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타나베 저, 김한상 역 《니까야와 아비담마의 철학과 그 전개》

최근 10년 사이에 빨리 4 니까야와 빨리 아비담마의 논서들이 우리말로 번역되었다. 초기불전연구원의 대림 스님과 각묵 스님과 한국빠알리성전협회 전재성 박사의 4 니까야 완역과 《청정도론》 《아비담맛타상가하(아비담마 길라잡이)》의 번역이 그 대표적인 테라와다 전승 문헌의 번역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빨리어로 된 초기불전과 아비담마 논서는 테라와다의 수행법에 대한 관심과 함께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관심이 한국불교에 미치고 있는 영향은 어떠한 모습일까?

초기불교와 테라와다 불교에 대한 관심이 커가는 가운데, 중요한 연구 서적이 우리말로 번역되었다. 《니까야와 아비담마의 철학과 그 전개》(와타나베 후미마로 저/김한상 역, 동국대학교출판부, 2014. 4. 30, 원서 출판 1983)이다. 이 책은 고(故) 와타나베 후미마로(渡邊文麿) 박사가 1976년에 토론토 대학에 제출한 박사학위 논문을 출판한 것으로, 니까야와 후기 논서에 보이는 담마와 아비담마 철학의 의미 그리고 불교의 대화 형식 속에서 추론과 논리적 사유의 발전을 서양의 논리학에 비추어가며 보여주고 있다. 즉 이 책은 초기불교 교리의 전개를 교리연구가 진행된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고찰한 점에 특징이 있다.

스리랑카에서 2012년 박사학위를 마친 김한상 박사의 상세한 역주는 독자들이 본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고 보인다. 3년에 걸친 역자의 노고가 돋보인다.

본서는 다음과 같이 2부 12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아비담마 철학의 기원은 1. 서론, 2. 다양한 뜻을 지닌 용어 ‘담마’ 3. 아비담마의 개념과 특성, 4. 아비담마와 마띠까, 5. 마띠까의 체계화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부파불교에서 아비담마 논서로 정리된 교리체계의 성립과정 측면에서 연구하였다.

제2부: 대화 형식의 발전은 6. 대화의 전개방법과 네 가지 질문에 대한 설명, 7. 형이상학적 질문들과 사구분별, 8. 딱까와 담마딱까, 9. 추론과 논증의 형식, 10. 경(대화)의 논증들, 11. 《까타왓투》와 《식신족론》에 나타나는 수준 높은 문답, 12. 결론으로 구성되어 있다. 2부에서는 초기경전 및 아비담마 논서에 보이는 논의를 다루면서 그 논의에서 사용되고 있는 논리형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주요 자료는 테라와다 불교의 5 니까야와 아비담마를 사용하면서, 한역 4 아함과 설일체유부의 논서를 비교하면서 사용하고 있다.

각 장의 내용을 살펴본다.

1장은 본서 전체의 서론으로 본 연구의 목적과 각 장의 주제의 개요를 설명하고 있다.

2장은 아비담마(abhidhamma)라는 용어를 검토하기에 앞서 접두사 abhi와 결합된 dhamma의 의미를 밝히고 있다. 특히 지도교수인 와르더(A. K. Warder)의 담마(dhamma)에 대한 이해를 받아들이면서 (1)진리, 완전한 깨달음, 연기, 우주의 법칙 (2)교리, 이론, 법문 (3)도덕, 덕상, 훌륭한 자질, 선, 계행 (4)물질과 감성의 원리(온, 처, 계)로 요약하고 있다.(61쪽)

3장은 2장에 이어서 아비담마의 의미를 밝히고 있다. 먼저 근대학자의 해석을 셋으로 나누어 소개한다. (1)담마에 대한 가이거의 해석, (2)특별한 담마(리스 데이비스, 우드워드의 해석), (3)문맥에 따라 (1)과 (2)를 적절하게 사용하는 I.B. 호너의 해석이다.

다음으로 빨리 율장의 주석서에 보이는 아비담마를 소개한 후, 한역 《대비바사론》에 보이는 여러 논사들의 다양한 해석을 소개하고 나서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다.

