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차 교육과정개편에 따른 초중등 도덕·윤리 교과서를 중심으로

1. 7차 교육과정의 초중등학교 도덕·윤리 교과서에 나타난 불교 관련 내용의 문제점

① 초등학교 『도덕』 『생활의 길잡이』 교과서에 나타난 불교 내용의 왜곡과 종교적 편향

『생활의 길잡이』(4학년 1학기) 90쪽 ‘참다운 친구’ 단원에 고려의 대표적인 요승 신돈의 횡포가 강직한 선비 이원령과 비교하면서 서술되고 있다.

“이원령은 성품이 곧은 사람이라, 평소에 신돈의 옳지 못한 점을 여러 사람 앞에서 자주 지적했습니다. 마침 이원령의 이웃에 신돈과 잘 알고 지내는 채가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그가 이 일을 신돈에게 일러바쳤습니다. 신돈은 크게 노하여 이원령과 그의 가족을 해치려고 하였습니다. 이원령은 늙은 아버지를 등에 업고 가족을 이끌과 피난을 갔습니다…”

감수성이 예민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공부하는 도덕과의 예시 지문에서 고려 역사에서 대표적인 요승으로 일반화되어 있는 신돈을 예화로 들어서 그의 나쁜 행위를 한 내용을 서술한 것은 학생들로 하여금 스님들에 대해 나쁜 이미지를 갖게 할 수 있는 우려가 있다.

반면에 6학년 『도덕』 교과서 90쪽 ‘헌신과 봉사의 삶’에서는 한경직 목사, 41쪽 ‘고아들의 어머니’에서는 홀트 여사, 6학년 『생활의 길잡이』 35쪽 ‘사랑의 큰 가르침’에서는 충청북도 음성의 꽃동네 오웅진 신부, 84쪽 ‘고통의 눈물을 닦아 준 테레사 수녀’의 선행을 서술하고 있다. 특히나 140쪽 ‘어린이 노예 알록 이야기’에서는 스위스에 본부를 둔 인권 단체인 국제 기독교 연대(CSI)가 1995년 이후 지금까지 6000여 명의 어린이 노예를 구해준 이야기를 141쪽까지 서술하였다.

6학년 『도덕』 교과서 24쪽~26쪽 ‘기러기의 주인’이란 소단원에서는 하늘 위를 날아가는 기러기를 향해 화살을 쏘아 떨어뜨린 친구 데바닷타와 싯다르타(석가모니의 어릴 때 이름) 사이에 생긴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다. 2006년 발행 교과서에서는 데바닷타라고 교정이 되었으나 초판 발행된 책에는 제발바다라고 이름을 잘못 적고 있다.

반면에 6학년 『생활의 길잡이』 27쪽~29쪽 ‘슈바이처의 동물 사랑’에서는 기독교적 심성을 가진 어린이가 동물을 사랑하는 것으로 서술되었다.

“알베르트 슈바이처는 어려서부터 동물을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동물들이 학대당하는 것을 보면 몹시 안타까워했습니다. 슈바이처는 가족들이 기도를 할 때, 어째서 사람에 대해서만 기도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슈바이처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무릎을 꿇고 동물들의 위해 기도를 하곤 하였습니다…(후략).”

데바닷타와 싯다르타는 친구 사이가 아니라 사촌형제 사이고 제자 사이인데 석가모니 부처님을 배반하고 훼방하는 못된 인간이다. 어찌하여 불교교단에서 별로 아름답지 못한 데바닷타의 이야기가 초등학교 『도덕』교과서에 나오는지 이해할 수 없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생명 사랑, 동물 사랑의 이야기는 이런 이야기 아니더라도 훌륭한 내용이 많이 있다.

예를 들면 매에게서 도망치는 비둘기를 살리기 위해 부처님이 비둘기의 무게만큼 자신의 살점을 매에게 베어준 부처님의 전생 이야기, 구슬을 삼켜버린 거위를 살리기 위해 자신이 몽둥이질을 당하며 피를 흘리는 고통을 감수하는 아주(鵝珠) 스님의 이야기 등이 있다.

초등학교 『도덕』 교과서에 제시된 불교 내용과 이웃 종교의 예화는 너무나 현격한 차이가 드러나서 교과서에서 지켜져야 할 종교 형평성에 문제가 제기된다.

