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연구소의 번역과 교열과정을 중심으로

1. 들어가는 말

팔리 경전이 국내에 소개되고 우리말 번역을 시작하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우리는 유구한 불교의 역사를 자랑하면서도 아직까지 부처님의 원음에 가장 가깝다는 팔리 경전을 우리말로 엮어내지 못하고 있다. 물론 최근 들어 많은 노력의 결과로 훌륭한 번역물들이 출간 되고 있지만, 이들 대부분은 개인의 역량에 의해 진행된 작업으로 적절한 번역용어의 선정과 활용에 있어, 일반 대중과의 소통에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국내에서 진행된 다른 팔리 경전의 번역과는 달리, 경전연구소(Pitaka-Institute)는 공동읽기 모임을 중심으로 작업을 진행했다. 경전연구소는 ‘경전읽기모임’을 모태로 하는 초기 불교문헌 연구기관으로, 돈연스님의 지원 아래 번역작업을 시작하였으며, 무엇보다 부처님의 원음을 우리말로 옮기고 대중에게 보급하기 위해 팔리어 삼장의 번역에 기반을 두었다. 오늘날까지 번역된 세계 각국의 역경작업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최소화하고, 충분한 교열과 윤문 작업을 거쳐 현대인들의 수준에 맞는, 읽힐 수 있는 우리말 경전을 내놓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경전연구소는 ‘긴 가르침(長部, Dgha-Nikya)’1)의 번역을 팔리어 삼장(Ti-piaka, 三藏, 부처님 말씀)의 우리말 옮김 사업에 첫 번째로 선정하였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먼저 국내에 팔리어 번역이 가능한 연구자들을 선별하여 초벌번역을 진행했고2), 그 가운데 4명의 상임연구원들을 선정해 ‘긴 가르침’의 본격적인 번역과 공동 읽기작업을 진행했다.3) 이 과정에서 경전연구소는 보다 정확하게 대중과 회통할 수 있는 번역물을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의 확립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보았다.

물론 이러한 시도가 보다 정확한 번역물을 만들어내기 위한 과정으로 적절했는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다. 하지만, 국내 팔리경전의 번역에서 새롭게 시도된 과정이었다는 의미만으로도, 바람직한 불경번역을 모색하는 표본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경전연구소에서 실시한 ‘긴 가르침(長部)’의 번역과정을 소개한다.

2. 긴 가르침(Dgha-Nikya)의 번역과 교열과정

경전연구소의 작업은 초벌번역자를 선정하여 1차 번역을 하고, 그 번역을 기준으로 상임연구원들이 각각 교열해가는 방식으로 출발하였다. 이렇게 정리된 1차 교열분은 다시 공동 읽기작업을 통해 확인되었다. 이와 같은 과정으로 교열된 경전은 ‘긴 가르침’의 1, 2번째 경인 『최상의 그물(梵網經, Brahmajla-sutta)』과 『붓다의 길을 따르는 자의 결실(沙門果經, Smannaphala-sutta)』, 그리고 33번째 경인 『함께 외운 말씀(衆集經, Sagiti-sutta)』이다. 『최상의 그물』과 『붓다의 길을 따르는 자의 결실』은 4명 이상의 연구원이 참여하는 공동읽기로 진행해, 보다 정확한 번역을 모색하였다.

공동 읽기방식은 초벌번역자가 번역문을 읽고 연구원들이 각각의 의견을 제시하여, 오류를 찾아내고 보다 적절한 번역용어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그리고 『함께 외운 말씀』은 상임연구원뿐만 아니라 팔리-산스크리트 전공의 연구자, 국어학자, 한문학자 등, 경전번역에 뜻있는 여러 참여자들의 지속적인 관심으로 진행되었다.

처음 시도된 공동읽기는 번역과 번역용어의 선별에 관한 문제로 나아가며, 점차 뜨거운 논의로 번져나갔다. 연구원들 각각이 가지고 있는 불교에 대한 이해는 끊임없이 충돌 하였고, 이는 철학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우리말의 선별에서도 격렬하게 부딪혔다. 이러한 충돌 속에서도 보다 정확한 번역을 하기 위한 취지를 충분히 이행해 나갔으나, 번역의 속도는 점점 더디게 진행되었다.4)

