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 만해사상 실천선양회 Home
불교평론 소개 l 지난호 보기
 
 인기키워드 : 사색과 성찰, 청규, ,
> 뉴스 > 칼럼 > 사색과 성찰
     
〈신과 함께〉에 대한 단상 / 이기선
[74호] 2018년 06월 01일 (금) 이기선 불교조형연구소 소장

지난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 1,4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국산 영화가 있다. 김용화 감독이 만든 〈신과 함께-죄와 벌〉이다. 이 영화는 본디 주호민 작가의 웹툰(webtoon) 〈신과 함께〉를 각색하여 제작한 것이다.

원작인 웹툰은 3부로 이뤄져 있으며 각각 저승, 이승, 신화를 다루고 있다. 1부는 저승을 다루고 있다. 주인공 김자홍이 목숨을 잃은 후 변호사 진기한을 만나 시왕(十王)으로부터 각각 심판을 받는 장면을 보여준다. 도중에 숱한 위기에 처하게 되지만 진기한의 기막힌 변호와 대처로 극복해 나간다. 2부는 이승 편으로 현실 문제를 다루고 있다. 재개발로 집을 떠나야 하는 가난한 할아버지가 주인공이다.

폐지를 모으면서 힘들게 살아가는 할아버지에게는 부모 없는 어린 손자가 있다. 철거용역들은 집을 비우지 않는 할아버지를 협박하고 집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지만 경찰은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않는다. 할아버지의 집에 머무는 가택신(家宅神)이 할아버지를 도와준다. 할아버지를 데려가기 위해 저승에서 차사가 방문하지만, 가택신은 할아버지를 쉽게 내주지 않는다. 3부는 각 캐릭터의 프리퀄(prequel, 유명한 책이나 영화에 나온 내용과 관련하여 그 이전의 일들을 다룬 續篇)이라고 볼 수 있다. 시대는 과거로 바뀌면서 인간이었던 인물이 어떻게 차사가 되고 도령이 되고 가택신이 되었는지를 알려준다. 그들의 사연을 듣다 보면 당시의 안타까운 현실에 분노가 치밀고 좌절감을 느끼게 된다.

요약하면,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인과응보에 빗대어 고발하고 단죄하고자 하는 것이다. 특히 우리의 전통적인 신화나 설화에서 담겨 있는 내용을 소재를 삼고 또한 숱한 신중(神衆)들-예컨대 십왕(十王), 차사(差使), 귀신-의 존재를 설명하되 작가는 나름대로 새로운 해석과 성격을 부여하고 있어 흥미롭다. 따라서 웹툰 〈신과 함께〉는 단순한 만화라기보다는 사회적인 문제에 대한 비판의식이 가득 담긴 작품이다.

한편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은 영화적인 재미를 주기 위해서 많은 부분이 각색되어 있다. 인간이 죽어 육신은 이승에 남고 저승에 가게 되는 영혼은 사십구재를 지내는 49일 동안 이승에서의 죗값을 재판을 통해 치르게 된다는 큰 줄거리롤 유지하고 있다. 다만 스크린으로 옮기면서 독자들이 흥미롭게 느끼던 각 지옥의 특징을 가져오되 표현하는 방법과 등장인물들에 변화를 주어 영화적 재미를 끌어올리고 있다.

선과 악의 심판을 받는 장면에 집중하고 있으며 영화 후반 어머니의 고귀한 사랑을 통해 눈물샘을 자극하고 있다. 기본적인 구도는 원작과 같지만 어머니의 모성애에 비중을 더 크게 두고 있어서 전형적인 멜로물인 신파극으로서 감동 코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족(蛇足) 같지만, 영화와 웹툰을 살펴보면서 고전(古典)에서 묘사하는 사후세계의 모습을 동서양 문화의 비교 차원에서 소개하고자 한다. 여기서는 지면 관계로 기독교와 불교에서 색채가 어떤 상징을 나타내는지 편린이나마 드러내 보이고자 한다. 이른바 ‘이미지’의 시대를 맞아 색채의 활용을 위해서도 긴요한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필자가 꿈꾸는 ‘불교 색채학’의 정립이라는 문제를 이 기회에 여러 사람과 공유하고자 하는 숨은 뜻도 있다.

지옥을 비롯한 사후세계를 다루고 있는 고전을 꼽자면 《정법염처경(正法念處經)》과 단테의 《신곡(神曲)》을 첫손에 꼽을 수 있겠다. 먼저 《신곡》 중 〈연옥(煉獄)〉 편의 한 대목을 보자.
  
