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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광고와 대기설법 / 강태진
[72호] 2017년 12월 01일 (금) 강태진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감사

내가 하는 부탁이 남이 보면 청탁일 수 있습니다.
내가 하는 선물이 남이 보면 뇌물일 수 있습니다.
내가 하는 단합이 남이 보면 담합일 수 있습니다.
내가 할 땐 정과 의리지만, 남이 볼 땐 부정과 비리일 수 있습니다.

소위 ‘김영란법(청탁금지법)’과 관련해 많은 국민의 가슴속에 깊이 공감된 2014년도 공익광고 ‘정과 의리’ 편의 카피이다.

내가 일하고 있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에서는 매달 한 편의 공익광고를 제작해 지상파 방송을 비롯한 다양한 매체를 통해 방영한다. 대략 한 달간 지상파 방송에만 1천여 회가 무료로 노출되니, 유상광고비로 계산해 보면 수십억 원의 홍보과를 가져오는 매우 유익한 공익사업이다.

그러다 보니 정부 각 부처와 공공기관 등에서 자신들과 관련된 주제를 공익광고로 제작해 달라는 요청이 줄을 잇는다. 공익광고 제작예산은 코바코에서 부담하고 방송사는 무료로 방송해 주니, 예산 한 푼 안 들이고 수십억 이상의 홍보 효과를 가져오는 공익광고 주제 선정 경쟁에 정부기관들이 앞다투어 나서는 것은 인지상정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주제 선정은 ‘청탁(?)’에 의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학계, 방송, 광고 등의 분야 전문가 19명으로 구성된 ‘공익광고협의회’의 공식 회의를 통해 결정하게 된다.

무겁고 어려운 사회 각 분야의 문제들에 대해, 첨단 광고기법을 활용해 국민에게 쉽고 친숙하게 설득해 나가는 ‘공익광고’는 ‘상업광고 홍수시대’에 솟아나는 신선한 감로수가 아닌가 싶다.

불교학과를 졸업하고, 〈불교신문〉과 불교TV 등에서 30년 가깝게 기자 생활을 하다가, 엉겁결에 ‘코바코 감사’라는 과분한 공직을 수행하고 있는 나로서는, 우리 코바코가 불교방송을 비롯한 종교방송 등 중소 방송사들의 발전을 위한 지원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 또한 커다란 보람의 하나이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불교방송과 불교TV 등 불교 언론사들이 공익광고 기법을 활용한 ‘생활불교 실천 캠페인’에 적극 나서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천만 불자의 태반 이상이 일 년에 겨우 한두 번 사찰에 가는 열악한 현실 속에서, 불자들이 일상생활 안에서 자연스럽게 부처님의 말씀을 실천해 나가는 ‘생활불교의 활성화’는 한국불교의 지상과제 중 하나이다. 그렇지만 가뜩이나 어렵다고 느껴지는 불교교리를 불자들에게 주입식으로 설명해 온 결과 큰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큰 깨달음을 얻으신 후, 당신이 체득하신 진리를 어떻게 무명(無明)에 고통받는 중생들에게 설명해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시다가 ‘대기설법(對機說法)’에 나서시게 된다. 의사가 환자에 따라 병에 적합한 약을 주듯, 듣는 사람의 이해능력과 소질에 맞추어 불법의 진리를 설하신 것이다.

‘생활불교의 활성화’에도 불자들의 눈높이와 감성에 맞는 대기설법적인 공익광고 캠페인이 절실한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참고로 세계적 권위를 가진 ‘칸 국제광고제’에서 2015년도 금상을 수상한 ‘국제보전협회(CONSERVATION INTER-NATIONAL)’의 공익광고 ‘대양(THE OCEAN)’의 카피를 소개하면서 졸고를 끝맺고자 한다. ‘제행무상(諸行無常)’한 대자연 앞에서 티끌만도 못한 인간의 끝없는 탐욕이 얼마나 위험하고 허망한가에 대한 이 광고의 메시지는 큰스님의 법문과도 다름없는 커다란 울림을 주고 있다.

나는 대양이다. 나는 물이다.
나는 이 행성의 대부분이며 이 행성의 모습을 만든다.
시냇물, 구름, 빗방울 그 모든 것이 나에게 돌아온다.
어떤 식으로든 지구에 있는 여기 살아 있는 모든 것에겐 내가 필요하다.
나는 근원이다. 모든 것이 나에게서 비롯됐다.
인간도 다를 바 없다. 나는 인간에게 빚진 게 없다.
나는 주고, 인간은 받는다. 난 언제라도 거둬들일 수 있다
원래부터 그랬다. 인간은 지구의 주인이 아니다.
그랬던 적도 없고 앞으로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인간은 나누지 않고 가지려고만 한다.
나를 독살하려 하면서 내가 먹여 살려주길 바란다.
하지만 그렇게는 안 되지.
인간이 나와 공존하고 내 도움을 받고 싶다면,
단 한 번만 말할 테니 잘 들어라.
자연이 건강하지 않으면 인간도 살아남을 수 없다.
간단하다.
인간이 존재하든지 말든지 상관없이 나는 바다다.
한때 내가 지구를 온통 뒤덮은 적이 있다.
언제라도 또 그렇게 할 수 있다.
내가 할 말은 이게 전부다.
“자연에게는 인간이 필요 없다”


ktj6466@kobac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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