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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마성 지음 《잡아함경 강의》
경전에 대한 바른 이해의 중요성 일깨워
[75호] 2018년 09월 01일 (토) 임승택 sati@knu.ac.kr

   
《잡아함경 강의》
인북스, 2018년 4월 출간, 400쪽
초기불교에 대한 연구와 관심이 뜨겁다. 빨리어(Pāli)로 작성된 4부(四部) 니까야(Nikāya)가 이미 완역되었고, 《법구경》이라든가 《숫따니빠따》 등 소부(小部)에 속한 경전들도 막바지 번역 작업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문본(漢文本)에 근거한 《잡아함경 강의》는 앞다투어 출간되고 있는 빨리어 경전들에 비추어 눈여겨볼 만하다. 한문본 초기불교 경전들이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아 왔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그러하다. 어쩌면 북방불교에서 전해진 초기불교 경전들은 대승불교의 정당성을 뒷받침하기 위한 용도로만 관심을 받아왔는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 시도된 한문 아함경과 빨리어 니까야의 대조 작업은 초기불교에 대해 더욱 깊이 있게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한다.

역사적 사실성 여부에서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초기불교 경전은 붓다(Buddha)의 입멸 직후 열린 제1결집에서 정리된 법(法)을 기본으로 삼아 성립되었다. 그 법의 내용은 붓다로부터 직접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이 그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던 스승의 교설을 서로 확인하여 전승한 것이다. 한문본 아함경의 원어에 해당하는 ‘아가마(Āgama, 阿含)’가 여기에서 유래하였다. ‘아가마’ 혹은 ‘아함’이란 ‘전승(傳承)된 것’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한편 빨리어 경전들은 니까야(Nikāya)로 불리는데, 이것은 붓다의 가르침을 ‘집성한 것’이라는 의미이다. 북방불교의 아함과 남방불교의 니까야는 각기 다른 명칭임에도 불구하고 초기불교의 경전을 가리키는 말로 정착되어 있다.

아함경과 니까야는 길거나 짧은 수많은 경전으로 이루어져 있다. 거기에는 붓다 자신의 가르침과 행적은 물론 주요 제자들의 교리해설과 실천방식에 대한 언급까지도 포함된다. 또한 동일한 가르침이 이질적인 방식으로 중복해서 나타나는 경우도 있고, 특정한 제자 집단들 사이의 상호 모순적 견해라든가 긴장 혹은 갈등 관계에 대한 묘사까지도 나타난다. 이와 같은 아함경과 니까야의 구성은 초기불교의 모습이 정연하지 못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구체적인 삶의 현실과 더불어 붓다의 가르침을 곱씹게 해준다. 아함경과 니까야를 통해 드러나는 초기불교는 결코 화려하지 않다. 후대의 경전들에서 볼 수 있는 치밀함이나 체계성과도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일상의 경험과 더불어 이상적인 삶을 생각하도록 해준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잡아함경은 설일체유부(說一切有部, Sar-vāstivāda)에서 전승된 것으로, 436년에서 443년 사이에 구나발타라(求那跋陀羅, Guņabhadra)가 한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뒤섞인 것[雜]’이라는 경전의 명칭에서 드러나듯이 잡아함경은 특정한 주제들을 중심으로 붓다의 가르침을 재구성한 것이다. 따라서 관심이 가는 분야만을 집중적으로 살피는 데 유리하다. 더욱이 이 책에서는 잡아함경에 대응하는 니까야 구절들을 일일이 제시하여 대조해 볼 수 있도록 해놓았다. 따라서 북방불교 혹은 남방불교에서 개별적으로 전해진 초기불교의 가르침을 관심 분야에 집중하여 한꺼번에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것은 단순한 번역 작업의 수준을 넘어서는 것으로, 문헌 비평의 안목을 터득하도록 유도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3부로 이루어져 있다. 제1부는 《무상경》 《정사유경》 등 15개의 경전에 대한 번역과 해설 그리고 각각에 대응하는 니까야 구절들에 대한 소개로 짜여 있다. 제1부에서 소개되는 경전은 색(色) · 수(受) · 상(想) · 행(行) · 식(識)의 오온(五蘊)에 대해 무상(無常) · 고(苦) · 무아(無我)로 관찰하라는 가르침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제1부의 구성에서 드러나는 저자의 의도는 무아의 교설에 대한 바른 이해에 집중된다. 무아(無我)에 해당하는 빨리어는 anattā 혹은 anattan이다. 그런데 이 용어는 무아로 번역되기도 하지만 비아(非我)로도 옮겨지곤 한다. 비아란 색 · 수 · 상 · 행 · 식의 오온이 ‘아(我)’가 ‘아니다(非)’라는 것이다. 그런데 오온이 ‘아’가 ‘아니다’라는 표현은 오온이라는 경험적 ‘나’를 넘어선 초월적 실체로서의 ‘아’를 염두에 둔 것일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점을 노출한다.

따라서 저자는 잡아함경이 anattā를 무아가 아닌 비아로 번역한 것에 대해 붓다의 무아설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를 가져오게 했다고 지적한다. ‘무아(자아가 없다)’와 ‘비아(자아가 아니다)’는 전혀 다른 의미이며, 무아는 아(我)가 ‘완전히 없다’는 것을 가리키는 반면에, 비아는 아(我)가 ‘없는 것은 아니다’로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30쪽) 저자에 따르면 이와 같이 자아의 존재 가능성을 허용하는 사고는 초기불교 이후 부파불교의 사고가 무아론(無我論)에서 점차 유아론(有我論)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이른바 설일체유부에서 주장했던 명근(命根), 대중부에서 내세웠던 근본식(根本識), 화지부의 궁생사온(窮生死蘊), 독자부와 정량부에서 언급한 보특가라(補特伽羅) 등은 유아론적 사고의 전형으로 간주할 수 있다. 이들은 오온이 자아는 아니지만 자아의 역할을 수행하는 무언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부추긴다.

