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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문제의 불교적 대응 방향 / 황진수
특집 | 고령화 사회와 불교
[68호] 2016년 12월 01일 (목) 황진수 hjs@hansung.ac.kr

1. 노인에 대한 사회적 사실(Social Facts)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의 노인은 농경사회의 유지 가치인 효 사상을 바탕으로 한 전통적인 가부장적 지위를 견지했었다. 또 앞으로 100년 후 이 땅에 살고 있을 우리의 후배 노인들은 서구적 가치관과 유니버설적 사고의 범주 속에서 테크놀로지를 활용하는 노인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면 과거와 미래의 완충지대에 살고 있는 현재의 노인은 어떠한가? 우선 이념적 측면에서 동양적 가치관과 실용주의적 사고의 소용돌이의 중심축에 놓여 있다. 산업화 사회의 주역이었으나 현대의 정보사회, 지식사회에 합류할 수 없는 ‘주변인’적 존재이다. 따라서 현재의 노인들은 소속감도 없고, 정신적 지주도 없으며, 의식적인 면에서 표류하고 있는 이념적 고아이다.

과거의 노인은 농업에 관한 한 가장 권위적인 어른이었다. 유교적인 가족의 계층구조가 존재하는 한 재산권과 가족의 생명까지도 좌우할 수 있는 막강한 영향력이 있었다. 따라서 노인을 위한 특별한 복지제도가 없었어도 가부장적 권위 속에서 부수적으로 창출된 복지의 수혜자였고 시혜자였다.

그러나 현재의 노인은 그들이 가졌던 영향력과 권력을 상실해 버렸고, 국가의 복지제도 수혜에도 미치지 못하는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존재이다. 우리나라에서 노인문제가 발생하게 된 배경은 평균수명의 연장과 노인 인구의 급속한 증가, 산업화-도시화-정보화로 이어지는 사회의 발전 과정에서 ‘탑승’의 실패, 가족구조의 변화와 가치관의 변화 등으로 요약된다. 이에 현대화 이론을 접목한다면 첨단기기의 활용 방법, 새로운 시장경제로의 접근 실패, 급변하는 사회구조에 대한 적응의 문제 등으로 젊은이들에게 그들의 자리를 어쩔 수 없이 내주게 되었다는 것이다.

인간의 4고(苦)는 생로병사이다. 인간이 태어나고 성장하고 병들어 죽는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천리(天理)이고 대자연의 섭리요, 불변의 가치이다. 이 중에서 죽는다는 것은 태어나는 것의 상대적 개념이고, 늙음은 젊음의 대칭적 용어이며, 신병의 고통은 강건의 쇠약으로부터 형성되는 증후이다. 노인이란 인생의 라이프 사이클(Life Cycle) 차원에서 왕성기를 지나 쇠퇴기, 황혼기에 접어든 연령계층을 말한다.

노인의 4고(苦)가 있는데 빈곤, 질병, 고독 그리고 역할의 상실이다. 빈곤은 부유, 풍부에 대한 반대 개념이다. 질병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쇠퇴한 결과적 증상이다. 고독은 원래 환과고독(鰥寡孤獨)이라는 말에서 나왔다. 늙은 홀아비, 늙은 홀어미, 부모가 없는 사람, 늙어서 자식이 없는 경우를 말하는데 여기에서는 고독함, 즉 늙어서 나타나는 상대적인 외로움을 말한다. 역할의 상실은 가정, 사회 등에서 하는 일이 없는 것을 지칭한다.

노인 연령이 65세인데 우리나라는 1년에 65세에 도달하는 인구가 약 40만 명쯤 된다. 인구학적 입장에서 좀 더 살펴보면 노인 인구가 7%가 되는 사회를 고령화 사회(2000년), 14%가 되는 사회를 고령사회(2018년), 초고령사회는 20%로서 2026년에 진입할 예정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 고령, 초고령 사회를 달려가고 있다. 외국에서 70년, 100년 걸리는 속도를 우리는 불과 26년에 도달한다. 금메달감이다.

