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정토를 건설하는 교육도량

대만불교를 선도하는 4대 산문

매년 수많은 한국 불자들이 대만을 찾는다. 최근 역동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대만불교를 탐방하기 위해서다. 탐방객들의 발길은 불광산사, 법고산사, 중대선사, 자제공덕회로 대표되는 신흥 4대 산문으로 집중된다. 이들은 모범적인 활동으로 대만불교를 대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왕성한 활동을 펼쳐 세계불교의 엔진이라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4대 산문은 세계 각국에 지부를 두고 있다. 인도의 불교유적지나 유서 깊은 불교성지에 가면 대만풍의 염불 소리를 듣는 것이 어렵지 않다. 심지어 히말라야 설산의 라다크에 가도 큰 규모의 대만사찰을 만날 수 있고, 확성기를 통해 대만풍의 염불 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을 들을 수 있다. 특히 불광산사는 미국에 대학을 설립하는가 하면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전법 활동을 펼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불광연구원은 지난 2011년 5명의 불교학자들과 대만불교를 답사하고 《대만불교의 5가지 성공코드》라는 책을 발간한 바 있다. 제목이 암시하듯이 대만불교가 급성장한 배경은 대략 다섯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4대 산문을 개창한 스님들의 명확한 실천이념과 개인적 리더십이다. 이 스님들은 근대 중국의 고승이었던 태허 스님의 영향을 받아 인간불교를 표방하고 있다. 불광산사는 “사람들에게 신심을, 사람들에게 환희를, 사람들에게 편리를, 사람들에게 희망을 준다.”는 신조를 표방하고 있고, 증엄(證嚴) 스님은 ‘불교를 위하고 중생을 위하여 신력을 다하라’는 인순(印順) 법사의 가르침에 따라 자제공덕회를 설립하여 세계적 구호단체로 육성했다. 법고산사는 인간정토 건설이라는 이념을 표방하고 있다. 이와 같은 활동의 저변에 깔린 것이 바로 인간불교라는 실천이념이다.

여기에 더해서 사찰 운영의 체계성과 잘 짜인 신도 조직, 내실 있고 체계적인 교육시스템과 인재육성, 국내외에서 펼치는 활발한 전법 활동, 비구니와 여성들의 적극적인 참여 등이 대만불교의 성장동력으로 평가받는다.

4대 산문은 인간불교라는 공통의 특징을 갖고 있지만 각자의 특색도 있다. 예컨대 불광산사는 열정적인 신앙에 뿌리를 두고 있어 우리나라 불교와 가장 유사한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자제공덕회는 세계적인 재난구호 활동에, 중대선사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수행이라는 특색을 갖고 있다. 그리고 법고산은 불교학 연구와 교육이라는 자기 색깔을 지니고 있다.
 
성엄 스님과 인간불교 이념

타이베이 근교 기륭에 위치한 법고산사(法鼓山寺)는 대만의 4대 산문 중에 가장 세련되고 지적인 전통을 지닌 산문으로 평가할 수 있다. 20여만 평에 달하는 광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법고산은 본사 이외에도 농선사를 비롯해 20여 개의 분원이 있고, 미국과 프랑스 등 해외에도 여러 개의 지원을 거느리고 있다.
신도 규모를 보면 방대한 법고산이 어떻게 유지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법고산에 등록된 신도는 1백만 명에 육박한다. 큰 법회가 열릴 때면 10만 명의 신도들이 참석하고, 그때마다 3천 명이 넘는 자원 봉사자들이 각자 맡은 봉사활동을 펼친다. 더욱 놀라운 것은 봉사를 위해 등록된 사람들이 무려 30만 명에 달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법고산은 단위 사찰이 아니라 한국으로 치면 독립된 종단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법고산을 개산한 성엄(聖嚴) 스님은 일찍이 일본 리쇼대학에서 유학하고 박사학위까지 받아 불교학에 대한 탄탄한 지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성엄 스님 역시 태허 스님의 인간불교 전통을 계승하고 있으며, 인순 법사와도 교류가 활발했다.

