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머리말-분단체제의 비효율성

분단 70여 년이 되도록 통일을 이루지 못한 데는 이념과 체제를 달리하는 남과 북의 대립갈등, 북한의 수령 중심의 유일체제 구축과 3대 세습, 대북정책을 둘러싼 우리 사회 내부의 남남갈등, 한반도 통일을 바라지 않는 주변 국가들의 2개의 한국(The Two Koreas) 정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 잠시 남북 화해협력이 진행되기도 했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남북관계는 다시 경색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명박 정부가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 대한 이행의지를 밝히지 않음으로써 남북관계 재설정의 첫 단추를 끼우지 못했다. 북한은 상대를 부정하는 남측 정부와 새로운 관계를 설정할 수 없다고 버텼다. 이명박 정부 시기, 남측 정부는 ‘기다리는 전략’으로 일관했다. 식량난 등 경제난에 봉착한 북한이 식량과 비료지원을 중단하고 압박하면 굴복하고 나올 것이란 낙관적 기대와는 달리 북한은 북·중 경협을 확대하면서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와 천안함·연평도 도발로 맞서며 대남 강경 수위를 높였다.
독일의 통일과정을 보면, 사민당 빌리 브란트 총리가 내놓은 ‘동방정책’에 따라 동서독 기본조약이 만들어지고, 20년 동안 정권과 관계없이 일관된 화해협력정책을 추진한 결과 보수당인 기민당 헬무트 콜 총리가 통일의 대업을 이뤘다. 콜 총리는 야당 시절 동방정책을 맹렬하게 반대했지만 1982년 집권 이후 야당 시절과는 달리 동방정책의 기조를 착실히 계승했다. 우리의 경우는 보수정권인 노태우 정부가 내놓은 1988년 7·7선언과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를 바탕으로 하여 진보 정권인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2000년 6·15공동선언과 2007년 10·4선언을 도출했다. 하지만 ‘실용주의를 표방한 보수정권’인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화해협력정책은 중단됐다. 남북관계 재조정 실패로 기존 합의들은 사문화되고 말았다. 특히 10·4선언의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합의를 이행했다면 천안함·연평도 사태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유럽통합에서 확인한 것처럼 세계는 국가경계를 허물고 경제적 이익을 위해 지역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과 대만의 경우도 긴장을 완화하고 양안 경제협력 기본협정(Economic Cooperation Framework Agreement, ECFA)을 체결하는 등 교류협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유독 남북한만이 시대를 역행하면서 냉전적 대립을 지속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고 소모적이다.
박근혜 정부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통한 평화통일 기반 구축’을 통일·대북정책의 기조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2년이 가까워져 오도록 이명박 정부 시기부터 단절됐던 남북관계를 복원하지 못하고 있다. 경색국면이 장기화하면서 남북 당국 간 불신도 커지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 드레스덴 선언 등을 내놓고 북한이 호응해 오기를 희망하지만, 북한은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체제통일(흡수통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고 우선 한미합동군사연습과 비방·중상 중지부터 진정성을 보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남북관계가 장기간 단절됨으로써 개성공단을 제외한 대북투자기업과 남북경협사업에 뛰어들었던 영세업자들의 경제적 손실과 고통은 매우 크다. 대북사업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국민들도 남북관계 경색과 소모적인 대립갈등으로 직간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 한국경제가 장기침체기로 빠져든 것도 남북갈등에 따른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한 원인일 수 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서는 남북관계를 복원하고 대륙의 북방경제로 경제영토를 넓혀야 할 것이다.