『생활의 길잡이』에서 제시된 지문 중 오웅진 신부와 꽃동네 이야기, 빈민굴의 성자 테레사 수녀의 일생, 국제 기독교 연대의 활동 등은 기독교 정신과 기독교가 인간 사회에 끼치고 있는 영향력을 생생하게 기술하고 있다.
이에 비해 불교의 싯다르타 이야기에서처럼 현대 사람과 거리가 먼 기러기를 예로 들었다는 것은 양과 질적인 면에서 엄청난 왜곡과 편중이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② 중학교 『도덕』 교과서에 나타난 불교 내용의 오류와 종교적 편향

중학교 1학년 『도덕』 교과서 13쪽 ‘나의 묘비명 쓰기’에 테레사 수녀의 묘비명이 소개되고 있으며, 61쪽에는 ‘헐벗고 굶주린 사람들을 위해 몸 바친 세기의 천사 테레사 수녀’의 사진이 수록되어 있다.

1학년 『도덕』교과서 105쪽 ‘감사하는 생활’에 꽃동네 사진과 함께 “얻어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그것은 주님의 은총입니다”라는 오웅진 신부의 말씀이 수록되었으나, 2006년 발행 교과서에서는 삭제되는 대신 논어에 나오는 공자님 말씀으로 바뀌었다.

테레사 수녀와 오웅진 신부의 이야기가 초등학교와 중학교 도덕과 『생활의 길잡이』에서 반복되어 수록된 것이다.

1학년 『도덕』교과서 89쪽에는 “사람이 온 세상을 다 얻는다 해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는 성경의 구절, 97쪽에는 “오로지 사랑만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는 아우구스티누스의 말씀, 그리고 103쪽에는 교황이 자신을 암살하려다 교도소에 갇혀 종신형을 받은 범인을 찾아가서 위로하는 내용과 함께 실린 사진, 235쪽에는 이해인 수녀의 시 ‘시간의 얼굴’이 수록되어 있다. 89쪽과 90쪽에는 슈바이처가 기도했던 내용과 그의 사진이 실려 있다.

중학교 2학년 『도덕』교과서에서도 41쪽에 “우리는 형제로서 함께 살아가는 것을 배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바보가 되어 멸망할 따름이다”라는 킹 목사의 말씀이 실려 있고, 77쪽에는 킹 목사의 얼굴 사진이 수록되어 있다. 74쪽~76쪽에는 인물 학습 ‘예수’가 서술되어 있고, 294쪽~296쪽에는 페스탈로치가 서술되어 있다.

『도덕』교과서가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기독교와 관련이 깊은 인물과 내용이 지나치게 수록되었다는 느낌이다. 중학교 『도덕』 1·2학년 교과서에 나타난 종교적 인물 가운데 현재 생존해 있거나 근래의 불교인은 한 명도 없다. 이것은 종교적 형평성에 크게 어긋난다.

중학교 『도덕』 1학년 교과서 74쪽~76쪽에는 원효 대사에 대하여 서술하고 있는데 75쪽 다음의 내용은 문제가 있다.

“원효의 철학은 어떤 내용일까? 그것은 먼저, 누구나 불교의 진리에 가까이 갈 수 있다는 사실이다. 부처님이 말씀하신 깨달음은, 많이 배운 사람이나 높은 사람들만이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누구나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가 전부요, 전부가 곧 하나라는 것이다.……”

“하나가 전부요, 전부가 곧 하나다”는 의상대사의 『화엄일승법계도』 즉, 「법성게(法性偈)」 가운데 일부이다.

“일중일체다중일(一中一切多中一)
일즉일체다즉일(一卽一切多卽一)
하나 가운데 일체(전체)가 있고, 전체 가운데 하나가 있고,
하나가 곧 일체(전체)이고, 전체가 곧 하나이다.”

“하나가 전부요, 전부가 곧 하나다”는 화엄경의 사상이 원효의 어느 저술에 있는지 찾을 수가 없다.
77쪽~79쪽 ‘석가모니’에 대한 인물 소개를 하는 내용 가운데 78쪽에 팔정도(八正道)에 대한 내용이 다음과 같이 서술되고 있다.

“자신의 참다운 모습을 깨닫는 방법은 무엇일까? 석가모니는 그 방법을 다음과 같은 여덟 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올바른 견해로 올바르게 생각하고, 올바른 말씨로 올바르게 행동하고, 올바른 생활로 올바르게 노력하고, 올바른 기억으로 올바르게 수행하는 것이다…(후략).”

