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한국불교의 국제구호 활동

서론

가톨릭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과 모범에 따라 초대 교회에서부터 가진 바를 나누는 삶의 공동체를 이루었으며, 가까이 있는 사람들뿐 아니라 멀리 있는 궁핍한 이들을 원조하는 운동을 벌였다. 가톨릭교회의 해외원조 활동의 근거와 뿌리는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모범에 두고 있으며, 인도주의적 관점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교회의 보편성이라는 특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가톨릭교회는 절대 빈곤에 처해 있는 현실에서 국경을 넘어 사랑을 실천하는 해외원조를 당연한 의무로 인식하고 있다. 국제 협력의 구체적인 방법으로서 해외원조는 국경을 넘은 이웃 사랑의 실천이며, 세계 정의를 위한 헌신이고, 가난한 이들에 대한 연대의 표시라고 말할 수 있다.

가톨릭교회 해외원조의 근거가 되며, 전 세계적으로 전문적인 가톨릭 해외원조 기구의 설립 배경에는 가톨릭 사회적 가르침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나눔 실천을 강조하고 저개발 국가가 스스로 발전할 수 있도록 원조할 것을 주창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사목헌장, 교황 바오로 6세의 회칙 〈민족들의 발전〉, 최근에는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회칙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등이 가톨릭 해외원조 활동의 근거가 되고 있다. 특히, 회칙 〈민족들의 발전〉은 여러 국가에서 공식적인 원조 기구 설치를 촉진시키면서 가톨릭교회 해외원조의 양적, 질적인 성장을 이끌었다.

가톨릭교회에서 가장 대표적인 해외원조 기구로는 가톨릭교회법상 공법인이며 교황청 사회복지평의회(Cor Unum)가 관할하는 국제카리타스(Caritas Internationlis)가 있다. 국제카리타스는 각국의 가톨릭 주교회의에서 설립한 카리타스 기구들의 연합회이며, 카리타스는 가난하고 고통받고 소외된 이들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직접 수행하거나 조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외에도 가톨릭교회에는 각국 주교회의, 교구, 수도회 등이 설립한 전문적인 해외원조 기구들이 전 세계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국의 가톨릭교회는 전쟁 직후부터 1980년대 초까지 외국 교회의 지칠 줄 모르는 원조를 통하여 교회의 나눔 의식을 배우게 되었다. 한국 가톨릭교회는 1980년대 중반부터 간헐적으로 해외 긴급구호 지원을 실시하였으며, 공식적인 해외원조는 1993년 주교회의에서 ‘해외원조 주일’을 제정하면서부터이다. 또한 한국 교회는 대북지원 사업도 수행하고 있는데, 1995년 북한의 큰물 피해 지원을 시작으로 지속적인 지원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한국카리타스는 2006년 국제카리타스 대북지원 특별소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국제카리타스 대북지원 사업 실무책임기구로 위임받고 전 세계 카리타스 회원기구를 대표하여 대북지원 사업을 수행해오고 있다. 그러나 대북지원 사업은 해외원조 활동의 범주 안에 포함시키기 어려워 이 글에서는 제외하였다.

국제카리타스의 애드보커시(정책옹호) 활동(2012. 6, 리우).

2. 가톨릭 해외원조 역사

1) 외국 가톨릭 해외원조 역사

폭넓은 관점에서 보자면 카리타스의 역사는 가톨릭교회 역사의 일부라고 말할 수 있다. 19세기 말에 처음으로 등장한 카리타스는 당시 산업화로 인한 여러 사회 문제들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응답이었다. 1897년 독일에서 최초로 설립된 카리타스는 당시 독일 내에서 일용직 노동자, 노숙자, 선원, 알코올중독자,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도움을 제공하였다.

제1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전 세계적으로 가난한 이들과 핍박받는 사람들을 위한 수많은 원조 기구가 탄생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에는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인간의 고통에 더욱 효과적으로 응답하기 위한 기구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가톨릭교회는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구호와 복지의 영역에서 국제적인 연대와 협력의 필요성을 확인하고, 1924년 22개 국가의 대표가 참여한 첫 번째 카리타스 연합회 모임을 개최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효과적인 전후 복구를 위하여 1950년 국제 가톨릭 자선협의회가 설립되었고, 1957년에 국제카리타스(Caritas Internationalis)로 명칭을 변경하였다.

