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불교의 몸, 몸의 불교

1. 들어가는 말

양승규 
동국대 경주캠퍼스
한의학연구소 연구교수

불교 경론에서는 부처님을 의사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약으로, 스승을 훌륭한 간호사로, 중생을 환자로 비유한다. 이것은 중생들이 부처님을 만나 가르침을 듣고, 스승의 도움을 받아 삼독의 병에서 벗어나는 해탈과 열반을 성취하는 것이 중병에 걸린 환자가 자신의 병을 고칠 수 있는 유능한 의사를 찾고, 의사의 처방에 따라 약을 먹고, 훌륭한 간호사의 도움을 통해 병을 고치는 것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또 부처님께서 가르침을 베푸시는 것을 ‘응병여약(應病與藥)’이라고 한 것은, 중생들에게 적절한 가르침을 주는 것이 마치 의사가 환자의 병에 따라 적절한 약을 주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부처님을 ‘의왕(醫王)’에 비유한 것은, 육체적인 질병을 치료하는 의사가 치유하지 못하는 마음의 병을 부처님은 능히 치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유적인 표현 외에도 불교 경론에서는 다양한 의학적인 지식이 발견된다. 불교는 생로병사에서 벗어나는 것을 목표로 출발했기 때문에 마음의 고통이 없는 해탈과 열반뿐만 아니라 육체적인 고통이 없는 것도 중요한 문제였다. 육체적인 고통을 없앤다는 점에서 의학은 초기불교 교단에 적극적으로 수용되었다. 비록 그 의학적인 전통이 베다(veda)의 전통에 기인한다고 할지라도 의학은 과학이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이러한 경향은 초기불교뿐만 아니라 대승불교에서도 그대로 이어져 ‘불교의학’이라고 하는 새로운 의학 체계로 완성될 수 있었다. 아직 우리에게 생소한 불교의학이 어떤 역사적인 배경에서 탄생했는가 하는 것을 살펴보는 것은 불교의학을 이해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 불교경론에서 설명하는 불교의학

다른 시기에 성립된 불교 경론을 읽으면 경론이 성립된 지역과 시기의 다양한 사상과 문화를 접할 수 있다. 불교의학도 예외가 아니다. 불교 경론은 부처님 당시에서부터 불교가 사라지는 순간까지 존재했기 때문에 경론이 출현하는 시기에 따라 당시의 의학을 가늠할 수 있다. 불교가 초기불교에서 부파불교, 대승불교로 발전하면서 불교철학뿐만 아니라 불교의학도 발전했다. 초기불교는 개인의 깨달음을 중요하게 생각한 반면에, 대승불교는 자리보다는 이타를 더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에 불교의학의 역할도 초기불교와 대승불교는 다를 수밖에 없었다.

석가모니 부처님 당시에도 인도 의학은 상당한 수준이었다. 해부학적으로는 근육, 뼈, 맥관(脈管), 신경(神經) 등의 명칭이 사용되었고, 생리학으로는 풍(風), 담즙(膽汁), 점액(粘液)의 세 가지 요소가 등장한다. 병을 진단하기 위해 혀, 오줌, 맥박 등을 살피기도 했고, 일상적인 섭생법이 엄밀하게 정해져 있어 음식, 의복, 운동, 목욕, 청결법 등에 대한 상세한 규정도 설해져 있다. 치료법으로는 감식, 사혈, 관장, 설사 등이 사용되었고, 사용된 약제에는 후추, 필발(畢鉢) 등과 함께 광물성 약제인 수은(水銀) 등도 사용되었다. 다양한 해독법도 알고 있었고, 외과수술도 행해졌다. 부처님은 제자인 기바(耆婆)의 도움으로 많은 사람의 병을 치유했다. 기바의 의료행위는 율장 속에 소상하게 기록되어 있다. 기바는 장폐색증(腸閉塞症)환자를 진단하여 마취를 통해 복부를 절개하여 장을 정돈하고 배의 근육을 봉합하여 치료했고, 심지어 뇌수술까지 했다고 한다.

