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통사찰의 정의와 가치

1) 전통사찰(傳統寺刹)의 정의와 범위

일반인들은 대부분 오래된 사찰을 전통사찰이라고 생각하지만, 전통사찰은 중요한 가치가 있을 때만 지정된다. 전통사찰의 보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전통사찰은 역사적 가치, 불교적 가치, 문화적 가치, 예술적 가치, 건축적 가치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가치들은 마이클 로스(Ross)가 주장하는 문화유산의 가치(고고학적/역사적 가치, 예술적 가치, 사회적 가치)와 매우 유사하다.

위 법률에서는 전통사찰의 공간적 범위를 ‘전통사찰보존지’로 정의하는데, 전통사찰보존지는 대웅전 등과 같은 건축물뿐만 아니라 사찰이 소유한 토지를 포함하는 면적(面的)인 개념이다. 1972년 유네스코에서는 문화유산을 점적(店的) 개념에서 면적인 개념으로 확대한 바 있다. 면적 문화유산이 되기 위해서는 기념비적인 건축물과 예술품이 존재하고, 특별한 가치가 있는 건물집단이 동일한 경관특성과 지형특성을 갖춘 부지에 배치되어야 한다. 〈그림 1〉에 나타난 통도사 사역도(寺域圖)를 보면 통도사는 문화재인 사찰 건물들이 영축산이라는 동일한 지형과 경관을 갖춘 큰 부지 속에 배치되어 있다. 따라서 전통사찰이야말로 유네스코가 정의하는 면적 문화유산의 개념에 부합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임을 알 수 있다.

〈그림 1〉 통도사 전경도: 전통사찰의 범위는 건축물과 사찰 소유의 모든 토지(산림과 전 답 등)를 포함한다.(출처: 통도사 성보박물관)


2) 전통사찰의 가치

전통사찰은 면적 문화유산으로서 그 안에 천 년이 넘게 지속되는 종교 기능과 문화재, 그리고 우수한 사찰림이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전통사찰은 현재까지 본래 기능인 종교 활동을 유지하는 종교유산이다. 다른 문화유산인 궁궐이나 서원을 보면 본래 기능이 사라지고 유적 상태인 건축물만이 존재한다. 반면에 전통사찰에서는 천여 년이 넘게 같은 활동이 계속된다.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방식으로 예불과 염불이 진행되고, 수행자가 생활이 지속되며, 일반인의 방문과 기도가 이루어진다. 외국에서는 이용이 끝난 문화유산에 대하여 그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 새로운 이용을 도모하고 있다. 이를 보면 현재까지 종교 활동을 유지하는 전통사찰은 살아 있는 유산으로서 다른 유산과는 차별화되는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림 2〉는 우리나라의 전통 불꽃놀이인 낙화 축제를 재현하여 지역주민에게 큰 호응을 얻었던 통도사의 초파일 행사를 보여준다. 이렇게 전통사찰은 살아 있는 유산으로서 지나간 과거의 기억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의 삶과 함께 현재 진행형으로 진화하는 문화를 창출하는 곳이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전통사찰로 지정되었다는 것 자체가 전통사찰이 문화유산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전통사찰의 건축과 문화재는 역사 · 문화적 가치가 매우 높다. 우리나라 전체 지정문화재 13,186건 중 불교문화재는 4,058건으로 31%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중 국보는 53%, 보물은 57%를 차지한다. 시 · 도 지정문화재 3,998건 중 불교문화재는 1,292건으로 33%를 차지하고 있으며, 기타 문화재 8,767건 중 불교문화재는 3,079건으로 35%를 차지한다.

〈그림 2〉 통도사 초파일 행사: 전통사찰의 유산 가치는 살아 있고 현재에도 우리 삶과 함께 진화하는 문화를 만들어 간다.

또한 오늘날 대부분의 전통사찰은 국립공원과 같은 보호지역에 포함되어 국민의 건강과 복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립공원은 1967년 지리산 국립공원을 필두로 지정되기 시작했는데, 대부분 국립공원의 핵심 지역들은 전통사찰이다. 이는 당시 다른 산림들이 전쟁과 재건과정에서 벌목 등으로 생태환경이 열악한 데 비하여 사찰의 관리가 엄격했던 사찰림은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였고, 사찰이 그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관광지역이었기 때문이다. 2016년 현재 17개 산악형 국립공원 중 전통사찰이 편입된 지역은 16개로 전체의 94.1%를 차지하고 있으며, 사찰림은 대부분 생태가 가장 우수한 자연보존지구로 지정되어 있다.


<그림 3〉을 보면 월정사 사찰보존지가 오대산국립공원에서 차지하는 중요도를 알 수 있다. 월정사는 1,300년 전인 643년에 창건된 사찰로서 월정사가 소유하고 있는 월정사 보존지 면적은 58,035㎢이다. 오대산국립공원은 1975년 2월1일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면적은 326.348㎢이다. 따라서 월정사 보존지는 오대산국립공원의 17.78%를 차지한다. 2015년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오대산국립공원 탐방객 581명의 95.8%가 월정사 보존지만을 방문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이유는 원래 월정사의 사찰진입로와 포행로를 그대로 오대산국립공원의 진입로와 탐방로로 사용하고 있고, 월정사 보존지 안에 월정사를 비롯한 9개 전통사찰, 사고와 문화재 30점(국보 4점, 보물 3점 포함)이 있으며, 8개 오대산 탐방코스 중 5개 코스가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전통사찰은 종교, 문화, 자연을 포함하는 복합유산으로서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국민의 건강과 복지에 기여하는 공익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실제로 오대산국립공원 탐방객들은 오대산국립공원에서 월정사 보존지가 차지하는 중요도를 73.65%라고 평가하고 있어(이영경 등, 2015), 월정사 보존지의 중요도를 잘 알고 있다.