저자는 이러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잡아함경에 대응하는 상윳따 니까야에는 ‘비아’라는 단어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나아가 비아(非我)라는 빨리어 단어 자체마저 없다고 강변한다.(41쪽) 붓다가 원래 가르치고자 했던 내용은 비아의 가능성을 허락하지 않는 것으로, 오직 무아라는 표현을 통해서만 그 의미가 온전히 드러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니까야를 전승한 상좌부 계통의 분별설부에서는 유아론(有我論)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덧붙인다.

이러한 논의를 통해 저자는 아함경보다는 니까야가 붓다의 가르침에 더욱 충실하다는 스스로의 신념을 강화한다. 한편 저자는 비아라는 번역 외에도 니까야에서 보이지 않는 공(空)이라는 표현이 잡아함경에 등장한다는 사실을 추가적으로 언급한다. 공이라는 용어는 설일체유부나 대승불교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그만큼 후대에 이르러 개편되었을 가능성을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제2부에서는 《노경》 《무문경》 《사량경》 등 15개의 경전을 제1부와 동일한 방식으로 다루고 있다. 이들 경전은 십이지연기(十二支緣起)를 주요 내용으로 한다. 이 대목에서 저자는 연기설이 괴로움의 발생과 소멸 과정을 드러낸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연기설의 취지가 괴로움의 문제를 규명하는 데 있다는 사실은 재론의 여지가 없을 만큼 당연시되곤 한다. 그러나 후대의 일부 종파에서는 세계의 발생과 소멸을 설명하는 논리로까지 확대 해석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 따라서 아함경과 니까야를 통해 드러나는 초기불교 연기설의 공통적인 양상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 초기불교의 경전들은 붓다의 연기에 대해 괴로움의 발생과 소멸 과정을 규명하는 가르침으로 언급한다는 점에서 일치한다.  

그런데 제2부에서 드러나는 저자의 관심사는 더욱 세밀한 지점에 있다. 예컨대 《심심경(甚深經)》에는 십이지연기와 관련하여 유위법(有爲法)과 무위법(無爲法)을 설명하는 대목이 나타난다. 거기에서 저자는 유위법이 “나기도 하고(生), 머무르기도 하고(住), 달라지기도 하고(異), 소멸하기도 하는 것(滅)”으로 묘사된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이러한 언급은 부파불교에서 쟁점이 되었던 찰나멸론(刹那滅論)의 영향을 반영한다. 저자에 따르면 설일체유부 계통에서는 유위법에 대해 생겨남(生), 지속(住), 다름(異), 무상(無常, 滅)이라는 네 가지 특성(四相)으로 존재한다고 본다. 반면에 상좌부 전승의 니까야에서는 유위법을 일어남(生), 머묾(住), 무너짐(壞)이라는 세 가지 특성(三相)으로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잡아함경이 설일체유부를 통해 전승되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상좌부의 견해와 다른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환기시킨다.
마지막 제3부는 《정구경》 《아난다소문경》 등 15개의 경전을 다루고 있다. 제1부가 무아에 관련된 경전들을, 제2부가 연기에 관한 경전들을 다루었다면, 제3부를 구성하는 경전들은 다양한 주제들로 할애되어 있다. 그러나 제3부에서 언급되는 경전들 또한 특정한 의도에서 선택되었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먼저 《정구경》은 출가자가 갖추어야 할 바른 생계 수단에 대해 언급하고 있으며, 《아난다소문경》은 사념처의 명상 수행에 관해서 다룬다. 《마투라경》은 사성계급(四性階級)의 부당성을, 《가전연경》은 불수념(佛隨念) 등 여섯 가지 명상 수행법(六隨念) 등을 다루고 있다. 나머지 경전들도 비슷한 양상으로 개인적 · 사회적 실천의 문제들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제3부는 붓다의 가르침을 일상에서 실현해내는 데 참고할 만한 내용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저자는 교리적으로 쟁점이 되었던 내용들(제1부, 제2부)과 함께 실천(제3부)이라는 측면까지를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내고 있다.

저자는 아함경과 니까야의 대조를 통해 붓다의 근본 가르침을 드러내 보고자 하였다. 저자에게 드러난 아함경은 상좌부 전통의 니까야에 비해 후대 불교의 색채를 더욱 많이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에 대한 확인은 그간 국내에서 시도되었던 번역 작업을 문헌 비평의 차원으로 승화시켜 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부분 또한 눈에 띈다. 우선 아함경과 니까야에서 등장하는 동일한 용어들에 대해 각기 다른 번역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한문본과 빨리어본에 대한 기존의 두 번역을 수용한 데서 발생한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최소한 이 책에서만큼은 동일한 용어들에 대해 통일된 번역어를 시도하는 게 어떠했을까 싶다.

무아에 관한 논의에서도 재고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초월적 실체로서의 자아 관념을 발본색원하려는 충정에 대해서는 공감할 만하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 자체가 후대의 형이상학적 사고의 영향일 수 있다는 점이 간과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은 추후 더 논의되어야 할 과제가 아닐까 싶다. ■

 

임승택 
경북대학교 인문대학 철학과 교수로 인도철학을 가르치고 있다. 동국대학교에서 《Paṭisambhidāmagga의 수행관 연구》라는 제목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UCLA에서 방문학자(visiting scholar) 과정을 마쳤고, 동국대학교 불교문화연구원 연구교수를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 《초기불교 94가지 주제로 풀다》 《붓다와 명상》 등과 논문으로 〈무아 · 윤회 논쟁에 대한 비판적 검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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