거기에다 베이비부머(1955~1963년 사이의 출생자)의 712만 명도 노인의 문턱에 와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옛날의 노인과 다르다. 그들은 상대적으로 학식도 높고, 전문적 지식도 있으며, 민주화를 체험한 ‘넥타이 부대’ 출신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는 미래의 노인인 베이비부머 세대까지 끌어안아야 사회적 비극이 없다. 무슨 말이냐 하면 베이비부머가 2025년쯤 한꺼번에 은퇴하게 되면 이 나라의 노동인력에 공백이 생기는데 현재의 저출산 현상으로는 막을 수가 없다.

노인이 겪고 있는 실상을 설명해보겠다. 첫째, 우리나라 노인들은 빈곤하다. 가난하다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쟁이나 사유재산 소유의 도전에서 실패한 경우이다. 선진 외국처럼 노인연금이 제대로 되어 있지도 않고 공적 부조의 범위도 광범위하지 않다. 각종 통계조사에서도 65세 이상 노인이 노후 대책을 준비했는가에 대한 질문에 준비하지 못했다는 응답이 60~70%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노인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4배이다. 노인 빈곤율 역시 OECD 국가 15~16%의 3배 수준인 49.6%이다. 이 말을 정리하면 우리나라 노인의 경우, 일을 제일 많이 하는데도 불구하고 가장 빈곤하다는 것이다. 영국 사우샘프턴(Southampton)대학에서 조사한 노인 삶의 질의 국제적인 비교에서 우리나라 노인의 소득지수는 90위였다. 91위가 아프가니스탄이니 그만큼 가난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노인들은 가난해서 일자리를 가질 수밖에 없는데 일자리를 가져도 가난을 벗어나지 못한다. 우리나라의 은퇴 연령은 남성이 72.9세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일자리의 질도 낮다. 국민연금도 실질소득 대체율이 21.9%밖에 되지 않아 빈곤 개선에 별 도움이 안 된다.

전국 노인생활실태 및 복지욕구 조사에 따르면, 몇 가지 특이한 사실이 발견된다. 예를 들면, 지방 지역인 읍, 면에서는 80세 이상의 비중이 25.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의 교육수준 또한 많은 변화가 있어 문맹 노인은 9.6%로 급감한 반면, 중 · 고등학교, 전문대학 이상의 학력을 지닌 노인의 비중이 증가하였다. 또 도시 거주 노인 중 80대 이상 노인의 증가, 교육수준의 향상은 노인의 욕구 변화와 기대수준의 상향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노인들의 노동지수는 높다. 노인들이 일자리를 가지려는 이유는 제각각인데 가장 많은 것이 생계형이다. 노년층의 일자리 구성은 생계형을 합리적 조합으로 이루도록 해야 한다. 노인의 28.9%가 현재 일하고 있으며, 평생 일한 경험이 없는 노인도 10.7%(대부분 여자 노인)로 나타났다. 현재 일에 종사하는 직종은 임금수준이 낮은 단순 노무직과 농림어업숙련 종사자가 36.6%와 36.4%로 가장 많았다.

도시 지역은 단순 노무직이 49.1%에 달하고 있으며, 농어촌 지역의 경우 농림어업 숙련 종사자의 비중이 72.7%였다. 노인 중 관리자는 3.7%,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는 2.7%에 불과했다. 현재 하는 일의 내용을 살펴보면 농림어업이 38.3%로 가장 많고, 다음이 경비 · 수위 · 청소로 19.3%, 운송 · 건설 관련이 10.8%로 분석되었다. 특히 도시 지역에서는 경비 · 수위 · 청소의 비중이 26.3%로 가장 높았다.

노인이 일하는 이유로는 생활비 마련이 절대적이어서 79.3%에 달하고 있으며 그다음이 용돈 마련으로 8.6%인데, 이 둘을 합하면 경제적인 이유로 일을 하는 노인이 87.9%였다.

