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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스님이 들려주신 법문 / 홍성란
추모 특집 | 설악무산 스님, 그 흔적과 기억
[75호] 2018년 09월 01일 (토) 홍성란 시인 · 유심시조아카데미원장

아지랑이
원래 내 것은 없는 거야. 아무것도 붙들어 둘 수는 없어. 돈도 사람도 집도. 돈은 아지랑이 같은 거야. 잡으려고 하면 안 잡혀. 돈을 버릴 줄 알아야 돈이 들어온다. 돈의 성품이 아지랑이다. 아지랑이. 아지랑이만 아지랑이가 아니라 모든 게 아지랑이다. 사물 자체가 다 그렇다. 설악산을 다 갖고 있은들 무슨 의미가 있느냐. 아지랑인 줄 알면서 열심히 쫓아다니는 게 인생이지. 아지랑이를 쫓는 게 삶 자체야. 아무것도 필요 없는 거야. 아지랑이 붙들고 사는 동안 으스대다 가는 거야. 결국은 다 헤어지는 거야. 사람하고도 헤어지고 돈하고도 헤어지고 집도 물건도 다 두고 가는 거야. 내 것은 오로지 내 마음 하나밖에는 없다. 꿀벌이 꿀 모아 놨다가 자기는 먹지 못하고 개미하고 곰하고 사람한테 다 빼앗기지. 사람도 마찬가지야. 열심히 일해서 돈 벌고 집 사고 저금하고 모아놨다가 자식들한테 산사람한테 다 주고 가. 알렉산더는 죽을 때 손을 관 밖에 내놓았다. 아무것도 가지고 갈 수 없다는 거야. 다 버리고 간다는 거야. 살아 있을 때는 아등바등 모아서 죽을 때는 다 버리고 가.


하심
가는 데마다 내 집이다 생각해라. 고맙다 고맙다고 기도해라. 저 창밖에 감나무도 나를 위해 심어둔 거고 자동차도 음식도 모두가 나를 위해 있는 거야. 크게 생각하면 다 나를 위해 있는 거야. 다 나와의 인연이라고 생각하면 복이 들어온다. 마음먹기 달렸다. 마음은 허공이야.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본다. 한 이불 아래 자도 다른 사람 생각할 수 있다. 그런 마음을 붙들려고 하지 마라. 마음 안 맞는 일은 잊어버려라. 다 잊어버려라. 좋은 것만 기억해라. 마음고생 하느냐. 고생이 무슨 말이냐. 괴로울 고(苦)에 날 생(生)이라. 태어나서 괴로운 게 고생이야. 세상에 나온 게 고생이라는 거야. 참을 인(忍), 흙 토(土). 세상은 인토야. 세상에 나왔으니 참아야 한다는 거야. 다 나름대로 고통이 있는 거야. 참고 살아야지. 그러니 죽으면 편안하게 됐다고 하지. 그래, 어차피 죽을 거. 다 죽는다. 언제나 하심으로 즐겁게 살아라. 하심(下心)이란 화내지 말고 남의 허물 보지 말고 남의 허물 말하지 말고 마음을 낮추는 거야. 묵언정진 면벽수행. 앉아 있으면 법문이야. 법당에 부처가 법문이야. 앉아 있는 자체가 법문이다. 입을 열면 다 그르친다. 말 없는 부처를 바라보며 마음을 오롯이 하는 맑은 마음 자체가 도(道)이고 선(禪)이야.

진실
제일 강한 건 진실이야. 남의 눈에 눈물 나게 하지 마라. 김대중은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다 용서했다. 블랙리스트는 세상 어디에나 있다. 모른다고 부정한 게 죄다. 거짓말하면 안 된다. 국정 운영하면서 거짓말하면 안 된다. 블랙리스트 있다고 인정하면 되는데 자꾸 거짓말을 해서 허물을 자꾸 만들고. 제 허물은 덮어두고 남의 허물을 들춰내니. 조오현이나 박근혜나 홍성란이도 자기 허물은 몰라. 안 보여.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상 받은 이유가 뭐냐. 박정희기념관 짓고 퇴임 대통령에게 난도 보내고. 만델라처럼 선정을 베풀었어. 원칙주의자는 외로운 거야. 시시비비 사량분별 선악도 생사도 없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마라. 옳은 것도 없고 그른 것도 없다. 성주괴공(成住壞空). 이루어진 것은 허물어지고 허물어진 것은 다시 이루어진다. 제행무상(諸行無常) 아니냐.
   
칭찬
세상에 도덕군자가 없다. 자기 먹고살려고 성자인 척하지 성자는 없어요. 서로서로 이용하고 뜯어먹으며 사는 게 인생이야. 먹을 것 때문에 싸우지. 먹을 것 앞에 도덕군자가 없다. 누구든지 개인한테 허물이 있는 거야. 자기 허물을 알면 남의 허물이 안 보여. 어정어정 세상 칭찬하고 사는 거야. 상 받았다는 이야기 들으면 칭찬해주고. 예쁘다 착하다 칭찬해주고. 경비아저씨 청소아줌마 보면 먼저 수고한다고 인사하고. 아첨하는 거랑 비위 맞추는 건 다르다. 아첨은 이익을 얻으려고 상대방에게 간사하게 구는 거지만, 비위 맞추는 건 상대방 기분을 좋게 해주는 거야. 비위도 맞춰주고 부처님 기쁘게 하듯이 옆 사람 기쁘게 해줘라.

휴휴암의 파도

밤늦도록 책을 읽다가 밤하늘을 바라보다가/ 먼 바다 울음소리를 홀로 듣노라면/ 千經 그 萬論이 모두 바람에 이는 파도란다
—  조오현 〈파도〉

휴휴암 시비 그런 건 왜 세웠느냐. 전 국민이 좋아하는 작품이 있으면 그게 문학관이고 시비(詩碑)다. 시집(詩集)을 내면 지비(紙碑)야. 좋은 시가 시비야. 만구성비(萬口成碑)다. 만구성비. 제막식 하지 마라. 5월 28일 제막식 하지 마라. 그리고는 5월 26일 오도송 선음비(禪吟碑)를 차마 못 보시고 원적(圓寂)에 드셨다. 창천(蒼天)! 창천! 덕 높으신 스승님, “설악산이 외로워하니/ 사바에 오소서(석성우 대종사 〈무산스님 영전에〉)” 극락왕생하소서. 혜일(慧日) 삼배 합장.

얼마만 한 축복이었을까
얼마만 한 슬픔이었을까

그대 창문 앞
그대 텅 빈 뜨락에

세계를 뒤흔들어놓고 사라지는
가랑잎
하나
— 졸시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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