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자는 아니나 심정적으로는 불교에 가까웠고 요즘에야 불교대학에서 계율을 배우고 있다. 계율 중에는 부처님이 생존하신 그 당시 인도의 특수한 상황에서 비롯한 항목도 있는 것 같다.

현대인의 삶에 불교가 더 기여하기 위해서 기본 5계율에 대한 문외한의 생각을 적어 보았다. 넓은 아량으로 읽어 주시기 바란다.

계율은 계와 율의 복합어이다. 계(戒)는 불교 신도 모두가 지켜야 할 일반적인 행동 규범이고, 율(律)은 출가한 스님을 위한 법규이다. 여러 계율 중 가장 기본이 되는 5계가 있어 원시불교 때부터 일반인과 스님 모두가 가까이 지켜야 하는 실천덕목이었다. 그 당시 인도 사회와 비교해 구조와 풍속이 많이 달라진 지금에 부처님의 원뜻을 상상하며 내 나름으로 각 항목을 재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① 살생하지 마라[不殺生].
고기는 우리 몸에 필수 영양소인 단백질의 주요 공급원이다. 식용으로 고기를 먹는 것은 건강상 어쩔 수가 없고 몇 가지 병의 치료에는 필수적이기도 하다. 물론 과다한 고기의 섭취는 자제해야 하고 오락으로 하는 살생은 죄악이다. 나아가 생각하면 동물뿐 아니라 식물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를 보호하고 번성시키자는 적극적인 의미도 있지 않을까? 같은 순간에 살고 있는 모든 생물은 우리와 자연을 공유하고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②도둑질하지 마라[不偸盜].
본래의 뜻 이외에도 확대 해석해야 할 항목이다. 거짓말, 사기, 강도질 등 타인에게 직접 손해를 주는 행위뿐 아니라 부패, 탈세, 횡령처럼 공공의 정의와 이익을 잠식하는 부정부패 행위를 금해야 한다. 나아가 재물을 불필요하게 낭비하는 것,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지 않는 것도 포함해야 한다. 즉 넓은 의미로 무소유의 구현이다.

③음행을 하지 마라[不邪淫].
올바른 관계의 이성(異性)을 삶의 동반자로 여기고 진심으로 사랑하라는 의미이다. 확대 해석하면 모든 인간을 사랑하자는 뜻이리라.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승려도 일부 결혼을 허가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 가족을 가진 경우에 종교인의 길을 가는데 큰 짐이 되지만, 일반 신도들을 이해하고 이끄는 데 도움도 될 것이다. 물론 일생을 독신으로 진리탐구에 바친 구도자는 더욱 존경받아야 한다.

④거짓말하지 마라[不妄語].
진리가 아닌 말로 사람을 현혹시키지 말라는 의미이다. 정직은 바른 사회를 형성에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다. 이 항목은 상호 믿음과 존중으로 타인을 대하라는 권고도 된다. 즉 개인이 사회와 관계를 맺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⑤술을 마시지 마라[不飮酒].
부처님 당대 인도에서는 음주의 폐해가 심했던 모양이다. 그 당시 술은 또한 약으로도 사용했기에 과음이나 약물중독 등을 피하라는 의미이다. 본래의 뜻을 현대적으로 유추하면 운동이나 좋은 생활습관으로 건강을 지키자는 것이다.

이 오계율은 문법상 모두 부정어(否定語)로 나쁜 짓을 금하는 내용이다. 기본적으로 인간을 선(善)한 존재로 인식하여 우리 삶에서 특별히 범하기 쉬운 조항만 나열했거나, 또는 운율을 맞추어 통일했을지 모르겠다. 부정어는 닫힌 문장으로 확대 해석이 불가능하다. 반면에 긍정어(肯定語)는 열린 문장으로 포괄적인 뜻을 내포하여 경우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해 확장성과 융통성이 있다.

불교에서는 우리 삶을 고해로 여기고 있다. 숙명적으로 생기는 고통을 이겨내고 인간사회를 발전시키려면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행동 규범이 필요하다. 이런 내용이 아마도 더 위 단계의 계율에는 있을 것이나 일반 대중에게는 가까운 5계의 영향력이 크다. 부처님과 수행자들이 의도한 바를 추측하면서 시대에 맞게 다음과 같이 바꾸어 보면 어떨까?

① 모든 생명과 자연을 보호하고 사랑하자[不殺生].
② 상식과 정의에 맞는 생각과 행동을 하자[不偸盜].
③ 인간을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하자[不邪淫].
④ 사람 사이에 진실과 믿음이 있게 살자[不妄語].
⑤ 술이나 약물에 의존하지 말고 건강한 생활을 하자[不飮酒].

이 5계의 기본 주제는 처음 항목에 말씀하신 생명존중이고, 다음 계율은 점차 사회생활 규범에서 개인 생활 규범으로 좁혀진다. 마지막 항목부터 거꾸로 보면 개인의 신체적·정신적 건강(5계), 타인과 진정한 관계(4계), 짝에 대한 윤리와 인간 사랑(3계), 사회 정의를 바탕으로 한 집단윤리(2계)와 생명존중과 자연보호(1계) 순으로 진정한 자아의 확대 과정이다. 5계율은 이 단계별 기본 요소를 잘못 행동하지 말라는 경고인 셈이다. 의도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일반 대중에게는 금지하는 부정어 형식이 더 효과가 있었으리라.

결론적으로 부처님은 2,500년 전에 생명존중의 윤리관을 우리에게 쉽게 가르치고 행하게 하고자 5계율을 만드신 것이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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