노인 일자리의 월평균 근로소득으로는 50~100만 원 이하가 가장 높아 36.0%이며, 그다음 20만 원 초과 50만 원 이하가 32.4%였다. 도합 100만 원 이하의 근로소득자가 68.4%였다는 결과다. 이러한 통계를 뒷받침하는 또 다른 통계로 일자리 중 공익형이 71.9%, 복지형이 15.1% 등이고 시장형은 3.2%에 불과했다는 결과가 있다.

노인이 종사상의 지위나 일의 내용이 좋지 않은 상황임에도 만족도가 높은 것은, 그만큼 생활에 필수적이어서 일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에 대해 만족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노인 일자리를 시장형, 복지형, 공익형으로 구분할 때 7:2:1 정도로 배분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시장형이 3.2%에 불과하다.
노인의 거주 현황을 보면 23.0%가 독거노인이다. 단독가구 노인이 느끼는 생활의 어려움으로는 경제적 불안감(25.8%)과 아플 때 간호 문제(25.6%)가 가장 높고, 그다음이 심리적 불안감 또는 외로움(21.7%)의 순서였다.

노인 중 44.5%가 노인 부부였으며, 자녀와 동거하는 비율은 28.4%였다. 기혼 자녀와의 동거는 15.6%로 노년기의 대표적인 거주 형태가 아니며, 동거의 이유도 자녀에게 가사 지원(21.8%), 자녀의 경제적 능력 부족(16.0%)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어 정책적 패러다임의 변화가 요구된다.

비동거 자녀와의 부양의 교환 실태를 살펴보면 50% 내외가 정서적 지원을 주고받고 있으며 별거가 곧 자녀와의 접촉 감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노인의 22.2%가 형제자매를 포함한 친인척과 전혀 왕래가 없고, 약 절반인 45.2%가 연 1~2회 왕래만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노화에 따른 기동력의 저하와 친인척의 사망 등으로 인해 나타난 현상으로 연락을 주고받는 노인이 드물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나라 65세 이상의 노인이 인식하고 있는 자신의 평소 건강상태 분포를 보면 매우 건강하다고 응답한 노인은 1.3%, 건강한 편이다 31.9%, 그저 그렇다 23.9%, 건강이 나쁜 편이다 31.9%, 건강이 매우 나쁘다는 노인은 7.3%로 나타났다. 즉 자신의 건강이 좋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는 노인은 32.4%이고, 건강이 나쁜 것으로 평가하는 노인은 43.7%로 주관적 건강상태를 부정적으로 평가한 비율이 높았다.

성별로는 여자 노인(50.5%)이 남자 노인(34.1%)보다 평소의 건강상태를 나쁘게 인식하는 비율이 더 높았다. 연령별로는 높을수록 부정적 건강 인식률이 높았고 배우자가 없는 노인(52.4%)이 배우자가 있는 노인(38.3%)에 비해 건강상태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노인 중 만성질환이 1개 있다고 응답한 노인이 18.2%, 2개 22.8%, 3개 49.4%로 전체 노인의 90.4%가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으며 만성질환을 2개 이상 지니고 있는 복합이환자가 72.2%로 나타났다.
우울 증상을 살펴보면 여자 노인(38.1%)이 남자 노인(26.1%)에 비해 더 높다. 또 연령이 높을수록 우울 증상률이 증가하여 85세 이상 연령군의 우울 증상률은 65~69세에 비해 두 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의 정보화 수준은, 83.0%가 컴퓨터나 인터넷을 이용할 줄 모르고 있었고, 80%의 노인이 핸드폰을 갖고 있어 보급률은 높았으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노인은 13.7%였다.

노인의 10.9%가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고, 이 중 12.5%가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었다. 자살을 생각한 이유로는 경제적 어려움이 가장 높아 40.4%였으며 그다음이 건강 문제로 24.4%였다.

노인생활실태 및 복지욕구조사 통계가 암시하는 것은 노인들의 아픔이다. 최근에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일제 식민지배, 전쟁 경험, 보릿고개, 국토개발 등을 거치며 산업화의 주역으로 일해 온 오늘날의 노인들이 황혼기에 겪는 생활고와 질병으로 인한 ‘신체적, 정신적 아픔’의 연속이라고 본다.