“아비와 아비담마, 또는 아비담마가 수록된 아비담마 논서에 대한 이러한 다양한 해석들로부터 과연 어떤 것이 아비의 진정한 의미를 나타내는 해석인지를 고르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현존하는 상좌부(上座部), 설일체유부(說一切有部), 법장부(法藏部), 정량부(正量部), 다문부(多聞部)의 모든 아비담마 논서는 상술한 해석들이 내포된 요소들을 일부 포함하고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다양한 방식의 해석들로부터 판단해보건대, 가장 보편적인 아비담마의 의미는 서로 구별 짓기, 즉 담마들을 정의하기인 듯하다. 그래서 아비담마 논서는 정의들을 모은 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75쪽)

다음에 니까야와 아함의 아비담마와 아비위나야 용례를 소개하고 담마까타(법에 대한 논의)와 아비담마까타를 대비하면서 검토하고 있다. 아비담마까타는 ‘담마의 심오한 의미나 철학적 의미를 문답형식으로 탐구하기’(89쪽)라고 정리하고 아비담마는 (1)담마들의 정의, (2)담마들 사이의 관계 파악, (3)담마들을 분석, (4)담마들의 분류, (5)숫자별로 담마들을 배열한다는 의미에서 ‘담마들에 대한 초보적 철학 연구’(93쪽)라고 정의한다.

4장에서는 3장에서 정리한 아비담마의 의미를 바탕으로 초기불교에서 아비담마의 전개와 논장의 원형의 성립에 대해 탐구한다. 먼저 니까야에서 담마의 가르침을 파악하고 그 의미를 탐구하기 위해서 붓다 재세 시부터 담마를 정의한 방법이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붓다의 가르침이 요의경(了義經: 뜻이 확정된 경)과 미요의경(未了義經: 뜻을 알아내야 하는 경)으로 구별된 것은 보다 치밀한 정의를 구하는 경향을 촉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음에 《상기띠 숫따》와 한역 《중집경》에 보이는 담마에 대한 분류는 이후 아비담마 연구에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이렇게 정의된 법수(法數) 순서로 정리된 담마를 마띠까(論母)라고 한다. 저자는 니까야와 율장의 마띠까의 용례를 제시하고, 최초기의 마띠까가 교리의 표제어 역할을 하였고 마띠까가 아비담마의 의미로 사용되다가 후대의 논장의 원형이 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5장에서는 테라와다 불교의 위방가(분별론)와 설일체유부의 법온족론, 법장부의 사리불아비담론의 구성을 비교하면서, 아비담마 연구의 표제어 항목을 비교하여 6단계의 발전양상으로 정리한다. (1)가장 오래된 것으로 삼십칠조도품에 대한 종합적 연구 (2)수행, 학습, 명상 단계(오학처, 사선, 사사문과)의 확정 (3)온, 처, 계 등의 분석과 분류 (4)불교 내외의 쟁점 주제들의 수집과 정의 (5)두까(二法)과 띠까(三法)의 논제들에 대한 분석 (6)연기법과 지혜에 대한 이론에 대한 연구. 이러한 논장의 아비담마의 발전은 초기경전의 아비담마에서 기원했음을 강조한다.

이처럼 1부에서는 아비담마 철학의 기원으로서 ‘담마(dhamma)’라는 용어의 다의성에 대한 논의로 시작해서 아비담마 철학의 주요 특징들로 간주하는 것을 개관한 다음에, 숫따 삐따까(經藏)와 아비담마 삐따까(論藏)에 나타나는 붓다의 사상에 대한 주제별 요강인 마띠까를 간략하게 서술한다. 정형화된 마띠까는 아비담마 삐따까의 발전에서 가장 고층을 의미한다는 것이 저자의 추정이다. 또한 ‘아비담마(abhidhamma)’라는 용어는 니까야와 아가마에서 철학적 개념을 정의한 교리를 지칭하는 것으로 주로 사용되어 왔다고 결론을 내린다.