《십송율(十頌律)》에는 수면, 목욕, 세수와 양치질, 식사방법, 신체의 청결 등 예방의학적인 측면에서 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자세하게 언급하고 있다. 빨리 율장에는 당시에 행해졌던 의료에 대한 것을 살펴볼 수 있는 내용이 많은데 눈병, 피부병, 종기, 두통 등의 증상에 사용할 수 있는 약물들을 설명하고 있다. 특히 풍병을 치료하기 위해 술을 섞어 곤 기름을 복용하는 것과 사지(四肢)의 풍병을 치료하기 위해 발한법(發汗法), 온욕법(溫浴法) 등을 사용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풍병에 대한 이해가 있었고, 이를 치료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실제로 적용했음을 알 수 있다. 《밀린다팡하(Milindapanha)》에서도 질병은 풍, 담즙, 점액, 혼합, 계절적 불균형, 불규칙적인 식사, 부적절한 처치와 과거의 업의 여덟 가지 요소에 의해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대승불교에서는 자리(自利)보다는 이타(利他)가 강조되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남을 적극적으로 치료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중요할 수밖에 없었고, 보다 효과적으로 사람들을 치료하기 위해 다양한 의학적인 모색이 시도되었다. 대승불교에서는 의학을 의방명(醫方明)이라고 하여 오명(五明)의 하나로 간주한다. 《보은경(報恩經)》에서는 “오명(五明)을 통달하지 않으면 참다운 지혜가 있을 수 없고, 결과를 증득하기 어렵다. 결과를 증득하고 싶다면, 견성성불(見性成佛) 해야 하고, 오명을 통달해야 한다”라고 설명한다.
오명은 불교철학의 내명(內明), 논리학인 인명(因明), 문법학인 성명(聲明), 의학의 의방명(醫方明), 공예학인 공교명(工巧明)이다. 오명 중에서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것이 내명이고, 몸의 병을 치료하는 것이 의방명이다. 내명을 배우고 닦아 마음의 깨달음을 성취하는 것이 불교의 궁극적인 목적이지만, 이와 같은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육체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몸에 대한 집착이 아니라, 깨달음을 성취하는 도구로서 육체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은 재가자든, 출가자든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보은경》에서 내명을 포함한 오명을 통달하지 않으면 참다운 지혜가 생길 수 없고, 결과를 증득할 수 없다고 한 것이다.

대승불교에서 완전한 깨달음은 지혜와 방편의 완성에서 성취된다. 지혜의 완성만으로 완전한 깨달음이 완성된다고 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견성성불과 함께 오명의 통달이 요구된다. 견성성불이 지혜의 완성이라면, 오명을 통달하는 것은 방편의 완성이다. 방편을 완성하지 못하면 결과를 증득하기 어렵다. 대승불교에서 결과는 법신(法身)과 색신(色身)으로 완성된다. 법신과 색신이 분리될 수 없기 때문에 이 두 결과를 완성하는 원인을 구족하지 않으면 안 된다. 방편을 구족하는 오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의방명이고, 가장 큰 방편을 쌓을 수 있는 것 역시 의방명이다. 왜냐하면 일체중생에게 목숨은 하나밖에 없고, 이 목숨을 지키는 노력은 중생들에게는 대단히 간절하기 때문이다. 중생들의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지키는 것이 의방명이기 때문에 오명 중에서 의방명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의방명이 무엇인가? 《유가경(瑜伽經)》에서는 “의방명이라고 하는 것이 무엇인가? 첫째는 증상을 잘 판단하는 것이다. 둘째는 병의 원인을 살피는 것이다. 셋째는 치유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다. 넷째는 병이 나아 재발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불교의 가르침에서도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통임을 인식하고, 고통의 원인을 찾고, 고통을 없애는 방법을 통해 고통을 소멸한 해탈과 열반을 성취하는 것처럼, 의방명에서도 병의 증상을 잘 판단하여 병의 원인을 찾고, 이를 잘 치유하여 결국 병에서 벗어나는 것을 설명한다. 고통을 없애기 위해서는 고통의 원인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병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병의 원인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병의 원인에 대해 《법화경(法華經)》에서는 “이 사람은 과거의 악행에 의해 병이 생긴 것이다. 또 생긴 모든 병은 모두 풍에 의한 것, 담즙에 의한 것, 점액에 의한 것, 혼합에 의한 것 넷이다.”라고 하여 병의 원인을 원근(遠近)의 둘로 구분하고, 병의 먼 원인은 전생의 악행에 의한 것이지만, 가까운 원인은 풍 등의 넷에 의해 병이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금강명경(金剛明經)》에서는 비교적 상세한 의학적 지식이 언급된다.

