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불교 수행체계와 교육학이론 접목 시도

《불교교육론》은 붓다고사의 《청정도론》을 근거로 하여 초기불교와 남방 테라바다 불교의 교육이론을 조명한 종교 교육학에 관한 책이다. 이 책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한국불교의 통(通)불교적 성격이 크게 작용하였다. 역사적으로 우리의 불교는 중국에서 더욱 많은 종으로 분파된 불교를 받아들였다. 한국불교는 여러 종파로 나뉜 불교를 수용함에 따른 혼선을 피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이어가고자, 원효의 회통 정신을 따른 통불교임을 선언한다. 하지만 통불교적 성격을 띤 한국불교는 종파에 따라 교육 방법과 교육 내용이 다르게 나타남으로써 교육 현장에 참여하여 가르치는 사람들도 힘들고, 배우는 사람들도 종종 혼란스럽게 하여 불교를 어렵게 여기도록 만드는 경향을 보인다. 저자는 여기에 문제의식을 느꼈다. 깨달음이라는 교육 목표는 동일하지만 종파에 따라 수행방법이 달리 나타나는 것이다.

불교는 수행을 요체로 하는 종교이다. 수행 방법에 따라 교육 방법과 교육 내용이 달라진다. 간화선이든, 위빠사나든 그것은 깨달음에 이르도록 도울 것이다. 하지만, 부처님이 고구정녕 강조하고 말씀하셨던 핵심적인 수행체계와 교육 방법은 무엇이냐는 원형에 대한 인식은 불교를 가르치고 배우는 모든 사람에게 필요하다. 저자는 부처님이 초기경전에서 점진적 차제를 강조한 점이 《청정도론》의 수행체계 교육 과정에도 그대로 흐르고 있음에 주목하여 《청정도론》의 교육적 특색을 탐구한다. 나아가 이러한 탐구 과정을 통해서 현대사회에서 불교교육의 체계를 세우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불교교육론》은 불교 수행체계가 인간 형성으로서 의의를 지닌다는 점을 역설한다. 즉, 불교가 가진 교육적 힘을 강조함으로써 현대적 관심과 조명을 받을 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2015년 7월부터 한국은 국가 주도형 인성교육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인성교육진흥법’을 시행하고 있다. 이 법의 제정 과정에서 국회의원들이 전원 찬성했다는 점을 보더라도 인성교육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하여 대다수의 국민이 합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저자는 《청정도론》의 일곱 가지 수행을 단계별로 닦음으로써 점차적으로 변해 가는 내적인 마음과 외현적인 행동이 곧 ‘인간 형성(formation of human)’ 과정이라고 본다. ‘인성교육’과 ‘인간 형성 교육’에 대한 보다 학술적인 개념 정의가 필요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 책은 불교의 인성교육에 대한 논의를 충분히 제공하고 있다. 국가적으로 인성교육이 강조되는 시점에서 시의적절한 자료이며, 불교의 교육론에 대한 체계적인 자료가 부족한 상황에서 귀중한 논의를 제공한다.

‘점교적 교육 체계’는 초기불교의 수행체계와 이의 정통성을 잇고 있는 붓다고사의 《청정도론》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교육 원리이다. 저자는 붓다고사의 칠청정(七淸淨) 구조를 이용하여 초기불교의 계정혜 삼학 원리를 체계적으로 해석하고자 하였다. 계정혜 삼학은 붓다고사에 의해 다음 7가지 교육과정으로 세분화된다. 그 과정은 첫째 계 청정, 둘째 마음 청정, 셋째 견 청정, 넷째 의심을 극복함에 의한 청정, 다섯째 도와 도 아님에 대한 지와 견에 의한 청정, 여섯째 도 닦음에 대한 지와 견에 의한 청정, 일곱째 지와 견에 의한 청정이다. 칠청정은 차례로 수행을 통하여 얻어지고, 각 단계는 바로 다음을 단계를 떠받쳐주고 있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러므로 각 단계는 차제적 특성을 나타내고 있다.