이러한 인식은 전통사찰보존지에 대한 경제적 가치평가에서도 나타난다. 다음 페이지의 〈표 1〉은 2001년 7개 국립공원 탐방객 2,500명이 각 공원에 자리한 전통사찰보존지를 대상으로 이용가치와 보존가치를 평가한 결과를 보여준다. 신흥사 사찰보존지의 경제적 가치평가 총액은 15,821원으로, 설악산국립공원의 총 가치인 31,890원의 49.6%를 차지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해인사 보존지도 가야산국립공원 가치의 79.7%를, 내장사 보존지도 내장산국립공원 가치의 79.4%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영경 외 《한국의 전통사찰, 전통사찰의 공익적 가치평가 및 관리》 2011)


2. 국립공원 내 전통사찰과 관련한 사회적 갈등

전통사찰의 공익적 역할과 가치에 대한 공공의 인식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로는 국립공원 안에 있는 전통사찰이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하는 것과 관련하여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문화재 관람료는 문화재보호법에 의거하여 문화재를 보유한 주체가 징수할 수 있는 비용이다. 자연공원법에 의한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되기 이전에는 국립공원 입장료와 문화재 관람료를 합동 징수하였는데,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되면서 문화재보호법에 의한 문화재 관람료만을 징수하고 있다. 이에 등산만을 목적으로 하는 일부 탐방객들이 문화재를 보지 않는 상황에서 문화재 관람료를 내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이의를 제기하였다. 이러한 문제 제기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관점에서 검토될 필요가 있다.

1) 면적(面的)인 문화유산에 대한 인식

첫 번째는 문화유산을 점적(店的)으로 보는가, 아니면 면적(面的)으로 보는가에 대한 것이다. 문화유산 관리에 대한 세계적인 추세를 보면 문화유산과 유산이 위치하는 부지를 함께 관리하는 것이다. 즉, 개별적인 문화유산을 관리할 뿐만 아니라 문화유산의 배경이 되는 부지가 문화유산과 가지는 관계성을 이해하고 관리한다. 이러한 유산 관리를 문화유산에 대한 공간적 지속가능성이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문화유산이 위치한 부지, 부지가 위치한 마을과 더 나아가 도시 전체까지 문화유산과의 경관적 · 상징적 관련성을 보존하고 관리해야 한다.

사실 전통사찰보존지에 들어서는 그 순간부터 사찰의 문화유산을 보고 경험하는 것이다. 사찰보존지 앞에 세워진 산문과 진입로, 진입로를 따라 흐르는 계곡과 계곡 사이의 숲과 사찰림에는 천 년 이상 계승되고 지속된 종교적 이야기와 상징성, 그리고 그 사찰의 장소성과 문화적 의미가 묻어 있으며, 이러한 정체성 자체가 문화유산이기 때문이다. 특히, 1990년 이후부터는 세계문화유산의 지정 조건에 문화경관과 무형유산, 그리고 무형유산이 전승되는 공간이 포함되면서, 중국 우타이산 전체가 문화경관으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바 있다. 이러한 세계적인 추세에 비교해 볼 때, 점적인 문화재만을 유산자원으로 인식하는 시각은 수정되어야 하나, 이에 대한 논의는 다양한 학문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

2) 국립공원 내 사유지에 대한 재산권 제한

둘째, 현재 발생하는 문화재 관람료 문제는 국립공원 안에 편입된 사유지인 전통사찰보존지에 대한 환경부의 방치와 관련이 깊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국립공원이라 하면 그 지역을 모두 국가가 소유한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나라 국립공원은 사유지의 비율이 매우 높다. 2017년 6월 현재 우리나라 육상 국립공원의 면적은 3,972.590㎢인데, 그 가운데 국유지는 54.59%인 2,168.649㎢에 불과하다. 나머지 45.41%는 사유지인데, 이중 공유지가 511.089㎢로 12.87%를, 개인 사유지가 1,013.243㎢로 25.51%를, 사찰보존지가 279.609㎢로 7.04%를 차지하고 있다. 편입된 사유지의 소유자 현황을 보면 공유지의 소유기관은 88개 기관, 개인 소유자는 45,464명, 사찰보존지의 소유자는 조계종단 한 기관이다.

국립공원에 편입된 사유지는 소유자가 누구든 재산권 행사에 막대한 지장을 받고 있다. 개인 사유지의 경우에는 소유자가 많기 때문에 한 소유자별로 편입된 평균면적이 작고, 국립공원 안에 산발적으로 존재하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지난 수십 년간 국립공원 경계조정을 하면서 상대적으로 생태적 특질이 낮고, 국립공원의 가치형성에 기여가 높지 않은 개인 사유지는 많은 부분 제척(除斥)이 이루어졌다. 근래에는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국립공원 안에 개인 사유지가 집중된 마을 단위를 대상으로 경제적 보상의 일환으로 명품마을을 조성하고 주민 공동체의 이익창출을 도모하고 있다.