세계대전의 복구를 위해 설립된 국제카리타스는 이후 지속적으로 지역과 활동 영역을 확장해 나갔다. 첫 번째로 중남미 지역에서 카리타스 기구들의 설립이 촉진되었고, 이후 아시아와 아프리카 지역에서 카리타스 기구가 설립될 수 있도록 노력을 집중하였다. 국제카리타스는 각국의 카리타스 기구가 설립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긴급 재난 상황에서 전 세계 카리타스 기구들의 활동을 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하였다. 지난 60여 년 동안 국제카리타스는 전 세계 200여 개국에서 활동하는 164개 회원기구로 구성된 가장 큰 규모의 국제기구로 성장하였다. 

대부분의 가톨릭 해외원조 기구들은 설립 초기에는 자선 구호 차원의 사업을 주로 시행하였으나 1960년대 말을 기점으로 자선 구호에서 개발사업 지원으로 급속한 선회가 이루어졌다. 원조의 대상 지역도 아프리카에서 점차 아시아나 중남미 지역으로 확대되었다. 1970년대 중반부터는 개발 영역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단순한 미시적 차원의 소득증대 개발사업뿐만 아니라 거시적 차원의 사회구조 변혁적 개발 사업으로까지 원조 영역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한국에 대한 외국 교회의 원조 역사를 살펴보면 전 세계적인 가톨릭교회의 해외원조 역사와 맥락이 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 국내 가톨릭 해외원조 역사

한국 가톨릭교회는 외국 교회의 수많은 지원을 기반으로 성장하였다. 한국 교회에 대한 외국 교회의 지원은 1950년대에는 긴급구호 원조, 1960년대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개발 원조, 1970년대 중반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노동자, 농민, 도시 빈민들의 사회운동에 대한 원조로 확대되어 왔다. 외국 교회 원조는 국내에 카리타스가 설립된 1975년부터 주교회의 인성회(한국카리타스의 전신)를 통하여 원조와 관련된 협의와 조정이 이루어졌다.

외국의 가톨릭 해외원조 기구 중에서 한국 교회의 해외원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기구는 미국카리타스(Catholic Relief Services; 이하 CRS)이다. CRS는 국제카리타스 정회원 기구이며, 미국 가톨릭교회의 공식 해외원조 기구이다. 1943년 설립된 CRS는 제2차 세계 대전 중에 활동을 시작하였고, 유럽의 전쟁 난민들의 재정착에 초점을 맞춘 사업을 시행하였다. CRS는 한국전쟁 직후인 1950년대에 한국 교회를 통하여 주로 구호 사업을 지원하였으며, 1960년대부터 1974년 한국에서 철수할 때까지 다양한 개발 사업을 지원하였다.
1975년 6월 26일 설립된 주교회의 인성회는 우리 스스로도 어려운 이웃을 돕고자 하는 의식을 갖는 것이 중요함을 인지하고 이를 위해 신자들에 대한 의식 전환을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 인성회는 1977년부터 사순 시기에 그리스도의 수난을 생각하며 희생하며 봉사하고, 나보다 더 가난한 이웃들과 나눔을 실천해야 한다는 의식 고양 활동을 시작하였다. 한국 사회에 가난이 팽배했던 시기에 시작된 사순절 운동은 가톨릭교회의 나눔 의식을 깨우는 중요한 운동으로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의 정신을 바탕으로 이웃사랑 실천의 시대를 열었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처럼 신자들의 나눔 의식 향상을 위한 노력을 바탕으로 주교회의 인성회는 1980년대 중반부터 소규모 해외원조를 실시하기 시작하였다. 1984년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 가뭄으로 대기근이 발생했을 때, 전국적인 모금 운동을 벌여 당시로는 큰 액수인 1억 2천3백만 원을 지원하였으며, 이후에도 멕시코 대지진, 콜롬비아 화산 폭발, 필리핀 지진, 방글라데시 대홍수, 걸프전 이후 이라크 난민 지원 등 1992년까지 약 6억 원을 해외에 지원하였다.

한국 교회 내에서 체계를 갖추고 해외원조 사업을 처음 시작한 것은 1989년 ‘세계성체대회’를 계기로 시작된 ‘한마음한몸 운동’이다. 한마음한몸 운동본부는 상시적인 모금, 원조 정책의 명문화, 심의 지침, 심의 결정 기구 설치 등과 같은 기본적인 체제를 갖춘 한국 교회 원조 사업의 시범 사례이다.

국제카리타스 총회에 참석하고 있는 한국 대표단.