성엄 스님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통한 인간정토 건설이라는 이념을 토대로 법고산의 신행체계를 설계하는 한편 자신의 이상을 녹여낸 교육교재를 집필했다. 법고대학에서 사용하고 있는 강의교재는 성엄 스님과 인순 법사가 집필한 책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것을 미루어 볼 때 법고산의 힘은 개산조 성엄 스님의 사상적 리더십에서 나온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성엄 스님은 교학에만 조예가 깊었던 것은 아니다. 스님은 조동종과 임제종의 가풍을 모두 전수받음으로써 교(敎)와 선(禪)을 아우르는 풍모를 지니고 있다. 법고산은 교육을 중시하지만 수행 프로그램을 함께 개설하는 것은 이런 배경에 기인한다. 게다가 인간정토 건설이라는 이상으로 법고산을 개산하고 법고대학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것을 감안하면 이사를 겸비한 고승으로 평가할 수 있다.

법고산의 이념과 교육체계

산자락에 우뚝한 법고산 원경. 성엄 스님은 사찰이 아니라 교육공간으로 법고산을 설계했다.

대만의 4대 산문은 모두 산문을 개창한 이념과 정신을 제시하고 있다. 교육을 최우선으로 하는 법고산 역시 ‘이념’ ‘정신’ ‘방침’ ‘방법’이라는 산문의 개창과 정신을 제시하고 있는데, 법고산의 모든 활동은 이와 같은 이념에 뿌리를 두고 있다.
첫째, 법고산사가 지향하는 이념은 인간의 품격과 자질을 함양하여 사바세계에서 정토를 건설하는 것이다. 법고산의 모든 활동은 인간정토 건설이라는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것으로 설계되었다.

둘째,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정신은 모든 사람이 스스로 자신을 받침으로써[奉獻] 사회와 대중이라는 건강한 공동체를 완성하는 것이다. 물질적 욕망에 물든 현대인의 마음은 삭막하고, 이기심에 뿌리를 둔 경쟁은 대립하고 갈등하게 하고 있다. 따라서 자기라는 에고를 벗어던지고 타인과 공동체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정신적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 법고산의 정신이다.

셋째, 이념과 정신을 실현하는 방침은 부처님의 본래 마음으로 돌아가 세상을 맑게 정화하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품고 계셨던 본래 마음이란 중생을 향한 자비심과 어리석음에 물들지 않는 지혜로운 마음이다.
넷째, 이상과 같은 이념과 정신 그리고 방침을 실현하려는 방법이 바로 교육이다. 인간정토 건설을 위한 법고산의 방법론은 다양한 교육을 통해 사람과 세상에 대한 총체적인 관심과 배려를 실천하는 것이다. ‘관회(關懷)’라는 말로 표현되는 배려는 작게는 개개인의 생로병사와 관련된 문제에서 크게는 사회환경의 정화와 생태환경에 대한 배려와 실천으로 확장된다. 따라서 교육은 법고산사가 지향하는 이념과 정신을 실현하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법으로 설정되며, 교육을 통해 정토를 구현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는 것이 법고산이라는 가람이다.

이처럼 정토 실현을 위한 실질적인 방법으로 채택된 교육은 내용상으로 보면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는 대학원 교육으로 교육기관을 통해 진행되는 정규교육을 말한다. 여기에 해당하는 것이 법고대학과 법고산승가대학이다. 법고대학은 학위가 발급되는 정규대학이고, 법고산승가대학은 승려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교육기관에 해당한다.

정규대학인 법고대학에는 하버드대를 비롯해 유수한 명문대학에서 학위를 받은 교수들이 강의를 담당하고 있다. 법고대학의 교육체계는 일반적인 대만 대학의 커리큘럼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학문적 교육과 종교적 수행을 겸비하도록 과정이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만의 교육법이 이런 시스템을 수용할 수 없게 되자 법고산은 교육법 수정을 요청하였고, 그런 노력 덕분에 지금은 정식으로 종교학 학위를 수여하는 대학이 되었다. 재학생들에 대한 학비와 후생복지와 관련된 모든 비용은 법고산에서 지원한다. 현재 법고대학에는 3명의 한국 스님들이 공부하고 있고, 해인승가대학과 자매결연을 하고 있다.

둘째는 대보화(大普化) 교육이다. 이는 정규과정이 아니라 법고산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전통적인 불교수행에 관한 내용과 현대문화적 활동에 관한 교육으로 크게 구분된다. 참선, 염불, 법회, 강경 등과 관련된 내용은 전통적 불교수행과 관련된 것이고 출판, 전산, 서화, 꽃꽂이, 다도 등과 같은 것은 현대문화적 활동에 관한 것으로 분류할 수 있다.

