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논문은 조계종 포교원이 5월 28일 개최한 ‘명상포교의 현황과 전망’(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대회의실)에서 56차 포교종책 연찬회에서 발표한 글이다.

1. 머리말

출가자 급감, 승려 고령화, 청년 신도 수 감소 등 한국불교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 점은 조계종단이 직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이다. 물론 이는 단순하게 불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개신교와 가톨릭에서도 발견되는 우리 시대의 특성이기도 하다. 점차적으로 탈종교화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전통적인 종교적 활동이 위축되고 있고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제는 내적인 평화를 찾기 위해서 종교단체를 찾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닥쳐오고 있다. 명상의 붐은 이런 시대정신을 반영한다. 불교계에 기회이지만 동시에 위기이기도 하다.

이런 시점에서 명상포교라는 화두를 가지고 연찬회를 하는 것은 매우 유익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명상포교란 말은 참 생소한 말이다. 명상을 포교에 활용한다는 의미로서, 그동안 명상붐의 원류가 불교계인 점을 고려하면 이해가 되는 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명상포교란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이번 연찬회가 핵심이 되는 주제가 아닌가 한다.

필자는 ‘명상포교의 역할과 종단의 과제’란 주제를 맡게 되었다. 세부 주제는 불교명상의 현황, 앞으로의 역할과 전망, 불교계와 종단의 과제 등의 세 가지 주제를 청탁을 받았다. 불교명상의 현황은 현실적으로 직접 조사연구를 해야 하는데, 물리적으로 시간이 너무 부족한 상태라 기존의 연구 성과나 조사들을 참고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고, 나머지는 명상포교라는 주제에 초점을 맞추어서, 필자가 생각하는 과제들을 제시하는 것으로 만족할까 한다.

2. 국내 불교명상의 동향

학계의 연구동향

명상과 관련된 학계의 연구동향을 살펴보자. 이와 관련된 최근의 연구보고는 이필원과 박성식(2013)의 〈명상프로그램 관련 국내 연구 논문 경향 분석〉(《한국선학》 35집)이 있다.
〈표 1〉 ‘연도별 논문발표 추이’에 의하면, 2000년 이후로 명상과 관련된 논문은 꾸준히 증가를 거듭하다가, 2008년에 급속한 성장을 보이다가 2010년에 정점을 보여준다. 2006년 이후로 10편 정도의 논문발표가 2010년에는 18편, 2011년에는 16편, 2012년에는 30편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런 경향을 서구에서 조사한 ‘mindfulness’란 용어로 출간한 서적들의 동향을 분석한 것과 비교를 해보자. 2008년에 조사한 Personal Communication에 의하면, 서구에서는 1982년부터 명상에 대한 관심을 보여 오다가 2000년대 이후에 본격적인 명상 관련 서적이 출간되기 시작한다. 2003년에는 10편 이상, 2004년에는 20편, 2007년 40편 이상으로 급속하게 성장하는 추세를 보여준다. 이런 자료를 보면, 국내의 명상에 대한 관심은 어느 정도는 서구사회의 영향이 아닌가 한다.

명상프로그램의 중심 내용

다음 페이지의 〈표 2〉 ‘발표 논문의 중심 내용’에 의하면 왜 명상이 현대인에게 중요한 가치로 인식되고 있는지를 알 수가 있다. 명상프로그램에 대한 내용이 주로 정서안정, 우울과 스트레스에 대한 효과성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부분은 현대인에 대한 명상이 가지는 효용성을 보여준다고 말할 수가 있다. 현대인들이 정서적인 불안과 우울, 그리고 스트레스에 고통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중에게 어필되는 명상유형

셋째는 어떤 명상이 대중에게 어필되고 있는가?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소장 법안 스님)는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불자들에게 ‘어떤 수행을 하는지’를 질문했다(〈불교신문〉 2946호, 2013년 9월 18일 자). 다음 페이지의 〈표 3〉 ‘불자들의 수행법 분포’를 보면, 호흡명상과 염불수행 각 21.3%에 이어 경전 읽기(18.7%), 봉사와 기부(12.0%), 절(9.3%), 자애명상(5.3%), 알아차림(2.7%), 다라니(2.7%), 계율준수(1.3%) 순으로 집계됐다. 반면에 종단이 대중화에 나선 간화선은 4.0%라는 낮은 선택을 받아 과제로 떠올랐다.
이와 마찬가지로 템플스테이의 참여경험도 10.6%라는 저조한 결과를 기록하고 있다.(다음 페이지 〈표 4〉 참조)