반면에 전통사찰보존지는 모두 조계종단의 소유로서 한 덩어리로 존재하며, 우수한 생태자원과 문화자원이 있고 우리나라의 독특한 문화경관을 창출하며 국립공원의 주요 진입지역이자 핵심 탐방지역이다. 따라서 전통사찰보존지를 국립공원에서 제척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면 종교기능을 위하여 전통사찰보존지를 사용할 사찰의 권리를 인정하면서 국립공원을 관리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대책은 2011년 새로 신설한 공원문화유산지구 이외에는 전혀 없다. 그러나 이러한 지구 신설이 종교 기능을 위한 사찰의 자원 이용에는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

자연공원법상 공원문화유산지구는 불사가 가능한 지역으로 정의되는데, 건축물 지역을 중심으로 일정 거리(50m, 100m, 300m)에 한하여 지정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지구 지정에서 사찰과 관련 깊은 지역들(하천, 진입로, 암자길, 부도전, 사지, 사찰림 등)과 생태가 우수한 지역은 제외되기 때문에 공원문화유산지구는 사적(史蹟)으로서 기본 요소를 갖추지 못한다. 문화유산지구라고 하면서도 지정 기준이 생태 위주인 것은 우리나라 국립공원의 관리 카테고리가 생태보존에 목적을 두고 있는 카테고리 II이기 때문인데, 이에 대한 구체적 내용은 이후에 설명하겠다.

이렇게 기형적으로 공원문화유산지구가 지정되면 유산이라는 개념이 공원문화유산지구에만 한정되기 때문에 전통사찰보존지 전체의 종교적 의미가 훼손될 우려가 크다. 또한 문화유산지구가 기존의 건조물 지역 근처에 지정되기 때문에 공간적 여유가 있는 사찰 본래의 문화경관을 유지하면서 불사를 하는 것이 어려워서 불교계 내부의 걱정이 매우 크다. 게다가 공원문화유산지구라도 자연공원법에 의한 규제는 없지만, 문화재보호법이나 산림법에 의한 규제는 남아 있기 때문에 종교 기능을 위한 불사는 여전히 중복으로 규제되는 실정이다.

전통사찰에서 가장 중요한 본래 기능은 종교적 수행과 포교이다. 사실 수행과 포교는 종교인에게는 삶과 생계를 유지하는 목적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중요한 본래 기능의 유지에 필요한 불사를 건축행위로 보고 규제하는 것은 종교 기능의 위축이라는 매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와 일부 시민단체는 종교적 불사 행위를 법률을 위반하는 일반적인 건축행위 정도로만 취급하는 실정으로, 사찰보존지의 소유자인 사찰에는 매우 불공평한 일이다. 지금까지 조계종단이나 사찰은 국립공원에 편입된 어떠한 전통사찰보존지에 대해서도 종교 기능을 제한하면서까지 국립공원으로서의 이용에 동의한 바도 없고, 그러한 이용을 위해 사찰보존지를 임대한 바도 없으며, 이러한 이용에 따른 보상을 받은 바도 없다.

월정사 보존지의 예를 보면, 1974년 오대산국립공원 지정에 대한 국가의 동의요청에 대하여 당시 월정사 주지 스님은 월정사 경내지(월정사 보존지와 같은 개념임)에 대하여 사찰의 기본권 침해 방지, 경내지 지역의 원형 변경이나 손상행위 금지, 경내지에 대한 공원법 적용 불가, 국가가 필요로 하는 시설에 대한 불교계와의 합의 등을 조건으로 오대산국립공원에 동의하였다. 또한 이러한 조건사항이 위배되었을 경우에는 동의서가 무효임을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 월정사 보존지는 자연공원법의 적용을 받고 있고, 사찰보존지에 대한 사찰의 기본권은 제한되고 있으며,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방문자 편의와 만족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시설은 사찰과의 합의 없이 설치하고 있다.

1974년 당시 문화공보부에서도 월정사 경내지를 오대산국립공원 예정지에서 제외하기 바란다는 관계부처 협의사항을 제출하였다. 이에 대한 이유로서 월정사 경내지가 불교의 전법 법요를 집행하며 승려의 수도장이라는 특수성이 있으므로 수도장으로서 사찰의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보다 더 심각한 것은 지난 50년간 정부는 전통사찰보존지가 사유지라는 사실과 과거 천여 년 동안 사찰의 관리로 인해 사찰보존지의 우수한 생태환경과 문화자원이 보존되어 왔다는 사실을 국민에게 전혀 알리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국립공원 앞에 세워진 국립공원 안내판을 보면, 사찰보존지가 표시되어 있지 않고 사유지로서 국립공원 이용에 제공되고 있다는 점과 종교 지역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는 것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 더 나아가 “국립공원은 국민 여러분의 것입니다”라는 문구가 있는 안내판도 있다. 따라서 국립공원 탐방객들은 자신이 방문하는 지역이 사찰이 소유한 사유지라는 점을 전혀 모르고 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전통사찰보존지를 중심으로 국립공원이 지정된 이유는 사찰보존지가 다른 산림보다 생태적으로 우수하고 다양한 자원이 있는 가치 있는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찰보존지를 잘 보존하고 관리해온 소유자인 사찰에 대한 사회적 예우는 사실 매우 당연하고 상식적인 일이나 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전혀 없는데, 이러한 실정이 문화재 관람료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는 면이 있다. 여기서 객관적인 사실은 문화재를 보지 않고 등산을 하는 탐방객들도 사찰이 소유한 사유지의 자원을 즐기고 있다는 점이며, 정부는 이러한 사유지에 대해 형평성 있는 대책이나 보상 없이 지난 50년간 국립공원이라는 명목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3. 우리나라 국립공원 정책의 문제점