이 글에서는 남북관계 장기 경색의 원인과 문제점을 알아보고,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움직임을 박근혜 정부가 표방한 ‘작은 통로론’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그리고 남북분단의 장기지속에 따른 분단체제의 비효율성 극복과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불교계의 역할과 과제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2. 남북관계 복원의 걸림돌

남북관계 복원을 어렵게 하는 요인들로는 북한의 핵무기와 장거리미사일 개발, 관광객 피격사건, 천안함·연평도 사태, 한미합동 군사연습, 상호 비방·중상 문제 등을 꼽을 수 있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개발문제는 한국전쟁 이후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는 정전질서와 연관된 역사·구조적인 문제로 짧은 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따라서 ‘선핵폐기론’에 따라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남북관계를 복원하려 한다면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명박 정부로부터 물려받은 숙제가 많아 박근혜 정부는 사건 하나하나를 순차적으로 풀 여유가 없다. 조속히 남북관계를 복원하려면 고위급 접촉에서 현안을 포괄적으로 풀 수밖에 없다. 비밀접촉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현 정부가 남북관계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고위급 접촉을 통해서 지난 시기 남과 북 사이에 있었던 불미스런 일들에 대해 포괄적 정리를 하고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박근혜 정부 집권 2년 차를 맞는 올해 초부터 남과 북은 ‘통일대박론’과 ‘중대제안’을 내놓고 관계복원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지난 2월 남과 북은 고위급 접촉을 갖고 상호 비방·중상 중단에 합의했다. 하지만 합의서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합의이행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기 시작했다. 북한은 남측의 언론들이 그들 지도자와 체제 등과 관련한 무차별적인 비방·중상을 일삼는다고 불만을 표시했고, 우리 정부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고 이를 말릴 수 없다고 하면서 방관했다. 그러자 북측도 주민들과 관리들을 동원해서 남측 대통령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과 함께 세월호 사고와 관련한 정부 대응을 문제 삼는 등 비난공세를 강화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3월 28일 구동독 지역인 드레스덴을 방문해서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구상(드레스덴 구상)’을 발표했다. 드레스덴 구상에서 박 대통령은 인도적 문제 해결과 지원, 민생 인프라 건설 지원, 남북 주민 간 동질성 회복 등 3대 제안을 했다. 하지만 북한은 지난 4월 12일 국방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서 “황당무계한 궤변으로, 논의할 일고의 가치도 없다”면서 사실상 거부입장을 밝혔다. 북한이 문제 삼은 것은 민족 내부문제를 남의 땅에서 말한 것, 정치·군사적 대결상태 해소와 관련한 언급이 없는 것, 북한 주민들의 고통과 배고픔 등 경제난을 지적한 것 등에 관한 것이다. 북한이 격분한 것은 흡수통일이 이뤄진 독일 땅에서 북한의 아픈 부분을 건드려 상호 비방·중상을 하지 않기로 한 약속을 어겼다는 점에 대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이 산모와 유아에게 영양과 보건을 지원하겠다고 하자 북한은 “없는 사실까지 날조하여” 그들에 대한 비방․중상에 열을 올렸다고 발끈하고 나섰다. 북한은 드레스덴 3대 제안에 대해 그들의 경제난을 부각시키면서 정권과 주민을 분리하여 접근하는 체제통일(흡수통일) 정책이라고 의심하면서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한미 군사연습기간 동안 남북관계가 다시 경색되고, 북한이 드레스덴 구상에 부정적 입장을 보임으로써 남북관계 개선 노력은 다시 난관에 봉착했다.
남북관계 복원을 위해 우리 정부는 지난 8월 11일 북한에 제2차 남북고위급 접촉을 8월 19일 판문점에서 개최하자고 제의했다. 북한이 연초부터 중대제안, 특별제안, 정부성명 등을 연이어 내놓으며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터라 대화 제의를 거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남측이 고위급 접촉을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 8·15 광복절과 교황 방한을 계기로 남북관계 복원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높았지만, 북한은 우리의 대화 제의에 곧바로 호응하지 않았다. 북한은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을 문제 삼아 대화 제의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남측 정부는 UFG 훈련을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방어적 성격의 한미 합동군사연습이라고 밝혔지만, 북한은 ‘핵선제 공격연습’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우리 정부가 고위급 접촉에서 이산가족 상봉문제와 쌍방의 관심사항 모두를 논의할 수 있다고 밝힘에 따라 한미 군사연습 문제, 5·24조치 해제, 금강산관광 재개 등 남북 쟁점현안 모두를 의제화할 수 있다. 따라서 북측은 지난 9월 13일 첫 반응으로 고위급접촉보다 대북전단 살포를 포함한 ‘적대행위’부터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고위급 접촉의 전제조건으로 비방·중상 중지를 요구한  데는 연초 북한이 중대제안에서 밝혔던 비방·중상 및 군사적 적대행위 중지, 핵재난 방지를 위한 노력 등과 관련해서 볼 수 있다. 북한은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신뢰회복의 가장 우선적인 전제조건으로 상호 비방·중상 중지를 내세우고 있다. 그래서 지난 2월 14일 제1차 남북 고위급접촉에서 상호 비방과 중상을 하지 않겠다는 합의를 했던 것이다. 하지만 북측은 비방·중상 중지 합의가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지난 9월 13일 대변인 논평에서 “우리 정부는 남북 고위급접촉의 비방·중상 중단 합의를 준수하고 있다”며 “우리 체제의 특성상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집회·결사의 자유를 제한할 수 없다는 것은 지난 2월의 고위급 접촉에서도 충분히 설명했다”고 밝혔다.