셋째는 대관회(大關懷) 교육이다. 법고산이 교육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사람과 세상에 대한 총체적인 관심과 배려 그리고 보살핌이다. 따라서 모든 교육은 사람과 세상에 대한 관심과 배려라는 ‘관회’로 수렴된다. 작게는 마음의 평화와 육신의 건강에서 크게는 사회환경이나 자연환경 등에 대해 관심을 갖고 배려하고 보살피는 활동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그와 같이 타자에 대한 따뜻한 배려와 자상한 보살핌을 통해서 비로소 인간정토는 완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웅보전, 본래면목을 찾는 집

법고산은 교육을 최고의 가치로 설정하고, 교육을 통해 정토를 구현하겠다는 이념으로 건립된 산문이다. 그래서 법고산은 종교시설이 아니라 산문 자체를 교육공간으로 설계했다. 실제로 법고산은 정부로부터 교육시설로 허가를 받았고, 대부분의 건물이 교육시설로 활용되고 있다. 교육을 통해 법고산의 방침을 추진하고, 교육을 통해 법고산의 정신을 실천하고, 교육을 통해 정토를 건설하겠다는 이념이 외화된 것이 바로 법고산이다.

이런 이유로 법고산은 커다란 캠퍼스를 이루고 있고, 대부분이 교육과 관련된 시설이다. 그중에 종교적 용도로 사용하는 건물은 3개 동 정도가 있다. 대웅보전, 관음전, 수행센터가 그것인데 전반적인 디자인은 일본풍이 느껴지는 젠 스타일(Zen Style)이다.

법고산을 대표하는 건물은 바로 대웅보전이다. 언덕 위에 우뚝 솟은 이 건축물은 외부 기둥을 기준으로 하면 약 1천여 평 정도가 되고, 내부 공간은 어림잡아 약 8백 평 정도가 돼 보인다. 외벽은 회색 석재로 마감되었고, 내부의 벽과 바닥은 아이보리색 대리석으로 마감되어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모던한 느낌을 준다.

중앙에 자리 잡은 불단은 구리 빛 대리석으로 심플하게 디자인 되었고, 그 안에 삼존불이 모셔져 있다. 불상 뒤쪽에는 후불탱화도 없고, 화려한 채색의 단청도 없다. 불단 양옆 벽면에는 작은 불상을 모신 감실들이 조각되어 있고, 인등처럼 조명이 들어온다. 하지만 벽 전체를 뒤덮지 않도록 절제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밖에 걸려 있는 이 건물의 편액이다. 대웅보전 대신 ‘본래면목(本來面目)’이라는 선종의 공안이 걸려 있다. 이렇게 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법고산 자체가 교육시설로 인가를 받았기 때문에 전각의 편액 역시 종교시설이 아닌 교육시설 명칭으로 정해졌다. 대웅보전이라는 종교적 의미의 편액은 법당 안쪽 벽면에 걸려 있다.

둘째는 불자에게 진짜 중요한 것은 타자화된 부처님을 신봉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밝히는 것임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불자가 대웅보전에 와서 찾아야 할 것은 부처님이 아니라 바로 자신의 본래 모습이며, 법당의 위대한 영웅은 본래면목을 찾은 자신이라는 것이다. 불당에 부처님을 모시되 불교의 근본을 잃지 않고, 현대적 감각으로 조성한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관음전, 큰 자비심을 일으키는 집

법고산을 대표하는 두 번째 전각은 관음전이다. 이곳 역시 원통전이나 관음전이라는 전통적인 전각 이름 대신 ‘큰 자비심을 일으키다’라는 뜻을 지닌 ‘대비심기(大悲心起)’라는 편액이 외벽에 걸려 있다. 관음전 내부 디자인 역시 대웅보전처럼 깔끔한 아이보리색 대리석으로 마감되어 있고, 화려한 단청이나 탱화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다. 건물 3개 층을 튼 것처럼 천고는 높고 공간은 넓어서 웅장한 느낌을 준다.