이러한 점들을 생각하면 우리나라 국립공원 정책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의문이 생긴다. 첫째, 국립공원이라는 명목으로 탐방객의 편의와 만족을 주요 관리목적으로 수립하면서 그 지역의 실제 법적 소유자로서 천여 년 넘게 그 지역을 보존하고 관리해 왔던 사찰이 종교 목적을 위해 그 땅을 사용할 권리를 제한하고, 그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하지 않는 것이 과연 형평성 있는 일인가? 둘째, 오랜 세월 동안 사찰보존지의 본래 가치였던 종교 가치와 역사 · 문화적 가치들을 생태 가치보다 중요성이 낮은 가치라고 판단하고 관리에서 도외시하는 것이 과연 국가 유산자원의 지속가능한 관리에 합당한 것인가?

당연히 탐방객의 편의와 만족이 중요하다면 전통적인 소유자들의 삶의 목적을 성취하는 것도 중요하며 생태 가치뿐만 아니라 다른 가치들도 관리되어야 할 중요한 가치임에 틀림이 없다. 이렇게 당연한 권리가 인정되지 못하고 중요한 정신적 가치(종교, 역사 · 문화)들이 관리대상으로 인정되지 못하는 것은 우리나라 국립공원 정책에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1) 보호지역 내 토착민과 전통적 사람들의 권리에 대한 인식 부재

세계자연보존연맹(IUCN)은 1948년 UN의 지원을 받아 설립된 국제기구이다. IUCN은 세계의 자원을 관리하기 위한 국제협력을 주도하고 보호지역을 위한 연구조사를 병행하고 있다. IUCN은 세계 최대 규모의 환경단체이며, 2011년 현재 세계 87개국 1,100개 정부 및 비정부기관이 가입되어 있으며, 60개 국가에 지역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2011년 현재 우리나라는 환경부, 문화재청, 산림청, 제주도, 국립공원관리공단, 자연보호중앙연맹 등 10개 기관이 가입해 있으며, 1999년에는 IUCN 한국위원회가 결성되어 아시아 지역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IUCN은 산하 6개 위원회 중 하나인 세계보호지역위원회(WCPA)에서는 1998년부터 보호지역 관리를 위한 ‘가이드라인 시리즈(Best practice protected area guidelines series)’를 발간하고 있다. 2018년까지 27권이 발간되었으며, 2000년에는 4번째 가이드라인으로서 《토착민과 전통적인 사람들과 보호지역: 원칙, 가이드라인, 그리고 사례연구(Indigenous and Traditional Peoples and Protected Areas: Principles, Guidelines, and Case Studies)》를 발간한 바 있다. 여기서는 보호지역 지정 전부터 그 지역에서 살고 있었던 토착민과 전통적인 사람들의 자원 사용권과 관리권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원칙 및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1) 토착민과 전통적 사람들의 권리에 대한 가이드라인 작성의 근거

이 가이드라인은 1996년 10월 14일에서 23일까지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개최된 IUCN 세계보존총회(WCC: World Conservation Congress)에서 채택된 결의안 1.53(토착민과 보호지역에 관한 결의안)에 근거한다. 결의안 1.53에서 세계보존총회는 다음의 네 가지 사항을 요청 및 권고하고 있다.

① IUCN의 사무국, 기술프로그램의 본부장 및 위원회, 모든 구성원과 자문위원회에게
● 보호지역 안에 있는 토착민들의 토지, 영토, 자원에 대한 그들의 권리를 인정하고
● 토착민들의 토지와 영토에 보호지역을 지정하기 전에 토착민들과 합의를 해야 하는 필요성을 인정하고
● 토착민들의 토지와 영토에 지정된 보호지역의 관리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권리와, 자신들의 토지와 영토에 대한 그들의 권리에 영향을 미칠 어떠한 결정을 할 때 토착민들에게 협의해야 하는 권리를 인정할 것.
② 모든 IUCN 구성원들에게 국가적 차원에서 위의 원칙에 부합하는 보호지역과 토착민들에 대한 정책을 개발하고 실행하는 데 필요한 적절한 방법을 마련할 것을 강력히 권고하며,
③ 세계위원회에게 IUCN의 보호지역 카테고리를 적용하는 데에서 토착민들이 가지고 있는 권리와 관심을 반영할 목적을 가지고 토착민들 단체와 긴밀한 연계를 수립할 것을 요청하며,
④ IUCN의 본부장에게 가용한 자원들의 범위 안에서 보호지역과 자연유산에 대한 IUCN의 업무에 이러한 원칙에 근거한 적절한 정책들을 더 개발하고 실행하는 것을 보장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들을 포함할 것.

