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사 연구의 새 안목을 보여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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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사평 |
불교사 연구의 새 안목을 보여주다
이봉춘 교수의 《조선시대 불교사 연구》가 2015년도 불교평론 학술상으로 선정된 것을 축하드린다. 금년도 학술상 심사의 최종심에 올라온 대상 저서는 모두 다섯 권이었다. 심사위원들은 심사 대상 저서들의 장단점을 토론한 끝에 이봉춘 교수의 저서를 이의 없이 수상작으로 결정했다.
심사위원들이 《조선시대 불교사 연구》를 금년도 수상작으로 선정한 것은 이 책의 다음과 같은 특성과 장점 때문이다.
이 책이 지니는 특성으로 네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저자는 배불의 전말과 그 정책 내용의 문제를 책의 거의 절반에 걸쳐서 다루고 있는데, 원인 규명에 있어서 호교론적 관점을 취하지 않고, 조선불교의 불운한 현상의 원인을 불교 자체에서 찾고 있다. 바로 이 점이 본서의 으뜸가는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유불교대와 초기 배불정책의 원인이 일차적으로는 고려불교의 갖가지 모순과 적폐에 기인함을 논하고 있다. 이는 물론 저자가 배불의 논리를 수용한 것이 아니라 불교의 인과율, 즉 자업자득의 원칙을 역사에 적용한 것이다. 결국 저자는 어느 시대건 불교가 그 본래적 기능과 존재 의미를 상실할 때 그 책임 또한 반드시 스스로 감당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다음으로 이 책 1부의 제목인 “불유교대의 배경과 초기 불교정책”이 말하듯 ‘불유’라는 순서와 그 의미가 이 책의 또 다른 특성이다. 일반 역사서의 ‘유불’ 대신 저자는 한결같이 ‘불유’로 적고 있다. 불교가 유교에 미치지 못하는 제2의 가치이거나, 세상과 삶의 이상을 가르치는 유교에 뒤지는 출세간의 불교라는 기존의 이데올로기에 도전하고 있다. 저자는 유교를 중심 가치로 내세웠던 조선에서 형성된 이 같은 어순에 훈습되어 온 현상을 거부한다. 이는 저자 나름의 불교적 주체의식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불교의 윤리가 세간의 도덕과 법에 구체화될 수 있을 경우에만, 일반 역사서에서 ‘유불’ 대신에 ‘불유’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셋째, 이 책은 조선조를 통해 숭유배불 정책이 유지되어 왔지만 외유내불(겉으로는 유교지만 안으로는 불교)과 공유사불(공적으로는 유교이면서 사적으로는 불교)의 현상이 존재했음에 주목한다. 이 현상은 크게는 국가정책에서부터 작게는 유자를 자처하는 관료 개인들의 행동에까지 다양하게 나타났다고 한다. 이 현상에서 저자는 국가권력에 의해 개종이 강요되고 있던 현실에도 불구하고 불교의 깊은 전통과 저력이 존재했음을 확인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조선불교도의 자생적이고 자율적인 노력에 주목하고 있다. 신라의 왕실불교, 고려의 국가불교와 달리 조선시대의 불교는 외부의 역사적 정치적 환경이 척박하므로 자생·자율의 길과 방법의 모색이 불가피했다. 조선 불교인들은 신불왕, 지도적 고승과 무명의 승려, 일반 민중을 막론하고 자생·자율의 불교를 위해서 저마다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저자는 강제적인 종파 폐합과 상실 속에서의 법맥 계승, 성리학에의 사상적 대응, 왜란 등 불교인의 현실참여, 피나는 각종 자구경제 노력, 조선 후기의 강학과 수선·염불의 전통 구축 등의 사례를 제시한다. 저자에 따르면, 이 같은 모습의 조선불교는 무기력한 종교집단이 아니었다. 저자는 국가권력과 거리를 둔 불교, 국가경제에의 기생을 벗어난 불교, 산간에서 수행에 전념하는 순수불교의 전통 회복 등 불교의 새로운 존재방식을 확인하고 있다. 바로 이런 점에서 조선불교의 긍정성 또한 결코 적지 않다고 한다.
이 책에서 찾았지만 없는 것도 있었다. 불교의 본래적 기능과 존재 의미에 대한 상론이다. 책의 앞부분에서 고려조에 있었던 불교교단의 정치세력과의 야합과 비리, 축재를 지적하고 있으므로 청정교단의 확립, 정치권에서의 독립, 올바른 중생 구제의 길을 제시하는 것이 불교의 본래적 기능이고 그 존재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이 그런 부분에 대한 상론과 함께 구체적인 사례 연구와 실행 등의 방책을 담았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이는 저자와 독자의 추후 과제가 아닐까 싶다.
다시 한 번 저자이신 이봉춘 교수에게 축하드리고 더 많은 학덕을 쌓기를 기원한다. ■
2015년 10월
불교평론 학술상 심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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