일 년에는 3개월의 봄, 3개월 여름, 3개월 가을, 3개월 겨울이 있다. 이것이 4계절이다. 또 1년을 봄, 더운 계절, 비 오는 계절, 가을, 추운 계절, 눈 오는 계절의 여섯으로 나눌 수 있고, 2개월이 한 계절이 된다. …… 그다음 또 영양분, 피, 살, 뼈, 골수, 지방, 정수(精髓) 등을 근거로 인체의 일곱 가지 요소가 변화하고, 질병이 발생하는 부위와 치료 여부를 판단하고, 음식과 약을 선택적으로 적용한다. …… 질병을 구분하면 풍형, 담즙형, 점액형, 혼합형의 네 가지가 있다. 봄에는 점액형 질병이 발병하기 쉽고, 여름철에는 풍형질병이 발생하기 쉽고, 가을에는 담즙형 질병이 발생하기 쉽고, 겨울에는 각종 질병이 항상 동시에 발생한다. 봄에는 거친 음식을 먹어야 하고, 양분이 적은 열성 음식을 먹어야 한다. 여름에는 짠맛과 신맛을 함유한 기름이 풍부한 따뜻한 음식을 먹어야 한다. 가을에는 맛이 달고 기름이 풍부한 한성의 음식을 먹어야 한다. 겨울에는 신맛과 단맛 또는 기름이 풍부한 거친 음식을 먹어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원칙에 따라 음식을 먹고 약을 사용한다면 병에 걸리지 않는다.

《금강명경(金剛明經)》에서 계절을 넷 또는 여섯으로 구분하는 것, 인체의 일곱 가지 요소, 질병을 풍형, 담즙형, 점액형, 혼합형으로 구분하는 것, 봄 등의 사계절에 먹어야 할 음식 등을 규정하는 것과 같은 의학적 지식은 아유르베다의 전통에서 그대로 수용된 것이다. 또 이것은 후대에 성립하는 불교의학에서도 그대로 수용된다.

병의 원인에 대해서는 후대의 불교 논서에서도 언급된다, 달마끼르띠(Dharmakīrti)는 《양평석(量評釋, Pramānavarttika)》에서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탐욕이 존재한다는 모순에 빠지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vāta 등의] 모든 속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 거기서 다양한 업들이 주로 작용하지 않는다면, 차별이 있는 것에서도 도싸(doṣa)들은 성립하지 않는다. 도싸들은 차별이 없기 때문에.”라고 설명한다.

언뜻 보면 《양평석》에서는 풍 등의 도싸를 부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부정한 것이 아니라 도싸가 작용하기 위해서는 전생의 업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것을 설명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도싸의 차별은 먼 원인인 전생의 업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고, 도싸 자체의 작용력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업이 아니라 도싸 자체에 의해 탐욕 등이 생긴다면 탐욕을 극복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고, 깨달음을 성취하는 것도 불가능할 것이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의학은 다양한 불교 경론에 인용되고 있다.

3. 인도의 불교의학

불교의학은 인도 의학과 함께 발전해 왔다. 인도 의학은 아유르베다(āyurveda) 의학이다. 아유르베다는 ‘아유스(āyus)’와 ‘베다(veda)’의 복합어다. ‘아유스’는 생명, 삶, 활기, 건강, 수명, 장수를 의미하고, ‘베다’는 지식, 신성한 지식을 뜻한다. 따라서 아유르베다는 ‘생명의 지식’ ‘장수의 지식’이다. 아유르베다는 인도의 4베다인 리그베다(Ŗg-veda), 사마베다(Sāma-veda), 야주르베다(Yajur-veda), 아타르바베다(Atharva-veda) 중에서 아타르바베다에서 기원한 것이다.