팔정도는 석가모니가 진리를 깨달으시고 중생을 위해 최초로 설한 설법인 사성제(四聖諦) 가운데 도성제(道聖諦)이다. 사성제는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를 밝힌 것이고, 팔정도는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여덟 가지 올바른 길이다.

팔정도를 자신의 참다운 모습을 깨닫는 여덟 가지 방법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불교계가 정통적으로 교리를 해설하는 것과는 차이가 나며, ‘올바른 기억으로 올바르게 수행하는 것’을 팔정도의 정념(正念)과 정정(正定)으로 설명하기에는 너무도 부족하고 또한 옳지도 않다. 정념은 올바르게 마음을 억념하는 것이고, 정정은 올바르게 선정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팔정도에 대한 잘못된 서술은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 교과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③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 교과서에 나타난 불교 내용의 오류와 왜곡

『윤리와 사상』 교과서 37쪽 ‘팔정도’에 대한 서술은 다음과 같다.

“팔정도는 석가모니가 깨달은 네 가지 진리인 사성제(四聖諦)를 터득하기 위한 길이다.
·종교 생활의 입문 : 정견(正見-바른 견해), 정사(正思-바른 생각)
·종교 생활의 규칙 : 정어(正語-바른 말), 정업(正業-바른 행동), 정명(正命-바른 생활 또는 바른 삶), 정정진(正精進-바른 노력)
·종교 생활의 체험 : 정념(正念-바른 명상 또는 바른 상태), 정정(正定-바른 수행)”

팔정도에 대한 해설이 잘못되었다. ‘정념을 바른 명상 또는 바른 상태, 정정을 바른 수행’이라고 해석한 불교학 개론서를 보지를 못했다.

불교에서 수행이란 선정(正定)뿐만 아니라 정어, 정사유, 정업, 정명, 정정진, 정념 모두가 수행의 덕목이며 염불, 기도, 간경, 주력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수행 방법이 많다. 선정을 바른 수행이라고 해설하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팔정도를 세 부분으로 나누어 종교 생활의 입문, 규칙, 체험으로 설명하는 것도 옳지 않다.

81쪽 ‘불교윤리’에서도 불교 내용이 잘못 서술되고 있다.

“신라의 화랑에게 원광(圓光)법사는 스님이 지켜야 하는 열 가지 ‘보살계(菩薩戒)’와 비교하여, 일반 속세 사람들이 지켜야 할 ‘세속오계(世俗五戒)’를 가르쳐 주었다. 세속오계는 화랑도의 지표가 되어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는 데 원동력이 되었다.”

“보살계 : 불살생, 불투도, 불망어, 불사음, 불음주, 부도식향만, 불가무관청, 부좌고광대상, 불비시식, 불축금은보”(2003년 초판)

이곳에서는 보살십계를 잘못하여 사미십계로 서술하는 엄청난 실수를 하였다. 2006년판에는 ‘보살계’를 ‘사미계’로 슬쩍 바꾸어 놓았는데, 이것은 더 큰 실수를 범하고 만 것이다. 『삼국사기』에 보면 원광법사가 추항과 귀산에게 내려준 세속오계는 신라 청소년들과 화랑들에게 도덕적 행위의 기준이 되었다고 나와 있다.

“원광법사가 말하기를 ‘불교에는 보살계의 열 가지가 있으나, 너희들은 남의 신하가 되었으니 아마도 지켜낼 수 없을 것이다. 여기에 속세의 다섯 가지 계명이 있다.’”

따라서 세속오계는 사미계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이다. 교과서의 내용이 잘못된 것을 후에라도 발견하였으면 바르게 정정하여 새롭게 해야 하는 것이 옳은 처사일 터인데, 슬그머니 보살계를 사미계라고 미봉하여 넘어가려고 하였으니 오히려 교각살우의 우(愚)를 범하고 만 것이다.

역시 81쪽(2003년판)에서는 원효에 대한 사상을 잘못 서술하였던 것을 2006년판에서는 문제가 되는 부분을 삭제하였다.

“원효는 많은 저술을 남겨 독자적인 이론 체계를 수립하였고, 당시 왕실 중심의 귀족화된 불교를 민중 불교로 전환시켜 불교의 보편화에 크게 기여하였다. 그는 ‘모든 종파, 모든 사상을 분리시켜 고집하지 말고, 보다 높은 차원에서 하나로 종합해야 한다’고 역설하면서 ‘이들은 모두 일(一)이면서 다(多)이고, 다이면서 일의 관계를 취하고 있다’라는 원융회통 사상을 정립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화쟁(和諍) 사상이다.”