이러한 노인군(老人群)에 관한 치유적 관점은 우선 국가의 복지제도인 연금정책, 기초노령연금, 국민생활보장 수급정책, 주택연금을 비롯한 건강보험 정책, 산재보험 정책 등이 있으나 정부가 세금으로 이러한 시혜적 정책을 실천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따라서 사회구조인 회사, 사회단체 등의 사회보험 정책이 협치적 관점에서 도와주어야 한다. 그리고 개인적 차원에서도 스스로 재테크, 건강관리, 가족관리, 사회적 자본관리 등으로 삶의 질을 향상시키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2. 불교의 노인복지 이념

불교와 관련하여 사회복지(노인복지) 이념을 살펴보고자 한다. 불교의 사회복지(노인복지) 이념은 자비사상이다. 자비사상은 불교의 근본이 되는 사상으로 《대지도론(大智度論)》에서 자비는 불도의 근본으로 자(慈)는 기쁨을 주고, 비(悲)는 고통을 없앤다고 설하고 있다. 불교가 지향하는 가치 전체가 복지사상과 일치하는 면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자비는 가장 연관이 깊다고 할 수 있다.

둘째는 보시 사상이다. 보시는 육바라밀 중 첫 번째에 해당하는 덕목으로 보살이 중생의 마음을 만족하게 하도록 자기에게 있는 모든 재물을 희사하되 집착하는 바가 없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보시는 사섭법 중 하나이기도 한데, 대승의 보살이 사람들을 섭수하고 조숙하는 방법 4가지가 있음을 밝힌 것으로 보시, 애어(愛語), 이행(利行), 동사(同事) 등이다.

셋째는 복전복리(福田福利) 사상을 들 수 있다. 복전이란 불, 법, 승의 3보와 고통을 받는 사람들을 보살피는 행위로 결국 자신에게 복을 생기게 한다는 것이다.

넷째는 보살 사상이다. 보살의 삶은 보시를 통해 무아를 실현하고 지계를 통해 해탈의 선업을 짓고, 인욕을 통해 자비의 원을 세우고, 정진을 통해 자신뿐만 아니라 일체중생을 교화하는 삶이다. 그리고 선정을 닦아 탐욕에서 해탈하며 청정한 마음으로 무상하고 무아인 제법의 실상을 깨달아 업의 원리에 따른 육바라밀을 실천하는 것이다. 이 같은 보살 사상은 관념적 이상이 아니라 실천의 이념으로 제시된다.

다섯째는 지은보은(知恩報恩) 사상이다. 이는 지은(知恩)에 의해 보은이 행해지는데 은혜를 알아서 갚는다는 의미이다. 이 지은보은 사상은 부모은, 중생은, 국왕은, 삼보은의 4은을 강조한다. 특히 불교에서는 노인을 위한 《부모은중경》 《효자경》 등을 일반에 포시하여 ‘상구보리’에서 태어난 정신적 토대를 사회적 보시의 일환으로 부모에 대한 효를 강조하기도 하였다.

사회복지, 노인복지의 근간이 되는 토대는 인간 사랑이다. 인간은 불행한 상태에 있는 사람에게 측은지심을 발동하여 도움을 주고 따뜻한 마음을 전달해 왔다.

이러한 인간 사랑의 모습을 각 종교에서는 ‘자비’ ‘사랑’ 등으로 표현하며 ‘극락정토’ ‘꿀과 기름이 흐르는 토지’ ‘대동사회’를 꿈꿔왔다. 사회복지, 노인복지라는 말도 사실은 그 말이 생기기 전부터 인류사회에 면면히 이어온 전통이요, 미풍양속이었다.

서구사상이 들어오면서 사회복지의 이념, 사회복지의 기술이 서양의 독자적인 것처럼 의식화되었는데 사실은 불교의 경전이나 불교의 생활의식에서 이미 존재해왔다.