리그베다는 신이 제사를 지내는 장소에 강림하도록 그 신을 찬양할 때 신을 칭송하는 권청승(勸請僧, hotŗ)의 노래이고, 사마베다는 리그베다의 노래 구절을 일정한 선율로 노래하는 가영승(歌詠僧, udgātŗ)의 노래이고, 야주르베다는 제사에서 실제로 공물을 바치는 여러 가지 일을 하는 행제승(行祭僧, adhvaryu)의 노래이다. 이 세 가지 베다를 근본으로 이것에 절대적인 권위를 부여하다가 나중에는 재난을 없애고 복락을 불러오는 신비스런 주술을 행하게 되는데, 이것을 모아 베다 문헌에 첨가한 것이 아타르바베다이다. 베다 시대의 의학은 주로 리그베다와 아타르바베다의 두 문헌에 나타난다.

질병은 열, 기침, 폐병, 설사, 수종, 비만, 발작 등이고, 치료법으로는 주술, 주문 및 찬가 등을 통해 악마를 퇴치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아유르베다 의학의 개론서인 쌈히따(saṃhitā)의 3대 고전서로는 아그니베샤(Agniveśa)의 《짜라까 삼히따(Caraka saṃ-hitā)》 쑤스루따(Suśruta)의 (《쑤스루따 쌈히따(Suśrutā saṃ-hitā)》 박바따(Vāgbhaṭa)의 《아스따 흐리다야 쌈히따(Aṣṭa hṛd-aya saṃhitā)》(이하 《아스따》라고 약칭함)가 있다. 《짜라까 삼히따》는 내과 의학서이고 《슈스루따 삼히따》는 외과 의학서이다. 가장 후대에 성립된 《아스따》는 앞의 둘을 잘 절충하여 정리한 내·외과 통합서이다. 《짜라까 삼히따》는 최초로 성립된 인도 고전 의학서로서, 상캬(Sāṃkhya)학파의 이원론, 바이쉐시까(Vaiśeṣika)학파의 자연철학, 니야야(Nyāya)학파의 논리학 등을 기초로 한다. 《짜라까 삼히따》는 제1권은 총론, 제2권은 질병의 원인, 제3권은 질병의 진단, 제4권은 신체, 제5권은 감각기관, 제6권은 질병의 치료, 제7권은 조제의 기술, 제8권은 완치로 이루어져 있다. 《슈스루따 쌈히따(Suśrutā saṃhitā)》는 뿌르바 딴뜨라(Pūrva tantra)와 웃따라 딴뜨라(Uttara tantra) 두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뿌르바 딴뜨라에서 1권은 총론, 2권은 질병의 원인, 3권은 신체, 4권은 질병의 치료, 5권은 조제의 기술이고, 웃따라 딴뜨라에는 이물질의 제거, 소아과학, 신체치료, 귀신학의 네 가지와 특수외과학이 있다.

아유르베다 의학의 결정판이면서 동시에 불교의학의 장을 연 《아스따》는 앞의 두 삼히따와는 달리 분명하게 생존한 실존인물에 의해 저술되었다. 《아스따》와 그 저자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이설이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아스따》를 범어에서 영어로 번역한 스리칸타(K.R. Sri Kantha Murthy)가 잘 정리해주고 있다.