“이들은 모두 일(一)이면서 다(多)이고, 다이면서 일의 관계를 취하고 있다”는 앞에서 중학교 『도덕』 1학년 교과서 74쪽에서 지적한 바 그대로이다. 의상대사의 ‘법성게’에 나오는 내용으로 『화엄경』 사상의 핵심인 것이다. 중학교 『도덕』 1학년 교과서(2006년판)에서는 정정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는데,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2006년판)에서는 그 부분만을 삭제하였다.

불교 교리나 사상에 대한 오류는 도덕·윤리 교과서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 교과서(2006년판) 97쪽에는 이렇게 나와 있다.

“지눌(知訥)은 선정(禪定)과 지혜를 병행해 닦아야 한다는 정혜쌍수(定慧雙修)와 선정과 교종은 본래 하나라는 것을 주장하면서, 종파로 나뉘어 반목을 거듭하고 있는 불교계를 통합하는 논리를 세웠다.”

정혜쌍수에 대하여 『윤리와 사상』 교과서에서는 옳게 서술하였는데,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 270쪽에서는 다음과 같이 잘못 서술하고 있다.

“정혜쌍수는 선과 교학을 나란히 수행하되, 선을 중심으로 교학을 포용하자는 이론이다.”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에서 지눌의 정혜쌍수에 대한 설명은 30여 년이 넘도록 일관되게 오류를 범하고 있다. 지눌의 저서인 『수심결』, 『진심직설』, 『간화결의론』, 『권수정혜결사문』, 『법집행별록절요병입사기』, 『화엄론절요』 등 어느 곳에서도 정혜쌍수를 국사 교과서 내용처럼 기술한 곳이 없다.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 교과서 7쪽 ‘불교윤리’에는 “불교는 기원전 6세기 경 인도에서 성립된 종교로서 창시자는 석가모니(釋迦牟尼, 기원전 563?~기원전 483?)이다”라고 나와 있는데, 중학교 1학년 『도덕』교과서 77쪽에는 ‘석가모니(釋迦牟尼, 기원전 624~기원전 544)’라 하여 다르게 서술되어 있다.

불교계가 1956년 네팔에서 열린 세계불교도대회에서 석가모니의 출생 연대를 기원전 624~기원전 544로 통일하였다. 따라서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에서도 중학교 『도덕』교과서와 같이 기술하는 것이 옳다고 하겠다.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 교과서 2003년 초판에서는 불교 용어에 오자가 몇 군데 있었으나, 2006년판에서는 모두 바로 잡았다. 그러나 아직도 263쪽 찾아보기에 ‘멸제(滅諸)’가 그대로 오기되어 있으니 ‘멸제(滅諦)’라고 바로잡아야 하겠다.

2. 8차 교육과정에 따른 초·중등학교 도덕·윤리(『윤리와 사상』) 교과서의 불교(종교) 관련 내용의 개선 방향

①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 교과서가 주체적인 한국 윤리의 입장에서 서술되지 못하고 서구적인 윤리에 압도되었다. 예를 들면 교과서의 ‘찾아보기’를 중심으로 교과서에 나오는 한국인, 동양인, 서양인의 비율을 보면 다음과 같다.

한국인은 김구, 안중근, 안창호, 원효, 유성룡, 의상, 의천, 이이, 이황, 자장, 정약용, 지눌, 최치원 등 13명, 동양인은 37명(한국인 13명 포함), 서양인은 76명(찾아보기 64명, 12명은 찾아보기 외에 교과서에 나타나 있는 인물)이다.

『윤리와 사상』 교과서 전체가 서구인과 서구인의 윤리 사상으로 도배되어 있다. 한국의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과서로서 주체성이 없고, 서구 윤리 이론을 지나치게 많이 소개하는 느낌이 든다. 우리나라의 사상이나 종교와 관련된 인물 가운데 교과서에 소개할 수 있는 훌륭한 인물이나 사례 등을 더 많이 발굴하여 소개해야 하겠다.

예를 들면 죽으면서까지 지조와 충절을 다한 정몽주, 왕도정치를 추구한 조광조, 조선 예학(禮學)을 집대성한 김장생, 효와 충에 뛰어났던 김만중, 실학사상의 지평을 연 박지원 등이 있겠다.