언론통제가 가능한 북한 사회주의 체제와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 사이의 이념과 체제의 차이에서 오는 합의이행과 관련한 해석의 차이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일부 언론의 객관성이 결여된 북한 관련 보도 태도도 문제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일부 언론의 북한 보도는 편향성, 선정성, 부정적 이미지화, 희화화, 왜곡, 가십성 보도, 추측성 보도, 미확인 보도, 확대 보도, 부정확 보도, 익명 정보원에 대한 과다의존도 등 ‘반북 보도’ 등의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북한 문제의 속성상 현장접근이 불가능하고 공식 확인이 어렵다는 점 등을 악용하여 북한 보도에 ‘부정적 반북 프레임’이 지배하기도 한다. 한국 언론의 ‘통일 프레임’과 ‘반북 프레임’의 교차 혹은 배타적 관계는 국가권력을 장악한 정권의 성격과 개별 언론사의 편집방침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한다. 정권에 따라 북한 문제와 남북관계를 보는 시각이 다르고, 언론사에 따라 같은 현상을 서로 다르게 해석하고 보도한다면 일관성 있는 대북·통일정책을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다. 방송 미디어 등 언론매체가 통일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특정 이념적 프레임에 갇힌 냉전적 분단 저널리즘의 관행을 극복하고 사회통합과 남북화해에 힘써야 할 것이다.


3. 남의 ‘작은 통로론’과 북의 ‘오솔길론’
 
독일, 베트남, 예멘 등 통일을 달성한 나라들의 경우 거창한 통일 청사진과 방안에 의해서 통일을 실현했다기보다 ‘숨겨진 통일전략’에 의해 통일을 달성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독일의 통일과정에서 확인했던 것처럼 서독은 ‘동방정책’에 따라 1972년 ‘동서독 기본조약’을 체결하고 일관성 있는 교류협력을 추진했다. 독일은 이미 25년 전에 베를린 장벽을 허물고 통일을 달성했다. 총과 대포에 의해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것은 아니다. 탈냉전이라는 거역할 수 없는 역사적 조류와 동서독 간의 꾸준한 교류협력이 장벽을 붕괴시킨 것이다. 서독의 ‘작은 발걸음 정책’과 ‘접근을 통한 변화 전략’은 동서독 간 인적·물적 교류를 꾸준히 확대하면서 상호이해의 폭을 넓혀나갔다. 독일통일을 결정적으로 가능하게 했던 요인은 사회주의권 개혁·개방과 미·소 간의 평화공존합의라고 할 수 있다. 독일은 국제정세의 변화를 통일달성의 유리한 환경으로 활용해서 통일을 달성하게 된 것이다. 헬무트 콜 전 서독수상이 말한 것처럼 독일은 역사가 열어준 ‘기회의 문’을 놓치지 않고 재빠르게 문 안으로 들어가 통일을 달성했다.
