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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를 보는 세 가지 안목 / 조훈철
[69호] 2017년 03월 02일 (목) 조훈철 agora62@hanmail.net

   

조훈철
동양대학교 외래교수

21세기는 문화와 지식이 국가 경쟁력을 주도하는 사회이다. 그 경쟁력의 차이는 자국의 고유한 문화를 얼마나 잘 이해해서 전략적으로 계승, 발전시켜 나가느냐에 귀착될 것이 확실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 문화에 대해서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는가?

한반도는 문화와 역사가 깊은 나라로 인식이 되어왔다. 하지만 아쉽게도 역사 기록에 사용된 언어는 한문 고전이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인들은 학창 시절에 한문을 배운 적이 없어 이를 해독할 능력이 결여된 사람들이 많다.

이런 현실 속에서 선조들의 생각을 읽고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창구가 바로 문화재이다. 문화재는 문자 언어의 도움 없이 현장에서 보고 경험함으로써 선조들과의 대화를 가능하게 만든다. 우리가 문화재에 주목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문화재 속에는 우리 선조들이 자연과 합일(合一)해서 삶을 영위하려는 깊은 철학이 깔려 있다. 이는 오늘날 현대인들이 맹신하는 과학의 범주를 뛰어넘는 고차원적인 삶의 자세에서 창출한 전통문화의 결정체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를 잘 지켜 영구히 보존해 후손들에게 자랑스럽게 물려줄 의무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는 이 귀중한 지면을 할애하여 우리 문화재를 보는 3가지 안목을 소개하려 한다.

첫째, 우리 선조들의 시각으로 문화재를 보자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전제하에 서양 시각으로 우리 문화재를 다루어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좌우’에 대한 생각이다.

우리는 사물을 바라볼 때 좌(坐)를 중심으로 생각한다. 여기에서 ‘좌’란 내가 앉아 있는 자리이다. 즉, 내가 중심이 된다. 내가 중심이 되어 앞을 바라보는데 그 방향을 향(向)이라 부른다. 이를 합해서 좌향(坐向)이라 부른다. 달리 표현하면 주인 시각이 된다.

이와는 반대로 손님 시각이란 것이 있다. 내 앞에 서서 나를 바라보는 시각을 말하는데 일명 서양 시각이라고도 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모든 문화재 배치는 주인 시각으로 조성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문화재 안내 책자나 해설서에는 대부분 서양 시각으로 기술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선조들의 시각과 반대로 사물을 본다는 것이다. 문제는 서양 시각으로 우리 문화재를 보았을 때 어떤 잘못된 점이 있는지를 모른다는 데 있다.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 

한 예로 전통사찰의 법당에 들어가 보자. 참배자의 입장에서 볼 때 부처와 보살(왼쪽에서부터 지장보살-아미타부처-관음보살)이 삼존불 형식으로 좌정해 계신다. 이때 ‘부처님의 좌 협시보살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지장보살’이라 하는 것이 서양 시각이고, ‘관음보살’이라 하는 것이 우리 선조들의 시각이다. 이는 부처님을 중심으로 공간을 바라보는 선조들의 시각이 반영된 것이다. 이런 주인 시각의 좌향 개념은 사찰뿐 아니라 궁궐, 서원, 왕릉, 심지어 조선의 사대부 종갓집의 배치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다음 순서로 좌향을 주인 시각으로 고정시켜 놓았을 때는 위계질서가 뒤따르기 마련이다. 먼저 산 사람의 공간(사찰, 궁궐, 서원)에서는 왼쪽이 상위개념에 속하고, 죽은 자의 공간(종묘, 사당, 왕릉)에서는 오른쪽이 상위개념에 해당한다. 그래서 조선시대 관직을 언급할 때도 좌우 개념이 똑같이 적용되어 좌의정이 우의정보다 높다고 하는 것이다. 좌향 개념은 우리 문화재의 비밀을 푸는 첫 단추가 될 수 있다.

둘째, 풍수(風水)를 객관적 시각을 가지고 바라보자는 것이다. 우리 선조들의 터 잡기 밑바탕에는 풍수가 자리 잡고 있다. 한반도의 70%가 산으로 둘러싸인 지형 내에서 우리 선조들은 늘 산과 더불어 그 기운 속에서 삶을 영위하려고 추구해 왔다.

산의 외형적 모습뿐만 아니라 땅의 내면적 생명력을 존중하는 그 생각이 전통 지리학의 한 분야인 풍수로 발전되어 왔다. 특히 우리 고유의 산에 대한 이론인 자생풍수로 이야기를 만들고 가공하는 우리의 능력은 그리스 로마 신화를 만들어내는 서구인들의 능력에 못지않다. 땅의 이치를 탐구하여 그 원리대로 삶을 영위하려는 선조들의 생각이 반영된 풍수는 귀중한 우리의 문화유산인 동시에 21세기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셋째, 현장답사의 중요성이다. 우리 문화재의 우수성을 이야기할 때 현장에 가보지 않고 책이나 사진 자료만으로 본질을 이해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다. 현장에는 그 조형물의 탄생의 배경이 되는 모든 이야기가 펼쳐져 있다. 책이나 사진으로 문화재를 공부하는 것은 영어로 쓰인 《춘향전》을 읽고 한국인의 정서를 이해했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문화재와 관련하여 현장이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문헌 기록과 문화재 현장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특히 성리학을 통치이념으로 건국한 조선의 경우, 문헌 사료에는 나타나지 않으나 현장에서 찾을 수 있는 불교나 풍수의 여러 증거는 도처에 널려 있다. 현장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제는 문화재도 우리의 관점에서 보면서 세계화에 동참해야 한다. 그러려면 선조들의 시각으로 우리 것을 보려고 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의 전통 속에 면면히 내려오는 여러 풍습을 지금까지 맹목적으로 미신이라는 미명하에 버리거나 무시해 온 처사들을 이제는 냉철히 반성해야 한다. 한반도가 생기고 난 이후 지금까지 이 땅에서 살아온 우리 선조들의 발자취를 소중히 여기고 간직하는 풍토가 사회 전반에 뿌리 내려야 한다. 이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조훈철 / 동양대학교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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