불교에서 노인문제는 인간고(人間苦)의 생생한 그대로의 모습이다. 그로부터 해탈하려는 것을 문제 해결로 보고, 부처님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반야의 지혜와 방편을 여러 경전에서 설하고 있다. 결국 노인의 의미는 육체적으로 노쇠에 있는 사람 또는 정신적으로 성숙해 있는 사람과 이 두 가지를 다 겸비한 성숙한 인격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불교에서 노인이라 함은 미망의 중생(Sattva) 중 한 개체이고, 생로병사의 한 과정에 있는 업(業)의 상속자로서 인간을 말한다.

따라서 불교적 이념을 토대에 둔 노인복지는 첫째, 노인문제를 일으키는 대상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종합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빈곤, 질병, 고독, 역할 상실 등 인간의 고통을 일으키는 개인적, 사회적 문제의 발생 근거를 생기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둘째, 물질적 측면과 정신적 측면의 대책을 균형 있게 개발함으로써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서구 복지국가들이 물질적 복지에만 너무 치우친 나머지 정신적 방황을 겪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나는데,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사회복지, 노인복지는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퍼주는 것이라는 관념이 있는데 정부의 복지행정 자원은 바로 국민의 세금이다. 국민 각자가 부담하는 자세와 혜택을 받는 자세의 균형 감각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특히 불교의 경우 부처님 말씀에 입각한 불교복지의 정신적 지평을 넓혀야 할 것이다.

셋째, 민간주도에 의한 자율복지 체제를 개발하고 이를 모두가 지원해 나가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노인 스스로 자조 노력을 하고 이웃과 지역사회가 뒷받침해주는 자율복지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복지 현실을 타개하는 길은 물질적 복지와 정신적 복지의 융합과 조화가 이루어지고 이를 위한 불교계의 자각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제는 포교의 중심축이 법문과 종교 행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복지, 노인복지의 실천에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불교에서 말하는 참된 도리를 깨닫고 지혜를 체득한 사람은 자내증(自內證)의 세계에 머물러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일체의 중생을 구제하려는 자비심과 서원을 일으켜 지혜의 광명으로 사바세계의 중생들이 불법의 세계, 진리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보살행을 전개하는 것이다.

불교의 효 윤리는 《범망경(梵網經)》의 효명위계를 비롯하여 《부모은중경》 《관무량수경》 《불설교경(佛說敎經)》 《대승본생심지관경(大乘本生心地觀經)》 등 대승경전에 보다 많은 내용이 담겨 있다. 이 효에는 부모를 섬기는 것뿐만 아니라 노인을 위하는 경로사상도 동시에 내포해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이것은 현재의 내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은 물론이고 일체중생을 구제하고 제도하는 것이 진정한 효의 길임을 설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적 복지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첫째, 참된 인간을 묻는 추구이고 둘째, 사회적 인간으로서의 인간을 탐구하는 길이며 셋째, 현대의 인간이 겪고 있는 정신적 위기를 구제하는 것이다.
현대인들은 인간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알려는 것보다 물질적 요구만을 추구함으로써 인간적인 면이 없어지고 인간의 자세를 잃고 살아간다.

불교의 연기(緣起)의 원리로서 세상을 관찰한다면 첫째, 인간은 공간적으로 고립되지 않고 더불어 있으며 둘째, 연기적인 관계에 있고 셋째,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상관관계에 있으며 넷째, 그럴 만한 조건이 있어서 생긴 것이며 그럴 만한 조건이 없어지면 그 존재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불법(佛法)에서 보면 노인문제는 인간고(人間苦)의 문제와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 동시에 인간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인 것이다. 아함경전에서 인간 고(苦)의 원인을 설명하고 있는데 하나는 무상(無常)하기 때문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주관인 범부(凡夫)의 무명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불교의 노인관(老人觀)은 밝지 못한(무명) 마음 즉 번뇌가 인생 현실의 기반이며 이 깨닫지 못한 마음, 즉 무명(번뇌)이 근원이 되어 현실의 괴로움을 초래한다는 다분히 이지적 판단에 기초하고 있다. 인류의 궁극적인 문제, 즉 생로병사의 문제, 삶의 가치 등에 관한 문제를 해명해주는 것이 불교의 노인복지관이다.