독일의 통일 경험에 비춰보면 우리의 통일 노력은 일관성이 없었고 전략도 구체적이지 않았다. 또한 사회주의권 붕괴라는 세계사적 흐름을 통일의 촉진요인으로 활용하지 못했다. 독일통일은 거창한 통일방안에 의한 것이 아니다. ‘작은 발걸음’이 모여 통일의 대업을 이룬 것이다. 동서독의 경우 수많은 간첩사건과 서독으로 탈출하는 동독 주민에 대한 총격사건이 발생했음에도 교류협력을 지속하고 통일을 달성했다. 우리의 경우 2008년 7월 11일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 이후 금강산 관광은 6년째 중단되고 있으며,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폭침 사태 이후 5·24조치가 취해져 남북교류협력은 개성공단을 제외하고 4년째 거의 중단됐다. 북한의 연이은 핵실험과 장거리로켓 발사에 따른 유엔 차원의 대북제재와 남북관계 차원의 제재강화로 통일을 위한 작은 통로가 거의 다 막혀버렸다. 남북관계는 규범적·도덕적 기준만으로 풀 수 없다. 우리는 수많은 통일방안을 내놓고도 통일을 달성하지 못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통일방안이나 급변사태론 등 거대담론보다는 실천 가능한 작은 발걸음을 전략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2014년 7월 15일 통일준비위원회 출범과 함께 박근혜 정부는 ‘통일대박’을 실현하기 위한 ‘작은 통로’를 먼저 열 것을 주장하는 등 ‘작은 통일’로부터 ‘큰 통일’로 나아가야 한다는 쪽으로 통일정책의 기조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작은 통로’론은 이명박 정부 시기 다시 부각한 북한붕괴론과 급변사태론을 극복하고 실천 가능한 분야부터 교류협력을 확대해서 점진적인 통일을 달성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8월 7일에 열린 통일준비위원회 1차 회의에서 “정부의 통일정책 목표는 평화통일이며, 북한을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고 교류협력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평화통일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상의 흡수통일 배제 선언’으로 볼 수 있다. 급변사태나 흡수통일의 가능성을 부정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공공연하게 흡수통일을 추진하지는 않겠다고 말함으로써 드레스덴 선언을 ‘불순한 체제통일 야망’이라고 주장하는 북한의 반발을 누그러트리려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남북이 실천 가능한 사업부터 행동으로 옮겨서 서로의 장단점을 융합해 나가는 시작을 해 나가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남과 북은 서로 만나고 소통할 수 있는 작은 통로부터 열어나가고, 이 통로를 통해 서로 이해해 가면서, 사고방식과 생활양식부터 하나로 융합해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환경협력의 통로’ ‘민생의 통로’ ‘문화의 통로’를 시급히 열자고 북측에 요구했다.
하지만 북한은 작은 통로부터 열자는 남측의 제안을 거부하면서 정치·군사적 대결을 해소하는 ‘근본문제’부터 해결하자고 주장하고 나섰다. 북한이 상호 적대적 군사행동 중지와 남북대결 악순환의 고리 끊기, 북미 적대관계 해소와 평화협정 체결 등 한반도 근본문제를 제기하는 데 비해서, 박근혜 정부는 비핵화와 관련한 진정성 있는 행동, 관광객 피살사건, 천안함·연평도 사태 등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 등을 요구하면서, 인도적 대북지원과 동북아 국가들 사이의 비정치적 분야 협력을 강조하는 등 기능주의적 접근을 모색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남과 북이 작은 통로를 열기 위해서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로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동을 중지하고 평화구축에 대한 진정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긴장이 완화되고 평화정착이 이뤄져야 교류협력이 확대될 것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북한은 8·15 경축사에서 밝힌 작은 통로 열기 제안에 대해 “지금과 같이 북남 사이의 정치·군사적 대결상태가 최악의 형편에 이른 조건에서 그것이 과연 실현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북남합의들을 전면이행하고 6·15 통일시대에 활성화되어온 각 분야별, 분과별 협력교류기구들을 되살리면 북남관계는 저절로 개선되게 된다”고 주장했다.