(2) 토착민과 전통적인 사람들에 대한 정의

이 가이드라인에서는 전통적인 사람들(traditional people)을 규정하지 않고 있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의하면 ‘traditional’은 “오랫동안 변화 없이 한 사회나 집단에 지속되어 온 방식대로 행동하는 관습을 따르거나 속한”으로 정의된다. 국어사전에 의하면 ‘전통적’은 “예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한 지역에서 1,000여 년 넘게 승가사회의 관습을 유지해온 전통사찰과 승가집단은 전통적인 사람들로 정의될 수 있다.

토착민이나 부족민은 가이드라인 부록으로 첨부된 ILO협약 169의 1항과 2항에서 정의되고 있다. 1항에서 부족민은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조건이 국가 공동체의 다른 부문과 구별되며, 지위가 전적으로 혹은 부분적으로 자신들 특유의 관습이나 전통에 의해 또는 특수한 법이나 규정에 의해 규제되는 독립적인 지역에 사는 부족민들”이라고 정의된다. 토착민은 “정복이나 식민지화 또는 현재 국가경계가 확립되는 시기에 특정한 독립적인 지역에 거주한 인구로부터의 내려온 혈통이나 가문 때문에 토착으로 간주되는 독립적인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로서 그들의 법적인 지위와는 상관없이 그들 자신의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정치적인 제도의 일부나 모두를 유지하는 사람들”로 정의된다. 그러나 2항에서는 이 협약이 적용되는 집단을 결정하는 기본적인 기준은 자신들을 토착민이나 부족민으로 스스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보면 자신들을 그 지역의 토착민으로 간주하는 집단은 토착민으로 대우해야 함을 알 수 있다.

이를 종합하면 전통사찰과 승가집단은 ① 창건된 이후 현재까지 1,000여 년 동안 사찰보존지라는 독립적인 지역에 있으며, ② 법맥으로 전승되며, ③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조건이 국가 공동체의 다른 부문과 구별되고, ④ 지위가 전적으로 혹은 부분적으로 자신들 특유의 관습이나, 전통, 또는 특수한 법이나 규정에 의해 규제되며, ⑤ 승가 집단의 법적 지위와는 상관없이 승가 자체의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정치적인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토착민으로서 지위를 갖는다고 판단된다.

(3) 보호지역에 대한 토착민과 전통적인 사람들의 권리

IUCN은 보호지역에 대하여 토착민과 전통적인 사람들이 가지는 권리를 5개 원칙과 22개 지침으로 제시되고 있는데, 이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① 새로운 보호지역 지정과 관련한 권리: 보호지역 지정에 합의할 권리, 보호지역에 대하 여 공동연구를 요구할 권리, 토착민 등의 권리에 대한 법적 인정을 요구할 권리, 이러한 권리의 법적 인정 전까지 생계유지에 필요한 범위에서 자원을 사용할 권리, 이러한 자원사용이 제한되어야 한다고 판단될 경우 적절하게 보상받을 권리, 관리계획에 대하여 공동개발을 요구할 권리 등이 포함된다.
② 보호지역 안에서 전통적으로 점유하고 있던 지역으로부터 철거되지 않을 권리, 이주가 예외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사전 고지에 입각한 자유로운 동의와 적절한 보상이 주어질 권리 등이 포함된다.
③ 보호지역의 자원(토지, 영토, 물, 연안 해안 및 다른 자원)을 이용할 권리: 자원을 전통적이고 지속가능하게 이용할 권리, 자원에 대한 관리와 통제에 참여할 권리, 자원에 영향을 미치는 쟁점 사항을 결정하는 데 참여할 권리, 자원의 개발 또는 사용을 위한 우선순위와 전략을 결정하는 데 참여할 권리, 프로젝트를 승인하기 이전에 고지에 입각한 동의를 할 권리, 토착민 등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자연자원을 이용함으로써 직접적이며 공평한 이익을 얻을 권리 등이 포함된다.
④ 보호지역 공동관리에 대한 권리
⑤ 보호지역 관리에 공동체의 지식과 경험, 관행을 사용할 권리

(4) 토착민과 전통적인 사람들의 권리 보장을 위한 정부 및 비정부 기관의 의무

IUCN은 정부와 비정부 기관이 다음 세 가지 의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① 토착민 등의 권리보장을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
② 효과적인 공동관리를 위한 다양한 혜택 보장-외부 위협으로부터 영토의 효과적인 방어, 영토에 대한 법적 보호와 지원, 토착민 등이 관리활동을 수행할 경우에는 관리활동에 대한 기술적, 재정적, 정치적인 지원; 토착민 등이 지역과 자원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역량강화 활동과 과정을 지원, 토착민 등이 지역을 보존하고 지속가능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경제적 및 기타 장려제도를 설계하고 시행, 토착민 등이 보호지역의 존재와 관련하여 창출되는 경제와 고용기회(관광소득이나 보호지역 관리를 위한 고용기회)보장 등이 포함된다.
③ 견고한 동반자 관계유지를 위한 정부와 비정부 보존기관의 의무-토착민 조직이나 토착민 공동체와의 공개 대화 촉진, 필요한 법적 및 정책적 변화를 홍보하고 지원, 필요할 때마다 갈등 해결 과정을 개발, 토착민 등의 공동체를 위한 역량 강화 활동을 장려하고 개발, 토착민 등의 문화적 정신적 가치와 권리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을 높이기 위한 국민 대상 캠페인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자원을 제공 등이 포함된다.