박바따는 550~600(A.D)년경의 인물이고, 그의 스승은 아와로끼따(Avalokita)이고, 그의 아버지 싱하굽따(Siṃhagupta)는 유명한 아유르베다 학자이면서 의사이다. 박바따의 출생지로 알려진 신두(sindhu)는 지금 파키스탄 카라치(Karachi) 근처로 추정한다. 박바따의 스승인 아와로끼따가 위대한 불교학자이고 《아스따》의 귀경계 등에서 부처님을 찬탄하고, 약사여래와 관음의 화신인 따라(Tara)보살 등을 언급하기 때문에 박바따를 불교도로 추정한다. 박바따의 저술에는 《아스따》 외에도 《팔지집(八支集, Aṣṭanga Saṃgraha)》이 있는데, 이 저술 역시 티베트의 유명한 역경승 린첸상보(Rin chen bzang po)에 의해 번역되고 《아스따》에 대한 방대한 주석도 린첸상보에 의해 번역되었다. 오랫동안 캐쉬미르에서 유학한 린첸상보는 박바따의 출생지와 비교적 가까운 곳에 있었기 때문에 박바따와 그의 저술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박바따의 《아스따》는 6론 120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 총론에서는 아유르베다의 기본적인 원리, 건강의 원칙, 질병의 예방, 음식과 약의 종류, 기질적인 심리, 병리, 각종 질병과 그 처방법을 설명한다. (2) 신체론에서는 발생학, 해부학, 생리학, 골상학, 육체적 및 생리적 구성 성분, 꿈의 징조, 나쁜 예후와 죽음의 표시 등을 설명한다. (3) 병인론에서는 내과의 범주 내에서 몇몇 중요한 질병의 원인, 전조 증상, 특징, 발병, 예후를 설명한다. (4) 치료론에서는 모든 주요 장부의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5) 제약론에서는 약제의 준비, 정화요법의 실행, 합병증의 처리, 제약의 원칙을 설명한다. (6) 보유(補遺)에서는 아유르베다의 나머지 일곱 갈래인 소아, 귀신, 상체, 수술, 독극물, 회춘, 보신에 대해 설명한다.

4. 티베트의 불교의학

박바따의 《아스따》를 근간으로 발생된 불교의학은 티베트에서 완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교 경론에서 단편적으로 전해지는 불교의학의 단서들은 《아스따》로 통합되고 《아스따》가 티베트어로 번역되면서 티베트에서 불교의학이 완성된 것이다. 티베트 의학을 불교의학으로 규정하는 것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티베트 의학을 집대성한 《사부의전(四部醫典, rGyud bzhi)》을 설하는 주체가 부처님이다. 《사부의전》은 부처님이 화현한 의생(意生, Yid las skye)과 지혜(智慧, Rig pa’i ye shes)라고 하는 두 선인(仙人)이 묻고 답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부처님으로부터 화현한 선인이기 때문에 선인은 곧 부처님이다. 이것은 마치 《반야심경(般若心經)》이 부처님으로부터 화현한 관세음보살과 사리불이 묻고 답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사부의전》은 부처님에 의해 설해졌다고 한다. 둘째, 티베트에서 의학은 다섯 가지 학문인 오명의 하나다. 티베트에 불교를 전해준 학승들은 대부분 인도불교의 본산인 날란다(Nālandā)대학 출신들이다. 날란다대학은 내명인 불교학뿐만 아니라 외명인 의학, 공예학 등의 학문을 가르치고 배우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전승된 불교철학을 기반으로 하는 불교의학을 배우고 가르쳤다. 셋째, 티베트 의학은 전통적으로 출가자들을 중심으로 전승되었다.

티베트 사회에서 교육은 사원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사원에서 수학하면서 불교를 공부하든지, 아니면 의학이나 천문학 등을 공부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불교를 통해 사람들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으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의학과 천문학도 티베트사회에서는 중요한 학문이기 때문에 많은 수행자들이 의학과 천문학을 배웠다.

《아스따》와 달리 《사부의전》의 저자에 대해서는 논의가 분분하다. 《사부의전》이 《아스따》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은 틀림없지만, 불교의학이라고 하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태어났다는 점에서 인도에서 성립한 것을 번역한 것이라고도 하고, 티베트의 뛰어난 의성인 유톡왠댄곤보(gYu thog yon tan mgon po)의 독창적인 저술이라고도 설명한다. 필자가 보기에는 《사부의전》에는 《아스따》의 기본적인 가르침을 그대로 반영된 부분이 너무 많다는 점에서 유톡왠댄곤보의 독창적인 저술은 아니고 《아스따》를 기본으로 하여 티베트 의학적 요소를 덧붙인 편저 정도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다. 하지만 《사부의전》은 《아스따》보다는 훨씬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고, 무엇보다도 기본적인 철학적인 바탕이 인도철학에서 불교로 선회했다는 점에서 그 차별성을 주목할 수 있다.