지난 10월 4일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에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참석하여 남북 간 고위급 접촉이 이뤄짐으로써 남북관계 복원의 기대감을 높였다.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국가체육지도위원장 겸 당비서, 김양건 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담당 비서 등 북한 권력의 최고실세 3인이 인천을 방문하여 우리 정부 인사들과 접촉하여 10월 말에서 11월 초 사이에 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을 갖기로 합의했다. 북한 국가체육지도위원장 최룡해는 “통일을 위한 사업에서 체육이 제일 앞서지 않았는가 하는 자부심과 긍지를 갖는다”고 했고, 황병서 군총정치국장은 정홍원 국무총리를 만나 “이번에 좁은 오솔길을 냈는데 앞으로 대통로로 열어가자”고 말했다. 김정은 제1비서의 의중을 반영한 황병서 총정치국장의 ‘오솔길’론은 작은 것에서부터 신뢰를 쌓아 관계를 개선해 나가자는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와 맥락이 이어지는 듯하다. 그동안 정치·군사적 대결상태 해소 등 ‘근본문제’ 해결을 앞세우던 북한이 우리 정부가 견지해온 단계적·기능주의적 접근 방식에 어느 정도 호응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생각하는 작은 통로는 민생통로인 데 비해, 북한이 생각하는 오솔길은 정치·군사적 작은 길인 것 같다. 결국 남과 북은 대북전단 살포 문제로 의견의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10월 말과 11월 초 사이에 갖기로 한 2차 고위급 접촉을 성사시키지 못했다. 남측의 작은 통로론과 북측의 오솔길론이 이익의 조화점을 찾기 위해서는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호혜적인 접촉통로를 많이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남북관계 복원의 큰 물줄기를 잡고 지방정부와 민간단체들이 나서 다양한 형태의 접촉면을 넓혀나가야 우리가 바라는 ‘큰 통일’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4. 정경분리와 호혜협력으로 작은 통로 열기

그동안의 남북관계는 정치군사중심으로 진행돼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로켓 발사, 관광객 피격, 천안함 폭침 등이 정세를 지배하면서 남북관계는 가다 서다를 반복해왔다. 70여 년간 분단체제를 지속하는 데는 남과 북의 두 개의 권력과 체제가 ‘적대적 의존관계’를 형성하면서 서로 상대방 권력과 체제를 자기 권력과 체제로 흡수 또는 적화하려는 제로섬 게임을 지속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권력투쟁론적으로 남북관계를 다루다 보니 중앙정부가 대북정보를 독점하고 교류협력과 관련해서도 중앙집권적 통제권을 행사해왔다. 그렇게 한 데는 교류협력 과정에서 북한의 통일전선전술이 작용하는 것과 함께 북한이 얻어가는 경제적 이익이 핵개발 등 군사적으로 전용되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정치군사 중심의 대북정책은 북한의 핵무장을 막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북한 내부의 물적 토대도 크게 변화시키지 못했다. 우리가 서독처럼 동독의 물적 토대를 바꾸는 교류협력을 지속해왔다면 북한도 많이 변했을 것이다. 북한을 밑으로부터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남북교류협력을 확대하고 활성화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전략적 정경분리 원칙’을 적용해야 할 것이다. 남북관계에서 정경분리 원칙의 견지는 쉽지 않다. 정경분리를 내세운다고 해도 결국은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전술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변화무상한 정치적 파고에서 벗어나 안정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전략적으로 정경분리 원칙, 관민분리의 원칙을 견지할 필요가 있다.
관광객 피격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사업이 중단되고, 천안함 사태로 인한 ‘5·24조치’로 개성공단 이외의 남북경협사업이 전면 중단됨에 따라 남북경협 사업자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경협 사업자들의 한결같은 주장은 정부가 정경분리 원칙을 견지하면서 남북경협을 지속하라는 것이다. 북한의 핵실험과 대남 도발에 따른 대북제재와 압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굴복하지 않고 오히려 핵과 미사일 능력을 향상시키고 위기 수위를 높였다. 대북제재는 북한의 대중국 의존도를 높이는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했다.