마음산업

미래사회에는 중요한 성장 동력으로 마음산업을 언급하는 학자들이 많다. 이것을 준비하는 의료계와 기업체의 준비는 매우 활발하고 앞장을 서고 있다. 이것은 분명하게 종교 활동이 아니라, 산업 일부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1) 의료계

마음의 평화와 행복을 얻기 위한 산업적인 측면은 최근에 더욱 본격화되고 있다는 증거들이 나타나고 있다. 가장 먼저 명상의 의료적 효과성을 인정하고 환자 치료에 활용하는 병원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대학교 보건진료소 정신건강센터에서 환자들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3일간 3회씩 총 9회의 명상클리닉을 열고 있다. 연세대학교 세브란스 재활병원은 명상요법, 이완요법, 호흡법, 심상법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은 스트레스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으며, 안암병원은 통합의학센터를 개설하여 의료명상을 보완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경희대학교 강동병원에서는 화병-스트레스 클리닉을 운영하여 이완, 명상, 자신을 그대로 모습으로 바라보기 등을 활용한다. 경기도 일산의 국립암센터에서도 명상에 기반한 인지치료(MBCT)를 활용하는 정신건강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2) 기업체

기업체에서 명상을 활용한 경우는 직원들의 스트레스 완화와 생산성의 제고 문제에서 비롯되었지만, 최근에는 정신건강과 복지적인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 외국 기업들의 사례는 애플의 명상룸 운영 하루 30분 이상 이용 권장, 구글의 내면을 탐구하는 명상프로그램 운영, 나이키의 ‘그냥 하기’의 명상이나 요가 클래스 운영, 야후의 명상방과 수업, 도이체 방크의 스트레스 이완명상 공간, 실리콘밸리의 명상반 모임 등, 수많은 기업이 명상을 활용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거의 모든 주류 기업들은 직원들을 위한 명상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의 힐링캠프와 명상센터 건립, LG이노텍의 휴잠과정(웃음명상, 걷기명상, 몸마음풀기) 운영, 한화케미컬의 힐링 워크숍 운영, SK의 동사섭, 신세계백화점의 템플스테이 운영, 롯데백화점의 힐링센터 등등 셀 수도 없이 많은 기업체가 직원들의 복지와 정신건강을 위해서 명상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3) 관공서

현대사회에서 구청과 경찰서나 소방서와 교도소와 같은 기관들이 명상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실태가 늘고 있다. 이들은 지역민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도 있지만, 외상 후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직원들과 피해자들을 위한 명상프로그램을 운영한다.


3. 제언: 명상포교의 문제점과 과제

명상의 원류는 분명하게 불교적 기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명상의 붐은 불교계보다는 외부의 영향력에 의해서 발생하고 진행되고 있다. 이런 현상을 방관하면서 지켜만 볼 것인가? 아니면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불교의 활력으로 바꿀 것인가? 이런 갈림길에 놓여 있다고 할 것이다. 이를 위한 몇 가지 과제를 언급하고자 한다.

정체성 확립의 문제

정체성의 문제란 종교로서 불교의 정체성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절대적인 존재에 대한 신앙을 중심으로 하는 종교와 절대적인 신적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불교의 특성상 종교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문제가 대두된다. 정체성이 명확하게 확보되지 않으면 현실사회 속에서 불교 포교의 방향을 잡아가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런 점에서 명상포교는 불교의 정체성과 반드시 연결되어야 한다.
2011년에 종교의 정체성에 대한 조계종의 불교사회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불교가 이웃종교와 비교하여 약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내적인 평화와 행복을 얻는 데 불자의 인식은 3.89인 반면에 원불교 4.20, 개신교 4.19, 가톨릭 4.10에 비교된다. 여기서 불교의 정체성을 ‘깨달음의 경험’보다는 ‘내적인 평화를 얻는 것’으로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적인 평화를 얻는 목적은 모든 종교의 일반적인 특성을 나타내기 때문에 불교에서 명상포교에 체계적인 접근은 매우 중요한 관점이 아닌가 한다.
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다양한 명상은 내적인 평화를 경험하게 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반드시 종교적인 성격을 가질 필요는 없다. 오히려 마음산업이라고 해서 급속도로 산업화되어 가고 있고, 산업계와 의료기관뿐만 아니라 상담과 심리치료에 활용되면서 전문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점은 명상의 원조로서 불교계의 입장에서는 매우 고무적인 일이지만 동시에 종교적인 성격을 벗어난 관계로 명상포교에서 정체성의 문제가 더욱 선명해지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문헌학 중심 연구에서 현장 연구로 전환 시급