본격적이고 공식적인 한국 가톨릭교회의 해외원조는 1992년 주교회의 결정에 따라 1993년부터 주교회의 인성회가 시작한 원조 사업이다. 우리나라가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루면서 1980년대 후반 한국 교회는 가난한 나라들로부터 원조 요청을 받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시대의 징표를 식별한 주교회의는 체계를 갖춘 해외원조를 실시할 것을 결정하고 이 업무를 주교회의 인성회에 위임하였다. 이로써 한국 가톨릭교회는 ‘받는 교회’에서 ‘나누는 교회’로 전환하게 되었으며, 이런 흐름에 발맞추어 여러 수도회와 교구에서도 해외원조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렇게 짧은 기간에 받는 교회에서 나누는 교회로 전환할 수 있었던 것은 1980년대 중반 한국의 놀라운 경제 성장과 한국 가톨릭교회의 급격한 성장이라는 잠재력을 기반으로 한 교회 최고지도층의 적극적인 관심 덕분이었다. 이후 2000년대 들어서면서, 한국 사회 전반에 걸쳐 해외원조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기 시작하였고 가톨릭 신자들의 참여와 관심도 높아졌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해외원조를 전문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가톨릭 기관·단체들이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대표적으로 기쁜 우리 월드(2006),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2008), 기쁨나눔재단(2010) 등이 가톨릭교회를 기반으로 한 해외원조 단체들이다.

한국 가톨릭교회 내에서는 교회 해외원조의 전문성과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하여 교회 제도 내에서 독립된 체제를 갖춘 전문적인 해외원조 기구가 필요하다는 요청이 계속 제기되어 왔다. 가톨릭교회의 해외원조 사업을 투명하고 전문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2010년 12월,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에서 해외원조와 대북 지원 업무를 분리하여 재단법인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을 설립하였다. 이로써 한국카리타스 인터내셔널은 가톨릭교회의 해외원조를 위한 지원 창구와 정보를 제공하는 지원 센터, 주교회의 공식 해외원조 기구로서 대표의 역할을 수행하라는 요청을 받고 있다.

3. 가톨릭 해외원조 현황

1) 해외 가톨릭 해외원조 현황
가장 대표적인 가톨릭 해외원조 기구로는 로마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카리타스와 국제카리타스연합회를 구성하는 164개 카리타스 회원기구들이 있다. 카리타스 회원기구의 성격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첫 번째는 자국의 복지와 개발 사업을 수행하는 기구, 두 번째는 주로 자국의 복지 사업을 관장하면서 해외원조 사업을 병행하는 기구이며, 세 번째는 해외원조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기구이다. 이 중에서 해외원조 사업에만 전념하는 대표적인 카리타스 기구로는 미국(CRS), 영국(CAFOD), 아일랜드(Trocaire), 네덜란드(Cordaid), 캐나다(CCODP), 호주(ACR), 뉴질랜드 카리타스 등이 있으며, 한국카리타스(Caritas Korea In-ternational)도 해외원조 사업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기구이다.
한편, 카리타스 회원기구는 아니지만 전문적으로 빈곤 국가의 개발 사업을 지원하는 가톨릭 해외원조 기구들이 있다. 대표적인 기구로는 독일의 MISEREOR, 프랑스의 CCFD, 벨기에의 Broederlijk Delen과 상호부조 및 동포애(Entraide et Fraternite), 미국의 COC (Center of Concern) 등이 있다. 이들은 효율적으로 원조를 협의하고 조정할 뿐만 아니라 개발원조 분야의 정책적인 협력을 위하여 국제적인 협의체(CIDSE)를 구성하여 긴밀하게 연대하고 있다. CIDSE는 17개의 가톨릭 국제개발협력 기구의 협의체이며, 전 세계 120여 개 국가에서 활동하고 있다.
가톨릭 해외원조 활동의 가장 큰 장점은 가톨릭 사회 교리의 연대성과 보조성의 원칙에 따라 각국 가톨릭교회의 자발적인 노력을 가장 우선적으로 증진하면서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외국 교회로부터 아낌없는 지원을 받는다는 점이다. 이러한 장점은 국제카리타스가 총괄·조정하고 있는 긴급구호 사업을 통해 가장 잘 드러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재난이 발생하면, 현지의 카리타스 회원기구는 재난 상황을 파악하고, 필요에 따라 ‘국제카리타스 긴급구호 요청서(Caritas Internationalis Emergency Appeal)’를 발행하여 전 세계 카리타스 회원기구들로부터 재정적인 지원을 비롯하여 인적, 물적 지원을 제공받는다. 국제카리타스는 필요에 따라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긴급구호 대응팀(ERST)’을 재난 지역에 파견하여 현지 카리타스의 재난 구호 활동을 지원하고, 필요에 따라 장기적인 복구 및 재활을 지원할 수 있는 ‘긴급구호 연대팀(STEP)’을 파견하여 현지 카리타스와 협력한다. 
국제카리타스 긴급구호 사업의 전체적인 규모를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만 국제카리타스 내부 자료를 근거로 확인된 최근 7년간의 긴급구호 사업 규모는 다음과 같다. 지난 2008년부터 2014년까지 국제카리타스는 전 세계 73개 국가에서 약 4억 8천5백만 유로 규모의 긴급구호 사업 237개를 수행하였고, 여기에 약 40여 개 카리타스 회원기구들이 재정적, 기술적, 물질적 지원을 제공하였다.
국제카리타스는 긴급구호 사업 이외에도 정책 및 애드보커시 사업도 적극적으로 이끌어 나가고 있다. 특히, 2013년 12월부터 국제카리타스는 164개 카리타스 회원기구들과 함께 2025년까지 전 세계에서 기아를 끝내기 위한 글로벌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국제카리타스는 이 캠페인의 모토를 “인류는 한 가족, 모든 이에게 양식을”이라고 정하고 복음과 가톨릭 사회적 가르침에서 고취시키고 있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 대한 우선적인 선택을 반영하고 있다. 국제카리타스가 주도하고 전 세계 164개 카리타스 회원기구가 동참하는 ‘카리타스 지구촌 기아 퇴치 캠페인’은 단일한 주제와 목표를 가지고 각국의 상황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수행되고 있는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대규모 글로벌 캠페인이다. 또한 국제카리타스는 유엔이 정한 새천년개발목표(MDGs)가 끝나는 2015년을 앞두고 전 세계 카리타스의 역량과 선의를 모아서 포스트-2015 개발 프레임워크를 만들어 가는 데에도 앞장서고 있다.