남북관계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서는 일방적 지원이나 시혜 차원을 넘어, 남과 북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관계로 발전해 나가야 할 것이다. 금강산 관광사업이 중단된 데 비해 개성공단사업이 지속할 수 있는 데는 호혜성이 있는 사업이기 때문일 것이다. 금강산 관광사업은 관광 대가 지불 등 대북지원 성격이 가미된 남북경협사업이었다. 따라서 남측 당국은 관광객 피격사건 이후 관광사업을 중단하고 재발방지와 관련한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개성공단사업의 경우는 북측의 토지와 노동, 남측의 자본과 기술이 결합된 남북경협사업으로 호혜성이 강하다. 시작 당시 남북한 지도자들의 주관적 판단과 관계없이 사업이 진행되면서 개성공단사업은 어느 측도 먼저 중단하자고 요구하기 어려운 상호의존성이 높은 사업으로 객관화되고 있다. 개성공단사업을 중단할 경우 남측은 많은 투자금의 손실을 가져오고, 북측은 노동자들의 실업에 따른 임금손실을 입게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성공단과 같은 남북경협의 지속은 전쟁위험을 감소시키고 대외신인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개성공단의 사례를 확대 적용하여 남북한 경제의 상호의존성과 북한의 대남 의존성을 높이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 정부도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 장기간 한미합동군사연습을 지속하면서 언론들의 대북 비방·중상과 민간인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방치하면서 북한체제의 붕괴를 촉진하는 급진통일을 추진할 것인지, 아니면 드레스덴 선언대로 인도적 문제 해결과 지원, 인프라 건설 지원, 동질성 회복 등을 추진하면서 점진통일을 추진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을 해야 한다. 독일통일에서 배울 핵심 교훈은 ‘접근을 통한 변화 정책’과 ‘작은 발걸음 정책’이다. 말이 아닌 작은 실천들이 모여야 통일이 도둑같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4. 분단극복을 위한 불교계의 작은 통로 열기

한반도의 분단은 우리 민족의 발전과 번영을 가로막는 근본적인 장애인 동시에 우리의 일상적인 삶을 제약하는 멍에다. 따라서 통일은 민족문제일 뿐만 아니라 나의 문제이다. 우리는 통일이 민족은 물론 나 개인의 삶과 직결된 문제라는 인식하에 통일의 당위와 목표, 통일과정과 절차 그리고 통일조국의 미래상을 확고히 정립해나가야 할 것이다. 통일문제는 우리 민족이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민족적 과제이지만 그 해결 방도는 간단치 않다. 통일문제가 난제 중의 난제라는 것은 무엇보다도 통일이 어떤 형태로, 어떤 과정을 거쳐 이루어지는가에 따라 입장을 달리하는 제 세력들의 이해관계가 결정적으로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통일에 거는 국민 각자의 기대와 견해가 너무나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통일 목표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가 통일을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닌 우리 민족 전체의 삶의 질을 높여 나가기 위한 수단으로 추구해 나가는 것이란 점을 전제할 때, 국민 모두에게 바람직한 통일국가의 미래상은 한반도 구성원 모두에게 자유와 복지,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이 함께 보장되는 ‘행복한 통일’이 되어야 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0월 13일 통일준비위원회 제2차 회의에서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보다 실질적인 방안을 세우고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대북지원과 협력이 인도적 차원은 물론 인권 차원에서도 확대돼야 한다고 하면서 의료장비, 의료시설 등 의료지원 시스템을 구체적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복합농촌단지 사업도 마을단위 식량문제 해결을 위한 비료지원, 생활환경 개선을 위한 부엌개조, 마을 도로 정비 등 민생인프라 차원의 구체적 사업을 추진해 나갈 것”을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이러한 협력사업과 함께 스포츠와 문화교류를 확대해 나간다면 남북한 주민의 소통과 동질성 회복을 위한 민생 통로를 열어나가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과 ‘작은 통로’론을 실현하려면 지방정부와 민간단체의 역할이 커져야 한다. 독일통일 과정에서도 지방정부와 종교단체 등 비정부기구의 역할이 컸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지난 9월 24일 미국외교협회 초청으로 워싱턴 외교인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자체가 독자적으로 남북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통일에 한걸음 가까워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자체와 민간단체 차원의 남북 교류협력과 지원사업은 통일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남북 지역협력체제 구축이란 점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지자체와 민간단체 차원에서 작은 통로를 많이 열어야 통일을 앞당길 수 있다. 대북사업과 관련한 중앙정부의 통제는 최소화해야 한다. 변화무쌍한 정치·군사적 현안과 지자체 또는 민간단체의 남북 교류협력 사업이 연계될 경우 지속적이고 일관성 있게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 이제는 지자체와 민간단체(종교단체)들이 나서 지역발전과 남북공동의 이익창출, 그리고 평화정착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협력사업을 발굴해 나가야 할 것이다.