하지만 공동읽기의 지속적인 진행은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점차 넓혀가는 역할을 했다. 연구원들은 서로가 가지고 있는 불교의 이해방법과 번역방법의 차이를 인지하게 되었고, 차이점을 논하기 이전에 각자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부각시키는 해법으로 발전시키게 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공동읽기는 초벌번역자의 오류를 지적하기 위한 것이 아닌, 정확한 번역의 완성이라는 의미로 진행되었다. 결국 경전연구소의 번역과정은 각자가 맡은 개인의 번역이 아니라, 보다 정교한 우리의 번역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공동읽기를 통해 진행한 경전의 작업과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최상의 그물(범망경, Brahmajla-sutta)’

『최상의 그물』은 ‘긴 가르침’의 첫 번째 경전으로 외도(外道)의 62가지 철학적 관점이 설명된 경전이다. 경전연구소에서는 백도수가 초벌번역하고 상임연구원들5)과 외부연구원들6)의 참여로 공동읽기를 진행했다. 교열과정은 초벌번역자가 번역내용을 읽고, 그 외의 연구원들이 팔리 원문과 이역본의 확인을 통하여 번역의 오류를 찾고, 보다 정확한 번역을 만들어 가는 방식이었다. 교열과정에 있어서 보다 정확한 이해를 위해 연구원들은 팔리원문은 물론 주석서(Sumagala-vilsin)와 소주(k)까지 확인했다. 이 경전에 대한 번역과정이 끝까지 마무리 되지는 않았지만, 이와 같은 과정을 거친 번역물은 외부연구원의 윤문작업을 거쳐 최종적으로 돈연스님과 여러 자문위원의 증의과정을 통해 일반인에게 공개될 계획에 있었다.

i) 번역의 교열자료
『최상의 그물(梵網經)』의 교열작업을 위해 다양한 이역본을 확인했다. 이들은 7가지로 다음과 같다 : ①『Dialogues of the Buddha』 T.W. Rhys Davids, ②『The All-Embracing Net of Views』 Bhikkhu Bodhi, ③『The Long Discourse of the Buddha』Maurice Walshe, ④『長部-戒蘊篇』 片山一良, ⑤『독일어본』 Otto Franke, ⑥『디가니까야 1. 실라칸다왁가』 최봉수, ⑦『Ten Suttas from Dgha-Nikya』 Myanmar Pitaka Association. 이와 같은 번역서들은 각각의 다양한 특징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러한 특징은 보다 정확한 번역과 교열을 이뤄나가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이들의 특징을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Dialogues of the Buddha』
T.W. Rhys Davids : 리즈 데이비스의 『붓다의 대화』는 ‘긴 가르침(長部, Dgha-Nikya)’을 번역한 최초의 영문번역서이다. 전 3권으로 구성되어 있고 영국의 PTS(Pali Text Society)에서 1899년 출판되었다. 지금까지의 교열과정을 살펴보면, 리즈 데이비스의 번역은 스스로 밝히듯이 주석서(모맘소)에 많은 의지를 하고 있다. 따라서 팔리-니까야에 나타나지 않는 부분 역시 주석서의 설명을 통해 본문번역에 응용하고 있다.

『최상의 그물』의 번역서인 『완전한 그물(The Perfect Net)』은 161개의 주석(각주)과 함께 번역되었으며 주석의 활용범위가 넓어 참고하는데 커다란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 간혹 주석서(모맘소)와 자신의 견해가 다를 때에는 붓다고사의 설명을 부정하고 자신의 의견을 확실히 밝힘으로써 역자가 번역에 지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스스로 자신의 번역에 주석적 설명이 부족하다고 밝히고 있지만, 다른 어떤 영문 번역서 보다 다양한 주석(각주)을 통해 상세한 설명을 겸하고 있어, 교열과 주석 작업에 커다란 도움을 주었다.

②『The All-Embracing Net of Views』
Bhikkhu Bodhi : 비구 보디스님의 『견해의 모든 것을 포용하는 그물』은 ‘긴 가르침(長部)’ 중 『최상의 그물(梵網經)』만을 번역한 단행본으로, 1978년 스리랑카의 BPS(Buddhist Publication Society)에서 출판되었다. 비구보디 스님은 리즈 데이비스의 번역에 주석서(Sumagala-vilsin)가 완전히 설명되지 못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하여 주석서는 물론, 소주(k)뿐만 아니라 18세기 후반 미얀마에서 구성된 새로운 소주(abhinavaka)까지 참고하여 경전과 주석서의 완역을 시도하였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 되어 있는데, 1부는 경전(Brahmajlasutta)의 번역을, 2부는 주석서(Sumagala-vilsin)의 번역을 담고 있다. 이와 같은 비구보디 스님의 체계적인 번역은 『최상의 그물』을 번역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경전번역부분에 한정하여 볼 때, 리즈 데이비스의 번역과 대동소이하고 팔리 원문과 주석서의 내용을 혼합하여 설명하고 있기에 직역이라기보다는 주석서에 의지한 번역이라고 볼 수 있다.

