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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통시적 관점에서 풀어쓴 중국불교사 / 권기종
계환 지음 《중국불교》민족사, 2014년 3월, 365쪽,
[59호] 2014년 09월 01일 (월) 권기종 동국대 명예교수

1.

   

계환 지음
《중국불교》
민족사, 2014년 3월

학문연구가 개론에서 시작하여 개론으로 돌아온다는 이야기가 있다. 개론은 학문의 기초이지만, 이 기초가 학문의 귀결점이 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개론을 집필한다는 것은 그 분야에 대한 깊은 조예가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런 점에서 계환 스님이 펴낸 《중국불교》도 중국불교를 개괄하는 개론서이지만 아무나 쉽게 집필할 수 있는 책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이 땅에 불교가 전래된 지 1,700여 년이 되었고, 대학이라는 학문연구와 교육기관이 탄생된 지 100여 년이 지났지만, 중국불교를 개괄하는 기초 개설서는 전무한 실정이다. 작고하신 장원규 교수께서 저술한 《중국불교사》가 유일본으로 발간되었더랬다. 그러나 출판된 지가 40여 년이 되었고, 또 한자가 많아 초보자가 읽기에는 쉽지 않고, 여기에 일본학자들의 저술이 번역출판 되면서 자연히 절판되었다. 이에 대학에서는 일본 학자의 번역본을 교재로 써 왔다. 학문의 세계에서 일본 학자의 저술을 교재로 쓰는 게 문제 되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의 학자가 쓴 중국불교 개설서가 없다는 것은 대단히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불교가 전래된 이후, 불교신행과 불교학은 모두 사원을 중심으로 한 출가자의 영역이다. 그러나 대학이라는 교육기관이 설립되면서부터 학문연구, 즉 불교학은 대학이 가져가고, 사원은 신행의 영역만을 갖게 되었다. 대학을 중심으로 한 학문연구는 그 기간이 일천하고 연구 인력 또한 소수에 불과해 폭넓은 연구에는 한계를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한 차제에 중국불교 개설서가 출간된 것은 크게 기뻐해야 할 일이 아닐 수 없다.

계환 스님은 일본 교토의 불교대학에서 중국 화엄사상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학자로 한국 불교학계에서는 드물게 보는 중국불교 전공자이다. 스님은 책의 제명을 ‘중국불교사’라고 하지 않고 《중국불교》라고 하였다. 어쩌면 중국불교를 이해함에서 중국불교사라는 역사적 범주에 제한받는 것을 원치 않고, 통시적(通視的) 관점에서 중국불교를 보려고 하였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굳이 불교사라고는 하지 않았지만, 이 책은 자연스럽게 불교사를 포괄해서 서술하고 있다.

스님은 책머리에 서문이나 머리말이 아니라 ‘책을 내는 이유’를 써서 발간사를 대신하고 있다.

대학에서 강의해 온 지도 20여 년이 넘었고 예전부터 전공자만을 위한 책이 아니라, 일반 불자들도 다 함께 읽을 수 있는 중국불교사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고 책을 내는 이유를 밝히고 있다. 그래서 이 책에는 그런 취지를 살려 보다 쉬운 표현으로 써야겠다는 뜻으로 집필했다고 하였다. 따라서 이 책은 전공하는 사람이나 일반 불자들이 함께 읽고 공부할 수 있도록, 내용의 이해를 위해서 많은 예화를 실었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했다. 또 하늘 아래는 새로운 것은 없고 다만 새로워 보이는 것만 있을 뿐이라고 하면서, 표현이 다소 다르다고 하여 내용이 다른 것은 아니라고 하였다. 이 같은 필자의 출판 이유에 따르면, 이 책은 별다른 특징이 없다는 것이, 곧 이 책의 특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

불교가 인도에서 시작되기는 하였지만 한국불교는 인도에서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중국으로부터 받아들인 것이다. 인도불교는 기원 전후 무렵에 중국에 전래되고, 중국에 전해진 지 3백여 년 즈음부터 지속적으로 한국에 전해졌다. 그러므로 한국불교는 인도불교의 수용이 아니라, 중국에 전해진 중국적 불교를 수용한 것이다. 따라서 한국불교는 인도불교보다 중국불교적 환경에 더 가까운 불교라고 볼 수 있으며, 한국불교를 알기 위해서는 중국불교를 알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의미에서 계환 스님의 《중국불교》는 중국불교를 알고자 하는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한국불교를 공부하는 사람에게도 꼭 필요한 책이 될 것이다. 이미 책에서 잘 서술되고 있듯이 중국불교는 인도불교와 많은 점에서 다르다. 종파불교의 탄생이나 선원청규의 제정이나 국가 불교적 성격 등, 많은 점에서 인도와는 다른 불교를 전개했다. 이러한 중국불교만의 특징을 알기 쉽게 서술함으로써 중국불교를 알고자 하는 초보자가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게 하였다.