분단극복을 위한 불교의 역할은 남북갈등과 남남갈등 해소, 민족동질성 회복을 위한 노력, 대북지원 사업 등으로 나눠볼 수 있다. 먼저 갈등 해소와 관련해선 원효의 화쟁사상(和諍思想)에서 남북화해와 갈등 해소의 논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화쟁사상은 통일신라 세 국민 간의 정신적 대립과 분열을 극복하는 데 구심력이 된 사상이다. 시인 구상의 설명에 의하면 화쟁논리는 “같음은 다름이 있으므로 같음이고, 다름도 같음이 있음으로 다름이 형성될 수 있다고 보고, 같지도 다르지도 않은 비동비이(非同非異)의 고차원적 인식에서 둘이 융화되어 하나가 아닌 원융이불이(圓融而不二)의 인식논리”이다. 남북화해와 동질성 회복의 출발은 원효의 가르침에 따라 남북한이 서로 다름에 대해 인정해야 한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않을 때 갈등은 심화되고 흡수통일과 적화통일의 논리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다름은 같음이 있으므로 형성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여 우리 민족의 새로운 삶의 원리를 찾아 동질성을 회복해 나가야 할 것이다. 조성택 교수는 “원효의 화쟁, 개시개비(皆是皆非)는 양비론이 아니고 각자의 주장은 나름대로 옳음이 있으며, ‘나의 옳음’과 ‘너의 옳음’이 공존할 수 있다는 게 화쟁이고, 민주시민의 지혜”라고 밝혔다. 조 교수는 “의견이 다르더라도 주장만 하지 말고 대화하면서 상대 관점에서 자기를 성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남북관계에서 화쟁의 논리가 적용됐다면 화해가 이뤄졌을 것이다. 화해가 이뤄지지 않으니 공존도 어렵게 되는 것이다. 남과 북이 서로 상대편을 무시하는 ‘귀머거리 대화’를 중단하고 화해협력과 공존공영을 거쳐 ‘합심’ 통일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원효의 화쟁논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통일은 곧 공존이자 더불어 같이 살자는 메시지”라고 하면서 ‘상생과 공존의 대북정책’을 강조했다. 자승 스님은 지난 7월 15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조건식 현대아산 대표이사 등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통일에 관해 이야기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상대에 대한 배려다. 그러기에 통일은 곧 공존이어야 하고 더불어 같이 살자는 메시지여야 한다”며, “정부가 이 같은 점을 잘 정리해야 남북관계는 물론 대북사업도 정상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공존과 상생의 메시지를 통해 남과 북의 이질감이 동질감으로 회복되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밝혔다.