3. 노인문제의 불교적 전략

1) 불교인의 의식 전환

불교의 목적이 위로는 깨달음을 구하고(上求菩提) 아래로는 중생구제(下化衆生)에 있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출가수행승들이 위로 깨달음을 구하는 데에만 집착하고, 불자들은 자신의 안락과 가족적인 종교생활에만 치우친다면 사회의 이웃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제는 교의를 실천으로 구체화시켜야 한다.
불교의 노인복지 사업은 불교인 모두의 문제이어야 한다. 노인복지 사업은 불교의 문제와 불자들 스스로의 문제일 수밖에 없다. 아무리 좋은 가르침이라 해도 행동하지 않는 지성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불교계가 사명감을 갖고 사회를 위한 봉사활동을 전개하여 어려운 사람들과 고통을 같이하는 이타적 포교 활동이 이루어져야 한다.

2) 노인복지 전달체계의 재구조화

우리나라 불교 복지시설은 상당한 잠재력과 발전 가능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몇 가지 요인으로 인해 그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외적 요인으로는 인간의 세속화 · 서구화의 급격한 진행, 불교 신도의 기복적 신앙, 이기적 · 개인적 문화의 팽배 등으로 볼 수 있다. 내적 요인은 득도수행 중심의 신학, 종단분규 등으로 인한 사회적 역할의 제약이 있다.

종단 차원에서도 교구마다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여 신도와 주민의 욕구를 반영시킬 수 있도록 노인복지의 행정조직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중앙정부 또는 지방정부의 종적 전달체계와 불교 종단 차원의 횡적 전달체계를 구성하여 사각지대에 있는 복지 클라이언트(Client)들에게 지원체계의 구축과 조직기반을 형성해야 한다. 불교계에서 운영하는 사회복지시설도 유사한 복지시설의 남발이나, 복지 마인드 없이 복지시설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또 불교 복지시설의 경우 자체 시설보다 위탁 시설이 많아 종교적인 포교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노인복지 전달체계는 지역사회에 기반을 둔 사업이다. 사회복지(노인복지)는 개별사회 사업, 집단사회 사업, 지역사회를 기본으로 하면서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지역복지 사업이 있다. 특히 지방화 시대를 맞아, 지역에 기반을 둔 복지 전달체계를 그 지역의 특성과 전통에 맞게 재구조화해야 한다.
우리나라 농촌의 경우 40%에 가까운 주민이 노인이다. 따라서 사회복지 전달체계가 단순히 복지업무를 수행하는 기계적 기능이 아니라 노인이라는 연령 집단에 알맞은 맞춤형 복지 전달체계가 이루어져야 한다.

3) 자원봉사 체계의 활성화

자본주의는 남과 끝없는 경쟁을 하는 무한경쟁사회이다. 이 경쟁에서 이긴 사람은 부자, 즉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고, 패배한 사람은 빈민이거나 소외계층에 있는 사람들이다. 이 치열한 정글의 법칙에 적용되는 사회에서 실패한 사람들을 위한 정책이 사회복지정책이다.

그러나 사회복지정책이 모든 소외계층을 감싸 안을 수는 없다. 그래서 뜨거운 심장을 가진 사람들이 자원봉사를 한다. 자원봉사는 일반 신도에 의한 자원봉사도 있지만 노인이 노인을 위한 자원봉사(노노케어)도 있다.

우리나라 노인의 자원봉사자가 전 노인의 4.5% 수준이라 하는데 이는 종교 지도자의 의지에 따라서 불교 신도의 자원봉사클럽 운영을 한다면 불교형 노인복지 모델이 될 수 있다. 대만의 증엄 스님이 주도하는 자제공덕회의 경우 자원봉사운영을 범세계적으로까지 확대하고 있음을 참고로 해야 할 것이다.