사실상 중국불교는 인도불교의 두 배나 되는 2천여 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러므로 수많은 왕조(王朝)들이 여러 지역에서 개국과 멸망을 거듭하였고, 지명(地名) 또한 그때마다 바뀌었으니, 가닥을 잡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목차를 분류함에 있어서 중요한 왕조를 표제로 도출하여 설명함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쉽게 알 수 있도록 하였다. 중국처럼 넓은 대륙에서 왕조들이 복잡하게 난립한 경우는 갈피를 잡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한 종파의 성립과 발전이라든가, 또는 중국불교의 폐불에 관한 문제라든가 하는 제목으로 그 내용을 서술한다면, 이것은 한 시대나 한 왕조의 문제가 아니므로 장구한 기간에 걸친 여러 왕조에 해당되는 사건이므로 대단히 복잡하게 전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 다른 경우로는 종파의 성립과 종파의 중심인물을 제목으로 도출시키고, 그 종파의 성립배경이나 종조(宗祖)와 종지(宗旨)를 포괄해서 서술하고 있어 초보자를 위한 배려가 잘 나타나 있다고 보인다.

불교사는 크게 보면 두 가지 측면이 있는데, 첫째는 교단사(敎團史)이고, 둘째는 교리사(敎理史)이다. 교단사는 국가의 종교정책과 교단의 발전에 관한 것으로 사원의 경제 또는 사원과 승니의 증감 등 다양한 교단의 문제라고 할 수 있으며, 교리사란 불교사상의 추이와 변화, 즉 종파의 성립과 종지의 문제 등이다. 이렇게 볼 때 이 책은 교단사와 교리사의 두 가지 측면을 적절한 비중으로 다뤄 균형을 유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미 목차를 통하여 예측할 수 있듯이, ‘명나라의 종교정책’ ‘청나라의 불교정책’과 같은 목차는 각 왕조의 불교정책을 서술한 것으로 교단사의 영역이 될 것이다. 이는 국가와 불교의 관계, 국가정책에 의한 불교의 변천 등이다. 특히 중국불교는 국가의 불교정책에 따라 불교교단의 흥망과 불학(佛學)의 성쇠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에 왕조들의 불교정책은 중국불교 전개에 중요한 요인이다.

3.

중국불교의 특징에는 종파불교의 전개와 선원청규에 의한 중국적 계율의 제정이나, 인도의 선정(禪定)수행과는 전혀 그 방법이 다른 중국적 선법(禪法)의 창안 등이 있다. 그러나 이 외에도 한 가지 중요한 문제가 있으니, 그것은 위경(僞經)의 문제이다. 위경이란 진경(眞經)의 반대 개념으로 위조된 경전이라는 뜻이다.
위경을 의경(疑經) 또는 위의경(僞疑經)이라고도 한다. 다 알고 있는 바와 같이 경전은 인도에서 결집 편찬된 것으로 중국에 와서는 인도의 산스크리트본이 중국어로 번역된 것이다. 그런데 산스크리트본은 없는데, 중국에서 찬술된 경전이 있으니, 이것을 위경이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이 위경은 왜 만들어졌으며, 어떤 종류의 위경이 있으며, 이렇게 만들어진 위경은 얼마나 되는가 하는 것은 불교사 이해에 대단히 중요한 단초가 된다. 그리고 이 위경이 당시 사회에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는 중국불교의 문제만이 아니라 한국불교의 문제도 된다. 왜냐하면 이 같은 중국의 위경들이 한국불교에도 전래되어 유포되었기 때문이다. 중국불교사 이해에서 위경의 이해는 대단히 중요한 것으로, 위경은 중국의 일부 지식층 불자를 제외한 대중의 불교신행을 알 수 있는 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위경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논문이나 연구서적은 있지만, 개론적 성격의 책에서는 간과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 책들이 위경인 것조차도 알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만약 불교를 공부하는 사람이 위경에 대한 바른 이해가 없다면, 무식한 불교인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위경의 찬술의도와 배경’이라는 제목하에 비교적 소상하게 서술함으로써 중국불교의 또 다른 측면을 알게 해 주고 있다. 《개원록(開元錄)》에 입장(入藏)된 경전이 1,076부 5,048권인데, 위경이 무려 406부 1,074권이나 되고 있으니, 얼마나 많은 위경이 찬술되었나를 짐작게 한다.