《사부의전》은 〈근본(根本)의전〉 〈논설(論說)의전〉 〈요결(要訣)의전〉 〈후부(後部)의전〉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부의전》의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① 〈근본의전〉에서는 서론, 항목분류, 병리(病理)와 병인(病因), 병을 인식하는 요점, 진단하고 치료하는 방법, 비유의 의미를 설명한다.

② 〈논설의전〉은 11장이고, 1장에서는 전체를 개괄적으로 설명한다. 2장에서는 몸의 발생, 비유, 생리, 정의, 작용, 나쁜 징조를 설명한다. 3장에서는 병의 원인, 조건, 들어오는 방식, 정의, 갈래를 설명한다. 4장에서는 일상행위, 시기적 행위, 일시적 행위를 설명한다. 5장에서는 음식의 이치를 앎, 음식의 절제, 음식의 보존과 적정량을 설명한다. 6장에서는 약의 맛과 소화, 약의 성능, 약의 종류와 조합을 설명한다. 7장에서는 증상을 대치하는 기계를 설명한다. 8장에서는 병이 없이 아프지 않고 머무는 것을 설명한다. 9장에서는 과실을 직접 설명하는 것과 나쁜 조짐을 허물을 통해 분별함을 설명한다. 10장에서는 치료법 일반과 갈래를 설명한다. 11장에서는 의사에 대해 설명한다.

③ 〈요결(要訣)의전〉은 15장이고, 1장에서는 풍, 담즙, 연액, 합쳐진 병의 치료법을 설명한다. 2장에서는 소화불량, 부종 등의 치료법을 설명한다. 3장에서는 열의 일반과 갈래에 대한 치료법을 설명한다. 4장에서는 머리, 눈, 귀, 입 등에 생기는 질병의 치료법을 설명한다. 5장에서는 심장, 폐, 간, 비장, 위장 등에 생기는 질병의 치료법을 설명한다. 6장에서는 생식기에 생기는 질병의 치료법을 설명한다. 7장에서는 목소리가 쉼, 갈증, 딸꾹질, 호흡장애 등의 치료법을 설명한다. 8장에서는 핵창(核瘡), 치질 등의 치료법을 설명한다. 9장에서는 유아의 질병에 대한 치료법을 설명한다. 10장에서는 여성의 질병에 대한 치료법을 설명한다. 11장에서는 귀신의 질병에 대한 치료법을 설명한다. 12장에서는 염증 일반과 갈래의 치료법을 설명한다. 13장에서는 중독의 치료법을 설명한다. 14장에서는 노화를 막는 섭생을 설명한다. 15장에서는 색욕을 치료하는 것을 설명한다.

④ 〈후부(後部)의전〉은 4장이고, 1장에서는 병을 진단하는 맥, 오줌에 대해 설명한다. 2장에서는 약의 재료, 효능, 약을 만드는 방법을 설명한다. 3장에서는 병을 치료하는 다섯 가지 방법을 설명한다. 4장에서는 부가적인 요법으로 사혈, 뜸, 수술 등을 설명한다.

《사부의전》은 《아스따》와 마찬가지로 여덟 가지 치료할 대상과 방법을 주로 설명하지만, 그 바탕은 불교철학을 근거로 한다. 이러한 불교철학을 《사부의전》의 주석가들은 특히 대승불교 철학 중에서 유식(唯識)철학과 관련지어 설명한다. 이것은 《사부의전》이 성립하는 시기에 티베트에 전해진 불교는 유가행중관학파(瑜伽行中觀學派)의 가르침이 주를 이루었기 때문에 유식학에 대한 이해가 성숙되었고, 식(識)을 중심으로 모든 문제를 설명하는 유식학은 체질과 질병 등의 문제를 설명하는 데 유용했기 때문이다.