2) 사찰을 규제대상으로만 보는 수직적인 국립공원 관리

IUCN은 토착민과 전통적인 사람들의 토지에 보호지역을 지정하고 관리하면서 그들을 정당하고 동등한 파트너로 인정하여야 함을 강조한다. IUCN은 이미 1998년부터 자연자원 관리에 대한 세계적인 추세는 중앙정부로부터 주정부, 지역정부, 지역주민이나, 원주민 및 토착민 등 전통적 토지 소유자, 기업, 민간으로의 권력 이양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또한 보호지역은 관련되는 사람들의 지지 없이는 지속될 수 없기 때문에 보호지역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보호지역 내 지역공동체의 경제적 요구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열망을 외면하지 말 것을 주장하였다.

2000년 IUCN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보호지역 관리에 토착민 등과 공동관리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는 세계적으로 토착민 등에 대한 권리가 인정되는 추세이며, 토착민 등의 관리참여가 많을수록 보호지역 관리가 잘되기 때문이다. 2000년 현재 토착민 등과 완전한 공동관리가 이루어지는 곳은 4곳으로 볼리비아의 카아이야 델 그란 차코(Kaa-Iya del Gran Chaco) 국립공원, 니카라과의 카요스 미스키토스 해양생물 보호지역(Cayos Miskitos and Franja Costera Marin Biological Reserve), 호주의 카카두(Kakadu) 국립공원, 러시아연방의 자연보호지역(Kytalyk Resource Reserve) 등이다. 이곳에서는 제도적 장치를 통해 공동관리 하며, 토착민 등은 보호지역의 관리계획 과정과 실행 과정의 전 분야에 참여관리위원회나 그와 유사한 조직의 일원으로 참여한다.

제한적 공동관리는 4개 보호지역에서 나타나는데, 캐나다의 우드 버펄로(Wood Buffalo) 국립공원, 스웨덴의 라포니안(Lappon-ian) 지역, 네팔 에베레스트산의 사가르마타(Sagarmatha) 국립공원, 중국의 시솽반나 자연보호구역(Xishuangbanna Nature Reser-ve)이다. 이곳에서는 순록 축산(LAPP), 들소무리 방목(WBNP), 농업 및 임업 활동, 관광(SNP) 등이 허용되는데, 공동관리를 보장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 없이 지역공동체와 보호지역 직원 사이의 협상에 의해 공동관리의 내용과 정도가 결정된다.

2017년 현재 호주의 연방정부와 모든 주정부의 보호지역에서 토착민과의 공동관리(Joint management)가 실행되고 있다. 호주 연방정부 산하의 카카두, 울루루, 부데리 국립공원의 공동관리는 호주에서도 가장 진화된 형태이다. 특히, 부데리국립공원 관리계획은 토착민의 의견수렴을 위해 5년에 걸쳐 계획된 바 있으며, 국립공원 관리의 최종목표를 토착민에 의한 온전한 관리에 두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인 추세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사찰을 동등한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으며 수직적인 관리를 시행하고 있다. 따라서 사찰을 규제할 대상으로만 인식하고 있다. 사찰의 본래 기능은 수행과 포교이며, 이러한 기능에 필요한 불사는 사찰이 지난 1,000여 년 동안 사찰보존지 안에서 전통적이고 지속적으로 수행해 왔던 활동이었다. 물론 근래에는 불사의 규모가 크고 재료와 색채가 전통적인 문화경관에 조화되지 않는 문제가 있으나 이는 경관 기준 수립과 심사를 통해 충분히 조정이 가능하다.

따라서 기존의 수직적 관리에서 전환하여 전통사찰을 국립공원 관리의 정당한 파트너로 인정하고 수평적 차원에서 공동관리를 하여야 한다. 또한 수행과 포교에 필요한 불사를 사찰의 본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며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자연자원을 생태학적으로 지속가능하게 이용함으로써 직접적이며 공평한 이익을 얻을 권리로 인식하여야 한다.

3) 전통사찰보존지에 부합하지 않는 관리 카테고리 적용

우리나라 국립공원은 2005년 이전에는 카테고리 V로 등록되어 있었으나, 2005년부터 변경작업을 통해 2017년에 16개 국립공원(설악산, 지리산, 오대산, 월악산, 소백산, 다도해 해상, 월출산, 주왕산, 속리산, 내장산, 가야산, 변산반도, 치악산, 한라산, 한려해상, 태안해안)을 카테고리 II로 변경하였다. 이에 따라 16개 국립공원 안에 편입된 모든 전통사찰보존지도 카테고리 II이다. 카테고리 II의 관리목적은 생태 우선으로, 생물다양성 보호, 근본적인 생태계 구조와 환경형성 과정 지원, 교육과 휴양 증진을 주요 목적으로 삼는다. 따라서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공원문화유산지구의 지정 기준이 생태 우선인 것은 카테고리 II의 관리목적에 부합하기 위한 결과이다.

