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 만해사상 실천선양회 Home
불교평론 소개 l 구독신청 l 지난호 보기
 
 인기키워드 : 사색과 성찰, 청규, ,
> 뉴스 > 칼럼 > 사색과 성찰
     
[사색과 성찰] 당신은 행복하십니까? / 황평우
[71호] 2017년 09월 01일 (금) 황평우 hpw61@daum.net

‘당신은 행복합니까?’ 하고 묻는 사람이 있다면 나와 우리는 뭐라고 대답을 할까.

사실 ‘행복’이라는 추상명사에 실체적 존재감을 느끼기에는 우리 사회나 필자의 주변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역사적으로나 시대상황으로나 우리만큼 ‘행복’이 간절한 곳이 어디 있을까?

그래서 필자는 ‘행복’은 사치요, 먹고 마시고 자는 일차원적인 생각만 하는 비문명적인 사고의 틀을 가진 사람들에게만 중요한 화두일 것이라고 치부했었다.

필자는 생각이 안 열리거나, 관계가 고여서 신선하지 못할 때나, 본의 아니게 해결 못 할 ‘연(緣)’이 지속되면 사람들로부터 멀리 떨어진 ‘폐사지(폐허)’를 자주 찾는다. 우리나라에는 폐사지가 수백 곳이 넘는다.

이 중에 필자가 자주 찾는 남한강 일대에는 거돈사지, 법천사지, 고달사지, 흥법사지와 같은 폐사지가 있다.
해가 넘어갈 즈음이나 달밤의 폐허에서, 오랜 옛날부터 인간들이 자연을 자신들의 의지에 굴복시켜 스스로의 힘과 영화를 자랑하려는 듯 돌과 나무를 다듬어 궁전과 사원을 지었고 그들만의 제국(영역)을 건설했고 그것을 문명이라 불렀었다.

그러나 아주 오랜 세월이 지난 뒤 결국 승리하는 것은 호모 파베르의 힘이나 이성이 아니라 끈질기게 기다리는 자연의 힘이었고, 결국 무너지게 마련인 문명의 중심인 폐허로 다시 인도해주는 저 심원한 힘에 복종하는 것 이외에 다른 마음 쓸 것이란 아무것도 없음을 깨닫는 것이 ‘폐허의 미학’이리라.

닳고 무디어진 커다란 주춧돌, 눈코 없는 화강암의 부처님, 몇천 명분의 밥을 했을 갈라진 수조, 한 짝만 남은 맷돌, 하늘로 오른 당간지주 등 대자연의 딸이었던 자연 속의 돌이 인간에 의하여 다듬어졌다 오랜 세월이 지나 다시금 자연의 품으로 돌아온 것이다. 폐허에서 나는 김민기의 ‘두리번거린다.’를 부른다.

흐르는 눈물로 카타르시스 하면서……. 그리고 문득 석양빛 고운 서쪽 하늘 너머엔 무엇이 있을까, 생각한다. 국경을 걸어서 건너보지 못하는 세계에서 유일한 섬 아닌 섬나라 사람들은 둘로 갈라져서 매일 죽일 듯 서로를 겨누고, 남쪽 섬 속에 갇혀 사는 사람들은 빛 좋은 개살구인 ‘천박한 자본주의’를 만나 제 살과 영혼마저 잃고 살아간다.

떠나야 한다. 아니 떠나야 했었다.

이런 중생에서 길을 찾아봐야 할 때, 필자에게 몇 해 전부터 ‘부탄’이라는 나라가 다가왔다. 우리에게 소개되기는 ‘행복한 나라 부탄’ ‘부처의 나라 부탄’으로 소개되어 있으며 입국 인원에 제한이 있고, 체류비가 비싸다고 알려진 나라, 그러면서도 자연환경을 잘 유지하고, 전통을 잘 유지하려고 힘쓰는 것으로 알려진 나라다. 국가와 국왕의 정책 1순위는 국민이 행복한가, 즉 GNH(국민총행복지수)의 향상에 몰두하는 나라이다. 우리나라 극소수 사람들은 부탄의 지표인 국민총행복지수를 강압적으로 만들어 낸 허수라며 깎아내리고 있지만, 필자가 보기엔 천박한 자본주의에 찌들어 섬같이 갇혀 사는 사람들이 시비를 걸 사안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약 10일간의 일정으로 부탄에 갈 준비를 하며, 국내에 나와 있는 부탄 관련 서적을 모두 읽어뒀다. 다만, 미리 사정을 아는 것이 좋을 때도 있지만 때로는 아무것도 모르는 폐허의 상태로 여행해도 인상 깊을 것이다. 사전에 너무 많이 보는 것은 그 방향으로만 보기 때문에 잃어버릴 것 없는 부탄 여행에는 백지상태로 들어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한국에 알려진 부탄은 정치(왕정)와 종교(불교)가 매우 긴밀하고, 불교 사원의 문화유산, 때 묻지 않은 자연, 여유로운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 무엇보다도 국왕이 국민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모두 버려두고 빈 몸과 빈 마음으로 부탄에 들어갔다. 아무것도 배우려 하지 않았고, 겨우 짧은 상식으로 부탄을 알려 하지 않았다. 강제적이든 자발적이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부탄의 국민’이 되고 싶었다.

부탄의 푸른 하늘이 되어 보고, 비포장된 도롯가의 돌이 되어 보고, 먼지 나는 도로의 먼지나 버스가 되어 보고, 사원의 스님이 되어 보고, 청소하는 행자도 되어 보고, 밤마다 짖어 대는 강아지가 되어 본다.

도심지 야경에서 만난 약간의 불만이 있어 보이는 청년도 되어 보고, 길을 몰라도 계속 웃어주던 택시기사도 되어 보고, 사원에서 사진을 못 찍게 하던 스님도 되어 보고, 내가 짓궂게 ‘행복합니까?’라고 물으면 방긋 웃기만 하던 리조텔의 여직원도 되어 보고, 해발 3,200m의 탁상사원도 되어 보고, 비워도 비워도 무거운 나를 등에 업고 산길을 올랐던 당나귀가 되어 본다.

Are you happy? 부탄이 그립다. 가진 것 없는 폐허가 그립다.

 

황평우 /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

ⓒ 불교평론(http://www.budreview.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댓글달기는 로그인 후 가능합니다.
전체댓글수(0)  
전체기사의견(0)
불교평론 소개독자투고불편신고구독신청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135-887]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512-9번지 MG타워빌딩 3층 | Tel 02-739-5781 | Fax 02-739-5782 | 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 홍사성
Copyright 2007 불교평론. All rights reserved. mail to budreview@hanmail.net
불교평론을 통해 제공되는 모든 콘텐츠(기사 및 사진)는 무단 사용, 복사, 배포시 저작권법에 저해되며,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