《사부의전》에서는 사람이 태어나는 방식을 “첫째에는 부모의 정혈에 허물이 없고/ 식이 업과 번뇌에 의해 인발되어/ 다섯 가지 요소가 모이는 것이 자궁에 형성되는 원인이다.”라고 설명한다. 《사부의전》의 주석가들은 여기서 말하는 식을 아뢰야식(阿賴耶識)으로 설명한다. 유식철학에서는 식을 확장하여 제8 아뢰야식을 설정한다. 아뢰야식은 장식(藏識)으로 전생에 경험했던 모든 정보를 저장한다. 이 아뢰야식에 저장된 정보는 소실되지 않기 때문에 업과 번뇌에 의해 인발되면 자궁에 형성되는 원인이 된다. 이를 토대로 새롭게 태어나는 아이의 체질이 결정되고, 습기가 유전된다. 그렇기 때문에 육체와 정신의 건강은 새로운 생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대단히 중요하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사부의전》에서는 “몸과 마음의 병은 자성으로 성립하지 않기 때문에/ 무아(無我)인 빈 것[空]의 의미를 오랫동안 살펴보아야 한다.”고 한다. 몸과 마음뿐만 아니라 몸과 마음의 병도 자성이 없기 때문에 몸과 마음에 병이 생길 수 있고, 또 병에서 벗어날 수 있다. 몸과 마음의 병이 없기 위해서는 무아인 빈 것의 의미를 오랫동안 관찰해야 한다.

무아를 관찰하지 않으면 집착하게 되고, 집착하면 몸과 마음의 병이 되기 때문이다. 유식철학에서는 일체법을 변계소집성(遍計所執性), 의타기성(依他起性), 원성실성(圓成實性)의 삼성(三性)으로 설명한다. 변계소집성은 일체법을 분별로 증익(增益)한다. 증익된 대상이 인아(人我)와 법아(法我) 둘이다. 일체법이 사람의 자아와 사물의 자아가 존재한다고 분별하는 것이다. 이런 분별에서 집착이 생기고, 집착에서 업이 생기고, 중생들은 윤회하면서 생로병사의 고통을 받는다.

의타기성은 인연(因緣)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다. 몸과 마음뿐만 아니라 깨달음의 지혜까지도 인연에 의해 발생한다. 원성실성은 능소(能所)가 다른 실질(實質)이 빈 진여이다. 능취(能取)와 소취(所取)가 다른 실질이 아니라, 다른 실질이 빈 진여인 것이 원성실성이다. 그렇기 때문에 증익할 상(相)이 없어서 변계소집성은 상무자성(相無自性)이고, 자체로 생기는 것이 없기 때문에 의타기성은 생무자성(生無自性)이고, 궁극적인 진리인 승의(勝義)에서는 자성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원성실성은 승의무자성(勝義無自性)이다. 이 세 가지 무자성을 관찰하는 것이 무아인 빈 것의 의미를 살피는 것이다.

5. 맺음말

지금까지 불교의학은 불교 경론에서 언급된 의학 정도로 이해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물론 이것이 불교의학이 아닌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것만을 불교의학이라고 할 경우 불교의학은 단편적인 의학으로 그치고, 총체적인 의학이 될 수 없다. 불교에서는 의학을 열린 시각으로 인식하고 수용했다. 이것은 부처님 당시뿐만 아니라 후대에 불교가 발전하는 과정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열린 시각 속에서 박바따의 《아스따》가 탄생할 수 있었고, 이 《아스따》를 토대로 티베트의 《사부의전》이 성립할 수 있었다.

《아스따》와 《사부의전》은 각각 인도 의학과 티베트 의학을 완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이 두 의학에는 두 지역의 오래된 의학적인 지식과 경험이 담겨 있다. 특히 이 두 의학체계에는 불교라고 하는 사상적인 매개체가 있기 때문에 불교의학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불교에서는 몸과 마음의 유기적인 관계를 인식하기 때문에, 불교의학에서도 이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몸의 질병은 마음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에 마음을 다스리는 수행이 질병을 예방하고 극복하는 길이 될 수 있다.

몸이 건강하지 않으면 마음이 건강할 수 없고, 마음이 건강하지 않으면 올바른 수행으로 나아갈 수 없다. 우리가 불교의학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불교의학은 몸과 마음의 건강을 다루는 ‘생명의 지식’이고, 죽은 의학이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하나의 완벽한 의학체계로 사람의 병을 치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
 

 

양승규 /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 한의학연구소 연구교수. 동국대학교 불교학과, 동 대학원 졸업(박사). 인도 다람살라에서 티베트불교와 티베트 의학을 공부했다. 역서로 《티베트금강경》 《보리도차제약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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