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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김성구 지음 《아인슈타인의 우주적 종교와 불교》
현대물리학으로 풀어본 불교의 세계관
[77호] 2019년 03월 01일 (금) 소광섭 kssoh1@gmail.com

김성구 교수 
서울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물리학 석사를 마쳤다. 이후 미국 워싱턴대학교에서 이론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로 재직했다. 동 대학교 자연과학대학장, 대학원장을 역임하였으며, 해외에서는 독일 프랑크푸르트대학교 훔볼트 연구원, 미국브라운대학교 교환교수를 지냈다. 물리학자이면서 불교에도 관심이 깊어 은퇴 후에는 동국대학교 불교학과 학부와 동 대학원 불교학과 석사과정을 마쳤다. 현재 경남 함양에 약천사(藥泉寺)를 건립하고 뜻이 있는 불자들과 함께 공부와 수행을 실천하며 생활하고 있다. 저서로는 김성구, 지창규 공저 《천태사상으로 풀이한 현대과학》 김성구, 조용길 공저 《현대물리학으로 풀어본 반야심경》 등이 있다. 

 

   

 《아인슈타인의 우주적 종교와 불교》
불광출판사 2018년 4월 발간, 408쪽

과학기술이 발달하기 전 옛날에는, 물방울 하나에도 무수히 많은 생명이 있다거나 우주에 삼천대천의 큰 세계가 있다는 말씀들이 모두 중생을 위해 꾸며낸 설명 방편일 뿐 사실은 아니라고 생각했을 법하다. 현미경과 망원경이 등장해 맨눈으로 보이지 않는 것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그 옛날에 어떻게 이런 놀라운 사실들을 아셨을까 감탄을 자아내게 되었고,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한 신뢰가 더욱 굳어질 수 있었다. 그러므로 과학이 발달할수록 부처님의 가르침은 더욱 밝게 증명되고, 난해한 개념이나 경전도 과학적으로 설득력 있게 설명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떠오르는 것은 자연스럽다 하겠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지극히 심오하고 미묘하여 일상생활의 경험만으로는 이해하기도 어렵거니와 쉽게 풀어 많은 대중이 알아듣도록 설명하는 일도 또한 쉽지가 않다. 중도, 공, 무아, 유식 등 불교사상의 중요 개념들은 일상의 경험과는 거리가 너무나 멀고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체계와도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교의 가르침을 현대인에게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데 현대물리학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기대되었다.

문제는 현대물리학의 개념들도 불교 못지않게 난해하고 황당해 보이기까지 한다는 점이다. 시간이 늘어나고 줄어든다든가 우주가 빅뱅으로 생겨나서 계속 팽창한다든가 하는 이론들은 이해가 되진 않더라도 그런대로 새로운 발견으로 받아들일 만하다. 그러나 입자와 파동의 이중성이나 불확정성 원리, 상보성 원리 등에 이르러서는 무엇을 논하고 있는지조차 감을 잡을 수 없기 마련이다. 미시 세계는 현미경으로도 보이지 않아, 원자가 어떻게 운동하는지를 알려주는 원자 세계의 개념과 법칙들은 우리의 일상에서 보는 현실과는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불교와 현대물리학의 세계관은 사람들의 현실 경험에서 얻은 고정관념들을 완전히 깨기 전에는 알 수 없다는 점에서 난해하다는 공통점이 있고, 동시에 우리의 경험적 한계를 뛰어넘어 훨씬 광대한 세계관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유사하기도 하다. 따라서 현대물리학을 인용하여 불교나 동양사상을 설명하는 교양서적이 적지 않다. 그런데 불교나 동양사상에는 조예가 깊은 전문가이지만 물리학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서 엉뚱한 얘기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예전에는 정미소에서 쌀을 잘 고르지 못하여 쌀밥에 가끔 모래알이 씹히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이때 ‘모래보다 쌀이 많군’ 하면서 우스갯소리를 하면서 넘어갔던 것처럼, 부처님 말씀의 해설에 물리학을 전거로 들었는데 어쩌다 틀린 얘기라도 들어가면 그만 설명 전반의 신뢰성이 무너지고 만다. 불교 관련뿐만 아니라 일반 교양서적에서 파동, 진동, 양자 등의 저자 본인도 모르는 용어들을 멋대로 사용하는 경우조차 드물지 않은 형편이다. 