2) 국내 가톨릭 해외원조 현황
한국카리타스는 2012년 12월, 한국 가톨릭교회의 종합적인 해외원조 규모와 활동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최초의 교회 자료를 발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교회 해외원조 주체들 간의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을 이끌어 내기 위하여 《한국 가톨릭 기관 단체 해외원조 현황 보고서(2006~2010)》를 발행하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주교회의 사무처, 한국카리타스, 그리고 16개 교구가 모두 해외원조 사업을 실시하고 있으며, 수도회의 22%(36개 수도회), 전국 사도직 단체의 18%(5개 단체), 그리고 5개 기타 단체가 해외원조 사업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교회는 2006~2010년의 기간 동안 해외원조 사업으로 822개 사업에 총 406억 6,659만 원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표 1〉 참조)
이 중에서도 가톨릭교회의 대표적인 해외원조 기구인 한국카리타스는 국제카리타스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여 긴급구호 사업을 우선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한국카리타스는 전 세계 카리타스 회원기구 중에서 국제카리타스 긴급구호 사업을 정기적으로 지원하는 20여 개 기구 중 하나이며, 국제카리타스 내에서 지원 규모와 기여도 면에서 기대가 점차 커지고 있는 기구이다.

긴급구호 위주로 해외원조 사업을 수행하던 한국카리타스는 2004년 방글라데시 집중 지원 사업을 시작으로 개발협력 사업을 시작하였다. 이후 2006년 쓰나미 피해 장기 복구 및 재활을 위한 스리랑카 집중 지원 사업을 시작하였으며, 점차 지원 대상 국가와 사업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현재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중남미 지역에서 총 24개 개발협력 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지원 규모를 확대하고 지원 방식을 다변화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해외원조를 시작한 1993년부터 2014년까지 한국카리타스는 총 758개 사업에 373억 4,484만 2,189원을 지원하였다. 한국카리타스의 해외원조 지원금 추이를 보면, 2005년 남아시아 쓰나미 긴급구호 사업과 2010년 아이티 대지진 긴급구호 사업에 대한 대규모 지원을 통해 지원 규모가 크게 확대되었다. 재단법인으로 새롭게 출범한 2011년 이후부터 해외원조 지원금이 꾸준히 증가하여 2014년도에는 약 37억 원을 지원하였다.(〈표 2〉 참조)

한국카리타스는 직접적인 해외원조 사업 이외에도 해외원조에 대한 인식 개선과 나눔 의식 고양을 위해 국제카리타스와 함께 지구촌 기아 퇴치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특히, 2014년부터 ‘음식, 쓰레기가 아닙니다’라는 주제로 음식물 낭비를 막기 위한 생활 실천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 캠페인을 통해 한국카리타스는 다양한 교육 사업을 통한 인식 변화와 음식물 낭비를 줄이기 위한 실천 운동뿐만 아니라 전 세계 기아를 퇴치하기 위한 긴급 식량 지원과 만성적인 기아에 시달리는 지역에 대한 중장기적인 식량 안정화 사업을 집중적으로 펼쳐나가고 있다.