최근 남과 북의 지도자 모두 민족동질성 회복을 중요한 화두로 제시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드레스덴 선언에서 ‘남북 주민 간 동질성 회복’을 강조했고, 8·15 경축사에서는 ‘문화의 통로’를 열 것을 제안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민족유산보호사업은 우리 민족의 역사와 전통을 빛내이는 애국사업이다”라고 하면서, “선조들의 지혜와 재능이 깃든 문화유산들이 민족의 역사와 혈맥을 이어주는 귀중한 재보”라고 주장했다. 김정은 제1비서는 남과 북, 해외의 “온 겨레가 민족중시의 입장에서 역사문제에 대한 공통된 인식을 가지며 민족문화유산과 관련한 학술교류도 많이 하여 단군조선의 역사를 빛내이는 데 이바지하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북한 최고지도자들이 동질성 회복과 민족문화를 강조함으로써 민족 전통종교인 불교계가 해야 할 역할이 커졌다고 할 수 있다. 북한에는 불교와 관련한 문화유산이 많다. 때문에 남북 간 민족문화유산 공동발굴조사 등을 통해서 교류협력을 확대하면 민족동질성 회복과 남북화해를 앞당기게 될 것이다. 북한이 고구려 고분벽화와 개성시의 역사유적들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하는 과정에서 남북협력이 이뤄진 바 있다. 하지만 남북관계 경색과 5·24조치 등으로 전통문화 분야에서조차도 남북교류협력은 거의 중단됐다. 북한은 2007년부터 개성의 고려 왕궁터인 만월대의 남북 공동 발굴작업을 진행해왔지만, 남북관계 경색으로 중단되고 최근에는 프랑스와 개성성(城)을 공동으로 발굴하고 있다. 이와 같이 남북관계 장기 단절은 “우리 민족문화유산을 외국 학자들 손에 내맡긴 어리석음으로 나타났다.”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준비위원회 2차 회의에서 대북지원과 협력확대 방침을 밝힘으로써 종교단체를 포함하는 민간단체의 대북사업도 탄력을 받게 됐다. 불교계 차원에서도 대북지원과 북한 주민들의 민생인프라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적극 시행해야 할 것이다.


5. 맺음말

우리 민족은 해방 이후 통일정부를 수립하지 못하고 서로 이념과 체제를 달리하면서 반목하고 산 지 어느덧 70여 년이 됐다. 조만간 통일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은 분단의 고착화로 매몰되고, 탈냉전 시대인 현재에도 한반도에는 냉전의 관성(慣性)이 남북관계를 지배하고 있다. 그동안 남북한 당국은 서로 자기 체제로의 흡수통일과 적화통일을 꿈꾸며 막대한 분단 비용을 소모하면서 체제경쟁을 지속함에 따라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이질화는 점차 심화되어 갔다. 분단체제의 유지에 따른 소모전으로 우리 민족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컸다.
분단체제의 공고화와 분단구조의 재생산은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측면에서 이질화를 심화시켰다. 분단체제의 장기화에 따른 분단구조의 재생산은 민족 정서에 기인한 통일 염원에도 불구하고 내부 구조적으로 통일체제의 필요성을 약화시켜 왔다. 그리고 분단체제의 공고화는 분단을 축으로 하는 신념체계를 각각의 체제를 유지하게 하는 정통성(legitimacy)과 정체성(identity)으로 자리 잡게 했다. 분단의 영향은 특히 상대방에 대한 거부에서 자신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찾는 ‘자폐적 정의관’과 남북 간 ‘적대적 의존관계’를 형성해 왔다. 그리고 분단의 공고화 과정은 남북 양 체제를 통합시킬 수 있는 밑바탕이 되는 동질성을 심하게 파괴해 나갔고, 그에 비례하여 각 체제 간의 이질성은 심화되어 갔다.
분단극복을 위한 불교의 역할은 남북 및 남남갈등 해소, 민족동질성 회복, 대북지원 등에서 찾을 수 있다. 남북관계 단절이 지속되고 있는 데는 화쟁의 논리에 따라 갈등을 풀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남과 북이 화해협력과 공존공영을 거쳐 통일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원효의 화쟁논리에 따라 상대의 관점에서 이해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남북 불교 교류협력이 중앙정부의 통제하에 있어 지속적으로 이뤄지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타 종교에 비해 불교계의 대북사업이 소극적이란 점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나라가 어려울 때 늘 ‘호국불교’가 나섰듯이, 불교계가 교착된 남북관계를 풀고 민족동질성 회복과 통일의 대업을 이룩하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

 

고유환 /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동국대학교 대학원 졸업(정치학 박사). 주요 저서로 《한반도 평화체제의 모색》(공저) 《북한 핵문제의 해법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로동신문을 통해 본 북한변화》(엮음) 《북한의 권력과 일상생활》(공저) 등이 있다. 현재 동국대 북한학연구소 소장, 통일준비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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