불교의 자원봉사는 실천원리로서 사섭법과 보살사상, 자비사상에 입각하여 실천해야 한다. 활동의 원칙에는 첫째, 복지활동 대상자의 주체성을 존중해야 하고 둘째, 상호성으로서 연기법적, 유기체적인 존재론에 근거한 공동체 의식을 가져야 하며 셋째, 무주상성(無住相性)으로 어떠한 대가도 바라지 않음으로써 공동선을 실현하며 넷째, 연속적으로 정진하는 자세로 보살도를 실천하며 다섯째, 자발적으로 보살의 원력을 바탕으로 한 서원을 세우며 여섯째, 복지성으로서 궁극에는 자리이타(自利利他)가 실현되는 이상사회를 지향한다.

이와 같이 불교 자원봉사자의 성격은 신심을 바탕으로 해서 사회의 현상이나 긴장 관계를 극복하고 지속적으로 보살도를 실천해 나가도록 해야 한다.

4. 노인문제의 불교적 대응

사회복지와 종교는 인간의 행복을 추구하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사회복지는 클라이언트(Client)인 장애인, 노인, 불우한 여성, 탈북자, 다문화 가정, 빈민 등을 위한 정책, 제도, 사업을 말한다. 그리고 사회복지는 더 나아가 전 국민이 행복을 향유하도록 각종 정책적 대안을 제시한다.

종교도 인간의 행복을 추구하기 때문에 종교와 사회복지는 같은 뿌리[同根]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노인에 관한 각종 문제가 일어나고 있는 객관적 현실과 불교적 가치관이 상즉융합(相卽融合)의 경지에 도달하므로 별개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이 직면한 현실은 본질적으로 고(苦)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불교의 현실인식이다. 인간의 속성에서 비롯된 개인고(個人苦)와 연기고(緣起苦) 존재인 인간이 더불어 살아가는 데서 발생하는 사회고(社會苦)에 직면하게 된다. 따라서 노인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정신적인 측면, 물질적인 측면 및 사회적 측면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사실 사회와 종교는 본래 공동체적 인간 경험이기 때문에 사회적 부재는 구조적 위기일 뿐만 아니라 정신적, 물질적 위기이기도 하다. 현실이 이러한데 종교는 불안을 잊거나 못 느끼도록 하는 ‘아편’ ‘진통제’의 역할만 하고 있다. 최근에 힐링 등 3차 서비스 산업으로 전락한 종교는 안심과 위로, 행운을 조장해 주는 주술적 힘을 발휘하고 있다.

무한경쟁으로 돌입한 현대 자본주의는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원리에 따라 정글 속에서 생존해야 한다. 최근 일본에서 ‘노인파산’ 문제가 심각하게 논의되더니 우리나라에서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또 ‘하류 노인’ 방지 매뉴얼인 ① 가계의 재검토 ② 노후의 생활비 · 연금의 수령액 ③ 정년 후에도 일함 ④ 자산운용 ⑤ 병에 대비한 의료비 보험 ⑥ 간병에 대한 대비 및 위급할 시 안전망 활용 등이 회자되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의 사회복지 특히 노인복지 정책의 기조는 ‘선 가정보호 후 사회보장’ 정책으로 연계되었다. 다시 말하면 노인문제가 발생할 때 가정에서 우선 문제를 해결하고 그것이 불가능한 소수에게만 정부가 사회보장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정부 정책은 결국 사회보장의 책임을 적게 하며 민간 분야에서 스스로 해결하기를 기대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간은 자체의 역량만으로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노인들을 보살피는 데에 한계가 있다.

이러한 한계는 사회안전망(Social Safety Network) 구축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것으로 결론 낼 수밖에 없다. 그 틈새에 끼어 있는 기관이 불교 사찰이라고 볼 수 있다.

불교가 노인복지를 위한 네트워크를 만들고 복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 불교의 노인복지 이념을 실현시킬 수 있는 종단적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불교 종단마다 사회복지재단, 사회복지위원회 등이 있으나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종단의 유력한 인사들의 참여와 예산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노인복지를 위한 불교 사회복지 네트워크를 활성화시킬 전략이 있어야 한다. 종단 내의 복지재단이 하드웨어라면 네트워크 활성화 전략은 소프트웨어이다. 종단이 소유한 자원의 합리적 지원, 종사자에 대한 교육과 기술지도, 보시 실천을 위한 복지의 이행이 필요하다.