전각의 중앙에는 수월관음보살이 모셔져 있는데, 들고 있는 정병(淨甁)에서 감로수가 계속 흘러내리게 되어있다. 보살상 앞에는 ‘대비수(大悲水)’라고 쓰인 생수병들이 놓여있는데 참배객들이 가져갈 수 있도록 사중에서 준비한 것이라고 한다. 예쁘게 디자인된 생수병에 대비수라고 씌어 있어 누구나 보살님의 가피를 생각하며 한 병씩 가져가게 된다.

관음전에서 특이한 것은 전각 앞에 넓은 연못이 있다는 점이다. 바닥에는 검은 조약돌이 깔려 있고 물이 찰랑찰랑 고여 있다. 이곳뿐만 아니라 법고산의 시원이 된 타이베이 시내 농선사에도 대웅전 앞에 큰 연못이 있다. 전각 앞에 연못을 배치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전각에 모셔진 보살상이 수월관음(水月觀音)이기 때문에 보살의 특징을 드러내기 위해 전각 앞에 연못을 만들고 물을 채웠다고 한다.

둘째, 환경적인 이유 때문이다. 대만은 무덥고 비가 많이 오는 곳이다. 여름에는 고온다습한 기후로 숨이 막힐 지경이다. 그런 환경을 고려해 전각 앞에 연못을 만듦으로써 시원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빗물을 담아낸다.

셋째, 연못을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고 교훈을 주기 위해서이다. 연못에 비친 세상이 아무리 아름답고 멋져도 그것은 그림자에 불과하다. 불교에서는 그것을 ‘수월(水月)’ 즉 ‘물속의 달’이라고 한다. 물속의 달은 언뜻 보면 실재하는 것 같지만 거짓 이미지에 불과하다. 마찬가지로 사바세계의 모든 것들도 그와 같다. 그래서 《금강경》에서도 일체 모든 존재가 ‘여몽환포영(如夢幻泡影)’임을 알라고 했다. 모든 존재가 마치 꿈과 같고, 환영과 같고, 물거품과 같고, 그림자와 같다는 것이다. 법고산은 전각 앞에 연못을 만들어서 이와 같은 가르침을 일상적으로 되새기게 했다.

선불장, 부처님을 선별하는 곳

수행을 위한 공간인 선방은 사람들의 많은 동선을 벗어나 한적한 곳에 있다. 선원은 바람이 잘 통하고, 시야가 잘 확보되도록 하는 등 최대한 자연적 분위기를 살려 설계했는데 이는 ‘관회’라는 교육철학을 따른 것이다.

건물은 2중으로 되어 있으며, 회랑이 선방을 빙 둘러서 있고, 그 회랑 안쪽에 선방이 있다. 벽면은 외부의 자연경관이 잘 보이도록 창문을 크게 배치한 것이 특징이다. 회랑 안쪽에 있는 선방은 개방감을 느낄 수 있도록 기둥만 있을 뿐 문은 따로 없다. 행선을 할 때는 회랑을 따라 돌게 되는데, 이때 푸른 숲이 시야에 들어온다. 일행이 방문했을 때 마침 겨울비가 내리고 있어서 짙은 녹색의 싱그러움이 피로를 달래주었다.
선원 입구에는 선불장(選佛場)이라는 편액이 걸려 있고, 안으로 들어서면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이라는 구절이 보인다. 넓은 선방에는 석가모니불이 모셔져 있고, 바닥에는 방석과 좌선용 보조 방석이 8개씩 둥글게 배치되어 있다.

내부 인테리어는 목재와 대나무 같은 자연적인 소재로 마감되어서 차분하고 안정된 느낌을 준다. 인상적인 것은 대나무로 만든 삿갓으로 한쪽 벽면을 장식한 것인데, 그것은 노동을 상징한다고 했다. 법고산은 농선사라는 곳에서 처음 시작되었고, 성엄 스님은 그곳에서 농사와 수행을 병행하는 문화를 정착시켰다.
물론 그와 같은 선농일치(禪農一致)의 전통은 백장 선사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성엄 스님은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다’는 백장의 정신에 따라 처음에 일군 도량을 ‘농사와 수행을 겸한다’는 뜻으로 농선사(農禪寺)라고 지었다. 이와 같은 전통은 고스란히 법고산으로 계승되어 지금도 수행과 노동이 함께 진행되고 있다.

법고산에는 3개월간 진행되는 안거 제도가 없는 대신 7일짜리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스님들은 수행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기간을 제외하고는 자신이 맡은 사중의 소임에 충실해야 한다. 삿갓을 선방에 배치하여 출가자의 삶이 일상적 노동과 괴리되지 않도록 강조한 것은 매우 인상적었다.