③『The Long Discourse of the Buddha』
Maurice Walshe : 모리스 월시의 『붓다의 긴 가르침』은 ‘긴 가르침(長部)’의 34경을 한 권에 수록한 번역서이다. 이는 1986년 번역되어 1987년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 붓다의 긴 가르침(Thus Have I Heard : The Long Discourse of the Buddha)』으로 처음 출판되었고, 1995년 『붓다의 긴 가르침』이란 이름으로 Wisdom Publication과 BPS에서 다시 출판된 최근의 영문번역서이다.

본고에서 『최상의 그물(梵網經)』은 『최상의 그물(The Supreme Net : What the Teaching Is Not)』이라는 이름으로 79개의 주석(미주)과 함께 번역되었다. 본 역서는 팔리-원문의 번역을 본문에 담고 있기에 비교적 직역에 가까운 번역이라고 볼 수 있으며, 역자가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리즈 데이비스의 오역을 수정하고 현대 영어를 사용하여 보다 많은 사람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하지만 주석의 설명이 너무나 부족하여 용어의 다양한 의미가 설명되지 못하고, 때로는 내용을 누락하거나 유사한 반복구를 생략하는 등, 원전의 내용에 충실한 번역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문제가 있다.

④『長部-戒蘊篇』
片山一良. 장부 계온편 (I, II) : 가타야마 이치로는 장부 34경을 각 경별로 번역 소개했다. 2003년 이후 이를 다시 6권으로 묶어 출간하고 있는데, 계온편Ⅰ,Ⅱ는 이 가운데 먼저 출간된 두 권이다. 『최상의 그물』과 『붓다의 길을 따르는 자의 결실』은 각각 ‘범망경(梵網經)’과 ‘사문과경(沙門果經)’이라는 제목으로 실려 있다. 번역에 사용된 저본은 미얀마 제6차 결집판이며, 그밖에 PTS판·스리랑카 붓다자얀띠판·타이 왕실판·인도 나란다판 등을 부수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본 역은 아마도 일본에서는 남전대장경 이후 행해진 니까야 번역 가운데 가장 치밀한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곧 번역에 임해서는 주석서(모맘소)와 복주(k)를 종횡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무엇보다도 이제까지 행해진 여러 번역서에 비해 내용의 신뢰도를 높이는데 한층 기여했다고 여겨진다. 한편, 이 같은 주석적 태도로 인해 주석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게 보인다는 것도 사실이다. 간략히 제시해도 좋을 주석을 길게 인용하고 있거나, 본문의 내용상 특별한 주가 필요 없는 경우에도 상세한 주석을 붙이고 있는 점은 오히려 본문 이해에 장애가 되기도 한다.

⑤『독일어본』 Otto Franke
: Otto Franke의 번역본은 원문에 대한 자세한 번역을 하고 있지만 다소 번역의 오류와 원문을 생략한 부분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5부 니까야와 주석서, 그리고 기존의 연구물들을 중심으로 비교적 상세한 주석을 달고 있다. 특히 이 번역서는 기존의 5부 니까야와 원문비교에 많은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⑥『디가니까야 1. 실라칸다왁가』 최봉수
: 최봉수의 『디가니까야 1. 실라칸다왁가』는 2002년 12월에 번역하여 2003년 2월 한국불교대원회에서 출판한 번역서이다.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출판된 ‘긴 가르침(長部)’의 우리말번역서로 총 34경중 계율근간품에 해당하는 13경을 수록하고 있다. 본서에서 『최상의 그물』은 『범망경』이란 한역이름으로 번역되었고, 85개의 주석(미주)이 첨부되었다.