불교계 인물로는 임진왜란 때 의승병을 일으켜 나라를 구한 서산대사, 사명대사, 그리고 민족대표 33인 중 하나로서 3·1운동을 주도한 만해 한용운 등이 있다. 신라시대 새로운 진리와 학문을 찾아서 이국만리인 당나라와 인도에 유학하여 업적을 남긴 혜초, 원측과 같은 분들도 교과서에 소개할 만 하다고 생각된다.

② 고등학교 『윤리와 사상』 교과서가 한국 사상의 뿌리인 단군신화와 사상에 대하여 소홀히 다루고 있다. 민족 교육의 근본이 되는 단군 사상에 대한 소개가 30년 전의 교과서 내용 그대로여서 전혀 발전이 없다. ‘찾아보기’에도 단군이 없을 정도이다.

단군의 건국이념을 받들어 실천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도덕·윤리 교과서 수준은 너무나 부족하다. 단군을 모시는 단군 성전이 어느 곳에 있는지, 단군을 우리 국민이 어떻게 수용해야 하는지를 밝히지 못하고 있다. 도덕·윤리 교과서에 나오는 단군에 대한 내용은 지극히 형식적인 내용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세계화의 물결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올바른 민족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해서 민족의 시조인 단군에 대한 보다 바람직한 방향의 접근이 필요하다. 민족을 단순히 핏줄 중심으로만 보는 편협한 사고에서 벗어나서 홍익인간의 정신에 따라 모든 인간의 존엄성을 인정하는 열린 민족주의로의 발전을 이루어야 하겠다.

③ 도덕·윤리 교과서에 소개될 종교적인 내용이나 인물이 앞에서 밝힌 바와 같이 형평성에 어긋나므로 8차 교육과정 교과서에서는 균형을 이루도록 노력해야 한다. 종교적 인물이나 사상, 윤리를 소개하더라고 교과서가 학생들에게 특정 종교를 전도하는 느낌을 갖지 않도록 기술하여 본래 교과서 내용이 의도하는 목적과 다르지 않게, 주의하고 검토 심의해야 한다. 특히 불교에 대한 전문적인 내용은 불교학을 정통으로 전공한 불교학자나 불교학회에 의뢰하여 집필하도록 함으로써 교리적 오류나 논란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④ 불교의 윤리나 실천 덕목으로는 불교인이 실천해야 할 윤리 규범인 계율로써 5계, 10선, 보살계, 250계 등이 있다. 뿐만 아니라 대승보살의 자비심을 실천하는 덕목으로 6바라밀, 4섭법, 4무량심 등이 있다.

현대인이나 학생들에게 권장할 만한 실천윤리 덕목으로는 자비, 보시(베푸는 일), 인욕(어려움을 참는 일), 그리고 탐욕을 버리는 일, 집착하는 마음을 버리는 일, 자신의 욕망을 조절하는 수행 등이 있다.

⑤ 교과서에 수록된 인물 가운데 여성이 거의 없어서 남성 중심의 윤리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교과서에 수록된 여성 인물을 많이 발굴해야 하겠다. 특히 한국의 덕성을 발휘한 훌륭한 여성을 찾아야 하겠다.
예를 들면 임진왜란 당시 왜장을 껴안고 남강에 뛰어든 논개, 일제 강점기에 독립운동에 앞장섰던 여성 독립군, 유복자인 김만중과 김만기 형제를 잘 길러서 조선의 대제학을 둘이나 만들어낸 어머니 윤씨 부인 등이다.

⑥ 도덕·윤리 교과서에 담길 도덕적 덕목, 인물, 예화 등에 대하여 전체적인 리스트를 작성하여 단계별로 합당한 수준의 내용을 안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지역별, 국가별, 시대별, 성별, 종교별로 균형 있는 교과서가 8차 교육과정 새로운 교과서에서는 만들어 지기를 기대한다.

김형중
교법사.동국대학교 불교학과 졸업. 중국 연변대학교 문학박사 취득. 한국 종교학회 감사, 동악한문학회 이사, 서울시교육청 교과서 심의위원, 청정국토만들기운동본부 상임부회장, 전국교법사단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동국대학교 사범대학 부속 고등학교 교법사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한국 세대를 위한 한자 공부』『불교를 찾아가는 길』『석가모니 생애와 가르침』『시로 읽는 서산대사』『휴정의 선시연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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