2부에 들어와 6장에서 붓다와 제자들이 토론에 임할 때 어떤 자세였는지 니까야를 이용하여 밝히고 있다. 토론에서 상대방의 질문에 대해 논리적으로 대화를 전개하고, 비유(은유, 직유, 유비)에 의해 담마를 설명하여 상대방을 이해시키려고 했다. 붓다의 가르침을 논할 때 바른 토론 방식으로 네 가지 질문(四記問)이라는 변증법을 중시하였음을 강조한다. (1)일향기: 긍정과 부정의 즉답을 하는 것, (2)분별기: 질문을 분별을 통해 해명하는 것, (3)반문기: 반문으로 질문을 확인하는 것, (4)사치기: 깨달음에 도움이 되지 않는 형이상학적 질문에 대해서 침묵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 네 가지 질문방식은 《밀린다빵하》에서 자주 보이는 대화방식임을 고찰하고 있다.

7장에서는 붓다 시대의 불가지론자였던 산자야의 대답 방식은 사구분별(有, 無, 有이면서 無, 非有이면서 非無)이었고, 이 방법을 붓다도 사용하였음을 밝힌다.

8장에서는 딱까(논리, 추론)와 담마딱까라고 하는 논법이 어떤 위치에 있었는지 고찰한다. 딱까(takka)와 냐야(ñāya)는 후대에 논리학을 의미하는 용어로 사용되었지만, 니까야에서 딱까는 궤변으로 배척되고, 대신에 담마딱까는 진리에 근거한 추론으로 팔정도의 정사유임을 보여준다. 불교의 진리는 사성제와 연기법이며, 진리 자체는 논리를 초월한 것이다. 하지만 붓다는 논리를 초월한 영역(atakkāvacara)에 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논리적 방법 자체를 배제한 것이 아니다. 붓다가 배제한 것은 잘못된 추론과 무익한 토론이었다.

9장에서는 초기불교도가 사용한 추론 형식을 니까야를 통해 밝힌다. 먼저 저자는 초기불교의 사유법을 부정적 사고법이라고 규정한다. 이는 니까야에 자주 보이는 이중부정의 표현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교조주의적인 긍정 표현을 피하면서 논의 전개에서 모순율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생각한다. 다음에 모순율을 사용하여 상대방의 잘못된 전제를 논파했음을 보여준다. 다음에 모순율의 이용에 의해 도달한 무상, 고, 무아 등의 올바른 전제와 함께 연기법을 설명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서 연쇄적 가언삼단논법이 사용되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논법이 가장 발달된 형식이 12연기라고 한다. 다음으로 선언(選言)명제의 사용이다. 이는 불교 고유의 교리를 확정하고, 교리 주제를 마띠까로 정리하는 데 유익한 방식이었다고 한다.

10장에서는 경의 논증 즉 경전에 보이는 논리적 논증의 예를 숫따니빠따의 《깔라하위와다 숫따(분별기)》와 맛지마 니까야의 《마하딴하상카야 숫따(愛盡大經)》(유비, 가언명제, 선언명제)를 들고 있다. 이 두 경을 통해 복합 가언삼단논법과 순수 가언삼단논법의 단서를 찾을 수 있다고 하며, 디가 니까야 3경과 맛지마 니까야 7경 등 10가지 경전을 초기불교의 논증법 이해에 도움이 되는 경으로 제시하고 있다.

11장에서는 뿍갈라(人)의 존재를 둘러싼 부파 간의 논쟁에 보이는 논의의 형식을 테라와다 불교의 《까타왓투》의 〈뿍깔라까타〉와 설일체유부의 《식신족론》의 〈보특가라온〉을 통해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까타왓투》에는 아주 엄밀한 형식논리가 보이는 한편, 《식신족론》의 논리는 그에 비해 소박함을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두 논서는 공통의 논리적 기법(혼합 가언삼단논법)을 사용하여 보특가라온의 주장을 논파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두 부파는 (1)붓다의 가르침의 구조 (2)초기불교도의 사유방식 (3)변증법적 토론 방법 (4)타당한 논거를 구축하는 방법 (5)논리적 기법들에서 의견의 일치가 있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초기불교도들과 후기의 부파들은 이 다섯 가지 사항들을 철저히 체화함으로써 토론 속에서 불교철학을 발전시켰다고 조심스럽게 말할 수 있다고 저자는 요약한다.