카테고리 II와 카테고리 V를 비교하면 카테고리 II 보호지역은 본질적으로 자연 시스템이거나 자연 시스템으로 복원되는 지역으로 가능한 한 자연적인 상태 유지를 위해 인간활동을 최소화하는 곳이다. 카테고리 V는 문화경관으로, 이런 상태로 유지되는 것이 목적이며 자연보존과 함께 지속적인 인간과의 상호작용에 관련한 다른 가치도 보호 유지하여야 한다.

카테고리 V 지역의 정의에 근거하여 전통사찰보존지의 특징을 보면 전통사찰보존지는 성지로서 기능과 상징성을 가지고 종교 공동체인 승려 집단의 생활양식이 자연과 상호작용하면서 완성된 독특하며 전통적인 토지이용 패턴을 보여준다. 또한 승가 집단이라는 독특하며 전통적인 사회조직을 유지하고 있는 지역이다. 전통사찰보존지에는 불교적 가치와 전통적인 문화 가치가 경관에 녹아들어 귀중하고 고유한 문화경관이 창출된다. 따라서 사찰림은 자연경관 복원의 잠재성도 있으나 다른 산림에는 없는 종교문화적 의미로 인하여 문화경관으로서 가치도 높다.

이렇게 전통사찰보존지는 카테고리 V의 정의에 부합함에도, 카테고리 II를 적용했기 때문에 종교 가치나 역사문화 가치 등이 생태 가치보다 덜 중요하게 취급되고 있다. 실제로 2012년 작성된 오대산국립공원 보존관리계획을 보면 관리목표를 자연환경 보존과 생태복지로 설정하였으며 문화유산 관련 예산도 매우 적다. 공원자연보존 분야 총예산 63억 5,400만 원 중 문화유산 관련 예산은 1.48%인 9,400만 원이며, 지역사회협력 분야의 총예산 28억 5,000만 원 중에서 문화유산 관련 예산은 3.51%인 1억 원으로 계획되어 있다.


4. 전통사찰보존지 정책방안

종교, 문화, 자연을 포함한 복합유산지역인 전통사찰보존지를 지속가능하게 관리하기 위해서 네 가지 정책방안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1) 전통사찰보존지에 대한 전통사찰의 권리를 인정받고 공동관리 수행

전통사찰은 전통사찰보존지의 법적 소유자이자 IUCN이 정의하는 전통적인 사람들이며 토착민으로서 지위를 가진다. 따라서 IUCN의 결의안과 원칙 및 지침, 세계적인 흐름과 사례에 근거하여 사찰보존지의 자원에 대한 사찰의 이용권과 관리권을 법적으로 인정받고 사찰보존지를 공동관리 하여야 한다. 이와 더불어 이러한 법적 인정이 완료될 때까지 사찰의 생계유지(수행과 포교)를 위해서 자원을 사용할 권리가 있으며, 이러한 자원사용이 제한될 경우에는 적절하게 보상받을 권리가 있다는 점 또한 인정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 정부는 IUCN의 원칙과 지침에 의거하여 적극적으로 사찰의 권리 보장을 위한 의무를 수행하여야 하는데, ① 사찰의 자원이용권과 관리권에 대한 법적 인정 및 제도화, ② 법적 인정전까지의 사찰의 자원이용 허용과 자원이용 제한에 따른 적절한 보상 및 지원, ③ 효과적인 공동관리를 위한 사찰에의 혜택 보장, ④ 사찰의 소유권 및 관리권 보장을 위한 사찰보존지 공동관리 원칙 및 지침 수립, ⑤ 사찰보존지 가치 및 사찰의 권리에 대한 대국민 홍보 및 공감대 형성, ⑥ 사찰 공동체의 역량을 개발 및 강화하고 장려하기 위한 지원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모든 것들은 조계종단과의 긴밀한 합의와 공동작업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조계종단에서도 사찰보존지의 자원을 전통적이고 지속가능하게 이용하기 위하여 자체적 노력을 해야 하는데 ① 불교계 내부 정보 공유 및 교육 강화, ② 사찰보존지 가치 및 문화경관 보존을 위한 연구수행, ③ 사찰보존지 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한 제반 기준 마련, ④ 사찰보존지 가치 및 문화경관 보존을 위한 내부 관리체제(경관 기준 확립 및 불사위원회 운영) 확립, ⑤ 사찰보존지의 유산 가치 및 사찰의 권리 인지를 위한 관계 이해당사자 협력 강화, ⑥ 공원 지역 내 사유지 소유자들과의 재산권 보상 및 지원을 위한 연대 결성 등이 포함된다. IUCN 지침에 따라서 정부는 이러한 활동이 국립공원과 관련되는 경우에는 이에 대한 경제적, 재정적, 정치적 지원을 하여야 한다.