4. 한국 가톨릭 해외원조의 발전을 위한 과제

한국 가톨릭교회가 ‘나누는 교회’로 전환하여 해외원조를 실시한 지도 벌써 22년째에 접어들었다. 현재 한국 가톨릭교회 내에는 한국카리타스를 비롯하여 각 교구와 본당, 수도회, 단체 등 여러 주체가 다양한 방식으로 해외원조에 참여하고 있다. 또한 한국 사회 전반적으로도 해외원조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확산되면서 한국 가톨릭교회 신자들의 해외원조에 대한 인식도 높아지고 있으며, 가톨릭교회 기관과 단체에 의해 수행되고 있는 해외원조에 대한 관심과 기대도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톨릭교회의 공식 해외원조 기구인 재단법인 한국카리타스 인터내셔널이 설립되면서 전문성과 투명성, 공공성을 확보했다는 것은 한국 가톨릭교회 해외원조의 역사에서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공식적인 해외원조 기구가 설립되었다 하더라도 가톨릭교회의 해외원조를 발전시키기 위한 과제가 여전히 산적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다음 두 가지 과제에 대한 집중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조정과 협력
조정과 협력은 가톨릭교회의 본질적인 특성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국 가톨릭교회 내에서 해외원조 기구가 양적인 성장이 이루어지고 사안에 따라서 활동이 서로 중복되면서 조정과 협력보다는 경쟁 관계로 나아가는 경우가 간혹 발생하기도 한다. 조정 기능은 산발적이고도 중복될 수 있는 해외원조 사업을 원조 정책에 따라 다양성이 인정되면서도 상호 협력하는 일치를 이루게 한다. 상호 정보 공유와 협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기반으로 ‘한국 가톨릭 해외원조 네트워크’가 구성되었으나 이를 공식적인 협의체로 발전시켜 실질적인 연대와 협력의 중심축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의식 교육
한국카리타스를 비롯하여 가톨릭 해외원조 기구의 후원 규모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그러나 가톨릭 신자들의 해외원조에 대한 인식과 나눔 실천은 더욱 발전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가톨릭교회 전체적인 차원에서 해외의 가난한 이웃들에게 나눔을 실천하기 위한 전국적인 행사는 1년에 한 번 실시되는 ‘해외원조 주일’뿐이다. 따라서 해외원조에 대한 인식 개선과 나눔 실천을 위해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교재나 교육과정을 연구 개발해야 할 필요가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첫 번째 회칙 〈복음의 기쁨〉을 통해 다른 이들의 고통에 깊이 공감하고 그들의 울부짖음을 들어 주라고 호소하고 있다.

우리는 지구가 온 인류의 것이고 온 인류를 위한 것임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합니다. 어떤 사람들이 자원이 부족하고 발전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나라에서 태어났다고 하여 그들이 인간답지 못하게 살아가는 사실이 정당화되지는 않습니다. 우리 자신의 권리를 정당하게 주장하려면 우리의 시야를 넓혀서 자국민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부르짖음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 〈복음의 기쁨〉 190항

세계화가 가속화되고 전 세계 기후변화로 인한 대형 재난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빈부의 격차가 점차 심화되고 새로운 빈곤층이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되어 가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가톨릭교회는 선의를 가진 모든 사람과 연대하고 협력하여 전 세계 빈곤의 구조적인 원인을 없애고 가난한 이들의 온전한 발전을 촉진하는 데 더욱 투신할 것이다. ■

 

이종건 /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 사무총장. 대구가톨릭대와 대만 보인대 종교학연구소 졸업. 1989년 사제서품을 받고 대구대교구 반야월 성당 주임신부 등과 구미 가톨릭 문화관 관장, 구미 여성인력 개발센터 관장 등 역임. 주요 논문으로 〈갈홍의 ‘포박자’에 나타난 귀신과 신선 사상〉이 있음. 현재 대통령직속 통일준비위원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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