현대물리학을 정확하게 전달하면서 동시에 불교의 높고 심오한 사상을 논의하는 작업은 정통으로 이론물리학을 연구하는 학자이면서 동시에 불교를 제대로 공부한 사람이 아니면 처음부터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러나 물리학과 불교사상의 통합적 이해를 제시할 만한 학자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손꼽을 만큼 드물다. 제대로 이런 작업을 하자면 소립자 물리학이나 양자장론을 연구한 이론물리학자여야 하는데, 이런 분들 중에서 양자물리학의 철학적 논의에 깊은 관심을 가진 분이 많지 않은 것이 하나의 이유이다. 이런 학자들 중에 현대물리학을 인용하여 불교사상을 해설할 수 있는 학문적 수준에 이른 분은 아마도 이 책 《아인슈타인의 우주적 종교와 불교》의 저자 김성구 교수✽가 거의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교양인으로서 파동함수, 확률파동, 입자-파동의 이중성, 불확정성 원리 등에 대하여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정확성과 신뢰할 만한 설명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영어식으로 표현하여 ‘one of the best’라고 추천할 수 있다. 나아가 이런 과학적 지식이 갖는 불교적 의미를 연기 사상, 공과 중도 등과 비교하여 논한 책을 찾는다면 단연 ‘the best’ 또는 거의 ‘the only’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이 책의 처음 4개 장은 지성인을 위한 불교 교양서라고 해도 좋을 만큼 불교의 핵심사상을 명료하게 설명하고 있다. 특히 현대교육을 받은 사람들에게는 불교의 난해한 사상들을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조리 있게 제시한다는 점에서 매우 신선하게 다가올 것이다. 불교와 최근 과학의 다양한 발전상황에 깊은 지식을 갖춘 저자만이 이렇게 양쪽의 어려운 주제를 풀어서 자상하고 설득력 있게 구성할 수 있다. 이 책의 제5장 ‘양자역학과 중도의 원리’는 양자역학의 교양교재로 쓸 수 있을 만큼 양자물리의 중요 개념을 매우 깊이 다루었을 뿐만 아니라 4장 ‘연기법’에서 다룬 연기사상과 양자물리학의 중요 원리가 갖는 불교적 의미를 제시함으로써 다른 어떤 책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저자만의 탁월한 수준을 제시하고 있다. 원래 양자역학의 과학철학적 해석은 정통 물리학계가 널리 받아들이고 있는 코펜하겐 해석 외에도 다양한 해석이 있고, 그 어느 것도 일리가 없지는 않지만, 이들을 균형 있게 다루거나 소개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이 책은 이런 점에서도 매우 드물게 잘된 저술이다. 

해석 문제 중에서 가장 첨예한 대립을 불러 왔고 이견의 스펙트럼이 아주 넓은 주제는 이른바 ‘실재성(實在性)’의 문제라 하겠다. 제6장 ‘실재성의 문제와 관찰자의 의식’은 바로 이 주제를 매우 깊이 있게 다루었는데, 저자의 높은 수준과 광대한 폭을 보여주는 대목이라 하겠으며 이 책의 중심을 이룬다 하겠다. 불교에서 사물의 실재에 관한 극적인 예로 ‘동산양개(洞山良介)’ 스님의 얘기가 있다. 스님은 날마다 외우는 《반야심경》에서 ‘무안이비설신의(無眼耳鼻舌身意)’라고 눈도 코도 없다고 하였는데, 코를 만져보면 코가 실제로 있는데 이게 무슨 말인가 하고 의문이 생겼었다고 한다. 양자물리에서도 비슷한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저 유명한 아인슈타인이 바로 대표적인 논사이다. 그는 전자의 실재성에 관하여 코펜하겐학파와, 물리학 역사상 아마도 가장 진지하고 격렬한 논쟁을 벌였다. 이 토론은 아인슈타인-포돌스키-로젠(EPR) 역설로 요약되는데, 이 역설은 벨(JS Bell)의 부등식으로 정리가 되어 1980년대에 들어서 실험적으로 판결이 가능하게 되었고, 결과는 코펜하겐학파가 제창한 반실재론(反實在論)의 승리였다. 저자는 이 흥미롭고 중요한 지적 대토론을 균형감각을 잃지 않고 자상하게 소개하고 있으며, 관련 참고자료까지 소개하여 이 문제에 지적 도전을 느끼는 독자에게 계속 공부할 안내역할도 하고 있다.      