2) 전통사찰보존지 전체를 카테고리 V로 변경 지정하고 공원문화유산지구로 지정

현재의 생태 우선의 카테고리 II 관리목적으로는 전통사찰보존지의 종교 가치, 역사문화 가치, 경관 가치를 지속가능하게 보존 및 관리할 수 없다. 따라서 전통사찰보존지 전체를 카테고리 V로 변경 지정하고, 공원문화유산지구로 지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996년 IUCN 결의안 1.53의 3항, 2000년 IUCN의 토착민과 전통적인 사람들에 대한 가이드라인, 2008년 IUCN의 보호지역 카테고리 적용을 위한 가이드라인에서는 하나의 보호지역 안에 본래 카테고리와는 다른 카테고리를 적용하는 이유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들 내용을 종합하여 전통사찰보존지의 카테고리를 V로 변경하는 이유를 보면, ① 전통사찰보존지의 특성이 카테고리 V에 부합하기 때문이며 ② 사찰(조계종단)은 전통사찰보존지의 실제 토지 소유자이자 토착민으로서 전통사찰보존지에 대한 카테고리 결정에 참여하고 변경을 요청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며, ③ IUCN은 카테고리 배정이 보호지역 안이나 근처에 사는 사람들 또는 다른 이해당사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경우에는 이해당사자들과 합의과정을 실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나, 이러한 과정이 누락되었기 때문이며, ④ 이미 결정된 카테고리 선택에 의구심이 발생하면 카테고리가 변경될 수 있으며, 카테고리 변경 요구가 있을 때 이에 대한 검증의 필요성이 인정되기 때문이며, ⑤ 일반적으로 소유 체계는 카테고리 결정에 영향을 주지 않지만, 세계적으로 카테고리 II는 국가 소유로, 공동체 보존지역은 카테고리 V와 VI로 존재하는 일반적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전통사찰보존지를 카테고리 V로 변경하는 세 가지 방법을 제시하면, ① 자연공원법과 관련 규정을 수정하여 현 용도지구제를 관리도구이자 지정도구, 두 가지의 역할을 하도록 변경한 후, 전통사찰보존지 전체를 공원문화유산지구로 지정하고 공원문화유산지구를 카테고리 V로 지정하거나, ② 전통사찰보존지의 전체 면적이 편입된 국립공원 면적의 25%를 넘지 않는 경우에는 IUCN의 75% 법칙을 이용하여 전통사찰보존지를 카테고리 V로 지정하거나, ③ 전통사찰보존지를 별개의 보호지역으로 인정하고 카테고리 V로 지정할 수 있다.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조계종단과의 협의를 거쳐 결정해야 한다.

3) 카테고리 V 관리목적에 부합하는 관리계획 수립

전통사찰보존지에 대해서는 카테고리 V의 관리목적에 부합하도록 가치 중심 관리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관리계획은 조계종단(사찰)과 공동으로 수립하고 관리실행도 조계종단과 해당 국립공원에 소재하는 사찰과 공동으로 수행하여야 한다.

이러한 관리계획에서는 전통사찰보존지의 다양한 가치를 보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카테고리 V는 본질적으로 문화경관이다. 우타이산의 예에서 보듯이 세계문화유산 지정에 문화경관은 매우 중요한 기준이다. 전통사찰보존지도 종교적, 문화적, 역사적, 민족적 가치가 매우 독특한 지역으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할 잠재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따라서 전통사찰의 경관적 정체성과 장소성을 적극 보존하기 위한 관리계획을 수립하여 전통사찰의 문화와 경관을 보존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정부에서는 생태 위주 관리에서 문화자원 관리를 병행할 수 있도록 자연공원 정책을 변화시켜야 한다. 문화자원 정책을 도입하면 전통사찰보존지의 가치를 온전하게 보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립공원 안에 있는 다른 문화자원도 발굴 및 보존하여 우리나라 국립공원의 가치를 더욱 향상시키고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판단되다.

캐나다 국립공원은 2013년 문화자원관리정책을 수립하여 국립공원의 가치를 높이고 있으며, 우리나라 국립공원이 MOU를 체결하고 2018년부터 직원교류를 시작한 호주 빅토리아주 국립공원관리청도 국립공원 관리의 목표를 자연, 문화, 사람들로 설정하고 있다. 이렇게 선진 국립공원들이 국립공원 관리에 문화자원의 가치를 적극 도입한다는 점은 생태 가치만을 고집하는 우리나라 국립공원 관리에 시사하는 점이 매우 크다.

4) 전통사찰보존지 관리의 최우선 목표는 종교 가치 보존으로 설정

2003년 ICCROM에서는 살아 있는 종교유산은 현대에 들어서면서 종교적 믿음의 약화로 인해 위험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종교 기능 보존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으로 두 연구결과(이영경 등, 2011; 이영경 등, 2015)를 보면 사찰보존지 방문자들은 사찰보존지의 유산 가치를 가장 높게 평가하는 반면에 종교 가치를 가장 낮게 혹은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하고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국립공원 내 전통사찰보존지의 종교 가치가 훼손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전통사찰보존지의 관리계획의 최우선 목표를 종교 가치의 보존으로 설정하고 살아 있는 종교유산으로서 전통사찰보존지의 정체성을 확보하도록 하여야 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정부는 조계종단과 공동으로 전통사찰보존지의 관리계획을 수립하고 공동으로 관리를 수행하여야 한다. ■


이영경 
동국대 경주캠퍼스 조경학과 교수.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미 워싱턴주립대(조경학 석사), 미 텍사스 A&M대학교(도시 및 지역학 박사) 졸업. 현재 동국대 경주캠퍼스 도서관장,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 위원, 조계종 환경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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