일반적으로 위경은 상반되는 두 가지 의미를 가진다. 첫째는 불설이 아니라는 측면에서 위경은 어디까지나 가짜 경전일 뿐 불교사상과는 거리가 먼 것이라는 견해이고, 둘째는 위경이 찬술된다는 것은 나름대로 그 시대와 사회가 필요로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대단히 중요한 살아 있는 경전이라는 것이다. 위경은 그 시대의 사회상과 사람들의 성향과 소질에 상응하는 경전이기 때문에 위경이야말로 시대 상황을 고려한 진경이라는 입장이다.

저자는 책에서 위경의 찬술 의도를 여섯 가지로 나누어 설명하였다. 이 여섯 가지의 찬술 의도는 중국불교가 어떤 성향의 불교였나를 알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일반적으로는 중국불교를 가리켜 화엄과 천태 등 고도의 철학사상과 정토와 선법 등의 정형적 신행만이 있었던 것으로 아는 경우가 많지만, 중국불교는 상층부와 하층부의 이중구조로 되어 있다. 상층구조는 불교사상과 교리를 바탕으로 한 고급 불교, 지성적 불교이지만, 하층구조는 민간신앙과 뒤엉킨 기복, 수명연장, 재앙소멸과 같은 위경적 신앙이 깔려 있다. 또 다른 문제로는 제왕들이 왕권의 유지를 위해 위경을 활용하고 있었다. 이런 점에서 중국불교의 이해에는 반드시 위경의 이해가 필요하다.

중국불교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는 이교(異敎)와의 관계이다. 불교와 도교, 불교와 유교는 서로 간에 많은 영향을 주기도 하고 받기도 했다. 이 같은 관계가 인도불교와는 다른 독특한 중국불교를 만들어 낸 것이다. 중국불교의 전래 초기에는 반야사상과 도교사상과의 접촉이 있었고, 중국선의 특징은 인도불교에서는 볼 수 없었던 것으로 노장사상(老莊思想)과 무관하지 않다. 불립문자(不立文字)의 조사선(祖師禪)이나 공안선(公案禪, 또는 간화선)은 도교사상과의 교섭에서 나타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유교 사상과의 관계에서도 대립의 관계를 거쳐 상호보완의 관계로 발전하였다.

인도 종교인 불교와 중국의 도교와 유교는 때로는 대립하고 비난하기도 했지만, 서로가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발전하였다. 이 같은 삼교(三敎)의 관계는 중국불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불교의 문제이기도 하다. 바로 이 삼교의 관계를 명료하게 정리함으로써 독자들의 이해와 안목을 열어주고 있다.

2천 년이나 되는 중국불교를 개괄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중요한 것만을 간추려 쓴다고 해도 사람마다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같지 않으므로 경우에 따라서는 중요한 것이 빠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필자도 서술하고 있듯이 중국불교의 사원경제, 승관제도, 불교의례 등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특히 중국불교의 의례는 한국불교 의례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인도불교에는 중국과 같은 효도의 개념이 부족했다. 이 점은 중국의 지식층으로부터 불충불효(不忠不孝)한 집단으로 지탄받았고, 이리하여 불교에서도 부모에 대한 효도와 불교적 상례(喪禮)와 제례(祭禮)가 정비되었다. 이러한 의례의 문제가 서술되지 않음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또 선원청규는 계율의 중국적 전개라고 할 수 있다. 인도의 계율에는 비구(比丘)는 일해서는 안 되고 삼의일발(三衣一鉢)에 의한 걸식생활을 해야 한다. 이것은 중국적 환경에서는 불가능하며 부적합한 것으로 중국적 생활규범이 필요했으니, 이에 청규를 제정하고 선원 생활의 준거로 삼았다.

이 같은 선원청규는 한국 선종에도 그대로 받아들여졌으며, 또 조사선풍이나 공안선법도 그대로 유입되었다. 이처럼 중국불교라고는 하지만 한국불교의 원류와 같은 내용의 서술은 큰 의미가 있다.

끝으로 이 《중국불교》의 출간은 한국불교학계의 입장에서 보면, 절실히 필요한 것이고 요구되는 것으로 학문적 경사가 아닐 수 없다. 이것은 단순히 한 권의 책이 출판된 것이 아니라 한국불교학이 한 걸음 앞으로 내디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필자의 노고에 치하를 드린다. ■

 

권기종 / 불교학자, 동국대학교 명예교수. 동국대학교 불교학과 졸업, 동 대학원 철학박사 학위 취득. 동국대학교 불교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일본 다이쇼대학 교환교수,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장, 불교대학원 원장, 불교문화연구원장, 한국불교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생활속의 불교》 《고려시대 선사상 연구》 《불교사상사 연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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