이를 살펴보면, 팔리 원문의 번역을 그대로 본문에 담고 있기에 직역에 가까운 번역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주석서(Sumagala-vilsin)의 설명이 거의 전무하고 때로는 원전의 내용을 누락하거나 생략하는 경우도 찾아볼 수 있어 원전과 일대일 대조작업이 부분적으로 필요할 것 같다. 또한 번역용어의 선정에 있어서도 역자의 개별적 특성이 나타나는 곳을 여러 곳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팔리어를 우리말로 전환하는 어색함을 극복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 경전의 내용이 쉽고 편안하게 읽혀질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⑦『Ten Suttas from Dgha-Nikya』
Myanmar Pitaka Association : 미얀마 삐따까 협회(Myanmar Pitaka Association)의 『긴 가르침(長部)의 10가지 경전(Ten Suttas from Dgha-Nikya)』은 2003년 양곤에서 출판된 번역서로, 『최상의 그물』은 『완전한 지혜의 그물에 대한 가르침(Discourse on the Net of Perfect Wisdom)』으로, 『붓다의 길을 따르는 자의 결실』은 『사문 삶의 결실(The Fruits of the Life of a Samaa)』이라는 제목으로 영문 번역하여 담고 있다. 이는 2002년 우 띤 팟(U Htin Fatt)에 의해 번역된 『A Translation of Slakkhanda-vagga Pi - Division Concerning Morality(장부 계온편)』의 내용을 발췌하여 장부의 중요한 경전을 모아 만든 번역서이다.

이 경전에서 『완전한 지혜의 그물에 대한 가르침』과 『사문 삶의 결실』은 미얀마 제6차 결집판을 저본으로 하고, 주석서를 토대로 번역되었다. 따라서 팔리 주석서의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번역방법은 용어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주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원전에 대한 내용과 주석에 대한 내용이 구분되지 않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경전연구소는 이와 같은 번역서들의 확인과정을 통하여, 세계 각국의 역서가 가지고 있는 장점은 무엇인지 그리고 이들이 범하고 있는 오류는 무엇인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리즈 데이비스의 『완전한 그물(The Perfect Net)』을 살펴보면 축어식의 표현으로 팔리 원문의 내용을 생략한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7)

또한 팔리원문에 없는 내용을 추가한 부분도 찾아볼 수 있는데8), 이러한 생략과 추가는 역경의 작업에서 삼가야 할 부분이다. 더 나아가 그는 생소한 팔리용어에 대해 주석서를 통해 그 의미가 드러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붓다고사는 그 용어에 대한 주석을 잊지 않고 있다.9)

이 밖에도 주석서(모맘소)의 내용을 각주로 달았을 때, 내용상의 오류를 범한 부분 역시 찾을 수 있다. 그리고 모리스 월시(Maurice Walshe)의 『최상의 그물(The Supre-me Net : What the Teaching Is Not)』 역시 번역상의 많은 오류를 발견할 수 있다. 월시 역시 데이비스의 실수를 반복하고 있는데, 그는 경전의 내용이 유사할 때, 역자의 임의로 부연설명 없이 그 내용을 생략하고 있다.10)

그리고 많은 예지능력을 다루는 부분에서는 예지용어를 놓치는 실수를 범했을 뿐만 아니라11) 문장을 완전히 누락하거나 생략해 버리는 경우도 자주 찾아 볼 수 있었다.12) 이와 같이, 경전연구소는 교열과정을 통해 현존하는 이역본의 모든 내용을 문단별로 빠짐없이 확인 하였고, 이 과정을 통해서 번역서들이 가지고 있는 많은 오류를 찾아내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들이 공통적인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것이다. 간략히 설명하면, 이들의 오류는 대부분 원전과의 대조작업이 미비하여 발생되었다. 특히, 원전의 내용을 누락하거나 생략하는 실수는 번역자 외에 팔리 원문을 읽을 수 있는 교열자의 원문교열 과정만 거쳤더라도 피할 수 있는 오류였다. 따라서 앞으로의 번역에 있어서는 역자가 아닌 교열자의 원문교열과정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그리고 명성 있는 해외의 작업물에 의지하기 이전에 이들의 장단점을 확인하여, 보다 섬세한 교열작업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Ii) 번역의 교열작업