셋째, 노인복지를 활성화할 수 있는 불교 자원의 개발과 연결이다. 불교 신자의 적극적 참여유도, 소유한 자본에 대한 나눔의 자리 마련 등이다.

불교의 노인복지, 사회복지 실천은 불교 신자의 저변확대에도 많은 효과가 있을 것이다. 19세기가 계급(부르주아, 프롤레타리아) 발견의 시기이고, 20세기가 집단(사용자, 노동자)의 발견 시기라면, 21세기는 사회복지 특히 노인에 대한 복지 발견의 시기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불교의 조직과 자원을 기본으로 하는 네트워크의 활용은 불교발전의 기초가 된다고 믿는다.

불교 사회복지 종사자들의 사명의식과 혁신적인 자세도 필요하다. 불교 사회복지 종사자들은 첫째, 복지시설 경영에 대하여 충분한 식견과 수완을 가져야 한다. 둘째, 사업의 목적과 사명을 명확히 하고 사부대중의 설득력과 인격적 매력을 바탕으로 후원금 등에 적극적인 모금을 해야 한다. 셋째, 적재적소에 인재를 활용하여 부서를 통솔하게 한다. 넷째, 공정심을 확립하고 사무적 역량과 기술을 연마하여 활용한다. 다섯째, 전문적 기술과 연구를 통해 해박한 지식으로 업무를 통할해야 한다. 여섯째, 항상 대승보살의 신념과 의지에 따라 사홍서원의 참뜻을 이해해야 한다.

포도주의 맛을 결정해 주는 것을 ‘테루아(terroir)’라고 한다. ‘테루아’는 토양, 기후, 온도, 습도, 정성 등으로 만들어진다. 더 나은 노인복지와 노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불교계의 ‘테루아’를 기대해본다.

5. 결론

필자는 이 글을 맺으면서 현대의 세계적 문제로 등장한 노인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의 창조적 대안을 모색하다가 불교적 입장에서의 방책을 논구하여 보았다. 따라서 노인의 사고로 지칭된 빈곤, 질병, 소외와 역할의 상실 등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노인문제를 포함한 각종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며, 이것은 차원 높은 사회정책의 맥락에서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이러한 사회정책의 이념적 소여에서 불교의 사회이념관을 살펴보았다.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종 사회복지의 이념적 체계가 인본주의적 관점이라면 불교의 보살도도 이에 상응하는 차원의 것이라 할 것이다.

무릇 복지국가는 이념적인 면과 체계적, 기술적인 면을 필요, 충족시켜야 한다 할 때 노인문제의 미시적 접근인 부모은중 사상에 입각한 효 개념의 발굴은 자못 크다 할 것이다.

불교는 다 아시다시피 자비의 종교이다. 이 자비 사상은 민주주의의 근본이념과도 부합되며, 불교의 보살도는 위로 진리를 구하고, 아래로는 널리 중생을 교화시켜 인간에게 두루 도움을 주는 사상이다.

그리하여 첫째,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계층 간의 대립을 비롯한 각종 사회문제 특히 노인문제는 불교적 기본적 교리인 상구보리 하화중생을 전제로 사섭법, 자비 사상, 보시 사상, 복전 사상, 지은보은 사상, 생명존중 사상으로 사회복지의 지도이념 체계를 설정한다.

둘째, 보은사상의 하위체계인 《부모은중경》 《효자경》 등에 입각한 개별적 노인복지의 체계를 설정한다.

셋째, 교리와 연계성을 가지고 전국의 각 사찰을 개방하여 민중과 함께 고와 비를 나누는 과정적 차원으로서 실천적 노인복지의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

황진수 / 한성대학교 명예교수. 동국대학교에서 학사, 석사 및 사회복지정책전공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한성대학교 총장대행 역임.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위원이며, 대한노인회중앙회 선임이사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 《현대복지행정론》 《노인복지정책론》 등과 공저로 《노년학의 이해》 등이 있으며, 100여 편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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