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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과 성찰] 어린이를 위해 부처님이 마련해 둔 것 / 신현득
[63호] 2015년 09월 01일 (화) 신현득 shinhd7028@hanmail.net

부처님은 이야기 할아버지였다. 수많은 설화경전이 이를 말한다. 《육도집경》은 육바라밀의 예화를 엮은 이야기책이다. 《현우경》 《출요경》은 불교의 주요한 뜻을 비유로 밝힌 설화경전이다. 《백연경》은 인연 이야기 1백 편이며, 《백유경》은 비유담 98편이다. 《법구비유경》 《잡비유경》 등등은 모두 이야기 경전이다.

우리 역사의 환인(桓因)도 운사(雲師)도 우사(雨師)도 아함경에서 온 말이다. 아함경을 세계인 모두가 알았다면, 세계인의 설화라는 그리스 신화는 먼 곳에 내다버렸을 것이다. 수미산 이야기, 태양의 궁전, 달의 궁전 이야기, 사주세계(四洲世界) 이야기는 예측불허의 변화가 흥미 있게 전개되는 이야기다. 옷나무에 옷이 열리고, 그릇나무에 그릇이 열리는 울단왈 세계에서는 그 나무 밑에 가서 손을 벌리면 나무가 스스로 허리를 굽혀서 사람의 손에 원하는 걸 놓아 준다. 울단왈 세계에서 아기를 낳으면 아기 키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낳은 아기를 길가에 눕혀두면 아기 우는 소리를 듣고 지나는 사람들이 아기를 달래며 손가락을 빨린다. 남자나 여자나 그 손가락 끝에서 젖이 흘러나와 아기 배가 부르다.

어린이를 주 독자로 하는 문학이 아동문학이다. 아동문학은 판타지(환상)를 주요기법으로 한다. 불경에 나오는 이야기보다 더 재미있는 판타지는 없다. 부처님은 이야기 할아버지에다 아동문학가였던 것이다.

여기에 더 큰 증거가 있다. 《본생경(Jātaka)》은 불타의 전생 이야기 547가지를 엮은 대설화집이다. 이솝이야기로 잘못 알려진 여러 편의 설화도 여기에 있다. 세계 아동문학사에는 이 《본생경》을 BC 3세기에 이루어진 세계 최초의 동화집으로 기록하고 있다. 불타가 설한 이야기가 세계 아동문학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부처님께 지어드린 ‘이야기 할아버지’라는 이름이나 ‘최초의 아동문학가’라는 호칭이 틀리지 않는다는 확신을 더 갖게 된다.

부처님은 왜 이렇게 많은 비유담, 본생담을 설법 안에다 곁들였을까? 인연법을 강조하고 불제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였다. 그보다 더 중요하게는 오늘의 어린이를 위해서였다. 불교 경전은 동화의 큰 바다다. 불교도는 이를 읽고 공부해서 자녀들에게 들려주고 가르쳐야 한다. 무문의 대도에서 성불의 길은 여기에도 있다. 우리 불교는 그 길을 따라 잘 나아가야 한다.

이와 더불어 우리는 부처님은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이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부처님은 재산과 왕위를 요구하는 라훌라의 말을 듣고 “라훌라야, 그러한 재산과 지위는 허물어지는 거다. 그보다 더 좋은 것, 영원한 것이면 더욱 좋겠지? 그걸 주랴?” 하고 되물으면서 사리불을 시켜 라훌라의 머리를 깎게 하였다. 부처님이 어린이교육 즉, 초등교육을 그날 그 즉석에서 출발시켰던 것이다. 부처님이 설하신 사미 10계는 오늘날 초등학교의 커리큘럼(교육과정)에 견줄 만한 것이었다. 생명을 사랑하고 사치를 금하라는 내용이었다. 이렇게 교육된 라훌라는 드디어 남모르게 선행을 실천하는 밀행제일(密行第一)의 제자로 성장한다. 부처님이 어린이교육에 성공을 거둔 것이었다.

오늘의 우리는 부처님의 어린이교육에 대한 관심을 어린이 법회로 계승해야 한다. 종교가 활성화되려면 어린이 포교가 잘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어릴 적부터 부처님 가르침에 관심을 갖게 해야 하는 것이다. 부처님 법이 좋은 것이라면 내 자식부터 가르쳐야겠다는 욕심을 가져야 한다. 다행히도 우리에게는 부처님이 마련해 둔 충분한 교재가 있지 않은가!

생각나는 이야기 하나가 있다. 필자는 1950년대 말에서 60년대까지 경북 상주에서 교직 생활을 했다. 불교에 관심이 많았던 20대의 필자가 상주 포교당(현재의 상락사)으로 찾아가서 어린이 법회를 차렸다. 처음에는 학교의 담임반에서 불교 가정인 어린이들을 법당에 모았는데 점점 회원이 불어나서 45명 인원이 되었다. 당시 포교당에는 청년회와 학생회가 있었는데 이 두 단체에서 어린이 법회에 관심을 가지고 도와주었다.

당시는 의식 때 부를 노래가 부족했다. 찬불가로는 〈찬양합시다〉 한 곡뿐이었고, 〈집회가〉와 〈산회가〉가 있었다. 설법 교재가 전혀 없어서 177개 이야기로 된 부처님 일대기 《팔상록(八相錄)》을 교재로 하였다. 청년회의 힘을 빌려서 학예회도 열었고, 가까운 남장사에 장소를 얻어 임간학교도 열었다. 그때의 어린이들이 전국 각지로 흩어져 지금은 노경에 이르렀다. 인연이 있어서, 그때의 어린이였던 60대 말의 제자 한 사람을 만난 일이 있다. 집을 고쳐서 선방을 만들어 참선하는 신도들을 모으고 있다고 했다. 포교당 어린이반 인연이 참으로 큰 것이었다. 어린이법회는 어린이들과 부처님의 인연을 맺어주는 성스럽고 값진 불사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언젠가 속리산에서 있었던 불교 어린이회 지도자연합회에서 차린 강습회에 참석한 일이 있었다. 1950년대나 60년대의 안목을 가진 필자의 눈에 비친 강습회의 내용이 참으로 진지하고 놀라웠다. 찬불가도 여러 편이고, 현대적 교수법에 여러 가지 레크리에이션을 도입하고 있었다. 찬불가 1곡에 〈집회가〉 〈산회가〉만 부르고, 교재가 없어서 《팔상록》 이야기만 들려주었던 옛날과는 다른 세상이었다.

지금껏 어린이 독자를 위해 문학을 해온 필자로서는 뉘우치는 면이 많다. 불교아동문학인의 할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했기 때문이다. 부처님이 설하신 설화를 모두 개작하면 좋이 동화집 200권은 될 것이다. 유능한 작가가 초년부터 달려든다 해도 한 평생에 다 이루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불교아동문학인에게 맡겨진 임무이므로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의 설화는 어느 것이나 원작을 독자에게 제공하는 일이 없다. 모든 설화는 작가에 의해서 독자의 연령에 맞게 개작되거나 축약된다. 이솝 이야기도 그렇고, 그리스 신화도 그렇다. 한국의 불교아동문학인들은 부처님 설화를 개작하는 불사를 시작, ‘동화로 쓴 본생경’ 시리즈를 펴내오고 있다. 필자도 적극 동참해 온 이 불사는 곧 제6집 출간을 앞두고 있다. ■

 

신현득 / 전 한국불교아동문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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