또한 교열작업에서는 팔리 용어의 사전적 의미뿐만 아니라 그 사용용례를 확인하여, 팔리 용어의 다양한 의미를 먼저 파악하고 다시 경전의 의미로 좁혀나가는 방법을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사용된 사전은 『팔리영어사전(Pali-English Dictionary)』, 『비평적-팔리사전(A Critical Pali Dictionary)』, 『팔리어 불교사전(パリ語佛敎辭典)』, 『팔리사전(A Dictionary of Pali)』, 『팔리어 사전(빠알리語辭典)』, 『산스크리트-영어사전(A Sanskrit-English Dictionary)』, 『표준국어대사전』, 『새로 나온 국어사전』등이다. 용어의 사전적인 의미를 확인한 후에는 다른 번역서의 번역용례를 확인 하는데, 리즈 데이비스는 RD, 비구보디는 BB, 모리스 월쉬는 MB등으로 표기하여, 이들이 각각 사용한 번역용어들을 구별하여 기록했다. 이러한 기존 번역서의 번역용어확인은 초벌번역의 오류를 수정하고 주석(각주, 미주)을 보완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특히, 첫 번째 경인 『최상의 그물』에는 오늘날 이해하기 어려운 부처님 시대의 놀이와 문화 등이 많이 묘사되기 때문에, 용어의 의미를 확인하기 위해 다양한 번역용례를 확인하는 것은 필수적이었다. 내부작업을 통해 준비된 번역용어자료는 초벌번역자에게 제공되었고, 초벌번역자는 제공된 자료로 보완작업을 실시했다. 또한, 이와 같은 과정을 마친 초벌번역자의 1차 수정본은 다시 연구원들에게 제공되어 공동읽기를 실시했고, 문제되는 부분을 고치고 적절한 번역용어를 선별하였다.

이렇게 교열된 경전은 외부의 윤문작업을 통해 우리말 교정을 거치게 되고, 또한 윤문을 거친 번역물은 다시 연구소 내에서 확인, 자문위원들의 증의 과정을 통해 일반인에게 공개될 예정이었다. 이 과정의 특징은 내부작업과 외부작업이 구분이 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팔리어 전공의 내부 상임연구원들은 무엇보다도 번역의 정확성에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외부의 우리말 전문가에게 의뢰하여 경전이 쉽게 읽힐 수 있도록 만드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2) ‘붓다의 길을 따르는 자의 결실(사문과경, Smannaphala-sutta)’

『붓다의 길을 따르는 자의 결실』은 ‘긴 가르침’의 두 번째 경전으로 육사외도(六師外道)의 주장이 자세히 설명되는 경전이다. 경전연구소에서는 김형준이 초벌번역을 하고 상임연구원이 『최상의 그물』과 동일한 과정으로 교열작업을 진행했다.

3) ‘함께 외운 말씀 (상기띠경, Saigti-sutta)’

『함께 외운 말씀』은 ‘긴 가르침’의 33번째 경전으로, 부처님의 첫 번째 제자인 사리뿟다(Sriputta)에 의해 설법되는 법의 10가지 종류에 대한 경전이다. 경전연구소에서는 김재성이 초벌번역하고 상임연구원들의 공동읽기 준비작업을 통해, 매주 공동읽기 모임을 실시했다. 공동읽기모임은 팔리-산스크리트 전공의 연구원뿐만 아니라 국어학자, 한문학자 등 경전의 번역에 관심 있는 불교연구자들의 참여로 이루어졌다. 공동읽기 과정을 통하여 수정된 내용은 초벌번역자가 다시 보완하여 매주 참석하는 연구원들에게 이메일을 통하여 제공했다.

구체적인 번역과정은 다음과 같이 7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이 작업의 특징은 우리말 전문가를 포함하는 여러 연구자들이 번역된 원고를 함께 읽고, 팔리어와 우리말의 교열을 동시에 작업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여러 교열과정이 생략되고, 공동읽기과정과 내부 상임연구원의 재교열 과정 한번으로 번역이 마무리된다. 이 과정 이후에는 상임연구원과 윤문 팀이 함께하는 윤문작업을 거쳐 인터넷과 우편으로 교계와 학계에 공개해 의견을 수립할 예정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연구소 내에서 자문위원들의 증의 과정을 거쳐 출판할 예정에 있었다.

i) ‘함께 외운 말씀’ 공동읽기 모임 현황

『함께 외운 말씀』의 번역을 위한 공동읽기 모임은 매주 1회, 약 3시간에 걸쳐 36회 진행되었다. 그 과정과 연구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차수 날짜 연구내용 참석자