꽃들의 구름 속으로/ 하얀 너울 위에 올리브 띠를 두르고/ 여인이 나타났는데, 그녀는 푸른 망토 밑에/ 싱싱한 붉은색 옷을 입고 있었다.

짧지만 이 대목에는 고도의 상징적 표현이 담겨 있다. ‘올리브 띠’는 감람나무 잎사귀로 만든 것으로 지혜와 평화를 상징한다. ‘푸른 망토’는 희망을 상징하고, ‘붉은색 옷’은 사랑을 뜻한다. 이 모든 것은 31행의 ‘하얀 너울’이 상징하는 믿음과 함께 베아트리체의 본질을 설명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하얀’ ‘푸른’ ‘붉은’이란 빛깔은 바로 각각 기독교에서 말하는 믿음, 지혜와 평화, 희망, 사랑을 상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정법염처경》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마음의 업의 미술가〔心業畵師〕나 혹은 그 제자도 그와 같아서 좋고 편편하며 단단하고 매끄러운 업의 과보의 땅과 생사의 땅에 제가 아는 대로 갖가지 형상과 갖가지 도와 갖가지 의지할 곳을 짓는다. 이와 같이 마음의 업의 미술가는 업으로 중생을 만든다. 또 여러 가지 채색이 있어서, 흰 물감으로는 흰 물건을 그리고 빨간 물감으로는 빨간 물건을 그리며 노란 물감으로는 노란 물건을 그리고 회색 물감으로는 회색 물건을 그리며 검은 물감으로는 검은 물건을 그리는 것처럼, 마음의 업의 미술가도 그와 같아서 흰 것을 반연하면 흰 것을 취하여 천상과 인간의 흰 빛을 그린다. 흰 빛은 무엇을 뜻하는가. 탐욕 따위의 더러운 번뇌에 더럽혀지지 않기 때문에 흰 빛이라 한다.

이와 같이 또 마음의 업의 미술가는 빨간 채색을 통해서는 천상과 인간의 빨간 빛을 그린다. 빨간 빛은 무엇을 뜻하는가. 이른바 사랑스러운 소리 · 맛 · 촉감 · 냄새 · 빛깔을 그려 관찰하는 옷이다.

노란 채색으로는 축생 세계의 노란 빛을 그린다. 노란 빛은 무엇을 뜻하는가. 피차 서로 피를 마시고 살을 먹으며, 탐욕 · 분노 · 우치로서 서로 해치기 때문에 노란 빛이라 한다.

또 마음의 업의 미술가는 회색의 채색을 가지고 반연을 관찰하여 아귀 세계의 더러운 회색을 그린다. 회색은 무엇을 뜻하는가. 그들의 몸은 마치 불에 타는 숲처럼 주림과 목마름에 시달려 갖가지 고통을 받는데, 마음의 업의 미술가는 질투하는 마음에 사로잡히고 우치의 어두움에 덮이기 때문이다.

또 마음의 업의 미술가는 검은 채색을 가지고는 지옥 속의 검은 빛을 그린다. 검은 빛은 무엇을 뜻하는가. 검은 업 때문에 지옥 속에 나서, 검은 철벽이 있고 불에 타고 결박을 받아 검은 몸이 되어, 갖가지 병을 앓고 굶주림과 목마름은 몸을 괴롭혀 한량없는 고통을 받기 때문이니 이것은 다 제가 지은 업이요, 남이 지은 것이 아니다.

또 그 비구는 이와 같은 세 세계와 다섯 길의 다섯 가지 채색으로 그려진 생사의 그림옷을 관찰하고 세 세계에 머무르는데, 그 세 세계란 이른바 욕심 세계와 형상 세계와 무형 세계이다.

―《正法念處經》 권 5, 2. 생사품 ③

soljae@hanmail.net

ⓒ 불교평론(http://www.budreview.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댓글달기는 로그인 후 가능합니다.
전체댓글수(0)  
전체기사의견(0)
불교평론 소개독자투고불편신고구독신청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135-887]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12-9번지 MG타워빌딩 3층 | Tel 02-739-5781 | Fax 02-739-5782 | 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 홍사성
Copyright 2007 불교평론. All rights reserved. mail to budreview@hanmail.net
불교평론을 통해 제공되는 모든 콘텐츠(기사 및 사진)는 무단 사용, 복사, 배포시 저작권법에 저해되며,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