이와 같은 차제적 특성은 경장의 여러 경(經)에서도 나타난다. 일곱 가지 단계별 수행이 기술적인 방법을 통해 상세하게 소개된다. 무엇보다 인간 형성 교육으로서 칠청정의 점교적 교육 체계는 심(心) 청정의 사마타 수행과 견(見) 청정의 위빠사나 수행의 인간 형성 의의라는 교육적 논의로 해석되어 제시되었다. 이 두 수행의 인간 형성 원리는 ‘버려야 할 법들’을 버림으로써 범부에서 성자라는 최상의 인격 변화를 가져왔다. 또한 이 수행 과정은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서 자주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교육적 의의를 지닌다. 자아 정체성을 공고히 하는 현대 교육 과정과 비교할 때, 칠청정 수행 과정은 자아를 뛰어넘어 무아(無我)를 스스로 이해하고 반드시 체험으로 체득할 수 있는 학습자 중심의 교육적 특색을 가진다. 이러한 교육 과정은 지식 교육 위주인 학교 교육에서 도달할 수 없고, 위빠사나 중심의 《청정도론》 수행 체험을 통한 지혜 교육을 통해 가능하다. 그러므로 《청정도론》은 자생적 교육이론으로서 정립되는 것이 필요하고, 이 책을 통해서 저자는 그 단초를 열어보고자 하였다.

그러나 이 책의 서술 태도와 연구방법은 저자의 논지와 상당부분 모순되는 점이 없지 않아 보인다. 예컨대 불교 교육 연구방법에서, 불교교육학을 정립하고자 했던 박선영 교수의 불교와 교육에 관한 두 가지 관계 구도가 활용된다. 하나는 ‘불교의 교육’이고, 다른 하나는 ‘불교적 교육’이다. 저자는 전자의 ‘불교의 교육’이라는 입장에서 불교교육이론을 정립하고자 한다.

‘불교의 교육’은 불교의 입장이 주가 되어 불교를 더 잘 설명하거나 현대적으로 활용되기 위하여 교육학의 관점을 차용하는 것이다. 반대로 ‘불교적 교육’은 교육의 입장이 주가 되어 교육을 보다 교육답게 하고자 불교학을 차용하는 것이다. 저자는 불교의 입장이 주가 되어야 한다는 ‘불교의 교육’에 동의하지만, 교육학의 관점에서 재검토 · 재해석 되는 것은 반대한다. 왜냐하면 교육학은 서양의 교육 사상이므로 불교 사상이 가진 인간 이해와 세계관과 다르기 때문이다. 불교교육학이 교육학의 관점이 아닌 불교학의 관점에서 재검토 · 재음미 · 재해석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하지만, 저자는 교육에 대한 정의부터 교육원리를 설명하기 위해서 서양의 교육철학과 여러 철학 사상가의 용어와 해석에 기대고 있다. 이미 우리 학문 체계는 서양화되었고, 서양의 사고 체계를 더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형편이다. 불교가 이미 교육학이라면 불교교육학이라고 명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교육학이라는 용어 자체가 이미 서양의 용어인 점을 재확인해 본다면, 불교교육학은 교육학에 기대어 현재적 관점으로 재해석 되어야만 우리에게 나아가 대중들에게 이해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몇 가지 교육학적으로 엄밀한 논의가 필요한 부분을 제기하고자 한다. 저자는 정범모 교수의 인간 행동의 계획적 변화라는 교육의 정의를 사용하였다. 이 정의는 교육에 대한 행동 과학주의의 입장인데, 과연 부처님의 교육을 이러한 교육 개념으로 볼 수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또한 ‘인간 형성 교육’에 대한 보다 엄밀한 개념 정리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5장에서는 《청정도론》의 점교적 수행체계에 대한 현대교육학적 의의를 밝히고 있다. 이것은 교육철학의 여러 사조와 서양 교육이론가들의 주장을 빌려 불교교육 행위를 밝히고 있다.

이처럼 이 책에는 많은 교육이론가와 서양의 철학 사조들이 출현하고 있어서, 교육학을 전공하고 학교 인성교육의 핵심 교과인 도덕과 교육을 실천하고 연구하는 입장에서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이러한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

 

신희정
 창원중앙고등학교 ‘윤리와 사상’ 교사. 한국교원대학교에서 〈초기불교 수행법의 도덕교육적 의의〉로 석사, 〈초기불전에 나타난 ‘붓다 대화법’의 도덕교육적 함의〉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불교 도덕교육론을 연구하고 이를 교육현장에 적용하는 데 관심을 가진 교육실천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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