동산양개 스님이 《반야심경》에서 근본적 의문을 제기하고, 그 후 크게 깨쳐 선종의 한 문인 조동종을 열었듯이, 무엇이든 궁극적 문제를 해결하면 새로운 경계가 열리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다. 전자의 실재성에 관한 논쟁 역시 단순한 지적 토론에 그치지 않고 양자역학의 새로운 영역을 여는 계기가 되었다. 양자얽힘(quantum entanglement)이란 새로운 개념과 관련 연구 분야가 생겨났고, 이를 이용하는 양자정보, 양자통신, 양자계산 등의 신기술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들 미래기술은 현재의 IT 기술과는 격이 다른 상상을 초월하는 기술들이다. 하나만 예로 들면 현재의 슈퍼컴퓨터로는 몇십억 년을 계산해도 못 푸는 문제를 양자컴퓨터는 단기간에 해치울 수 있다고 이론상으로 나와 있다. 

이 책의 제6장은 실재론에 관한 논점을 시중의 그 어느 서적보다도 진지하고 자상하게 다루었는데, 핵심 개념인 양자얽힘의 불교적 의미를 《금강경》을 예로 들어 설명한 점도 돋보인다. 한 예로 《금강경》의 “갠지스강의 모래알보다 더 많은, 셀 수 없이 많은 부처님 나라가 있고, 이 많은 나라에 있는 중생의 갖가지 마음을 여래가 다 아느니라.”는 구절을 이해하는 데 양자얽힘의 이해가 어떻게 도움을 주는가를 설명하고 있다. 전자의 반실재성 논의는 자연히 인간의 의식이 어떻게 전자의 관찰에 관여하는가 하는 물리학과 심리학의 경계선으로 이어진다. 이 주제야말로 일반인들은 많은 관심을 두는 데 반하여 학계의 전문가들은 관심이 없거나 기피하는 것이 보통이다. 저자는 이러한 학계 풍토에 구애받지 않고 진리 탐구자로서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매우 드문 지성인이라고 할 수 있는데, 6장에 그의 학구적 정신이 잘 드러난다. 그가 이 장의 끝에 언급한바 “양자역학적 측정에서 의식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밝혀진다면 이는 과학이 유식 불교의 관점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될 것이다.”라는 그의 주장은 미래 물리학이 나아갈 방향을 가리키는 그의 예지라고 하겠다.

이 책의 4장부터 7장 ‘중관학: 공과 중도’까지 불교의 핵심사상인 연기법, 무아사상, 공과 중도 사상을 현대물리학적 자연관을 통해 이해하는 방법을 보여주고, 이를 통해 부처님의 법이 과학의 발전과 조화를 이루고 있음을 명징하게 보여준다. 

이러한 인식론적 논의에 이어 제8장 ‘팔정도: 중도의 길’에서는 부처님의 말씀이 우리의 실생활에 어떻게 윤리적으로 적용되어야 하는가를 감동적 언어로 설파하고, 전통적 윤리와 도덕이 붕괴된 한국의 현실에서 새로이 세워야 할 도덕적 가치와 규범을 제시하고 있다. 이 글은 덴마크의 부흥을 일으킨 그룬트비나, 《독일 국민에게 고함》이라는 저술로써 독일의 정신을 일으켜 세운 피히테를 연상시킨다. 물질적으로 세계 10위권의 선진국에 오른 한국이 나아가야 할 정신적 방향을 제시하고 있으며, 뜻있는 한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읽어야 할 명문이라 여겨진다. 

여기에 덧붙여 밀려오는 과학기술문명의 홍수 속에서 건강하고 건전한 정신을 갖춘 행복한 지성인이 되기 위한 삶의 기술로서 명상에 대한 기본지식과 미국 실리콘밸리의 최근 명상수행 경향을 소개한 것은 이 책의 실용적 가치까지도 더욱 높여주고 있다. ■

 

소광섭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명예교수.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졸업. 미국 브라운대학교 대학원 물리학 박사.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물리천문학부 교수, 서울대학교 차세대 융합기술 연구원 나노프리모 연구센터 센터장  등 역임. 주요 논문으로 〈색의 인지과학과 오행〉 〈우리말과 음양오행의 인지과학적 특성〉 등이 있고, 저서로 《물리학과 대승기신론》 《시간의 순례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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