 한다. 이러한 일이 처음에는 혼란이 있더라도 투명하고 책임선거의 풍토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금번 선거에서 선관위원장이 본사주지 소임을 겸하고 있었다. 본사는 정치적 거래를 할 수 있는 주체이면서 한 후보의 당락을 결정할 수 있는 12표를 좌우하고 있다. 이는 이미 심판으로서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사회처럼 누구에게나 선거권이 있으면 상관없지만 간접선거에서 선거주관자가 많은 표를 행사할 수 있거나 정치적 거래를 할 수 있는 여건 속에 있다는 것은 후보자와의 유착 가능성이 너무 크다.

이는 금번 선거 과정에서 이미 그 위험성이 확인된바 있다. 좀 더 제도를 개선하고 보완하여 공정한 규칙들을 만들고 심판기능의 훈련을 하는 것이 절실하고 시급한 일이다.

2) 현행 간접선거는 대중의 뜻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간접선거라도 그 선거인단은 대중의 뜻이 반영된 이어야 하며 그는 그를 지지한 대중의 뜻을 그대로 옮겨야 한다. 그러나 현행 관행은 대중의 뜻 보다는 본사 주지나 어른스님들에 의해서 추천되며 대중의 뜻에 의해 선출된 선거인단은 어느 곳도 없다. 또한 본사상황에 따라 분배에 의한 표 분산도 대중의 뜻을 반영한다고 볼 수 없다.

이것 자체가 권력배분에 의한 분배라고 봐야 한다. 또한 후보자가 출마하기도 전에 뽑히는 선거인단은 당연히 대중의 뜻을 담아 낼 수 없는 것이 지금의 제도이다. 이는 대중에 의한 후보자의 선택이 아니라 단순히 그 선거인단에 대한 인기투표이며 선출된 이 또한 대중의 아무런 뜻을 아무도 전달 받지 못한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이름만 간접선거이지 간접선거의 뜻을 전혀 살리지 못한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이 제도는 줄서기와 선거과열의 주원인이 되고도 있다. 선거에 투표권을 갖는다는 것은 일종의 특권이 되어버렸다. 이 선거인단에 들기 위해서 사전에 음성적인 움직임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 판단이 대중의 심부름이고 대중에 의해서 선택되어 진다면 평소에 대중에게 신뢰받기 위한 노력들을 할 것이고 그렇지 못한 이들은 자연 도태 될 것이다. 그러나 지역 교구 종회에서부터 계파나 권력분배에 의한 방식으로 표가 배분되다보니 이미 대중의 뜻은 외면된 것이다. 이러한 방식을 토대로 선출된 선거인단은 총무원장 선거에서도 줄서기와 이권의 유혹에서 자유롭게 투표할 수 없을 것이다. 투명하고 공정한 선거의 장애는 여기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3) 왜 직접선거여야 하는가

짧은 선거기간과 적은 선거인단은 출마자에게는 충동성 기회를 주고 대중에게는 신중한 선택과 판단의 기회를 놓치는 결과를 만들고 있다. 현행 제도로는 321명의 선거인단이 대중의 뜻을 위임받아서 투표를 하고 있다. 94년도를 돌이켜 보면 그 이전의 종단 대표가 소수에 의해서 선택됨으로 인해 진정한 대중의 대표가 되지 못한 점과 대중의 뜻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직접선거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기득권층의 특권을 유지하기 위한 시간끌기로 결국 현행의 간접선거가 되었다. 그러나 그 후로 이 애매한 숫자의 간접선거는 소수가 선출할때의 문제점과 다수의 혼란이 함께 증폭됨과 동시에 대중에게 소외감을 주고 특권계층으로 분리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에 지금에 와서 다시 직접선거에 대한 대중의 열의가 높다. 특히 현재의 종단구성원이 실제 선거를 치른다고 할 때 승납 10년 이상 비구와 일정수의 비구니로 한다면 3천명 내외일 것이라고 한다. 또한 이중에 선거에 참여할 인원은 실제 2천5백명 내외일 것이다. 이러한 인원이면 일반 큰스님 추모식이나 행사에도 얼마든지 모였던 예가 있고 특별한 혼란 없이 행사가 치러지고 있다.

그러므로 반나절이면 움직일 수 있는 한국에서 별로 많지 않은 인원이 구지 간접선거를 치를 이유가 없다고 본다. 부처님 멸후에는 5백의 비구들이 모여서 결집을 했다고 한다. 그 당시 5백이면 통신시설이 열악한 상황에서 지금의 5만만큼이나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때에도 장좌를 정해서 며칠이 걸리면서도 잘 치러냈던 것이다. 현재 일반 대학생들도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만 명에 육박하는 학생들이 자체 선거를 잘 치러내고 있다.

그런데 3-4천의 대표를 뽑는 일을 오랜 전통을 지켜온 승단에서 치러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이를 우려하고 두려워하는 것은 대중의 평가를 두려워하고 대표자를 뽑는 권리를 독점하려는 측의 의도일 뿐이라고 본다. 또한 그동안 종단에서 몇 분의 어른들에 의해서 선출된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선출된 분들이라고 해서 종단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임기를 잘 마친 것은 아니었다.

결론

한 달 반을 넘게 이 활동을 하면서 여러 도반 스님들과 함께 했다. 일각의 평가처럼 이번 선거가 얼마나 청정했는가 라고 묻는다면 뭐라고 말 할 수가 없다. 이는 당사자들만이 알 것이다. 그러나 조계사 주변의 숙소나 식당들을 방문했을 때 조계종에서 선거하지 않느냐고, 왜 이렇게 조용하냐고 되물어 올 때, 그 노력과 부담들은 한 순간에 날아가는 듯했다. 우리는 아무런 계획이 없었다. 다만 이번 선거에서 부정선거를 근절하자는 생각 밖에 없었다. 그러기 위해서 그냥 뛰었다. 그리고 많은 대중들이 부정선거가 종단을 망치는 일이고 부끄러운 일임을 인식을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들의 역할은 충분했다고 본다. 그리고 그들이 스스로 감시자가 되고 스스로 근절하는 자가 될 때에 이 운동은 성공하리라고 본다. 그 동안 잠시나마 이 일을 위해 무례를 범한 스님들께는 이 자리를 빌어서 참회한다. 부디 이번의 노력이 좋은 선거를 제도화하고 청정선거 인식이 승가에 정착되기를 간절히 불전에 기원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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