12장 결론에서 저자는 붓다의 부정의 사고방식이 불교의 진리파악법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고 말하면서 불교교리의 발전이 이 연장 선 위에서 진행되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 저술의 특징은 종래의 아비담마 문헌 성립 이전에 간단하게 언급되고 본격적으로 다루어지지 않았던 니까야와 아함 속에 포함된 아비담마 철학의 전개를 빨리어, 산스끄리뜨어, 한역 자료를 통해서 자세하게 탐구했다는 점이고, 초기불교와 아비담마를 연구하는 이들과 초기 부파불교의 철학적 논리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평자가 읽으면서 몇 곳 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곳을 지적(밑줄은 평자)해본다.

53쪽: “37가지 실천 수행의 담마들은 이론적 담마(교리)에 포함된다.”고 하였는데 온, 처, 계 등을 이론적 담마라고 하고 있고, 따라서 37조도법은 실천의 담마라고 해야 할 것이다

91쪽: “붓다와 그의 제자들은 (아비위나야와) 아비담마라는 용어 자체에서 벌써 철학적 관념을 구축하였다고 생각한다.”고 했는데, ‘철학적 관념의 구축’은 다분히 이론적 작업을 의미하는 용어이므로 유의해야 할 것이다.

197쪽: “원인에서 발생하는 그 모든 담마(원리)들”에서 담마는 유위법으로서 현상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해야 한다. 다음에 나오는 “그 소멸에 대해서도 설명하셨나니”를 보면 ‘원리’라는 설명보다는 ‘현상’이 적합하다.

“이 게송을 들은 사리뿟따와 목갈라나에게 원인과 결과의 법칙에 따라서 일어남의 원리(principle)가 있는 모든 것은 사라짐의 원리도 있다는 지혜가 생겨났다.”고 했는데, 여기에서 ‘원리’로 번역된 dhamma는 복합어의 마지막 단어로 ‘성질’을 의미한다(42쪽). 225쪽처럼 ‘성질’로 번역하는 것이 옳다.

219쪽: “세상의 모든 것은 무상하고 괴롭고 변하는 성질이다”는 “세상의 모든 것은 무상하고 괴롭고 변하는 성질을 가진다.”라고 해야 할 것이다. 197쪽의 지적처럼 ‘−dhamma’는 ‘성질’을 의미하고 소유복합어로 사용될 때는 ‘−성질을 가진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224쪽: “이 네 가지 진리의 확장으로서, 과학적 방법으로 공식화되고 엄격한 논리적 연역을 담고 있는, 순관과 역관으로 구성된 12가지 인과의 사슬 즉 십이지연기를 볼 수 있다.” 사성제나 12연기를 진리라고 하지만, 과학적 방법으로 공식화되었다고 보는 것은 오해의 여지가 있다. 붓다는 과학적으로 사성제와 12연기를 발견하거나 설명한 것이라기보다는 수행을 통한 마음의 정화를 통해 얻은 지혜로 사성제와 12연기를 발견한 것이라고 할 수 있기에 우리가 이해하는 ‘과학’이라는 용어를 적용하는 것은 주의해야 할 것이다.

259쪽: “붓다가 반박하는 방법은 상당히 논리적이다. ‘논리적’이란 말은 붓다가 확립한 명제는 비판적이고 사리에 맞고 과학적임을 뜻한다고 말할 수 있다.” 앞서 224쪽의 지적과 같이 여기서 사용된 ‘과학적’이란 말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경험적’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붓다의 경험과 범부의 경험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과학적’이라는 용어는 ‘누구에게나 객관적으로 인정되는’이라는 의미가 있다. ■


김재성 /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교수. 서울대 철학과 대학원 졸업(석사). 동경대학 대학원 인도철학불교학과 졸업(석사, 박사 수료). 조계종 전통사상서 간행위원회 선임연구원, 위빠사나 명상센터 천안호두마을 지도법사, 서울대 강사 등 역임. 주요 저서로 《초기불교산책》 《불교의 이해》 《현대사회와 불교생명윤리》 《위빠사나 입문》 등과 역서로 《붓다의 러브레터》 《명상의 정신의학》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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