명상에 대한 연구동향을 살펴볼 때, 2008년 이후로 급속하게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지만, 이런 연구의 동향은 불교계 내부보다는 의료계, 심리학계나, 교육학계, 체육·예술 분야에 집중되어 있다. 실질적으로 불교계 내부에서는 명상에 대한 현장연구가 매우 미약한 부분으로 나타나고 있다. 불교계 내부의 연구는 여전히 문헌연구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현장연구에 대한 방법론이나 관심이 아직은 매우 초보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다. 양적인 연구나 질적인 현장연구에 대한 인식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로 매우 시급한 과제이다. 현장연구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없으면 지도자 양성 문제와 더불어서, 현실 문제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새로운 정책 방향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역동하는 현실 문제를 진단하고 그것의 동향과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불교학계는 현실세계를 회피하면서 외딴섬처럼 자기만족에 안주하고 있다. 과거의 관행을 답습하고 국가 지원이나 관료적 대학의 틀 속에 안주하면서 자기 역할을 거부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역량 있는 지도자를 배출하기는 무척 어려운 실정이다.

지도자 양성의 문제

명상에 대한 사회적인 요청은 매우 강력하다. 하지만 이들 수요에 대응하는 지도자 양성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심리학계나 의료계에서 혹은 산업분야에서 명상을 활용하는 데에서 그것을 담당하는 전문 인력의 양성 문제가 시급한 과제로 봉착되고 있다. 하지만 문헌연구가 주류인 현 불교학계는 현장에서 필요한 인력을 제공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불교계는 현실에서 소외되어 있다.
이를 위해서 명상포교를 위한 전문가 양성을 위한 쟁점은 포교원뿐만 아니라, 총무원과 교육원과 유기적인 협력 체계를 갖추어야 해결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종단 내부에 명상포교와 관련한 기관을 설립하고 예산을 배정해야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본다. 먼저 교사를 위한 교사의 양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명상포교를 위한 포교전략의 문제

명상포교를 담당한 연구기관들이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이들 기관 사이에 어떤 교류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가장 우선적으로 명상을 담당하는 이들 기관의 유기적인 소통이 필요하다.
승가교육: 대학과 전국의 승가대학의 커리큘럼에 명상교육과 명상포교 과목이 전무한 실정이다. 이런 부분은 승가교육을 담당하는 교육원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템플스테이: 템플스테이가 문화적인 체험을 포함한 명상포교의 중심에 위치하는 방법을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

민간단체들의 인증

불교명상을 활용하여 활동하는 민간단체들을 일정한 수준을 평가하여 그들의 활동을 포교원에서 인증해준다면, 상호 윈윈으로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다. 그러면 손쉽게 체계적인 관리와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 된다.

4. 맺는말을 대신하여

이상의 논의를 정리하면, 명상의 붐은 매우 활기차게 거의 모든 기관과 산업체에 폭넓게 번져나가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명상포교에 대한 논의를 위한 연찬회는 의미가 깊다. 요약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명상포교의 개념과 정체성을 이론적으로 명확하게 하는 것. 그래서 다른 기관들과의 명상활동을 차별화할 것.
▶ 명상포교를 위한 전문적인 기관을 종단 내에 상설 기구를 설립하는 것.
▶ 총무원, 교육원, 포교원과 각자의 영역을 고수할 게 아니고 협력체계를 갖추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함.
▶ 빠른 시일에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대학 및 사찰과 민간단체들의 활동을 평가하여 인증기관으로 등록하게 하는 것. ■


인경 / 동방대학원대학교 명상치료학과 교수. 조계산 송광사에서 득도. 송광사 전통강원을 졸업하고 중강 역임.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몽산덕이(蒙山德異) 선사상 연구〉로 박사학위 취득. 주요 저술로 《몽산덕이와 고려후기 간화선사상 연구》 《화엄교학과 간화선의 만남》 《현재 이 순간에 머물기》 등이 있다. 현재 한국명상치료학회 회장, 명상상담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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