1차 2003년 11월 07일 DN. III. P.207 (9줄)
2차 11월 21일 p.208 (4줄)
3차 12월 5일 p.209 (12줄)
4차 12월 19일 p.210 (17줄) 9명
5차 2004년 01월 09일 p.211 (7줄) 10명
6차 1월 16일 p.211 (22줄) 10명
7차 1월 30일 팔리삼장 한글이름 12명
8차 2월 3일 팔리삼장 한글이름 9명
9차 2월 14일 p.212 (9줄) 10명
10차 2월 20일 p.212 (13줄) 10명
11차 2월 27일 p.212 (15줄) 8명
12차 3월 5일 p.212 (16줄) 8명
13차 3월 12일 p.212 (20줄) 8명
14차 3월 19일 p.213 (3줄) 10명
15차 3월 25일 p.213 (7줄) 9명
16차 4월 1일 p.213 (13줄) 8명
17차 4월 9일 p.213 (13줄) 8명
18차 4월 16일 p.213 (15줄 : 24, 24번) 8명
19차 4월 29일 p.214 (3줄 : 25~28번) 8명
20차 5월 6일 p.214 (8줄 : 29번~) 11명
21차 5월 13일 p.214 (30~33번) 10명
22차 5월 20일 p.214 (33번~1번) 14명
23차 5월 27일 p.214 (2~4번) 12명
24차 6월 3일 p.215 (5~6번) 14명
25차 6월 17일 p.215 (7~12번) 12명
26차 6월 24일 p.215 (13~15번) 12명
27차 7월 8일 p.215 (11~15번) 11명
28차 7월 15일 p.216 (16~19번) 9명
29차 7월 22일 p.216 (19~21번) 7명
30차 7월 29일 p.216 (21~22번) 9명
31차 9월 2일 p.216 (23~28번) 6명
32차 9월 9일 p.217 (29~30번) 8명
33차 9월 23일 p.217 (30~34번) 5명
34차 10월 4일 p.217 (35~38번) 7명
35차 10월 11일 p.217 (39번) 5명
36차 10월 18일 p.218 (40번) 5명

 

ii) 함께 외운 말씀 공동읽기 모임 참여자

돈연스님, 김재성, 김형준, 백도수, 정준영, 임승택, 강성용, 황순일, 안성두, 이병욱, 심재관, 이미령, 전채린, 김영신, 김성옥, 구병수, 허재희, 이순주, 일중스님, 김영운 목사님, 오원택, 장옥경 등.

상기 자료에서 보이듯이, 팔리-산스크리트 전공의 연구자들뿐만 아니라 경전의 번역에 관심 있는 많은 참여자들로 공동읽기 모임은 활발히 진행되었다. 하지만, 이들이 가지고 있는 전문성은 번역의 정확성을 높인다는 명목 아래 교열의 속도를 더디게 하였다. 이미 결정된 번역용어가 그 다음 주에 새롭게 논의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하였다. 결국, 공동읽기 모임은 총 36회가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11쪽의 번역분량에 만족해야했다.

『함께 외운 말씀(상기띠경)』이 법수로 구성된 경전이라는 특징을 감안할 때, 시간이 오래 걸린 이유는 대부분이 우리말 번역용어의 선택에 많은 고민을 했기 때문이다. 즉, 대중이 이해할 수 있는 적절한 번역용어의 선정이 역경에 있어서 무엇보다 어려운 화두로 떠오른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뜨거운 논의의 장은 시간과 자본을 떠나, 대중과의 소통을 전제로 하는 필연의 과정이었다.

3. 마치는 말

지금까지 경전연구소에서 진행한 ‘긴 가르침(長部)’ 번역과 교열작업에 대해 살펴보았다. 『최상의 그물』과 『붓다의 길을 따르는 자의 과보』는 8단계에 의해 같은 방법으로 진행 되었고, 『함께 외운 말씀』은 7단계에 의해 외부연구원들과 함께 하는 공동읽기 모임을 중심으로 진행했다. 이와 같은 번역의 과정을 되돌아보면, 그 방법은 체계적이지만 정밀함에 비하여 진행속도가 반비례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공동읽기를 위해 사용된 시간이 번역의 과정이나 대중과의 소통을 위한 용어선정에 있어 필수적인 과정이었음에는 분명하지만, 실질적인 번역의 문제에 논의의 초점을 맞춘다면 시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우리는 팔리경전의 번역에 있어서 몇 가지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다른 기존의 번역과정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실수를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명성 있는 해외의 번역물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와 팔리 원문을 읽을 수 있는 교열자의 원문교열과정은 보다 정확한 번역에 도움을 줄 것이다. 더 나아가, 사전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여러 경전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번역용례의 확인 또한 보다 적절한 번역용어를 선정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오늘날 우리의 언어는 인터넷의 발달과 더불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따라서 역경은 쉽고 간편한 언어에 익숙한 대중과의 소통이라는, 보다 어려운 난제 위에 놓여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전연구소가 실시한 공동번역의 실험은 그동안의 팔리어 번역과정에서 간과했던 부분을 보완하고, 정확한 번역을 위해 체계적인 과정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보다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번역사례에 대한 폭넓은 연구와 번역자의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노력은 친숙한 우리말로 옮겨진 팔리경전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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