법고산의 수행 프로그램

법고산의 수행은 크게 불칠과 선칠로 나뉘는데 둘 다 7일 프로그램이다. 불칠(佛七)이란 부처님의 명호를 부르는 것으로 우리로 치면 정근이나 주력을 하는 기도에 해당한다. 이에 비해 선칠(禪七)이란 7일간 진행되는 참선 프로그램이다. 선칠은 연간 약 4, 50회가 열리는데 한 번에 참가하는 인원이 최대 250명까지라고 했다. 이 프로그램을 거쳐 가는 인원은 통상적으로 1년에 5천 명 선이다.

선칠의 일과는 새벽 4시에 기상해서 참선, 예불, 운동, 법문(성엄 스님 법문 시청) 순으로 진행된다. 아침공양 후에도 정진과 법문(비디오 시청)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선칠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선불장 안에서 생활해야 하는데, 공양간을 비롯해 모든 시설이 구비되어 있어 가능하다. 수행 기간에는 전화와 책 등을 지참할 수 없고 오직 참선에만 몰입해야 한다. 비용은 무료지만 자발적인 보시를 받는다. 그렇게 운영할 수 있는 것은 자원봉사자들의 도움 때문이다.

수행 과정은 첫째, 몸을 편안하게 하는 조신법(調身法)을 한다. 자세한 내용은 설명하지 않았지만 수인(手印)이나, 결가부좌와 같이 좌법에 대해 익히고 실습하는 시간으로 보였다.

둘째, 호흡을 조절하고 편안하게 하는 조식법(調息法)에 대한 내용으로 진행된다. 아마도 수식관이나 복식호흡 등에 대해 배우는 것 같았다.

셋째, 몸과 호흡에 대한 훈련이 된 사람들은 묵조선과 간화선 수행으로 나뉜다. 하지만 대개가 묵조선에 가까운 수행을 한다고 했다. 유학 중인 스님에 따르면 한국에서 간화선 수행법을 익혀오기를 바란다고 했는데 이는 양국 수행자들의 교류가 필요한 대목이다.

7일간 진행되는 선칠에 들어가면 3일째부터는 소참법문이 진행되고 점검이 진행된다. 이때 수행에서 겪게 되는 장애나 의문에 대해 묻고 답하게 된다. 간화선을 선택한 수행자들이 참구하는 화두는 ‘나는 누구인가?’ ‘본래면목’ ‘염불하는 이 사람이 누구인가?’와 같은 화두를 참구한다고 했다.

법고산 가람의 교훈

대만의 사찰들을 돌아보면서 느낀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전통으로부터의 자유로움이다. 건물은 동양풍의 외관을 갖고 있지만 내부 인테리어는 완전히 모던한 분위기로 설계되어 있다. 우리가 전통이라는 명분 때문에 현대적 활용성이 떨어지는 건물을 짓는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우리가 복고적 경향을 지녔다면 대만의 사찰들은 현대적 관점에 입각해서 새로운 가람을 창조해 가고 있었다. 우리 또한 전통의 단순 반복보다는 시대와 활용성에 초점을 맞춘 가람을 고민해야 할 때이다. 그 점에서 대만 사찰은 좋은 본보기가 되기에 충분하다.

법고산사가 주목을 받는 것은 엄청난 규모의 가람 때문만은 아니다. 잘 정돈된 신행체계, 철학과 비전이 있는 신행지침, 교육과 신행을 통한 인간정토 구현이라는 정신이 뒷받침하고 있다. 이런 것은 4대 산문의 일반적인 특징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곳을 방문하는 탐방자들이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건물이나 가람의 규모가 아니라 정신적 지향성과 철학적 내용이다. 법고산 역시 그와 같은 철학적 배경 위에 인간정토 건설이라는 이념으로 만들어진 교육도량이기 때문이다. 법고산은 전통과 건물이 아니라 비전과 가치에 따라서 가람이 설계되고 조성되어야 함을 보여주고 있다. ■

 

서재영 
불광연구원 책임연구원. 동국대 선학과,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선의 생태학적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 연구교수 등 역임. 조계종 불학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하며 조계종 표준본 《금강경》과 《부처님의 생애》 편찬 작업에 종사했다. 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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